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일터(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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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9일 현장연구나눔마당이 열렸습니다. 연구소 한 회원 말대로 우리가 한 연구를 자랑하기 위해서 여는 자리라기보다, 더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더 많은 사람의 뜻을 모으기 위한 자리 였습니다. 나눔마당에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것은, 참가자들의 열렬 한 토론이었습니다. 철강 조합원이 체신 노동자들의 안전보건 문제 를 이해하려고 질문 공세를 이어갑니다. 자동차 생산직 노동자가 자동차 판매, 영업직 조합원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조합에 더 급진적인 활동을 요구합니다. 이것이 연대의 기운이 라고 생각합니다. 씨앤엠 노동자들은 전광판 위에서 폭설을 맞고, 코오롱 노동자는 한 달 넘도록 단식을 이어가고, 노동자들과 함께 싸웠던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기소되고, 세월호 진실 규명과 안전 사회를 요구하는 기다림의 버스가 매주 진도로 내려가는 지금, 우리 연구와 보고가 더 많은 ‘동지’들과 함께 과제를 찾고, 투쟁할 거리를 만들고, 연대 하는 매개가 되기를 바랍니다. 날이 차고 밤은 깊습니다. 어느 때보다 연대가 절실한 때입니다. 우리 손잡읍시다. 독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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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2014 12 일터(완)

지난 11월 29일 현장연구나눔마당이 열렸습니다. 연구소 한 회원

말대로 우리가 한 연구를 자랑하기 위해서 여는 자리라기보다, 더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더 많은 사람의 뜻을 모으기 위한 자리

였습니다. 나눔마당에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것은, 참가자들의 열렬

한 토론이었습니다. 철강 조합원이 체신 노동자들의 안전보건 문제

를 이해하려고 질문 공세를 이어갑니다. 자동차 생산직 노동자가

자동차 판매, 영업직 조합원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조합에 더 급진적인 활동을 요구합니다. 이것이 연대의 기운이

라고 생각합니다.

씨앤엠 노동자들은 전광판 위에서 폭설을 맞고, 코오롱 노동자는

한 달 넘도록 단식을 이어가고, 노동자들과 함께 싸웠던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기소되고, 세월호 진실 규명과 안전 사회를 요구하는

기다림의 버스가 매주 진도로 내려가는 지금, 우리 연구와 보고가

더 많은 ‘동지’들과 함께 과제를 찾고, 투쟁할 거리를 만들고, 연대

하는 매개가 되기를 바랍니다.

날이 차고 밤은 깊습니다. 어느 때보다 연대가 절실한 때입니다.

우리 손잡읍시다.

독 자 에 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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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통권� 131� � 2014.12

22 특집

2014 현장연구 나눔마당- 주간연속 2교대 이행 실태와 향후 연구 방향

- 작업중지권, 오늘과 내일

- 체신노동자 재해 실태 : 집배원을 중심으로

- 자동차 판매노동자의 직무스트레스

네 번째 현장연구나눔마당이 열렸다. 올 한해 연구소가 함께 했던 여러 연구 중, 더 많은 사

람들과 나누고, 뜻을 모으고 싶은 4개의 주제를 다뤘다. 특집을 통해 현장연구나눔마당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03 뉴스 분신 아파트 경비원, 스트레스로 인한 산재 인정 外 l 장영우

06 지금 지역에서는 물고기 1만 마리 떼죽음, 삼성의 책임을 묻는다 l 재현

08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기술과 예술의 사이에서 소리를 만드는 사람들 l 정하나

12 현장의 목소리 일하다 죽었는데 자살이라뇨? l 재현

16 연구 리포트 대리운전기사의 직업환경과 안전 및 보건 l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윤진하

21 사진으로 보는 세상 하늘과 땅에서 노동자들은 여전히 농성투쟁 중 l 쌀집아재

32직업환경의학의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중소사업장 사내하청 노동자와 보건관리대행 l 직업환경의학의 이선웅

34 작업중지권 기획 작업중지권은 일상의 전투다 l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36 노동시간센터(준) 기획 쫓기는 노동, 여유 없는 시간 l 노동시간센터(준) 해미

40 문화읽기 거기 누가 있나요 l 김재광

42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경비노동자의 겨울나기 l 노무법인 필 유상철

44 일터 다시보기 감정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라 l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판매위원회 교육선전국장 조계석

46 이러쿵저러쿵 눈은 내리고 새해는 온다 l 생애 전환기 맞은 한 회원

48 퀴즈 가로세로 퀴즈로 본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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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 아파트 경비원,

스트레스로 인한 산재인정

출처 : 노동과 세계

출처 : 민중의 소리

근로복지공단(공단)이 11월 7일 사망한 신현대

아파트 이만수 열사에 대한 산업재해를 인정했

다. 감정노동에 시달리던 경비노동자의 자살을

산업재해로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만수

열사는 올 7월 1일, 근무환경이 열악한 곳으로

강제 전보를 당했는데 이 또한 하루 전인 6월

30일에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던 것으로 알려졌

다. 이때부터 이만수 열사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왔으며, 전보 이후 입주민 이 모 씨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해 왔다. 분신하던 날 직

전에도 주민들의 욕설을 들어야 했다.

공단은 이번 달 1일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

구한 이만수 열사의 사망이 “업무수행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업무적으로 누

적된 스트레스가 극단적인 형태로 발현되어 발

생한 것으로 보이는바, 업무와 고인의 사망 간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산재를 인정했다.

공단은 이씨가 2012년 우울증으로 인해 정신과

진료를 받았던 부분에 대해서 업무상 스트레스

를 상당 부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단

의 결정에 대해 민주노총 관계자는 “업무상 사

망으로 인정됨에 따라 이만수 열사의 명예를 조

금이나마 회복했다”고 말했다.

제주의료원 간호사 유산은

업무와 상당한 연관 있어

제주의료원에서 근무하던 다수의 간호사가 아

이를 자연 유산한 것과 관련해서 업무환경과 상

당한 연관 관계가 있다는 역학 조사 결과가 발

표되었다. 제주의료원 전·현직 간호사들은 “심

장질환을 안고 태어난 아이에게도 업무상 재해

를 인정해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

을 진행하는 가운데 12월 5일 이번 역학 조사

결과를 서울행정법원에 증거로 채택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

원은 ‘제주의료원 소속 근로자의 유산에 대한

역학조사 보고서’에서 “자연유산은 업무와 관련

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임신 초기 3교대 근무와 의료원 경영문제로 인

한 임금 미지급, 고용불안 등의 스트레스, 임산

부가 약품 분진에 노출된 점 등을 유산과 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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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 인과관계의 근거로 들었다. 근로복지공단

은 이 보고서를 토대로 질병판정위원회를 개최

해 이들의 산재 승인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제주의료원은 2009년 간호사 15명이 임신했다

가 이중 5명이 유산했다. 유산율은 33.3%로 그

해 전국 평균 유산율 20.3%보다 높은 수치였다.

게다가 출산한 10명 가운데 4명은 태어난 아이

가 선천성 심장질환을 갖고 있었다. 이에 제주

의료원에 근무하다 2009~2010년 집단으로 유산

하거나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출산한 간호사들이

지난해 초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다. 공

단은 심장질환아를 출산한 간호사들 4명에 대해

“태아를 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다”며 산재승인

을 거부해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었다.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은 불규칙한 당직근무가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당시 병원은 실제

근무하는 간호사 수가 원래 정원의 60~70%에

불과했다. 교대로 당번을 선다고 해도 낮과 밤

이 바뀌었다. 실제 근무시간은 타 병원 간호사

보다 두 배 가까이 됐다는 것이다. 임신한 간호

사들은 산모, 태아 건강에 치명적인 약물에도

노출됐다고 주장한다. 병원 일손이 달려 이런

약물을 환기시설도 없는 곳에서 빻았다고 한다.

지금까지 자연 유산한 간호사에 대한 산재 승

인이 결정된 바 없었지만, 심장질환아를 출산한

간호사들과 자연유산을 한 간호사들은 같은 환

경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역학조사 보고서 내용

은 소송을 제기한 간호사들에게 유리하게 적용

될 수 있다.

산재보험법 개정안, 또다시 표류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산재보험을 의무 가입하

도록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개

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위원들의 반대로 5

일 보류됐다. 이날 오후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2소위)에서는 산재보험에서 배제됐

던 학습지 교사, 택배 기사, 화물 노동자, 보험

설계사 등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해 산재보험 가

입을 의무화하도록 한 산재보험법 개정안이 논

의됐다.

이날 2소위 논의에서 노동부 차관을 비롯해

여야 법사위 위원 다수는 환경노동위원회에 만

장일치로 통과된 산재보험법 개정안을 원안 통

과시켜야 한다고 밝혔으나, 새누리당 박민식 의

원과 이한성 의원이 강하게 반대해 결국 추후

논의키로 했다. 특수고용 노동자 산재보험법 개

정안은 지난 4월에도 법사위 권성동 여당 간사

의 극렬한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권 의

원이 법사위 소회의에서 보험회사가 만든 민영

산재보험이 훨씬 더 좋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고, 이후에도 보험회사가 설계사들에게 강

요해 작성한 법안 통과 반대 서명지를 근거로

특수고용노동자들도 개정안을 반대한다고 말해

로비 의혹이 더욱 커지기도 했다.

개정안 원안 통과를 반대한 박 의원과 이 의

원은 특히, 보험설계사의 산재보험 의무적용을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보험에 가

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설계사에 추가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올 초

근로복지공단에서 특고노동자 산재보험 의무적

용 견해를 조사한 결과를 들어 반박했다. 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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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공단 조사 결과는 다수의 보험설계사가 산

재보험법 개정안의 내용이라면 가입할 의사가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용부, 13년 산재 관련 사업장

294곳 공표

고용노동부가 2013년 한 해 동안 산업재해율

이 높았거나, 사망 사고가 자주 발생한 사업장

294곳을 홈페이지(www.moel.go.kr) 등을 통해

공표하였다.

작년 한 해 산업재해가 자주 발생한 사업장은

▴일군토건(재해율 10.00%), ▴유성기업 영동공

장(재해율 9.16%), ▴풍생(6.67%), ▴문경시청

(자활순환센터)(6.60%) 등 254곳으로 밝혀졌다.

사망사고가 많았던 사업장으로는 ▴7.15 수몰

사고로 7명이 사망한 주식회사 동아지질(중흥건

설 올림픽대로 상수도관 이중화 부설공사 하청

업체), ▴3.14 폭발사고로 6명이 사망한 유한기

술(대림산업 여수공장 하청업체), ▴5.10 가스질

식사고로 5명이 사망한 한국내화 당진공장(현대

제철 당진공장 하청업체) 등 15곳이었다.

산업재해 발생 보고 의무를 위반한 사업장은

현대제철 당진공장 20건, 마니커 13건 등 21곳

이다. 위험물질 누출, 화재·폭발 등 중대 산업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은 유한기술(대림산업 여

수공장 하청업체), 삼성정밀화학 등 4곳이 포함

되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04년부터 산업재해 발생

에 대한 경각심과 재해예방의 중요성을 높이고

산재예방을 위한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하

여 산업재해 및 사망사고가 많은 사업장을 공개

해왔다. 일터

정리 : 장영우 선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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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1만 마리 떼죽음,

삼성의 책임을 묻는다

재현 선전위원

지난 10월 31일 아침 8시경 삼성전자 우수토구에서 방류한 20여 톤의 폐기물로 수원 원천

리천 3km에 걸쳐 물고기 1만여 마리가 떼죽음 당했다. 떼죽음 당한 물고기 중 동자개, 밀어,

얼룩 등은 지역 생태계 모니터링을 해오던 환경단체들도 발견하지 못했던 희귀종이었다.

삼성전자와 수원시는 석연치 않은 태도로 일관해

사고 직후 삼성전자는 발 빠르게 죽은 물고기를 거둬가 증거를 없앴다. 삼성전자는 이후

자체조사를 한 결과 방류한 폐기물이 독극물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차아염소산나

트륨’ 즉, 소독제라고 주장했다.

수사를 맡은 수원남부경찰서와 수원시는 이번 사고에서 중요한 자료가 되는 죽은 물고기는

조사하지도 않았다. 오로지 삼성전자 하청업체 진술에만 의존해 이번 방류의 원인자와 행위

자인 하청업체와 직원 A 씨를 불구속 입건하는 데 그쳤다.

수원 시민·환경 단체, 사건 해결을 위한 대책위 구성

삼성전자와 수원시의 조사과정에 의문이 들었던 수원 시민·환경단체들은 직접 지난 11월

7일 우수토구 3개 지점에서 물을 채수해 민간기관에 분석을 맡겼다. 그 결과 하천에 방류해

선 안 되는 유독물 ‘시안’이 기준치 3배 이상, 발암 의심물질이자 독성 물질인 ‘클로로포름’은

기준치 8배 이상 검출되었다. 삼성전자의 자체조사와 판이한 결과였다. 이후 수원 시민·환경

단체들은 대책위를 구성해 이번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책 마련을 위한 공

동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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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는 첫 번째 행동으로 사건 관련 질

의서를 수원시에 전달하고 수원시장 면담을

요청했다. 11월 24일 있었던 수원시장과의

면담에서 대책위는 1.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

하고 물고기 폐사 수를 1,000마리에서

10,000마리로 정정 2. 죽은 물고기 분석 미

실시와 집단 폐사의 원인 규명을 위해 필요

한 증거 인멸에 대한 책임 3. 사건의 진상규

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민·관 합동 조사단

구성 4. 체계적인 수질오염사고 대응 매뉴얼

마련 5. 수원시 관내 사업장 유해물질 현황

조사 및 정보공개를 요구했다. 이후 수원시

는 대책위의 요구사항을 수용하고 사건 감사

결과가 나오는 데로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대책위는 지난 11월 26일 삼성전자 중앙 문 앞 기자회견을 통해 수원지검에 이번 사

건의 책임자인 삼성전자와 대표이사 권오현을 폐기물관리법,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수질 및 수

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고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사과하고 잇단 사고에 책임져라!

작년 1월 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서 불산 누출 사고로 하청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또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했던 많은 노동자가 작업 당시 사용했던 유해화학물질로 직업병에 걸려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이번엔 수질 오염으로 물고기까지 집단 폐사를 시

켰고, 나아가 지역주민들의 식수까지도 위해를 가했음에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삼성은

이제라도 잇단 사고에 대한 사과와 함께 노동자와 지역 주민의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

책임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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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번째 이야기

기술과 예술의 사이에서

소리를 만드는 사람들사운드 엔지니어, 허정욱 녹음실장 인터뷰

정하나 선전위원

공감각적 표현이라는 걸 학창시절 국어 시간에 배운 적이 있다.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처럼 소리인데 색깔과 촉감까지 느껴지는, 두 가지 이상의 감각이 동시에 느껴지는

언어표현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실제로 종을 쳐서 소리를 내되 그 소리가 분수처럼 허공

에 산산이 부서지게 하려면, 그리고 그 부서진 소리가 푸른색을 내게 하려면?

“이 소절에서 기타소리를 좀 따뜻하게 해주세요”

홍대 부근의 한 녹음 스튜디오(‘석기시대’)에서 만난 허정욱 씨는 실제로 기타 소리를 따듯

하게 만들 줄 아는 사람이다. 그 따듯한 기타 소리를 도자기 그릇을 깨버릴 것 같은 소리로

만들기도 하고, 부모가 어린아이의 등을 토닥토닥 쳐주는 것 같이 부드러운 드럼 소리를 군

인이 철문을 발로 차듯 거친 느낌으로 바꾸기도 한다. 소리를 만지고 만드는 사람, 그는 사

운드 엔지니어(음향 기사, 사운드 프로듀서)이다.

“음악이 대중들의 귀에 들리기까지 몇 가지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작사 ․ 작곡가가 곡을

먼저 만들면 이 음악의 느낌을 잘 살려줄 악기와 소리, 리듬을 배치하는 편곡 과정을 거칩

니다. 이렇게 완성된 곡의 악보대로 보컬을 포함한 각 주자들이 연주하면 녹음을 하는데, 그

때부터가 제 역할이죠.”

작곡된 곡이 하나의 완성된 음악으로 되기 전, 각각의 소리를 녹음하고 그걸 한 곡으로

조화롭게 섞는 작업, 그것이 정욱 씨가 하는 일이다. 스튜디오에 찾아오는 음악가들의 음반

작업도 참여하고, 때때로 밴드들의 라이브 현장 녹음도 한다. <브로콜리너마저>, <델리스파

이스>, <불나방스타소세지클럽> 등도 음반을 만들기 위해 이곳을 즐겨 찾는다고 했다. 뮤지

션들하고 이렇게나 많이 만난다니, 일터가 더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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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욱 씨가 일하는 스튜디오의 녹음실 (출처: 석기시대 스튜디오 페이스북)

“좋아하는 밴드의 음악 작업을 같이 한다는 게 재미있죠. 그런데 제일 재미있는 건 어떤

처리도 되어 있지 않은 ‘날 것의 녹음 데이터’를 듣게 된다는 점입니다. 팬들 앞에서는 한없

이 멋진 스타인데 녹음된 거 들어보니 실력은 사실 그에 못 미친다든지, 무대에서 소극적이

고 자신 없어 보이던 친구들인데 ‘와 대박이다, 너무 잘한다’ 싶을 정도로 놀라게 된다든지

하는 경험을 자주 하게 됩니다. 관객은 물론이고, 제작자도 잘 모를 수 있는 원초적 상태의

실력과 소리를 컴프레서나 이퀄라이저 같은 음향장비를 사용해 장점은 더 부각하고, 부족한

부분은 채우는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듣는 사람과 음악가가 직접 소통하도록

인터뷰를 진행한 공간은 수십 개의 버튼과 레버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이름 모를 기계로

꽉 차 있었다.

“전자기기들이 많으니까 기계에서 나오는 열 덕분에 오늘같이 추운 날씨에 스튜디오는 난

방을 안 해도 될 정도입니다. 이런 장비를 사용해서 녹음․믹싱을 하는데요. 좋은 사운드라는

것은 듣는 사람에게 거슬리는 게 없는 사운드가 아닐까요? ‘이거 소리가 왜 이렇지?’ 혹은

‘오~ 소리 좋다’, 이런 생각 자체가 안 들고 음악이 주려고 한 느낌과 감동 그 자체에 빠져

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음반을 듣는 사람과 뮤지션이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만약 슬픈 발라드 음악을

듣는데 높은 음이 너무 뾰족

하고 또렷하게 들린다면 방해

가 될 것이다. 좋아하는 가수

의 콘서트 실황 녹화비디오를

보며 현장에 있는 것 같은 분

위기를 즐기고 싶은데, 가수

의 노랫소리가 적당한 울림이

나 퍼짐 없이 너무 깨끗하게

들려도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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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튜디오에서 한창 작업 중인 정욱 씨(출처: 석기시대 스튜디오 페이스북)

“영상과 소리가 같이 있는 경우에는 대중들이 노래에서 주는 느낌과 영상에 깔리는 그림

에서 일치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소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현장에서 녹음할 때 선

명하게 잘 녹음하는 것도 중요하지요. 예전에 한 뮤지션의 유럽투어 프로젝트에 함께 했습니

다. 유럽 아름다운 성이나 호수를 배경으로 그 가수가 연주도 하고 노래도 부르는 영상을

만드는 일이었죠. 제가 혼자 일할 때였는데, 현장 동시 녹음하는 이동용 음향장비를 가지고

있었어요. 60kg짜리 장비를 무거운지도 모르고 혼자 다 짊어지고 다니면서 레코딩을 했습니

다. 녹음 후 후반 작업을 할 때에도, 만약 한적한 호숫가에서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라면 야

외 느낌을 살릴 수 있도록 소리의 공간감을 달리해야지요. 영상은 광활한 대지와 넓은 하늘

을 보여 주는데 노랫소리는 마치 좁은 방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이 불러주는 것처럼 들리면

곤란하겠죠?”

사운드 ‘엔지니어’는 기계를 다루는 일인 만큼 여러 가지 음향기기의 성능과 사용도 잘 알

고 있어야 하겠지만, ‘사운드’에 대한 이해 그리고 음악과 예술을 느끼고 이해하는 감성도 그

못지않아야 할 것이다. 작곡가가 어떤 의도와 심정을 가지고 이 곡을 썼는지를 이해해야 녹

음된 이 소리가 좋은 소리인지, 아니면 효과를 덧입혀 다른 감성의 소리로 바꿔줘야 하는

건지 판단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뮤지션들이 녹음하면서 ‘엔지니어님, 이 부분에서는 제 악기 소리가 시원하게 들리게 해

주세요’라고 요청은 하지만 악기 소리가 시원하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소리인지 본인도 막

연할 때가 많아요. 물론 저도 마찬가지죠. 그러면 샘플을 가져와 들려달라고 합니다. 그러면

듣고 바로 알죠, 저희는. ‘어떻게 만들면 되겠구나!’ 해서 바꿔서 들려주면 그분들은 저희보

고 예술가라고 합니다. 각 장르

에서 명반이라 불리는 앨범들을

들으면서 면밀하게 분석을 해 보

아야 해요. 많이 들어보고 사운

드가 맘에 드는 부분은 실제로

직접 만들어보면서 연습을 해 봅

니다. 한 번에 원하는 대로 결과

가 나오지는 않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그리고 여러 장비를 실

제로 다루어 보면서 어느 정도

실력이 쌓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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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시작하고 초기에는 정말 돈이 없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1,500원짜리 제일 싼 햄버거랑

맹물로 끼니를 때우던 그때에도 가끔 돈 생기면 무조건 마이크를 사거나, 새로운 이퀄라이저

를 샀다. 중고로 사고팔면서 그를 스쳐 지나갔던 여러 장비, 이것저것 다뤄 본 경험과 기억

이 다 실력으로 남았다.

쉴 때는 음악 못 들어요

허정욱 씨도 음악을 매우 좋아한다. 학창시절에는 밴드에서 기타리스트를 했고, 클래식 등

다방면의 음악을 듣고 즐겼다. 그러나 듣는 것 자체가 일이 된 지금은 새로운 음반을 찾아

서 듣는 것이 부담스럽다.

“막상 음악을 많이 못 들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스스로 새로운 걸 찾아서 듣는 건 어느

순간 멈췄네요. 아마 이쪽에서 일하는 분들이 대부분 그럴 것입니다. 고칠 점이라고 생각하

긴 하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쉬면서도 또 ‘듣기는’ 솔직히 좀 힘들거든요. 귀도 지치고 마음

이 지치니까요.”

연말이면 공연이 많다. 무대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우리 마음에 음악이 주는 위로와 쉼을

전달하기 위해 소리를 만지고 있는 사운드 엔지니어들의 자리를 이렇게 확인한다. 이번 연말

콘서트에서는 그 자리를 확인하며 들어봐야겠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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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다 죽었는데 자살이라뇨?현대중공업 산재사망 노동자 故 정범식 씨 이야기

재현 선전위원

지난 2014년 4월 26일 11시경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블라스팅 작업1)을 하던 사내 하청

노동자 정범식 씨가 에어호스에 목이 감긴 채 3m 난간에 매달려 사망했다. 이를 발견한

동료들은 에어호스를 끊고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사고 직후 현장에선

故 정범식 씨가 자살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마침 오후 3시경엔 수사를 맡은 울산 동부 경

찰서는 부검의 소견으로 봤을 때 故 정범식 씨의 사인은 경부압박질식사에 의한 자살로

추정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울산 동부 경찰서의 말을 빌려 언론을 통해 故

정범식 씨가 자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달랐다. 부검은 저녁 6시가 돼서야

이뤄졌기 때문이다.

울산지역 노동자 건강권 대책위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故 정범식 씨의 부인 김희

정 씨는 경찰과 회사, 언론 누구의 말도 믿을 수 없었다. 그렇게 9개월이 흘렀지만, 여전

히 진실은 안개 속이다. 대체 어떻게 된 영문일까?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

는 김희정 씨를 만나 자초지종을 들어보기로 하였다.

조선소가 그렇게 위험한 곳인지 몰랐다

“오전 11시쯤 동료에게 전화가 왔다. 남편이 많이 다쳤으니까 울산으로 왔으면 좋겠다

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남편이 죽을 만큼 심각한지 몰랐다. 그저 심하게 다친 줄만 알

았다. 그러다 성남에서 내려가는 길이었는데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병원에 왔을 때 이미

숨이 멎어있었고, 심폐소생술을 계속 해도 차도가 없으니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고 말했다.”

1) 금속을 매끄럽게 하고 이물질을 제거하여, 도장을 쉽게 하고 선박 수명을 늘리기 위해 선박 표면에 쇳

가루를 쏘는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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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정범식 씨는 현대 미포 조선에서 10년, 목포에서 3개월, 그리고 15일 전 다시 현대

중공업에서 일을 시작한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그렇다 보니 김희정 씨는 사고 전까지만

해도 현대중공업이 산재사망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곳인지도 몰랐다고 했다.

“조선소 일이 힘들다는 건 알았는데 이렇게 위험한 곳에서 일하는지는 몰랐다. 주말부

부로 멀리 떨어져 지내다 보니 제가 괜한 걱정 할까 싶어 집에 힘든 내색 한번 잘 비추지

않는 성격이었다.”

회사와 경찰 모두 신뢰할 수 없었다

“회사도, 경찰도 남편이 자살했다고 하는데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사고가 있고 하루

는 장례식장에 서문기업(하청업체) 사장이 왔었다. 그리고 무릎을 꿇더니 뒷일은 내가 책

임질 테니 빨리 장례를 치르자고 했다. 남편을 언제까지 저렇게 둘 수 없어서 사장 뜻대

로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장례 이후에 지금까지 단 한 번 연락이 없었다.”

6월 3일 울산 동부 경찰서에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역시 경부압박질식에

따른 자살이었다. 근거로 1) 사고 현장이 故 정범식 씨 작업장과 떨어져 있고 2) 에어호

스에 목이 감겼는데 저항한 흔적이 없고 3) 3달 전 부부가 다퉜던 카카오톡 메시지가 있

고 4) 신용카드와 통신비를 연체했고 5) 4개월 전 아내에 대한 의심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았던 내역을 꼽았다.

울산 동부 경찰서의 수사결과는 김희정 씨와 지역 동지들의 분노를 키웠다. 현장 검증

에선 에어호스에 결함이 있던 정황이 밝혀졌다. 또한, 故 정범식 씨 사진을 보면 아래턱에

서 왼쪽 가슴, 허벅지에 쇳가루가 박혀있다. 특수 보호구를 쓰고 일했는데도 불구하고 눈

에도 쇳가루가 묻었다. 종합해보면 에어호스 결함으로 온몸에 쇳가루가 노출돼 시야 확보

가 되지 않았던 故 정범식 씨가 난간에 매달렸을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故 정범식 씨 작업장은 항상 쇳가루가 뿜어져 나오는 곳이다. 벌건 대낮에도

손전등이 없인 한 치 앞도 이동이 어렵다. 사고가 일어나기 너무나 쉬운 환경에 있는 노

동자가 사망했는데 산재 가능성은 배제하고, 故 정범식 씨를 둘러싼 가족관계, 채무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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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등 개인적인 정황을 근거로 수사를 종결한 울산 동부 경찰서의 발표는 가히 충격적이다.

“부부라면 안 싸울 수 없지 않나. 주말 부부다 보니까 문자를 주고받다 보면 싸울 수도

있고, 또 살다 보면 카드 값이나 휴대폰 요금을 미납할 때도 있는데 그런 것을 이유로 남

편이 자살했다는 데 도저히 이해가 안됐다.”

김희정 씨는 경찰 조사 발표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우기로 결심했다.

“처음 남편이 죽었을 때부터 울산산추련, 노조에서 도움을 주려고 옆에 계셨다. 그런데

본의 아니게 장례를 치렀다. 그 결과가 이거였다. 그러다 경찰 발표 이후에 울산저널 용

석록 기자에게 전화가 왔다. 자기가 봐도 이건 자살이 아니니 지역 활동가들한테 도움을

청해보라고. 그래서 지역 분들께 다시 연락했고 싸우기로 마음먹었다.”

남편의 명예를 찾아주고 싶었다

“큰 애가 고1인데 그 밝던 아이가 아빠가 죽었다는 충격으로 7개월이 지나도록 아빠 영

정사진을 못 쳐다본다. 집 밖으로도 안 나가서 학교도 못 가고 있다. 저도 싸우기 전에는

집안에서 매일 우는 게 다였다. 그래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아빠가 최고라 여기

던 애를 위해서, 그리고 남편의 잃어버린 명예를 찾아주겠다는 결심으로 나서게 되었다.”

공장과 경찰 앞 1인 시위를 시

작으로 기자회견도 하면서 故 정

범식 씨의 억울한 죽음을 알렸다.

그 결과 지난 10월 17일엔 울산

지방 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故 정범식 씨 사건이 다뤄졌다.

당시 울산 지방 경찰청장은 부실

조사를 인정하며 재조사를 약속했

다. 이후 싸움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최근엔 수사 결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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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해 의문을 갖는 법의학자, 정신과 전문의 등 각계각층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담은 울산

MBC시사프로그램 ‘돌직구 40’이 방송되기도 했다.

“아까 1인 시위하는 거 봐서 알겠지만, 다들 새벽부터 바쁘게 출근하지 않나. 인사를 하

고 싶어도 참 어려운데. 그중에 그래도 한두 분은 수고하십니다! 말 한마디 건네거나, 손

한번 잡아주는 분들이 있다. 그분들이 힘이 많이 된다.”

현대 중공업은 올해만 벌써 9명의 하청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했다. 계열사 전체로 보면

12명이 산재로 사망했다.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현미향 활동가는 상황이 이쯤 되니 회사

내 안전 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여론과 연이은 산재사망 사고에 관해 부담을 느낀 현대중

공업이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에 故 정범식 씨가 자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

다. 현대중공업 입장에선 때마침 이번 사고엔 목격자가 없었고, 손발이 척척 맞는 울산 동

부 경찰서가 옆에서 큰 몫을 하면서 시나리오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이번에 취재하면서 사내 하청 노동자 죽음의 행렬에도 굳건한 현대 재벌공화국의 울타

리 안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故 정범식 씨와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쯤으로 치부하며 손바

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하는 박근혜 정권에 맞선 세월호 유가족의 모습이 겹쳐 마음이

더욱 아팠다.

그래도 여전히 희망을 발견한다. 한 사람의 죽음이라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들.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진실 규명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방지 대

책을 마련하라고 싸우는 유가족들과 이들 옆에서 함께하는 노동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의

애씀이 있기에 그렇다. 이러한 노력과 마음들이 모여 현대 재벌과 조선소 울타리를 넘어

일하는 모든 이들의 죽음의 행렬이 멈추는 그날을 꿈꾼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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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문조사 현장의 모습

대리운전기사의 직업환경과

안전 및 보건윤진하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email protected]

대리운전기사, 전국에 7만 명

자동차 운전은 현대 생활에 필수적이다. 자동차 운행은 언제나 사고의 위험이 큰 도로 위에

서 이루어지며, 도로는 불특정 다수가 동시에 이용하여 돌발 상황이 가득하다. 한 해 동안, 우

리나라 국민 중 약 3%가 교통사고를 경험한다. 이렇게 사고의 위험이 큰 도로에서, 주로 야간

에, 타인의 차량을 이용해서, 타인의 목적지로 운전하는 직업이 있다. 바로 대리운전기사(대리

기사)다.

2006년 일일 대리운전 콜 수는 44만 건으로 일일 KTX 이용객 10만 명의 4배가 넘는다.

2008년에는 전국에 약 7만 명이(서울, 경기, 인천에 약 4만 명) 대리기사로 일하는 것으로 추

산되었다. 전국 총 택시 운전자 수가 약 30만 명인 것으로 볼 때 대리기사는 하나의 독립된

직업군으로 볼 수 있을 만큼 큰 규모다.

한편, 보험개발원의 발표에

의하면 2005년에는 대리기사

업무와 관련된 사고가 약 2만

건이 접수되었다. 이런 자료

를 종합할 때 대리기사 3.5명

중 한 명은 일 년에 1회의 사

고를 경험하는 것으로 거칠게

판단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아

직 대리기사에 대한 보건학적

연구는 없어, 대리기사의 직

업 환경을 파악하기 위한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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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담 내용 도출 항목

-고객 폭행으로 대리기사를 그만둔 친구, 외제차 사고로 금전적 부담이 커서 대

리기사를 그만둔 동료. 고객 폭행과 사고가 걱정된다.

-사고가 나도 중재해줄 곳이 없다. 경찰에 신고해도 현행범이 아니라는 이유로

하루를 다 보내고, 콜센터는 고객에게 친절을 강요하며 고객의 입장에서만 판단

한다.

-고객으로부터 불친절 항의가 들어오면 콜이 7일간 끊긴다. 그런데 제재가 시작

되는지 여부를 나는 알 수가 없다.

고객 폭력/폭언,

비폭력적 안전

운전 방해

< 질적 조사 내용 요약과 도출된 설문 항목 >

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진은 대리기사의 직업 환경과 이에 따른 보건학적

문제 연구의 경험을 발표하고, 이를 토대로 앞으로 대리기사 연구의 중요성을 고찰하고자 한

다.

2014년 6월, 한국 대리운전협동조합과 만남으로 연구가 시작되었다. 이후 대리기사 1차 면담

에서 개방형 질문을 이용하여 직업 환경에 대한 질적 조사를 수행하고 이를 토대로 구조화된

질문 양식을 도출하였다. 7월에는 현장에서 만난 대리기사 6명에게 구조화된 질문을 통해 질적

조사를 하였다. 녹음된 면담 내용을 토대로 연구진 회의를 거쳐 설문지를 작성하였다. 현직 대

리기사 12명에 대해 설문지 조사 연구원 표준화 교육을 2회 실시하였다. 완성된 설문지를 토대

로 2014년 9월 신논현역 사거리에서 일대일 면담 방식으로 조사가 진행되었다.

고객 폭력, 야간 노동, 사회적 경시

1, 2차 면담을 해 보니, 대리기사들은 대부분 야간에 술 취한 고객을 상대하며, 타인의 목

적에 의해 타인의 차량으로 타인의 장소로 운전을 하여 이동하는 업무의 특성상 여러 가지 돌

발 상황이 많다는 것, 직업에 대한 사회적 편견 및 직업에 대한 낮은 만족도가 주된 심리적

스트레스 요인이었다. 또한, 대리기사의 업무와 이에 따른 보상이 콜센터를 중심으로 결정되고,

운전 중 고객 폭력과 안전사고가 발생하여도 해결할 수 없는 등 자기 재량권이 없었다. 야간작

업이므로 숙소 복귀 문제, 수면 장애, 정신 건강과 대인관계 유지의 어려움도 호소하였다.

면담 결과를 바탕으로 설문 내용은 1) 인구학적 성격, 2) 직업경력 및 작업형태와 이직의도,

3) 고객 폭력, 4) 안전 운전 방해 요소와 사고, 5) 출퇴근 등의 근로환경, 6) 수면 및 정신 건

강, 7) 사회적 관계 현황으로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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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폭언을 들어 정신이 멍하고 운전에 집중하기 어렵고, 다른 손님 운전 때까

지 잔상이 남아 안전운전이 어려움.

-손님이 인테리어 사업자였는데, 망치를 던져서 다침.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시

킴. 한적한 도로여서 간신히 사고를 피함. 이후 그 손님을 태웠던 쪽 콜은 잡지

않음.

-말다툼 후 손님이 가위를 꺼내서 협박 및 자해, 운전하는 중에 가위로 자신의

배를 찌름. 바로 한적한 도로로 피해 주차함.

-술 취해서 자다가 일어나 어디까지 왔느냐고 물어보고 여기까지 밖에 못 왔냐며

뒤통수 때림. 그리고 다시 잠. 사고 위험이 있었음.

-손님이 빨리 가자며 과속운전 요구, 안전 신호 무시할 것을 지시.

-집이 일산이라 새벽 2시가 넘으면 가능한 집 근처 콜을 받으려고 함. 그렇지 못

하면, 대중교통이 끊겨 셔틀, 택시, 그리고 걸어서 집에 가야 함. 아니면 첫 차

가 다닐 때까지 버텨야 함.

-콜 센터 사이의 경쟁으로 가격이 결정되므로 대리비가 낮아짐.

-혹시 사고라도 나서 다치면 모아둔 돈이 없어 처리할 수가 없고, 대리 일도 그만

두어야 함.

근로환경,

보험가입

-야간에 일하는 것 자체가 힘듦.

-가족과 친구와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힘듦. 외로움.

-콜을 받아서 도착해 보니 친구. 이후 동창 모임에 못나감.

-사회적으로 대리기사를 너무 하찮게 보는 것 같다.

-여러 일에 실패해서 대리기사 일을 하게 되었고, 몸으로 뛰면서 정직하게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일에서 벗어나고 싶다.

-콜이 울리면 먼저 받는 사람이 갖는 거다. 한 식당에서 동시에 식사하더라도 모

두 경쟁자다.

우울/자살,

사회적 관계,

수면 장애,

자아 존중감,

삶의 질,

이직 의도 등

총 166명이 설문 조사에 참여하였는데 평균 53세로, 학력은 전문대학교 졸업 이상이 64%였

다. 대리운전 경력은 1년 미만이 16%, 1년∼5년 미만이 44%, 5∼10년 미만이 28%였고 나머지

11%는 10년이 넘는 경력을 갖고 있었다. 지난 1년간 크고 작은 교통사고(보험 처리를 하지 않

은 사고 포함)를 경험한 비율은 10년 이상 경력자의 42%, 1년 미만 경력자 중에는 64%나 됐

다. 그런데도 자신의 건강을 위한 보장성 보험이 없는 대리기사가 67%였다. 출근 시간은 15시

부터 22시까지 매우 다양했고, 하루 근무시간은 51%가 6∼8시간, 9시∼10시간 근무하는 경우

가 28%, 10시간을 초과하는 경우가 13%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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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시간도 주로 01시부터 08시까지 다양하였고 04시가 가장 많았다. 월평균 노동 일수는

25일인 경우(30%)와 20일(20%)인 경우가 많았다. 68%가 대리기사업무를 전업으로 하고 있었

고, 다른 일자리가 있다는 나머지 응답자도 대리기사가 주된 직업인 경우가 많았다.

출근 거리의 중간 값(사분위수 범위)은 6km(2∼13km)였지만, 퇴근 거리는 18km(10∼27km)

로 훨씬 멀었다. 첫 콜은 선택의 여지가 많고 20∼30분 내로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서 설정되

지만, 마지막 콜의 종착지는 상대적으로 선택의 여지가 적어서 그런 것 같다. 출근은 대부분

버스/지하철(56%)을 이용하거나 도보(40%)로 하였고, 퇴근은 셔틀(47%)과 버스/지하철(44%)을

주로 이용하였다.

1년간 폭언 경험 90%, 이직 의도 75%

지난 1년간 폭언과 폭력을 경험한 비율은 각각 90%와 41%였다. 1달에 1회 이상 폭언을 경

험한 비율도 24%였다. 이 폭력·폭언 중 안전운전에 방해된 경우는 84%였다. 심리적 위축감

및 운전을 위한 집중력 저하와 같은 안전운전에 방해되는 정신적 요인은 해당 사건 당시뿐만

아니라 해당 사건 이후 목적지까지(13%), 당일 타 고객 운전까지(27%), 다음날까지도(24%) 지

속한다고 응답하였다. 폭력적이지 않아도 유턴 등 갑작스러운 운전 지시(연평균 31.3회)나 과

속, 교통신호 무시 등 교통법규의 위반 요구(연평균 29.4회)와 같은 고객의 돌발행동도 안전

운전을 위협한다. 그 외에 지나친 애정행각(연평균 9.6회), 의도성 없이 운전석을 침범하는 행

위(연평균 7.4회)도 안전운전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응답하였다.

75%의 응답자가 대리기사를 그만둘 생각이 있었는데, 그 이유로는 야간에 일하는 것이 힘들

어, 보수가 적어, 다른 일을 할 생각이어서가 가장 많았다. 이 외에도 사고 발생 위험이 크고,

사고나 문제 발생 시 본인이 지는 책임이 큰 것과 대리기사라는 직업이 부끄럽다는 것이 있었

다. 또한, 폭언 폭행 경험이 높을수록, 비폭력 경험 중 신호 위반 강요, 지나친 애정 행각, 음

악과 고성 등에 많이 노출될수록 이직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객이 지나친 애정 행각을

하거나, 음악을 매우 높게 틀고 고성방가를 하는 것은 운전하고 있는 자신을 마치 존재하지 않

는 것처럼 무시하는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런 비폭력적 무시도 대리기사의 중요한 직무

스트레스다.

불면증이 없는 정상군은 4명(2.41%)뿐이었다. 경미한 불면증을 호소하는 경우는 40명

(24.10%), 중등도의 불면증은 43명(25.90%), 심한 불면증을 호소하는 경우는 16명으로 9.64%에

해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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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리운전의 특징

우울 증상과 자살 사고도 심각했다. 폭언 경험이 월 4회(주 1회)를 넘는 대상자(24.2%)에서

는 그렇지 않은 경우(11.6%)보다, 1년 중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경우(25.0%)에서 그렇지 않

은 경우(10.8%)보다 우울 증상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관련성은 우울 증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요인을 보정해도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

연간 폭언을 들은 횟수가 10회 미만인 경우에도 19.1%가 자살 생각을 했다고 응답했는데,

10회 넘게 폭언을 들은 경우에는 자살을 생각했다는 응답이 45.33%에 이르렀다. 수면 정도가

좋지 않을수록(41.05% vs 17.39%), 가족과의 접촉 빈도가 취약한 집단일수록 자살 생각의 빈

도가 더 높았다(37.87% vs 21.74%).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대리기사는 운수업의 특성뿐 아니라, 감정노동, 야간노동의 요소를 갖고 있었다. 특히 고객

을 대면하는 동안 폭력·폭언을 비롯한 돌발 상황이 많았고, 이런 상황이 우울 증상이나 자살

생각의 위험을 높였다. 돌발 상황 및 이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는 대리기사의 안전 운전을 방

해한다. 따라서 대리기사의 노동 환경과 건강 개선 문제는 사회 안전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앞

으로 사회적 관심과 더불어 개선 가능한 구체적 문제점을 찾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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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14 현장연구 나눔마당

2014 현장연구나눔마당이 11월 29일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렸다. 지난 10년간 한국

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노동자의 건강권을 매개로 한 연구와 활동에 참여해 노동 운동에

기여하고자 노력해 왔다.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연구는 현장과 연구소가 양쪽 주체로 참여하며, 양측의 운동적

성장을 목표로 하는 현장참여연구를 지향한다. 현장참여연구를 통해 연구 과정에서 나타

나는 현상과 현실에 대해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대안을 모색할 수 있고, 이것을 실천할

때 현장과 세상뿐만 아니라 연구에 함께 한 우리 자신도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2014년 현장연구나눔마당은 올 한 해 연구소가 함께했던 여러 연구결과 중 더 많은

이들과 나누어 평가를 듣고, 앞으로 나아갈 바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싶은 네 개의 주제

를 선정해 발표하고 공유했다.

특집을 통해 현장연구나눔마당의 토론과 열기를 일터 독자들과 나누려 한다. 연구의

결과와 성과도 나눠야 맛이다. 2014년 연구를 물고, 뜯고, 씹고, 맛보면서, 2015년 한

발 더 나아가는 활동을 기획하길 기대한다.

정리 : 선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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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연속 2교대 이행 실태와 향후 연구 방향

노동시간센터(준)에서는 올해 ‘자동차 부품사업장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 이행 실태 조사’

와 ‘장시간 노동의 요인’ 에 관한 두 가지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중 첫 번째 주제에 대한

김형렬 연구원의 발제와 청중토론이 있었다.

연구의 배경

자동차산업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의 시행은 장시간 노동과 심야노동 모두를 해결하는 획

기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 2013년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공장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의 시

행은 장시간 노동과 야간노동을 단축하는 분명 긍정적 변화였다. 하지만 야간노동 단축의 효

과가 크지 않고, 주말 특근이 다시 시작되고, 노동 강도가 증가하는 등 불완전한 변화라는

면도 존재한다. 이는 지속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만들어갈 수 있는 노동 측의 기획과 현장통

제력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완성차 노사관계의 직간접적 영향을 받는 자동차 부품사에서 주간연속 2교대 이

행의 실태는 어떠할까? 일부 부품사의 경우 사측 주도의 주간연속 2교대제가 시행되었고, 노

동조합의 주도면밀한 준비는 태부족한 상황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로의 전환은 물량 보존을

내세운 사측의 공세에 노동 강도와 임금, 고용을 양보(비정규직 확대)하며 진행될 가능성이

농후했다.

연구의 내용과 목적

1) 이에 이행의 과정에 노동 강도, 임금, 고용의 문제가 어떻게 결정되었는지, 노동조합의 대

응은 어떠했는지(노동조합 지도부의 준비과정, 조합원과의 논의 과정, 사측에 대응 과정)

현장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확인을 통해 향후 노동자의 필요와 요

구에 부응하는 주간연속 2교대제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그

활동의 계기를 만들어보자는 것이 이 연구의 주된 목적이고, 발굴된 모범사례도 함께 공

유하고자 했다.

2) 또한, 근무시간대의 변화나 조합원 개인 생활의 변화로 인해 노동조합 활동에 어떤 변화

가 있는지, 어려움이 있다면 극복 방안은 무엇인지 제시해 보고자 했다.

3) 마지막으로, 교대제 변화 전후로 건강과 생활의 변화를 조사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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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 통권� 131� � 2014.12

이행 실태와 기초 면접 조사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금속노조 산하 111개 지회 중 이행한 사업장이 26

개 지회(23.4%), 이행을 논의 중인 사업장이 17개 지회(15.3%), 미파악 혹은 논의조차 안 된

사업장이 68개 지회(61.3%)나 되었다.

지난 11월 5일에는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행 중인 금속노조 충남지부 산하 2개 자동차 부

품사업장에서 기초면접 조사를 해보았는데, 고용불안의 정서가 여전히 깔려 있었고, 제도 시

행에 있어 임금이 조합원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일정 정도의 노동강도 강화는 수용하거나

문제가 없다는 평이었고, 토요일 특근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즉, 제도는 시행되었지만 실노

동시간 단축, 임금, 노동 강도, 고용의 문제를 돌파할 수 있는 개별 현장의 상황이 녹록치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러모로 지부 단위, 금속 중앙 차원의 견인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 연구는 2015년 4월 완료할 예정이다. 이후 금속정책연구원과 함께 연구조사 발표

회를 가질 예정이다.

청중 토론

이훈구 한노보연 상임활동가는 “근무형태가 바뀌면 조합 활동 방식과 활동 시간이 바뀌어

야 한다. 조합 활동시간의 변화에 대응하여 현 타임오프제1)와 무노동 무임금에 시비 걸기를

해야 하고, 물량과 시간에 구속된 임금이 아닌 생활 임금과 같은 다른 임금 체계가 필요하

다. 이행 과정에서 현장의 힘에 기초한 조직력 강화로 이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본 연구

가 그런 지침과 안내서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진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미조직 ․ 비정규직 부장은 “고용불안, 노동 강도, 임금의 문

제들을 완성차도 극복 못 했는데, 부품사가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단사 지회 차원에서

는 더욱더 그러하다. 지역 지부에서 TFT팀을 꾸려 진행하기도 했는데, 지회별 상황도 다르

고 활동시간도 다르기 때문에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안재범 갑을오토텍 노안부장은 “3(고용불안, 임금저하, 노동 강도 강화)무 원칙을 세우기

위한 상급단체의 지도와 지침이 있었으면 좋겠다. 노동 강도의 경우 근골격계 질환 대응이라

든지, 임금의 경우 다른 임금체계에 대한 정책과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터

1) 근로시간면제 한도제라고 하며 노조전임자가 급여를 받으면서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제

한하는 제도이다. 유급 노조활동 시간 제한제라고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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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일터 l ․ 25

작업중지권, 오늘과 내일

이번 현장연구나눔마당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룬 주제는 금속노조 작업중지권 실태조사 보

고인 ‘작업중지권, 오늘과 내일’이었다.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 멈춰’

팀이 금속노조 노안실과 함께 진행한 이 연구는, 총 7개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작업중지권

실태에 대해 심층 면접을 수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작업중지권의 실태를 확인하고 이후 더

많은 현장에서 작업중지권을 실현하기 위한 과제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연구에 참여한 최민(연구소 운영집행위원) 연구원은 발제를 통해, 작업중지권이 일상적인

안전보건활동으로 자리 잡은 현장이 있는가 하면, 회사의 징계와 손해배상 청구로 작업중지

권이 매우 위축된 현장도 있었으나 이것은 단순히 업종 간의 차이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말 그대로 노동자 혹은 노동조합이 현장에서 어느 정도 힘을 가지는가에 따라 현장에서의

작업 중지권 행사가 결정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본은 이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구사대를 동원하고, 징계와 손해배상을 남발하고,

경영위기를 핑계로 작업중지권 반납을 요구하며, ‘급박한 위험’ 대신 ‘사람이 다쳤을 때’로 작

업중지권 발동 조건을 제한하는 등 작업중지권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었

다. 사법부도 자본과 이런 인식을 같이해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별도로 안전을 위한 작업 중지와 당장 경제적 이해가 대립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건강권

을 지키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현실도 지적했다.

이런 작업중지권의 오늘을 넘어서기 위해서 ‘당장멈춰’ 팀은 널리 알려지고 공유돼야 할

투쟁을 나누고 작업중지권 관련 전략을 기획할 수 있는 단위로 작업중지권 네트워크를 제안

하고, 민주노총과 금속 노조를 중심으로 법 개정 투쟁에 시급히 나설 것을 요청했다. 더 나

아가 판매 서비스, 공공부문 등 다른 노동자들도 인격권을 침해받는 상황에서는 작업을 거

부, 거절, 중지할 수 있도록 작업중지권을 ‘보편화’해나가는 활동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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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중지, 해 보는 게 중요하다

발제 이후, 당장 멈춰 팀 안규백(한국지엠 조합원) 연구원의 진행으로, 인터뷰에 참여했던

현장 노동자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2014년 작업중지권 발동으로 사측과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인 기아자동차 홍진성 대의원은 “선배노동자들이 만든 작업중지권을 보다 나은 조건에서

활용하고 있다. 조합원들도 많이 지지해주고 있다.”며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조합원이

라인을 세운다는 것은 부담스럽기도 하고, 현재는 자신에게 돌아올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

황이기도 하다. 그래도 직접 실천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동료들도 라인을 탈 때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아무리 설명해도 잘 듣지 않았는데, 라인을 멈추고 왜 라인을 멈췄는지, 왜

안전이 중요한지 얘기하니까 집중도 되고 설득력도 있었다. 결국, 투쟁을 통해 돌파하는 것

이 자본을 이기기 위한 유일한 길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갑을오토텍 안재범 노안실장 역시 “한 공정에서 유리섬유 분진이 발생하는데, 회사에서 집

진 시설 등 아무 대책이 없고, 어느새 직접 작업자뿐 아니라 주변 작업자들까지 가려움증이

발생해서 처음 작업 중지를 내렸다. 그때는 조합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같이 대안을 만들

어가야 한다고 설득했다. 서너 시간 작업을 멈춘 후, 병원 진료와 시설 확충 등 대안이 나오

자 그제야 현장에서 작업 중지가 왜 필요한지 알게 되었다. 두 번째부터 작업 중지하면 박

수를 쳤고 세 번째부터는 작업 중지해야 할 상황이라고 조합에 전화한다.”며 작업 중지의 경

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노안 부장이나 노동조합 간부가 아닌 조합원들은 작

업 중지를 부담스러워하고 징계나 고발을 두려워하는 현장 분위기는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

제이다.

작업중지권, 소통과 연대가 필요하다

대우조선 박호빈 산안실장은 현장에서는 작업 중지를 내리는 것 못지않게 어떤 조건에서

다시 가동할 것인가를 명확히 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대우조선에서는 작업 중

지, 현장 확인과 보고서 제출, 노사 협의, 문제 해결방안 보고서 제출, 검토 후 재가동에 이

르는 일정한 절차를 마련해서 이를 지키도록 강제하고 있다. 박호빈 실장은 또 “모여서 얘기

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노안실이 그나마 회사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부서이다. 조선분

과 내 노안 담당자 회의나 작업중지권 네트워크 모두 소통의 구조다. 소통을 통해 의식을

강화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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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백 연구원 역시 본인이 대의원으로서 작업을 중지했을 때, 노동조합의 지지를 받지

못했던 경험을 얘기하며 노동조합마저 자신의 버팀목이 되지 않는다는 고립감에 힘들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작업중지권 네트워크가 이런 현장 활동가들에게 힘이 되고, 사안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구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작업중지권 네트워크, 현장 기반을 다지는 실천을

금속노조 충남지부 김창현 노안실장은 “작업 중지를 내리고 있으면, 회사가 아니라 조합원

이 항의하는 경우도 있다. 중대재해가 발생해 1주일간 전 공정 작업이 중지되자, 조합원들이

불안해했다.” 며 조합원들이 건강하게 일할 권리, 노동자가 작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리

에 대해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박세민 노안실장은 “작업중지권에 대한 내용은 금속노조 단체 협약안이나 노안

활동가 교육 등에 이미 모두 포함돼있다. 그런데도 항상 어떻게 확산시킬 것인가가 고민”이

라며, “조합원이 다칠 수 있고, 병들 수 있는 환경에 대해 일상적으로 점검하고 사측이 비협

조적이면 고소·고발, 신고하는 기본적인 일상 활동을 함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최민 연구원은 “노동조합과 상급단체라는 기간조직을 통한 활동도 중요하나,

개별적으로 투쟁하는 활동가들의 사례를 공유하고 보편화하려는 뚜렷한 목표를 가진 활동도

따로 일구어져야 한다. 그것이 ‘당장멈춰’ 팀이 작업중지권 네트워크를 제안하는 이유이다.

2015년에는 이 네트워크를 통해 작업중지권을 보편화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활동이 이루

어지기를 기대한다”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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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현장 ➊체신 노동자 재해 실태 : 집배원을 중심으로

2014년 연구소가 주목한 현장 중 하나인 우정사업본부 집배원의 최근 3년간(2011-2013)

재해발생 경위 내역을 분석해서 발표한 이진우 연구원(연구소 운영집행위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은 집배원이 연평균 3,379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근골격계 및 뇌·심혈

관계 질환으로 인한 직업병과 온종일 오토바이 운전을 하는 업무 특성상 빈발하는 사고로

벼랑 끝에 내몰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진우 연구원은 최근 3년간 집배원 1,434명이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는데, 그 중 사망재해

가 27명에 달했다고 밝히며, 이는 2012년 기준 한국 사회 전체 노동자 산업재해율 0.59%와

비교했을 때 집배원은 2.54%로 무려 4.3배나 높은 수치라고 지적했다. 사망만인율1)의 경우

교통사고는 전체 노동자와 비교했을 때 약 200배, 뇌·심혈관계 질환의 경우 약 6배, 사고성

재해의 경우 무려 약 80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연구원은 한국 사회 노동자의 사망재해 요인이 다양하지만, 집배원의 경우 주 60

시간 이상 노동과 도로명 주소 변경에 따른 업무 부담, 명절·선거·김장철과 같은 특수기에

따른 과로와 피로 누적의 영향으로 집배원의 판단력과 집중력이 감소해 잦은 교통사고가 일

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집배원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교

통사고와 뇌·심혈관계 질환에 따른 위험 요인을 제거할 수 있는 현장 개선 방안이 우선 고

려되어야 한다고 이진우 연구원은 힘주어 말했다.

더불어 현장 개선만큼 우정사업본부는 반복되는 집배원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산업안

전보건법에 따른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도록 하고 있다. 또한, 산

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7조에서는 구체적으로 작업 중지 상황을 세분화하여 ‘비·

눈·바람 또는 그 밖의 기상상태로 인하여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로 명시하고

1) 노동자 수 1만명 당 사망자 수 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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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그러나 우정사업

본부는 폭우·폭설 등

기상상태가 불안정하고

집배원에게 재해가 발

생할 가능성이 높을 경

우 작업을 중지해야 함

에도 법을 준수하지 않

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2조에서는 사업주로 하여금 보호구 지급의무를 규정하

고 있고, 제33조에서는 사업주로 하여금 보호구의 관리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현장 증언에

따르면 보호구를 지급하긴 하지만 제때 교체해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안전모 이외의

보호구는 전혀 지급하지 않은 곳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과로 및 스트레스로 인한

뇌 ․ 심혈관계 질환이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므로 이와 관련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6조 직무스트레스 요인 평가조차 충실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 연구원은 집배원 안전 및 보건에 관해 법에 명시된 최소한의 의무도 다하지 않는 우정

사업본부와 체신 현장을 개선하기 위해 우정사업본부 및 전국 우체국을 대상으로 한 고용노

동부의 ‘산업안전 특별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력부족에 따른 만성적인 장

시간 중노동으로 법상 휴일에 쉬는 것도 그림의 떡인 집배원이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건강

한 노동을 할 수 있도록 반드시 예비 인력을 포함한 적정 인력이 충원되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토론자로 나선 문백남 ‘집배원 장시간 중노동 없애기 운동본부’ 조직위원장 (서울 금천우체

국 집배원)은 집배원이 공무원 신분이고, 한국노총 사업장이라는 특성도 있는데다, 만성적인

장시간 노동으로 현장의 문제를 드러내고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나간다는 것이 쉽지만

은 않은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장 현장의 성과에 조급해하지 않고, 운동의 씨앗을

뿌린다는 마음으로 노력하고 있으니 오늘 여기에 모이신 분들이 앞으로도 집배원 현장 문제

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과 연대의 마음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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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 통권� 131� � 2014.12

올해의 현장 ➋자동차 판매노동자의 직무스트레스

현대자동차 안에는 울산이나 전주 생산 공장에서 일하는 생산직 노동자들도 있지만 완성

된 차를 팔기 위해 고객을 만나는 영업노동자 그리고 차 계약과 출고를 처리하는 등 영업지

원 업무를 하는 사무노동자들도 6,800명이나 있다. 바로 이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판

매위원회(이하 판매위원회) 조합원들과 함께 수행한 ‘직무스트레스 실태조사’ 사업 결과를 이

번 <현장연구나눔마당>에서 발표했다.

정하나 연구원(연구소 상임활동가)은 “연구의 주된 목적은 판매위원회의 경우 2007년에도

직무스트레스 조사를 한 바 있었기에, 그 후 7년이 흘러 조합원들의 평균연령이 약 48세가

된 현재 직영영업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상황에 변화가 있었는지, 그리고 개선이나 악화

된 것이 있었다면 어떤 부분인지를 확인하고 그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판매위원회의 주요한 직무스트레스 요인으로 지목된 것은 관계갈등과 직무불안정, 조직체

계 요인이었다. 과거에도 이 세 가지가 주요인으로 도출되긴 하였지만, 이번 연구결과로 새

롭게 확인된 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직무불안정의 경우 직무와 성별에 관계없이

2007년보다 훨씬 악화되었다는 점, 영업직의 경우 성별과 무관하게 관계갈등 악화가 관찰되

었다는 점, 마지막으로 조직체계는 영업직 여성을 제외한 모두에게서 여전히 참고치보다 높

고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편, 근태관리의 형식을 취하지만 미행·감시와 같이 반인권적인 행태를 일삼는 노무관

리, 이전보다 훨씬 강화된 CS평

가와 교육, 7년 전에 비해 턱없이

올라간 변동급(성과급) 비율 등의

문제들이 이번 연구를 통해 명확

히 드러났음을 밝혔다. 이는, 연

구소가 2007년 이미 이 사업장의

직무스트레스를 발생시키는 중요

한 원인으로 지적한 바 있는 ‘고

객만족 이데올로기’와 ‘실적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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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2008.12.06.

▪현장연구 성과와 과제 : 연구 개념과 적용방법, 사례

▪노동 강도와 여유율 : 노동 강도 평가방법, H사 사례

2회 2009.12.05.

▪고용이데올로기와 노동자 건강 : 현자 울산공장을 중심으로▪노동보건 현장 : 작업장 발암물질 감시 필요성, 서비스

산업 감정노동, 반도체산업노동자 건강권 투쟁 등

3회 2013.11.23.

▪10년 연구사업의 성과와 과제▪노동시간 연구

: 주간연속2교대제와 건강 및 일상▪올해의 현장

: 산재노동자 요양실태, 전북운수 노동자 노동조건, 경희대 청소노동자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4회 2014.11.29.

▪주간연속 2교대 이행실태와 향후연구 방향

▪작업중지권, 오늘과 내일▪올해의 현장 : 체신노동자 재해실태, 자동차 판매노

동자 직무스트레스

< 현장연구나눔마당 연표 >주의 구조’가 계속 강화되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이에 김정수 연구원(연구소 운영집행위원)은

“후속사업을 통해 실제로 조합원들이 어떤 상황에

처하여 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판매위원회 조합원들이 높은 정도의

불안감을 상시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 우울증상

및 자살관련 설문에서 다른 집단보다 훨씬 높은

위험수치를 보여준 것, 직장 내 폭력 등 조직문화

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응답이 훨씬 높게 나온 점

등의 결과에 대하여 심층인터뷰나 간담회 같은 방

법을 동원해 현상을 더 명확히 드러내고, 더 나아

가 함께 대안을 마련할 현장활동가를 발굴해 나가

는 행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유정옥 연구원(연구소 회원)은 “판매위원회

조합원들은 대부분이 자영업자와 다를 바 없는 영

업직이다. 또 한편으로는 최대 20명 정도 같이 근

무하는 작은 분회(영업점)들로 전국 방방곡곡, 뿔

뿔이 흩어져 있다. 조직을 다시 일구고 조직력을

복원하는 작업이 결코 쉬운 조건은 아니다. 이 자

리에 계신 동지들이 고민과 경험을 나누어 주시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판매위원회 정책기획실장 조창묵 현장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를 보고, 실제 우리 조합원들이

어떤 필요를 느끼고 있는지, 정신건강 등 어디가

얼마만큼 힘든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자본의 공세에 수세적으로만 대응하는 것이 아니

라 판매노동자들의 노동과 삶의 필요를 새롭게 구성하고 주장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

가는 것이 지금 조합의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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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 통권� 131� � 2014.12

중소사업장 사내하청 노동자와 보건관리대행

이선웅 직업환경의학의

필자는 주로 300인 미만의 중소규모사업장 노동자들을 3개월 또는 6개월 간격으로 방문하여 정기

적으로 건강상담을 하고 있다. 그런데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자가 입사 후 한두 번의 상담

만 하고 곧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특히 대부분이 단기계약직인 사내하청업체에서 흔한데, 매

달 방문하는 간호사로부터 이번 달 상담예정자가 퇴사하였으며 마지막 상담 이후 치료나 적절한 관

리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말을 흔하게 듣고, 어느덧 이를 당연하게 여기며 다른 노동

자를 대하게 된다.

① 대기업 사내하청업체에서 일하는 42세 김◯◯ 씨. 작년 하반기 입사하여 3월 검진 시 공복혈당

152, 5월 상담 시 식후혈당 224로 치료가 필요한 당뇨병 상태라고 하였으나 8월 상담 시 치료받

지 않은 상태였으며 이후 곧 퇴사.

② 같은 회사의 37세 지◯◯ 씨. 검진 시 식후 혈당 230으로 당뇨가 의심되어 추가 검사를 권유하

였으나 역시 진단과 치료 여부 확인하지 못한 채 얼마 전 퇴사.

③ 대기업 사내하청업체에 작년에 입사한 31세 한◯◯ 씨. B형간염 보균자로 검진 시 간 기능 수치

가 높아 B형간염 활성화의 가능성이 있으니 추가 검사가 필요하며 항바이러스제의 투여가 필요

할 수 있다 하였으나, 얼마 전까지 병원에 가지 않은 상태로 최근 퇴사.

물론 퇴사 전까지 어떤 치료나 진단을 받지 않은 상태로 상담이 끝났다는 사실만으로 이분들의

앞으로의 건강상태를 예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렇게 도급업체를 전전하며 단기 계약직 신분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치료에 들어서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며, 의사 상담은 물론 건강검진까

지도 빠질 가능성은 다분해 보인다(일반적으로 비정규직의 특수검진 수검률은 정규직에 비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러한 현실은 정작 산업보건서비스가 필요한 노동자를 소외시키게 하고

사업주에게는 법정 관리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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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것은 단기계약직이 대부분인 사내하청업체들이 최근 중소사업장 내에서 너무나 많이 증가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담당하는 중소사업장들은 대기업의 사내하청이거나 대기업의 외주업체인 경우가 많은데,

언제부터인가 대기업 외주업체 상당수는 다시 사내하청을 두어 사업장을 여럿으로 나누어 놓는 경

우가 다반사다. 특히 자동차와 전자산업의 외주업체는 그런 경향이 심한 것으로 보이고 그 외의 다

른 제조업도 일반적인 경향이 돼가는 것 같다. 또 대형마트 등의 대형물류센터는 다양한 전문 아웃

소싱 업체들로 인력이 나뉘어 있고, 대개 단기계약으로 인력을 관리하고 있다. 100여 개의 담당사업

장 중 1/5가량이 중소사업장의 사내하청업체인데 이들은 보건관리대행을 하는 50인 이상 사업장이

라 50인 미만으로 나뉜 사내하청업체를 포함하면 그 규모는 2배 이상일 것이다.

단기 계약직은 일부 대기업 외주업체에서 흔한 고용 형태이나(일례로 00 전자의 한 외주업체는

240명가량의 근무인력이 있으나 작년 한 해 40%가량이 퇴사하고 재입사한 걸로 기억한다), 중소사

업장의 사내하청업체에서 더 흔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원청의 단가인하 압력과 물량변동에 대한

대응을 계약해지로 쉽게 해결하려는 하청업체의 특성이 영세사업장일수록 심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

이다. 또 공단지역 중소 영세업체 노동자의 임금은 최저 임금 수준이며, 정규직 일자리는 찾아보기

도 힘들고 설령 정규직 일자리가 있다 하더라도 임금이나 근무조건이 안 좋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부족한 임금을 초과노동으로 메우기 위해 잔업과 특근이 많은 회사로 물량을 따라 쉽게 이직하는

형편이다.

이러한 현상은 IMF 이후 대기업 중심의 구조조정과 그 이후에도 지속하는 재벌·대기업 위주의

정책으로 대다수 중소기업을 다단계하청 줄 세우기로 만들어 그들을 무차별적인 생존경쟁으로 내몬

결과이다. 사내하청 같은 간접고용은 -특히 제조업에서-지속해서 확대되었고1), 2014년 한국은 근속

기간이 1년 이하인 단기근로자가 38%로 OECD에서 단기근로자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되었다.

보건관리대행과 같은 산업보건사업은 한 사업장 단위로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이것은

노동자들이 한 사업장에서 최소 몇 년간은 지속해서 근무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다고 본다. 하

지만 최근 단기근무와 이직이 만연한 사업장에서 이러한 전제는 어긋나고 있으며, 연쇄적인 하청구

조의 가장 하위층인 중소사업장 사내하청노동자는 전반적인 산업안전보건으로부터 방치된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과 재벌의 이윤을 극대화해서 우리의 삶에 무엇이 얼마나 좋아지고, 또 무엇이 남아

있을지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일터

1) 2001년 대비 2012년 금속노조 사업장내 비정규직은 27.3%에서 51.8%로 증가했으며, 사내하청 노동자는

19.8%에서 41.6%로 증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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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 통권� 131� � 2014.12

[작업중지권 기획]

작업중지권은 일상의 전투다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당장멈춰’팀 은 금속노조 작업중지권 실태조사를 위해 작업중지 경험을 가진 현장을 방문해

심층면접을 통한 실태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작업중지권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며

중대재해 예방에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STX조선해양 노동조합 박용운 노안실장을 만났다.

Q. STX에서는 작업중지권을 일상적으로 사용한다고 들었다.

A. 우리 보통 일주일에 평균 열 건 이상 작업중지권을 발동한다. 노사합동점검에서 작업중지

를 발동하는 경우도 있고, 노동조합이 독립적으로 현장 패트롤을 통해서 하는 경우, 또는 현

장에서 제보가 있어서 가는 경우가 있다.

Q. 구체적으로 사례를 들어줄 수 있나?

A. 수십 개의 블록을 만들고, 이것들을 모아 한 척의 배로 만들기 때문에 밀폐공간이 곳곳에

형성된다. 밀폐구역에선 안전을 위해 조명이 75룩스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또, 용접이나 절

단 과정에서 발생하는 먼지나 흄, 미스트 등을 강제로 배기시킬 수 있는 준비를 충분히 갖추

고 작업자를 투입해야 한다. 만일 이런 조건 준비가 덜 됐는데 작업자들이 먼저 투입되어 일

하는 것을 노동조합이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면 작업중지권을 발동한다. 회사는

이건 급박한 상황이 아니지 않는가 반론을 제기하다. 그럴 땐 노동조합이 법대로 고발하겠다

고 나서면 회사도 보통 우리 주장에 따르게 된다.

Q. 완성차 사업장에서는 정말 ‘급박한 위험’이었느냐를 두고 노사 간에 대립이 벌어지기도 한다.

A. 기본적으로 산업안전보건법에 위반되는 상황이면, 작업 중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

건 문제든 안전 문제든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얘기한 취지에 맞지

않으면 작업중지를 바로 적용한다. 그럼 회사는 ‘다른 데는 이렇게 안 하는데 왜 우리는 이렇

게 하냐’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웃음)

만일 회사가 작업중지를 못하게 한다 싶으면 당장 고발장을 던진다. 또, 긴급전화 1588 -

3088, 유해위험사항 신고를 바로 해버리기도 한다. 그러니 회사에서도 쩔쩔매는 것이다. 그

결과 아직 우리 사업장에선 작업 중지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못 한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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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소에서 용접하는 노동자

Q. 이런 차이가 조선업에서는 중대재해가

잦고, 자동차처럼 생산이 하나의 라인

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업종의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A. 물론 조선사업장은 사고가 터졌다 하면

대형사고다. 또, 한쪽에서 작업을 멈춰도 다른

쪽에서는 작업을 유지할 수 있는 특성도 있

다. 하지만 작업중지가 사측에 타격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완성된 배를 선주에게 정해

진 날짜에 인도해야 해서 특히 마무리 작업을

하는 경우 작업중지가 발동되게 되면 회사에

곧바로 엄청난 타격으로 직결된다. 그래서 채

권단이 경영 인수하기에 앞서 회사를 통해 노

동조합에 작업중지권을 반납하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물론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다.

Q. 조선 사업장이라고 모두 작업중지권이 이렇게 활발하게 사용되지는 않을 것 같다.

A. 그렇다. 노동조합 특성에 따라 상황이 다르다. 가장 기본적으로 타임오프제와 관련되어

노동안전 관련 전임자가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해졌다. 우리랑 비슷한 규모의 조선 사업장인데

노안 전임자가 2명밖에 없는 노동조합도 있다. 그렇게 되면 노안 담당자가 매일 현장패트롤을

돌고 하는 기본 일들도 하기가 힘들다. 우리는 현재 노안 관계자 5명이 전임을 하고 있다.

또, 노동조합 전임자의 역량과 자신감도 중요하다. 올해로 노안 관련된 일을 10년째 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노사 간의 대화가 과거에는 대등한 관계였다면 지금 우리 같은 경우에는 노

동조합이 오히려 주도하는 입장이다.

Q. 조선업은 하청 노동자가 많은 업종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작업중지권을 활용

할 수 있나?

A.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우리와 똑같이 안전하게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려운 문

제이긴 하다. 최근에도 작업장 환기 문제로 3일간 한 구역의 작업을 세웠는데, 그러면 정규직

들은 3일 동안 출근해서 대기하고 그 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계산한다. 그런데 협력사, 비정규

직 동지들은 출근을 안 시킨다. 그러면 바로 임금 손실이 생기는 거다. 정당한 작업중지였는

데도 미안하다.

사실 당연히 원청에서 안전보건상에 필요한 조치들을 취하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인데 그게

안 되다 보니 이런 일이 발생한다. 이럴 땐 하청 업체에 직접 얘기해서 ‘직원들 퇴근 시키지

말고, 대기 시켜라’고 압박을 취하고는 있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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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센터(준) 기획]

쫓기는 노동, 여유 없는 시간

해미 노동시간센터(준)

최근 많은 노동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윤태호 작가의 원작을 바탕으

로 한 <미생>이다. 종합 상사라는 대기업에서 계약직인 장그래도 정규직인 신입사원 안영이,

장백기, 한석율도 온종일 뛰어다닌다. 그들의 상사인 김대리도, 철강팀의 우수사원 강대리도

한 귀에 블루투스를 꼽고 통화하면서 분주하게 움직인다.

제대로 된 음식보다 햄버거로 점심을 때우고, 외국 거래처 시간에 맞춰 낮이고 밤이고 메

일을 확인하고 국제전화를 한다. 간간이 옥상에서 담배 한 모금, 커피 한잔 마시며 숨을 돌

린다. 영업 사원들의 일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드라마를 마냥 재밌게만 볼 수 없는

이유는 그들의 모습이 바로 나의, 또는 내 가족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쫓기는 노동의 문제는 노동밀도의 증가를 의미한다. 즉, 같은 시간 일을 하더라도 여유시

간이 없이 바쁘게 일한다. 이러한 현상은 노동자에게는 노동강도의 증가로 읽히고, 사업주에

게는 생산성 또는 효율성의 증가로 읽힌다. 노동밀도의 문제는 물리적인 노동시간의 길이가

이미 상당히 단축된 유럽에서 더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다. 유럽연합의 직업안전청(EU-OSHA)

에서는 2007년 미래사회의 주요한 심리적 위험요인을 발표하면서 고용계약 형태의 다양화와

고용 불안정, 노동자의 고령화, 감정 요구도의 증가, 일·가정 양립의 악화와 함께 노동밀도

의 증가(work intensification)를 제시하였다. 이는 린 생산방식1)이나 모답츠 기법2) 등과 같

은 새로운 경영기법이 확대되면서 더 극심해지고 있다.

노동밀도의 증가로 노동자는 매우 빠른 속도로 일해야 하고, 빡빡하게 설정된 마감에 쫓

기며 일을 완수하는데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게 된다. 특히, 조직 내에서의 경쟁이 격화

1) 린 생산방식(Lean Production System):일본의 ‘도요타자동차’가 창안한 생산방식. 기존의 수공업적 생

산방식에서 나타나는 원가상승 및 대량 생산 문제의 대안으로, 숙련된 기술자들의 편성과 자동화 기계

의 사용으로 적정량의 제품을 생산하는 작업 공정 혁신을 통해 비용은 줄이고 생산성은 높이고자 했다.

2) 모답츠(MODAPTS) : 노동자의 신체동작을 분석하여 작업표준시간을 설정하고, 생산성의 향상을 꾀하는

경영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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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마트에서 계산원으로 일했었다. 최근 아랫배가 좀 이상해 병원에 갔더니 방광염이라

는 결과가 나왔다. 그 이유는 너무나 오랫동안 소변을 참는 버릇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는 할인마트를 그만뒀다. 대형 할인마트의 계산원들은 항상 용변 걱정에서 벗어나

지 못한다. 원래 규정은 두 시간마다 쉬도록 되어 있지만 손님이 많아 정신없이 일을 할 때

는 화장실에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적게는 3시간이 보통이고 길게는 네 시간 이상까지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이 현

실이다. 그나마 손님들이 약간 줄면 재주껏 화장실에 다녀오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보이지

되고 서비스업이 증가하면서 자동화, 목표 생산량에 대한 압박, 상사에 의한 위계적 긴장,

다른 동료와의 경쟁과 같은 수평적 경쟁, 고객의 요구에 즉각 응답하기 위한 것과 관련한

요구도 증가 등이 직접 노동밀도의 증가를 유발한다.

실제로 한국에서 약 5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취업자 근로환경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금

노동자의 직종별 노동강도는 속도와 마감의 측면에서 약간 다르게 나타나지만, 생산직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또한, 서비스업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일한다는 응답이 16.8%에 이르는

것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 임금노동자의 직종별 노동강도 그래프 >

쫓기는 노동, 빨라진 일의 속도는 노동자들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직무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며, 작업 반복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근골격계 질환의 위험도 커질 수 있다. 틈이 없

이 일하다 보니 적절한 휴식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는 것도 문제이다. 언론이나 포털사이

트 같은 곳에서 이런 문제 때문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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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 통권� 131� � 2014.12

않는 눈총을 받기 일쑤다. 결국 대부분 할인마트의 계산원들은 화장실 걱정 때문에 마음 놓

고 물도 마실 수 없다.”

- 「부산일보(2008.04.18.)」 “할인마트 계산원의 고충” 기사 中

“통신사 고객센터 해지방어 부서에서 일했던 사람입니다. 부서에 따라서 약간씩의 고충은

있습니다만 해지방어 부서의 경우 들려오는 첫마디가 '해지해주세요'입니다. 그럼 우리는 이

말 저 말 하면서 막는 거죠. 그럼 고객은 아 그냥 빨리 해지나 해주라고 말합니다. 이 욕 저

욕 다 먹게 되겠지요. 근무 면에서는 그런 게 힘듭니다. 또한 화장실도 마음대로 갈 수 없어

요. 이건 제가 일했던 곳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고객센터가 그렇습니다. 빨리빨리 콜을 받

아줘야 하기 때문이지요.”

- 네이버 지식IN(2014.08.07.) “콜센터근무 경험담” 中

“산업이 발달하면 할수록 모듈화가 되는데, 이게 강도가 달라요. 모듈화가 되면 사람이 어

디 서고 어디로 간다 이게 있어야 되는데 무조건 모듈화가 되면 사람을 빼 버리고 그러니

사람이 불안을 느끼죠. 언제 잘릴지, 집에 가라 할지 모르니까 그게 불안하죠.”

“반자동에서 자동화가 되니까 많이 힘들죠. 생산은 편해졌지만 힘들어졌죠. 장비가 더 늘

어났는데 장비관리를 그(예전) 인원으로 해야 하니까.”

“옛날에는 빠레트 작업도 좀 천천히 했는데, 지금은 자동화되면서 사람이 빨리 움직여야

해요. 기계에서 나오니까. 휴식시간이 정확히 정해지지 못해요. 제품이 밀려나오니 작업해야

죠. 남들이 놀 때 그때까지 휴식을 못 취하죠.”

- 「현대자동차 노동강도 평가와 대안마련을 위한 연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05)」 中

열악한 상황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노르웨이의 한 은행은 콜센터 직원들의 화

장실 이용시간을 하루 8분으로 제한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논란이 일었다. 화장실이나 개인적

인 시간을 위해 총 8분 이상을 넘지 못하고 이를 넘을 경우에는 경고음을 울리게 했다.

제조업의 경우 자동화나 모듈화가 진행된 이후 노동강도가 증가해 부담이 더해졌다는 이

야기도 있다. 더불어 신설비 도입이 인력감축으로 이어질까 하는 불안감에 직무스트레스가

증가하는 요인으로 작동되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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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먹을 시간도 없어요. 진짜 바쁜 날은 뛰어 다니는데 지금 뛰어다닐 정도는 아니고...

바빠서요. 아무 것도 못하고 그냥 챠팅 넣을 때랑 입력 넣을 때 이런 거요. 바이탈 그럴 때

만 앉아 있지.”

- 「고려대학교병원 노동자의 교대제 개선을 위한 노동조건 실태조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09)」 中

노동자의 일손은 점점 빨라지고, 여유시간과 휴식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

고 있다. 점심시간을 줄이거나 식사시간을 이용해 회의하는 등 효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기업 간 경쟁이 격화될수록 더욱 심화할 것이다. 절대적인 노동

시간도 길고 IT 기술의 발달로 직장과 가정의 경계마저 점점 모호해져 가는 한국사회에서

노동밀도의 증가현상은 ‘노동자들의 소진’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노동자들의 자연적

필요를 반영할 수 있는 노동조직의 설계가 노동시간과 함께 고민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출처 : EBS 지식채널ⓔ 방송 캡쳐

즐겨보는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극한알바’라는 주제로 방송을 했다. 유재석과 차

승원이 탄광에 간 것이 이슈가 되기는 했지만 나는 ‘130통’을 선택한 정준하가 과연 어떤 하

루를 보낼지 더 관심이 간다. 콜센터에서 전화 130통을 받아내려면 화장실 갈 정신도 없을

텐데, 그 와중에 그는 개그맨으로서 웃음 포인트까지 챙기며 하루 알바를 마칠 수 있을까? 

온종일 뛰어다니고 전화를 받는 장그래와 강대리는 어떤 생각을 하면서 하루를 마감할까?

우리 주변을 바쁘게 스쳐 지나가는 노동자들에게 안녕하신지 묻고 싶은 요즈음이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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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누가 있나요

김재광 선전위원

전혀 알지 못했다. 무심히 지나치던 ‘전화방’이 A/S 수리기사의 휴식처라는 것을. 얼마 전 전

화 한 통이 슬픈 사실을 환기하게 시켰다.

“전화방이요? 그곳에서 사망했다고요? 아니 수리기사가 왜 거기서 죽어요?”

나는 심정지로 사망한 장소가 다른 곳도 아닌 전화방이라는 사실에 짐짓 놀라지 않을 수 없

었다. 전화방이 정확히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모르지만 사실상 ‘성 산업’의 일종이라는 정도를 알

고 있는지라 의아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내 의아함은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으로 변했

다.

“A/S 수리 기사들이 별달리 쉴 장소가 없나 봐요. 많이들 전화방에서 잠깐 쉬고, 졸고 그러나

봅니다. 사망했던 그 시기에도 일이 너무 많고 힘든데 쉴 곳이 만만치 않았나 봐요.”

슬픔인지 동정심인지 아니면 분노인지 모르겠는 이 감정. 살고자 열심히 일했던 결과가 전화

방에서의 쓸쓸한 죽음이라니. 죽음의 원인도 원인이지만 과연 그곳이 죽음의 장소로 과연 적절

한 것인지. 인간의 존엄이 이렇게 비루하게 취급되어도 되는지.

그러고 보니 도시의 공간은 자기용도와 걸맞지 않게 오용되고 있음을 새삼 각성하게 된다. 이

미 잘 알고 있기도 하다. 고시텔에는 고시생이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주거지로 절대 적절하지

않은 공간을 이 사회가 고시원이라는 이름으로 면죄부를 주고 있음을. 따지고 보면 이런 예는

너무도 오래되고 흔하다. 지하실과 옥탑은 창고가 아닌 거주지가 된 지 오래되었고 오히려 이것

이 당연하다. 그곳에는 거주자의 존엄 따위는 없다. 오직 방세와 빈곤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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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의 공간을 둘러싼 전쟁, 영화 <두 개의 문>

(출처 : 시네마달)

계단 및 작은 창고나 지하 통로 옆 창고 역시

창고가 아니다. 그곳은 미화 또는 건물관리 노동

자의 공식 또는 비공식 쉼터다. (그나마 쉴 곳이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곳에도 일하는

자의 존엄 따위는 없다. 오직 임금과 빈곤이 있을

뿐이다. 화려한 호텔과 판매장 이면에는 너무도

상반된 좁고 어두운 일하는 사람의 공간이 있다.

한쪽에서는 거대하고 휘황찬란한 건물이 쉴 틈

없이 올라가고, 넓고 그림 같은 집들이 지어진다.

그곳을 지나거나, 그런 광고를 보면 왠지 설레기

까지 하지만, 그곳에 발 디딜 자들은 오히려 적어

지고, 그곳을 유지하기 위해 일해야 하는 자들의

공간은 기가 막히게 숨겨진 장소로 이동된다.

너무 익숙하거나 무감하여 그저 지나치는 공간

에서 사람이 자고, 쉬고, 먹고, 일하고 있다. 인간

존엄의 가치가 인정된다면 허용될 수 없는, 부적절한 공간이 너무도 많다. 공간과 쓰임은 일치

해야 하고, 적정해야 한다. 공간은 가능한 독점되지 않고, 필요한 자들에게 지급능력과 관계없이

제공되어야 한다. 쾌적하고 쓰임에 맞는 적정한 공간은 사회 전체의 복리를 증진하고, 사회 구

성원의 삶을 살찌운다. 문화를 융성하게 하고 긍정적 에너지를 발산하게 한다.

하기야 누가 이런 말을 몰라서, 생각을 못해서 실현되지 못하겠는가? A/S 수리기사가 적정하

게 일해야 하고 그들에게 휴게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몰라서 전화방에서 죽어가겠는가? 자본주

의 한국은 이윤과 양극화 그리고 풍요와 박탈로 유지되는 국가가 아니던가. 이런 진창같은 현실

에서 국민소득 3만 불이 되면 무엇을 할 것이며, 10대 경제대국을 넘나드는 반열에 오르면 무엇

을 하겠는가? 그곳에 누가 무엇을 하는지 관심을 끄라고 하는데, 억울하면 출세하라고 하는데.

성장의 그늘은 늘 있게 마련이니 나부터 얼른 넘어가고 싶고, 너라도 어서 넘어오라고 하는데.

그래서 오히려 더 크게 외쳐야만 하겠다. 나부터 얼른 넘어가는 것은 어려울 듯싶어, 습하고

어둡고 감춰진 그곳에.

“거기 누가 있나요?”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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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이만수 님이 근무했던 압구정 신현대 아파트 103동 앞에서 노제가 열렸다.

(출처 : 노동과세계)

경비노동자의 겨울나기

유 상 철 노무법인 필 노무사

[email protected]

2015년 1월 1일부터 최저임금은 5,210원에서 5,580원으로 인상 적용된다. 그동

안 경비노동자의 경우 감시단속적 노동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의 90%만 지급하면

됐다. 하지만 내년 1월 1일부터는 최저임금의 100%를 적용해야 한다. 그래서 사

용자들은 여기저기서 임금이 인상되니 인원감축을 해야 한다며 한겨울 해고 대란

을 예고하고 있다. 사실 이런 일은 늘 반복되었다. 기간제, 외주용역으로 전환된

경비노동자의 노동조건은 늘 불안의 연속이다. 상시 지속적 업무에 대한 용역, 파

견, 그리고 기간제 간접고용이라는 교묘한 결합이 경비노동자뿐 아니라 각 업종에

종사하는 기간제 노동자들의 겨우살이를 더욱 힘겹게 만들고 있다.

입주자 대표회 등 사용자들은 1년 또는 2년 단위로 용역업체와 계약을 체결하

고, 경비노동자들은 같은 장소에서 같은 업무를 하는데 사용자만 바뀌는 일이 반

복되고 있다. 엄격하게 고용승계를 명시하지 않기 때문에 상당수 노동자는 업체변

경 과정에서 고용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나마 업체가 바뀌고 근로계약을

새롭게 체결하더라도 심한 경우 임금이 저하되는 경우도 있다. ‘감시단속적 노동’

이라는 이유로 전체

노동시간 중 휴게시간

을 사용자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기 때문이

다. 그나마 순찰시간

이외 시간에 휴식이나

수면을 취할 수 있는

휴게공간이 있는 곳은

나은 상황이다. 제대로

휴식이나 수면을 취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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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일터l ․ 43

수 없는 작업환경에서, 수시로 순찰업무를 수행하는데도 불구하고 휴게시간으로

정해 놓으면 노동시간이 아니라고 본다.

2014년 10월 7일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경비노동자가 입주민의 괴롭힘에 시달리

다 분신자살을 기도하였다. 이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11월 7일 전신

60% 정도의 3도 화상으로 사망하였다. 12월 1일 근로복지공단은 경비노동자의 사

망에 대하여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였다. “업무수행과정에서 보이는 여러 가지 상

황들을 고려할 때 업무적으로 누적된 스트레스가 극단적인 형태로 발현되어 발생

한 것으로 보이는바, 업무와 고인의 사망 간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이상의

사실 및 의학적 소견을 종합해 판단해보면, 고인의 사망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에 의한 업무상 사망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초·중·고 학생에 대한 인권의식 조사에는 꼭 “나는 부모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존중받는다고 생각한다”는 문항이 있다. 물론 성인에 대한 인권의식 조사에도 이

러한 문항은 반드시 확인한다. 그러나 경비노동자뿐 아니라 고객‘님’을 상대해야만

하는 ‘을’의 위치에 있는 모든 노동자는 존중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왜일까?

민주노총은 <경비노동자의 후퇴 없는 노동환경과 고용안정을 위한 ‘우리 아버지

의 마지막 일자리를 지켜주세요’>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아파트 입주민

여러분 이렇게 해주세요. ⑴마을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수고하신 경비노동자에게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합시다. ⑵우리 마지막 일자리 경비노동자를 해고하지

말 것을 입주자 회의에 요청하세요. (아파트관리규약에 입주민도 입주자대표회의

에 안건을 제안할 수 있고 회의에 참관할 수 있습니다) ⑶‘해고 예고’나 ‘해고’를

결정한 아파트를 알려주십시오. 관리사무소에 전화 한 통화면 알 수 있습니다. ⑷

포스터를 사진으로 찍어 이웃과 친구들에게 보내주세요.”라는 내용이다.

가슴 한편이 짠하다. 최저임금 100% 적용이라는 노동조건의 향상이 도리어 경

비노동자들의 겨울나기를 힘겹게 만드는 상황이다. 굉장히 낯설고 어색한 일이겠

지만 주위를 둘러보자. 회사, 지하철, 거리 등 곳곳에서 경비․청소 노동자를 만나

면 ‘수고하십니다.’라는 인사를 먼저 건네자! 인사를 받는 이도 낯설고 인사를 하

는 이도 낯설겠지만 이러한 상호작용이 늘어난다면 노동하는 자, 살아 숨 쉬는 자

들이 서로 존중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오늘 퇴근길에 경비사무실

에 따뜻한 차 한 잔 건네 드려야겠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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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라

『 통권 제 130호 』“판매서비스 노동자의 웃음과 눈물” 특집을 읽고

조계석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판매위원회 교육선전국장

자동차 판매업에 20년 이상 종사한 사람으로서 지난 호에 실린 감정노동자의 건강권에 대

한 기사를 의미 있게 읽었다.

평균연령이 40대 중반이 되어가는 우리에게 회사는 몇 년 전부터 고객만족(CS)이라는 이

름으로 새로운 업무를 강요하거나 전시장 미스테리 쇼퍼, CS교육 등을 강화하였다. 또한, 올

해 한노보연에서 우리 판매위원회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무스트레스 조사에서 경제적

인 삶의 질은 열악한 조건이 아니지만, 우울증이나 자살시도, 대인관계 악화 등이 심각하게

나타나 주목해야 하는 특징으로 분석되었다.

기사에 지적한 대로 이 사회에는 수많은 유·무형의 상품을 파는 판매서비스업 노동자가

존재한다.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제품의 기능이나 디자인 등 품질적인 부분은 너무 당연시되

어버렸다. 더불어 소비의 과정 전체에서 느끼는 소비자의 만족감을 배가시키기 위한 감성마

케팅이 치열하게 진행된 지 오래다.

1년 전 이맘때의 일이다. 삼성전자의 하청 A/S노동자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갓 태어

난 어린 딸을 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를 계기로 드러난 삼성전자 수리기사의 일상은

믿기 어려울 만큼 처참하고 참혹한 것이었다. 평균 월급여가 15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밥 먹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뛰어다니는 건 정상적인 노동조

건에서도 한참을 빗겨나갔다. 하지만 더욱 힘든 건 가가호호 A/S노동자에게 가해지는 폭력

적인 언행, 이의 수긍을 강요, 방조하는 회사의 태도였을 것이다.

또한 2012년에는 홍콩의 캐세이패시픽 항공 승무원들이 사측과의 임금협상 과정에서 회사

에 대한 압박수단으로 “미소 없는 기내서비스” 제공이라는 준법투쟁 지침을 들고 나오며 화

제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라면 상무”로 대변되는 졸렬한 고객의식과 당시 사건에 중심에 있

던 해당 항공사의 처리과정을 생각하면 탄식이 나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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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형태든 사람을 상대로 하는 감정노동은 이제

매출의 주요한 요인 중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이를 하나

의 노동과 가치로서 받아들이는 사회적 인식은 매우 부족

한 듯하다. 감정노동자에게 소비자의 과잉욕구를 수용케

하며 갑의 위치에서 을로서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자본의

착취구조는 더욱더 문제이다. 이는 결국 자본의 무한경쟁

과 노동시장의 대책 없는 유연화가 낳은 또 하나의 결과

이다.

기사의 내용에서 보듯, 자본이 감정노동자를 착취하고

사회적 인식이 부족해 이들이 받는 처우나 작업환경, 노

동자의 법적위치는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른 안전사고나 각종 질환은 오히려 당

연한 결과이다.

즉, 감정노동의 가치에 대한 기본적 인식 확대가 시급하다. 기업이 강요하는 각종 매뉴얼

에 대한 점검과 이에 대한 인권적, 의학적 규제와 이를 위반, 강요하였을 때 그에 따른 책임

을 지도록 시급한 제도정비가 필요하다. 스트레스가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이제는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매년 증가하는 스트레스성 질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판매서비스업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는 건 또 하나의 살인행위로 간주되어

야 할 것이다.

이번 기사로 인해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취가 육체노동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분명히 알았

다. 생산의 과잉으로 빚어지는 무한경쟁의 참극, 이제 자본은 감정의 과잉까지 강요하는 듯

하다. 야만적인 사회의 민낯을 이렇게 계속 확인한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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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내리고 새해는 온다

생애 전환기 맞은 한 회원

일주일 내내 눈이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했다. 경상도가 고향이라, 사는 동안

눈을 자주 못 봐서 그런지 겨울에 내리는 눈을 참 좋아했다. 그런데 결혼하고

생활 거주지를 자주 옮기면서 눈을 자주 봐서 그런지 이젠 내리는 눈은 좋아도

쌓인 눈은 지저분하고 싫어졌다. 근데 또 하염없이 펑펑 내리는 눈을 보니 나

이가 들어서 그런지 좀 센치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마침 올해는 건강보험공단이 인정한 생애 전환 건강검진 시기여서 더욱 그런

가 보다. ㅋㅋ 이제 차츰 녹슬어 가는 나이가 되어서 그런지 (선배님들 제 맘

이해하시죠 ^^) 아.. 뭐라도 나올까 싶어 병원에서 검진하기가 무섭다.

요즘은 멍~ 때리며 살고 있다. 작년에 노동조합 선거를 도전하면서 열심히

했다. 선거운동 같이했던 동지들도 멋져 보였다. 더 늙기 전에 노동조합 활동

잘해내겠다는 열정도 넘쳤었다. 그런데 결과는 아시다시피.. 이후 1년은 그냥

살았다. 뭘 하는 것도 싫고, 이제 또 뭘 해야 하나 싶고, 젊은 후배들과 공감하

는 것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냥 지냈다.

2014년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오고 있는데 이젠 별 느낌이 없다.(진짜 나이가

들었나?) 시골집과 도시 집을 오가며 생활한 지 벌써 3년이 다 되어간다. 주중

이면 도시에서 생활하고, 주말이 되면 시골로 온다. 이 두 생활은 정말 극과

극이다. 주중에는 사무실에서 일만 하고 주말에는 시골에서 바람 실컷 쐬고 간

다.

집 앞에 남편과 둘이 먹기는 큰 텃밭이 있는데 작물을 키우기보다는 뿌리고

가만히 두는데 의미를 더 두고 있다. 알아서 작물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며 신

기해만했다. 집안에서 뒹굴 거리는 게으른 시골 생활이지만 도시에서 찌든 삶

을 씻으러 왔다고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며 살고 있다. 이런 생활이 없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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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어찌 풀었을까 생각해본다.

요즘 사무실에는 “우리도 감정노동자다!”라며 (물론 예전에도 힘들었지만) 동

료들이 아주 힘들어 한다. 나 또한 소위 진상 고객 때문에 스트레스다. 업무

절차상 민원이 많다. 고객들이 전화해서 쌍욕하고 말꼬리 잡는 것은 기본이고

찾아와서 칼로 협박하고, 도끼로 찍지 않나, 총을 쏘지 않나, 신나를 뿌리는 일

도 있었다. 내가 일하는 곳은 우리 회사 중에서도 아마 가장 민원이 많고, 항

의가 많은 곳일 것이다.

요즘 공공기관이나 준정부기관도 트렌드가 고객감동, 고객 만족이고 정부의

기관 평가 기준에 고객 만족 평가가 들어가다 보니 진상 고객이 판을 쳐도 찍

소리 못한다. 감사실 직원들도 노동자를 보호하기는커녕 도리어 무조건 진상

고객 편들기에 바쁘다. 매달 그리고 상·하반기 무작위 전화로 친절도를 조사

해서 직원 순위를 공개하고 성과금에 반영하고 관리자들에게 교육도 받는다.

이러다가 영화 ‘카트’의 장면처럼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지시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고객만족 만세다. 우울하다. 진상 고객에게 당해본 사람들

은 공감할 거다. 밤에 잠도 안 오고 평소엔 가슴이 두근거려 다른 일에 집중하

기도 어렵다. 그럴 때마다 동료들과 수다를 떨거나 저녁에 일마치고 술 한 잔

하면서 푼다. 다음날이면 똑같이 일상의 반복이다. 회사는 우리를 보호해 주지

않는다.

노동조합은 어떠한가. 성명서 한 장내고 사측에 대책 마련하라고 말하는 게

끝이다. 사측과 정부의 눈치를 보는데 바쁘다. 우리 사무실만의 일이 아니고,

우리만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노동조합 스스로 한계

를 규정해 더 나아가려 하지 않는다. 노동조합이 조합원을 쉽게 포기한다. 나

도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비겁해진 걸까?

얼마 전 선거를 같이한 동지들이 모여 다시 미래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

다. 현재 회사와 노조 상황에 대해 공유하면서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이야

기했다.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이 동지들과 같이 있으면 다가오는 새해가 별

의미가 없다가도 또 새로운 의미가 생기곤 한다. 1년 잘 쉬었으니 이제 좀 움

직여야겠지?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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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5) 6)

2) 7) 8)

3)

4)

☞ 가로열쇠2. 바둑이 인생의 모든 것이지만 프로입단 실패 후, 대기

업 계약직으로 냉혹한 현실을 겪으며 이 시대 직장인

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웹툰 주인공의 이름은 ○○○.

p.36

4. 학습지 교사, 택배 기사, 화물 노동자, 보험설계사 등

국내 약 250 만 명의 ○○○○ 노동자들이 산재보험

가입으로부터 배제되어 있다. p.4

5. 얼마 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 소속 근로

자의 유산에 대한 역학조사 보고서’에서 간호사들의

자연 유산이 업무와 상당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

졌다. p.3

7. 노래, 악기, 리듬 등 각종 소리를 조화롭게 섞어 하나

의 곡을 완성하는 사람. ○○○ 엔지니어. p.8

☟ 세로열쇠1. 작년 한해 산재사망자수 10명으로 최악의 살인기업에

선정된데 이어, 산업재해 발생 보고 의무를 20건이나

위반한 사업장 현대제철 ○○○○. p.5

3. 지난 10월 7일 압구정 신현대아파트에서 입주민의 괴

롭힘에 시달리다 분신 자살을 기도, 결국 11월 7일 안

타깝게 세상을 떠난 민주노총 서울본부 일반노조 신현

대아파트분회 조합원 ○○○ 열사. p.42

6. 새누리당 소속 ○○으로 지난 4월 국회 법사위에서 특

수고용 노동자 산재보험법 개정안을 무산 시킨데, 이

어 10월엔 현행 주당 법정 근로시간 52시간을 최장

60시간까지 허용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

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권선동 국회○○. p.4

8. 운수업의 특성뿐 아니라 감정 노동, 야간 노동을 해야

하는 직업. 2008년 기준 전국에 약 7만 명이 이 일을

하는 것으로 추산되었다. 대리○○○○.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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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 (010-2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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