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로 돌아온 다큐 사진가 - img.yonhapnews.co.kr · 노모 앞에서 아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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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201210 201210 163 먹으로 그린 드로잉이 공간 속으로 저벅저벅 걸어 들어왔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 갤러리 시몬에서 개인전 ‘서풍이 본 것(What the West Wind Saw)’을 열고 있는 황혜선 작가는 일상의 기억을 작품에 담는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하얀 벽에 먹으로 그려진 풍 선을 든 아이들의 모습이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서면 그 아이들이 벽에 그 려진 그림이 아니라 검은색 윤곽을 지닌 입체적인 조각임을 알 수 있다. 검 은 선으로 그려진 이 입체적인 작업은 벽에서 살짝 떨어진 상태로 걸려 조 명을 받으면 하얀 벽 위에 그림자가 또 하나의 드로잉을 만들어낸다. 일상 속에서 건져 올린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들을 작품에 담아낸다는 작 가는 “사람들의 꿈, 생각 속 이미지처럼 아련한 느낌의 아름답고 사랑스러 운 풍경을 담고 싶었다”고 했다. 전시명 ‘서풍이 본 것’도 늦여름부터 초가을에 부는 잔잔한 하늬바람이 올해 초 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처음으로 일본 도쿄 모리미술관에서 대규 모 회고전을 열었던 설치미술가 이불이 신작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그는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이불’에서 대규모 설치작품 4점, 작품 세계의 궤적을 보여주는 드로잉과 모형 22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공간으로 걸어 나온 드로잉, 황혜선 개인전 전시 10월 19일까지 관람료 무료 문의 02-549-3031 한자리에서 감상하는 이불의 진화하는 예술 세계 전시 11월 4일까지 관람료 일반 5천 원, 대학생 3천 원 문의 02-733-8945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라는 수식어를 버리고 그냥 사진작가로 한국 관객들 앞에 섰습니다.” 1985년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표지를 장식한 ‘아프가니스탄 소녀’ 사진으로 유명한 미국의 포토 저널리스트 스티브 맥커리가 한국을 찾았다. 분쟁 지역이나 재난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담은 사진 때문에 다큐멘터리 사 진가로 알려졌지만 서울 예술의전당 V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빛과 어둠 사 이(Between Darkness and Light)’에서는 예술가로서의 면모를 선보인다. 세계적인 보도사진가협회 ‘매그넘’의 소속 작가로 국내에서 열린 다양한 전 시에 참여하긴 했지만, 대규모 개인전은 지난 2010년 열렸던 ‘진실의 순간’ 이후 처음이다. 전시를 앞두고 한국을 방문한 맥커리는 “오늘은 포토 저널리스트로, 내일 은 작가로 사진을 찍자고 마음먹고 찍는 게 아니라 마음에서부터 우러나 찍는 것”이라며 “‘다큐멘터리 사진’, ‘예술 사진’ 등 인위적으로 분류하고 이 름표를 붙일 것이 아니라 관객이 직접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시에서는 그동안 국내에 소개된 적 없는 미공개작 100점을 선보인다. 전시 10월 21일까지 관람료 일반 1만 원, 초등~고등학생 8천 원, 24개월~미취학 아동 6천 원 문의 02-511-2931 예술가로 돌아온 다큐 사진가 ‘빛과 어둠 사이’ 전 GALLERY 박인영 기자 [email protected] Installation View of Solo Exhibition, What the West Wind Saw, Gallery Simon, 2012. 전시장 3층에 꾸며진 ‘스튜디오’ 섹션에는 ‘사이보그’(1997~2011)와 ‘아 나그램’(1999~2005), ‘나의 거대 서사’(2005~현재) 시리즈와 최신작 ‘비밀 공유자’(The Secret Sharer · 2012) 연작 등의 드로잉과 모형이 전시된다. 신작 ‘비아 네가티바’(Via Negativa · 2012), ‘나의 거대 서사’(Mon Grand Recit) 연작 중 ‘벙커’(M. 바흐친)도 처음 소개된다. 이불은 일본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마친 지 3개월 만에 열린 이번 전시에 대 해 “내가 작품을 통해 관객과 어떻게 만날 것인지에 대해 다른 방식의 시도 를 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내년 룩셈부르크 현대미술관 뮤담(MUDAM)과 2014년 영국 버밍 엄 아이콘 갤러리(Ikon Gallery)에서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살며시 지나가며 포착한 일상의 모습들을 의미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명과 작품, 벽에 만들어지는 그림자가 하나의 또 다른 작품을 이루는 기존의 ‘드로잉 조각’에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을 더해 마 치 드로잉에 색을 입힌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작품을 선보인다. View of Exhibition at Artsonje Center, Seoul, 2012, Photo by Jeon Byung-cheol. Steve McCurry, 인레 호수 위의 어부들, 미얀마, Digital Print,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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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예술가로 돌아온 다큐 사진가 - img.yonhapnews.co.kr · 노모 앞에서 아들을 두들겨 패고, 아내 앞에서 남편의 손을 잘라내며 살아 가는 강도의

162 201210 201210 163

먹으로 그린 드로잉이 공간 속으로 저벅저벅 걸어 들어왔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 갤러리 시몬에서 개인전 ‘서풍이 본 것(What the West

Wind Saw)’을 열고 있는 황혜선 작가는 일상의 기억을 작품에 담는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하얀 벽에 먹으로 그려진 풍

선을 든 아이들의 모습이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서면 그 아이들이 벽에 그

려진 그림이 아니라 검은색 윤곽을 지닌 입체적인 조각임을 알 수 있다. 검

은 선으로 그려진 이 입체적인 작업은 벽에서 살짝 떨어진 상태로 걸려 조

명을 받으면 하얀 벽 위에 그림자가 또 하나의 드로잉을 만들어낸다.

일상 속에서 건져 올린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들을 작품에 담아낸다는 작

가는 “사람들의 꿈, 생각 속 이미지처럼 아련한 느낌의 아름답고 사랑스러

운 풍경을 담고 싶었다”고 했다.

전시명 ‘서풍이 본 것’도 늦여름부터 초가을에 부는 잔잔한 하늬바람이

올해 초 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처음으로 일본 도쿄 모리미술관에서 대규

모 회고전을 열었던 설치미술가 이불이 신작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그는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이불’에서

대규모 설치작품 4점, 작품 세계의 궤적을 보여주는 드로잉과 모형 22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공간으로 걸어 나온 드로잉, 황혜선 개인전

전시 10월 19일까지

관람료 무료

문의 02-549-3031

한자리에서 감상하는 이불의 진화하는 예술 세계

전시 11월 4일까지

관람료 일반 5천 원, 대학생 3천 원

문의 02-733-8945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라는 수식어를 버리고 그냥 사진작가로 한국 관객들

앞에 섰습니다.”

1985년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표지를 장식한 ‘아프가니스탄 소녀’ 사진으로

유명한 미국의 포토 저널리스트 스티브 맥커리가 한국을 찾았다.

분쟁 지역이나 재난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담은 사진 때문에 다큐멘터리 사

진가로 알려졌지만 서울 예술의전당 V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빛과 어둠 사

이(Between Darkness and Light)’에서는 예술가로서의 면모를 선보인다.

세계적인 보도사진가협회 ‘매그넘’의 소속 작가로 국내에서 열린 다양한 전

시에 참여하긴 했지만, 대규모 개인전은 지난 2010년 열렸던 ‘진실의 순간’

이후 처음이다.

전시를 앞두고 한국을 방문한 맥커리는 “오늘은 포토 저널리스트로, 내일

은 작가로 사진을 찍자고 마음먹고 찍는 게 아니라 마음에서부터 우러나

찍는 것”이라며 “‘다큐멘터리 사진’, ‘예술 사진’ 등 인위적으로 분류하고 이

름표를 붙일 것이 아니라 관객이 직접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시에서는 그동안 국내에 소개된 적 없는 미공개작 100점을 선보인다.

전시 10월 21일까지

관람료 일반 1만 원, 초등~고등학생 8천 원, 24개월~미취학 아동 6천 원

문의 02-511-2931

예술가로 돌아온 다큐 사진가‘빛과 어둠 사이’ 전

GALLERY 박인영 기자 [email protected]

Installation View of Solo Exhibition, What the West Wind Saw, Gallery Simon, 2012.

전시장 3층에 꾸며진 ‘스튜디오’ 섹션에는 ‘사이보그’(1997~2011)와 ‘아

나그램’(1999~2005), ‘나의 거대 서사’(2005~현재) 시리즈와 최신작 ‘비밀

공유자’(The Secret Sharer · 2012) 연작 등의 드로잉과 모형이 전시된다.

신작 ‘비아 네가티바’(Via Negativa · 2012), ‘나의 거대 서사’(Mon Grand

Recit) 연작 중 ‘벙커’(M. 바흐친)도 처음 소개된다.

이불은 일본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마친 지 3개월 만에 열린 이번 전시에 대

해 “내가 작품을 통해 관객과 어떻게 만날 것인지에 대해 다른 방식의 시도

를 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내년 룩셈부르크 현대미술관 뮤담(MUDAM)과 2014년 영국 버밍

엄 아이콘 갤러리(Ikon Gallery)에서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살며시 지나가며 포착한 일상의 모습들을 의미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명과 작품, 벽에 만들어지는 그림자가 하나의 또 다른

작품을 이루는 기존의 ‘드로잉 조각’에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을 더해 마

치 드로잉에 색을 입힌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작품을 선보인다.

View of Exhibition at Artsonje Center, Seoul, 2012, Photo by Jeon Byung-cheol.

Steve McCurry, 인레 호수 위의 어부들, 미얀마, Digital Print,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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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는 ‘인간 백정 같은 새끼’를 주인공으로 내세웠

다. 사채업자 밑에서 돈을 받아내는 해결사 역할을 하는 강도(이정진)는 그

수법이 악랄하기 그지없다. 그는 사회 밑바닥의 노동자들에게 돈을 빌린

지 일주일 혹은 열흘 만에 그 열 배에 달하는 금액을 요구한다. 갚지 못하면

신체를 절단해 그 보상금으로 나온 보험금을 가로챈다.

김 감독은 영화를 삼등분으로 나눠 전반부 1부는 이 인간 말짜의 행태를

가감 없이, 보란 듯이 화면에 꽉 채운다. 방송 뉴스와 신문 사회 면에서 매

일같이 접하긴 하지만 남의 일인 양 넘어가곤 했던, 우리 사회의 밑바닥에서

벌어지는 지옥 같은 일들이 영화 시작과 함께 숨 돌릴 틈도 없이 연타로 관

객의 안면을 강타한다.

노모 앞에서 아들을 두들겨 패고, 아내 앞에서 남편의 손을 잘라내며 살아

가는 강도의 앞에 어느 날 난데없이 엄마라고 주장하는 여자(조민수)가 나

타난다. 30년간 피붙이 없이 살며 엄마로부터,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놈

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강도는 처음에는 엄마라는 여인에게 비웃음을 퍼

부으며 폭력적으로 저항한다.

그러한 폭력적인 부정의 과정을 거치면서 강도의 마음속에는 어느새 엄마

에 대한 그리움이 솟아난다. 그는 서서히 변화해 가지만, 영화는 막판에 돈

때문에 벌어진 이 모든 끔찍한 일의 진실을 관객의 눈앞에 들이댄다.

하지만 감독은 복수와 연민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모습을 통

해 궁극적인 구원의 가능성을 묻는다.

영화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 안에 사랑,

명예, 분노, 폭력, 복수 등 모든 것

이 들어 있다고 말한다. 현대사회

에서 돈에 의해 규정되는 인간관계,

그것이 불러온 처절한 결과는 우리의

삶과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에 빛나는 작품 ‘피에타’

CINEMA 임미나 기자 [email protected]

NEW FILMS

감독 김기덕

출연 조민수, 이정진

개봉일 9월 6일, 청소년 관람 불가

메리다와 마법의 숲

‘토이 스토리’ 시리즈와 ‘월.E’, ‘업(UP)’ 등을 만든 애니메이션 명가 디즈니 픽사 스튜디오의 신작.

픽사의 작품답게 영화에는 뛰어난 색채 감각과 기술력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가득하다. 특히 주인공

메리다의 오렌지빛 머리칼은 압권이다. 길들지 않은 메리다의 열정과 고집을 드러내는 곱슬곱슬 머리

카락은 기존의 애니메이션에서는 볼 수 없었던 수준으로 정교하게 표현돼 한 올 한 올이 마치 실사처

럼 느껴진다.

이런 특별한 머리칼과 푸른 눈이 두드러지는 개성 있는 얼굴, 자유로운 영혼, 뛰어난 활쏘기 실력을

가진 공주 메리다는 다른 어떤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견줘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픽사 스튜디오의 전작들에 비해 단조로운 이야기는 약점이다.

본 레거시

‘본 아이덴티티’,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에 이어지는 본 시리즈의 속편.

제이슨 본의 암약으로 비밀 첩보조직 트레드스톤과 함께 특출한 능력으로 길러진 조직 아웃컴까지

세상에 드러날 위기에 처하자 당국은 아웃컴을 제거하려 한다. 아웃컴 요원인 애론 크로스(제레미 레

너)는 살해 위협 속에서 잃어버린 생체 능력을 회복하기 위해 애쓴다.

이번 영화에서 이전 본 시리즈의 유전자는 거의 사라졌다. 영리했던 첩보원 주인공이 펼치는 온갖 지

능적인 전략과 전술이 없고 잃어버린 기억과 자아 정체성을 찾아가던 주인공의 고뇌도 사라졌다.

액션도 전편에 비해서는 단조로운 편이다. 국내에서 화제를 모았던 서울 강남을 배경으로 한 장면은

두세 컷에 불과하다.

감독 마크 앤드류스 목소리 출연 켈리 맥도날드, 빌리

코놀리, 엠마 톰슨 개봉일 9월 27일, 전체 관람가

감독 토니 길로이 출연 제레미 레너, 에드워드 노튼

개봉일 9월 6일, 15세 관람가

감독 추창민 출연 이병헌, 류승룡, 한효주 개봉일 9월 13일, 15세 관람가

광해, 왕이 된 남자

조정의 다툼과 당쟁이 극에 달한 광해군 8년. 광해군(이병헌)은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정적들을 의식해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두려움에 떤다.

왕의 대역을 맡아줄 인물을 찾아오라는 지시를 받은 도승지 허

균(류승룡)은 저잣거리 어느 기방에서 광대 노릇을 하는 하선(이

병헌, 1인 2역)을 발견한다. 허균은 하선을 궁에 데려와 밤에만

침실을 지키도록 하지만, 정적들의 음모로 광해군이 쓰러지자

하선에게 당분간 왕 노릇을 대신하게 한다. 처음엔 궁에 적응하

지 못하고 엉뚱한 짓을 연발해 왕실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던 하

선은 점점 정치에 관여하면서 진짜 왕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이상적인 왕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는 현실 정치에 염증을 느

낀 대중에게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할 만하다. 게다가 심각한 정치

드라마로만 가지 않고 초반에 코미디를 배치한 구성은 영화의

대중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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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여행의 정수, 강릉 바우길

영동 지방을 대표하는 강릉은 푸른 바다와 높은 산이 있는 고장이다.

율곡 이이가 태어난 오죽헌과 조선시대 후기의 사대부 주택인 선교장

등 문화재도 많다.

바우길은 강릉의 모든 매력을 품은 트레킹 코스다. 길의 명칭인 ‘바우’

는 바위를 뜻하는 강원도 말이다.

저자는 14개 코스, 300㎞ 남짓을 걸었다. 능선이 시원스레 보이는 대

관령과 해송이 울창한 주문진, 들판 사이로 난 사천면 둑길을 모두 두

발로 다녔다. 그러고는 바우길이 ‘아주 오랫동안 이어져 온, 소박하지

만 아름다운 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국립 박물관에서 만나는 우리 역사

‘고리타분하고 재미없으며, 아이들이나 가는 곳’.

많은 사람들이 박물관에 대해 갖고 있는 고정관념이다. 그러나 기자 출

신의 저자는 이러한 편견이 온당치 못하다고 주장한다. 역사의 숨결을

간직한 각종 유물이 전시된 박물관은 오히려 보물 창고에 가깝다. 특

히 국립 박물관은 더욱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서울과 경주, 부여, 제주 등 12곳에 위치한 국립 박물관은 전시물의

특징이 다르다. 경주와 부여는 각각 신라와 백제의 역사를 다루고, 김

해는 가야의 철기 문화를 강조하는 식이다. 박물관 이야기 외에도 함

께 둘러볼 만한 명소들의 정보가 실려 있다.

유홍준 지음/창비/472쪽/1만8천 원

유홍준의 제주 문화유산 답사기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곱 번째 책.

제주도를 크게 다섯 곳으로 나눠 자연 풍경과 문화유산, 그에 얽힌 역

사 속 뒷얘기를 풀어냈다.

무엇보다 제주 고유의 민속 문화를 중심으로 제주 사람의 체취를 생

생하게 담아낸 것이 특징. 제주 구석구석을 발로 뛰며 엮어낸 답사기인

동시에 유 교수 특유의 구수하고 걸쭉한 입담으로 들려주는 제주 민

담집이다.

10장 중 8장꼴로 직접 찍었다는 사진 한 장, 방대한 자료 분석을 토

대로 걸러낸 낱말 하나마다 제주를 향한 저자의 애틋함이 서려 있다.

박완서 지음/마음산책/288쪽/1만2천800원

마이클 가자니가 지음, 박인균 옮김/추수밭/368쪽/1만6천 원 박명화ㆍ박지현 지음/책읽는수요일/305쪽/1만4천 원

박완서가 남긴 기고문과 미공개 편지들

소설가 박완서가 생전 남긴 기고문과 미공개 편지 등 38편을 엮은 산문집.

박완서가 책상 서랍과 노트북에 보관해 둔 원고 가운데 2000년부터 세상

을 떠나기 전까지 쓴 글을 추려낸 것으로, 삶과 세상사를 돌아보는 소회를

박완서 특유의 담담하면서도 묵직한 필체로 풀어냈다.

‘나는 왜 소설가인가’,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이야기’ 같은 자전적 고백부터

‘가정에서의 성 평등’, ‘명절을 나누는 지혜’ 같은 인생 조언까지 여든을 앞

둔 노작가의 숨결이 곁에 있는 듯 가깝게 느껴진다.

특히 ‘깊은 산속 옹달샘’, ‘문학에 대한 자존심’ 등에서는 글쓰기에 평생을

바친 소설가의 소명 의식과 자긍심이 동시에 묻어난다.

김진아 지음/랜덤하우스코리아/312쪽/1만5천800원

뇌에 관한 오해와 진실

세계적인 뇌신경학자 마이클 가자니가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교수의 신간.

저자는 범죄자의 형량을 정할 때 뇌의 이상 유무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경향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다. 뇌의 상

태가 어떻든, 인간이라면 대부분 사회적 규칙을 따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유의지와 책임은 개인의 뇌 자체가

아니라 둘 이상의 뇌가 상호작용하는 사회적 관계와 계약에서 빚어지는 가치라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뇌의 무의식적 의도에도 제동을 걸 수 있다고 말한다.

지구 저편에 펼쳐진 5천㎞의 도로를 여행하다

라틴아메리카 남부의 아르헨티나는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다. 책의 제목인 ‘루타(Ruta) 40’은 아르헨

티나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40번 국도’를 의미한다.

‘루타 40’ 주변의 풍경은 두 차례 변화한다. 남쪽 파타고니아에서는 빙하와 호수로 이뤄진 경관이 지속

되지만, 중부는 포도와 올리브로 덮여 있다. 또 북쪽으로 이동하면 건조한 대지에 선인장이 무성하다.

책에는 ‘루타 40’의 경치와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이 사진 중심으로 담겨 있다.

윤민용 지음/풀빛/320쪽/1만8천 원

BOOK 박상현 기자 [email protected]/신유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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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정 10월 11~12일 오후 8시, 서울 광장동 악스코리아

티 켓 1층석 11만 원, 2층석 9만9천 원

주 최 ㈜서던스타이엔티, ㈜HCMP

문 의 02-3143-5156

일 정 10월 10일 오후 8시,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티 켓 R석 7만 원, S석 5만 원

주 최 씨앤엘뮤직, A&A

문 의 02-587-3021(어쿠스틱 기타&뮤직), 02-2187-6221(A&A)

일 정 10월 5~6일, 경기도 용인 캐리비안베이

게타 공연은 6일 오전 1시(예정)

티 켓 1일권 11만 원, 2일권 14만3천 원

주 최 CJ E&M

문 의 02-6002-7529

남성 듀오 바이브(윤민수 · 류재현)가 10월

6~7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데뷔

10주년 기념 전국 투어를 시작한다.

2002년 1집 ‘애프터글로우(Afterglow)’로 데뷔

한 바이브는 듣는 사람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성적인 노래로 인기를 끌어 왔다.

특히 윤민수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MBC TV ‘나는 가수다’에 출연해 ‘명예 졸업(7

라운드 연속 생존)’에 성공하며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번 공연에서 바이브는 ‘미워도 다시 한번’, ‘오

래오래’, ‘그 남자 그 여자’ 등의 히트곡과 함께

‘마이 올(My All)’을 선보인다.

바이브는 또 서울 공연에 이어 부산(10월 13

일), 대구(10월 20일), 인천(11월 3일), 대전(11

월 17일)에서도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영국이 낳은 음유시인’으로 불리는 싱어송라이

터 제임스 모리슨이 10월 7일 서울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첫 내한 공연을 한다.

2006년 싱글 ‘유 기브 미 섬싱(You Give Me

Something)’으로 데뷔한 모리슨은 이 곡과 데

뷔 음반 ‘언디스커버드(Undiscovered)’로 영국

싱글 · 음반 차트를 휩쓸며 이름을 알렸다.

2007년 브릿 어워즈(BRIT Awards)에서 최

우수 남자 솔로 가수상을 받은 그는 자전

적 이야기를 담은 3집 ‘더 어웨이크닝(The

Awakening·2011)’으로 플래티넘을 기록하며

세계적인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이번 공연은 프라이빗커브가 선보이는 ‘이 시대

의 아름다운 싱어송라이터 시리즈’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모리슨의 공연에 앞서 싱어송라이터

정재형의 공연도 열린다.

영화 음악계의 거장 미셸 르그랑이 10월 11~12일 서울 광장동 악스코리아

에서 첫 내한 공연을 한다.

1932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르그랑은 스무 살 때 파리음악원을 수석으

로 졸업한 뒤 마일스 데이비스, 존 콜트레인 등 유명 재즈 음악가들과 함께

작업하며 피아니스트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1954년 영화 ‘과거를 가진 애정’의 OST를 맡게 되면서 영화 음악에 입문한

그는 ‘쉘부르의 우산’(1964)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1967) 등 다수의 영화

에 참여해 주옥같은 명곡을 남겼다.

트로트 가수 장윤정이 10월 6~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24일 부산

벡스코에서 데뷔 10주년 기념 공연을 한다.

2003년 ‘어머나’로 데뷔한 장윤정은 ‘짠짜라’, ‘꽃’, ‘올래’, ‘초혼’ 등의 히트

곡을 내놓으며 한국 트로트의 계보를 잇는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초혼’이란 타이틀로 열리는 이번 공연에서 장윤정은 여러 히트곡과 함께

팝, 록, 발라드를 넘나드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가수 남진이 게스트로 출연해 장윤정과 함께 듀엣곡 ‘당신이 좋아’를 부른다.

일 정 10월 7일 오후 6시, 서울 연세대 노천극장

티 켓 R석 12만1천 원, S석 9만9천 원, A석

7만7천 원

주 최 SBS, ㈜프라이빗커브, ㈜현대종합상사

문 의 02-563-0595

일 정 10월 6일 오후 3시/7시, 7일 오후 5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0월 24일 오후 7시 30분,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

티 켓 서울(VIP석 9만9천 원, R석 8만8천 원, S석 7만7천 원, A석 6만6천 원, B

석 5만5천 원), 부산(R석 9만9천 원, S석 8만8천 원, A석 7만7천 원)

주 최 ㈜인우기획 문 의 02-2233-8063

일 정 10월 6일 오후 7시, 7일 오후 6시, 서울 경희대

평화의전당

티 켓 R석 9만9천 원, S석 8만8천 원, A석 5만5천 원

주 최 뮤직앤뉴

문 의 02-3485-8700(쇼노트)

세계적인 DJ 데이비드 게타 첫 내한 공연 바이브, 데뷔 10주년 기념 전국 투어영국 싱어송라이터 제임스 모리슨 첫 내한

영화 음악 거장 미셸 르그랑 첫 내한 공연 ‘트로트 여왕’ 장윤정 데뷔 10주년 기념 무대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DJ 데이비드 게타가

10월 5일 경기도 용인 캐리비안베이에서 첫 내

한 공연을 한다.

클럽 음악 축제 ‘글로벌 개더링 코리아(GGK)

2012’의 첫날 무대에 오르는 그는 신보 ‘낫싱 벗

더 비트 2.0(Nothing but the Beat 2.0)’ 수록

곡을 비롯한 여러 히트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2002년 1집 ‘저스트 어 리틀 모어 러브(Just a

Little More Love)’로 데뷔한 게타는 정규 앨범

과 싱글을 더해 전 세계에서 4천만 장에 가까운

앨범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는 2010~11년 2년

연속으로 그래미상을 거머쥐며 명성을 입증했다.

10월 6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GGK 2012’에

는 게타 이외에도 영국 일렉트로닉 밴드 오비

탈(Orbital), 음악 프로듀서 카즈 제임스(Kaz

James) 등이 출연한다.

CONCERT 이연정 기자 [email protected]

기타리스트 토미 엠마뉴엘의 화려한 무대

‘가장 위대한 핑거스타일 기타리스트’로 불리는 토미 엠마뉴엘이 10월

10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내한 공연을 한다.

1988년 첫 솔로 음반 ‘업 프롬 다운 언더(Up From Down Under)’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엠마뉴엘은 2000년 시드니 하계

올림픽 폐막식에서 화려한 기타 연주를 선보이며 호주를 대표하는 뮤

지션으로 부상했다.

이후 그는 매년 세계를 돌며 연 300회 이상 공연을 소화해 내는 거장

으로 입지를 다졌다.

대표작으로는 ‘온리(Only)’, ‘엔들리스 로드(Endless Road)’ 등이 있다.

Page 5: 예술가로 돌아온 다큐 사진가 - img.yonhapnews.co.kr · 노모 앞에서 아들을 두들겨 패고, 아내 앞에서 남편의 손을 잘라내며 살아 가는 강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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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의 마지막 작품 ‘벚꽃동산’

러시아의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마지막 작품인 ‘벚꽃동산’이 10월 12일부

터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무대에 오른다.

1904년 모스크바 예술극장에서 초연한 ‘벚꽃동산’은 20세기를 대표하는

고전 희곡. 제정 러시아 말기 지주와 농노의 계급사회는 무너지고 돈이 새

로운 권력으로 자리하면서 아름다운 전통의 가치가 경제 논리에 묻히는 현

실과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는 인물들을 그린다.

배우 정동환은 농노해방령 이후에도 주인 곁에 남는 하인 피르스 역을, 전

미도는 벚꽃동산 여주인 라네프스카야의 딸 아냐 역을 맡았다. 지주 로파

힌 역에는 박호산과 이석준이 더블 캐스팅됐다. 벚꽃동산의 여주인 라네프

스카야 역은 우현주, 라네프스카야의 수양딸 바랴 역은 정수영, 라네프스

카야의 오빠 가예프 역은 김태훈, 대학생 트로피모프 역은 정승길, 시메오

노프 피시크 역은 최용민이 맡는다.

지난해 ‘갈매기’를 공연했던 극단 맨씨어터가 선보이는 두 번째 고전이다.

리릭 소프라노 바바라 보니 고별 리사이틀

투명하게 빛나는 은빛 목소리와 정확한 가사 전달력. 이 시대 최고의 리릭

소프라노로 평가받는 바바라 보니가 한국에서 고별 리사이틀을 연다.

그는 깨끗한 음색뿐 아니라 바로크부터 현대음악까지 광범위한 레퍼토리를

소화해 내는 해석력으로 호평을 받아왔다. 내한 공연 때마다 한국 가곡을

앙코르로 들려주며 남다른 한국 사랑을 보여주기도 했다.

마지막 무대는 ‘마이 페이버릿 싱스(My Favorite Things)’를 주제로 그가

특별히 사랑하고 아끼는 곡들로 채울 예정이다.

낭만주의 시대 작곡가인 슈만, 슈베르트, 멘델스존, 브람스의 유명 가곡들

로 막을 열고, 스칸디나비아 반도 출신 작곡가인 시벨리우스의 5개의 노래

중 ‘그녀는 연인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왔다’와 그리그의 ‘지나간 봄’, ‘꿈’ 등

을 노래한다. 또 ‘슈트라우스 스페셜리스트’답게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유

명 가곡들도 들려준다. 젤러의 오페레타 ‘새장수’, 레하르의 ‘메리 위도우’의

아리아로 공연은 마무리된다.

피아니스트 스티븐 더벌리, 테너 박경민, 바이올리니스트 이혜경이 함께한다.

중국 클래식계 슈퍼스타 윤디 리사이틀

랑랑과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신세대 피아니스트 윤디가 리사이틀을 연다.

윤디는 지난 2000년 스타니슬라프 부닌 이후 15년 동안 우승자가 나오지

않은 쇼팽 콩쿠르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우승자로 선정돼 전 세계의 이

목을 집중시켰다.

곱상한 외모의 윤디는 이후 중국 클래식계의 ‘샛별’로 불리며 세계 유수의

공연장에서 리사이틀을 가졌다.

클래식 음반사 도이치 그라모폰과 EMI를 통해 10개의 음반을 발매했다.

이 중 2007년 중국인 최초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지휘 세이지 오

자와)와 녹음한 음반은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그의 연주는 부드럽고 섬세해 피아노의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는 평가를 받는다.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그는 이번 내한 독주회에서 베토벤의 3대 피아

노 소나타로 불리는 제8번 ‘비창’, 제14번 ‘월광’, 제23번 ‘열정’을 연주한다.

그는 현재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와 협주곡 음반을

준비 중에 있다.

일정 10월 9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티켓 R석 12만 원, S석 9만 원, A석 7만 원, B석 5만 원, C석 3만 원

문의 02-580-1300

일정 10월 12~28일 화~금 오후 8시, 토 오후 3시/7시 30분, 일 오후 2시/6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티켓 R석 6만 원, S석 4만5천 원, A석 3만5천 원

문의 1544-1555

파격적인 가격에 감상하는 창작 뮤지컬 ‘영웅’

대표적인 창작 뮤지컬 ‘영웅’이 10월 16일부터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

성전자홀에서 네 번째 공연에 돌입한다.

2009년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작품으로

각종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의 상을 휩쓸었고 지

난해에는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올해 창작 뮤지컬 육성지원 사업 재공연 부문에 선정돼 5억 원을 지

원받게 되면서 제작사의 ‘티켓가 정상화’ 정책이 시행돼 극장 1~2층은 5만

원, 3층은 3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볼 수 있게 됐다.

이번 공연에서는 치열한 오디션을 통과한 김수용과 임현수가 새로운 안중

근으로 무대에 선다.

일정 10월 16일~11월 18일 화~금 오후 8시, 토 오후 3시/7시 30분,

일 오후 2시/6시 30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티켓 3만~5만 원

문의 02-2250-5925

일정 10월 31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티켓 R석 11만 원, S석 9만 원, A석 7만 원, B석 5만 원

문의 02-541-6236

STAGE 한미희 기자 [email protected] CLASSIC 임수정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