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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듣기·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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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듣기·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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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먼 후일

(2) 운영전

4표현의 빛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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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표현에드러나는작가의태도에주목하여작품을이해하고표현할수있다.

듣기·말하기 전통적 듣기·말하기 문화를 이해하고, 오늘날의 듣기·말하기 문화를 성

찰할수있다.

이단원의학습목표

말과 글로 이루어지는 다양한 표현에는 말하는 사람의 태도가 담겨 있고, 그 사

람을 둘러싸고 있는 문화가 담겨 있다. 그래서 어떤 말과 글을 이해하는 일은 작

가의 태도나 문화를 이해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표현을 깊이 있게 이

해하기 위해서는 겉으로 드러난 표현뿐만 아니라 그 속에 담겨 있는 태도와 문화

까지도볼수있어야한다.

문학 작품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가 어떤 태도나 의도를 가지고

그렇게 표현했을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실제의 뜻과 반대로 말하는 표현이

나 논리적으로 모순된 말을 사용하는 표현 등은 그 속에 담긴 작가의 태도나 의도

를파악하지않으면제대로이해할수없다.

또한 과거의 문학 작품이나 글을 읽을 때에는, 이를 통해 배울 수 있는 문화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 옛글에 나타난 표현에는 우리 선인들의 말 문

화가 스며들어 있다. 그 가운데 오늘날 우리가 배워야 할 전통적인 듣기·말하기

방식의 장점과 가치를 발견할 때, 선인들의 글은 우리에게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될것이다.

이 단원에서는 다양한 표현에 드러나는 작가의 태도에 주목하여 작품을 이해하

는 활동을 해 보자. 또 전통적 말 문화를 이해하고 계승하여 바람직한 언어생활을

하도록하자.

160 4. 표현의 빛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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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단원의 길잡이

(1) 먼 후일(김소월) (2) 운영전

■ 반어, 역설, 풍자의 표현 방식 이해하기

■ 표현 방식에 담긴 작가의 태도 이해하기

■ 표현 방식의 문학적 효과 및 의미 형성의 역

할 이해하기

■ 전통 국어 문화의 가치와 정신 이해하기

■ 현재의 듣기·말하기 문화의 문제점을 점검

하고 개선 방안 찾기

■ 건전한 말 문화를 형성하는 태도와 습관 갖

추기

4. 표현의빛깔

더 나아가기

활동 ❶ 닭을 빌려 타고 돌아가리라(서거정)

활동 ❷ 모란이 피기까지는(김영랑)

더 나아가기

활동 ❶ 현풍 곽씨 언간(현풍 곽 씨)

활동 ❷ 인간과 언어(김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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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4. 표현의 빛깔

먼후일

다음은대중가요노랫말의일부이다. 괄호안과밖의말을비교해보고, 어떤심리를표

현한것인지말해보자.

1

‘먼 후일’은 이별 후 남겨진 사람의 마음을 노래한 시이다. 표현에 담긴 시인의 태

도에유의하며시를감상해보자.

생각열기

잘가. (가지마.)행복해. (떠나지마.)

나를잊어줘, 잊고살아가줘. (나를잊지마.)

나는 (그래나는)괜찮아. (아프잖아.)

내걱정은하지말고떠나가. (제발가지마.)

- 박진영작사, ‘거짓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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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1) 먼 후일

먼훗날당신이찾으시면

그때에내말이“잊었노라.”

당신이속으로나무라면

“무척그리다가잊었노라.”

그래도당신이나무라면

“믿기지않아서잊었노라.”

오늘도어제도아니잊고

먼훗날그때에“잊었노라.”

먼후일

김소월

김소월(1902~1934)

시인. 본명은 김정식. 일제

강점기에 민요적인 운율을 바

탕으로 아름다운 정서가 담긴

시들을 발표하여 많은 사람들

에게 감동을 주었다. 주요 작

품으로‘진달래꽃’, ‘산유화’,

‘먼 후일’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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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4. 표현의 빛깔

(2) 이 시를 낭송할 때 노래를 부르는 것과 같이 일정한 리듬감이 느껴지는

이유는무엇인지말해보자.

(3) 이 시의 각 연에서 말하는 이의 말을 직접 인용함으로써 얻는 효과를

말해보자.

1연 “잊었노라.”

2연 “무척그리다가잊었노라.”

3연 “믿기지않아서잊었노라.”

4연 “잊었노라.”

‘먼후일’을감상하고, 다음활동을해보자.

(1) 이 시에서 말하는 이는 어떠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 제목인‘먼 후일’과

관련지어써보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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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1) 먼 후일

(2) (1)의 활동을 바탕으로 다음 시구에서 말하는 이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

했는지말해보고, 표현에담긴시인의의도를추측해보자.

오늘도어제도아니잊고

먼훗날그때에“잊었노라.”

(3) 다음을참고하여, 이 시에서사용된것과유사한표현을접한경험을말

해보자.

‘먼후일’에나타난표현법에유의하며, 다음활동을해보자.

(1) 이시의말하는이가진정으로바라는것은무엇인지풀어써보자.

2

•표현방식의특징:

•시인의의도:

(학생이등교시간보다 20분늦게온상황)

학생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 그래, 너 참일찍도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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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에서의표현방식

문학 작품에서 작가는 말하고자 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하여 다양

한표현을사용한다. 그 가운데반어, 역설, 풍자는대상을바라보는작가의태

도가 특히 강조되는 표현 방식이므로, 이를 파악하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

와작품의의미를더욱다채롭게이해할수있다.

반어

표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실제와 반대되는 뜻의 말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험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학생에게 그 학생의 아버지가“잘했다.”라고

말했다면, 이는 실제로‘잘하지 못했다.’라는 뜻을 더욱 강하게 전달하고자 한

의도가반영된것이라고볼수있다.

역설

말 자체로만 볼 때에는 모순이지만, 그 모순 자체가 오히려 진리를 담고 있

는 표현이다. 가령“임은 갔지만 나는 임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라는 표현

에는‘임이 갔다.’와‘임을 보내지 않았다.’라는 모순된 말이 함께 들어 있다.

이는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했음에도 자신의 사랑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간절

한마음을보다절실하게표현하고자한것이다.

풍자

어떤 대상을 우스꽝스럽게 만들거나 다른 것에 빗대어 그것을 깎아내리는 표

현방법을뜻한다. 풍자는문학에서주로개인이나사회의악덕, 부조리를비판

하거나때로는개선하기위한의도로쓰인다.

166 4. 표현의 빛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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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1) 먼 후일

김선생은담소를잘했다.

일찍이 친구 집을 방문했는데, 주인이 나물과 채소만으로 술자리를

차려놓았다. 주인이먼저사과하여말하길,

“집이 가난하고 시장이 멀어서 전혀 맛난 음식이 없다네. 오직 담박

한`■음식만마련했으니, 이것이부끄러울뿐이네.”

라고 하였다. 때마침 여러 마리 닭들이 뜰에서 어지럽게 모이를 쪼아

먹고있었는데, 김 선생이이것을보고말하였다.

“대장부는 천금을 아끼지 않는다고 하였으니, 내 말을 잡아 안주로

삼겠네.”

주인이놀라서말하기를,

“말을잡는다면자네는무엇을타고돌아갈건가?”

하니, 김 선생이말하였다.

“자네집마당에있는닭을빌려타고돌아

가면되지않겠나.”

주인이 크게 웃고는, 닭을 잡아서 김 선생

에게대접했다.

담박한 음식이 느끼하지 않고 산뜻한.

(1) 이 이야기에서 김 선생은 친구의 어떤 점을 넌지시 비판하고 있는지 써

보자.

(2) 다음김선생의말이이이야기전체에서어떤역할을하는지말해보자.

“자네집마당에있는닭을빌려타고돌아가면되지않겠나.”

주인이크게웃고는, 닭을잡아서김선생에게대접했다.

다음옛이야기를읽고, 표현에드러난글쓴이의태도를파악하는활동을해보자.1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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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4. 표현의 빛깔

모란이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피기까지는,

나는아직나의봄을기다리고있을테요.

모란이뚝뚝떨어져버린날,

나는비로소봄을여읜`■설움에잠길테요.

오월어느날, 그 하루무덥던날,

떨어져누운꽃잎마저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모란은자취도없어지고,

뻗쳐오르던내보람서운케무너졌느니,

모란이지고말면그뿐, 내 한해는다가고말아,

삼백예순날하냥`■섭섭해우옵내다.

모란이피기까지는,

나는아직기다리고있을테요, 찬란한슬픔의봄을.

여읜 이별한. 떠나보낸.

하냥 ‘늘’의 방언.

다음시를감상하고, 역설의표현법과표현의도를알아보자.2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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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1) 먼 후일

(2) 말하는이가 (1)과같이기다리는이유를시에쓰인시구를사용하여말

해보자.

(3) 시인이 마지막 행에서‘찬란한 슬픔의 봄’이라고 표현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정리해보자.

(4)‘찬란한슬픔의봄’과유사한방식의표현을만들어보자.

찬란한 슬픔의 봄

왜 봄이 찬란할까? 왜 봄이 슬플까?

(1) 이시의말하는이가간절히기다리는것은무엇인지말해보자.

유치환의‘깃발’에나오는‘이것은소리없는아우성’이라는시

구도유사한표현으로볼수있어. ‘아우성’은시끄러운소리를

뜻하는말인데소리가없다고표현했으니까.

그럼이건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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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4. 표현의 빛깔

운영전

다음은 성춘향과 이몽룡이 처음 만나는 장면이다. 이때 두 사람이 어떤 말을 주고받았

을지짐작하여써보자.

2

‘운영전’은 안평 대군의 궁녀인 운영과 글재주가 뛰어난 선비 김 진사의 애절한 사

랑을그린고전소설이다. 전통적인표현방식과듣기·말하기문화가오늘날과어떤

점에서같고다른지유의하면서감상해보자.

생각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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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 운영전

‘운영전’의전체줄거리

선비 유영은 안평 대군의 옛집인 수성궁에 놀러 가서 혼자 술을 마시다가

취하여누웠는데, 그곳에서김진사와운영을만나그들의슬픈사랑이야기를

듣게된다.

유영이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안평 대군의 궁녀인 운영이 수성궁에 찾아온

김진사를보고사랑에빠졌고, 두 사람은죽음을무릅쓴사랑을나누었다. 그

렇지만 함께 도망치려던 계획이 발각되었고, 두 사람의 사랑은 비극적으로 끝

났다. 유영은 두 사람의 말을 듣다가 얼핏 잠이 드는데, 깨어나 보니 곁에는

김진사와운영의일을기록한책이남아있었다.

여기에 수록한 부분은 운영이 유영에게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된 사연을 이

야기하는 대목인데, 앞부분은 운영이 친구인 자란에게 이야기해 주는 방식으

로전개된다.

다음은 고전 소설‘운영전’의 일부이다. 옛사람들의 말하기 문화가 어떠

했는지에주의하면서작품을듣고감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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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4. 표현의 빛깔

손가락에떨어진먹물한방울

그날밤절친한자란이가성의를다해물었습니다.

“시집가고픈 마음이 없는 여자가 어디 있겠니? 네 마음속에 담긴 이

가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네 얼굴이 날로 수척해 가니 안타깝

단다. 이것이 염려되어 진정으로 묻는 것이니 나에게 숨김없이 말

좀해주지않으련?”

저는 자란의 성의와 우정에 감동하여 마음속에만 두었던 이야기를

조금씩꺼내놓기시작했습니다.

궁녀들이 많으니 시끄럽게 떠들까 두려워서 감히 입을 열지 못했는

데, 네가 이렇듯 물으니 어찌 숨길 수 있겠니? 지난가을, 국화가 피고

단풍이 질 무렵이었지. 대군이 서당에 앉아 시녀들에게 먹을 갈고 비

단을 펼치게 한 다음 시를 쓰고 계셨어. 그때 하인 아이가 들어와 고

하더구나.

“나이어린선비가김진사라고하면서뵙겠다고하옵니다.”

“김진사가왔구나!”

대군은 환한 웃음을 보이시면서 손님을 맞았는데, 베옷에 가죽 허리

띠를 맨 선비더구나. 빠른 걸음으로 섬돌`■에 오르는데 마치 새가 날개

를펴는것같더구나. 얼굴과행동은신선과같았지.

“오랫동안 존명`■을 들었사온데, 이제야 인사를 올리게 되어 황송하기

이를데가없사옵니다.”

“김 진사의 명성은 들은 지 이미 오래되었는데, 이렇게 앉아서 인사

를받게되니나로서는크나큰기쁨이네.”

운영전

지은이모름|조현설옮김

5

10

15

20

섬돌 집채의 앞뒤에 오르내

릴 수 있게 놓은 돌층계.

존명(尊名) 남의 이름을 높

여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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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2) 운영전

5

10

15

20

25

진사가 들어올 때에 우리도 그 자리에 있었으나, 대군은 진사가 나

이도 어리고 마음도 착하다고 여겨 편히 생각하셨는지 우리를 피하게

하지는않으셨지.

대군이진사에게말씀하셨지.

“가을 경치가 매우 좋군. 바라건대 시 한 수를 지어 이 집이 빛나도

록해주게.”

진사는겸손히사양하며말하더라.

“허튼 명성일 뿐 실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제가 어찌 감히 시를 알

겠습니까?”

대군은 재촉하지 않고 금련에게는 노래를 부르게 하고, 부용에게는

거문고를 타게 하고, 보련에게는 단소를 불게 하고, 비경에게는 술잔

을 받잡게 하며, 나에게는 벼루를 갈게 하셨는데, 그때 내 나이 열일

곱이었단다. 진사님을 살포시 보고 나니 그만 정신이 어지럽고 가슴이

울렁거렸지. 진사님도 나를 자주 돌아보면서 웃음을 머금은 채 눈길을

보내곤하시더구나.

한참시간이흐른후대군께서다시한번부탁하셨지.

“나는 그대를 진심으로 기다렸는데, 그대는 어찌하여 아름다운 시

한수짓는일을아끼어이집을쓸쓸하게하는가?”

드디어진사님이붓을들어시한수를쓰셨지.

기러기남으로날으니

궁안에가을빛이깊었어라.

물이차니연꽃은구슬처럼벌어졌고,

서리거듭내리니국화는금빛을드리웠네.

비단자리에는발그레얼굴고운미녀들

구슬로만든줄로백설곡`■을연주하네.

한동이좋은술에

먼저취해몸가누기어려워라.

백설곡 중국 초(楚)나라에서

가장 고상하다는 가곡인‘양

춘백설(陽春白雪)’을 이름.

이 부분에 나타난 운영과 김

진사의 마음을 짐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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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4. 표현의 빛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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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2) 운영전

대군은여러차례음미`■하다가놀라며말씀하셨지.

“진사는 참으로 천하에 둘도 없는 시재`■로군. 어찌 우리가 이리도 늦

게만났던가?”

우리도서로얼굴을돌아보면서한목소리로말했었지.

“어찌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겠어요? 이는 필시 신선이 학을 타고

속세에내려오신것입니다.”

대군은술잔을건네며물었지.

“옛시인들가운데에서누가으뜸이되겠는가?”

“시인마다 다 자기의 특색이 있어서 쉽게 우열을 말하기 어렵습니

다. 그저 짧은 제 소견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백`■은 천상의 신선

이며, 노조린`■과 왕발`

■은 해상의 선인(仙人)입니다. 맹호연`

■은 음향이

가장 높으며, 이상은`■의 시는 귀신의 말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그

나머지잡다한사람들이야어찌다말할수있겠습니까?”

“매일 문사들과 함께 시에 대해서 논할 때마다 두보`■를 으뜸으로 삼

는사람이많은데, 자네는어찌하여두보를가볍게여기는가?”

진사가사죄하며대답했지.

“제가 어떻게 감히 두보를 가벼이 여기겠습니까? 두보의 문장은 온

갖 문체를 구비했다고`■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백과 비교한다

면, 하늘과 땅을 비교할 수 없고 강과 바다가 다른 것과 같습니다.

왕유`■와 맹호연에 비교한다면, 두보가 수레를 몰아 앞서 달리고, 왕

유와맹호연이채찍을잡고길을다툴것입니다.”

대군이말씀하셨네.

“그대의 말을 들으니 가슴속이 확 트이며, 마치 긴 바람을 타고 태

청궁`■에 오른 듯 황홀하네. 다만 두보의 시는 천하의 높은 문장이라,

비록 악부`■에 부족한 점이 있으나 어찌 왕유, 맹호연과 함께 길을 다

투겠는가? 그러나 이 문제는 잠시 놓아두고, 그대가 또 시 한 수를

읊어서이집전체를더욱빛내주게.”

진사는즉시시한수를읊었어.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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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미 시가를 읊조리며 그

맛을 감상함.

시재 시를 짓는 재능.

이백, 노조린, 왕발, 맹호연,

이상은, 두보, 왕유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구비했다고 빠짐없이 다 갖

추었다고.

태청궁 신선이 산다고 하는

궁의 하나.

악부 한시 형식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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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흩어진금빛연못에이슬기운서늘한데

푸른하늘은물결처럼맑아밤은이리길기도하구나.

잔잔한바람은뜻이있어주렴`■을걷고

흰달은정이많아작은방에들어오네.

뜰가에그늘열리니소나무는그림자돌이키고

잔속의술이일렁이니국화향기머물렀네.

완적`■이비록젊으나자못술마실수있으니

술항아리사이에서취한뒤의광기를괴이히여기지말라.

대군은 더욱 기이하게 여겨 자리 앞으로 나가 진사의 손을 잡고 말

씀하셨네.

“진사는 이 세상의 선비가 아닌 듯하군. 나로서는 시의 높고 낮음을

말할 수가 없네. 또, 문장과 필법이 능숙할 뿐 아니라 매우 신묘하

기까지 하니, 하늘이 그대를 우리나라에 태어나게 한 것은 우연이

아닐것일세.”

대군은 또 김 진사에게 초서`■를 쓰게 하셨지. 그런데 진사가 붓을 휘

날릴 때 먹물 한 방울이 내 손가락에 잘못 떨어졌단다. 내가 그것이

영광스러워 닦지 않고 두었더니, 사방에 앉아 있던 궁녀들이 다들 빙

그레 웃더군. 밤이 깊어지니 대군은 졸린 듯 기지개를 켜면서 말씀하

셨지.

176 4. 표현의 빛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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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5

주렴 구슬 따위를 꿰어 만

든 발.

완적 중국 삼국 시대 위(魏)

나라의 사상가·문학자·시

인. 노장(老莊)의 학문을 연

구하였으나 정계에서 물러난

후, 술과 이야기로 세월을

보냈다.

초서 한자 서체의 한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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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2) 운영전

“내가 오늘 취했구나. 그대도 물러가 쉬도록 하라. 그러나‘내일 아

침 뜻있거든거문고안고 오소`■.’라는시구를 잊지말고, 내일 아침에

다시찾아오게나.”

이튿날대군은진사의시를다시펼쳐보면서말씀하셨지.

“김 진사의 시는 근보`■와 견줄 만하군. 허나 그 맑은 시의 맛은 근보

보다낫겠는걸.”

나는 김 진사님을 본 후로 누워도 잠을 자지 못하고, 먹어도 밥맛이

없고, 마음이 괴로워서 어쩔 줄을 몰랐지. 매일 멍하게 창밖을 보거나

작은소리에도혹시나하여마음이두근두근놀라곤했지.

이야기를마치면서저는자란에게서운한듯물었습니다.

“너는그걸모르고있었니?”

“미안해. 난 까맣게 잊고 있었단다. 네 말을 듣고 보니, 술이 깬 것

처럼어슴푸레하게생각이난다. 얼마나마음이고생스러웠겠니?”

운영과김진사, 상사병에걸리다

그 후로 대군은 자주 진사와 만났지만, 다시는 저희와 만나지 못하

게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문틈으로 엿보곤 했지요. 그러다가 어

느날고운종이에다가시한편을썼습니다.

베옷입고가죽띠를두른선비

옥같은얼굴은신선과같아라.

날마다주렴사이건너다보는데

어찌하여월하의인연`■맺지못하는가?

얼굴씻으니눈물은물줄기되고

거문고를타면한은줄이되어우네.

끝없는원망을가슴속에간직하고

머리들어호올로하늘에하소연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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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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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에 나타난 운영의 행

동에서 짐작할 수 있는 바를

말해 보자.

내일 아침 뜻 있거든 거문고

안고 오소. 이백의 시‘산

중여인대작(山中與人對酌)’의

시구.

근보 성삼문의 자.

월하(月下)의 인연 월하노인

이 맺어 준 인연. 부부의 인

연을 맺어 준다는 월하노인

의 전설에서 나온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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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4. 표현의 빛깔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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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금비녀 한 쌍을 함께 싸서 열 번을 거듭 봉한 다음 진사에게

마음을 전하려고 했지만, 좋은 방법이 생각나질 않았습니다. 마침 그

날, 달이 뜬 저녁에 대군은 술잔치를 크게 열고 손님들에게 김 진사의

재주를 칭찬하면서 그가 지은 시 두 수를 보여 주었습니다. 대군이 보

여 준 시를 읽어 본 손님들은 모두 진사의 재주를 칭찬했습니다. 그러

고는 모두들 한번 만나 보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대군은 곧 사람과

말을보내진사를청했습니다.

얼마 후 진사님이 오셨는데, 얼굴은 파리하고 몸은 수척해져서 옛날

의 모습이 전혀 아니었지요. 대군은 크게 걱정하며 인사의 말을 건넸

습니다.

“진사는 아직 나라를 걱정할 나이가 아닌 것 같은데, 못가를 거닐면

서시를읊느라고파리해졌는가?”

그소리에손님들은모두크게웃었습니다.

진사가자리에서일어나절하며말했습니다.

손님들이 김 진사를 대하는

태도는 어떠한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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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2) 운영전

“저같이 천한 선비가 뜻밖에 대군의 사랑을 받다 보니 복이 지나쳐

화를 낳았습니다. 병마`■에 붙잡혀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고, 움직이는

것도 남에게 의지해 있다가, 대군께서 이렇게 다시 불러 주셔서 남

의부축을받고겨우찾아뵈었습니다.”

진사의 말을 들은 손님들은 모두 웃음을 거두고 무릎을 가다듬으며

예를 표시하더군요. 나이 어린 진사님이 맨 끝자리에 앉았는데, 저하

고는벽하나를사이에두고있을뿐이었습니다.

밤이 깊어 가고 손님들은 저마다 한껏 취했습니다. 저는 벽을 헐어

구멍을 조금 내고 들여다보았지요. 진사님도 제 뜻을 알고 구석을 향

해 앉더군요. 제가 편지를 구멍으로 던졌더니 얼른 주워 숨기고 집으

로 돌아가셨습니다. 집에 돌아와 편지를 뜯어 시와 사연을 읽어 보고

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도무지 편지를 손에서 놓지를 못하셨답니다.

그리운 마음은 전보다 더해 몸을 가누지 못할 지경이었답니다. 바로

답장을 써서 보내려고 했지만, 전할 길이 없어 날마다 늘어 가는 것은

슬픔과탄식뿐이었답니다.

병마 병을 마귀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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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4. 표현의 빛깔

(3) 다음 운영의 시를 다시 듣고, 이에 담긴 운영의 마음을 짐작하여 말해

보자.

베옷입고가죽띠를두른선비

옥같은얼굴은신선과같아라.

……

끝없는원망을가슴속에간직하고

머리들어호올로하늘에하소연하네.

(2) 다음은 김 진사의 모습을 묘사한 부분이다. 김 진사의 모습이 이렇게

된이유는무엇인지말해보자.

얼마 후 진사님이 오셨는데, 얼굴은 파리하고 몸은 수척해져서 옛날의

모습이전혀아니었지요.

‘운영전’을듣고, 다음활동을해보자.

(1) 운영이김진사를처음만난상황이어떠했는지정리해보자.

1

듣기대본 ▶ 248쪽

언제

만났는가?

어디서

만났는가?

어떻게

만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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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 운영전

•(가)에서 김 진사의 말에 대한 안평 대군의 말에 담긴 의도는 무엇인지 말

해보자.

•(나)에서김진사의말하는태도는어떠한지말해보자.

(2) 다음은 김 진사와 안평 대군이 나눈 대화의 일부이다. 이 부분을 다시

듣고, 말하기태도의특징을살펴보자.

(3) (1)과 (2)의활동을바탕으로선인들의말문화에서배울점은무엇인지

말해보자.

‘운영전’을듣고, 전통적인듣기·말하기방식의특징을파악하는활동을해보자.

(1) 이소설은운영이선비유영에게자신의사랑이야기를들려주는형식을

취하고있다. 자신의사연을들려주는운영의태도가어떠한지말해보자.

2

김 진사 오랫동안 존명을 들었사온데, 이제야 인사를 올리게 되어

황송하기이를데가없사옵니다.

안평 대군 김 진사의 명성은 들은 지 이미 오래되었는데, 이렇게 앉

아서인사를받게되니나로서는크나큰기쁨이네.

안평 대군 가을 경치가 매우 좋네. 바라건대 시 한 수를 지어 이 집

이빛나도록해주게.

김 진사 허튼 명성일 뿐 실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제가 어찌 감히

시를알겠습니까?

안평대군 나는 그대를 진심으로 기다렸는데, 그대는 어찌하여 아름

다운시한수짓는일을아끼어이집을쓸쓸하게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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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말문화의특징

● 상대방을배려하는태도가깃들어있다.

우리선인들의말문화에는상대방과의관계를중시하고상대방의입장을먼

저 고려하는 마음이 반영되어 있다. 즉,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듣는 자세를

가졌고, 자기를 낮춤으로써 상대방을 높이는 겸양의 표현을 많이 사용하였

다. ‘운영전’에서 김 진사가 안평 대군에게“제가 어찌 감히 시를 알겠습니

까?”라고말한데에서도이러한태도를엿볼수있다.

● 부드럽게돌려말하는표현을사용한다.

우리선인들은상대방의감정을해치거나좋지못한의미를줄수있는것은

부드럽게 돌려서 표현하였다. 예를 들어‘죽었다’는 말 대신에‘돌아갔다’,

‘운명했다’, ‘세상을떠났다’, ‘숨을거두었다’와같은표현을사용하였다.

● 웃어른에대해예의와품격을갖춘다.

우리에게는웃어른을존중하는문화적전통이있다. 그래서우리말에는높임

법이 많이 발달하였다. ‘아뢰옵니다’에서 볼 수 있듯이 예전에는 웃어른에게

말할 때 하십시오체를 주로 쓰고, 공손함을 더하여 주는‘-오-’를 첨가하는

등예의와품격을갖춘표현을사용하였다.

현대국어문화의반성과전통국어문화의계승

● 오늘날 우리 사회의말문화는급격한변화를겪고있다. 이는 세대 간에이

해를어렵게하거나갈등을일으키는요인이되기도한다. 이러한문제를개

선하기위하여전통국어문화를이해하고발전적으로계승하려는태도가필

요하다.

● 전통국어문화의계승은단순히과거의문화를그대로따라하는것을뜻하

지않는다. 현대의 말 문화에대한반성과비판위에서전통국어문화가운

데계승할만한부분을찾아나가는것이어야한다.

182 4. 표현의 빛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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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2) 운영전

다음은 1617년에 한 부인이 친정아버지에게 보낸 편지를 현대어로 옮긴 것이다.

편지내용을잘듣고, 오늘날의말문화와비교하는활동을해보자.

1활동

문안아뢰옵나이다. 요사이편치아니하오신기운은어떠하시옵니까.

심히 기별을 몰라서 일시도 잊지 못하와 밤낮으로 근심하오되, 동래`■로

행차하셨는지 아니하셨는지 기별을 몰라서 민망함이 가이없사옵니다`■.

전하여 들으니, 선생께옵서 동래에 가 계시다 하고 아버님께서도 함께

행차하시려고 하셨으니, 온천에 목욕이나 하옵시면 병환이 나으실까

하여 매일 그것을 바라옵니다. 전혀 기별을 모르옵고 동래로 행차하옵

신 줄도 몰라서 매우 민망하고, 자세히 알고 싶어 동래로 사람을 보내

려태복이를보냈으나빨리기별을몰라서민망하옵니다.

자식은 웃어른을 모두 모시고 아버님의 염려 덕분에 편히 있지만 아

버님의 편치 아니하신 기운은 어떠하시옵니까. 병세`■도 뵙지 못하고 때

때로 알고 싶은 기별도 자주 못 들으니 아득히 서러워하옵니다. 여기

있으면서 바라옵기를 아무쪼록 빨리 편안하시고

빨리 뵙고자 천만 축수하옵니다`■. 그지없사와 이

만아뢰옵니다.

정사년`■팔월초팔일. 그리워하는자식아룀.

아버님전상사리`■.

동래 부산 지역에 있는‘동래 온천’을 이름.

가이없사옵니다 끝이 없사옵니다.

병세(病勢) 병의 상태나 형세.

천만 축수(千萬祝手)하옵니다 아주 많이 두 손을 마주 대고 비옵니다.

정사년(丁巳年) 1617년에 해당함.

상사리 사뢰어 올린다는 뜻으로, 웃어른에게 드리는 편지의 첫머리나 끝에 쓰는 말.

(1) 이편지의용건과, 편지에나타난말하는이의심정을말해보자.

•편지의용건:

•말하는이의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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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4. 표현의 빛깔

(2) 글쓴이가 아버지께 하는 말투와 자신이 평소 웃어른께 하는 말투를 비

교하여다른점이있는지말해보자.

(3) 안부를 전하고 싶은 사람에게 예의를 갖추어 전자 우편으로 자신의 마

음을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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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2) 운영전

다음은 오늘날의 언어 습관에 대해 쓴 글의 일부이다. 글을 읽고, 우리의 언어생활

을바르게하는방법을생각해보자.

2활동

남을 배려하는 말은 상대방을 기쁘게 하고, 힘을 주며, 마음을 열게

한다. ‘배려’란관심을가지고도와주거나보살펴주는것을뜻한다. 이

는 인간됨의 근본적 도리이며, 따라서 언어생활에서도 배려라는 덕목

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말로 이루어질 수 있는 최대의 효과, 사람

사이에바람직한관계와좋은분위기가형성되기때문이다.

대화하면서 상대방의 약점이라 생각되는 것은 피해 가는 것이 남

을배려하는 언어행위이다. 아주 친하고마음을터놓은사이라하더라

도 상대방이 먼저 그 문제를 꺼내기 전에는 내가 먼저 그 점을 건드려

서는 안 된다. 누구나 자기 약점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고, 그와 관

련된자존심이강하다.

의사소통 기회를 적절히 나누어 가지는 것도 대화 참여자를 배려

하는 언어 습관이다. 일상적 대화에서 혼자 너무 오랫동안 말을 하는

것은 남을 배려하지 않는 언어 행위이다. 다른 사람의 말이 아직 끝나

지 않았을 때 상대방의 말을 평가하거나, 자신의 경우에 대해 말하고

싶어서중간에끼어드는것도이에속한다. 중간에끼어들어 하고싶은

말이있어도그사람의말이끝나기를기다리는것이좋다.

대화 상대방에게 필요한 만큼의 정보를 주는 것도 남을 배려하는

언어 습관 중 하나이다. 흔히 자식이 부모를 대할 때 답을 대충 하고

넘어가는경우가많다. 부모는자식에대해여러가지궁금하여이것저

것 묻지만, 자식이 생각하기에는 지나친 관심인 듯하거나 귀찮다고 느

낄 때가 있다. 그래서 짧고 간략하게 말하고 그 자리를 벗어나기를 원

한다. 자식의 그런 행동에 부모는 서운함을 느낀다. 그리고 부모와 자

식의관계는소원해질것이다.

상대방에게 알려야 할 내용보다 필요 이상으로 많은 것을 말하는 것

도좋지않다. 말하기시작하면말하는분위기에흥분하며 필요하지않

은 것까지 말하는 것은, 자기를 과시하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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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4. 표현의 빛깔

대방에게이야기할것을필요한양만큼성의있게말하는것은아주중

요한언어사용방식이다. 이와 같은요건들을생각하며 남을배려하는

성숙한 언어 습관을 들인다면, 보다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가꾸어 나갈

수있다.

(1) 이글에알맞은제목을붙여보자.

(2) 다음 내용을 예로 제시하고자 할 때 (가), (나), (다) 중 어느 단락의 뒤

에놓는것이자연스러운지말해보자.

게임을 좋아하는 한 학생이 있었다. 며칠 후 그 학생이 친구와 게임을

했는데, 친구가게임에서이긴후이렇게말했다.

“넌매일게임을하잖아. 근데나한테지냐?”

학생은 그 말을 듣고 화가 났다고 한다. 친구가“내가 운이 좋아서 이

겼어.”라든가, “까딱하면 질 뻔했다.”라고 말할 수도 있을 텐데, 그 말은

진사람에대한배려가전혀없는말이었기때문이다.

(3) (다)의 내용에 유의하여 다음 대화를 듣고, 이 대화를 바람직한 방향으

로고쳐서말해보자.

아빠 우리예쁜딸, 표정이왜그래?

혜수 …….

아빠 아빠한테말해봐.

혜수 그냥그런거예요.

아빠 세상에‘그냥’이어디있어? 이유가있겠지.

혜수 귀찮아, 정말.

아빠 뭐? 아빠가귀찮아? 그게아빠한테할소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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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2) 운영전

(4) 다음 대화에서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이를 바람직하게 고쳐서 짝과 함

께대화해보자.

아, 미치겠네.완전히망쳤어.

왜,몇점인데?

시험볼때그만찍고……공자왈맹자왈

야, 네가우리엄마야?네가뭔데그런소리를해?

그러게미리준비를하지.

아, 몰라.

(5) 이 글을 읽고, 자신의 언어 습관 가운데 고칠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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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4. 표현의 빛깔

1 |̀보기|̀에 제시된 단어를 활용하여 겸양과 예의가 드러나는 문장을 완성해 보자.

(1) 전하께 ( ) 말씀이있사오니좌우를물려주소서.

(2) 이렇게마음을써주시니 ( ) 이를데없사옵니다.

(3) ( )은 많이들었습니다만, 직접뵙기는처음입니다.

이 단원에서는 반어, 역설, 풍자 등 문학 작품에 나타나는 표현 방식의 특징과 기능

을 이해하고, 전통적 말 문화의 장점을 살핌으로써 오늘날의 말하기 문화를 성찰하는 활

동을 하였다. 이 단원에서 배운 어휘를 더 익혀 보고, 지금까지의 활동을 통해 학습한 내

용을 정리해 보자. 그리고 자신의 실력이 학습 목표에 도달했는지 스스로 점검해 보자.

어휘다지기

보기 존명     황송하다     아뢰다

2 다음은 우리 선인들이‘말’에 대하여 가진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속담이다. 각 속담에 해당되는 뜻을

|̀보기|̀에서 찾아 그 기호를 써 보자.

(1) 말은보태고떡은뗀다. ( )

(2) 말 많은집은장맛도쓰다. ( )

(3) 가루는칠수록고와지고말은할수록거칠어진다. ( )

보기 ①입으로는그럴듯하게말하지만실상은좋지못하다.

②말은 퍼질수록 더 보태어지고, 음식은 이 손 저 손으로 돌아가는 동안 없어지는 것

이다.

③말은 길어질수록 시비가 붙을 수 있고 마침내는 말다툼까지 가게 되니 말을 삼가라

는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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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먼 후일

학습내용정리하기

189단원의 마무리

(2) 운영전

자기 점검

반어·역설·풍자등의표현방식과그에담긴작가의태도를이해할수있다.

표현방식이문학작품의의미형성에기여함을알수있다.

전통적인국어문화의가치와정신을이해할수있다.

전통적인 말 문화를 바탕으로 오늘날 건전한 말 문화를 형성하는 태도를 갖

출수있다.

예 아니요

•‘먼후일’은표현의효과를높이기위해서실제와는반대되는뜻의말을하는

의방법을적절하게활용한작품이다.

•문학 작품에서는 다양한 표현 방법을 활용하여 작가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말

자체는 모순으로 보이지만 그 속에 진리를 담는 표현 방법을 (이)라 하고, 대

상을우스꽝스럽게만들거나다른것에빗대어깎아내리는표현방법을 (이)라

한다.

•‘운영전’은 안평 대군의 궁녀인 운영과 젊고 재주 있는 선비 의 애절한 사랑

을담은고전소설이다.

•이 작품에는 우리의 전통적 말 문화의 특징이 드러나는데, 특히 인물들의 대화에서는

자신을낮춤으로써상대방을높이거나배려하는 의태도가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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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참밉게도생겼다

190 4. 표현의 빛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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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을 읽고, 우리의 전통적 말 문화의 특성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적실(的實)하게 틀림이 없

이 확실하게.

관용어 일반이 관습적으로

널리 쓰는 말.

중첩된 거듭 겹쳐진.

최래옥(1940~ )

국문학자. 구비 문학과 민속

학을 연구하였다. 저서에

“되는 집안은 가지나무에 수

박 열린다”, “설화의 역사”

등이 있다.

언어는 인류 문화와 역사의 산물이며, 국어는 한국 문화와 역사의

산물이다. 그렇다면 국어를 통하여 우리의 지나간 역사도 알 수 있고

오늘의 일상생활도 알 수 있다. 국어는 한국인의 생활 모습을 가장 적

실하게`■표현하기때문이다.

국어에는‘나는 학교에 간다.’라는 식의 평범한 진술도 있는가 하면,

‘아무개는 홍길동이다.’라거나‘시험 보는 날 미역국을 먹지 마라.’처

럼 이전에 우리 조상이 만들어 낸 비유와 상징도 있고 민간 신앙이 들

어 있는 관용어`■도 있다. 외국인은 그 말의 내력을 모르니까 그 의미를

제대로 알기 어렵다. 심지어 오늘날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접할 기회가

적은 청소년들은 물론이고, 설령 접하였다 하여도 매사를 과학과 합리

의눈으로보는어른도언뜻알지못하는경우가있다.

이제‘모래사장’과‘역전앞’이라는말을보자.

이런 말들은 논리적으로 본다면 틀림없이 의미가 중첩된`■것이요 잘

못된것이다. 그런데도왜이런표현들을자꾸쓰는것일까?

의미가 중첩된 것을 아는 사람들은 그 단어에 포함된 한자의 뜻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점점 한자나 한자어의 뜻을 잘 모르

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런 단어들에 의미 중첩이 일어난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들이 전체 단어의 의미를 파

악할 때는‘모래’나‘앞’처럼 중첩된 고유어를 참조하여 그 의미를 이

그놈참밉게도생겼다

최래옥

191더 읽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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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4. 표현의 빛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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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하게될것이다. 그리고의미중첩이일어나는것을알더라도그것을

자연스럽게 쓰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들은 아마도 이런 중첩을 강조쯤

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이런 단어들을 쓰는 이유가 이와 같다면 이

런표현도그나름대로의미가있다고볼수있지않을까?

그런가 하면 반대의 의미를 나타내는 표현도 있으니 곧, ‘쌀을 팔았

다.’, ‘쌀을 샀다.’, ‘그놈 참 밉게 생겼다.’등이다. 현재는‘쌀을 팔았

다.’라고 하면 돈을 받고 쌀을 살 사람에게 주었다〔매(賣)〕는 뜻이지만,

이전에는반대로쌀을산다〔매(買)〕는뜻이었다.

왜 그럴까? 이전에 농사를 짓던 백성은 돈은 없고 곡식은 있었다.

곡식을 남에게 주고 돈을 받아야 아이들 학비를 내고 물건을 살 수 있

었다. 이것을 한 문장으로 만들면‘쌀을 팔아서 생긴 그 돈으로 필요

한 물건을 산다.’가 된다. 이 문장이 줄어‘쌀을 팔아서 물건을 산다.’

가되고, 더 줄어‘쌀을산다.’가된것이다.

어린동생을데리고놀러나갔다온아이가어머니께

“앞집 할머니가 동생보고‘그놈 참 밉게도 생겼다.’라고 흉을 봤어

요. 내가보기에는예쁘기만한데…….”

라고하였다.

그러자어머니는웃으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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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더 읽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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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민속(民俗)에 아이를 잡으러 나돌아 다니는 귀신이 있는데 길

거리에 있는 예쁜 아이는 잡아가고 미운 아이는 잡아가지 않는다고

하여서, 아이가예쁘면귀신을속이려고반대로밉다고하는거란다.”

이렇게설명을하였더니그제야아이는

“할머니말씀에그런깊은뜻이있었구나.”

하고감탄을하였다.

우리는‘우리나라’, ‘우리 학교’, ‘우리 집’, ‘우리 아버지’, ‘우리 누

나’라고 한다. 외아들인데도‘우리 어머니’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우

리’는 복수도 되고 단수도 된다. 그런데‘우리 마누라’, ‘우리 서방님’

이라는 표현을 곰곰이 따져 보면 망발`■도 그런 망발이 없다고 하겠다.

우리는 아무 문제가 없이 쓰고 있는‘우리 마누라’라는 말은 외국어로

번역을하기곤란하고외국사람들에게설명하기도어렵다.

그런데 이 말이 틀린 말일까? 아니다. 내가 장가를 갔다고 할 때 마

누라는 분명 하나뿐인 나의 아내이다. 그런데 집안과 일가친척에서는

마누라 외에 며느리, 어머니, 아기 엄마, 올케, 시누이, 형수, 제수,

동서, 큰어머니, 작은어머니, 아주머니, 할머니, 딸, 손녀, 당숙모, 이

모, 고모, 외숙모 등등 부르는 이름도 많다. 분명 나의 아내지만 주위

에서는 이렇게 여러 가지로 부르니 혼란스러울 법한데, 그래도 그 상

대에 맞게 척척 대답을 하고 알맞게 처신을 하고 있으니 어찌 나의 아

내만일까? 우리 모두의 여인이 아닌가? 그래서‘우리 모두와 관련이

있는 나의 하나뿐인 아내’를 줄여서‘우리 마누라’라고 한 것이다. 얼

마나집단의화평`■을 담은말인가?

이제두손을보라. 오른손은바른손이라고도하는데, 이는‘옳은손’,

‘바른 손’에서 온 것이다. 그렇다면‘왼손’은 어떤 말에서 왔을까? ‘왼

손’의‘왼’은‘그르다’라는뜻의옛말인‘외다’의활용형이다. 지금은‘고

개를외로꼬고(싫다는뜻)’, ‘왼발구르고침뱉는다(무슨일이든지앞장

서서 나서지만 곧 꽁무니를 뺀다는 뜻)’, ‘왼 소문(사람이 안 죽었는데도

죽었다고헛소문이난것을뜻함.)’이라는말에그흔적이남아있다.

망발(妄發) 말이나 행동을

잘못하여 자신이나 조상을

욕되게 함. 또는 그런 언행.

화평(和平) 화목하고평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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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4. 표현의 빛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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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보면 우리 몸에 오른눈·왼눈, 오른 귀·왼 귀, 오른팔·왼

팔, 오른발·왼발, 오른 가슴·왼 가슴 등등 좌우를 가리키는 명칭이

있는데, 이는 우리 몸 하나하나에 좋고 착하고 올바른 편과 나쁘고 악

하고그른편이반반씩있다는말이다.

2500년 전 중국 고대의 사상가인 맹자(孟子)가 말한 성선설`■과 순자

(荀子)가 말한 성악설`■이 우리에게는 없다. 하지만 우리 선조는 우리 몸

의 반은 올바른 선(善)이고, 반은 잘못된 악(惡)이니 이 점을 명심하고

항상 수양하고`■근신하여`

■선을 향하고 악을 물리쳐야 온전한 사람이라

는 훌륭한 가르침을 준다. 우리가 두 손으로 다 올바른 일을 하고 왼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을, 손을 볼 때마다 쓸 때마다 생각한다면 어찌

사람다운사람이되지않겠는가?

우리 할머니와 어머니께서는 말에는 말한 그대로 이루어지게 하는

신령스러운 힘이 있다, 말에는 사람의 인격이 드러나기 마련이므로 말

이곧하는일의성패를좌우한다고하시며, 이렇게말씀하시곤했다.

“노래를 부르려거든 수심가(愁心歌)를 부르지 말고 이왕이면 풍년가

( 年歌)를 불러라.”

“‘못살겠다.’, ‘죽을 맛이다.’, ‘죽지 못해 산다.’라는 사람치고 잘사

는 것 보았느냐? 오래 사는 것 보았느냐? 이왕이면‘아이고 살겠

다.’, ‘살맛이난다.’라고하여라.”

“말에 값이 들었다고 이왕이면 좋은 말, 덕이 되는 말을 하여라. 궂

은말을하고욕을하면자기에게되돌아온다.”

“‘그사람꼴보기싫다.’라고하는데, ‘보기싫다’는나에게들어오는

‘복이싫다’고차내던지는것이니행여그런말이랑은마라.”

“호랑이도 제 새끼를 예쁘다고 하면 좋아한다. 이전 이야기에, 호랑

이가 아이를 잡아먹으러 왔는데 아이가 창밖을 보고‘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데 산신령 호랑이님은 얼마나 추우실까?’라고 하자 호랑이

가감동하여산으로돌아갔단다.”

성선설(性善說) 사람의 본

성은 선천적으로 착하나 나

쁜 환경이나 물욕(物慾)으로

악하게 된다는 학설.

성악설(性惡說) 인간의 본

성은 이기적이고 악하므로

선(善) 행위는 후천적 습득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보는

학설.

수양(修養)하고 몸과 마음을

갈고닦아 품성이나 지식, 도

덕 따위를 높은 경지로 끌어

올리고.

근신(謹愼)하여 삼가고 조

심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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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더 읽을 거리

위에 든 몇 가지 예를 볼 때, 국어는 우리의 오랜 역사의 산물이며

사회를 맛있고 멋있게 만드는 조미료이며 우리 일상생활을 풍요롭게

가꾸어주는보배라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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