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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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경제 위기와 총파업, 그리고 건강 고깃집에서도 폐암이? 행복과 통근시간 어느 국공립 어린이집 교사 이야기 통권 136호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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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경제위기와 총파업, 그리고 건강 노동시간에세이 : 행복과 통근시간 안전보건활동참고서 : 뇌심혈관질환 산재신청 기획 : 철도노조 서울차량지부, 작업중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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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경제 위기와 총파업, 그리고 건강

고깃집에서도 폐암이?

행복과 통근시간

어느 국공립 어린이집 교사 이야기

통권 136호 2015년 5월

한국

노동

안전

보건

연구

ww

w.kilsh.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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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원 쟁취 500만 서명운동

http://nodong.org/up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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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파업 등 노동자들의 직접 행동을 통해 세상을 바꾸자고 선동하던 세

계산업노동자연맹의 조직가인 조지프 에터가 했던 말입니다. 총파업이 무장 봉

기보다도 더 강력하고 효과적인 무기라는 이들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

더라도, 노동자의 파업이 자본주의의 수레를 잠시라도 멈출 수 있는 가장 강력

한 수단임에는 틀림없습니다.

2015년 4월 24일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있었습니다. 27만 명이 그 날 파업에 참

여했다고 하지만, 총파업이라는 말이 무색하기도 합니다. 노동조합 조직률이

10%도 안 되는 나라에서, 그 10%의 노동자마저 한꺼번에 손을 놓지 못하는 총

파업으로 자본과 정권에 어떤 위협이 될 수 있을지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파상

파업이 계속된다고 하지만, 노동시장 구조 개악 저지나, 공적 연금 강화를 이룰

수 있을지 회의감을 누르기 어렵기도 합니다.

1905년 결성되어 “파업은 계급전쟁에서 단순한 사건에 지나지 않는다. 파업은

노동자들이 일치된 행동을 하기 위해 스스로를 단련하는 과정에서 거치는 시험

이자 주기적인 훈련일 뿐이다.”라고 파업 투쟁 너머를 설명했던 세계산업노동자

연맹은 전체 산업의 모든 노동자가 성별이나 인종, 숙련도에 따라 분열되지 않

는 거대 단일 노동조합을 조직하는 일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2015년 대한민국에서도 민주노총 조합원을 넘어서는 조직화, 더 많은 민중이 함

께 하는 더 넓은 파업 투쟁이 필요합니다. 4월 24일에 시작한 민주노총 파업 투

쟁도 이렇게 더 넓은 파업 투쟁을 위한 디딤돌을 놓고, 우리가 단결된 행동을

하기 위해 스스로 그리고 서로 단련하는 과정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회의

감에도 불구하고, 회의감을 솔직히 털어놓으며 현장을 조직하고 실천을 도모하

는 과정이 뜨거운 5월, 6월을 만들어가기를 바랍니다. 만국의 노동자가 단결하

는 오래된 꿈을 위해, ‘일터’도 함께 하겠습니다.

독자에게

팔짱을 끼고

세상을 마비시키자

만일 세계의 노동자들이 승리하고자 한다면, 그들이 해야 할 일은 그들 자신의 연대

를 인식하는 것뿐이다. 노동자들은 팔짱을 끼고 전 세계가 마비되게 만드는 일 말고

는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 노동자들이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기만 하면 자본가들의

재산을 모두 합한 것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세계산업노동자연맹, 조지프 에터 (하워드 진, 미국민중사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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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특집

경제 위기와 총파업, 그리고 건강

경제위기는 노동자 건강을 위협한다. 자본의 위

기에 맞서 노동자들은 몸과 삶을 지키기 위해

투쟁해왔다. 2015년 총파업 투쟁을 맞아 경제위

기와 총파업 그리고 노동자건강의 역사를 되돌

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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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경제 위기와 총파업 그리고 건강

경제 위기와 총파업 그리고 건강

96·97 총파업이 2015 총파업에게

투쟁은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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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고깃집에서도 폐암이?

지키고 되살리자, 작업중지권

철도노조 서울차량지부

시간의 재구성_노동시간 에세이

행복과 통근시간

문화읽기

창작하는 사람의 문화읽기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저성과자라고 낙인찍으면 해고가 가능하다?

일터 다시 보기

'일터'와 일터 사이

이러쿵저러쿵

어느 국공립 어린이집 교사 이야기

가로세로 퀴즈로 본 일터

독자에게

차례

노동안전건강뉴스

지금 지역에서는

'현대중공업', 2015 울산지역 최악의 살인기업

달려라 건강권, 날아라 노동자

의료공공성 지키는 파업투쟁이

노동자 건강권도 지킵니다

안전보건활동 참고서

뇌심혈관질환 산재신청

현장의 목소리

신종 노조파괴 공작, 위장취업까지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그룹운동(GX) 트레이너, 하지윤씨

연구리포트

비밀의 시대를 끝내기 위하여

사진으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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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건강뉴스

'현대건설'

지난 10년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

지난 10년 동안 산재 사망 사고가 가장 많았던 기업이

'현대건설'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과 '세월호참사국민대

책회의'는 4월 1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015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열고, 2005∼2014년까지 10년간의

고용노동부 통계를 바탕으로 "가장 많은 노동자가 숨진

사업장은 현대건설"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

는 모두 2만2801명이며, 이 중 현대건설은 110명의 노

동자들이 일터에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나 지난 10년간

'최악의 살인기업'에 선정됐다.

현대건설에 이어 지난 10년간 산재사망이 많았던 사업

장은 대우건설, GS건설 순이었으며, 간접고용·고강도

노동으로 배달 중 교통사고가 많은 우정사업본부가 건설

사 세 곳의 뒤를 이어 4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캠페인단은 시민의 생명을 앗아간 기업(시민살인기

업) 5곳과 노동자 생명을 뺏은 기업(노동자살인기업) 5곳

을 각각 선정했고, 이들을 대상으로 1천502명의 시민들

이 투표를 통해 최악의 살인기업을 가렸다. 그 결과 세월

호 참사를 일으킨 청해진해운을 시민의 69%가 시민살

인기업으로 지목했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손상으로

140여명(환경보건시민센터 추산)의 생명을 앗아간 옥시

레킷벤키저(17.5%)는 2위로 선정됐다. 최악의 노동자 살

인기업에는 시민 46.7%로부터 지목받은 삼성전자가 뽑

혔고, 우정사업본부(26.9%)·현대중공업(12.1%)이 뒤를

이었다.

정리 장영우 선전위원, 서은실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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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또 사망사고

지난 4월 3일, 인천 동구 현대제철소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이 모씨가 용광로에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일

어났다. 제철소 작업장에서 연주 설비 가동 업무를 맡아

온 이 모씨는 이 날 쇳물 분배 작업 도중 1500~2000도

씨 가량의 쇳물이 담긴 용광로로 추락하였다.

4월 20일,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이 공단에서 받은

'재해조사 의견서'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개구부 등의 방

호 조치 미설치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노동자가 작업 중

추락할 우려가 있지만 체인만을 설치해 사용하고 있었으

며, 재해 당일에는 체인을 체인 고정걸이에 걸어놓지 않

은 상태로 작업해 래들(쇳물을 담는 용기) 덮개 대차 하

부의 공간에서 지금(래들에서 쇳물이 떨어지면서 흩어져

쇳물 분배기 주입구 주변에 굳은 것) 제거 작업을 하던

중 추락했다”고 밝혔다.

개구부 등의 방호 조치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

칙 43조 내용이다. 산업안전보건법 23조(안전조치) 3항

에 따르면 '사업주는 작업 중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

는 장소 등에는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공단은 재해예방 대책으로 "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통로의 끝 및 작업발

판이나 개구부)에는 안전난간, 울타리, 수직형 추락방망

또는 덮개 등의 방호 조치를 충분한 강도를 가진 구조로

튼튼하게 설치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2013년 당진공장에서만 10명이 산재로 사

망하는 등 안전사고가 잇따르는 사업장이다. 그해 말에

는 종합 안전관리 대책을 발표했고 부사장 2명과 전무 1

명의 사표를 수리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순천공장에서

도 사고가 일어났고, 올해 1월에는 당진공장에서 하청업

체 노동자가 레미콘 차량에 치여 숨졌다.

사고 발생 이후 계류 중인 ‘산업안전보건범죄의 단속 및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에 관심이 쏠렸다. 심상

정 정의당 의원이 2013년 6월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노

동자 사망사고에 대해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도 법에 규정된 안전조치를 하지 않

아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

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실

제로는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30% 이상이 무혐의 처리

되고, 징역형보다는 벌금형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아 실효

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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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건강뉴스

이천 하이닉스 공장

가스 누출 3명 사망

4월 30일 오후 12시 반쯤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SK 하

이닉스 내 신축 공장(M14) 옥상에 설치된 배기덕트(배기

장치 공기 통로·넓이 5㎡, 깊이 3m)에서 내부를 점검하

던 SK하이닉스 협력업체 직원 41살 서 모 씨, 43살 이

모 씨, 53살 강 모 씨 등 노동자 세 명이 질식해 근처 병

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숨진 노동자들은 신축 중인

13층 건물 8층의 환기 덕트를 시험 운전한 뒤 점검하던

중 가스가 새어 나오면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이들과 함께 작업 중이던 노동자 네 명도 두통을 호소

하는 등 경상을 입어 공장 내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긴급 브리핑을 열고,

숨진 노동자 유가족에게 죄송하다면서 사고 수습에 최선

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SK 하이닉스에서는 지난달에도 절연제로 쓰이는

지르코늄옥사이드 가스가 누출돼 13명이 경상을 입었으

며, 지난해 7월에는 D램 반도체 생산 과정에 이산화규소

가스가 누출돼 노동자 2명이 다쳤다. 이번 사고까지 최

근 1년 새 해당 공장에서는 유해물질 사고로 3명이 사망

하고 19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에 반올림, 알 권리 보장을 위한 화학물질 감시네트워

크는 5월 1일 긴급 성명을 통해 "이번 사고는 공사 기간

단축이 빚은 참사"라며 "시험 운전 일정을 무리하게 맞추

기 위해 압축공기를 사용하도록 설계된 스크러버 설비

에 질소를 대신 투입해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

혔다. 현장노동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M14 공장(크린룸) 오픈을 6월로 예정했다가 이를 한 달

앞당겨 5월 1일로 바꿨다고 한다.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

는 적정인력으로의 작업이 아니라 턱없이 부족한 인력에

공사 기간까지 단축하려다 보니 안정규정을 지킬 수 없

는 지경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노동·시민단체

는 안전규정을 지키지 못할 만큼 서두르게 한 SK하이닉

스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강조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이들은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들로서는 무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원청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바꾸지 않고, 바

꿀 힘이 있으면서도 바꾸지 않는 경영진과 원청사를 제

대로 처벌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미래에 또다시 똑같은

비극적 현실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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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만덕5지구

무분별한 강제철거, 석면 나와도 마구잡이 불법해체

부산의 대표적 재개발 지역인 만덕5 주거환경개선지구의

재개발과정에서 불법적인 석면슬레이트 해체 및 제거 작

업으로 발암물질 1급인 슬레이트 석면폐기물이 지속적

으로 방치되어 왔다는 사실이 지역주민들의 제보로 확

인되었다. 건물 철거가 완료된 부지 곳곳에서 석면슬레

이트 잔재 수십 개가 발견되었고, 심지어 어떤 부지의 경

우에는 석면슬레이트 지붕을 굴착기로 뜯어서 부서진 석

면 슬레이트와 땅바닥에 떨어진 석면 잔재들이 널브러져

있는 현장을 확인하였다.

2005년 부산시는 만덕 5지구를 주거환경 개선 사업지구

로 지정하고, 2007년 LH가 사업 시행자로 선정됐다. LH

는 2009년 주민들에게 보상 통고를 했지만 가격시점을

2011년 8월로 정해 턱없이 낮은 보상으로 생존권을 위협

하기에 충분했다. 이에 주민들은 "강제철거를 중단하라"

고 요구하고 있으나, LH 측은 주민 안전 대책 없이 지난

해 9월부터 철거 작업을 강행한 것이다.

만덕5지구에 강제철거가 진행되면서 석면이 함유된 슬

레이트 지붕이 마구잡이로 불법 해체되었다. 이에 만덕

공대위와 주민들은 북구청과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석

면 철거와 관련하여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는지 조

사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하면서, 작업 후의 석면농도기

준, 측정방법, 측정 결과의 내용에 대하여 증명자료와 함

께 정보공개를 청구한 바 있다. 그러나 북구청은 이와 관

련하여 '해당자료 없음'으로 답변을 하였으며 노동청은

'이상 없음'이라는 답변을 해 왔다.

이에 대해 만덕주민공동체, 부산석면추방공동대책위원

회, 만덕5지구 주거생존권 사수를 위한 부산지역공동대

책위는 4월 22일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석면문

제에 대한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철거공사를 중단하고

만덕5 주거환경개선지구 내에서 발생한 불법적인 석면철

거로 인하여 노출 피해가 우려되는 반경 2㎞ 이내 주민

들에게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또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는 부산고용노동청도 항의 방

문해 고발장을 접수하고 석면안전관리법 위반에 대한 행

정처분 및 작업중지권을 발동하라고 요구했다.

만덕5지구 철거 현장에 흩어져 있는 슬레이트 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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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는 4월 28일 현대중공업

을 ‘2015 울산지역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하였다.

지난 한 해 현대중공업에선 9명의 하청노동자가 중

대재해로 사망했는데 연달아 발생한 하청노동자의

죽음은 하나같이 가장 기본적인 안전조치를 했더라

면 막을 수 있었던 억울한 죽음들이었다. 현대중공

업은 상시적인 업무에 하청노동자를 대규모로 투입

하고 위험작업을 하청노동자들에게 대부분 떠넘겼

다. 그 결과 가장 열악하고 위험한 일을 하는 하청

노동자들이 연달아 사망했다. 더구나 원하청 계약

에서 금지된 다단계하도급인 물량팀을 대규모로 운

영하면서 물량팀 노동자들 역시 산재사망 피해자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하청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원청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현대중공업은 최

근 5년간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보험료를 955

억 원이나 감면 받았다.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와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가 2013년과 2014년 산

지금 지역에서는

현미향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

'현대중공업'2015 울산지역 최악의 살인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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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은폐 조사사업을 통해 현대중공업 산재은폐 216

건을 집단 고발한 사실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노

동자들은 산재를 당해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고

통스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원청은 산재은폐의 댓

가로 매년 수백억원을 감면받고 있는 것이다.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는 현대중공업을 최악

의 살인기업으로 선정하면서 하청노동자 산재사망

에 대한 현대중공업 원청의 책임을 분명히 묻고자

한다. 또한 노동자의 산재사망에 대해 수십만 원의

벌금으로 책임을 면해주는 솜방망이처벌 관행을 근

절하고 사업주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는 기업살인법

제정을 촉구하고자 한다. 그리고 산재사망이 반복

되는 현대중공업의 탐욕과 착취 구조, 하청노동자의

현실을 폭로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한다.

울산지역건강권대책위는 4월 28일 저녁 6시 현대중

공업 정문 맞은편에서 현대중공업 원, 하청노동자

와 지역 노동자 2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4·28 국

제산재사망노동자추모제와 2015 울산지역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가졌다.

참가자 대부분이 현대중공업을 울산지역 최악의 살

인기업으로 선정한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

았다. 추모제 참가자들은 하청노동자 9명이 중대재

해로 사망하여 사망자수자가 가장 많다는 점뿐만

아니라 하청노동자 사망이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

는 고용구조와 그동안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탄압과

무한 착취의 생생한 민낯을 알고 있기 때문에 소리

높여 현대중공업을 규탄하였다.

추모제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지난 4월 13일 세월호

참사국민대책회의 존엄안전위원회와 산재사망대책

마련 공동 캠페인단이 선정한 ‘2015년 최악의 살인

기업 제조업 부문 전국 1위’를 차지하였고 10년간

산재사망 50대 기업 중 산재사망 74명으로 5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한 번 공분을

사기도 하였다.

최근 현대중공업은 지난 1월부터 과장급 이상 사

무직노동자 1,000여명을 희망퇴직을 빙자하여 구조

조정을 진행하였다. 이에 희망퇴직을 거부한 사무

직 노동자들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일반직지회를

결성하여 투쟁하고 있다. 3월부터는 사무직 여사원

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역시 희망퇴직

을 거부한 사무직 여사원들이 현대중공업노조와

함께 투쟁하고 있다. 또 사내하청업체 폐업을 통해

하청노동자들을 무더기로 잘라내고 있다. 현대중공

업에선 석 달 사이 3,000명의 하청노동자들이 줄었

다. 이에 현대중공업 원, 하청노조가 하청노동자 노

동조합 집단가입운동을 준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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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건강권 날아라 노동자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4월 23일부터 무기한 파업

중이다. 돈벌이 성과급제 도입 반대가 핵심 주장이

다. 노동조합은 서울대병원이 지난 2013년 비상경

영 선포 당시, 환자의 진료비를 올려 74억 원의 수익

을 증대시키고, 저질재료 사용으로 88억 원의 비용

을 줄여 4개월 간 162억 원의 성과를 냈다는 사실

을 언론에 공개하고, 서울대병원이 공공의료기관으

로서 책임을 저버린 것에 대해 질타했다. 파업 투쟁

으로 분주한 서울대병원 노동조합 최은영 교육선전

부장을 농성장에서 만났다.

파업 때문에 정신 없는 중에도 최근 뇌심혈관질환

으로 두 건의 산재신청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간략히 사건을 소개해 달라.

한 건은 노동조합 활동도 함께했던 급식영양과 조

리사의 산재사례이다. 45세 남성이었고 지병도 없었

다. 서울대병원 급식영양과는 1,150여 명의 환자 식

사를 담당하고 있고, 실제 조리업무는 49명이 하고

있어 이전에도 업무 부담이 계속 지적돼왔다. 병원

이 지은 지 오래돼서 조리 공간이 협소하고 일하는

데 불편한 점이 많았다. 좁은 데서 일하다 보니 설

거지 시간에 소음이 너무 심각해 난청 환자가 20명

의료공공성 지키는 파업투쟁이노동자 건강권도 지킵니다

최민 선전위원장

이나 된다. 기구나 사람끼리 부딪치거나 넘어지는

사고도 잦은 편이다.

그런데 최근 외국인 진료 수익 때문에, 아랍 환자가

많이 늘었다. 환자가 많을 때는 서울대 병원 특실의

절반 이상이 아랍 환자로 채워지기도 한다. 그러면

서 급식영양과에는 아랍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할

랄식(아랍환자 식단)’ 조리업무가 새로운 부담이 돼

왔다. 망인은 아랍환자를 위한 ‘할랄식’ 조리업무를

도맡았다. ‘할랄식’ 조리는 한식 조리와 너무 달라서,

망인이 생전에 이태원 식당 등을 찾아다니며 조리

방법을 배우고 개발하기도 했다. 그래서 망인을 대

체할 인력이 없어 특근과 휴일 근무가 이어졌다. 이

때문에 노동조합은 인력 충원을 계속 주장해왔고,

2013년 병원 측도 인력을 충원하기로 합의했지만, 차

일피일 미루기만 하다 결국 사람이 죽어 나간 뒤에

야 실제로 인력을 늘리게 됐다.

다른 한 건은 유족들의 요청으로 자세한 내용을 공

유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이 건도 비상경영체제가

가동되면서 병원 업무는 증가하고 인력은 충원되지

않는 가운데 발생했다는 점은 확실하다. 병원에서

는 모든 문제를 비용으로만 본다. 특히 청소나 환자

이송, 급식과 등 지원 업무는 무조건 비용을 줄여야

하는 문제로만 생각한다. 병원이 이렇게 돈벌이에 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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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이 되는 현실에서 노동강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

고, 누구라도 죽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수사가

아니라, 실제로 목숨ㅇㄹ 위협받으며 일하고 있다.

뇌심혈관 질환은 노동강도, 구조조정과 직결되어 있

다는 것을 두 건의 뇌심혈관 질환 사망을 보면서 조

합원들, 간부들이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공공성

강화’를 내걸고 있는 지금 파업 투쟁과도 떼려야 뗄

수 없다. 병원의 공공성을 지키는 싸움이 노동자들

의 건강을 지키는 싸움이기도 한 것이다.

뇌심혈관질환 산재 신청과 사건 진행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어떤 것이었나?

자료 구하는 것부터 어려웠다. 휴일 근무를 얼마나

했는지, 시간외 근무가 얼마나 되는지, 야간근무는

얼마나 했는지 같은 가장 기본적인 자료마저 안 내

놓으려는 게 사측이다. 이러니 노동조합 없이 재해

자 혼자 혹은 그 가족이 산재 신청을 제대로 진행

할 수가 없다. 결국 노동조합이 자료도 받아내서 정

리하고, 준비해서 추진하게 됐다. 그런데 한국노총

까지 모두 합쳐도 노동조합 조직률이 10%도 안 되

는 마당에, 지금 시스템은 ‘사고’말고 ‘질병’은 산재

하지 말라는 제도인 것 같다.

노동조합 내에서도 전담하는 인력이 한 명 있어야

할 것 같다. 산재 신청 뿐 아니라, 노동안전 분야가

‘알아야’ 할 것들이 꽤 많다. 공단에 요양 신청서를

제출한 뒤에도 굉장히 긴 시간이 걸리는데, 전체적

인 진행 과정을 알아야 대응도 할 수 있고 방법도

다양하게 구사할 수 있다. 하다못해, 처음 병원 찾

을 때 의무기록에 다치거나 병든 경위를 남기는 것

부터 조합원에게 안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것

들을 모두 시행착오를 통해 알게 됐다.

그런데 타임오프 제도 때문에 전임 인력이 줄어들

어 이런 기민한 대응이 어려워졌다. 게다가 노조 무

력화 시도, 구조조정 같은 고용 흔들기, 일상적인 평

가와 퇴출 압박 등이 지속되니 ‘건강하게 일할 권리’

를 말하기 전에 죽어 나가는 조건이다. 그렇지만, 이

런 상황을 외면할 수 없다,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

이 파업 투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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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안전보건활동 참고서

노동시간 기록 챙기기부터 시작합시다

뇌심혈관질환 산재신청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

고용노동부 고시에서는 뇌혈관 혹은 심장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을 크게 세 가지로 보고 있

다. 첫 번째는 발병 전 24시간 이내에 업무와 관련

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이 발생했거나 급격

한 업무 환경의 변화로 질병이 뚜렷하게 악화된 경

우다.

두 번째는 발병 전 1주일 이내에 업무의 양이나 시

간이 평소보다 30퍼센트 이상 증가되거나 업무 강

도∙책임 및 업무 환경 등이 적응하기 어려운 정도로

바뀐 경우다.

세 번째는 만성적인 과로로 발병 전 12주 동안 노동

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

균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다. 이 기준을 충족시

키지 못 하더라도 업무시간이 길어질수록 업무와

발병과의 관련성이 증가하며, 야간근무를 포함하는

교대근무는 주간근무에 비하여 더 많은 육체적∙정

신적인 부담을 발생시킬 수 있다.

노동시간 확인에서 출발

뇌심혈관질환으로 산재 신청을 하는 경우 정확한

노동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이 된다. 출퇴근

시간과 잔업, 특근이 비교적 정확하게 기록되는 생

산직과 달리 사무직은 출퇴근 시간이 제대로 기록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교통 카드 기록

을 통해 출퇴근 시간을 유추하거나, 컴퓨터나 회사

인트라넷 로그인 시간으로 업무 시간을 미루어 짐

작해볼 수 있다. 심지어 회사의 CCTV에 남아 있는

출퇴근 기록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동원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실제 노동시간에 최대한 가

선전위원회

일상 안전보건활동의 원칙, 경험에서 우러나온 생생한 팁, 지나

치기 쉬웠던 정보들을 나누는 <안전보건활동 참고서>입니다.

현장에서 궁금하던 내용, 듣고 싶은 정보, 마음 속에 품어왔던

질문을 [email protected] 으로 보내주시면 함께 나누겠습니다.

Page 15: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5

15

깝게 복원해야 한다.

노동시간의 질적인 특성을 살피자

그러나 노동시간의 양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도 중

요하다. 야간 교대근무, 고온이나 저온 환경, 저산소

환경,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화학물질이나 가스

를 취급하는 업무 등 뇌심혈관에 부담을 줄 수 있

는 업무를 한 경우는 발병 전 3개월간 매주 평균

노동시간이 60시간 미만이라 하더라도 업무관련성

을 의심해볼 수 있다. 업무의 양ㆍ시간ㆍ강도ㆍ책임

측면에서 최근 급격히 업무 부담이 증가했거나 극

심한 정신적 긴장을 느낄만한 상황이 발병 전에 있

었다면 이에 대해서도 자세한 기록을 남긴다.

직접적인 노동 시간 외에, 휴일∙휴가 등 휴무시간이

충분하지 못했던 사정이 있거나 충분한 수면을 취

할 수 없는 조건이 있었다면 역시 뇌심혈관계에 부

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면의 질이 나쁘고 수면

시간이 부족한 경우 뇌심혈관 질환 발생의 방아쇠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병이 있으면 인정이 안 된다?

고혈압이나 당뇨, 비만과 같은 개인적인 위험 요인

이 있으면 뇌심혈관 질환 산재 인정이 어렵다고 생

각하기 쉽다. 그러나 꼭 그렇지는 않다. 일반적 위

험요인과 직업적 위험요인이 함께 있더라도, 이 요인

들이 질병 발생 과정에서 상호작용을 하면서 질병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부검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특별한 질환이 없는 상태에서 돌연사하는 경우 뇌

혈관 혹은 심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크

다. 그러나 이런 추정만으로 ‘진단’을 내릴 수는 없

다. 이런 경우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이 필

요한 경우가 있다. 업무관련성 평가는 정확한 진단

이 내려진 뒤에 진행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부검을 저어하는 정서가 있

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노동조합과 동료들이 유족을

설득하고, 지지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산재 신청과 보상에 대한 얘기를 주로 했지만, 뇌심

혈관 질환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발생하면

생명을 앗아갈 수 있고, 회복된다 하더라도 후유증

이 크게 남을 수 있는 중대한 질병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 등 개인 생활을 건

강하게 하는 것 못지않게, 적절한 노동강도를 유지

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일하는 건강한 일터를

만드는 것이 뇌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중요한 과

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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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회사는 심야노동을 철폐하고 인간답게 살

아보자는 노동조합의 교대제 취지에 동의하여 주간

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에 합의했다. 하지만 회사는

교대제 합의서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교대제 합

의는 잘못되었고 기업의 생존을 위해 생산성을 높

여야 한다며 호소문을 발표했다. 또한, 기초근무질

서 준수라는 명분으로 관리자들을 동원해 현장을

감시하고 통제했다. 이에 노동조합은 현장 노동자들

의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가 최우선으로 보

장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현장 순회를 비롯해 안전

점검을 강화했다.

사건의 발단 및 개요

2015년 2월 5일 14시 10분경 명예산업안전 감독관

직무수행을 위해 현장 안전보건사항을 점검하던 중

'CAC 언로딩기의 산업용 로봇'이 오작동으로 인해

멈춘 상황을 목격했다.

이후 작업자는 주 전원을 끄지 않은 상태로 도어를

열고 로봇 안으로 들어가 불량제품을 꺼내려고 했

다. 그때 다른 작업자가 지나가다 열린 도어를 건들

어서 도어가 닫힐 뻔한 위험천만한 상황을 목격했

다. 현장에서 바로 작업 중지를 시켰고 회사 측 안

전관리담당자를 불러 작업자의 특별 안전교육실시

여부와 도어 및 안전장치가 제대로 돼 있는지 확인

을 요청했다.

아니나 다를까 노동조합에서 조합원에게 확인한 결

과 회사는 특별안전교육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 지

금까지 실시한 것으로 거짓 서명을 하도록 했던 사

실이 들통 났다.

또한, 로봇의 안전장치와 작동 여부도 센서 부위에

자석과 테이프가 부착되어 안정상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도어가 닫히면 별도의 리셋 스위치

안재범 운영집행위원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 노안부장)

신종 노조파괴 공작, 위장취업까지교대제 합의 후 노조파괴 공작에 나선 갑을오토텍

현장의 목소리

지난 4월 8일 본사 앞 노동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Page 17: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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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작동하지 않아도 로봇이 스스로 움직이는 위험

천만한 상태였다. 즉, 로봇 펜스 안에서 불량 제품

을 꺼내거나 고장이나 수리, 점검 중에 누군가 실수

로 도어를 닫으면 끔찍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

태였다.

작업 중지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이러한 사실을 회사의 안전보건 담당자와 함께 목

격하고 위험천만한 상황에 대해 작업 중지를 요청

한 것이다. 이후 노동조합은 현장 조합원들을 휴게

실로 모아 작업 중지를 한 이유와 회사의 안전보건

실태 등을 설명하고 공정별 요구사항과 노동조합 요

구안을 마련하는 토론을 진행했다.

회사는 “산업용 로봇의 방호장치와 안전상의 문제

그리고 특별안전교육의 허위작성을 인정하고 노동

조합이 요구한 긴급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통해 문

제를 해결하자”고 했고 노동조합이 요구한 ▲로봇

관련 해당 작업자 특별안전교육 시행 ▲로봇 관련

전 공정 노사합동 특별안전점검 시행 ▲명예산업안

전감독관 직무수행 방해 및 특별안전보건 교육 허

위작성에 따른 해당자 징계건 등을 전면적으로 수

용했다. 작업 중지 6시간 만에 긴급 산업안전보건위

원회 합의를 통해 작업을 재개하며 일단락 지은 것

이다.

산보위 합의 후 “악의적인 회사 측 고소”

그런데 사건이 있고 한 달 후 회사가 도리어 노동조

합과 간부를 대상으로 업무방해 및 폭력 등의 혐의

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후 곧바로 4명의 조합원이

복수노조 설립 신고를 하더니, 지난해 말 경력직으

로 취업했던 신입조합원 29명이 집단으로 금속노조

를 탈퇴하고 복수 노조에 가입했다. 회사 측에 의해

현장에 민주노조 파괴 시나리오가 작동한 것이다.

또한, 노사가 노동자의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

아침 출근 투쟁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조합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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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위해 긴급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합의했던 문

제를 갖고 노동조합을 고발한 것이다. 민주노조 파

괴 공작도 모자라 노동자의 안전 문제까지 활용하

는 파렴치한 행위를 자행한 것이다.

회사의 민주노조파괴 시나리오

제보를 통해 확인한 결과 2014년 교대제 합의 후 회

사 측은 새로 뽑은 신입사원 60명 중 일부를 서울

종로구 모처에 모아 민주노조 파괴 공작을 기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다른 사업장 노조 파괴

사례 교육은 물론 입사 후 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등등에 대해 비밀리에 사전 교육을 받은

것이다. 또한, 입사 당시 회사에서 갑을오토텍엔 강

성 노조가 있으니 회사 편에 있는 기업노조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채용조건은 금속노조

에 가입하지 않는 것 등의 강요를 했다는 것이 밝혀

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민주노조 파괴를 위해 채용된 신

입사원들 사이에서 “각 팀장이 가입을 권유한 기업

노조는 원서를 받아놓고 하루 이틀 뒤 가입하기 바

란다”, “기업노조에 가입신청 했다고 해서 바로 알려

지는 건 아니다”라는 문자 메시지가 서로 공유되어

민주노조 파괴 공작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것

이 확인되었다. 또한, 민주노조 파괴를 목적으로 입

사한 직원들에게는 처음부터 팀장, 조장 등 직책이

부여됐고 월급도 차이가 났다. 일부는 그룹 내 다른

계열사인 동국실업에서 지난해 11월 단체협약을 체

결할 때 본사 간부 직원처럼 행세했던 사람도 있었

다. 이는 갑을오토텍 민주노조 파괴를 위해 갑을 그

룹사 차원에서 작전을 지시하고, 계획을 세웠다는

것을 반증한다.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노조법,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집중 조사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은 4월 14일부터 현장에 근로

감독관 3명과 산업안전감독관 2명, 안전보건공단 관

계자 2명을 파견하여 사용자의 노동관계법과 산업

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진행

했다. 특히,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특전사 출신 신입사원을 대거 채용해 기존 노조를

대체할 신규노조 설립을 추진한 의혹과 사업장 산

업안전보건 전반적인 실태와 법 위반사항 등을 중

심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지금 현장에서는

회사의 민주노조 파괴 공작에 분노한 조합원 3명이

시작한 아침출근 선전전은 일주일도 안 돼 점점 늘

어 매일 100여 명이 함께하고 있다. 노동조합 통제와

지침이 아닌 현장 조합원 스스로가 조직되어 구역별

현수막과 피켓을 만들고 이후 대응들을 논의하고

만들어 가고 있다.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

이 지금 현장에서는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민

주노조 사수투쟁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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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30일 오전 6시 20분 갑을오토텍 자본은 현장에 구사대를 투입해 정문을 봉쇄하고 조합원 10명 폭행했다. 이

중 이성완 조사부장은 중상을 입어 중환자실에 누워있다. 갑을오토텍 조합원은 구사대 폭력에도 굴하지 않고 오전 8시

10분 정문 봉쇄를 뚫고 현장으로 들어갔다. 이후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이번 폭력과 노조 파괴 행위를 방관하는 노동부를

규탄하고, 폭력 행위를 행사한 자들을 즉각 구속시키라는 연대성명을 발표했다.

유혈 사태로 치달은 갑을 오토텍, 노조파괴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2015년 세계노동절을 하루 앞둔 오늘, 대한민국 노동자의 권리는 어디에 있는가? 노동조합을 와해하려는 음험한 목

적으로 입사한 전직 경찰 출신 구사대의 주먹에 있다. 자신이 일하는 일터에서 선전하려다 두들겨 맞아 깨진 노동자

의 이마에 있다. 사고를 예방하고 노동자의 생명을 지킨 작업 중지 행위를 폭력으로 고발한 회사의 고소장 위에 있다.

금속노조 갑을오토텍 지회는 지난 4월 초부터 회사 측이 저지르는 신종 노조파괴 행위를 사회적으로 고발하고, 이에

맞서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해 투쟁해왔다. 노동조합은 회사 측이 노조 파괴를 목적으로 전직 경찰과 특전사 출신 용

병을 직원으로 고용하고, 제2노조 설립을 기획·개입·지원해왔다는 의문을 제기하고 사측의 불법 행위를 규탄했다.

또 노동부와 검찰, 법원에 신종노조파괴 핵심 주동자들에 대한 구속과 강제수사를 촉구해왔다. 그러나 노동부와 검

찰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사이, 오늘 아침 결국 유혈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노조파괴용병’으로 불리는 전직경찰 및 특전사출신 신입사원들이 갑을오토텍 정문을 봉쇄한 채 노동조합 아침 출근

선전전을 방해해, 이 과정에서 폭력사태가 벌어졌다. ‘노조파괴용병’들은 새벽부터 수 시간 동안 회사 정문을 봉쇄한

채 계속적으로 폭력을 유도했다. 결국 10여명의 조합원이 다쳤고 그 중 한 명은 뇌출혈 증세를 보여 중환자실로 옮겨

졌다고 한다.

우리는 용역 동원, 폭력 사태, 파업 유도, 복수노조 설립 등 한국 사회에 독버섯처럼 번져가는 사측의 노조 파괴 행위

에 분노한다. 이번 유혈 사태 역시 이런 노조파괴행위의 필연적인 귀결이며, 더 끔찍한 사태로도 발전해나갈 수 있음

에 크나큰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조합으로 모이고,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서,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는 불가능하다. 하물

며 정당한 작업 중지권 행사를 뒤늦게 고발하며 노동자의 안전 문제까지 노조파괴공작에 활용하는 갑을오토텍과 같

은 일터에서 어떻게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겠는가.

갑을 오토텍은 유혈 사태로 치달은 노조파괴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당국은 갑을오토텍의 부당노동행위에 엄중히 대처하라.

검찰은 폭력행위를 행사했거나 이를 사주한 자들을 즉각 구속하라.

세계 노동절을 기념한지 125년이 된 지금까지도 유혈 사태가 발생하는 야만의 시대를 투쟁으로 끝내자.

2015.4.30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존엄과안전위원회, 건강한노동세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노동건강연대, 노동자계급정당추진

위, 다산인권센터,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사회진보연대, 산업보건연구회,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수유너머N,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유엔인권정책센터, 인권운동사랑방, 일과건강, 전국불안정노동철

폐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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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부터 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정하나 선전위원

오후 2시. 보통의 직장인이라면 인터뷰 약속을 잡기 어려운 시간대이다. 대부분 업무시간이

끝난 저녁 7시쯤이나 아예 주말을 선호하는데, 하지윤(가명) 씨는 그 시간이 제일 편하다며

자기 집 근처인 신도림역에서 만나자고 했다. 부천 헬스장에서 오전 수업을 마치고 오는 길

이라고 했다. 그녀는 GX(Group Exercise, 그룹운동) 강사로 일하고 있다.

요즘 헬스장 광고를 보면 **개월 등록비 얼마에 에어로빅이나 요가, 재즈댄스 같은 프로그램

을 요일별·시간대별로 제공한다고 쓰여있다. 이런 운동프로그램이 바로 GX이다. 지윤 씨는

그중에서도 다소 생소한 운동인 ‘스피닝’을 가르치는 전문 강사이다.

“스피닝은 신나는 음악에 맞춰 발은 자전거 페달을 밟고, 상체는 간단한 안무를 해서 상·

하·좌·우로 움직이거나 웨이브를 주면서 하는 운동이에요. 제가 앞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동작을 가르치고, 회원들은 제 동작과 구령에 맞춰 운동하지요. 운동량이 엄청나서 살 빼

서른번째 이야기

취미로 하던 운동을 ‘업’으로 삼았더니그룹운동(GX) 트레이너, 하지윤 씨

다이어트하려 시작한 운동, 직업으로 삼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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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데 좋다고 요즘엔 많이들 하세요. 저 역시 처음 스피닝 하게 된 계기가 살 빼려는 거였죠.

(웃음)”

지윤 씨는 작년 9월까지만 해도 전업 스피닝 강사가 아니었다. 5년 전 스피닝을 처음 시작

했을 때, 야근과 회식에 찌들어 있던 중소기업 팀장이었다. 회사에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자꾸 살도 찌던 중 친구가 재미있는 운동이 있다며 권했다. 처음에는 안 쓰던 근육을 총 가

동하려니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6개월 등록비가 아까워서 꾸준히 다녔고 어느새 슬슬 재미

가 붙었다.

“어느 순간부터 막 빠져들었어요. 너무너무 재밌는 거 에요. 제가 가는 날 저녁 스피닝 수업

이 세 타임 있었는데 다 들어가서 연달아 몇 시간 동안 타고 있으니, 선생님도 놀라더라고

요. 점점 욕심이 생겼어요. ‘선생님처럼 나도 더 예쁘게 동작을 하고 싶다, 더 전문적으로 배

우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당시 강사 선생님께 물어봤죠. 그랬더니 자기가 속한 협회에서

하는 3주짜리 전문가 트레이닝 코스를 소개해줬어요.

직장인에겐 금쪽같은 주말에 5시간 이상을 ‘운동’만 하며 보냈던 그때에도 제가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코스 소개해준 선생님이 하다 보면 욕심 생길 거라고 하더라고요. 저처럼 취미

로 시작했다가 강사 되는 케이스를 몇 번 보셨는지 말이에요”

‘업’으로 삼고자 시작했던 게 아니었기에 자격증을 딴 후에도 바로 출강에 나서진 않았었다.

하지만 막상 자격증까지 생기고 나니 일반회원으로 헬스장에 앉아있기엔 엉덩이가 들썩거렸

다. 월수금은 야근할 각오하고 화목만 수업을 나가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자격증을 부여

한 협회에 다니던 회사 근처로 화목 저녁에만 할 수 있게 센터(헬스장)를 소개해 달라고 했다.

“아, GX 강사는 프리랜서예요. 나중에 경력이 생기면 헬스장에 이력서 들고 찾아가서 직접

계약 맺을 수도 있지만, 처음에는 저처럼 협회 소속 강사로 센터를 소개받는 형태가 많아요.

즉, 협회랑 계약 맺은 헬스장에 파견을 나가는 거지요. 수업횟수(타임 수)에 따라 해당 헬스

장에서 강사료를 받는데, 협회에서 소개비 조로 몇 프로 수수료를 떼고 임금을 주고요.”

한 2년 동안 회사 일과 강사 일을 병행했다. 운동과 별도로 사내 분위기가 안 좋아지는 걸

보면서 회사생활을 지속하는 것에 점점 염증을 느꼈다. 잘되는 일 없이 매일 야근에 바쁘기

만 하니 지쳐만 갔다. 성취감은 없는데 늘 마감이 있어서 마음을 졸여야 하고 그 와중에 윗

사람들 눈치도 보면서 비위도 맞춰야 하니, 그 스트레스가 참을 수 없는 정도가 되었다. 이

직을 고려하며 퇴직을 했는데, 몇 주 쉬면서 생각해보니 GX 강사로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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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취미로 운동하던 시절이랑은 많이 다르죠. 일단 운동을 쉬엄쉬엄할 수 없어요. 회원

시절 두세 타임 연달아 자전거 탈 수 있었던 건 힘들면 동작도 설렁설렁하고 내 컨디션에 맞

춰서 운동해도 아무 상관이 없으니 가능했던 거지요. 강사는 10명 이상 회원들 앞에서 늘

웃으면서 구령도 힘 있게 외쳐가며 타야 하는 거잖아요. 기분이 안 좋을 때나 몸이 아플 때

도 전문 강사로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니 늘 긴장된 상태이지요. 또 헬스장 이용도 회원으

로 헬스장 다니면서 온갖 시설 마음대로 이용하던 때와 달라졌어요. 파견 나가는 곳이니 센

터 사장님이랑 관계도 잘 맺어야 하고, 운동시설 이용하는 것도 눈치가 보여요. 쉬는 시간

(대기시간)에 강사도 센터 내 시설 이용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돈 내고 그 헬스장

등록한 회원들이 우선일 테니 사람이 좀 많으면 알아서 안 써요.”

여러 개의 센터를 돌면서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직업인지라 수업시간 소통

을 포함한 회원 관리가 강사들이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일 텐데, 그녀는 이 점도 별로 어

려워하지 않았다.

“수업 하나 마치면 다음 타임까지 30분 정도 쉬는 시간이 있는데, 그때 솔직히 좀 쉬고 싶죠.

강사는 가뜩이나 더 힘차게 운동했으니 기운도 빠졌을 테고, 어떤 날은 누구랑 대화를 나누

고 싶지 않은 컨디션일 때도 있잖아요. 그래도 회원들이 ‘선생님~’하시면서 이런 저런 얘기 걸

어오면 당연히 웃으면서 친절하게 대하죠. 이런 게 성격상 별로 어렵거나 힘들지는 않아요.

다만, 오랫동안 운동해 오신 분들이 많은 곳의 경우 회원들이 새 강사에게 텃세를 부릴 때가

좀 힘들 수 있는데, 이런 거 저런 거 다 합해도 회사 다니면서 받던 스트레스의 반도 안 돼

요. 아직까진 만족도가 높아요.”

예전에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덕(?)인지, 아니면 본인이 좋아하고 재밌어하는 일이 직

업이 되어서인지 지윤 씨는 대체로 지금 일에 대한 만족과 활력이 넘쳤다. 과거 두 가지 일을

병행하던 때랑은 노동시간도, 스트레스도 많이 줄어서 일 것이다. 대신 수입은 줄긴 했다.

“투잡을 안 하니 수입은 많이 줄었지요. 강사 일은 저한테 알바였거든요. 부수입이었던 건데,

회사 관두고 나서는 저녁 수업도 늘리고 오전 시간에도 수업을 잡아서 수입보전을 하려 노

력하지만, 예전에 비할 수는 없어요. 보장된 월차나 연차 같은 것도 없고, 수당 받으면서 육

아휴직 같은 것도 쓸 수 없게 되긴 했어요. 이런 게 프리랜서 직업의 한계이겠죠.”

스피닝 강사로 현재 그녀는 하루에 두 군데 씩, 일주일에 총 네 군데 헬스장을 순회한다. 월

취미가 일이 되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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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금 오전은 부천, 저녁은 지하철로 이동 가능한 경기 남부에서 총 네 번의 수업을

한다. 화목에도 오전은 부천에서, 저녁에는 서울 북부에서 2~3회 수업을 진행한다.

지금 출강하는 센터는 모두 거주지와 거리도 멀고, 하루 동안 이동해야 하는 센터

간 거리도 상당하다. 중간에 수업이 비는 7시간 중 2시간 남짓은 이동하는 시간이다.

집 근처, 동선이 좋은 곳 수업이 날 때까지 센터배정을 기다릴 수도 있지만, 하루에

뛰는 수업만큼 임금이 결정되니 1일 스피닝 수업이 최대한 많이 배치된 헬스장 중심

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아침에 한 타임하고 나서 다른 센터에서 하는 저녁 수업 하러 가기 전에 한 4~5시

간 시간이 남아요. 오늘처럼 사람들 만나기도 하고, 쇼핑도 하고 그래요. 7시 반부터

시작하는 저녁 수업이 연달아 세 개가 있는 날은 체력적으로 힘드니까 아예 집에 가

서 한숨 자고 나가기도 하고요. 그리고 매일 수업이 있으니, 이때 최소한 1시간 정도

는 저녁수업 준비를 하죠. 운동할 때 어떤 노래 틀지 순서를 정하고 거기에 맞춰 안

무도 다시 정리하지요. 음악 파일도 USB에 담아 준비해 놓고요.”

빼곡하게 노래가 적힌 쪽지를 보여주며 어떻게 수업을 이끌어 가는지도 설명해 줬

다. 한 회 수업시간 40분을 노래 35개 곡 정도로 채우는데 이것도 회원들 구성에 따

라 매일 바꾼다. 오전 11시 타임에는 중년여성들이 주로 오기 때문에 최신히트곡보

다는 트로트나 90년대 유행곡들을 많이 넣는다. 7시 반부터 10시 반까지 진행하는

저녁 수업에는 퇴근한 젊은 직장인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또 다른 준비가 필요하다.

“처음에 재밌어서 시작한 운동이 이렇게까지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나중에 결혼하

고 임신·출산하게 되면 한동안 쉴 수밖에 없겠지만, 계속하고 싶긴 해요. 아이들 어

린이집 보내놓고 오전 시간에 하면 딱 좋을 것 같아요.”

막상 일이 되고 보니 신선한 긴장은 좀 사라졌지만, 여전히 스피닝이 재밌고 직업강사

로 계속하고 싶다는 지윤 씨. 자기 일을 좋아한다는 건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다. 오래

강사를 해온 동료 중에는 무릎이나 허리가 안 좋은 사람도 꽤 있다던데, 다른 이의 건

강한 삶을 도와주는 지윤 씨가 아무쪼록 건강하게, 출산 후에도 경력단절 없이 패기

넘치는 모습으로 일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임신·출산 후에도 좋아하는 일 계속하고 싶어

수업준비를 어떻게 하느냐

는 질문에 지윤 씨는 ‘일일

수업 순서(노래제목 리스트)’

가 적힌 쪽지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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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리포트

비밀의 시대를 끝내기 위하여현대자동차 발암물질 사용 이력 조사사업

1960년대 국가주도 경제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산업

의 규모가 급격히 성장하였다. 국내 대표산업 중

하나인 자동차산업은 1960년대 말에 시작하였고,

1970년대부터 본격적 생산에 돌입한다. 아마 포니

의 생산에 관여했던 사람들은 이제 대부분 정년이

지나 현장을 떠났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

는 자동차를 생산하면서 노출된 발암물질들 때문

에 불청객을 만났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노동자들

은 일했고, 그들 중 일부는 암에 걸렸다. 그러나 얼

마나 많은 노동자가 무슨 물질 때문에 암에 걸렸는

지 우리는 모른다. 그리고 이 ‘모른다’는 유산은 아

직 현장을 떠나지 않은 노동자들에게 물리는 중이

다. 그래서 정년을 앞둔 50대 자동차산업 노동자들

은 누군가에겐 직업성 암이 올 것이라는 막연한 두

려움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와 회사가 이 두

려움을 없애줄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러

면 좋겠지만, 그걸 기대할 만큼 순진하진 않다. 그

래서 나는 2014년 초 현대차 지부로부터 발암물질

에 관한 사업 제안을 요청받았을 때, 곧바로 이 사

업을 제안하였다. 과거의 노출을 노동자 스스로 정

리하여 자신의 발암물질 노출 이력을 구축하는 사

업을 말이다. 제안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대의원대

회에서 사업이 승인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사실,

이땐 좀 두려웠다. 좋은 사업이지만, 가능한 사업이

라는 확신은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연구진을 괜찮

게 구성할 수 있다는 자신은 있었다. 대구가톨릭대

학교의 최상준 교수, 계명대학교의 김승원 교수, 씨

젠의료재단 강충원 선생, 우리 연구소의 최영은 연

구원과 함께라면 못할 게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들 덕분에 과거로 향하는 문을 열 수 있었다. 다

시 한 번 이 자리를 빌려 소중한 나의 친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현대차를 넘어 자동차 산업으로

일단 우리의 상황을 좀 더 냉철하게 짚어보자. 심상

정 의원으로부터 받은 2010년 이후 근로복지공단의

직업성 암 판정자료를 분석해보았다. 총 800건이 넘

는 신청자 중에서 154건을 자동차산업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 중 약 20%인 30명 정도가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실장

Page 25: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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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성 암 산재승인을 받았다. 인정된 암은 폐와 혈

액의 암이 대부분이었다. 잘 알려진 암들을 중심으

로 산재승인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중요한 문

제이다. 다양한 암 환자들이 자신의 암을 직업성이

라고 의심하지 못하고 있거나, 의심하더라도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없어서 벌어진 일은 아닌지 의심해

볼 만 하다.

암종판정구분

승인 일부승인 불승인 계

폐암

/중피종

환자수(명) 13 1 23 37

비율 35.1% 2.7% 62.2% 100.0%

혈액암환자수(명) 11 0 19 30

비율 36.7% 0.0% 63.3% 100.0%

기타암환자수(명) 4 1 82 87

비율 4.6% 1.1% 94.3% 100.0%

계환자수(명) 28 2 124 154

비율 18.2% 1.3% 80.5% 100.0%

자동차산업 종사자의 직업성 암 판정현황 (2010-2014)

그런데 금속노조에서 직업성 암 환자 찾기 운동을

전개하는 동안 근로복지공단에 접수된 신청자 중

자동차산업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래 그림을 보자. 2011년 직업성 암 신청자 중에서

자동차산업의 비중이 높아졌고 이것은 2012년까지

이어진다. 이 시기는 금속노조의 직업성 암 집단산

재신청과 겹쳐진다.

연도별 직업성 암 신청자 중 자동차산업 관련자 추이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자동차 완성사에 적을 둔 사

람들이었다. 완성차의 노동자들이나 직업성 암에

대해 관심이 있는 상황이고, 부품사 노동자들이나

정비노동자들은 아직 직업성 암에 대한 인식도 부

족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왜 아

니겠는가?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조차 이제야 스스

로 발암물질의 사용 이력을 정리할 생각을 하게 되

었는데, 부품사의 노동자들은 오죽하겠는가?

자동차산업 직업성 암 산재신청자의 세부 구분

그러니 처음부터 현대자동차 노동자들만을 위한 이

력 조사를 해서는 안 되었다. 현대자동차를 시작으

로 다양한 정보들이 계속 모여지면서 살을 붙여갈

수 있는 자동차산업 발암물질 이력 정보의 뼈대를

구축한다는 마음으로 조사를 임해야 했다. 그래서

현대차지부 고인섭 실장과는 처음부터 조사결과가

나오면 토론회를 통해 공론화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선배 조합원이 내민 자료

자, 이제 조사를 시작하였다. 회사의 도움 없이 우

리가 얼마나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까? 오로지 노

동자들의 기억에만 의존하여 과거의 발암물질을 찾

아내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모를 일이었다. 역사는

기록하지 않는 자에게 인정을 베풀지 않을 줄 알기

에, 차라리 이제라도 기록을 시작한다는 자세로 일

을 해보자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해외의 자동

차 산업 직업성 암 연구를 리뷰하였으나,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자욱하게 안개 낀 새벽에 길을 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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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으로 현장을 찾아갔다. 선배 조합원들이 현장

연구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우리의 손을 잡고 현장을

안내하였다. 그러다가 의외의 기록들을 만나게 되었

다. 엔진공장에서는 부서에 보관되어 있던 서류철에

서 염소계 솔벤트의 사용흔적을 찾아냈다. 제품 대

체를 위한 협조전이 있었다. 이를 근거로 염소계 솔

벤트가 어떤 식으로 사용되었는지 추적의 실마리를

확보했다. 도장공장에서는 노동조합의 1988년 제1

차년도 사업보고 책자에서 유해수당에 대한 기록

을 찾아내었고, 뒤이어 1990년 노동과건강연구회의

현대차 현장 조사에 대한 신문기사를 찾아냈다. 노

동과건강연구회의 자료는 서울 노동건강연대에 보

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컸다. 노동건강연대에 전화하

였더니 조사 책자를 찾아내 인편으로 보내왔다. 드

디어 안개가 걷히고 25년 전의 현대자동차 작업환

경을 만날 수 있었다. 선배 조합원들로 현장연구위

원을 임명한 것이 이런 성과를 가져온 것이다.

조사결과를 하나로 통합하기 위하여 중요 공정과

작업을 우선 구분하였다. 소재/주물, 프레스/차체용

접, 금속가공, 세척, 도장, 방청 등. 그리고 작업별로

사용한 물질을 정리하였고, 노출 가능한 발암물질

들을 찾아 넣었다. 현대차의 물질안전보건자료와 작

업환경측정자료, 그리고 우리가 확보한 1988년부터

1990년까지의 자료들이 통합되었다. 그 결과, 폐암

이나 혈액암 외에도 후두암과 방광암, 신장암, 그리

고 식도암과 위암과 같은 소화기계 암까지 발생 가

능한 것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결과는

언제든 새로운 정보가 입수되면 수정될 수 있도록

열린 체계로 구성되었다. 현대차뿐 아니라 자동차

산업 전체로 확장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

리고 과거 이력을 집중적으로 파악해야 할 7대 발

암물질로서 ① 석면과 인조섬유, ② 염소계 솔벤트

(트리클로로에틸렌, 퍼클로로에틸렌, 디클로로메탄

등), ③ 금속가공유(절삭유), ④ 발암성 중금속(니켈,

크롬), ⑤ 벤젠(신너와 노말헥산 등 벤젠이 오염된

제품을 포함), ⑥ 포름알데히드, ⑦ 유리규산(실리카

사진출처 일과 건강

Page 27: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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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진)을 선정하였다. 발암물질이 7종류만 있는 것

은 아니지만, 이 물질들은 특히 많은 노동자에게 영

향을 주었을 것으로 판단되므로 과거 자료 확보에

더 신경을 써달라는 것이 우리의 주문이었다.

우리는 이 조사를 통하여 자동차산업의 직업성 암

피해자들에게 입증의 책임을 부여하지 말고, 정부

와 자동차산업 그리고 노동조합이 나서서 자동차

산업 주요 직무별 발암물질 노출 이력에 대한 자료

를 정리하라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그러므로 조사

결과를 외부로 알려내는 것 자체가 중요한 문제로

부상하였다. 우리의 메시지를 정부와 자동차기업

들, 안전보건전문가들, 그리고 노동자들에게 전달해

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구를 종료한 후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김영주 국회의원을 통하여 토론

회를 개최하였고, 산업보건학회의 초청을 받아 학회

에서 연제발표를 하였다. 아마도 현대자동차에서는

기분이 좀 나빴던 듯하다. 학회에서 발표할 때에 ‘현

대자동차’에서 조사한 것임을 숨기지 않았기 때문이

다. 더러는 OO 사업장이라고 숨기면서 발표하는 경

우도 있지만, 이번 조사는 노동조합의 연구기금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노동조합에서 굳이 숨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였으므로 현대자동차란 이름을 그대

로 노출했다. 학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연구의 내

용과 결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 보다는 연구의

배경에 들어있는 고민에 대해 진지하게 받아들여

주는 태도를 보였다. 연구를 추진한 사람으로서 이

점은 여러 전문가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부분이다.

국회에서 김영주 의원과 함께 토론회를 했을 때도

많은 사람이 참석하였다. 하지만 정작 우리의 연구

에 귀를 기울여야 할 정부와 기업은 아직 반응하지

않고 있다. 아니, 애써서 반응하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

비밀의 시대를 끝내자

현대자동차 조사를 하면서 다시 한 번 깨달은 것은,

회사에는 많은 자료가 숨어있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1988년 노동조합 사업보고에 인용된 유해수

당 관련 자료는 당시 현대자동차에서 외부 전문가

들에게 의뢰하여 수행한 조사연구 보고서였다. 이

자료는 노동조합이 가지고 있지 않았다. 노동조합

의 고참 활동가들조차 그때 그런 연구가 있긴 했다

는 정도의 기억만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회

사는 이 보고서를 가지고 있지 않을 리 없었다. 이

보고서는 현재의 현대자동차 안전보건시스템이 구

축되게 된 배경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궁금했다. 이

런 자료들이 현대자동차에서 산재 신청한 암 환자

들에 대한 역학조사에서 활용될까? 예측건대, 아마

도 한 명도 이 자료를 이용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그 이유는 노동자들이 그런 자료가 있다는 것을 알

지 못하고 있고, 그 자료를 달라고 요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우리는 비밀의 시대에 살고 있다. 삼성처럼

애써서 비밀을 만드는 사업장도 있지만, 대다수의

사업장에서 비밀도 아닌 것들이 점점 비밀이 되어

왔다. 노동자들이 기록하지 않고 망각했기 때문이

며, 연구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그런 연구가 있었다

고 말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비밀의 시대를 끝내

기 위한 노동조합의 역할은 무엇이 있을까? 노동자

건강권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진지한 성찰과 협업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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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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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8일 세계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대전 한국

타이어 정문에서 산재 사망 노동자 추모,노동자건강권쟁취

결의대회가 열렸다. 한국타이어는 2008년 전·현직 노동자

4 명이 갑자기 사망해 집단돌연사 논란이 제기됐었다.

사진 제공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

글 쌀집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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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는 노동자 건강을 위협한다. 위기를 기회로, 건강하게

일할 수 없는 조건이 강요되기 때문이다. 이번 총파업의 도화선

이 된 ‘비정규직 종합대책’ 역시 비정규직과 파견근로를 늘리

고, 해고를 쉽게 만든다. 지금도 최장시간 노동하는데 연장 근로

한도를 20시간으로 늘리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자본의 위기에

맞서 몸과 삶을 지키기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은 어땠나. 2015년

총파업 투쟁을 맞아 경제위기와 총파업 그리고 노동자건강의 역

사를 되돌아보았다.

자본주의 경제 위기는 건강 문제를 동반한다. 경제

위기가 가져오는 영양 공급의 문제, 주거 및 환경의

문제, 보건의료 접근성의 문제, 그리고 정신적 스트

레스의 문제 등이 건강 문제에 항상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경제 위기 속에 사회적 문제 해결

을 모색해야 할 상황에서 경제 위기와 건강 문제 사

이의 관련성은 점점 더 역사가들과 보건의료 정책

가들이 고민하는 주제가 되고 있다. 그리고 역사적

으로 노동자와 노동조합들이 늘 체감해오던 주제이

기도 하다. 반면 총파업 결과 건강 정책과 노동자

건강 문제에 있어 획기적 진전이 있었던 사례들도

많다.

경제 위기는 건강을 악화시킨다

경제 위기 속에서 건강 문제는 중요한 문제였고, 역

사상 보건의 노력들을 뚜렷하게 바꾸어 놓기도 한

다. 다소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1930년대 대공황 때

드러난 건강 문제는 다음과 같다.

영국의 경우 모성 사망이 크게 증가하였고 영아사

망률은 지속적으로 저하되는 추세였지만 계급적 지

역적 불균등과 불평등 차이는 커졌다. 당시의 연구

가 아닌 최근 남부 웨일즈 지방을 대상으로 한 연

구에서는 대부분 연령 집단에서 1930년대 초반 건

경제 위기와 총파업, 그리고 건강

최은경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특집 경제 위기와 총파업, 그리고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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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상태가 더 나빠진 것으로 나오고 있다. 1929년부

터 1932년 사이 중산층 가족들의 질병 건수를 연구

한 결과 대공황 후 수입이 크게 하락한 가족의 경

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질병 발생이 56% 높았다.

국제연맹보건기구에서 도시 빈민을 대상으로 수행

한 연구의 결과 실직 가정 아동과 그렇지 않은 가

정 아동의 신장과 체중에서 차이가 있었음이 발견

된 적이 있었다.

한편, 같은 경제 대공황을 겪더라도 국가의 시스템

적 제도적 인프라가 작동하여 적극적인 노력을 기

울인 경우 건강 문제의 발생 또한 낮아지기도 한다.

경제 대공황 시절 미국의 경우 복지 프로그램을 확

대한 결과 영아사망률이 유의미하게 낮아졌으며,

영국 또한 1930년 이후 보건 부분 지출이 늘면서

모성 및 아동 복지 수준이 향상되고 결핵 치료가

증가하는 등 긍정적인 결과가 있었다. 그러나 당시

록펠러 재단을 중심으로 한 국제보건 프로그램의

지원에만 의지했던 식민지 지역에서는 프로그램의

축소로 말라리아 퇴치 노력 등 공중보건 활동 자체

가 지속되지 못했다.

경제 위기는 특히 제3세계 개발도상국의 보건 수

준에 더 악영향을 미친다. 1997년-1998년 동아시아

의 경제 위기는 인도네시아의 공공 지출 감소로 이

어졌고, 가계의 보건 지출이 악화되었으며 그 결과

질병 이환 보고율이 낮아졌다는 연구가 이루어진

바 있다. 쿠바의 경우 1989년 후반 심각한 경제 위

축, 그리고 1992년 미국의 엠바고 영향이 결합되어

영양 공급의 감소, 감염병과 급사의 증가 등 직접

적 악영향을 경험한 바 있다. 1980년대 그리고 1990

년대 경제 위기와 멕시코의 건강 상태를 연관 짓는

한 연구에서는 경제위기가 있던 해가 그렇지 않은

해보다 유년기와 노년기의 사망률이 높거나 최소한

감소율이 낮아진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경제 위기가 건강 상태를 악화시킨다는 일련의 연

구 발견들이 모두 같은 수준의 근거들을 통해 일정

하게 지지되고 있는 것은 아니며, 소위 선진국의 경

우 상반된 결과를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인프라가 취약한 국가에서 경제 위기가 보건 수

준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은 유의미하게 밝혀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의료민영화와 의료 예산 삭감에 반대한 스페인 백의의 물결 운동

(출처 http://www.rtve.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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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지출 축소에 대항하는 총파업

경제 위기는 이처럼 인구의 건강 문제를 또렷이 드

러내기도 하나 경제 위기와 보건 복지 분야의 지출

축소가 연관되어 인식되고, 정부의 지출 축소에 대

항하는 저항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오히려 최

근의 일이라고 할 만하다. 국가가 국민(인구)의 건강

을 보장한다는 가치를 내재화하고 제도적으로 보장

하고 시스템화한 것 자체가 1,2차 세계대전 이후의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건강권 확대와 복지 제도 수립 자체가 서구에

서는 오래된 파업과 사회주의적 요구 확대를 통해 이

루어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1877년 철도노동자 파

업, 1919년 시애틀 파업 등 교과서적인 파업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 국가(제도)의

수립 이후 파업과 대규모 시위가 복지의 진전과 후퇴

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지, 비서구권에서는 어떠한

영향을 가져왔는지는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다.

복지 국가(제도) 수립 이후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끊임없이 긴축 프로그램과 파업 사이에서는 긴장

관계가 형성되었다. 1,2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에서

는 복지 국가가 수립되는 한편 제조업 등의 쇠퇴로

구조조정과 지출 축소 등 긴축 프로그램(austerity

program)을 도입하려는 시도들, 그리고 이에 대항

하는 총파업들이 있었다. 가장 기념비적인 파업은

1960년-1961년 벨기에 총파업이었다. 복잡한 정치적

지형 속에서 발로냐 지방의 산업이 지속적으로 하

락하고 1960년 벨기에 정부가 정부지출을 축소하기

위한 종합 방안을 수립하자 이에 대항하는 총파업

이 2년간 지속되었다. 이 당시 총파업은 노조가 직

접적으로 지도한 것이 아니라 지역 노동자들이 자

발적으로 파업했기 때문에 정부의 통제는 불가능했

다. 이 파업은 단지 긴축 정책만이 아닌 체제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로 발전하였고, 종국에는 실패했지만

벨기에의 현대 정치 지형을 바꾼 것으로 평가된다.

오일 쇼크와 인플레이션 이후 노동당 정부의 긴축

정책에 대항하여 영국에서 1978년-1979년 겨울동안

일어난 파업 또한 당시 노동당 정부를 위기로 몰고

갔다. 하지만 이는 이후 마가렛 데쳐의 집권을 불러

온 요인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아마도 복지국가 수

립 이후 서구에서 신자유주의적 긴축 공세에 대한

유의미한 저항으로 지목되고 있는 곳은 현재 진행

중인 그리스일 것이다. 유로존 위기 이후 심화된 긴

축 공세에 대해 반대하는 그리스발 파업과 뒤이은

각 유럽 국가의 파업은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고,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파업이기도 하다.

비서구권에서 파업을 통해 긴축을 성공적으로 저지

하고 사회적 비용이 유의미하게 확대시킨 곳으로 지

적되는 곳은 라틴 아메리카이다. 많은 연구들이 라

틴 아메리카 지역에서 군부 독재 시절의 지도자들

이 비효율적인 경제 정책을 고수한 반면 민주화 이

후 민주주의 지도자들은 파업과 대규모 사회적 시

위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긴축을 저지하고

사회적 안전망과 복지 등 사회적 비용을 확대하는

대응을 했다는 데에 동의한다. 안타깝게도 조직 노

동자를 위한 혜택의 증가가 아닌 다른 집단을 위한

혜택은 그렇지 않다는 주장도 있지만 라틴 아메리

카의 사례는 민주화 이후의 파업이 유의미한 사회

적 지출 확대를 가져왔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경제 위기는 보건 정책을 진전시켰을까

파업과 사회적 요구는 역사적으로 보건 제도 또는

정책을 진전시켜 왔다. 그렇다면 경제 위기는 보건

정책을 진전시켰을까, 그렇지 않을까. 우선 보건 전

문가들의 연구 자체는 경제 위기를 계기로 많은 도

약을 이루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최초로 지구적

차원에서 경제 위기와 건강 문제 관련성이 제기된

Page 33: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5

33

것 또한 1930년대 경제 대공황이다. 1919년 설립된

국제연맹 산하에서 건강 문제를 다루었던 국제연맹

보건기구(League of Nation Health Organization)

에서는 대공황이 닥치자 대량의 실직으로 식품 소

비량이 줄어들고 가계가 악화되면서 의료서비스

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지고 있다고 거론하였고,

1932년 ‘경제 후퇴와 공중 보건(The economic

depression and public health)’ 라는 보고서를 제

출하였다. 보건 전문가들은 광범위한 영양 부족이

질병에 대한 취약성을 증가시키고 정신적 건강을

악화시키고 아동의 발육 상태를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당시만 해도 분절적이었던 각

국 식민지 경계들을 넘을 수 있는 공중보건적 차원

의 접근들이 이루어지기 시작하였고, 국제적 차원

의 보건 연구들이 시작되었다. 역사적으로 1차 세

계대전 이후부터 수립된 보건복지 체제와 사회의학

체제는 이 시기에 더욱 그 범위를 확대하게 된다.

병원이 문을 닫거나 정부가 필요한 보건 프로그램

을 하지 못하게 될 거라는 우려도 팽배했다. 이 시

기의 문제는 식민지 본국의 보건 문제만이 아니었

다. 자본주의 공급을 담당했던 식민지 지역의 공황

은 식민지 주민들의 건강과도 연결되어 있었고, 세

계 시장의 공급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었다. 보건 전

문가들의 연구는 당시 식민지 본국의 이해와 긴밀

하게 관련이 있었던 것이다.

경제 위기는 미국의 뉴딜이나 영국의 보건 부문 지

출 증가처럼 보건 정책상의 진전을 가져오기도 했

다. 하지만 경제 위기 가운데 입안된 보건 정책들

중 긍정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중보건 상의

위협에 대해 대처한다는 명목으로 사회적 비용 지

출에 예민해지고 단속이 강화되는 방향의 정책 입

안이 많아진 것도 이 때이다. 이를테면 다수의 유럽

국가들은 경제위기를 경험하면서 이민자들의 나쁜

건강 상태와 전염병(매독, 결핵 등)이 공중보건 상

일종의 생물학적 위협이라고 여기고 이들을 탄압하

고 단속하는 입장을 취하기도 했다. 이러한 입장이

나치와 파시즘의 탄생에 일조했음을 부정하기는 어

려울 것이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당시에도 병원과

각종 위생 시설의 저 숙련노동자들은 이주노동자들

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주노동자의

퇴출이 또 다른 보건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었다는

점이다. ‘국제적’ 인 경제 위기가 ‘국제’ 보건뿐만 아

니라 ‘일국’ 의 노동 구조 및 일국의 보건 상태, 보건

담론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

는 것이다.

긴축에 저항하는 그리스 민중들

Page 34: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5

34

4월 24일 재벌 배불리기에 맞서 노동자 서민 살리기

총파업에 민주노총 조합원 26만이 참가했다. 총파

업 선포에 앞서 집회 무대를 향해 민주노총 깃발이

입장하는데 뭔가 일을 낼 것만 같은 전율을 느꼈

다. 96·97 총파업을 경험했던 노동자들은 어떤 생

각이 들었을까?

96년엔 구로의 한 전자산업 사업장에서 조합원으

로, 19년이 지난 지금은 안양의 컴퓨터를 만드는 주

연테크 사업장에서 지회장으로 총파업을 조직하는

김명신 지회장을 만나서 96·97 총파업에 이어 2015

총파업을 맞이하는 감회를 들어보았다.

1996년 12월 26일 그날을 잊을 수 없어요!

“지금도 기억나는 장면이 하나 있어요. 1996년 12월

26일. 아직 날도 밝지 않은 아침이었는데 뉴스에서

국회의원들이 노동법 날치기 통과를 위해 삼삼오오

모이고 있다는 거예요. 결국, 날치기로 법이 통과됐

는데 그때 민주노총 지도부가 지금부터 무기한 전

면 총파업을 선언한다는 지침을 내리는 데 너무 감

동적이었어요.”

1996년 당시 한국사회는 비약적인 경제성장으로 국

민소득 1만 불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노동자 서민

들은 세계 4위의 중대재해율을 기록하는 현장에서

연간 2,500시간의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었다. 이때

김영삼 정부와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12월 26일 새벽 단 6분 만에 노동법 개

정안을 날치기 통과 시켰다.

“노동법 개정안엔 정리해고뿐만 아니라 탄력적 변

형 근로 형태 도입 등 개악안이 많았는데 무엇보다

특집 경제 위기와 총파업, 그리고 건강

96·97 총파업이2015 총파업에게

재현 선전위원

Page 35: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5

35

정리해고에 대한 우려가 가장 컸어요. 지금도 정리

해고 때문에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희생되었는지

다 알잖아요. 그래서 당시에 ‘이건 무조건 파업이다’

이런 정서가 현장에 있었어요.”

노동법 날치기 통과 이후 민주노총은 자동차, 금속,

현총련, 전문노련 등 현장에 파업 지침을 내렸다. 파

업이 어려운 전교조의 경우 단식수업, 화물노련은

구간별 안전운행 등의 투쟁 지침을 내렸다. 그 결과

12월 26일 85개 노조, 14만 2천여 명이 총파업에 참

가했다. 이후 투쟁을 확대하면서 12월 31일엔 연인

원 100만 명을 기록했다.

“매일 명동성당으로 모였어요. 파업 이후 수배가 떨

어진 지도부들이 명동성당에 있었거든요. 제가 그

때는 결혼 전이라 부모님과 같이 살았는데, 교회를

다니는 집이라 12월 31일엔 꼭 집에 모여서 송구영

신 예배를 드려야 했어요. 그런데 살면서 처음으로

배 째라는 심정으로 부모님께 집에 못 간다고 전화

했던 기억이 있어요. 경찰이 명동 성당을 침탈한다

고 하는데 도저히 집에 갈 수가 없더라고요.”

1997년 1월 18일 그때 고비만 넘겼더라면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돌입하자 사회운동단체들도

‘노동법 안기부법 개악 철회와 민주기본권 수호를 위

한 범국민대책위원회' 를 구성하여 투쟁에 동참했다.

80% 넘는 국민들도 날치기 통과에 대한 반대 의사

를 표시했다. 해가 넘어가고 1997년 민주노총의 2단

계 투쟁지침에 따라 언론, 사무, 전문, 서비스직 노

조로 투쟁 단위들이 확대됐고 그 결과 총 169만 5천

여 명이 파업투쟁 참가했다. 당시 한국노총도 42만

여 명의 조합원이 파업에 함께했다. 파업이 길어지

자 민주노총 지도부는 1997년 1월 18일을 기점으로

총파업을 수요파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1996-1997 날치기 노동법 개악 저지 총파업 투쟁

(출처 보건의료노조)

Page 36: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5

36

“수요 파업 전환한다고 했을 때 불만이 대단히 많았

죠. 파업이 길어지면서 참가 인원이 조금 줄어들기

는 했는데, 우리 현장만 해도 언론에서 정치파업이

다 불법파업이다 그러면서 무섭게 몰아치니까 조합

원들이 긴장하고 집회에 못 나가기도 하고 그랬으니

까요. 그러니 지도부 입장에서도 더는 조합원들이

버티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에요. 지나고 나니

까 굉장히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그때 그 고비만

넘고 갔더라면, 임·단협 기간도 맞물리면서 좋은

국면을 맞이할 수 있었을 텐데...... .”

수요파업 전환 이후 민주노총은 투쟁의 주도권을

상실했고 2월 17일 김영삼 정권이 국민들에게 노동

법 날치기 통과에 대한 사과를 표명하면서 국면이

전환되었다. 3월 11일 임시국회에선 여·야간 합의

로 날치기 법안을 폐지하고 정리해고제 시행시기를

2년 유예시켰다.

비판의 목소리도 많았지만

그래도 그땐 잘 싸웠어요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 싸웠는데도 근본적으로

정리해고를 막아내지 못했다는 패배감이 컸던 게

사실이에요. 정리해고가 가진 여파가 굉장했죠. 다

만 그래도 전노협 시절엔 합법 노조가 아니니까 매

일 경찰에게 두들겨 맞고 많은 규모가 모여 집회하

기도 어려웠는데 그때 투쟁의 성과로 민주노총이

합법화 되고, 조합원들이 많이 모여서 투쟁할 수 있

었고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고 봐요.”

96·97 노동법 개악 저지 총파업투쟁은 노동자들이

단사·업종·지역을 넘어 ‘노동악법 전면 무효화’ 라

는 정치적 요구를 중심으로 단결했던 건국 이후 최

초이자 최대 규모의 정치파업이었다. 더 나아가 당

시 투쟁은 1980년 이후 세계 노동운동 역사에서도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선

투쟁이었다. 이후 민주노총은 투쟁을 통해 조직력

을 확대했고, 산별노조 건설의 토대 구축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한편,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투쟁 전

선에서 노동자 정치세력의 부재는 ‘단 한 명이라도

노동자 국회의원이 국회에 있었더라면 막을 수 있었

을 텐데’ 라는 생각을 낳았고 총파업을 마무리한 민

주노총은 정치세력화를 위한 활동에 나섰다. 그 결

과 민주노총 초대 지도부였던 권영길 위원장이 국민

승리 21 대선후보로 출마했다. 이러한 흐름은 투쟁

의 긍정적 의미와 성과에도 불구하고 96·97 총파

업을 정치투쟁과 경제투쟁으로 분리하여 사고하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뼈아픈 평가를 남겼다.

“권영길 위원장이 대선에 나왔잖아요. 그땐 이러려

Page 37: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5

37

일터

고 파업 접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죠. 당시 일어

나라 코리아 의제에 대해서도 비판의식이 있었어요.

민주노동당 창당 때도 시선이 좋지만은 않았고요.

여전히 분단국가인 한국 사회에서 진보정당이라고

하면 빨갱이 정당이라는 선입견이 너무 강하니까

기대보다 염려와 우려가 컸죠. 그래도 노동자 정치

세력화는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가입은 했어요.”

권영길 위원장 사퇴 이후 민주노총 직무대행 집행

부는 1998년 1기 노사정위원회에서 정리해고에 합

의했다. 이후 직무대행 집행부는 정치적 책임을 지

고 사퇴했다. 비대위는 정리해고를 인정할 수 없다

는 정치적 선언만 했을 뿐 폐기를 위한 총파업 투쟁

을 전개하지 못했다. 이후 IMF 외환위기, 신자유주

의 공세에 따라 전국 곳곳 현장에서 구조조정과 정

리해고가 벌어졌다. 그 결과 대우자동차 해외매각

에 따른 정리해고와 구조조정 저지를 위한 파업부

터 노무현 정권 비정규직 악법, 한·미 FTA 체결, 이

명박 정권 타임오프 날치기 통과, 용산 참사, 쌍용

자동차 77일 옥쇄파업, 박근혜 정권 철도 민영화 저

지 파업까지 19년이 흐르는 동안 노동자들의 삶은

벼랑 끝으로 몰렸다.

19년 전 보다 지금이 더 절박한 상황이라고 봐요

“워낙 많이 밀려왔어요. 타임오프 때였나. 그때도

여의도에서 집회하고 있었는데 민주당에서 결국 합

의했다는 거예요. 당시 민주노총 직무대행은 잠적하

고. 또 민주노총이 매년 총파업을 선언하지 않은 해

가 없었는데 매번 뻥 파업 하면서 잘못한 것도 많

고요. 그래도 지금 모두가 96·97 총파업 때보다 더

절박한 상황이라고 생각하면서 파업을 조직하고는

있는데 안타깝게 현장엔 별로 긴장감이 없는 것 같

아요. 총파업이 왜 필요한지 교육도 하고 그러는데

조합원들이 자신들의 삶이랑 파업이 와 닿지 않은

가 봐요. 파업해야 한다니까 하지 뭐 그런 정서 같

아요. 현차 같이 큰 노조도 안 하는데 우리 같이 작

은 사업장이 파업해봐야 효과도 없고 현장에서 탄

압만 받을 텐데 왜 하느냐는 이야기도 많고요.”

금속노조가 4.24 4시간 파업 지침을 내렸음에도 현

대자동차 지부는 파업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면

서 많은 내홍이 있었다. 그러나 파업 준비 기간도

부족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민주노총을 비롯해 빈

민, 장애인 등 민중들이 함께 ‘더 쉬운 해고, 더 낮

은 임금, 더 많은 비정규직’ 을 노린 박근혜 정권의

노동자 죽이기 정책에 맞서 4.24 총파업 투쟁을 벌

여냈다.

“저희도 4시간 파업을 결의했어요. 5월 1일 노동절

에도 최대한 집중하자는 분위기이고요. 세월호 참

사 정국에 성완종 리스트 파문까지 지금은 분명 우

리에게 유리한 국면이니 잘 싸워야 한다는 생각이에

요. 그래서 조합원들에게 누가 나오든 나오지 않든

신경 쓰지 말고 우리 갈 길을 가자고 얘기해요. 만일

10,000명이 오기로 한 집회에 나 하나 안가면 9,999

명이 되는 거잖아요. 그러니 집회는 무조건 많이 가

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그게 노동자의 힘이거든요.”

12명 소수의 조합이지만 자본과 박근혜 정권의 폭

주를 멈추기 위해 애쓰고 있는 주연테크 동지들을

비롯해 80만 민주노총 조합원 모두가 96·97 총파업

의 교훈을 잊지 말고 단결해서 위력적인 2015 총파

업 투쟁을 열어젖히길 기대한다.

* 기사에 싣지는 못했지만 이번 인터뷰에 큰 도움 주신 공공운수

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 김학철 조직부장, 금속노조

경기지부 주연테크지회 안준민 노안부장님께 감사드립니다.

Page 38: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5

38

투쟁은 계속되어야 한다선전위원회

특집 경제 위기와 총파업, 그리고 건강

38

- 저성과자 해고제도,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반대

- 노동시간 연장 시도, 생명·안전 및 노동안전 후퇴

- 파견업종 대상 확대, 비정규직 사용기간 제한 연장 저지

- 공무원 연금 개악으로 하향평준화가 아니라

- 공적 연금 강화로 상향평준화!

더 쉬운 해고,

더 낮은 임금, 더 많은 비정규직 정책 분쇄!

공적 연금 강화!

- 전체 기업 사내 유보금 1천조, 가계부채 1천조

- 최저임금이 아닌 생활임금 쟁취!

최저임금 1만원 쟁취!

Page 39: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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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인 미만 사업체,

초단시간 노동자까지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 특수고용노동자도 노동자다! 노동조합법 개정!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 독립적인 특별조사위원회, 성역 없는 진상규명!

- 안전은 우리의 권리, 세월호를 넘어 안전한 사회로!

세월호 진상규명! 안전사회 건설!

일정

최저임금 1만원 쟁취 500만 서명 운동

- 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 월 209만원

- 온라인 서명 : http://nodong.org/up10000

5.18광주민중항쟁 35주년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

- 일시 및 장소 : 2015년 5월 17일(일) 15시, 조선대학교

- 주최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6월 민주노총 파업주간

6월 22일 1단계 금속노조 쟁의돌입

6월 23일 2단계 공공부분 쟁의돌입

6월 24일 3단계 보건, 건설노조 쟁의돌입

6월 26일 금속노조 사내하청지회 공동파업

* 6월 중 제조부문공투본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와

한국노총 산하 제조관련 연맹) 결성하여 공동 파업을

추진 예정

장그래 10만 대행진

- 2015.6.26.(금)~6.27.(토)

- 비정규직 종합대책 폐기! 최저임금 1만원 인상!

- 장그래 살리기 운동본부

6.27. 민주노총 총궐기 대회

- 최저임금 1만원 쟁취!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 및 2015 임단투 승리!

-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박근혜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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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53세의 젊은 나이에 폐암 진단을 받은 A 씨(남자)가

산재를 신청하겠다고 찾아왔다. A 씨는 18살 때 아

주 유명한 고깃집에 취직하여 35년간 연탄불 관리,

식자재 준비, 서빙, 불판(석쇠) 세척 및 청소 등 하

루 14시간 이상을 식당에서 일 하면서, 고기 구울

때 나오는 연기와 손님들이 피우는 담배 연기 때문

에 폐암에 걸렸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자세히 물어보니 A 씨는 초기 15년간 연탄구이 전

문 고깃집에 일하고 거주하면서 하루 평균 16~18

개의 연탄을 관리하였고, 다음 날 연탄을 사용하기

위해 밤에 자기 전에 연탄 1개는 살려놓았다고 한

다. A 씨가 가져온 과거 고깃집의 사진에서는 10평

남짓한 좁은 실내에 동그란 테이블이 7개가 있었고,

테이블 안에서 피우는 연탄으로 사람들이 고기를

구워 먹고 있었다. 요즘 같이 고기 구울 때 나오는

연기를 빨아들이는 환기장치는 물론이고, 송풍기가

4~5대 설치된 것 말고는 환기장치는 없었다. A 씨

는 비흡연자라고 하였고, 의무기록에서도 비흡연자

로 기록되어 있었는데, 과거 고깃집 사진 속에서는

손님들이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담겨있었

다.

A 씨가 근무하였다는 고깃집을 가보니 현재는 대부

분 숯불구이로 고기를 굽고 있었고, 일부 1~2개 테

이블에서만 연탄으로 고기를 굽고 있었는데, 식당

사장님에게 물어보니 과거에는 연탄 돼지 소금구이

로 유명한 집이라고 하였다. 현재도 식당 뒤편 건물

사이 실외 공간에는 숯을 만드는 곳과 사용하지 않

은 연탄이 쌓여 있는 집으로 여전히 국소배기장치

는 식당 천장에만 있었다.

연탄을 포함한 여러 형태의 석탄이 완전 혹은 불완

전 연소하면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다핵방향족탄

화수소(PAHs), 벤젠, 포름알데히드를 포함하여 연

탄에 불순물로 함유된 황, 비소, 규소, 불소, 납, 수

은 등 다양한 분진, 가스, 금속이 발생하는데, A 씨

와 같이 석탄(연탄)을 실내에서 장기간 사용하게 될

경우 폐암 위험도가 증가한다. 실내 석탄 사용과 폐

암과의 관련성에 관한 연구는 중국에서 농촌 지역

으로 분류되는 윈난 성(Yunnan)에서의 연구가 많

은데, 실내에서 석탄(연탄)을 이용하여 요리나 난방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고깃집에서도폐암이?

Dr. 아이유

Page 41: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5

41

을 사용하는 농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

면 석탄 연소물질의 대부분을 집 바깥으로 배출시

키는 통풍구(연통)가 없는 집에서 사는 사람들이

폐암 위험도가 높다고 한다. 또한, 석탄 난로 사용

기간이나 석탄을 연료로 요리한 기간이 길수록, 석

탄 사용량이 많을수록 폐암 위험도는 더 높았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연탄을 많이 사용하였기 때문

에 연탄 사용이 국내 폐암 발생에 기여가 높을 수

도 있지만, 중국과 달리 그나마 국내에서 연탄을 사

용하던 시기에는 아궁이와 구들에 연결된 굴뚝을

설치하였기 때문에 중국 윈난 성의 농부보다는 영

향을 덜 미쳤을 것이라고 보인다. 그래도 한두 번

연탄가스를 마셔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연탄 연

소물질이 제대로 배출되는 집에 살았는가 하는 의

문이 들기도 한다.

연탄 구이 전문점이라고 하는 이곳은 지역의 명물

맛집이 되어 현재도 각종 블로그에 고기 맛을 자랑

하고 있다. 다행히도 A 씨는 실내 연탄 연소물질 노

출로 산재가 인정되었지만, 국소배기장치가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은 연탄 구이 전문점에서 지금도

손님 테이블의 고기를 굽거나 서빙을 하면서 연탄

연소물질에 지속해서 노출되는 A 씨와 같은 식당

노동자들은 앞으로도 폐암 발생 위험이 클 수 있다.

나는 가끔 연탄 구이 전문점이 그리워 가족이나 친

구들과 함께 연탄 구이 고깃집을 찾는데, A 씨를 만

난 후에는 방문할 때는 연탄 바로 위에 국소배기장

치가 있는지, 실내 환기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보는

버릇이 생겼고, 거기서 일하시는 식당 노동자분들

을 다시 한 번 보게 되었다. 노동부나 환경부가 이

런 작은 노동 현장에도 관심을 두길 바라면서...

Page 42: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5

42

‘작업중지’라고 하면 주로 금속 제조업 또는 조선소

나 제철공장 처럼 언제라도 큰 사고가 발생할 것 같

은 사업장에서 아주 급박한 사고 발생 직전 컨베이

어벨트나 일을 멈추는 장면을 떠올린다. 이렇다 보

니 그동안 사회적으로 작업중지권 문제는 제조업 사

업장 노동자를 중심으로 제기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 다른 형태의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에게 위험은 어떤 것이며, 작업 중지는

어떻게 가능한지 수소문하던 차에, 철도노조 서울차

량지부에서 안전보건문제 때문에 수차례 작업을 중

지하고 시정을 요구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전국철

도노조 서울차량지부 이상이 지부장과 윤혜영 노안

부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안전보건문제로 작업을 중지했던

구체적인 사례를 알려주세요.

아주 정식으로 ‘작업중지권’을 쓴다고 생각하고 사

용한 사례는 아니었어요. 그때가 아마 2007년 경이

었던 것 같은데 여름에 비가 많이 와서, 가좌역 지

반이 침하된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기차가 여기(수

색,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정비하는 기지까지 들어올

수 없게 되었죠. 비상상황에 어떻게든 열차를 정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일단 조합원들이 급하게 용산

이나 서울역으로 나가 정비를 했어요.

그런데 용산이나 서울역은 정비를 위한 설비가 전혀

안 돼 있는 곳이잖아요. 정비 차고가 없이, 철로 상

에 열차가 세워져 있는 상태에서 정비를 해야 하니

불편하고 어려운 데다가, 정비 중인 바로 옆 철로로

기차가 지나가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된 거죠. 안전

을 위해 법적으로 정비 시 측선으로는 열차가 다니

지 못하게 돼 있거든요. 조합원들이 일하면서 끼임

사고나 충돌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고 느낀 거

죠. 게다가 열차를 정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급히 뛰

어나가 위험도 감수하고 일하는 조합원들에게, 회사

측은 야간작업 시 숙소도 마련하지 않고 열차에서

자라는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기도 했어요.

조합원들이 이런 사정을 노동조합에 연락해왔고, 노

동조합이 나서서 안전조치를 마련할 때까지 작업을

못 한다고 거부한 거죠. 출장처럼 나가서 일하던 직

원들이 모두 기지로 다시 돌아와서 대기하면서 대

책이 마련될 때까지 버텼어요. 결국, 임시, 비상상황

이니만큼 꼭 해야 하는 정비 내용을 약간 줄여, 조

합원들이 너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했고, 임시 숙소를 마련한 뒤 작업을 재개했습니다.

사실 그전에도 이런 상황이 없었던 것은 아니에요.

비상 상황, 임시 상황이라면서 노동자 안전은 뒷전

이 되고 당장 일이 되게 하려는 경우는 비일비재했

지키고 살려내자, 작업중지권

작업중지에 앞서'안전한 일터'에 대한 기준이 중요합니다철도노조 서울차량지부 인터뷰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Page 43: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5

43

어요. 그런데 이전에는 잠깐 위험하게 일할 수도 있

다고 생각해서 문제의식이 없었거나, 문제 제기를

못 했던 거죠. 그런데 당시에는 하루 이틀 만에 복

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며칠간 계속 그렇게 일

해야 했기 때문에 너무 위험하다고 느낀 거죠.

석면 문제로 작업을 중지했던 적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2008년, 2009년에는 석면 때문에 일시적으로 작업

을 중단했던 적이 있었어요. 석면을 사용하면 안 된

다는 얘기가 이미 있었던 때였죠. 열차 엔진룸이나

제동장치함에 예전에 석면이 많이 쓰였거든요. 노동

조합이 최초에 문제를 제기 했을 때, 철도공사 측에

서는 열차에서 석면을 모두 철거했다고 했는데, 현

장에서 아무래도 석면이 곳곳에 남아 있는 것 같다

는 문제 제기를 받았어요. 그래서 노동조합이 몇 군

데에서 시료를 채취해 원진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했더니 정말로 석면이 상당히 많이 검

출된 거예요.

모든 작업을 일시에 멈춘 것은 아니었고, 석면에 노

출될 수 있는 작업들을 거부하고 산업안전보건위원

회를 요구했어요. 결국, 긴급하게 임시 산보위가 열

려 다시 한 번 석면 철거 약속을 구체적으로 받아

내고, 철거 되기 전까지는 석면 방지용 보호구를 지

급하기로 했죠. 그리고 보호구가 지급될 때까지 석

면에 노출될 수 있는 작업을 중단했어요. 당시 작업

이 석면이 상당히 포함된 먼지를 압축 공기로 날리

는 등 노출이 많을 수밖에 없는 작업을 하고 있었

거든요.

지금은 구형 차량 자체가 모두 퇴출당해서 석면 문

제는 없어졌어요. 석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 2년쯤

뒤엔, 조합원 중 폐암이 발생해서 산재 신청을 했는

데 결국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을 받았어요. 당시

분석 자료와 기록 등이 큰 도움이 된 거죠.

그 밖에도 두 번 정도 경험이 더 있어요. 저희 일

하는 곳에는 전차선이 따로 없었는데, 전기 기관차

가 도입되면서 전차선이 설치됐는데 그때 새로운 설

비가 도입됐으니 그에 맞는 안전설비가 다 갖춰지

기 전에는 일을 못 한다고 했어요. 예를 들어, 열차

측면에는 지붕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가 있어

요. 옛날 열차들은 공조장치가 위에 있어서 사다리

를 타고 올라가서 살펴보고 직접 소리도 들어보는

작업을 꽤 했었어요. 그런데 이제 전차선이 생겼으

니 지붕에 올라가면 안 되는데, 사다리가 달려있으

Page 44: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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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무의식적으로 올라갈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위험을 애초에 없앤다는 생각으로 사다리를 모두

제거하라고 요구했죠. 화물차에는 아직도 이 사다

리가 달려 있어서, 일반인들 감전 사고가 대부분 이

사다리 타고 올라갔다가 발생하고 있어요.

전차선 관련해서는 지금도 청소 작업에서 문제가

있어요. 지금 청소 업무는 외주로 빠져 있습니다.

전차선이 도입됐기 때문에 이에 맞는 업무 매뉴얼

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옛날처럼

물 뿌리면서 똑같이 청소하고 있어요. 감전사고 위

험이 굉장히 높죠. 저희가 그런 위험한 작업 형태

사진 찍어서 회사 측에 문제를 제기하는데, 정작 당

사자들은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도 않았어요.

다른데도 마찬가지겠지만 더 위험한 일을 많이 하

는 비정규직이 보호는 더 못 받고, 안전하게 일할 권

리는 고용 안전 문제 등에 밀리는 편이지요.

또 조합원 한 분이, 작업 중 돌연사 하신 적이 있었

어요. 열차 안에서 일하다가 갑자기 사망하셨는데,

뒤늦게 발견이 됐죠. 가장 기본적으로는 일하던 중

조합원이 사망했으니 원인이 뭔지 밝혀야 한다는 것

이었어요. 혹시 가스라도 발생해서 사망한 것은 아

닌지 명확한 확인이 필요하다고도 했죠. 그런데 회

사 측 대응이 부적절했어요. 원인 규명이나 이후 장

례 절차, 산재 신청 등에 대해서도 비협조적으로 나

왔고요. 그래서 모든 조합원들이 손을 놓고, 반나절

정도 작업 중지를 했어요.

보건 문제를 가지고 조합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적절하게 작업중지권을 활용해서 문제를 해결하

고 환경을 개선해온 모범적인 사례로 보입니다. 작

업중지권을 잘 활용할 수 있었던 이유나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이에요. 철도 차량 정

비 업무가 현재 회사도 인정할 정도로 아주 위험하

고 열악한 환경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노동

자 얘기를 들어주는 것이죠. 노동조합이 작업을 중

지하고 무언가를 요구할 때 공사 측에서 봐도 억지

주장은 아니라고 느껴질 정도로 곳곳에 문제가 많

아요. 서울차량지부 정비 차고가 지어진 것이 1969

년 즈음으로 알고 있어요. 우리 현장은 주로 무궁화

호나 새마을호 정비를 하는데, KTX나 전동차를 정

비하는 다른 사업소에서 서울차량지부 환경을 보면

놀랄 정도로 완전히 옛날 설비, 옛날 시스템으로 되

어 있으니까요.

사실 시스템 자체가 바뀌어야 하는 상황인데 그렇

지 못 해서 발생하는 위험이나 불편함은 조합원들

이 감수하고 일하고 있는 셈이에요. 어떤 점에서는

회사가 정한 사규나 작업 수칙조차 지켜지지 못하

는 노후한 작업 패턴이 유지되고 있죠. 예를 들어

정비 기지가 따로 없고 옥외, 노상에서 정비를 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요. 그 공간은 너무 넓고 조합원

들이 정비할 열차를 일일이 찾아다녀야 하는 상황

Page 45: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5

45

인거에요. 다른 정비 사업소에서는 정비 받을 열차

가 정비고 안으로 들어오면 거기서 작업을 하는데

저희 작업 방식과 대조적인거죠. 이러니 빙판 사고,

전도 사고가 많아질 수밖에 없어요. 또, 저희는 교

대근무를 하는데, 노상에서 작업을 하니 야간작업

시엔 조도 확보도 충분히 안 되는 경우가 있었어

요. 이미 그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이건 정말 안

되겠다’고 작업을 중단하고 요구하는 것을, 사측도

안 들어줄 수가 없는 것이죠.

완성차 사업장 등에서는 작업중지권 사용했던 것

을 가지고 징계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일도

있습니다.

여기에선 작업중지권을 사용했던 것 때문에 직접

징계를 내린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다

른 건을 가지고 징계를 하면서, 징계 사유에 예전에

작업중지했던 내용을 같이 써놨더라고요. **월 **일

에 업무 지시를 안 따랐다는 둥.

작업중지권 자체로 징계를 내린 것은 아니지만, 징

계 사유에 같이 끼어들어 있다는 걸 조합원들도 자

연히 알게 되었어요. 그러면 아무래도 문제를 제기

하는 것, 특히 작업을 중단하면서까지 문제를 해결

해 나가는 과정에 대해 위축되기도 하지요. 그래도

그런 부담을 감수하고 제기를 하는 거지요. 또 노동

조합이 일단 제기를 하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작

업을 중단하자고 하면, 이 지침을 조합원들이 잘 따

라주기 때문에 계속 문제도 제기하고 개선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작업중지권을 더 널리 알리고, 현장에서 잘 사용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를 위

해 어떤 노력을 하면 좋을까요?

작업중지권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보장된 권리죠. 그

렇지만 작업중지권 얘기를 하기에 앞서 ‘안전한 일

터’에 대한 기준을 여러 가지로 풍부하게 만들고, 제

대로 세우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이런 기준이

똑바로 서 있어야, 그 기준에 안 맞는다 싶을 때 멈

추라고 얘기할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예를 들어 지금보다 작업환경측정 기준도 훨씬 다

양해지고, 각자 일하는 환경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

었으면 좋겠어요. 건강진단 항목도 근골격계 질환

을 진단하는 내용이 포함되는 것처럼 좀 더 실질적

인 의미를 가졌으면 좋겠고요. 저희 같은 경우에는

열차 시트에 미생물이 얼마나 있는지, 그게 우리 노

동자들이나 승객들에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

되고 궁금하지만, 이런 내용은 작업환경측정에 반

영되지 않죠. 그러니 문제를 제기하려고 해도 막막

해지는 거예요. 현장에서는 전자파에 의한 건강영

향에 대한 우려도 큰데 이것 또한 제대로 된 기준

도 없고 측정도 하지 않아요. 더 자잘하게는 야간

근무자들이 숙소에서 푹 잘 수 있도록 하는 적절한

소음 기준치는 뭐냐 이런 구체적인 문제들을 하나

씩 풀어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작업을 멈춘다

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작업을 중단하는 것 자체보다 왜 작업을 멈춰야 한

다고 생각하는지, 그 기준은 무엇인지, 작업 중단 후

대책은 어떻게 마련되어야 하는지 묻는 지적이 소중

하다. 작업중지권을 실현함으로써 얻고자 하는 것

이 바로 ‘안전한 일터’의 기준에 대한 이런 질문과 지

적, 토론이 활발한 현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Page 46: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5

46

지난 가을 지속되는 전세난 와중에 다행히도 상대적

으로 안정적인 곳으로 이사하게 되었다. 서울인 듯

서울 아닌 서울 같은 이곳은 주변에 텃밭이라고 하

기엔 상당히 넓은 경작지가 있고, 새로 들어선 교회

이름도 전원교회다. 말인 즉 공기는 좋으나, 참 외진

곳이라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출근 시간이 40여 분

더 늘어 출퇴근 시간이 도합 2시간 40 여분이 걸린

다. 긴 시간을 길바닥에서 보내려니 책도 읽어보고,

음악도 듣고, 이러 저러하게 의미 있게 써보려 앙탈

을 부려보지만, 피곤하고 무료함을 이겨 낼 수가 없

다. 출퇴근 시간을 정확하게 지킬 필요가 없는 직업

인지라 그나마 다행이지 일반 직장이라면 아마도 우

울과 무기력에서 못 벗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출퇴근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사

람들의 사정이 어떤지 궁금해진다. 그래서 이것저

것 찾아보니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고 내가 느끼고

있는 부정적인 무언가는 다행히(?)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삶의 질도 좌우하는 통근시간

OECD는 Well-being 측정 지표로 진작에 ‘통근시

간’을 포함시키고 있다. 그만큼 출퇴근 시간이 삶의

질을 좌우하는 요소라는 것이다. 2014년 OECD 국

가별 시간 사용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역시나

기대를 배반하지 않고 출퇴근 시간이 OECD국가

중 당당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OECD 국가의 평

균 통근시간은 28분(편도)인데 비하여, 한국의 경우

는 58분으로 보고되고 있다. 한편 리저스 그룹 조

사(2010년)에 의하면 한국 직장인 네 명 중 한 명은

출퇴근을 위해 매일 90분 이상을 버스나 지하철에

안에 있으며, 평균 통근 시간(편도)은 62분이며, 통

근 시간이 2시간 이상인 직장인도 전체의 8%를 차

지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2010년 통계청 조사를 근

거로 하여 추산할 경우 2015년 현재 출근 소요시간

이 1시간 이상인 직장인의 수가 500만 명으로 추정

되고 있다니 역시 나만의 아픔이 아니었던 것이다.

주택비용으로 인해 직장이 있는 도심에서 외곽으로

의 이주하는 경향이 한동안 멈추지 않을 것을 고려

하면 그 수는 좀처럼 줄어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얼마 전 방영된 [MBC 다큐스페셜]은 장시간 출퇴근

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경우 만성피로와 사고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이 다큐는 출퇴근하

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조사를 하였는데

출근 시간이 1시간 30분이 넘는 집단에서는 스트레

스를 나타내는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농도가 평균보

다 높게 나타나 의학적으로도 1시간 30분 이상 출

근 시간이 인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시간의 재발견_ 노동시간 에세이

행복과 통근시간출퇴근 시간도 노동시간의

일부로 인정해야

김재광 노동시간센터(준)

Page 47: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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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 밖에도 장시간 통근으로 유

발되는 스트레스는 혈압 상승, 근·골격계 질환, 적

대감 증가 및 인지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0년 영국의 ‘The

Argus’지는 통근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해 영국 브

라이튼 앤 호브 지역 주민 중 런던으로 통근하는

근로자들의 기대 수명이 평균 1년 단축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장시간의 출퇴근은 생체 문제를 일으킬 뿐 아

니라 가족 및 사회관계까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고 한다. 실제로 출근시간이 1시간 증가하면 수면

시간은 13분이 줄어들고, 이혼율은 약 53% 증가한

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고, 심지어 출퇴근 시간

이 정치참여에 연관이 상당하다는 미국의 연구결과

를 접하면 장시간의 출퇴근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확신이 선다. 앞서 밝힌 리저스의 조사에

따르면 출퇴근 시간이 줄어들면 무엇을 하고 싶은

가의 설문(복수응답)에 ‘운동과 몸매 관리에 시간을

보내겠다’(82.0%), ‘가족, 친구, 연인과 시간을 갖겠

다’(76.0%), ‘학술적 능력제고에 투자하겠다’(65.0%)

로 답한 점을 비추면 장시간 출퇴근 시간이 건강과

사회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통근시간 스트레스, 결국 노동시간의 문제

2013년 한국교통연구원은 흥미로운 보고를 한 바가

있다. 보고에 따르면 수도권에 거주하면서 서울(강

남 기준)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의 통근시간에 따

른 행복상실을 분석한 결과 통근시간(편도)이 1시

간인 수도권 통근자의 행복상실, 그 가치가 월 94만

원이라는 것이다. 수치로 나타난 행복상실의 정도

가 실로 충격적이다. 행복의 가치를 단순 산술화 했

다는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장시간의 출퇴근 시간

지난 3월에 방영된 [MBC 다큐스페셜] ‘2시간 째 출근 중- 길 위의 미생’ (출처: 방송 화면캡쳐)

Page 48: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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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삶의 질을 주요하게 결정하고 있다 점에서 큰 시

사점을 준다. 월 94만원이면 최저임금 노동자 입장

에서는 대부분의 경제적 가치인 것이다. 이 조사에

의하면 대상자의 62.7%가 통근시간의 불만족 하

며, 응답자의 69.8%가 통근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응답하였으며, 46.6%는 업무효율에 지장

을 주며, 29.6%는 이직을 생각할 정도라고 하니 수

도권 출퇴근자의 스트레스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익숙하면서도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닌 장시

간의 출퇴근 시간과 그에 따른 건강상, 사회관계상

의 문제는 교통체계의 혁신, 주택 및 거주 방식의 혁

신 등도 있겠으나, 노동시간의 문제로 따지자면 우

선 유연한 출퇴근 시간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아

무래도 집중된 출퇴근 시간을 피한다면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를 덜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

나 이렇게 한들 출퇴근 시간 자체가 혁신적으로 줄

어드는 것은 아니다.

차라리 출퇴근 시간을 노동시간으로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근본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출근 시간은

노동력을 제공하기 위해 노동자의 불가피한 시간으

로 이에 대한 보상과 인정이 필요하다. 즉 통근시간

의 전부 또는 일정 시간 이상의 시간에 대해서는 노

동시간으로 인정하고 그만큼 실 노동시간을 면제하

는 것이다. 최근 ‘벼룩시장 구인구직’에서 조사한 바

에 의하면 응답자의 66% 정도가 30분 이내의(편도)

출퇴근 시간을 원한다는 점을 참고해, 30분 이상의

통근 시간에 대해서 노동시간으로 인정한다면 장시

간의 출퇴근 시간의 부담이 한층 덜어질 것이다. 물

론 이러한 발상에 여러 가지 반대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개인의 부담을 사업주가 분담하는 것이 옳지

않다’ 라든가 ‘출퇴근 시간을 노동시간으로 인정하

면 오히려 장거리 출퇴근자의 고용이 불안해 질 것’

이라는 등등의 주장 말이다.

Page 49: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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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시간을 노동시간에 포함시키자는 나의 발상

은 노동력을 제공하기 위해 장시간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고 이로 인하여 건강과 사회관계에 부정적 영

향을 미치는 문제를 개인에게 모두 전가하는 것이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것에 전혀 부합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노동을 하는 이유는 노

동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기

초를 형성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니 노동 때문에 불

행해져서는 안된다. 이 사회가 누구를 일부러 고생

스럽게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면, 상당히 많은

사람이 곤란을 겪고 있으며 노동생산성에서도, 행복

의 척도에서도, 사회관계 및 정치의 참여에서도 부정

적인 영향을 주는 장시간 통근시간의 문제를 모른척

하는 것이 정당한지 묻고 싶다. 또한 노동시간의 문

제는 단순히 노동에 몰입하는 시간뿐 아니라, 그것

을 준비하는 시간, 그것에 부수하는 시간, 그것을 가

능하게 하는 시간(출퇴근, 휴식, 재충전) 모두와 연관

되어 있으며, 이 모두를 종합적으로 파악할 때 노동

시간의 문제를 제대로 보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

통근시간과 건강한 삶의 관계

* 내용 출처 MBC 다큐스페셜 ‘2시간 째 출근 중-길 위의 미생’

OECD 가입국 중 가장 긴 통근시간 58분

OECD 평균 통근시간 28분

세계에서 두번째로 긴 1일 노동시간

8시간 36분

출근이 1시간 늘어나면 잠은 13분 감소

수면시간 6시간35분, OECD 최하

이혼율은 1.5배 증가

이혼증가율 OECD 가입국 1위

출근시간 90분 넘으면

코르티솔* 농도 평균 이상* 스트레스를 나타내는 호르몬

58분

8시간36분

13분

1.5배

90분

Page 50: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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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미있게 본 드라마가 있다. OCN에서 하는 정

통 수사물 <실종느와르 M>이라는 드라마다. 이야기

와 연기 그리고 연출의 삼박자 호흡이 기막히고, 수

사물 특유의 시청자와의 두뇌 싸움에서도 탁월한

수준의 추리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아직도 이 드라

마의 시청률은 1퍼센트 대다. 왜 이럴까. 왜 이렇게

고품질의 수사 드라마가 시청자의 이목을 끌지 못

할까.

이유를 분석해보니, 주 1회 편성에 2회 분량의 긴장

감 넘치는 묵직한 이야기가 가장 큰 문제였다.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몰입해서 보게 되는 효과가 있긴

하다.

“우와, 어떻게 된 거지?” “누가 범인이지?” “어라! 주

인공은 또 왜 저래?”

그런데 이 방대한 이야기가 딱 1주일에 한 번 한다

는 것 자체가 시청자들의 인내를 넘어선다는 것이

다. 그리고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소파 끝에서 등

을 곧추세우고 보는 행위는 한 두 번으로 충분하다

는 것이다. 피로감 때문에 다시 이 드라마를 찾지

않을 수도 있다. 시청자들, 혹은 대중이 집안 소파

에서 원하는 것은 부담감 없이 편하게 누워서 리모

콘 돌려가며 봐도 이해 가능한 드라마와 예능 프로

그램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훌륭한 드라마가 편성의 시행착오

로, 그리고 대중 심리에 대한 사전 이해 부족으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너무 아쉬울 것 같다. 드

라마방송국에서는 요새 시청률에 대해 1분 단위 전

쟁이라고 한다. 잠시라도 지루함을 견디지 못 하는

시청자들은 리모콘에 손을 댄다. 따라서 그 버튼을

누르기 전 수 분 안에 대중의 갈증을 풀어줘야 한

다. 결국 드라마를 꿰뚫는 주제 의식 따윈 TV에 너

무 고품격이다. 리모콘을 손에 쥔 이들의 인내를 시

험하지 않는 수준의 적당한 “꺼리”들이 방송을 타

야 한다. 그게 아무리 파편적이더라도 말이다.

문화읽기

창작하는사람의 문화 읽기

송윤희 회원

Page 51: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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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필자가 각본을 맡은 영화 <화장>이 흥행에 참

패하고 말았다.

100만 명이 봐야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영화가 15

만도 안 되는 수준에 머물렀다. 참고로 이는 독립

영화 수준의 흥행이라고 보면 된다. 제주 4.3 항쟁

을 다룬 독립영화 <지슬>이 약 14만, 깐느 황금종려

상을 받은 <아무르>가 8만, 또 깐느에서 큰 호응을

얻은 일본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역시 10만

수준이다. <화장>을 본 관객은 예상컨대, 이렇게 독

립예술 영화들을 즐기는 관객일 것이다.

이렇게 글을 쓰니, 고품격 영화와 드라마가 수준 미

달의 대중 때문에 제대로 각광받지 못 한다며 감히

대중을 비아냥거리는 태도를 보인 것 같다. 필자는

대중을 폄하하지 않는다. 대중이 파편적인 것들에

위안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회 현실을 두고 그럴 수

가 없다. 다만 대중과 함께 얕은 재미, 웃음이나 익

히 아는 감동 코드에 만족하지 않고, 그 이면에 있

는 것들을 상기시키는 수준의 공감대를 만들어가고

싶은 새내기 창작자로서 고민이 이어진다.

지쳐 있는 대중의 갈증을 풀어 줄 것이냐. 그런 대

중에게 과감하게 인생의 고민을 더해보라는 숙제

를 줄 것이냐. 아니면 둘을 어느 정도 선에서 적당

히 혼합하여 예술로서도 예능으로서도 일정 수준

의 완성도를 달성할 것이냐. 그런데 묵직한 화두와

앞서 말한 파편적 가치가 혼재된 작품. 그것은 참

으로 만들기 어렵다. 그래서 창작은 재밌고도 힘겨

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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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KEF경총플라자에 실린 ‘저성과자 프로그

램 도입에 따른 법률적 쟁점’이라는 문서요약문이다.

● 사람은 함부로 쓰다 버리는 물건이 아니므로 일

시적으로 문제가 있는 저성과자는 교육훈련과 배치

전환 등을 통해 핵심인재가 될 기회를 먼저 제공해

야 함.

● 저성과자들 스스로 밥값을 하게 만들기 위해서

는 경고, 배치전환 등 인사권 행사, 교육훈련 등 역

량개발 기회 제공, 자발적 사직의 유도, 해고 등 순

차적인 접근이 시도되어야 함.

● 기업이 저성과자에게 충분한 기회를 제공했음에

도 지속해서 저성과자로 남는 사람은 개인과 조직

모두를 위해서 해고 등 퇴출을 시킬 수밖에 없음.

● 기업이 배려 의무 차원에서 교육훈련과 배치전

환 등의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이 ‘선이행의무’이며,

해고는 ‘마지막 수단’으로 고민해야 할 사안임.

● 그렇다고 기업을 망하게 하려고 골몰하는 사람,

지속해서 밥값을 못하는 사람, 아예 일하려는 의욕

이 없는 사람, 조직 분위기를 망치는 사람, 도저히

적용이 어려운 사람까지 보호할 수는 없음.

● 가슴 아프지만 썩은 사과를 골라내듯이 저성과

자를 퇴출하는 것도 인적자원관리의 하나임.

2014년 12월 29일 정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

(안) ‘저성과자 해고제도’에 대한 설명과 일맥상통한

다. 정부는 근로계약 해지의 기준을 명확히 한다며

2015년 이내에 “일반적인 고용 해지 기준 및 절차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가이드라인

의 주요 내용은 ① 객관적∙합리적 기준에 의한 평가,

② 교정기회 부여, 직무∙배치전환 등 해고회피 노력,

③ 공정한 절차와 관련 내부규정 운영 등을 갖춘

경우 정당한 해고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썩은 사과 도려내기?

기업이 저성과자에 대하여 성과향상 프로그램, 직무

역량 강화 교육, 직무재교육 등 다양한 이름으로 퇴

출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은 오래된 일이다. 교육이

라고 하지만, 이들 ‘퇴출프로그램’의 최종 목적은 성

과관리를 빙자하여 퇴직을 강요하고 구조조정을 우

회하여 노동자를 내보내는 것이다. 최근 증권사는

ODS(Out Door Sales) 부서를 신설하여 외부영업활

동을 통해 증권을 방문 판매하도록 하고 일일보고,

명함 받기 등 성과목표와 평가를 연동하는 프로그

램을 시행하고 있다. 기업은 영업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실제는 퇴출프로그램이

다. 현대중공업은 희망퇴직을 거부한 과장급 이상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저성과자라고

낙인찍으면

해고가

가능하다?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Page 53: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5

53

사무직에 직무역량향상 교육을 하고 있다. 이 교육

은 초심자에게 어려운 수준의 교육과 강도 높은 과

제와 시험 등으로 짜여져 있는데, 기준에 미치지 못

할 경우 시험 및 교육태도 점수에 따라 징계를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노조는 퇴소 후에도 2차 교육

이 진행되는 등 과정을 반복시키다 최종적으로 해

고까지 가능한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퇴출프로그램이 가장 진가를 발휘하는 것은 노동자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퇴출

대상자가 되었다는 모멸감뿐 아니라 고립, 공포, 굴

욕, 수치감, 자괴감 등 인간의 자존감을 훼손하는 상

황으로 몰아붙인다. 과거 KT 특별상품판매팀, 서울

도시철도공사 5678서비스단 등 퇴출프로그램의 결과

노동자들이 업무상 스트레스에 의한 정신질환에 시

달리다, 자살로 이어지기도 했으며 업무상 재해로 인

정받는 경우까지 있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용자의 인사권은 노동자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

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즉, 사용자는 인

사권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정부가 직접 나

서서 성과관리를 빙자하여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제도까지 마련해 준다니 기업은 덩실덩실

춤을 출 판이다. 기업은 굳이 징계해고, 정리해고의

까다로운 법률적 요건을 갖출 필요 없이 상시적 구

조조정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통해 노동자들을 마

음대로 해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정부가 해

야 할 일은 성과관리를 빙자하여 인사권을 남용하

는 사용자에 대해 엄중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도

리어 부당해고에 대한 사용자 처벌조항을 부활해야

할 때이다. 기업이 저성과자로 낙인찍은 노동자는

썩은 사과가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이다.

2014년 11월 열린 'KT 직장내 괴롭힘 실태조사 보고회'.

퇴출 프로그램으로 활용되는 KT 직장내 괴롭힘 문제를 고발했다.

(출처 희망을 만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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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와

일터 사이

일터 다시보기

세월호 1주기를 맞는 일터 2015년 4월호는 노란 표지에 확연히 달라진 디자인으로

다가왔다. 선전위원, 운영집행위원 동지들의 노고가 느껴졌다. 뉴스 교정교열이라도

하라는 선전위원장의 명령(?)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소소한 일손이라도 거들자고

생각했었는데, 잘한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깔끔하고 예쁘다는 표지의 첫인상은 세월호 일러스트와 ‘우리는 안전해졌나’라는 메

시지를 만나며 무거운 울림을 주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는 전 국민에게 잊을 수 없

는 기억으로 남았을 뿐만 아니라 노동안전운동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하는 사

건이기도 했다. 우리 앞에 놓인 과제를 확인하며 다시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는 경

각심이 들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어떤 과제를 가지고 전열을 가다듬을지 달라진 일터 2015년 4월

호를 한 장씩 넘기며 살펴보았다. 거기엔 회원들이 각자가 실천하는 활동과 현장, 연

구 과정에서 치열하게 하는 고민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작업중지권 기획 꼭지가 눈에 들어왔다. 특집 기사들이 정부의 정책을 평가하

고 운동의 과제를 제시한다면, 작업중지권 기획은 대우조선노조, 성동조선해양지회,

현대제철, 현대다이모스 지회처럼 일터에서 작업중지권을 실천한 사례와 그 과정에

서 겪었던 문제를 상세히 다루고 있어서 풍부한 고민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작년

세월호 참사 직후 발간된 일터 2014년 5월호 특집에서 작업중지권의 복원이라는 과

제를 다시 환기했는데 일관성 있게 고민을 넓혀가고 있어 좋았다.

노동자의 관점에서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이란 무엇일까. 현장 통제력이 없는, 노예와

다르지 않은 노동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본가에게 노동자는 죽지 않을 만큼, 정확히 말해 계속 노동

할 수 있을 만큼만 건강하면 그만이다. 노동자는 돈을 벌고, 이윤을 만들기 위한 도

구에 지나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이만큼의 건강도 보장되지 않아 계속 산재가 발생

한다. 심지어 미숙련 비정규직 노동자는 노골적으로 쓰다 버려도 되는 일회용품 취

급하기도 한다.

연아 선전위원

Page 55: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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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호에 실린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사고 예방은커녕 사고가 나도 수습할

때 참여할 권한도 없이 동료의 사고 소식을 게시판으로 접하고 있다. 현대 다이모스

노동자들은 1588-3088로 전화를 했다. 오죽했으면 정부의 힘을 빌려야 할까. 정부가

관리하는 관점도 자본가의 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그것도 못 지키는 것이

현실이다. 작업중지권은 제도적으로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서 구조

적으로 한계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런 현장의 소중한 경험들이 쌓이면서 자신의 권리를 인식하는 과정, 제도

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개선을 요구하며 제도적 한계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노동의 작

업장 통제력도 강화될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노동의 작업장 통제력이 강화되어야 노

동자의 관점에서 건강과 안전이 무엇인지도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또한,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시민의 안전은 노동자의 안전

과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노동자들이 안전한 교통수단은 그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시민에게도 안전하고, 노동자들이 안전한 공장은 그 공장 주변의 지역주민에게도 안

전하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안전 분야까지 기업의 돈벌이로 만드는 정부의 정책을 비

판하고, 대안적인 안전 논의를 노동자가 주도해서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

된다. 노동자들이 위험 상황을 가장 빠르게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계속,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최근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이 서울대병원의 저질 재료,

과잉진료 문제를 폭로하고, 수익성 중심의 성과주의 도입을 반대하며 파업 투쟁을

하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 주목된다.

세월호 이후 우리 사회가 얼마나 변했는지 충분히 고민해보지 못했지만 몇 가지는 분

명해 보인다. 노동안전보건운동의 의제가 현재 한국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

지 다시 한 번 인식되었다는 점. 그리고 연구소의 기관지 일터가 새로운 태세로 독자

들을, 일터를 찾아가면서 그러한 문제의식을 확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소 활동과 현장(일터)의 사이를 잇기 위한 기관지 ‘일터’의 투쟁에 지지를 보내며,

나를 포함해 연구소 회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이 투쟁에 동참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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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쿵저러쿵

“글쎄 제가 아동학대를 했대요.”

노동조합 사무실에 울먹이는 목소리로 상담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사건은 두 달 전,

아이가 바닥에 우유를 엎질렀다. 아이 옷에 우유가 묻을까 봐 걱정한 이 교사는 반사

적으로 아이 어깨를 잡아당겼는데 그 과정에서 목에 조그맣게 손톱자국을 남겼다. 놀

란 교사는 아이를 부둥켜안고 어쩔 줄 몰라 하며 미안하다고 했다. 아이 역시 울거나

아파하지 않았다. 이 상황은 CCTV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교사는 즉시 원장에게 보고했다. 그리고 아이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

명하며 사과했다. 그러자 아이 엄마는 별일 아니라며 교사에게 괜찮다고 염려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두 달이 지날 무렵 원장이 뜬금없이 그때 일을 아동학대라며

이 교사를 해고하려고 했다.

“제가 이혼하고 혼자 아이를 키웠는데 당시 ‘한부모 가정’이라고, 저를 채용하면 어

떤 혜택을 받았나봐요. 근데 제가 최근에 재혼을 하면서 그 지원이 끊기니까 그때부

터 저를 못 살게 굴기 시작한거죠. 그 전엔 그렇게 일을 잘한다고 칭찬하고 좋아하더

니. 결혼 한 뒤로 갑자기 태도가 돌변해서 차로 두 시간 걸리는 곳에 자비 180만원

을 들여 생태교육을 이수하라고 시키질 않나, 신혼여행에서 선물로 사온 과자를 몸

에 해로운 거라며 보는 데서 버리지를 않나.”

하루에 수백번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아동학대라는 누명을 쓴 채 해고되고

싶지 않아서 버티다 결국 전화를 걸어 온 것이다. 상담과정에서 일하는 동안 연차도

없었고 수당 없는 초과근무에, 토요일 무료노동까지 위법 사항이 한 두가지 아닌지

라 원장과 면담을 위해 어린이집을 방문했다.

“원장님이 그 일을 아동학대로 규정했다면 지금 바로 신고 하세요. 신고하지 않으면

신고의무자로서의 법적 책임을 지게 됩니다.” 면담에서 원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

런데 웬걸 이 원장 갑자기 실신했다. 그러더니 구급차에 실려 갔다.

면담 이후 아이들은 모두 다른 반으로 옮겨졌다. 이 교사는 한 달을 주방에서 쭈그

려 앉아 있거나 설거지나 청소 업무를 하며 버텼다. 종종 아이들이 “선생님!” 하고 달

어느 국공립 어린이집

교사 이야기

서은실 회원 (공공운수노조 부산지역지부 보육지회 조직부장)

Page 57: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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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와 와락 안기기라도 하면 원장이 “저분은 선생님 아니야”며 아이를 끌고 나갔다.

몇 달 후 교사는 아동학대 누명을 벗기는 했지만 결국 권고사직을 받아들였다. 학부

모들이 노조에 가입한 교사를 거부한 것이다. 노조의 고발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교사들 연차도 없었다는 뉴스가 보도가 되자 노조에 대한 학부모의 불만이 극에 달

한 것이다.

두달 전 목에 상처가 난 아이 엄마는 한 술 더 떠 이렇게 말했다.

“좋은 선생님인 줄 알았는데 어린이집 고발이나 하고 은혜를 모르는 못되먹은 사람

이네요. 생각해보니 아이 목에 상처 난 거 아동학대가 맞는 지도 모르겠어요. 내가

내 목에 시험해봤는데 감정이 들어있지 않고서야 그런 상처가 나지 않겠더라고요.

내가 원장님 얼굴 봐서 참았는데 사과도 직접 찾아와서 해야지, 전화 한 통으로 끝

나고. 교사로서 태도가 틀려먹었어요.”

이 교사는 어린이집을 그만둔 후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줬다.

“따지고 보면 그 애 목에 상처가 나서 내가 그만 두게 됐지만 난 그 애 땜에 발목에

인대가 늘어나서 아직도 치료받고 있어요. 비만 오면 아파요. 엄마는 그걸 알면 저한

테 그렇게 하면 안 돼요.

소풍을 갔었는데 그때 그 녀석이 비탈길 배수구 쪽에서 장난을 치다가 휘청거리며

떨어지려고 하는 걸 제가 몸을 휙 던져서 구하고 떨어졌어요. 그 바람에 발목이 완

전히 꺾여서 119에 신고를 했죠. 그런데 원장이 도착한 119를 보내더니 자기 차에 태

워 어린이집 근처 병원에 데려다주는 거예요. 깁스를 풀 때까지 원장이 치료비를 주

기는 했는데, 치료비라고 해봐야 아이사랑카드로 결제했는데 액스레이랑 진료비 몇

천원 정도 나간거에요. 한번은 너무 아파서 한 이틀만 쉬고 싶었는데 하루도 못 쉬었

어요. 쉬려면 제 돈으로 대체교사를 구해야 하는데 갑자기 대체교사를 구할 수도 없

고. 생태 어린이집이라 매일 나들이를 가는데 저는 아이들을 인솔할 수 없으니 도시

락 배달을 시켰어요. 깁스한 다리로 운전하고 다리를 질질 끌며 도시락을 날랐어요.”

“선생님, 그건 산재예요. 산재신청 안 하고 뭐하셨어요?”

“원장이 산재가 아니랬어요.”

“......”

산재를 은폐한 이 어린이집은 또 다시 뉴스에 보도되었고, 원장은 산재은폐로 18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이런데도 이 원장은 올해 5년간 국공립 어린이집을 위

탁을 받는 데 성공했다.

Page 58: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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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세로 퀴즈로 본 일터

가로열쇠

2. 기업이 저성과자에 대해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성과향상

프로그램, 직무역량 강화, 직무재교육 등을 실시하지만 사실

상 구조조정을 우회하여 노동자의 00을 강요하고 있다. P.50

4. 신나는 음악에 맞춰 발은 자전거 페달을 밟고, 상체는

간단한 안무를 해서 상·하·좌·우로 움직이거나 웨이브를

주면서 하는 운동. P.18

5. 부산의 대표적 재개발 지역인 00000 재개발과정에서

불법적인 석면슬레이트 해체 및 제거 작업으로 발암물질 1

급인 슬레이트 석면 폐기물이 지속적으로 방치되어 왔다는

사실이 지역주민들 제보로 확인되었다. P.7

8. 2014년 금속노조 00000지부와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노동자들 스스로 발암물질에 얼마나 노

출되었는지 이력을 조사하고 자료를 구축하는 사업을 진행

했다. P.22

10. 영화계의 거장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작품이면서, 연구

소 회원이자 문화읽기 고정 필진인 송윤희 동지가 각본을 맡

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동지들이 애정하는 영화. P.48

세로열쇠

1. OECD가 웰빙(Well-being) 측정 지표 중 하나로 ‘통

근시간’을 놓고 있듯 00000은 우리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한국은 평균 통근시간이 58분(편도)으로

OECD국가 중 당당히 1위를 기록하고 있다. P.44

3. 4월 30일 공장 옥상에 설치된 환기 덕트를 시험 운전하

고 점검하던 중 가스 누출사고로 SK 0000 협력업체 노동

자 세 명이 질식해 숨졌다. P.6

6. 민주노조 파괴 공작도 모자라 노동자의 건강하고 안전

하게 일할 권리를 침해하는 파렴치한 행위를 자행하고 있

는 사업장. P.14

7. 2013년 000병원은 비상경영을 선포하면서 환자의 진료

비를 올려 74억 원의 수익을 내고, 저질재료를 사용해 88

억 원의 비용을 줄여 단 4개월 만에 162억 원의 성과를 냈

다. 성과급제를 도입해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책임을 저버리

는 것을 막기 위해 노동조합이 4월 23일부터 무기한 파업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P.10

9. 96·97 노동법 개악 저지 총파업투쟁은 노동자들이 단

사·업종·지역을 넘어 ‘0000 00 000’ 라는 정치적 요

구를 중심으로 단결했던 건국 이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정치파업이었다. 더 나아가 당시 투쟁은 1980년 이후 세계

노동운동 역사에서도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선 투쟁이었다.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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