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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가치와 내면화

자아와 타자

문학과 창의적 사고

문학과나의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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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0 5. 문학과 나의 삶

학습 목표

■작품의이해와감상의결과를자신의삶과관련하여내면화할수있다.

■ 문학을통해자아를성찰하고타자를이해하며삶의다양성을이해하고수용할수있다.

■ 문학활동을통해창의적인사고를배양하고이를표현할수있다.

문학은‘나’의삶에어떤영향을미치는걸까? 많은사람들이문학작품은

우리의삶에실질적으로기여를하지못한다고생각하곤한다. 그러나

우리의삶은의식주만으로이루어지지않는다. 우리는육체적인생활뿐만아니라정

신적인생활을만들어가며, 이과정에서나자신에대한의식을만들어간다.

‘나는누구인가?’, ‘나는의미있는삶을살고있는가?’, ‘바람직한삶을위해나는

어떤노력을해야하는가?’등의질문에대한답을찾는것은우리의삶에서아주중

요한의미를지니는것이다. 문학작품은우리로하여금이와같은생각을형성할수

있도록해준다. 그리고끊임없는질문과답을찾아가는과정에서풍부한감수성과

예리한통찰력, 올바른가치관과따뜻한포용력등을갖출수있게한다.

그뿐만아니라문학작품은‘나’와‘타인’의삶이어떻게연관되어있는지알수있

게해주고, 나아가‘나’의삶을창조적으로만들어갈수있게한다.

이단원에서는 문학작품을자신의삶과관련하여이해하는학습을할것이며,

이를바탕으로타인을이해하며삶의다양성을이해하게될것이다. 또한문학활동을

통해창의적인사고를배양하고이를표현하는학습을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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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1단원을 열며

5문학과나의삶

문학의 가치와 내면화1•문학작품의미적·인식적·윤리적가치이해하기

•문학작품을수용한결과를내면화하기

|단|원|한|눈|에|보|기|

01 모란이피기까지는(̀김영랑)

02 무소유(̀법정)

03 너와나만의시간(̀황순원)

자아와 타자2•문학을통해자아를성찰하고삶의의미발견하기

•문학을통해타자를이해하고삶의다양성수용하기

01 참회록(̀윤동주)

02 줄(̀이청준)

문학과 창의적 사고3•문학활동을통해창의적사고배양하기

•창의적사고를효과적으로표현하기

01 우리는질문하다가사라진다(̀네루다)

02 자정의픽션(박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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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2 5. 문학과 나의 삶

문학작품에는다양한가치가담겨있다

문학작품에는작가가생각하는여러가치가반영되어있다. 그것은크게미적가치,

인식적가치, 윤리적가치로나눌수있다.

미적 가치는 어떤 대상에서 느끼는 아름다움과 관련되는 가치이다. 작가는 대상에서

느끼는아름다움에대한자신의느낌이나생각을문학작품속에담는다. 이러한느낌이

나생각에공감하거나그것을비판하면서우리는아름다움의가치에대해배울수있다.

인식적 가치는 어떤 경험에서 얻게 되는,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깨달음과 관련되는

가치를 말한다. 작품을 통해 작가가 겪은 깨달음을 수용함으로써 우리는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삶의방향을새롭게정할수있다.

윤리적가치는어떤상황에서인간이취해야할바람직한태도에대한고민과관련되

는가치이다. 작품속인물의태도나삶의방식을검토함으로써우리는바람직한윤리

적가치에대해생각해보고자신의삶을되돌아볼수있다.

문학작품의내면화는독자의삶을고양할수있다

문학작품을제대로수용하기위해서는문학작품에나타나는작가의생각이나가치

관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무작정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하는과정을거쳐야한다. 이러한과정을통해문학작품의내용을자기것으로만

들어자신의관점을확립하고, 이를 자신의삶을만들어가는데활용할수있어야한

다. 이러한단계에까지이르렀을때, 우리는문학작품을자신의것으로내면화했다고

말할수있다.

작가가문학작품을통해전달하는생각과가치관은시대적제약이나주관적판단으

로인한한계를지닐수밖에없기에독자는이를자신의관점을통해새롭게평가하여

내면화할수있어야한다. 이러한내면화를통해우리는인간과세계에대한바람직한

태도를형성하고자신의삶을고양할수있다.

■ 문학 작품에 담긴 미적·인식적·윤리적 가치를 비판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 문학 작품의 비판적 수용의 결과를 내면화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고양할 수 있다.

문학의가치와내면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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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3[1] 문학의 가치와 내면화

■ 다음은 정약용과 그의 제자 황상에 얽힌 일화이다. 황상이 자신의 삶을 굳건하게 살아

올 수 있었던 이유를 말해 보자.

다산이유배초기강진읍내주막집한켠에

열었던 서당에서 아전의 자식인 한 소년이 쭈

볏쭈볏나아가“저같이머리나쁜아이도공부

할 수 있나요?”하고 물었다. 스승은 오로지

부지런히노력하면안될것이없다며저유명

한‘삼근계(三勤戒)’̀■

의 가르침을 글로 적어 소

년의용기를북돋워주었다.

소년은 스승의 격려에 크게 고무되었다. 말

씀에따라평생을노력하고또노력했다. 스승이귀양이풀려서울로올라간뒤에도,

그는세상에눈길을주지않고낮에는농사짓고밤에는책을읽었다. 그렇게다시몇

십 년이 지났다. 제주도에 귀양 가 있던 추사가 우연히 그의 시를 보았다. 추사는 그

시의 높은 경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귀양이 풀려 뭍으로 오르자마자 추사는 황상의

집부터찾았다. 스승다산은이미세상을뜬뒤의일이다. 이후시골아전의자식은평

생농투성이농사꾼으로만살다가일약세상이알아주는유명한시인이되었다.

- 정민, 『스승의옥편』에서

■삼근계(三勤戒)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라는 가르침.

이 단원에서는「모란이 피기까지는」, 「무소유」, 「너와 나만의 시간」을 학습하게 된다.

이를 통해 문학 작품을 미적·인식적·윤리적 측면에서 이해하고 감상한 결과를 자신의

삶과 관련지어 내면화하는 활동을 해 보자.

들어가기전에

정학연이 황상을 위해 다시 써 준 삼근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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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43 3 43 3 43 3 43 3 43 3 43 3 43 3 43 3 43 3 43 3 43 3 43 3 43 3 43 3 43 3 43 3 43 3 43 3 43 3 43 3 43 3 43 3 43 3 43 3 43 3 43 3 43 3 43 3 43 3 43 3 43 3 43 3 43 3 4 5. 문학과 나의 삶5. 문학과 나의 삶5. 문학과 나의 삶5. 문학과 나의 삶5. 문학과 나의 삶5. 문학과 나의 삶5. 문학과 나의 삶5. 문학과 나의 삶5. 문학과 나의 삶5. 문학과 나의 삶5. 문학과 나의 삶5. 문학과 나의 삶5. 문학과 나의 삶5. 문학과 나의 삶5. 문학과 나의 삶5. 문학과 나의 삶5. 문학과 나의 삶5. 문학과 나의 삶5. 문학과 나의 삶5. 문학과 나의 삶5. 문학과 나의 삶5. 문학과 나의 삶5. 문학과 나의 삶5. 문학과 나의 삶5. 문학과 나의 삶5. 문학과 나의 삶5. 문학과 나의 삶5. 문학과 나의 삶5. 문학과 나의 삶5. 문학과 나의 삶5. 문학과 나의 삶5. 문학과 나의 삶5. 문학과 나의 삶5. 문학과 나의 삶

「모란이 피기까지는」은 봄에 피는 화려한 꽃인 모란을 통해 소망의 실현에 대한 기다림을 표현한 작품

이다. 시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에 주목하여 작품을 감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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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5[1] 문학의 가치와 내면화

모란이피기까지는,

나는아직나의봄을기다리고있을테요.

모란이뚝뚝떨어져버린날,

나는비로소봄을여읜`■

설움에잠길테요.

오월어느날, 그하루무덥던날,

떨어져누운꽃잎마저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모란은자취도없어지고,

뻗쳐오르던내보람서운케무너졌느니,

모란이지고말면그뿐, 내한해는다가고말아,

삼백예순날하냥`■

섭섭해우옵내다`■

.

모란이피기까지는,

나는아직기다리고있을테요, 찬란한슬픔의봄을.

『문학』(1934)

김영랑(金永郞, 1903~1950)

시인. 본명은 윤식. 『시문학』동

인으로 참여하였으며, 잘 다듬어진

언어로 한국적 정서를 담은 서정시

를 발표하여 순수 서정시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였다. 주요 작품으로

「모란이 피기까지는」, 「내 마음을

아실 이」, 「오매 단풍 들것네」, 「돌

담에 속삭이는 햇발」등이 있다.

■여읜 이별한.

■하냥 ‘늘’, ‘함께’의 방언

■ 우옵내다 ‘우옵나이다’의 준말,

혹은‘우옵니다’의 방언.

이 작품은 순수한 서정을 추구하며 유미주의적인 시 세계를 보여 준 김영랑의 초기 대표작이다. 이 시에서 모란은 아

름다움이자 삶의 보람이며 화자의 유일한 소망을 의미한다. 일 년 중 오월의 며칠 동안만 피는 모란처럼, 화자에게 삶의

보람은 매우 짧고 허망한 대상이다. 화자는 이 허망한 소망 때문에 삼백예순 날의 대부분을 벅찬 기대와 슬픔 속에서 보

내는 것이다. 그러나 생명의 소멸은 재생으로 이어지기에 화자는 모란이 다시 피는 봄이 올 것임을 믿고 기다린다.

01 모란이피기까지는 김영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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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6 5. 문학과 나의 삶

2 「모란이 피기까지는」에 나타난 아름다움에 주목하여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이 시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면 어떤 점에서 그러한지 구체적으로 말해

보자.

(2)이 시에 쓰인‘찬란한 슬픔의 봄’은 역설적 표현으로 모순된 감정을 보여 주는

시구이다. 이처럼모순된감정을느꼈던경험이있다면이야기해보자.

(3)모란이피기를기다리는화자의태도를고려해볼때, 이시의화자는어떤성향

의사람일지생각해보자.

(4)이 시의화자처럼자신에게도기다리거나소망하는대상이있다면그것이무엇

인지말해보자.

1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감상하고,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이시의화자에게‘모란’은어떤대상인지말해보자.

(2)이시의내용을다음과같이정리해보자.

(3) 이시의9, 10행에쓰인‘한해’와‘삼백예순날’에드러나는화자의심리를비교

해보자.

다가서기

깊게이해하기

화자의 정서상황

1~2행

3~10행

11~12행

모란이피기를기다림. 기다림, 소망

학습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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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7[1] 문학의 가치와 내면화

3 다음은 우리 문화재인‘달 항아리’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수필이다. 글쓴이가 생각하는

‘달 항아리’의 아름다움은 무엇인지 찾아보고,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해 보자.

한국의 흰 빛깔과 공예 미술에 표현된 둥근 맛

은 한국적인 조형미의 특이한 체질의 하나이다.

따라서한국의폭넓은흰빛의세계와형언하기힘

든 부정형`■

의 원이 그려 주는 무심한 아름다움을

모르고서 한국미의 본바탕을 체득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조선 시대 백자 항아리들에

표현된원의어진맛은그흰바탕색과아울러너

무나욕심이없고너무나순정적이어서마치인간

이지닌가식없는어진마음의본바탕을보는듯

한느낌이다. [중략]

아무런장식도고운색깔도아랑곳할것없이오로지흰색으로만구워낸백자항아

리의 흰빛의 변화나 그 어리숭하게만`■

생긴 둥근 맛을 우리는 어느 나라 항아리에서도

찾아볼수없다는데서대견함을느낀다. 이러한백자항아리들을수십개늘어놓고바

라보면마치어느시골장터에모인어진아낙네들의흰옷입은군상들이생각나리만큼

백자항아리의흰색은우리민족의성정과그들이즐기는색채를반영한것이라고생각

한다.

한국사람들은백의민족이라는이름을스스로지어불러보기도했는데, 우리네의흰

의복과백자항아리의흰색은같은마음씨에서나온것이라고해야겠다. 이웃나라중국

자기나일본자기들이그렇게다채로운빛깔로온통사기그릇을뒤덮던시대에우리는

마치산배꽃이나젖빛깔에도비길수있는순정어린흰빛의조화를유유하게`■

즐겨왔으

니과연한국사람은백의민족이라고부를만한것이아닌가한다.

아주일그러지지도않았으며더구나둥그런원을그린것도아닌이어리숙하면서도

순진한아름다움에정이간다하면혹시심미`■

에 대한건강한태도가아니라고할사람

이있을지도모르지만, 조선자기의아름다움은계산을초월한이러한설명이필요하리

만큼신기롭고도천연스러운아름다움에틀림없다고나는생각한다.

- 최순우, 「백자달항아리」에서

■부정형(不定形) 일정하지 아니한 모양이나 양식.

■어리숭하게만 보기에 어리석은 듯하게만.

■유유하게 마음이 흐뭇하고 즐겁게.

■심미(審美) 아름다움을 살펴 찾음.

넓게생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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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8 5. 문학과 나의 삶

「무소유(無所有)」는 글쓴이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얻은 깨달음에 대해 서술한 수필이다. 글쓴이의

인생관과 가치관에 주목하여 작품을 읽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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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가난한탁발승`■

이오. 내가가진거라고는물레와교도소에서쓰던밥그

릇과 염소젖 한 깡통, 허름한 담요 여섯 장, 수건, 그리고 대단치도 않은 평

판, 이것뿐이오.”

마하트마 간디`■

가 1931년 9월 런던에서 열린 제2차 원탁회의(圓卓會議)에 참

석하기 위해 가던 도중 마르세유`■

세관원에게 소지품을 펼쳐 보이면서 한 말이

다. K. 크라팔라니가엮은『간디어록』을읽다가이구절을보고나는몹시부

끄러웠다. 내가가진것이너무많다고생각되었기때문이다. 적어도지금의내

분수로는그렇다.

사실, 이 세상에처음태어날때나는아무것도갖고오지않았었다. 살 만큼

살다가이지상의적(籍)̀■

에서사라져갈때에도빈손으로갈것이다. 그런데살

다보니이것저것내몫이생기게되었다. 물론일상에소용되는물건들이라고

할수도있다. 그러나없어서는안될정도로꼭긴요한것들만일까? 살펴볼수

록없어도좋을만한것들이적지않다.

우리들이필요에의해서물건을갖게되지만, 때로는그물건때문에적잖이

마음이 쓰이게 된다. 그러니까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

에얽매인다는뜻이다. 필요에따라가졌던것이도리어우리를부자유하게얽

어맨다고할때주객이전도되어우리는가짐을당하게된다. 그러므로많이갖

고있다는것은흔히자랑거리로되어있지만, 그만큼많이얽혀있다는측면도

동시에지니고있다.

나는지난해여름까지이름있는난초두분(盆)̀■

을 정성스레, 정말정성을다

해길렀었다. 3년전거처를지금의다래헌(茶來軒)으로옮겨왔을때어떤스님

이 우리 방으로 보내 준 것이다. 혼자 사는 거처라 살아 있는 생물이라고는 나

하고 그 애들뿐이었다. 그 애들을 위해 관계 서적을 구해다 읽었고, 그 애들의

건강을 위해 하이포넥스인가 하는 비료를 구해 오기도 했었다. 여름철이면 서

법정(法頂, 1932~2010)

승려, 수필가. 1956년에 효봉 선

사의 문하로 입산하였으며, 불교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일상적인 일들

을 소재로 삼아 쉽고 간결하게 표

현한 수필을 많이 썼다. 주요 작품

으로「무소유」, 「설해목」, 「나그네

길에서」등이 있다.

■ 탁발승(托鉢僧) 경문(經文)을

외면서 집집마다 다니며 시주를 받

는 승려.

■ 간디(M. K. Gandhi, 1869~

1948) 인도의 정치가, 민족 운동

지도자. 영국에 대해 무저항, 불복

종, 비폭력, 비협력주의 운동을 전

개하여 인도의 독립운동을 이끌었

으나 한 힌두교 청년에게 암살되

었다.

■ 마르세유(Marseille) 프랑스

남부에 있는 도시. 지중해에서 가

장 큰 항구이다.

■ 적(籍) 병적, 당적, 학적 등과

같이 자신의 일신상의 일을 적어

놓은 문서. 여기서는‘세상살이’라

는 뜻으로 쓰였다.

■ 분(盆) 흙을 담아 화초나 나무

를 심는 그릇.

02 무소유(無所有) 법정

3 3 9[1] 문학의 가치와 내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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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 0 5. 문학과 나의 삶

늘한 그늘을 찾아 자리를 옮겨 주어야 했고, 겨울에는 그 애들을 위해 실내 온

도를높이곤했다.

이런정성을일찍이부모에게바쳤더라면아마효자소리를듣고도남았을것

이다. 이렇듯애지중지가꾼보람으로이른봄이면은은한향기와함께연둣빛

꽃을피워나를설레게했고, 잎은초승달처럼항시청청했었다. 우리다래헌을

찾아온사람마다싱싱한난초를보고한결같이좋아라했다.

지난해여름장마가갠어느날봉선사로운허`■

노사(耘虛老師)를뵈러간일이

있었다. 한낮이되자장마에갇혔던햇볕이눈부시게쏟아져내리고앞개울물

소리에어울려숲속에서는매미들이있는대로목청을돋우었다.

아차! 이때에야문득생각이난것이다. 난초를뜰에내놓은채온것이다. 모

처럼보인찬란한햇볕이돌연원망스러워졌다. 뜨거운햇볕에늘어져있을난

초 잎이 눈에 아른거려 더 지체할 수가 없었다. 허둥지둥 그길로 돌아왔다. 아

니나 다를까, 잎은 축 늘어져 있었다. 안타까워하며 샘물을 길어다 축여 주고

했더니겨우고개를들었다. 하지만어딘지생생한기운이빠져나간것같았다.

나는 이때 온몸으로, 그리고 마음속으로 절절히 느끼게 되었다. 집착이 괴로

움인것을. 그렇다. 나는난초에게너무집념해버린것이다. 이 집착에서벗어

나야겠다고 결심했다. 난을 가꾸면서는 산철 — 승가(僧家)의 유행기(遊行期)̀■

—에도나그네길을떠나지못한채꼼짝을못했다. 밖에볼일이있어잠시방

을비울때면환기가되도록들창문`■

을 조금열어놓아야했고, 분(盆)을 내놓은

채 나가다가 뒤미처 생각하고는 되돌아와 들여놓고 나간 적도 한두 번이 아니

었다. 그것은정말지독한집착이었다.

며칠 후, 난초처럼 말이 없는 친구가 놀러 왔기에 선뜻 그의 품에 분을 안겨

주었다. 비로소 나는 얽매임에서 벗어난 것이다. 날아갈 듯 홀가분한 해방감.

삼년가까이함께지낸‘유정(有情)’을떠나보냈는데도서운하고허전함보다홀

가분한 마음이앞섰다. 이때부터 나는하루한가지씩버려야겠다고 스스로다

짐을했다. 난을통해무소유(無所有)의의미같은걸터득하게됐다고나할까.

인간의 역사는 어떻게 보면 소유사(所有史)처럼 느껴진다. 보다 많은 자기네

몫을 위해 끊임없이 싸우고 있는 것 같다. 소유욕에는 한정도 없고 휴일도 없

다. 그저하나라도더많이갖고자하는일념으로출렁거리고있다. 물건만으로

■ 운허(耘虛, 1892~1980) 승려,

독립운동가. 속명은 이학수. 일제

강점기에는 독립운동에, 광복 후에

는 불교 경전을 한글로 옮기는 일

에 전념하였다.

■ 유행기(遊行期) 승려들이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수행하는 시기.

■ 들창문 벽의 위쪽에 아래위로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게 자그맣

게 만든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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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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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난초에 대한 글쓴이의 정성과

애착이 드러난 부분을 찾아보자.

난초에 대한 집착이 괴로움이

되어 버린 까닭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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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 1[1] 문학의 가치와 내면화

이 작품은 글쓴이의 체험을 바탕으로‘소유’의 본질에 대한 깨달음을 제시한 수필이다. 인간의 고통과 번뇌는 소유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하며, 이 소유욕을 버리면 마음의 평정과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글쓴이는 인간의

역사가 자기네 몫을 차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싸워 온 소유의 역사임을 지적하면서 간디의 말을 인용하여 물질 만능주의

에 빠진 현대인들에게 무소유의 자세를 가질 것을 당부하고 있다.

는성에차질않아사람까지소유하려든다. 그사람이제뜻대로되지않을경

우는끔찍한비극도불사하면서. 제정신도갖지못한처지에남을가지려하는

것이다.

소유욕은 이해(利害)̀■

와 정비례한다. 그것은 개인뿐 아니라 국가 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어제의 맹방`■

들이 오늘에는 맞서게 되는가 하면, 서로 으르렁대던

나라끼리친선사절을교환하는사례를우리는얼마든지보고있다. 그것은오

로지소유(所有)에바탕을둔이해관계때문이다. 만약인간의역사가소유사에

서 무소유사로 그 방향을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싸우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주지못해싸운다는말은듣지못했다.

간디는또이런말도하고있다.

“내게는소유가범죄처럼생각된다…….”

그가무엇인가를갖는다면같은물건을갖고자하는사람들이똑같이가질수

있을때에한한다는것. 그러나그것은거의불가능한일이므로자기소유에대

해서범죄처럼자책하지않을수없다는것이다.

우리들의소유관념이때로는우리들의눈을멀게한다. 그래서자기의분수

까지도 돌볼 새 없이 들뜬다. 그러나 우리는 언젠가 한 번은 빈손으로 돌아갈

것이다. 내 이육신마저버리고홀홀히떠나갈것이다. 하고많은물량일지라도

우리를어떻게하지못할것이다.

크게버리는사람만이크게얻을수있다는말이있다. 물건으로인해마음을

상하고있는사람들에게는한번쯤생각해볼말씀이다. 아무것도갖지않을때

비로소온세상을갖게된다는것은무소유(無所有)의또다른의미이다.

『무소유(無所有)』(1976)

■ 이해(利害) 이익과 손해를 아

울러 이르는 말.

■ 맹방(盟邦) 서로 동맹을 맺은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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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라는 말의 의미에 대

해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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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 2 5. 문학과 나의 삶

2 「무소유」를 읽고, 새롭게 인식하거나 깨닫게 된 점에 주목하여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이글에서글쓴이가깨달음을얻어가는과정을다음과같이정리해보자.

(2)이 글을읽고소유에대해새롭게인식하거나깨닫게된점이있다면무엇인지

말해보자.

(3)이 글의글쓴이처럼무언가를소유하려는마음때문에불편했던경험이있다면

이야기해보자.

1 「무소유」를 읽고,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글쓴이는소유에대한사람들의태도가어떠하다고판단하고있는지말해보자.

(2)이글에나타난글쓴이의체험을다음과같이나누어정리해보자.

다가서기

깊게이해하기

⇡ ⇡

난초에 대한 애착

지난해 여름 선물 받

은 난초 두 분(盆)을 정

성을다해기름.

소유에 대한 깨달음

소유란

집착으로 인한 괴로움

■직접체험:̀

■간접체험:̀

학습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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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 3[1] 문학의 가치와 내면화

3 다음은 소유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고전 수필이다. 이 글을「무소유」와 비교하여 읽

고, 소유와 행복의 관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

넓게생각하기

나는집이가난해서말이없기때문에간혹남의말을빌려서타곤한다. 그런데노둔

하고`■

야윈말을얻었을경우에는일이아무리급해도감히채찍을대지못한채금방이

라도쓰러지고넘어질것처럼전전긍긍하기일쑤요, 개천이나도랑이라도만나면또말

에서내리곤한다. 그래서후회하는일이거의없다. 반면에발굽이높고귀가쫑긋하며

잘달리는준마`■

를얻었을경우에는의기양양하여방자하게채찍을갈기기도하고고삐

를놓기도하면서언덕과골짜기를모두평지로간주한채매우유쾌하게질주하곤한

다. 그러나간혹위험하게말에서떨어지는환란`■

을면하지못한다.

아, 사람의감정이라는것이어쩌면이렇게까지달라지고 뒤바뀔수가 있단말인가.

남의물건을빌려서잠깐동안쓸때에도오히려이와같은데, 하물며진짜로자기가가

지고있는경우야더말해무얼하겠는가.

그렇긴하지만사람이가지고있는것가운데남에게빌리지않은것이또뭐가있다

고하겠는가. 임금은백성으로부터힘을빌려서존귀하고부유하게되는것이요, 신하

는임금으로부터권세를빌려서총애를받고귀한신분이되는것이다. 그리고자식은

어버이에게서, 지어미는 지아비에게서, 비복(婢僕)̀■

은 주인에게서 각각 빌리는 것이 또

한심하고도많은데, 대부분자기가본래가지고있는것처럼여기기만할뿐끝내돌이

켜보려고하지않는다. 이어찌미혹된일이아니겠는가.

그러다가 혹 잠깐 사이에 그동안 빌렸던 것을 돌려주는 일이 생기게 되면, 만방(萬

邦)̀■

의 임금도 독부(獨夫)̀■

가 되고 백승(百乘)̀■

의 대부(大夫)도 고신(孤臣)̀■

이 되는 법인데,

더군다나 미천한 자의 경우야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맹자(孟子)가 말하기를“오래도

록차용하고서반환하지않았으니, 그들이자기의소유가아니라는것을어떻게알았겠

는가.”라고하였다. 내가이말을접하고서느껴지는바가있기에, 차마설을지어서그

뜻을부연해보았다.

- 이곡, 「차마설(借馬說)」

■노둔(老鈍)하고 늙어서 재빠르지 못하고 둔하고.

■준마(駿馬) 빠르게 잘 달리는 말.

■환란(患亂) 근심과 재앙을 통틀어 이르는 말.

■비복(婢僕) 계집종과 사내종을 아울러 이르는 말.

■만방(萬邦) 세계의 모든 나라.

■독부(獨夫) 예전에, 포악한 정치를 하여 국민에게 외면을 당한 군주를 이르던 말.

■백승(百乘) 백 대의 수레. ‘승(乘)’은 수레 등을 세는 단위.

■고신(孤臣) 임금의 신임이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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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 4 5. 문학과 나의 삶

「너와 나만의 시간」은 극한 상황에서 발휘되는 인간의 삶에 대한 의지를 보여 주는 작품이다. 문학 작품

을 통해 바람직한 삶의 방향과 태도를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작품을 읽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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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 5[1] 문학의 가치와 내면화

앞부분 줄거리

주 대위, 김 일등병, 현 중위는 전쟁 중에 부대로부터 뒤처져 산속을 헤맨다. 주 대위는 다리

에 총상을 입어 김 일등병과 현 중위가 교대로 업어 가며 이동한다. 현 중위는 이동에 방해가

되는 주 대위가 스스로 자살해서 짐을 덜기를 바라지만, 주 대위는 이를 모른 체한다. 결국 저

녁이 되자 현 중위는 홀로 떠나 버린다. 김 일등병은 주 대위를 혼자서 업고 이동한다.

날이밝자또걸었다. 어제보다도쉬는도수`■

가잦아갔다.

김 일등병도군복바지와군화마저벗어버렸다. 맨발로산길을걷기가힘든

다는것모르는바아니었다. 하지만우선신발이천근만근무겁게여겨져견딜

수가없는것이었다.

여기저기발바닥이터져피가내배었다. 그렇다고돌부리아닌고운땅만골

라밟을수만도없었다.

한결같이눈에뵈는것은인가(人家) 아닌산봉우리와계곡의움직임없는굴

곡뿐이요, 귀에는그처럼갈망하고있는아군의폿소리대신한없이먼데까지

퍼져나간고즈넉함`■

과김일등병의몰아쉬는거친숨소리뿐이었다.

그래도주대위는온신경을귀로모으고있었다. 어떤색다른소리나마놓치

지않으려는것이다.

한번은 주 대위가 저리 가 물을 마시고 가자고 했다. 김 일등병은 어디 물이

있는가 싶었다. 그러나 주 대위가 말하는 데로 가 보니, 바위틈에서 샘물이 흐

르고있었다.

하루종일걸은것이겨우십리길도못되었다. 그동안두사람은산개구리

몇마리를잡아날로먹었을뿐이었다.

김일등병의무릎은굽어지고허리는앞으로숙여져거의기는시늉이었다.

주 대위는김일등병의허리가앞으로숙는각도에따라그만큼자기의생에

대한희망도꺾여들어감을느껴야만했다.

황순원(黃順元, 1915~2000)

소설가. 시적 서정성과 고품격의

간결한 문체로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표현한다. 주요 작품

으로「너와 나만의 시간」, 「목넘이

마을의 개」, 「소나기」, 「나무들 비탈

에 서다」등이 있다.

03 너와나만의시간 황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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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度數) 거듭하는 횟수.

■고즈넉함 고요하고 아늑함.

주 대위가 온 신경을 귀로 모

은 까닭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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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 6 5. 문학과 나의 삶

저녁때쯤어느능선`■

을돌아가노라니까앞에서까마귀한마리가펄럭하고날

아올랐다. 깎은듯한낭떠러지가가로놓여있는것이었다.

발길을돌리며김일등병은무심코아래를내려다보았다. 거기에까마귀두세

마리가앉아무엇인가열심히쪼고있었다.

사람의시체였다. 그리고첫눈에그것은현중위의시체라는걸알수있었다.

어제저녁두사람을버리고떠났을때와똑같이위는셔츠바람이요, 아래는군

복바지에군화를신고있었다.

까마귀란 놈이 시체 얼굴에 붙어서 무엇인가 쪼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이쪽을 보고는 날아갈 기미를 보이다가도 그저 까욱까욱 몇 번 울 뿐, 다시 쪼

기를계속하는것이었다.

시체얼굴에는이미눈알은없어져떼꾼하니`■

검은구멍이나있었다.

두 사람은이쪽으로와아무데나쓰러지듯이드러누웠다. 현 중위의시체를

보자마지막남았던기운마저빠져버리고만것이었다.

잠시후에김일등병은무엇을생각했는지일어나허청거리며`■

벼랑쪽으로가

더니돌을집어던지기시작했다. 그때마다까마귀가펄럭하고시체를떠나는

것이었으나, 곧못마땅한듯이까욱까욱하며다시내려앉는것이었다.

김일등병은도로와쓰러지듯이드러누워버렸다.

옆에 누워 있는 주 대위를 돌아다보았다. 그는 눈을 감은 채 번듯이 누워 있

었다.

김일등병은전에치열한싸움터에서는오히려잊게마련이었던죽음이란것

을몸가까이느꼈다. 내일쯤은까마귀가자기네의눈알도파먹으리라. 그러자

그는옆에누워있는주대위가먼저죽어까마귀에게눈알을파먹히는걸보느

니보다는차라리자기편이먼저죽어모든것을모르고지나기를바랐다.

그는문득울고싶어졌다. 그러나그럴기운조차지금그에겐없었다.

저도모르게혼곤히`■

잠속에끌려들어갔던김일등병은주대위가무어라부

르는소리에눈을떴다. 하늘에별이총총나있었다.

“저소릴좀듣게.”

주대위가누운채쇠진한목안의소리로,

“폿소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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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稜線) 산등성이를 따라 죽

이어진 선. ‘산등성이’로 순화.

■ 떼꾼하니 눈이 쑥 들어가고 생

기가 없이.

■ 허청거리며 다리에 힘이 없어

잘 걷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 혼곤히 정신이 흐릿하고 고달

프게.

돌을 집어 던진 김 일등병의

행동에는 어떤 심리가 담겨 있는지

말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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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 7[1] 문학의 가치와 내면화

김일등병은정신이번쩍들어상반신을일으키며귀를기울였다. 과연먼우

렛소리같은포성이은은히들려오는것이다.

“어느편폽니까?”

“아군의포야. 백오십오밀리의…….”

이주대위의감별`■

이면 틀림없는것이다. 그래 얼마나먼거리냐고물으려는

데주대위편에서,

“그렇지만너무멀어, 사십리는실히되겠어.”

그렇다면아무리아군의포라해도소용이없다.

김일등병은도로자리에누워버렸다.

주대위는지금자기는각각으로죽어가고있다고느꼈다. 이상스레맑은정

신으로그게느껴졌다. 그러다가그는드디어지금까지피해오던어떤상념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그것은 권총을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아무래도 죽

을자기가진작자결을했던들모든문제는해결됐을게아닌가. 첫째, 현 중위

가 밤길을 서두르다가 벼랑에 떨어져 죽지 않았을는지 모른다. 아무튼 이제라

도자결을해버려야한다. 그러면아무리지친김일등병이라하더라도혼잣몸

이니어떻게든아군진지`■

까지도달할가망이전혀없는것도아니다.

그는김일등병을향해,

“폿소리 나는 방향은 동남쪽이다. 바로 우리가 누워 있는 발 쪽 벼랑을 왼쪽

으루돌아내려가면된다!”

있는힘을다해명령조로말했다. 그리고무거운손을움직여허리에서권총

을슬그머니빼었다.

그때, 바로그때주대위의귀에은은한폿소리사이로또다른하나의소리가

들려온것이었다.

처음에는그도의심스러운듯이귀를기울이고있다가,

“저소리가무슨소리지?”

김일등병이고개만을들고잠시귀를기울이듯하더니,

“무슨소리말입니까?”

“지금은안들리는군.”

거기에그쳤던소리가바람을탄듯이다시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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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별(鑑別) 보고 식별함.

■ 진지(陣地) 언제든지 적과 싸

울 수 있도록 설비 또는 장비를 갖

추고 부대를 배치하여 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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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 8 5. 문학과 나의 삶

“저소리말야. 이머리쪽에서들려오는…….”

그래도김일등병의귀에는아무것도들리지않았다.

“개짖는소리같애.”

개짖는소리라는말에김일등병은지친몸을벌떡일으켜머리쪽으로무릎

걸음을 쳐 나갔다.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인가가 있음

에틀림없었다.

“그등성이를넘어가면된다!”

그러나김일등병의귀에는여전히아무것도들리지않았다. 그는 누웠던자

리로도로뒷걸음질을쳤다.

주 대위는김일등병에게무엇인가주고싶었다. 그리고그것을자기자신도

받고싶었다.

김일등병이드러누우며혼잣소리로,

“내일쯤은 까마귀 떼가 더 많이 몰려들겠지. 눈알이 붙어 있는 것두 오늘 밤

뿐야.”

이말이채끝나기도전에갑자기권총소리가그의귓전을때렸다.

깜짝놀라돌아다보니어둠속에주대위가권총을이리겨눈채목속에잠긴

음성치고는또렷하게,

“날업어!”

하는것이다.

김 일등병은무슨영문인지몰라하면서도하라는대로일어나등을돌려대

는수밖에없었다.

“자, 걸어라!”

김일등병은자기오른쪽귀뒤에권총끝이와닿음을느꼈다.

등성이를넘어컴컴한나무숲으로들어섰다.

“좀서!”

업힌주대위가잠시귀를기울이고나서,

“왼쪽으루가!”

좀후에그는다시,

“잠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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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대위가 김 일등병에게 주고

싶었던것은무엇일지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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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 9[1] 문학의 가치와 내면화

그러고는,

“앞으루!”

이렇게,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앞으로, 하는 주 대위의 말대로 죽을힘을 다

해걸음을옮겨놓는동안에도김일등병의귀에는아무것도들리지않았다. 혹

시 주 대위가 죽음을 앞두고 허깨비 소리를 듣고 그러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하필 자기네 두 사람은 마지막에 이러다가 죽을 필요는 무언가. 어제저녁부터

혼자업고오느라고갖은고역`■

을 다겪으면서도느끼지못했던원망이주대위

를향해거듭복받쳐오름을어찌할수가없었다.

하지만걷지않을수없었다. 오른쪽귀뒤에감촉되는권총끝이떠나지않는

것이다. 그것은마치권총이비틀거리는걸음이나마옮겨놓게하는거나다름

없었다.

산밑에이르렀다.

“오른쪽으루!”

“그대루똑바루!”

그제야김일등병의귀에도무슨소리가들렸다. 그것이점점개짖는소리로

확실해졌다. 그러나그것이얼마만한거리에서인지는짐작이안되었다.

목에서는단내가나고, 간신히옮겨놓는걸음은한껏깊은데로무한정빠져

들어가는것만같았다. 그저그자리에주저앉고싶은생각뿐이었다. 그렇건만

쉬어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귀 뒤에 와 닿은 권총 끝이 더 세게 밀고 있는

것이었다.

아무것도뵈는게없었다. 어떻게걸음을떼어놓고있는지조차깨닫지못하

고 있었다. 그러는데 저쪽 어둠 속에 자리 잡은 초가집 같은 검은 그림자와 그

앞에 서 있는 사람의 그림자, 그리고 거기서 짖고 있는 개의 모양이 몽롱해진

눈에어렴풋이들어왔다고느낀순간과동시에귀뒤에와밀고있던권총끝이

별안간물러나면서업힌주대위몸뚱이가무겁게탁내려앉음을느꼈다.

『현대문학』(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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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역(苦役) 몹시 힘들고 고되

어 견디기 어려운 일.

이 작품은 전쟁이라는 극한 상

황에서 죽음에 직면한 세 병사의

심리와 삶의 방식을 통해 인간 존

재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

다. 간결하고 절제된 문체로 극한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생존 의지와

인간애를 보여 주며 인간 존재의

의미를 성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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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5 0 5. 문학과 나의 삶

1 「너와 나만의 시간」을 읽고,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이소설의시간적·공간적배경을말해보자.

(2)이소설에나타난다음소재들이암시하는바가무엇인지정리해보자.

다가서기

2 「너와 나만의 시간」에 나타난 인물들의 행동에 주목하여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이 소설의 제목은‘너와 나만의 시간’이다. 소설에 나타난 상황을 바탕으로 이

제목이의미하는바를설명해보자.

(3)김 일등병의머리에총구를겨눈주대위의행위를자신의가치관에비추어판

단해보자.

(2)이소설에서는극한상황에처한인물들의모습을보여준다. 주대위와김일등병

의모습에서긍정적인인간상을찾을수있다면어떤점에서그러한지말해보자.

깊게이해하기

주 대위

김 일등병

까마귀 폿소리 개 짖는 소리

학습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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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5 1[1] 문학의 가치와 내면화

3 다음 작품에도「너와 나만의 시간」처럼 윤리적 판단을 해야 하는 상황이 드러나 있다.

글을 읽고, 자신이‘회기’라면‘상현’을 어떻게 설득할지 말해 보자.

넓게생각하기

회기 (뭉클불쾌감이솟으며)아니, 그럼부인이죽어도괜찮단말이오?

상현 어차피죽을목숨이라면……그대로두는게죠. 그돈이있으면나와어린것들이

살아날수있으니까요!

회기 (노골적으로분노를터뜨리며) 그건너무심하지않소?

상현 (반항적으로)심한건내아내죠. 그병이어떤병이라고수술을합니까? 그것도공

으로 한다면 또 모르지만, 돈 쓰고 저 죽고 하면 남은 우리들은 어떻게 살아가라고.

선생님! 그러니나는…….

회기 (외치며) 그건 살인이나 다름없소……. (이 말이 떨어지자 금숙은 의아한 표정으로 회

기를쳐다본다.)

상현 뭐라구요?

회기 (강하게)아내가죽어가도내버려두는법이어디있단말이오?

상현 (처음에지녔던겸손과비굴은찾아볼수없는태도로) 참견마세요! 내처를내가죽이

건살리건무슨걱정이오! 나살고남도있지! (불쑥일어서서손가방을쥐며) 아무튼실

례했습니다! (하며문을탁닫고나가버린다.)

(회기는감전된사람처럼멍하니서있고금숙은회기를주시하고만있다. 무거운침묵이흐른다.)

회기 (여전히허공을바라보며)미스정!

금숙 예?

회기 아까그환자의주소알지!

금숙 예, 접수부를보면…….

회기 좋아! 그럼, 속달우편으로보내요.

금숙 예? (하며가까이온다.)

회기 수술을받고싶으면편지받는즉시로찾아오라고!

금숙 (놀라운표정으로)아니, 그렇지만…….

회기 (속삭이듯) 자신은 있어! 그 대신 수혈용 혈액을 충분히 준비할 것을 잊지 마! 알

겠어?

금숙 (빙그레웃으며)선생님, 웬일이세요?

회기 응? (가볍게웃으며)이번환자는꼭살려보고싶은의욕이생기는군!

금숙 왜요?

회기 (분노를띠며) 그친구에게살해당할바엔내가맡아서살리지! 참을수없는모욕

을당한것같아!

금숙 (흘끗쳐다보며)기계가노하셨네요……. - 차범석, 「성난기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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