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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노동 보호와 조직화 방안 (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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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랫폼노동 보호와 조직화 방안

    (초안)

  • 목 차

    들어가며

    1장. 플랫폼 경제1. 플랫폼이란?2. 플랫폼의 종류와 규모3. 플랫폼 경제의 특징4. 플랫폼 노동5. 사례: 온라인쇼핑 플랫폼과 생활물류 노동

    2장. 생활물류산업의 플랫폼 노동 1. 택배 : 노동과정의 파편화2. 직배송 : 진격의 쿠팡플렉스3. 퀵서비스 : 퀵에서 퀵퀵으로4. 배달대행 : 플랫폼노동의 새로운 노다지

    3장. 플랫폼 노동자 노동실태 : 이동노동자를 중심으로1. 배달서비스2. 퀵서비스3. 대리운전서비스4. 플랫폼노동 실태조사5. 시사점

    4장. 플랫폼 노동의 해외동향 : 서구를 중심으로1. 머리말2. 플랫폼 경제의 발전 배경3. 플랫폼 경제의 노동시장4. 웹기반 플랫폼 노동(클라우드 노동)5. 장소기반 플랫폼 노동(긱 노동)6. 대응사례

  • 7. 맺는말

    5장. 플랫폼 노동 보호와 조직화 방안1. 들어가며2. 요약 및 시사점3. 플랫폼노동 보호를 위한 당면 과제4. 노동자 조직화 방안5. 나오며

    부록 1. 쿠팡플렉스의 진격1. 채용2. 직무교육3. 노동과정4. 업무지휘감독5. 임금

    부록 2. 플랫폼노동 실태조사 설문지

  • 들어가며

    디지털 전환은 오프라인 세상에서 데이터를 수집하여 온라인 세상에 축적하고, 사용자의 목적에 맞게 실험하여 최적화된 해법을 제시해 준다. 이러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플랫폼은, 온라인 가상공간에서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고,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여 새로운 시장과 거래를 창출하고 있다. 클라우드와 어플, SNS 등의 기술은 수만, 수십만 명 이상을 실시간 연결하고, 네트워크를 통한 온라인 거래는 오프라인 거래보다 속도가 빠르고 종류가 다양하며 가격도 저렴하다. 이렇게 플랫폼은 정보를 핵심 재료로 하여, 외부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호작용을 하면서 가치를 창출하게 하는 비즈니스이다.

    플랫폼 경제는 상품, 정보, 돈, 노동 등을 다루는데, 이 보고서에서는 노동에 초점을 맞추고 조사하였다. 플랫폼 노동은 장소기반과 웹기반 노동으로 크게 나눌 수 있고, 장소기반 노동은 다시 '디지털 특고'와 '사람구름떼 노동'으로 분류할 수 있다. 기존 특수고용 노동자가 디지털 기술을 통해 '디지털 특고'로 전환하였고, 다시 '사람구름떼 노동'으로 이동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에서 파견, 용역, 하청, 임시직, 단시간 등 다양한 유형이 있듯이, 플랫폼 노동의 유형도 다양하므로, 분석과 해법도 플랫폼 노동의 유형에 따라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 보고서는, 플랫폼 노동 중에서 한국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는 장소기반 노동, 특히 플랫폼을 이용한 이동노동자(대리운전, 퀵서비스, 배달서비스)를 대상으로 '기존 노동에서 플랫폼노동으로의 전환 과정', '플랫폼노동 사업구조', '플랫폼노동 실태', '해외 사례' 등을 분석하고 한국에서의 대안을 모색하였다. 연구조사 결과 이동노동에서 대부분의 플랫폼 노동자들은 주 6일, 하루 12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고, 근속연수가 오래될수록 갖은 질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업체 간 경쟁으로 요금이 인하되어 수수료가 낮고, 사회보험도 적용되지 않는다. 대리운전, 퀵, 배달, 택배서비스에서의 플랫폼노동은 해당 사업을 규정하는 법이 없는 조건에서, 사업자의 자격 기준이 없고, 탈세와 불공정거래 등이 만연한 상태이며, 다단계 구조로 다양한 중간착취가 발생하기 쉬웠다.

  • 플랫폼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제도적으로 플랫폼 노동의 개념을 정의하고, 플랫폼 사용자와 종사자의 자격과 책임 등을 규정하며, 플랫폼 노동자의 유형, 규모, 실태(수수료, 안전, 노동시간, 의사소통 등), 요구 등을 파악하여 플랫폼노동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이에 기초하여 플랫폼 노동자들의 안전과 적정 수수료가 보장되어야 하며, 주 5일 근무제와 노동강도 완화도 필요하다.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안전망, 노동보호 없이는 좋을 일자리도 산업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이 보고서는 미흡하지만, 플랫폼 노동자들의 처지와 요구가 무엇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를 제시한다. 이러한 모색이 한국의 플랫폼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보고서는 전체 5장으로 구성되었는데 1,2장은 박장현님, 3장은 김성혁님, 4장은 이문호님, 5장은 장진숙님이 작성하였다.

    서비스연맹 플랫폼노동 연구용역팀 (고용노동부 발주)

    김성혁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장 박장현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원장 이문호 노동혁신연구소 소장 장진숙 서비스연맹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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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장. 플랫폼 경제

    1. 플랫폼이란?1-1. ‘플랫폼’의 말뜻1-2. 플랫폼의 기능

    2. 플랫폼의 종류와 규모2-1. 플랫폼의 종류2-2. 플랫폼의 규모

    3. 플랫폼 경제의 특성3-1. 한계비용 제로 기술3-2. 수확체증의 법칙3-3. 양면 네트워크 효과3-4, 공장의 해체3-5. 초독점화 경향

    4. 플랫폼 노동4-1, 플랫폼 노동의 발생 : 사이비 공유경제4-2. 플랫폼 노동의 종류4-3. 사람구름떼4-4. 플랫폼 노동의 규모

    5. 사례 : 온라인쇼핑 플랫폼과 생활물류 노동5-1. 온라인쇼핑 플랫폼과 택배5-2. 배송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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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플랫폼이란?

    1-1. ‘플랫폼’의 말뜻1-2. 플랫폼의 구성요소

    1-1. ‘플랫폼’의 말뜻

    디지털 기술로부터 촉발되어 20세기 말엽부터 21세기 초엽에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경제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개념들이 제안되고 있다. 디지털 경제, 플랫폼 경제, 긱 경제, 온디맨드 경제, 공유 경제…,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용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나는 그 중 ‘플랫폼 경제’라는 개념을 사용하고자 한다. 오늘날 디지털 기술을 경제로 전환시키고 있는 다양한 노력들이 플랫폼으로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21세기 기술들의 경제적 체화(體化)’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림 1-1] 플랫폼의 구조

    의 저자들은 ‘플랫폼’이라는 용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플랫폼’이란 외부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호작용을 하면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에 기반을 둔 비즈니스이다.”1)

    1) 앨스타인/초더리/파커(2016), 플랫폼 레볼루션, 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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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플랫폼 구성요소

    플랫폼은 네 가지 핵심 기능으로 구성되어 있다.2)

    [그림 1-2] 플랫폼의 기능

    1) 이용자집단 형성공급자 집단과 소비자 집단을 모아서 대규모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2) 매칭서로 꼭 맞는 외부 공급자와 소비자를 인터넷을 활용하여 매칭 시켜준다. (이를 통하여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에는 제품, 서비스, 정보의 교환이 이루어지고, 이런 상호작용을 통하여 새로운 가치가 창출된다. 그 가치 중 일부를 플랫폼회사가 이윤으로 갖는다.)

    3) 도구와 서비스공급자와 소비자가 효과적인 상호작용을 위하여 활용할 수 있는 도구와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컨대, 검색 도구, 대화 도구, 평가 시스템, 간편결제 서비스 등등을 꼽을 수 있다.)

    넷째, 규칙과 기준공급자와 소비자가 준수해야 할 규칙과 기준을 부여한다. (예컨대, 신분확인 절차, 정보사용 동의, 퇴출 기준 등등을 꼽을 수 있다.)

    2) Moazed/Johnson(2016), Modern Monopolies, 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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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플랫폼의 종류와 규모

    2-1. 플랫폼의 종류2-2. 플랫폼의 규모

    2-1. 플랫폼의 종류

    디지털 플랫폼은 관점에 따라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분류할 수 있다. 스르니첵(N. Srnicek)은 정보자본주의 시대 자본의 운동법칙을 추적하기 위하

    여 플랫폼을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3) 이 분류법을 따르자면 플랫폼 노동은 주로 린 플랫폼을 통하여 발생한다.

    홍보 플랫폼 (advertising platform) - 구글, 네이버,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클라우드 플랫폼 (cloud platform)-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데이터 클라우드

    제조업 플랫폼 (industrial platform)- SAP, GE, 지멘스 등

    제품 플랫폼 (product platform) - 구독경제 : 넷플릭스, 유투브, 쏘카 등

    린 플랫폼 (lean platform) - 중개플랫폼 : 아마존 오픈마켓, 쿠팡 등

    모아지드/존슨은 교환물의 핵심가치에 따라 플랫폼을 두 종류로 대분류한 뒤 다시 11종류로 세분류하고 있다. 이 분류법을 노동과 연결시켜보면, IT 기술자들의 플랫폼 노동은 주로 개발 플랫폼을 통하여, 생활물류 노동자들의 플랫폼 노동은 주로 서비스 마켓플레이스와 제품 마켓플레이스를 통하여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4)

    3) Srnickek(2016), Platform Capitalism4) Moazed/Johnson(2016), Modern Monopolies, 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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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랫폼서비스 마켓플레이스제품 마켓플레이스지불 플랫폼투자 플랫폼SNS 플랫폼메신저 플랫폼 다중게임 플랫폼

    제조 플랫폼콘텐츠 플랫폼폐쇄형 개발 플랫폼제어형 개발 플랫폼개방형 개발 플랫폼

    [그림 1-3] 플랫폼의 유형과 종류

    2-2. 플랫폼의 규모

    오늘날 자본주의 세계경제는 장기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세계경제의 흐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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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행하면서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예외적인 기업들이 있다. 정보산업 기업들이다. 에너지자본, 제조업자본, 금융자본 등 20세기를 주름잡았던 전통적 자본들이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동안 새로 등장한 정보자본은 나날이 번창하고 있다. 그 결과 자본들 사이의 판도가 크게 변하였다. 플랫폼 기업의 규모가 금융 또는 에너지 기업의 규모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그림 1-4] 세계 7대 금융, 석유, 플랫폼 기업 규모

    자본주의 경제의 판도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실감하자면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에너지산업, 제조업, 금융산업 기업들이 글로벌 시가총액 10위권을 석권하고 있었다. 정보산업 기업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만이 거기에 낄 수 있었다. 그러나 불과 10년 만에 왕년의 익숙한 이름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10개 중 7개가 플랫폼 기업들이다.

    [표 1-1] 글로벌 최대 기업 (2008년 대 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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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플랫폼 경제의 특성

    3-1. 한계비용 제로 기술3-2. 수확체증의 법칙3-3. 양면 네트워크 효과3-4, 공장의 해체3-5. 독점화 경향

    오늘날 점점 더 많은 경제활동이 디지털 플랫폼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에 상응하여 자본은 플랫폼을 이용하여 이윤을 창출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화, 민영화, 유연화 등등의 신자유주의 전략은 한물가고, 이제 플랫폼으로 노다지를 캐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이처럼 플랫폼 기업들이 자본주의 경제를 주도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하여 오늘날의 자본주의를 ‘플랫폼 자본주의’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생산수단의 토대를 이루고, 새로운 생산수단은 새로운 경제의 토대를 이룬다. 그러므로 플랫폼 경제를 이해하자면 먼저 기술적 토대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기술은 그 자체로는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기술은 생산수단으로 전환되어 경제활동에 투입될 때 비로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오늘날의 경제는 지금까지의 모든 경제와 구별되는, 질적으로 새로운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핵심적인 생산수단으로 전환되어 경제활동에 투입되고 있다는 특성이다.

    19세기에는 증기기관과 철도가 첫 번째 산업혁명을 추동하는 생산의 엔진으로 작동하였다. 20세기 전반기에는 전기와 석유화학 기술이 새로운 생산수단으로 전환되면서 두 번째 산업혁명을 이끌었다. 20세기 후반기에는 컴퓨터와 인터넷이 새로운 생산수단의 토대기술로 작동하였고, 산업은 세 번째 혁명을 겪게 된다.

    21세기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디지털 플랫폼은 네 번째 산업혁명을 추동하는 첫 번째 엔진의 역할을 맡고 있다. 여기에 곧 인공지능로봇이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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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운 엔진으로 추가될 것이다. 최초의 대중적 인공지능로봇으로는 자율주행차를 꼽을 수 있다.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는 인공지능로봇 기술이 본격적으로 생산수단으로 전환되는 분수령을 이룰 것이다.

    플랫폼 경제의 특성으로는 다음 몇 가지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1) 한계비용 제로 기술2) 수확체증의 법칙3) 양면 네트워크 효과4) 공장의 해체5) 독점화 경향

    3-1. 한계비용 제로 기술

    디지털 기술이 생산하는 디지털 정보재는 지금까지의 모든 아날로그 재화와 구별되는, 질적으로 새로운 특성을 지니고 있다. 가장 중요한 특성으로는 ‘한계비용 제로’라는 특성을 꼽을 수 있다.

    ‘한계비용’이란 재화를 한 단위 더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추가생산비용’을 뜻한다. 재화의 추가생산비용을 제로로 낮추는 기술을 ‘한계비용 제로 기술’이라고 부른다면, 디지털 정보재를 생산하는 디지털 기술은 여기에 해당된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조만간 ‘한계비용 제로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미래학자도 있다.

    물질재는 한 단위 더 생산하자면 반드시 추가비용이 들어간다. 자동차를 한 대 더 생산하려면 - 공장과 설비의 감가상각비용은 무시하더라도 - 원료비와 인건비는 추가되지 않을 수 없다. 피자를 한 개 더 생산할 때도 마찬가지다. 도우 한 장 값과 거기에 얹을 토핑 재료값이 더 들어가야 한다. 요리사의 인건비도 들어가야 한다. 피자를 추가로 배달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오토바이 기름 값과 배달기사의 인건비가 더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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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와 달리 정보재는 추가생산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예컨대, 영화를 한 편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제작비가 들어간다. 그러나 일단 영화가 완성되어 디지털 파일로 저장되고 나면, 그때부터는 아무리 많은 파일을 생산하더라도 추가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냥 복사해버리면 되기 때문이다. 카카오 대리운전 앱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을 개발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앱을 완성하여 앱스토어에 업로드 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더 이상 추가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수만 명의 대리기사에게 하나씩 나누어주더라도 전혀 추가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냥 다운로드 시켜버리면 되기 때문이다.

    3-2. 수확체증의 법칙

    지금까지의 경제는 생산이 토지, 자본, 노동이라는 생산요소로 구성되어 있던 아날로그 경제였다. 아날로그 경제를 지배해온 것은 ‘수확체감의 법칙’이었다. ‘한계생산성 체감의 법칙’이라고도 부른다. 생산요소의 투입을 늘릴 경우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단위생산비용이 높아진다는 법칙이다. 많이 생산하여 많이 판매할수록 단위상품 당 추가수익은 점점 더 떨어져서 제로에 수렴하게 된다.

    그런데 디지털 기술이 핵심적인 생산요소로 투입되면서부터는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전에 없던 새로운 경제법칙이 출현한 것이다. ‘수확체증의 법칙’이다. 디지털 기술을 투입할 경우, 초기개발비용(=매몰비용)을 투입하고 나면, 더 이상 추가생산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므로 많이 생산하여 많이 판매할수록 단위상품 당 생산비용은 낮아지게 되고, 이윤은 늘어나게 된다.

    [그림 1-5] 수확체감의 법칙 대 수확체증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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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 네트워크 효과

    ‘한계비용 제로’라는 새로운 경제현상의 등장은 자본가들의 투자전략에도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세계화’ 전략은 추가비용은 많이 들어가지만 수확은 체감하는 전략이다. 추가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수확을 체증시킬 수 있는 길은 없을까?

    디지털 플랫폼이 이 고민을 해결해주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에는 네트워크 효과가 작동한다. 여기서 ‘규모의 경제’와 ‘수확체증의 법칙’이 등장하게 된다. 네트워크 효과는 단면 네트워크 효과와 양면 네트워크 효과로 구별할 수 있다.

    ‘단면 네트워크’란 소비자 측면의 네트워크를 뜻한다. 단면 네트워크 효과의 전형적인 사례로는 전화를 꼽을 수 있다. 전화를 가진 사람의 수가 적다면 그것을 구매하더라도 사용할 기회가 별로 없을 것이다. 그에 반하여 전화를 가진 사람의 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전화의 사용가치도 커질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전화의 사용가치는 전화가입자 집단의 규모에 따라서 달라진다. 이처럼 소비자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사용가치도 커지는 현상을 ‘단면 네트워크 효과’ 또는 ‘직접 네트워크 효과’라고 한다.

    [그림 1-6] 단면 네트워크 효과

    ‘양면 네트워크’란 소비자 측면의 네트워크와 공급자 측면의 네트워크가 서로 교차하고 있는 네트워크를 뜻한다. 양면 네트워크 효과의 전형적인 사례로는 예컨대 ‘아마존’ 같은 온라인 오픈마켓을 꼽을 수 있다. 2017년 현재 아마존 오픈마켓에 상품을 진열하고 있는 외부공급자만 세어보더라도 전세계에 걸쳐서 176만 개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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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7] 양면 네트워크 효과

    온라인 오픈마켓에 입점하는 소매업자들은 땅도, 건물도, 판매원도 필요 없다. 인터넷으로 가입하여 매장을 개설하고 상품을 업로드 하면 된다. 그러면 전세계 모든 소비자들이 찾아볼 수 있다. 따로 광고비를 들일 필요도 없다. 달리 말해서, 오픈마켓은 개인 또는 중소영세기업에게도 대기업과 동등한 시장진입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으로 수많은 공급자들이 몰려드는 핵심적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처럼 공급자 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소비자들은 아마존을 통하여 더 값싸고 다양한 상품을 고를 수 있다. 거꾸로, 더 많은 소비자들이 아마존으로 몰려들수록 거기에 입점한 공급자들은 더 많은 상품을 팔 수 있다. 공급자가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소비자가 공급자를 끌어들이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공급자집단의 규모와 소비자집단의 규모가 함께 커지면서 플랫폼 이용자들의 이익도 커지게 되는 현상을 ‘양면 네트워크 효과’ 또는 ‘간접 네트워크 효과’라고 한다.

    21세기 플랫폼 사업자들은 주로 양면 네트워크 효과를 통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여기서 한계비용 제로 기술의 위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아날로그 플랫폼은 네트워크를 확장할 때 추가비용을 들여야 했다. 예컨대, 전화는 추가비용을 들이지 않고는 네트워크를 확장시킬 수 없었다. 가입자를 한 사람 씩 늘릴 때마다 추가로 전화선을 깔고 전화기를 추가로 공급해야 했다. 그때마다 비용이 들어갔으며, 수확체감의 법칙이 작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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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에 반하여 디지털 플랫폼은 추가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네트워크를 확장시킬 수 있다. 가입자들이 앱을 다운로드 받아 PC나 스마트폰에 설치하기만 하면 된다. 앱을 다운로드 받는 사람의 수가 추가되는 만큼 네트워크는 확장되지만, 앱을 추가로 생산(=복사)하는 비용은 전혀 추가되지 않는다.

    여기서 수확체증의 법칙이 출현하게 된다. 초기투자만 하고 나면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 덕분에 점점 더 커지게 된다. 그에 따라 플랫폼 사업자의 수익도 점점 더 커진다.

    플랫폼 사업자는 양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소비자집단과 공급자집단을 상대로 다양한 수익 원천을 개발할 수 있다. 대표적인 몇 가지만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 플랫폼 가입비 또는 회비 - 일회적 또는 정기적 ● 매칭 수수료 - 건별 수수료● 우대 수수료 - 특별 서비스, 순서 우대, 검색 우대 등● 기타수익 - 외부광고, 빅데이터 등

    앞서 살펴보았듯이, 플랫폼은 - 초기개발비용을 투입하고 나면 - 양면 네트워

    크를 확장하는 데 추가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데 양면 네트워크의 확장에 따른 추가수익은 몽땅 플랫폼 사업자가 가져가고 있다.

    오늘날 한계비용 제로 기술을 핵심 생산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플랫폼 기업들의 이윤율은 재래식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제조업, 서비스업 기업들의 이윤율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5)

    [그림 1-8] 플랫폼 기업 이윤율과 주가수익비율

    5) Johnson(2018), Whar are network effects? https://www.applicoinc.com/blog/network-eff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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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 공장의 해체

    플랫폼의 발전은 전통적 경제의 마지막 보루로 남아 있는 공장을 해체시키는 데까지 나아갈 것이다. 제조업 플랫폼이 물리적 공장을 대신하게 되는 것이다.

    제조업 플랫폼은 아직 태동단계에 있다. 정보업 또는 유통업 노동과정과 비교할 때 제조업 노동과정은 훨씬 더 복잡하다. 그러므로 제조업 노동과정을 완전히 디지털화 하기는 매우 어렵다. 정보산업 또는 유통산업 플랫폼이 일찍부터 발전하고 있는데 반하여 제조업 플랫폼의 발전이 더딘 이유를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3D프린팅 기술이 발전하면서 제조업의 디지털화는 새로운 발전단계로 도약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천 년 동안 제조업은 ‘절삭-조립’ 가공법을 토대로 삼아 왔다. 20세기에 시도된 제조업의 디지털화도 이 토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그러나 3D프린팅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제조업에 전에 없던 새로운 공법이 도입되고 있다. ‘적층’ 가공법이 그것이다. 적층 가공법은 지금까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온 ‘맞춤형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3D프린팅 기술에 소재공학 기술이 합쳐지면 모든 물질적 재화를 3D프린터로 찍어낼 수 있게 된다. 달리 말해서, 모든 물질적 재화의 제조 공정을 디지털 정보로 치환시킬 수 있게 된다. 한 마디로 요약해서, 3D프린팅 기술은 제조업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적 토대를 제공해주고 있다.

    2014년, ‘로컬모터스’는 시카고에서 열린 ‘국제 제조기술 전시회’에서 현장 관람객들의 눈앞에서 3D프린터로 자동차를 찍어내었다. 자동차처럼 크고 복잡한 물질적 재화의 제조 공정도 - 3D프린팅 기술 덕분에 - 완전히 디지털화 될 수 있다는 증거를 대중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그림 1-9] 로컬모터스 3D 프린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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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로컬모터스가 보여준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제조업 플랫폼의 작동원리이다. 그날 로컬모터스의 3D프린터가 찍어낸 자동차는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외부 기술자들이 크라우드소싱 방식에 따라 1년 만에 개발한 것이었다.

    로컬모터스는 ‘공장 없는 자동차 제조회사’이다. 로컬모터스 본사에는 6백 평 규모의 건물에 1백 명 안팎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 이렇게 적은 인력으로 자동차의 기획과 설계부터 조립과 의장까지 모든 생산공정을 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로컬모터스의 모든 자산과 기술은 온라인 플랫폼에 존재하고 있다. 2018년 현재 로컬모터스 플랫폼에는 7만 명 이상의 외부 기술자들이 개발자로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오프라인 공장에는 단 몇 대의 3D프린터만 있을 뿐이다. 150만 평 규모의 공장에 5만 명 가까운 인력이 투입되고 있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과 비교해보면 ‘공장 없는 공장’의 시대를 가늠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림 1-10] 로컬모터스와 현대자동차 공장 비교

    3-5. 초독점화 경향

    플랫폼 경제의 또 한 가지 특성으로는 초독점화 경향을 꼽아야 할 것이다.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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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날 구글의 검색기계는 전세계 검색 시장의 80~90%를 독차지하고 있다. 한편,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전세계 스마트폰 운영체제 시장의 80~90%를 점유하고 있다. MS 윈도우는 전세계 PC운영체제 시장의 90%를 독점하고 있다. ‘독점’이라는 말로는 미처 표현할 수가 없기 때문에 ‘초독점’이라는 말이 필요할 정도이다.

    [그림 1-11] 글로벌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점유율 추이

    디지털 플랫폼은 자연적인 독점화 경향을 지니고 있다. 양면 네트워크 효과를 누리기 위하여 소비자들과 공급자들이 자연적으로 더 큰 플랫폼으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플랫폼들 사이의 경쟁에는 자연적으로 승자독식의 원리가 작동하게 된다. 여기에 플랫폼 기업의 의도적 전략이 추가되면 독점화 경향은 더욱 강화된다.

    디지털 플랫폼의 양면 네트워크 효과는 글로벌 초독점 기업들을 탄생시키고 있다. 업종마다 전세계적으로 초독점기업 하나씩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모두 죽어나가거나, 틈새에서 겨우 명맥만 유지하게 될 가능성이 점점 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CGE(글로벌기업센터)는 플랫폼기업들을 사업영역에 따라 네 종류로 분류하면서, 그 규모와 시장지배력을 비교하고 있다. CGE의 조사를 보면 플랫폼 경제는 이미 미국의 세계시장 독점을 우려해야 할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이 디지털 기술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라 미국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있을 뿐, 다른 곳에서는 도전자를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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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12] 플랫폼 기업의 규모와 분포

    플랫폼의 초독점화 경향은 가장 먼저 정보산업에서 관철되고 있지만, 이어서 유통산업과 물류산업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아마존이 미국 소매시장에서 차지하는 지배력은 지난 3년 동안 38%에서 48%로 늘어났는데,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이미 ‘배달의 민족’, ‘배달통’, ‘요기요’, 단 세 개의 플랫폼이 온라인 음식배달 산업을 거의 100% 독점하고 있다.

    [그림 1-13] 아마존의 미국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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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랫폼의 초독점화 경향은 마지막으로 제조업까지 삼키게 될 것이라고 한다. 2017년 현재 10개의 플랫폼이 전세계 제조업 소프트웨어 시장의 57%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의 SAP가 17%를 장악하면서 선두주자로 달리고 있다.

    [그림 1-14] 제조업 앱 시장점유율

    다베니(R. D'Aveni)는 정보산업에서 출발한 플랫폼들과 제조업에서 성장한 플랫폼들 사이에 거대한 ‘플랫폼 전쟁’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이 전쟁에서 제조업 플랫폼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고 본다. 제조업 플랫폼이 유통산업과 정보산업 플랫폼을 집어삼킬 수는 있어도, 거꾸로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글로벌 경제가 장차 5~10개의 제조업 플랫폼을 중심축으로 삼아서 재편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6)

    6) 다베니, 넥스트 레볼루션,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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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플랫폼 노동

    4-1, 플랫폼 노동의 발생 : 사이비 공유경제4-2. 플랫폼 노동의 종류4-3. 플랫폼 노동의 규모

    4-1. 플랫폼 노동의 발생 : 사이비 공유경제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대다수 플랫폼 노동은 이른바 ‘긱 경제’와 ‘공유경제’가 겹치는 영역에서 발생하고 있다.7)

    ‘긱’이라는 말은 우리말로 옮기면 ‘비정규 고용’에 가장 가까울 듯하다. 긱 경제는 디지털 기술이 경제에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전부터 존재해왔으며, 지금도 대부분의 긱 경제는 디지털 경제의 바깥에서 작동하고 있다. 한편, 디지털 경제의 발전과 더불어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긱 경제 영역이 있는데, 오늘날 흔히 ‘공유경제’라고 불리는 영역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플랫폼 노동이 공유경제 영역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디지털 긱 경제를 각별하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7) SIA (2018), The Human Cloud, the Gig Economy & the Transformation of Work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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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여기에 혼동과 오해의 소지가 있다. ‘공유’라는 말에 담겨 있는 긍정적 의미 때문에 플랫폼 노동도 덩달아 긍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혼동과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유경제’ 개념을 비판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유경제’란 유휴자원을 타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경제활동을 뜻한다. 예컨대 ‘에어비앤비’는 유휴 숙박공간을 여행자에게 매칭시켜주는 플랫폼이다. ‘우버’는 유휴 승용차(와 기사)를 여행자에게 매칭시켜준다. ‘위키피디아’는 유휴 지식을 가진 사람들과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서로 연결시켜준다.

    여기서 우리는 공유경제 플랫폼을 플랫폼의 목적에 따라 영리형 플랫폼과 공익형 플랫폼으로 선명하게 구분할 수 있다. 공유경제 플랫폼은 영리를 위해서 사용될 수도 있고 공익을 위해서 사용될 수도 있다. 예컨대,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영리형 공유경제 플랫폼에 속한다. 그에 반하여 위키피디아는 공익형 공유경제 플랫폼에 속한다.

    는 영리형 공유경제의 반(反)공유주의 성격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말로 포장되어 있지만, 실은 불로소득을 갈취하는 ‘플랫폼 자본주의’라고 불러야 마땅하다.”8)

    한편, 공유경제 플랫폼을 유휴자원의 성격에 따라 자산기반 플랫폼과 노동기반 플랫폼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에어비앤비는 빈 집, 빈 방 등 유휴부동산을 타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매칭시켜주는 플랫폼이다. 그에 반하여 우버는 유휴자동차와 유휴노동력을 타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중개해준다. 카카오드라이버가 중개해주는 유휴자원도 유휴노동력이다. 여기서 대리운전기사는 ‘외부 노동력 공급자’, 승객은 ‘노동력 소비자’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공유경제의 관점에서 보자면, ‘플랫폼 노동자’는 ‘유휴노동력 공급자’로 정의될 수 있다.

    오늘날 플랫폼 노동이 주로 발생하고 있는 곳은 영리형-노동기반 공유경제 플랫폼이다. 뒤에 살펴보겠지만, 생활물류 산업에서 발생하고 있는 모든 플랫폼 노동도 영리형-노동기반 공유경제 플랫폼에서 발생하고 있다.

    8) 가이스탠딩(2017), 불로소득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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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 플랫폼 노동의 종류

    플랫폼 노동은 고용형태를 두고 보자면 기존의 특수고용 노동과 닮은 점이 많다. 다만 채용과정과 노동과정에 디지털 기술이 옛날보다 훨씬 더 많이 적용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점을 강조하면서 플랫폼 노동을 ‘디지털 특수고용’으로 분류하는 사람들도 있다.9)

    [그림 1-16] 플랫폼 노동과 디지털 특수고용

    그러나 이 분류법을 사용하면 채용과정과 노동과정에 투입되고 있는 디지털 기술의 새로운 내용을 쉽게 지나쳐버릴 위험이 있다. 디지털 기술이 채용과정과 노동과정에 가져온 변화에 주목하면서 플랫폼 노동을 - 특수고용 노동과 구별되는 - 새로운 현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채용과정과 노동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차이점을 강조하면서 플랫폼 노동을 다시 두 종류로 구분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일거리를 배정받아서 온라인으로 생산물을 납품하는 식으로 수행되는 플랫폼 노동은 흔히 ‘크라우드 노동’(crowd work)이라고 불리고 있다. ILO는 ‘웹기반형 플랫폼노동’이라고 부르고 있다. 크라우드 노동의 노동과정에는 소비자와 노동자가 물리적 공간에서 서로 접촉하는 단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예컨대, 스타트업 플랫폼 ‘크라우드웍스’를 꼽을 수 있다. 크라우드웍스는 인공지능을 위한 데이터를 수집, 강화, 구조화하는 일거리를 중개하는 플랫폼이다.

    한편, 온라인으로 일거리를 배정받아서 오프라인에서 생산물을 납품하는 식으로 수행되는 플랫폼 노동은 흔히 ‘온디맨드 노동’(on demand work)이라고 불리고 있다. ILO는 ‘지역기반형 플랫폼노동’이라고 부르고 있다. 온리맨드 노동의 노

    9) 예컨대 장지연(2017), 한국고용정보원(2019)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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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과정에는 소비자와 노동자가 물리적 공간에서 서로 접촉하는 단계가 빠질 수 없다. 예컨대, 음식물배달대행 플랫폼 ‘우버이츠’를 통하여 수행되고 있는 노동은 이런 유형에 속한다.

    [그림 1-17] 플랫폼 노동 ILO 분류법

    ILO 분류법도 아직 플랫폼 노동이 보여주는 새로운 특성, 디지털 특수고용과 질적으로 구별되는 특성을 명쾌하게 적시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유럽생활노동조건개선재단 유로파운드(Eurofound)는 다양한 플랫폼 노동이 지니고 있는 공통적인 특징을 다섯 가지로 요약하고 있다.10)

    ● 온라인 플랫폼을 통하여 유급노동이 조직된다.● 세 당사자가 얽혀 있다 : 온라인 플랫폼, 고객(=소비자), 노동자(=공급자)● 노동의 목표는 특정 업무를 처리하거나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노동은 외주화 또는 위탁계약으로 수행된다.● 일자리(jobs)가 분해되어 일거리(tasks)로 파편화된다.

    플랫폼 노동의 새로운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유로파운드가 나열한 특징들 중 다섯 번째 특징을 각별하게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노동시장 분석기관 SIA(Staffing Industry Analysts)는 ‘사람구름떼’를 뜻하는 ‘휴먼 클라우드’(human cloud)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플랫폼 노동에 대한 새로운 분류법을 제시하고 있다.

    앞서 인용한 [그림 1-15]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듯이, SIA 분류법은 우선 공

    10) Eurofound, 2018, Employment and working conditions of selected types of platform 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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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경제와 긱경제의 상관관계를 정확하게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SIA 분류법은 디지털 특수고용과는 질적으로 구별되는 플랫폼 노동의 특성을 성공적으로 포착하고 있다.

    SIA는 플랫폼 노동을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11) ● 온라인 구인 플랫폼● 노동서비스 플랫폼● 크라우드소싱 플랫폼

    첫째, 온라인 구인 플랫폼의 사례로는 우선 ‘알바몬’, ‘알바천국’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기능인들을 중개해주는 ‘크몽’, 주로 IT 전문가들을 중개해주는 ‘위시캣’도 이런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 구인 플랫폼은 구인자와 구직자를 연결시켜줄 뿐, 노동과정의 지휘감독은 수행하지 않는다.

    [그림 1-18] 온라인 구인 플랫폼

    둘째, 노동서비스 플랫폼은 위치기반형 온디맨드 노동플랫폼을 가리킨다. 대리운전 기사들을 중개해주는 ‘카카오대리’, 쿠팡의 직배송 인력을 중개해주는 ‘쿠팡플렉스’, 음식배달대행 인력을 중개해주는 ‘우버이츠’ 등을 꼽을 수 있다. 노동서비스 플랫폼은 노동과정을 지휘감독하는 알고리즘을 포함하고 있다.

    11) SIA(2018), The Human Cloud, the Gig Economy & the Transformation of 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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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19] 노동서비스 플랫폼

    셋째, 크라우드소싱 플랫폼은 웹기반형 크라우드 노동플랫폼을 가리킨다. 여기에는 우선 단순하고 파편화된 일거리를 온라인에서 수행하는 플랫폼이 있다. 디지털 데이터를 인공지능 훈련용 데이터로 가공하고 있는 ‘크라우드웍스’가 여기에 해당된다. 한편, 창작노동의 생산물들을 온라인으로 공모하고 선발하는 플랫폼도 있다. 다양한 생활용품의 디자인을 취급하는 ‘라우드소싱’, 의류 디자인을 취급하는 ‘디자이너윈도’, ‘더스토리’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림 1-20] 크라우드소싱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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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 사람구름떼

    플랫폼 노동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사람구름떼’(human cloud) 개념의 의미를 좀 더 가시화시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개념을 사용하여 직고용, 디지털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을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은 도식을 얻을 수 있다.

    먼저 직고용의 경우,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의 관계를 맺어주는 법률적 절차는 ‘고용계약’이다. 사용자는 정해진 수의 노동자들을 고용하며, 그들의 노동과정을 명시적으로 지휘감독한다. 뒤에 등장할 사례를 미리 언급한다면, 쿠팡과 쿠팡맨의 관계가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

    [그림 1-21] 직접고용 도식

    사용자

    가 나 다

    노동자

    라 마 바

    고용계약

    명시적지휘감독

    한편, 특수고용의 경우에는 ‘위탁계약’이라는 절차를 통하여 사용자와 노동자가 관계를 맺는다. 그러나 사용자는 - 직고용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 정해진 수의 노동자들과 위탁계약을 맺으며, 그들에게만 일거리를 배정한다. 이처럼 실질적인 인력구성과 노동과정은 유지하는 채 법률적인 고용형태만 바꾸는 절차를 ‘외주화’(outsourcing)라고 부를 수 있다.

    [그림 1-22] 특수고용 도식

    사용자위탁계약

    은폐된지휘감독

    가 나 다

    노동자

    라 마 바

    이럴 경우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전속성과 전업성은 그대로 유지된다. 불안정스럽긴 하지만 여전히 일자리가 유지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뿐만 아니라 사용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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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전히 노동자들을 지휘감독한다. 다만 법률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하여 은폐된 방식으로 지휘감독한다는 차이점이 있을 뿐이다. 디지털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지휘감독을 더욱 교묘하게 은폐시킬 수 있다. 뒤에 살펴볼 퀵서비스 기사, 배달대행 라이더가 이런 유형에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플랫폼노동의 경우, 사용자와 노동자는 - 특수고용과 마찬가지로 - 위탁계약을 통하여 관계를 맺는다. 그러나 사용자는 - 특수고용과 달리 - 플랫폼에 등록되어 있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구름떼에게 일거리를 뿌려준다. 그 중에서 많은 수의 자원자들이 나설 테고, 그때그때 필요한 수의 사람들을 선택한 뒤, 하루 단위 또는 일거리 단위로 위탁계약을 체결한다. 이런 절차를 흔히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이라고 부르고 있다.

    플랫폼노동에서는 노동자들의 전속성이나 전업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노동자들도 스스로 ‘프리랜서’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제 일자리는 사라지고 일거리만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사용자는 - 특수고용과 마찬가지로 - 노동과정에 대한 지휘감독의 끈을 놓지 않는다. 노동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동안에는 사용자의 모습이 전혀 눈에 뜨지 않지만,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개입하여 통제하는 알고리즘이 작동하고 있다. 뒤에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한국에서는 우버이츠가 처음 플랫폼노동을 도입하였고, 쿠팡이 쿠팡플렉스를 통하여 플랫폼노동의 대박을 터뜨리게 된다.

    [그림 1-23] 플랫폼 노동 도식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10

    2 6 9

    노동자

    11 14 17

    사용자위탁계약

    은폐된지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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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4. 플랫폼 노동의 규모

    플랫폼 노동의 규모에 대한 믿을 만한 조사연구나 공식적인 통계는 아직 별로 없다. 너무 새로운 현상이어서 학문과 통계행정이 미처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플랫폼 노동’이라는 개념의 내포와 외연에 대하여 널리 합의된 기준이 아직 없기 때문에, 조사자들마다 서로 다른 결과를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최근에 제출된 자료들 중에서 그나마 ‘좀 더 그럴 듯해 보이는’ 자료를 몇 가지 선택하여 참조할 수 있을 뿐이다.

    SIA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2017년 현재 글로벌 긱 경제의 매출액 규모는 37조 달러에 달한다. 그 중 휴먼클라우드 플랫폼의 매출액은 약 2.2%, 820억 달러를 차지하고 있는데, 전년대비 65% 성장하였다.

    이것을 다시 ILO 분류법에 따라 나누면, 지역기반형 플랫폼이 765억 달러, 웹기반형 플랫폼이 60억 달러라고 한다. 업종별로는 주요 3개 모빌리티 플랫폼(우버, 디디추싱, 리프트)이 전체 휴먼클라우드 플랫폼 매출액의 73%를 차지하고 있다.12)

    [그림 1-24] 긱 경제와 휴먼 클라우드의 시장규모 및 구성

    한국에서 플랫폼 노동 규모를 조사한 자료는 매우 드물다. 2019년 한국노동연

    12) SIA(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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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원은 전통적인 ‘특수고용’ 개념과 ‘프리랜서’ 개념을 사용하여 플랫폼 노동의 규모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전통적인 특수고용으로 분류하기도 어렵고, 진성 프리랜서로 분류하기도 어려운, 이른바 ‘새로운 유형의 특수고용’을 찾아본 것이다. 그렇게 분류되는 노동자가 대략 55만 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조사보고서는 이들에게 ‘플랫폼 노동자’라는 이름표를 붙여주지는 않고 있다.

    [그림 1-25] 특수고용 노동자 규모 추정 결과

    플랫폼 노동자 규모에 대한 최초의 공식적인 보고서로는 2019년 한국고용정보원 보고서를 꼽아야 할 것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현재 한국의 ‘플랫폼 경제종사자’ 수는 적게는 46만9천 명에서 많게는 53만8천 명으로 추정된다. 직업별로 나누면 여객운송업과 화물운송업에 속하는 종사자의 비중이 가장 크다.13)

    [표 1-2] 성별 플랫폼경제종자의 주요 직업 (%)

    13) 한국고용정보원, 2019, 고용동향브리프 Vol.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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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플랫폼 노동 규모는 외국보다 클까 작을까? 양쪽을 비교해보자면 동일한 잣대를 사용하여 양쪽을 재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수행된 조사연구는 아직 없다. 다만 양쪽에서 제출되고 있는 자료들 중 ‘좀 더 그럴 듯해 보이는’ 것들을 추려서 비교해볼 수 있을 뿐이다. 오늘날 한국과 자본주의 선진국들의 노동시장에서 플랫폼 노동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대략 2% 정도라고 보고되고 있다.

    [표 1-3] 플랫폼 노동 규모 국제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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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사례 : 온라인쇼핑 플랫폼과 생활물류 노동

    5-1. 온라인쇼핑 플랫폼과 택배 산업의 발전

    앞서 [그림 1-24] 및 [표 1-2]를 통하여 살펴보았듯이, 오늘날 플랫폼 노동의 최대 발생지는 모빌리티 산업과 생활물류 산업이다. 그 중 생활물류 산업의 발전은 온라인쇼핑 시장의 성장에서 직접적으로 파생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온라인에서 쇼핑이 이루어지면, 이어서 오프라인에서 상품이 배달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생활물류 산업의 발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온라인쇼핑 플랫폼의 폭발적인 성장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2019년 현재 소매시장(승용차 제외) 온라인 침투율은 대략 30%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지난 10년만 두고 보더라도, 한국의 온라인쇼핑 시장은 5년 주기로 2.3배씩 성장해왔다. 2007년 시장규모는 15.8조 원이었으나 2012년에는 34조 원으로 2.3배 성장하였으며, 다시 5년 후인 2017년에는 78.3조 원으로 2.3배 성장하였다. 이런 추세가 유지된다면 2022년 온라인쇼핑시장의 규모는 최소 176.2조 원에서 최대 189.8조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림 1-23] 온라인 시장 규모 및 성장률

    디지털 플랫폼의 발전과 더불어 모든 업종의 소매시장이 빠르게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음식료품 시장에서 빠른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음식료품은 전체 소매시장 중에서 차지하는 몫이 매우 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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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온라인쇼핑 침투율은 매우 낮은 편이었다.

    [그림 1-24] 소매시장 부문별 규모 및 온라인 침투율

    한국에 처음 등장한 온라인쇼핑 플랫폼으로는 1995년에 시작된 TV 홈쇼핑을 꼽을 수 있다. 이듬해에 ‘인터파크’가 처음으로 인터넷 쇼핑몰을 연다. 그러자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등 그때까지 오프라인 시장을 지배해온 대형 유통업체들도 인터넷 쇼핑몰을 열고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다.

    온라인쇼핑의 확산은 생활물류 산업을 파생시켰다. 택배 산업은 1992년 ‘한진’에 의해서 처음 시작되었고, 1993년 ‘대한통운’이 뒤를 이었다. 초기에 택배시장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고, B2B 또는 C2C 소형화물이 택배 물동량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었다. 오늘날 택배 물동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B2C 화물은 그때까지 별로 흔하지 않았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기에 온라인 쇼핑몰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면서 B2C 소형화물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고, 택배산업은 날개를 얻게 된다.

    한편, 이륜차 물류가 산업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도 1990년대 초반이었다. 1992년에 세워진 최초의 이륜차 물류회사의 이름이 ‘퀵서비스 주식회사’였는데, 여기서 ‘퀵서비스’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일찍부터 이륜차 물류가 발전했지만, 음식배달 산업의 태동은 2010년까지 기다려야 했다.

    오랫동안 생활물류 산업은 택배와 퀵서비스가 양분하고 있었다. 택배의 가장 큰 장점은 낮은 단가로 대규모 물량을 처리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러나 택배는 ‘허브-앤-스포크’(Hub-and-Spoke, 이하 ‘H&S’)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당일배송이 어렵고 익일배송이 일반적이다. 퀵서비스는 이런 틈새를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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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소규모 화물에는 ‘포인트-투-포인트’(Point-to-Point, 이하 ‘P2P’)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 퀵서비스가 제격이었다. 그러나 퀵서비스는 배송비가 높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TV 홈쇼핑과 대형마트 인터넷 쇼핑몰은 최초로 온라인쇼핑을 구현했다는 업적을 남겼다. 그리고 가격할인 사업모델을 통하여 반짝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취급상품의 품목이 너무 적다는 결정적인 한계점을 지니고 있었다.

    이런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새로 등장한 사업모델이 ‘인터넷 마켓플레이스’이다. ‘오픈마켓’이라고도 부른다. 1997년 등장한 ‘옥션’은 온라인 플랫폼에 많은 수의 소매점들을 입점시킴으로써 상품 다양화 전략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같은 해에 ‘G마켓’과 ‘11번가’도 오픈마켓 플랫폼을 열었다. 오픈마켓 플랫폼은 처음에 인터넷 기술을 토대로 건축되었지만, 뒤에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자 모바일폰 플랫폼을 증축하게 된다.

    한편, 2010년에 온라인 음식주문 플랫폼이 등장한다. ‘배달통’과 ‘배달의민족’이다. 이듬해에 ‘요기요’가 가세한다. 온라인 음식주문 플랫폼은 사업모델로 보자면 오픈마켓에 해당된다. 뿔뿔이 흩어져 있던 수많은 외식업체들을 하나의 오픈마켓에 불러 모은 것이다. 다만 그때까지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고 있던 음식배달 산업에 디지털 플랫폼 기술을 적용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주문중개 플랫폼은 때마침 불어 닥친 스마트폰 대중화에 힘입어 대박을 터뜨렸고, 수많은 배달대행 플랫폼을 파생시키게 된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메신저 플랫폼과 SNS 플랫폼의 폭발적인 성장을 가져왔다. 대중들이 ‘카카오톡’, ‘페이스북’, ‘밴드’, ‘유투브’, ‘인스타그램’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점점 더 늘어났다. 메신저와 SNS는 소매업자들에게 상품을 광고할 수 있는 새로운 판을 열어주었다.

    이런 기회를 낚아채면서 등장한 새로운 온라인쇼핑 사업모델이 소셜커머스이다. 모바일 미디어를 통하여 기획상품을 널리 광고하고, 구매자들을 대규모로 모아서 대량으로 공동구매를 할 경우 상품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었다. 2010년에 소셜커머스의 3대 강자 ‘티몬’, ‘위메프’, ‘쿠팡’이 거의 동시에 문을 열었다. 이어서 다양한 업종에서 수십 개의 소셜커머스가 생겨난다.

    그러나 소셜커머스의 전성시대는 짧게 끝난다. 그 이유로는 먼저 법률적 제약을 꼽을 수 있다. 오픈마켓은 통신판매중개업자로 분류되지만, 소셜커머스는 통신판매업자로 분류된다. 오픈마켓은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의 거래 공간을 제공할 뿐, 판매 상품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에 반하여 소셜커머스는 큐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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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션을 통해 직접 상품을 선별하기 때문에, 판매한 상품에 대해서 최종 책임을 져야 한다.

    소셜커머스가 반짝 성공으로 끝나고 만 더 큰 이유는 상품 다양성 부족에 있었다. 아무리 부지런히 기획을 해도 품목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소셜커머스 사업모델은 곧 시들해졌고, 살아남은 플랫폼들은 오픈마켓으로 전환하거나, 직매입 후 재판매하는 ‘사입재고’ 사업모델을 시도하게 된다.

    아무튼, 온라인쇼핑 플랫폼의 폭발적 성장은 택배산업의 폭발적 성장으로 이어졌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국내 택배시장의 물동량은 1998~2018년 동안 45배 가까이 성장했다. 2018년 물동량은 25억4천만 개로서 전년대비 9.6% 증가하였다. 국민 1인당 평균 택배이용횟수는 49회이다. 택배산업 매출액은 5조7천억 원으로 전년대비 8.7% 증가했다.

    [그림 1-25] 택배 물동량 추이

    온라인쇼핑 산업이 택배 산업에 미치고 있는 영향은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쇼핑 플랫폼 하나가 택배회사 하나를 먹여 살리고 있다”고 말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이다.14)

    예컨대 2017년 G마켓은 1.8억 통의 택배물량을 쏟아냈는데, 이것은 같은 해 우체국 택배 물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G마켓(1.8억 통)과 옥션(1.1억 통)을 합친다면 롯데택배(2.9억 통) 또는 한진택배(2.8억)의 배송물

    14) 임형채/유정아, 2018, 온라인쇼핑 성장이 택배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고찰, 우정정보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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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표 1-4]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택배물량 산출

    쿠팡은 택배를 이용하지 않고 자체배송을 하고 있기 때문에 택배통계에 잡히지도 않는다. 쿠팡을 제외한 6대 온라인쇼핑 플랫폼(G마켓, 옥션, 11번가, 인터파크, 티켓몬스터, 위메프)에서 발생한 택배물량은 5.6억 통인데, 이것은 2017년 전체 택배물량 23.1억 통의 24.4%를 차지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새로운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택배산업의 성장속도가 온라인쇼핑 산업의 성장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18년 온라인쇼핑 시장은 전년대비 21.2% 성장했지만, 택배시장은 9.8% 성장하는데 그쳤다.

    [그림 1-26] 온라인쇼핑 및 택배 시장의 성장률 추이

    이처럼 택배의 성장률이 온라인쇼핑의 성장률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택배 바깥으로 새나가는 물량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판매된 상품들이 택배가 아니라 직배송, 퀵서비스 등을 통하여 배송되는 몫이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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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쿠팡의 로켓배송 하루 출고량은 2019년 6월에 2백만 통에 도달하였다

    고 한다. 분기당 1.8억 통을 직배송으로 처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쿠팡의 직배송 물량은 택배산업 시장점유율 2위와 3위를 다투고 있는 롯데택배와 한진택배의 물량을 합친 규모에 해당된다.

    지금까지는 온라인쇼핑 플랫폼들이 택배산업의 성장을 이끌어왔다면, 앞으로는 택배산업의 쇠락을 이끌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유통플랫폼 회사들이 ‘물류 내재화 사업모델’을 추진하는 만큼 택배 회사들의 물량은 줄어들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쿠팡의 성장률에 반비례하여 택배 시장 물동량 성장률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15)

    5-2. 배송 전쟁

    오늘날 생활물류 산업의 폭발적 발전을 가리키면서 ‘배송 전성시대’라는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배송 전쟁’이라는 말도 자주 들을 수 있다.

    온라인쇼핑의 시대가 열리고 20년 정도 지나면서 시장은 점점 더 레드오션으로 변해갔다. 수많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이곳에 뛰어들었고, 수많은 스타트업이 이곳에서 뜨고 졌다. 대박이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 곳에는 곧 수많은 추적자들이 몰려들었다. 제조업에서는 노하우가 오랫동안 독점될 수 있다. 뻔히 보면서도 쉽게 모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여 디지털 플랫폼의 노하우는 모방하기 쉽다. 모방하는 데 많은 자본이 들지도 않고, 긴 개발기간이 요구되지도 않는다.

    노다지를 건져올리던 온라인쇼핑의 푸른 바다는 금방 아귀다툼의 붉은 바다로 변해갔다. 가격할인 사업모델도 금방 유사품이 나왔고, 상품다양화 전략도 금방 모방품이 나왔다. 새로운 사업모델, 새로운 전략이 요구되었다. 2010년대 중반에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른바 ‘배송전쟁’이 터져나온 원인을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오늘날의 소비자들에게 배송품질은 상품가격 또는 상품다양성보다 더 중요한 선택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택배처럼 문 앞까지 배달해주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좀 더 빠르게, 좀 더 원하는 시간에 맞추어서, 좀 더 친절하게 배달해준다면 - 거기에다 반품 절차도 수월하다면 - 가격이 조금 더 비싸더라도 상관없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15) SK증권 산업분석 2019-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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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변화의 흐름을 가장 먼저 읽어내고 거기에 용감하게 올라탄 온라인쇼핑 플랫폼으로는 쿠팡을 꼽을 수 있다. 2014년, 쿠팡은 ‘로켓배송’을 런칭하면서 배송차별화 전략을 시도하였다. 이 전략은 대박을 터뜨렸고, 쿠팡은 단숨에 온라인쇼핑 최대기업으로 날아올랐다. 쿠팡의 뒤를 이어 수많은 경쟁자들이 ‘○○배송’을 내놓게 된다. 당일배송, 총알배송, 무료배송, 새벽배송, 안심배송, 스마일배송… 배송전쟁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온라인쇼핑 플랫폼들이 배송전쟁에 휘말리면서 생활물류 시장도 요동치기 시작한다. 그 전까지는 온라인쇼핑이 낳은 물동량을 택배가 거의 독차지하고 있었다. 오픈마켓에 입점해 있는 업체들은 대부분 소규모 사업자들이었으며, 직접 배달까지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택배회사에게 그것을 위탁하였다. 이처럼 ‘제3자물류(3PL)’를 선택한 대가로 배송품질은 희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흐름을 거부하면서 쿠팡은 직배송을 선언하였다. 직배송을 통하여 배송품질을 향상시킨다는 전략을 채택한 것이다. 그러자 택배회사들이 화물운송법을 내세우면서 쿠팡의 전략을 저지하고 나섰다. 그때까지 쿠팡은 유통사업자였지 물류사업자가 아니었다. 유료로 제3자의 화물을 배송하면 위법이었다.

    직배송 전략을 관철시키기 위하여 쿠팡은 사업모델을 바꾼다. 상품을 직매입한 뒤에 다시 판매하는 ‘사입재고’ 사업모델을 채택한 것이다. 법원은 ‘사입재고-직배송’이 화물운송법을 위배하지 않는다면서 쿠팡의 손을 들어주었다.

    2014년부터 쿠팡은 로켓배송을 성공시키기 위하여 ‘쿠팡맨’이라는 직배송 인력을 수천 명 직고용하였다. 수천 대의 배송차량도 갖추었다. 엄청난 자본이 들어갔지만, 소득은 그보다 더 컸다. 쿠팡맨들은 기존의 배송업체들이 제공해오던 배송품질과는 질적으로 확연하게 구분되는 배송품질을 창출하였다. 쿠팡맨들의 빠르고, 친절하고, 감성을 자극하는 배송은 금세 입소문을 타고 널리 퍼져나갔다. 쿠팡을 찾는 소비자들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그에 비례하여 플랫폼의 네트워크 효과도 폭발적으로 커져갔다. 로켓배송의 대박 성공은 배송전쟁을 터뜨리는 신호탄으로 되었다.

    배송전쟁은 오늘날 생활물류 산업의 판도를 빠르게 뒤집고 있다. 지금까지 유통업자와 물류업자 사이에는 역할분담과 이익분점의 균형이 유지되어 왔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유통업자가 배송업무를 물류기업에게 맡기는 대신 직접 장악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물류의 내재화 전략’이다. 2010년에는 운송의 전체 단계를 관리하는 유통업자의 비중이 7.4%에 불과했지만, 2014년에는 벌써 57.1%까지 높아지게 된다.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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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27] 국내 화주기업의 운송관리 방식 변화

    물류를 내재화하는 사업모델을 채택할 때 쿠팡은 아마존을 모방하였다. 모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물류를 내재화 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풀필먼트’(fulfillment) 사업으로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그와 함께 배송전쟁도 점점 더 가열시키고 있다.

    [그림 1-28] 아마존 풀필먼트센터

    아마존이 처음 도입한 풀필먼트 센터는 아마존 오픈마켓에 입점한 소매업체들

    16) 현대경제연구원 VIP리포트 (통권 707호), 2017,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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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물류업무 일체를 대신 수행해주고 있다. 여기에는 재고확인, 주문처리, 집화 및 배송, 고객응대, 심지어 반품과 관련된 모든 활동이 포함된다. 아마존 풀필먼트 센트는 입점업체들의 물류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배송품질을 높여주고 있다. 그럼으로써 입점업체들의 경쟁력과 플랫폼의 경쟁력을 동시에 향상시켜주고 있다.

    이처럼 온라인쇼핑 시장의 발전과 더불어 진행되고 있는 배송전쟁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 이유는 그것이 생활물류 노동자들의 고용형태와 노동과정의 변화로 직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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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장. 생활물류 산업의 플랫폼 노동

    1. 택배 : 노동과정의 파편화1-1. 택배노동자 고용형태1-2. 노동과정과 스마트폰1-3. 일자리를 일거리로 쪼개기 : 와사비택배

    2. 직배송 : 진격의 쿠팡플렉스2-1. 쿠팡의 위력 : 양면 네트워크 효과2-2. 쿠팡의 사업모델 : 유통-물류 융합 플랫폼2-3. 쿠팡맨 : 직고용-직배송2-4. 쿠팡플렉스 : 일반인 직배송

    3. 퀵서비스 : 퀵에서 퀵퀵으로3-1. 토착 플랫폼의 형성과 발전 : 인성데이타3-2. 토착 플랫폼의 여러 가지 갑질3-3. 실패한 도전자 : 날도(Naldo)의 약점4-4. 새로운 도전자 ① : 원더스의 절충 전략 3-5. 새로운 도전자 ② : 퀵퀵의 플랫폼 노동 전략

    4. 배달대행 : 플랫폼 노동의 새로운 노다지4-1. 음식배달 산업의 짤막한 역사4-2. 음식배달 플랫폼의 구조4-3. 배달대행 노동의 규모와 유형4-4. 우버이츠 : 플랫폼 노동의 선구자

    5. 플랫폼 노동 엿보기 소결

    [부록] 쿠팡플렉스의 진격1) 채용2) 직무교육3) 노동과정4) 업무지휘감독5) 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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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택배 : 노동과정의 파편화

    3-1. 택배노동자 고용형태3-2. 노동과정과 스마트폰3-3. 닮은 듯 다른 : 시니어택배 대 와사비택배

    온라인쇼핑 플랫폼의 발전과 더불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배송전쟁은 생활물류 노동자들의 고용형태와 노동과정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생활물류 산업에서 발생하고 있는 플랫폼 노동을 확인하기 위하여 지금부터 몇 가지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기로 하자.

    1) 택배 - 와사비택배2) 직배송 - 쿠팡플렉스3) 퀵서비스 - 퀵퀵4) 배달대행 - 우버이츠

    1-1. 택배노동자 고용형태

    온라인쇼핑 산업의 폭발적 성장에 힘입어 택배산업도 폭발적으로 성장하였고, 그와 더불어 택배노동자 수도 크게 늘어났다. 택배기사의 고용형태는 계약 유형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첫째, 택배회사 또는 택배대리점에 직접 고용된 유형. 둘째, 택배대리점과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개인사업자로 일하는 유형.

    첫 번째 유형의 택배기사는 임금노동자에 해당되며, 두 번째 유형은 특수고용노동자에 해당된다.

    오늘날 대다수 택배회사들(예컨대 CJ대한통운, 롯데, 한진, 로젠 등)은 특수고용 택배기사를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택배대리점을 시켜서 2년 기한의 위탁계약을 체결하면서 배송 구역과 건당 수수료를 결정한다. 택배기사로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개인차량을 확보한 뒤 개인사업자 등록을 하고, 택배대리점을 통하여 택배회사로부터 물류처리 ‘개인코드’를 부여받아야 한다.

    예외적으로 일부 택배회사들(예컨대, 경동택배, 일양택배 등)은 직접고용 월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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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택배기사를 사용하고 있다. 차량은 기본적으로 회사에서 제공해주고 있으며, 공휴일에는 휴무를 보장하고 있다.

    택배노동자들의 고용형태는 이른바 ‘신자유주의 유연화’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다. 1990년대 초반에 택배산업이 처음 등장하던 무렵에는 택배회사들이 택배기사들을 직접 고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1997년 IMF 금융위기 이후 택배산업의 고용형태에 큰 변화가 찾아온다. 대부분의 택배회사들이 직고용을 특수고용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그와 동시에 택배회사들은 그때까지 직영으로 운영해오던 지점 또는 영업소도 위탁계약 형태의 대리점으로 전환시켰다. 그 결과 택배노동자들은 임금노동자에서 개인사업자로, 다시 단층계약 개인사업자에서 중층계약 개인사업자로 신분이 변하게 된다.17)

    [그림 2-1] 택배기사 계약변화의 과정

    택배회사는 택배대리점과 위탁계약을 맺음으로써 영업책임과 노무관리를 대리점에게 떠넘기고 있다. 대리점은 자신의 책임과 비용으로 택배기사 및 대체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택배기사들의 4대보험도 대리점 명의로 가입해야 한다.

    대다수 택배대리점은 매우 영세한 편이다. 고용규모는 보통 10명 내외이며, 많으면 20~30명 정도이다. 5인 미만인 곳도 적지 않다. 이런 영세성 때문에 대리점주들은 택배기사들에게 택배수수료 외에도 이런저런 명목으로 대리점운영비를 요

    17) 조돈문 외(2015), 민간부문 비정규직 인권상황 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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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하는 경우가 많다. 택배기사들은 저마다 한 택배회사 화물만 처리하고 있다. 한 택배기사가 여러

    택배회사와 복수계약을 체결한 뒤 그때그때 옮겨 다니면서 택배물량을 선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달리 말해서, 택배기사들은 저마다 하나의 택배회사에 전속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대다수 택배기사들은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노동하고 있다. 부업 또는 파트타임으로 택배노동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달리 말해서, 택배기사는 풀타임 전업노동을 수행하고 있다.

    비록 대다수 택배기사들이 택배차량을 생산수단으로 소유하고 있지만, 그 때문에 택배기사들의 경제적 종속성이 낮다고 보기는 어렵다. 택배업체는 배송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정하고 있는데, 지난 10년 동안 거의 인상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1-2. 노동과정과 스마트폰

    택배기사는 주로 배송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집하업무의 일부를 담당하기도 한다. 배송업무는 배송지시서 확인, 운송장 확인, 화물 상차, 운전, 화물인계 순서로 진행된다.

    택배회사 또는 택배대리점은 택배기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있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보자면 택배기사의 노동과정을 통제할 수 없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는 전보다 더 세밀하게 지휘감독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깔려 있는 택배기사용 앱은 택배대리점 또는 택배회사에게 훌륭한 노동통제 도구로 작동한다. 오늘날 스마트폰 없이 일하는 택배기사는 없다.

    택배기사들은 스마트폰의 위치정보 제공에 동의해야 하며, 위치정보를 ON 상태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택배기사들은 업무진행 단계마다 정보를 입력해야만 한다. 겉으로 보기에 택배회사와 대리점은 택배기사의 노동과정에 대하여 전혀 통제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노동과정의 매우 세밀한 부분까지 파악할 수 있으며, 필요할 때마다 세밀한 지휘감독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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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2-2] 택배기사의 스마트폰

    CJ대한통운택배 전주 모 대리점, 2016년

    1-3. 일자리를 일거리로 쪼개기 : 와사비 택배

    ‘와사비’는 2018년 3월에 발생한 이른바 ‘다산 신도시 택배전쟁’을 계기로 탄생한 스타트업 물류 플랫폼이다. 이 전쟁이 아직 한창 진행 중이던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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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뵤코리아’는 회사를 설립하고 ‘와사비’ 앱을 출시한다. 그리고 다산 신도시 지역 택배회사 한 곳과 60개 물량을 계약하면서 사업을 시작한다.

    ‘공유택배’를 표방하고 나선 와사비 플랫폼은 2019년 2월 현재 전국적으로 5만 세대를 관할하면서, 하루 5천 개, 한 달 10만 개의 물량을 처리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지금도 여러 택배회사들에서 제휴 요청이 들어오고 있어서, 지금처럼 간다면 조만간 대규모 아파트단지는 대부분 와사비 관할지역으로 포섭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를 아뵤코리아 대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택배기사 확보 전쟁입니다. 일이 힘든데 차량구입 부담까지 있어서, 기사들이 계속 줄고 있거든요. 브로커에게 웃돈 줘가며 찾아도 못 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택배 물량은 늘고 있습니다. 택배는 늘고 기사는 줄고, 물량과 기사 사이에 간극이 엄청 큽니다.”18)

    와사비 플랫폼은 전형적인 노동서비스 플랫폼에 속한다. 노동력 소비자는 택배회사 또는 택배대리점이며, 노동력 공급자는 아파트 단지 내 주민이다. 택배회사 또는 택배대리점은 플랫폼 이용료와 수수료를 낸다. 이용료는 기본요금이고, 수수료는 배송 건당 매겨진다. 와사비는 특정 택배회사에 전속될 필요가 없으며, 아파트 단지 내 배송을 아웃소싱하려는 모든 택배회사 대리점을 소비자로 가질 수 있다.

    단지 내 배송의 노동과정은 세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택배기사가 아파트 택배거점에 한 무더기의 화물을 내려놓고 떠난다. 이처럼 택배화물을 서버터미널에서 인수하여 아파트단지 거점까지 배달하는 사람을 와사비는 ‘점프’라고 부르고 있다. 점프는 와사비 앱을 통하여 단지 내 배송담당자를 호출하여 화물 도착 사실을 알려준다.

    단지 내 배송은 다시 두 단계로 나누어져 있다. 첫 번째 단계는 아파트단지 거점에 쌓여 있는 화물을 동별로 분류하여 동별 거점까지 운반하는 작업이다. 동별 거점은 흔히 아파트 지하 주차장 승강기 입구로 정해져 있다. 이 작업을 수행하는 사람을 ‘쏠트’라고 한다. (영어로는 ‘sort’라고 쓰고 있다.) 쏠트는 와사비 앱을 통하여 동별 배송담당자들을 호출한다.

    두 번째 단계는 동별 거점에 쌓여 있는 화물들을 하나씩 수취인의 현관 앞까지 배달하는 작업이다. 이 작업을 맡는 사람을 ‘리프트’라고 한다. 와사비 앱을 통

    18) 디캠프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블로그, 2019-02-27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dcampdev&logNo=221476097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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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여 호출된 리프트는 승강기를 오르내리며 화물을 수취인에게 전달해준다.

    [그림 2-3] 와사비 택배 개념도

    출처 : 와사비 웹사이트

    쏠트는 건당 150 원, 리프트는 건당 350 원의 배달료를 받는다. 평균 노동시간은 쏠트가 40분, 리프트는 1시간 30분 정도이다. 근무자의 70~80%는 입주민 주부이며, ‘운동 삼아 일한다’는 노인들도 많다. 근무자 평균 한 달에 열흘 정도 일거리가 발생하고 있다. 신청자가 넘치기 때문에, 먼저 콜을 받는 사람이 일거리를 가져가는 이른바 ‘전투콜’이 통용되고 있다.19)

    와사비 플랫폼은 택배노동이 다시 한 번 파편화되고 있는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통상적으로 택배기사의 노동과정은 서브터미널에서 화물을 인수하는 데서 시작하여 화물을 수취인에게 전달하는 데서 끝난다. 와사비 플랫폼은 택배기사 한 사람이 수행해오던 노동과정을 다시 세 단계로 분할하여 세 사람에게 나누

    19) 디캠프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블로그, 2019-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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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주고 있다. 한 사람의 일자리를 세 사람의 일거리로 쪼개고 있는 것이다. 노동과정의 파편화는 흔히 기계의 투입을 위한 준비단계 역할을 한다. 와사비

    플랫폼은 배달로봇 또는 배달드론이 전면적으로 투입될 수 있는 가능성을 현실로 앞당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와사비의 리프트가 맡고 있는 노동과정은, 기술적으로 볼 때, 배달로봇 또는 배달드론이 가장 처리하기 어려운 노동과정에 해당된다. 그에 반하여 점프와 쏠트의 노동과정은 배달로봇 또는 배달드론이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장차 수많은 배달노동자들의 일자리는 어떻게 될까?

    [그림 2-4] 와사비 택배와 택배 로봇 비교

    와사비 쏠트 교육동영상 캡쳐

    2018년 12월부터 미국 애리조나 주에서 시험운행에 들어간 무인배송로봇 ‘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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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직배송 : 진격의 쿠팡플렉스

    2-1. 쿠팡의 위력 : 양면 네트워크 효과2-2. 쿠팡의 사업모델 : 유통-물류 융합 플랫폼2-3. 쿠팡맨 : 직고용-직배송2-4. 쿠팡플렉스 : 일반인 직배송

    2-1. 쿠팡의 위력 : 양면 네트워크 효과

    한국의 온라인쇼핑 시장에는 아직 춘추전국시대가 계속되고 있다. 고만고만한 플랫폼들이 도토리 키재기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반하여 미국과 중국에서는 이미 절대강자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태이다. 아마존은 미국 온라인쇼핑 시장의 50%를 지배하고 있으며, 알리바바는 중국에서 77%를 장악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조만간 절대강자가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으며, 쿠팡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제시되고 있다.

    [그림 2-5] 온라인쇼핑 시장 점유율 국제 비교 (2018년)

    쿠팡은 2010년에 소셜커머스 사업자로 시작하였지만, 2017년에 소셜커머스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 지금은 온라인쇼핑 사업에 물류 사업을 융합하여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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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 유통·물류 사업자로 변신해나가고 있다. 2019년 현재 ‘주식회사 쿠팡’은 3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배송을 담당하는 ‘쿠팡 로지스틱서비스’, 물류창고를 담당하는 ‘쿠팡 풀필먼트서비스’, 그리고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을 담당하는 ‘주식회사 떠나요’이다.

    쿠팡의 지배구조는 장막에 가려져 있다. ‘쿠팡엘엘씨(LLC)’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쿠팡은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주주 구성을 보고할 의무가 없다. 쿠팡LLC는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미국법인이며, 쿠팡은 쿠팡LLC의 한국 지점인 셈이다.

    2015년 ‘손정의-소프트뱅크’가 쿠팡에 10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쿠팡LLC 지분21.8%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손정의-소프트뱅크는 쿠팡LLC 지분 전량을 7억 달러에 ‘비전펀드’에 팔아넘겼다. 같은 해 비전펀드는 추가로 20억 달러를 쿠팡에 투자하면서 쿠팡LLC 지분을 확대하였다. 현재 비전펀드가 쿠팡LLC 지분의 60% 정도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표 2-1] 쿠팡 투자유치 현황

    쿠팡은 불과 수년 만에 한국 온라인쇼핑 시장에서 최대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2018년 현재 쿠팡의 온라인쇼핑 사장 점유율은 대략 10% 쯤 된다. 2017년 재고자산 회전율은 매출액 기준으로 12.3을 기록하고 있다. 대략 29.7일에 한 번 꼴로 상품이 순환되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쿠팡은 수년 동안 온라인쇼핑 기업들 중 최대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15년부터 3년 연속으로 5천억 원이 넘는 대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쿠팡은 이것을 ‘계획된 적자’라고 주장하면서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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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2-6] 이커머스 매출 및 영업이익

    아무튼, 쿠팡은 성장에서도 적자에서도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쿠팡의 진정한 위력은 실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있다. ‘모바일인덱스’를 통하여 먼저 쿠팡의 소비자 측면 네트워크 규모를 가늠해보자.

    [그림 2-7] 대한민국 Top 5 쇼핑앱 사용자 분석

    쿠팡은 앱 다운로드 수, 일간 사용자 수, 월간 사용자 수 등 모든 지표에서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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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핑앱들 중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8년 11월 현재 쿠팡 앱을 다운로드 한 스마트폰의 수는 2천만 대가 넘는다. 하루 사용자 수만 해도 3백만 명이 넘으며, 월간 사용자 수는 1천만 명에 달한다. 나머지 쇼핑앱들은 쿠팡의 절반 정도 수준에서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치열한 경쟁 중이다.

    쿠팡은 유료회원 우대서비스 제도를 도입하여 충성고객 층을 넓혀나가고 있다. 2018년 10월 쿠팡은 ‘로켓와우클럽’이라는 유료회원제를 시작했다. 클럽에 가입해서 매월 2,900원의 회비를 내면 로켓배송 상품은 가격에 상관없이 무조건 무료로 배송해준다. 그뿐만 아니라 반품 절차도 매우 간소화시켜서, 로켓배송 상품은 30일 이내에 무료로 반품이 가능하다. 로켓와우클럽은 2019년 3월, 출시 불과 5개월 만에, 가입자 수가 16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편, 외부공급자 네트워크의 규모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한 가지 지표로 보유 상품 품목수(Stock Keeping Unit, SKU)를 꼽을 수 있다. 2019년 현재 쿠팡의 로켓배송(직매입) SKU는 511만 개이다. 그 중 식품 품목수는 12만개, 신선식품 품목수는 8천2백 개이다. 그에 비하여 대형 마트의 일반적인 품목수는 8~10만 개 수준이며, 그 중 신선식품 품목수는 2.8~3만 개 수준이라고 한다.

    [그림 2-8] 쿠팡 로켓배송 품목수

    쿠팡은 다양한 쇼핑채널을 개발하여 외부 공급자 네트워크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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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신러닝을 활용한 상품추천 기능

    쿠팡의 자체기술로 설계한 머신러닝을 활용한 상품추천 기능은 고객이 미

    처 깨닫기도 전에 고객이 필요로 하는 상품을 추천한다. 고객들의 사용 패턴

    데이터를 머신러닝 기술로 학습해 앞으로 고객이 필요로 할 것으로 예측되는

    최상의 상품을 추천한다. 이 기능을 통해 올해 3분기에만 약 500만개의 상품

    이 고객들의 장바구니에 담겼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는 빅데이터

    수천만명의 쿠팡 고객들로부터 수집된 빅데이터는 고객이 상품 검색을 시

    작할 때 빛을 발한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빠르게 파악하고, 분석하여 단시간

    에 맞춤 상품 결과를 선보인다. 쿠팡의 데이터 플랫폼은 매일 3억 건 이상의

    상품 검색 결과를 눈 깜박할 사이에 고객에게 제시한다.

    수백만 개의 셀렉션과 이를 단 몇 시간 만에 처리하는 물류인프라

    쿠팡의 배송 중 밤 10시에서 12시 사이에 하루 주문의 1/3 정도가 몰린

    ● 2017년 4월, 해외직구서비스 ‘로켓직구’ 출시● 2018년 10월,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 ‘로켓프레시’ 출시

    1주일 만에 15만명 가입● 2019년 8월, 음식배달서비스 ‘쿠팡이츠’ 출시

    쿠팡이 짧은 시간 안에 온라인쇼핑 시장의 모든 경쟁자들을 제치고 최대매출 사업자로 급성장한 비결은 ‘로켓배송’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쿠팡의 진짜 성장 비결은 정보기술의 우위에 있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빅데이터 처리 능력에서 쿠팡의 핵심 경쟁력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쿠팡도 자신을 ‘유통기업’ 또는 ‘물류기업’이 아닌 ‘IT기업’이라고 자처하고 있다.

    쿠팡은 연구개발(R&D)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2014년 5월, 쿠팡은 미국 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 회사 ‘캄씨’를 인수했으며, 미국 실리콘밸리와 시애틀, 중국 상하이 등에 연구개발센터를 두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자회사 ‘떠나요’를 두고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을 모집하고 있다.

    2018년 손정의-비전펀드 투자 설명회를 할 때 쿠팡이 기자들에게 배포한 자료를 보면, 쿠팡은 “독보적인 자체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 직원 중 40%가 개발자”라고 한다. 이 자료가 소개하는 몇 가지 기술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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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400만 개의 로켓배송 상품을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에 주문해도 이르면

    다음날 오전 중으로 단 몇 시간 만에 배송이 완료된다.

    풀필먼트센터를 움직이는 숨은 테크놀로지, 랜덤스토우(Random Stow)

    각 상품별로 정해진 공간에 배치하던 기존의 물류시스템에서 벗어나 한정

    된 공간을 최대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각 상품의 입출고 시점을 예측한 데이

    터와 저마다 다른 400만 종 상품의 사이즈, 주문된 상품을 피킹하는 인력의

    동선 등을 모두 고려하여 시스템이 각 상품의 배치 공간을 지정한다. 언뜻 무

    질서해 보이는 진열대 안에는 가장 효율적으로 물류 시스템을 움직이는 쿠팡

    의 자체 기술력과 고도의 알고리즘이 담겨있다.

    2-2. 쿠팡의 사업모델 : 유통-물류 융합 플랫폼

    2010년대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온라인쇼핑 시장은 플랫폼들 사이의 차별성이 사라지고 가격 요소만 존재하는 레드오션이 되었다. 2014년 쿠팡은 ‘로켓배송’을 도입하면서 다른 플랫폼들과의 차별화를 시도한다. 쿠팡은 자신의 직매입-직배송 사업모델을 ‘모바일 다이렉트 커머스’라고 부르고 있다. 2017년 쿠팡은 소셜커머스 사업에서는 완전히 손을 뗀다.

    쿠팡의 사업모델은 아마존의 사업모델을 모방하고 있다. 아마존처럼 쿠팡도 두 가지 차별화 전략을 채택하여 대박 성공을 거두고 있다.

    1) 직배송을 통한 배송품질 차별화2) 엄청난 상품 품목을 갖추는 상품다양성 차별화

    아마존처럼 쿠팡은 직매입 후 재판매하는 ‘사입재고’ 사업모델을 구현하고 있는 국내 최초의 이커머스 기업이다. 그리고 직매입-직배송 사업모델을 통하여 차별화에 성공한 유일한 이커머스 기업이다.20)

    온라인쇼핑 사업자는 전형적인 플랫폼 사업자이다. 그리고 플랫폼 사업의 핵심적인 경쟁력은 양면 네트워크 효과에 있다. 2019년 현재 쿠팡은 국내 온라인유통 플랫폼들 중 가장 큰 양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쿠팡은 양면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하여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쿠팡이 네트워크 효과를 강화하기 위하여 도입하고 있는 전략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꼽을 수 있다.

    20) 삼정KPMG Issue Monitor, 98호, 20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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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료회원 우대서비스를 통한 충성고객 확보2) 쇼핑채널 큐레이션을 통한 상품 다양화 3) 간편결제시스템을 통한 원스탑 쇼핑 4) 물류센터 확장과 직배송을 통한 배송품질 차별화

    네 가지 전략 중 세 가지는 다른 대다수 온라인쇼핑 플랫폼들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자체 물류센터를 갖추고 직배송을 할 수 있는 물류 플랫폼을 갖춘 곳은 쿠팡이 유일하다. 이런 점에서 쿠팡은 다른 온라인쇼핑 플랫폼들과의 차별화에 성공하고 있다.

    직배송 전략을 통하여 쿠팡은 유통·물류 산업에서 시장파괴자로 등장하였다. 유통·물류 산업의 오래된 업무분점 관성을 깨뜨리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제시하여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직매입-직배송 사업모델을 구현하자면 엄청난 자본이 요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