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라는 모습 외에 일상 이야기는 ‘해피 아가리’ 채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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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이화인 2018년 11월 19일 월요일 1570호 PD라는 모습 외에 일상 이야기는 ‘해피 아가리’ 채널에 담아내 ‘같은 주제도 다르게’ 뉴스 미디어 개척하는 스브스 ‘재재’, 이은재PD를 만나다 우리부터 다문화 가정까지, 일상 언어에 담긴 차별을 고찰하다 “재재 월급 좀 올려주세요!” 유튜브에 스브스뉴스 문명특급 영상이 게시될 때마다 빠짐없이 달리는 댓글이다. 뉴스 미디어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고 평가받는 스브스뉴스, 구독자 수 7만을 넘 은 유튜브 개인 채널 ‘해피 아가리’. 이 두 채널이 구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급격하 게 성장한 중심에는 ‘재재’가 있었다. 지난 8일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SBS 본사 건물 근처 카페에서 재재라는 닉네임으로 잘 알 려진, 이은재(사학·16년졸)씨를 만났다. 스브스뉴스의 간판 진행자이자 개인 채 널 해피 아가리의 크리에이터인 이씨가 연 예인은 아닌지, MC 직만 맡고 있는 건 아닌 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지금 하고 있 는 일이 정확히 무엇인지 묻자, 이씨는 멋 쩍게 웃으며 PD라고 답했다. “스브스뉴스에서 맡고 있는 직책은 PD 고요, 별도로 개인 채널 해피 아가리를 운 영하고 있어요” 현재는 스브스뉴스에서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맡고 있는 그지만, 사실 처음부터 언론직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건 아니다. 언론홍보영상학과 공부를 하지도, 관련 활 동을 하지도 않았다. 사학과를 졸업한 그 가 언론사에 취직한 것은 모두 예상치 못한 우연이었다. “언론사에 취직한다는 건 사실 그 전에 는 생각해보지도 않은 진로였어요. 사학과 를 전공했거든요. 그런데 졸업한 후에 전공 과 관련해서 할 일이 없는 거예요. 차선책 으로 이전에 공부했던 광고홍보전공과 연 계해 광고 회사를 들어갔는데, 그것도 저 와 맞지 않아서 2주 만에 관뒀어요. 알바 라도 해볼까 채용공고를 알아보다 우연히 SBS에 지원하게 됐고, 어쩌다보니 여기까 지 왔네요.” 그가 참여하고 있는 스브스뉴스는 여러 언론사가 시도했던 ‘버티컬 브랜드’ 사례 중 가장 성공한 기획으로 손꼽힌다. 기존 의 미디어 브랜드가 가졌던 경직된 형식이 나 소재에서 벗어날 수 있는, 버티컬 브랜 드만의 장점을 적극 활용했다. 스브스뉴스 콘텐츠인 문명특급, 탐사보도 등이 바로 그 런 시도의 일부다. 최근 게시된 문명특급 ‘두발 자유 반대 하는 국회&학부모 도장 깨기’ 편 역시 기 존의 미디어가 하지 못했던 과감한 기획으 로 구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영상에 서 이씨는 기성세대에게 왜 학생들의 두발 자유권을 반대하는지 질문한다. 노란색과 초록색이 섞인 가발을 쓴 채로 말이다. 그 는 고등학생 두 명과 함께 ‘학교를 사랑하 는 학부모 모임’ 상임대표와 국회의원을 찾아가 거침없이 두발 자유에 대한 의견을 묻고, 학생들과 같이 의견을 피력한다. 그렇다면 그에게 있어 가장 기억에 남는 기획은 무엇이었을까. 이씨는 주저없이 문 명특급의 ‘박원순 서울시장’ 편을 꼽는다.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민들의 삶에 더 가까워지고자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에서 한 달 동안 생활하게 됐다는 것이 언론에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보여주기식 ‘쇼’가 아 니냐며 비판이 일었다. 이에 이씨는 쇼인지 아닌지 박 시장에게 ‘직접’ 묻겠다며 당장 팀을 꾸려 현장을 찾아갔다. “박원순 시장 편은 폭염주의보에 냉방기 가 없는 옥탑방에 가서 1시간 동안 인터뷰 를 해서 기억에 남네요. 정치인들을 만나서 인터뷰하는 게 어렵지 않냐고요? 그렇지는 않아요. 그들을 떠받들어야 하는 높은 사 람들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그런가. 그냥 동등한 입장으로 만난 인터뷰이와 인터뷰 어라고 생각해요.” 기존 언론에서 박원순 시장 인터뷰를 다룬 기사나 영상은 많았지만, 문명특급의 ‘박원 순 시장’ 편만큼 많은 호응을 받은 기획은 없 었다. 이처럼 똑같은 인물, 주제를 다르게 표 현하기 위해 그는 구성 회의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해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한 회의 주제다. “새로운 주제나 관점을 포착해서 뉴미디 어에 담는 것도 사실 간단한 작업은 아니에 요. 뉴미디어는 이제 막 주목받기 시작했 고, 주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어느 선까지 허용되는지 선례를 찾기가 힘들어서 우리 스스로 개척해야 하거든요. 저희가 하는 웹 예능 콘텐츠도 사실 정해진 게 없기 때 문에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스브스뉴스 이전에 비슷한 사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주제를 선정하는 데 있어서 생각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아무리 버 티컬 미디어라고해도, 언론사인만큼 특정 분야의 주제들은 다루지 못하는 경우도 많 다. 이씨는 개인 채널 해피 아가리를 시작 한 것도, 사실 이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웃 으면서 말했다. “회사에서 발제하다보면 ‘이런 건 네 개 인계정에나 올려라’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정말 그 말을 듣고 채널 해피 아가리를 시작했어요. 스브스뉴스에 서는 다루지 못하는, 편하게 일상에 대해 서 이야기하면서 독자들과 소통하는 컨텐 츠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는 PD로서의 모습 외에 일상 이야기 를 담은 채널 해피 아가리가 이렇게까지 많 은 사랑을 받을 줄 몰랐다고 말한다. 구독 자들이 우울할 때마다 보면 웃게 된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남길 때마다 생각지 못했 던 보람과 뿌듯함도 느낀다. 그렇다면 이씨의 최종목표는 무엇일 까. 그는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2018)의 주인공 프레디 머큐리 (Freddie Mercury)가 ‘유명한 스타가 아 닌 전설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한 것처럼 족적을 남길 수 있는 무언가를 해보는 것이 라고 답한다. “세상에 족적을 남기는 것 외에 이화인들 과 오순도순 살 수 있는 이화타운을 만드는 것도 제 목표 중 하나예요. 제가 이화인들을 위해 세상 어느 한 구석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벗 들, 응원과 하트를 보낼게요!” 한채영 기자 [email protected] 김지연 기자 [email protected] “모든 사람에게는 차이가 있어요. 자신의 차이를 존중받기 위한 전제는 타인이 가진 차이를 존중하는 거예요. 그리고 타인에 대 한 질문만큼 자기 자신에게도 질문을 던져 야 해요. 그게 상호문화 교육의 중요한 원리 예요.” 10월1일 발간된 도서 「차별의 언어」의 저자 장한업 교수(불어불문학과)는 2009년 부터 상호문화 교육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현재 다문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차별의 언어」 역시 다문화 교육에 대 한 그의 고찰이 담긴 책이다. 그는 “책을 쓸 때 읽기 쉬울 것, 내용이 흥미로울 것, 마음 에 남는 게 있을 것, 이 세 가지를 염두에 뒀 다”며 “한국인의 인식 전환을 촉구하는 책” 이라고 소개했다. “하이데거가 말했듯 언어는 ‘존재의 집’이 에요. 한국 사회에 필요한 건 타인의 문화에 대한 지식보단 자기 문화에 대한 성찰이에 요. 이를 위해서는 내가 어떤 언어를 쓰고 있 는지 분석해야 하는 거죠.” 장 교수는 ‘우리’, ‘국민’, ‘다문화 가정’ 등 일상 언어에 한국 사회의 차별 의식이 담겨 있다고 본다. 어원상 ‘울타리’에서 온 ‘우리’ 라는 표현은 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보호막 이 되지만 밖에 있는 사람에게는 차단막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은 우리 의식이 강하다”며 “우리 엄마라는 말을 자주 쓰는 데, 외국에선 나의 엄마(my mother)라고 하지, 우리 엄마(our mother)라고 하면 어 색하다”고 말했다. 국민이란 단어도 마찬가지다. 장 교수는 국민 여동생, 국민 배우, 국민 MC 등의 단어 를 국가주의의 영향으로 해석한다. 국가주 의란 국가의 공동체적 이념을 강조하고 통 일, 독립, 발전을 꾀하는 것이다. 그는 책에 서 “(국민이란 단어 사용은) 오늘날처럼 모든 국가가 서로 연결되고 민주주의가 확 산된 사회에서도 예전처럼 맹목적인 국가주 의에 매달리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장 교수는 ‘다문화 가정’에도 한국의 차 별 의식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인 아버지와 외국인 어머니로 이뤄진 가정 을 다문화 가정이라 한다”며 “다문화 가정 을 국제결혼 가정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강 조했다. 한국이란 나라 자체가 이미 다문화 사회기 때문이다. 여러 나라의 영향을 받아 온 한국에서 한국인끼리 결혼한다 해도 단 (單)문화 가정이 아니다. 본교 일반대학원에 국내 최초로 만들어 진 ‘다문화-상호문화 협동과정’ 주임교수 를 맡은 그는 이런 차별을 좁히기 위해 다문 화 교육이 아닌 상호문화 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다(多)문화는 여러 개의 문화 집단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상호문화는 다른 사람 간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춘 거예요. 다 문화 교육은 영미권, 상호문화 교육은 유 럽권에서 왔죠. 영미권은 처음 출범할 때부 터 다민족 국가였고, 영토가 넓어서 각각 의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었던 나라예요. 이에 반해 유럽권은 비교적 오랫동안 나름 의 정체성이 있던 나라로, 외국인 노동자 가 유입되면서 본격적으로 다문화 문제를 고민한 나라죠. 한국은 1990년대부터 외국 인이 대거 유입되면서 다문화 문제를 고민 하게 됐어요. 따라서 한국은 상호문화 교 육이 더 적합합니다.” 장 교수는 상호문화 교육이 차이에 긍정 적으로 접근하는 학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차이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한국 인과 한국인의 차이, 한국인과 외국인의 차 이, 남한과 북한의 차이다. 특히 그는 한국 인과 한국인의 차이에 대해 “한국에는 소득 불균형, 교육 불평등, 성 불평등 같은 문제 가 있다”며 “이렇게 내부에 차이가 존재하 지만 한국은 단일민족이라는 의식이 너무 강하다”고 설명했다. “상호문화 교육은 이런 세 가지 차이에 긍 정적으로 접근하려 하는 의도적인 노력이에 요. 차이에 긍정적으로 다가가려면 자기에 대한 인식이 전제돼야 해요. 안타깝게도 한 국은 다문화 사회라고 하면 자신에 대한 이 해는 뒷전으로 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 들어요. 방법이 틀린 거죠. 상호문화 교육은 타인에 대한 질문만큼 많은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하는 교육이에요.” 최근 논란이 된 난민 수용 문제에 대해서 도 장 교수는 “이민은 단순히 우연으로 일어 나는 일이 아니다”라며 “범죄가 발생할 경 우에도 이를 개인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 했다. “난민 문제를 다룰 때 두 가지를 먼저 생 각해야 해요. 첫째는 한국도 난민으로 많이 나갔다는 것, 둘째는 한국의 난민 기여도가 0%라는 것입니다. 난민이 많이 나갔는데 난 민 기여도가 0%라는 건 그만큼 인색한 나 라라는 뜻이에요. 물론 난민을 받아들이면 당장 지원해야 하니까 돈은 좀 들겠지만 국 제사회가 한국을 다시 볼 수 있어요. 그만큼 국격이 올라가는 거죠.” 교양수업을 통해 상호문화 교육을 학부 생에게 가르치고 싶다는 장 교수는 “앞으로 도 다문화-상호문화 협동과정을 통해 후학 을 양성하고 다문화연구소를 통해 우리가 가진 지식을 사회와 연결할 것”이라며 “한 국을 다문화 선진국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 고 싶다”고 말했다. 배세정 기자 [email protected] 7일 오후2시 인문관 514호에서 10월1일 저서「차별의 언어」를 출간한 장한업 교수를 만났다. 장 교수는 다문 화로 나아가는 대한민국이 시대적 변화에 어떻게 발맞춰야 하는지 이야기했다. 황보현 기자 [email protected] 「차별의 언어」 장한업 저, 아날로그(글담) 출판, 2018, P236「차별의 언어」는 무심코 쓰는 일 상 언어 속 사회 차별 의식을 고찰한다. ‘왜 한국인은 ‘우리’라는 표현을 과도 하게 사용할까?’ ‘왜 한국을 단일민족 이라고 생각할까?’ ‘왜 ‘다문화’와 ‘타 문화’를 동의어처럼 사용할까?’ 저자 는 독자에게 이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책은 ‘우리’라는 말이 그에 해당하는 집단을 울타리처럼 보호하면서도 다 른 집단에 속한 사람을 배척하는 단어 라고 밝히고, 같은 재외 동포인 조선족 은 재중 동포라고 부르지 않는다거나 한국인 결혼이주여성을 ‘베트남 신부’ , ‘캄보디아 신부’ 등 출신국을 강조해서 부르는 차별적인 행태라고 꼬집는다. 우리 곁에 있으면서 ‘우리가 되지 못한 사람들’을 돌아보고, 어떻게 하면 이들 과 더불어 잘 살 수 있는지를 고민한 결 과가 녹아 있다. 청소년부터 어른까지 쉽게 읽을 수 있게 쓰인 이 책은 평소 아무렇지 않게 쓰는 단어를 스스로 반 성하게 한다. ‘해피 아가리’ 채널 내 영상 중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18학번 새내기 OT&새터 꼭 가야하나요?/OT 새터 준비물/호칭정리/고학번 언니가 알려주는 꿀팁’ 영상화면 캡처 출처=유튜브 채널 해피 아가리 SBS 스브스뉴스 이은재 PD 김미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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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이화인2018년 11월 19일 월요일 1570호

PD라는 모습 외에 일상 이야기는

‘해피 아가리’ 채널에 담아내 ‘같은 주제도 다르게’ 뉴스 미디어 개척하는 스브스 ‘재재’, 이은재PD를 만나다

우리부터 다문화 가정까지, 일상 언어에 담긴 차별을 고찰하다

“재재 월급 좀 올려주세요!”

유튜브에 스브스뉴스 문명특급 영상이

게시될 때마다 빠짐없이 달리는 댓글이다.

뉴스 미디어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고

평가받는 스브스뉴스, 구독자 수 7만을 넘

은 유튜브 개인 채널 ‘해피 아가리’. 이 두

채널이 구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급격하

게 성장한 중심에는 ‘재재’가 있었다. 지난

8일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SBS 본사 건물

근처 카페에서 재재라는 닉네임으로 잘 알

려진, 이은재(사학·16년졸)씨를 만났다.

스브스뉴스의 간판 진행자이자 개인 채

널 해피 아가리의 크리에이터인 이씨가 연

예인은 아닌지, MC 직만 맡고 있는 건 아닌

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지금 하고 있

는 일이 정확히 무엇인지 묻자, 이씨는 멋

쩍게 웃으며 PD라고 답했다.

“스브스뉴스에서 맡고 있는 직책은 PD

고요, 별도로 개인 채널 해피 아가리를 운

영하고 있어요”

현재는 스브스뉴스에서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맡고 있는 그지만, 사실 처음부터

언론직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건 아니다.

언론홍보영상학과 공부를 하지도, 관련 활

동을 하지도 않았다. 사학과를 졸업한 그

가 언론사에 취직한 것은 모두 예상치 못한

우연이었다.

“언론사에 취직한다는 건 사실 그 전에

는 생각해보지도 않은 진로였어요. 사학과

를 전공했거든요. 그런데 졸업한 후에 전공

과 관련해서 할 일이 없는 거예요. 차선책

으로 이전에 공부했던 광고홍보전공과 연

계해 광고 회사를 들어갔는데, 그것도 저

와 맞지 않아서 2주 만에 관뒀어요. 알바

라도 해볼까 채용공고를 알아보다 우연히

SBS에 지원하게 됐고, 어쩌다보니 여기까

지 왔네요.”

그가 참여하고 있는 스브스뉴스는 여러

언론사가 시도했던 ‘버티컬 브랜드’ 사례

중 가장 성공한 기획으로 손꼽힌다. 기존

의 미디어 브랜드가 가졌던 경직된 형식이

나 소재에서 벗어날 수 있는, 버티컬 브랜

드만의 장점을 적극 활용했다. 스브스뉴스

콘텐츠인 문명특급, 탐사보도 등이 바로 그

런 시도의 일부다.

최근 게시된 문명특급 ‘두발 자유 반대

하는 국회&학부모 도장 깨기’ 편 역시 기

존의 미디어가 하지 못했던 과감한 기획으

로 구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영상에

서 이씨는 기성세대에게 왜 학생들의 두발

자유권을 반대하는지 질문한다. 노란색과

초록색이 섞인 가발을 쓴 채로 말이다. 그

는 고등학생 두 명과 함께 ‘학교를 사랑하

는 학부모 모임’ 상임대표와 국회의원을

찾아가 거침없이 두발 자유에 대한 의견을

묻고, 학생들과 같이 의견을 피력한다.

그렇다면 그에게 있어 가장 기억에 남는

기획은 무엇이었을까. 이씨는 주저없이 문

명특급의 ‘박원순 서울시장’ 편을 꼽는다.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민들의 삶에 더

가까워지고자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에서

한 달 동안 생활하게 됐다는 것이 언론에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보여주기식 ‘쇼’가 아

니냐며 비판이 일었다. 이에 이씨는 쇼인지

아닌지 박 시장에게 ‘직접’ 묻겠다며 당장

팀을 꾸려 현장을 찾아갔다.

“박원순 시장 편은 폭염주의보에 냉방기

가 없는 옥탑방에 가서 1시간 동안 인터뷰

를 해서 기억에 남네요. 정치인들을 만나서

인터뷰하는 게 어렵지 않냐고요? 그렇지는

않아요. 그들을 떠받들어야 하는 높은 사

람들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그런가. 그냥

동등한 입장으로 만난 인터뷰이와 인터뷰

어라고 생각해요.”

기존 언론에서 박원순 시장 인터뷰를 다룬

기사나 영상은 많았지만, 문명특급의 ‘박원

순 시장’ 편만큼 많은 호응을 받은 기획은 없

었다. 이처럼 똑같은 인물, 주제를 다르게 표

현하기 위해 그는 구성 회의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해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한 회의

주제다.

“새로운 주제나 관점을 포착해서 뉴미디

어에 담는 것도 사실 간단한 작업은 아니에

요. 뉴미디어는 이제 막 주목받기 시작했

고, 주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어느 선까지

허용되는지 선례를 찾기가 힘들어서 우리

스스로 개척해야 하거든요. 저희가 하는

웹 예능 콘텐츠도 사실 정해진 게 없기 때

문에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스브스뉴스 이전에 비슷한 사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주제를 선정하는 데 있어서

생각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아무리 버

티컬 미디어라고해도, 언론사인만큼 특정

분야의 주제들은 다루지 못하는 경우도 많

다. 이씨는 개인 채널 해피 아가리를 시작

한 것도, 사실 이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웃

으면서 말했다.

“회사에서 발제하다보면 ‘이런 건 네 개

인계정에나 올려라’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정말 그 말을 듣고 채널

해피 아가리를 시작했어요. 스브스뉴스에

서는 다루지 못하는, 편하게 일상에 대해

서 이야기하면서 독자들과 소통하는 컨텐

츠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는 PD로서의 모습 외에 일상 이야기

를 담은 채널 해피 아가리가 이렇게까지 많

은 사랑을 받을 줄 몰랐다고 말한다. 구독

자들이 우울할 때마다 보면 웃게 된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남길 때마다 생각지 못했

던 보람과 뿌듯함도 느낀다.

그렇다면 이씨의 최종목표는 무엇일

까. 그는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2018)의 주인공 프레디 머큐리

(Freddie Mercury)가 ‘유명한 스타가 아

닌 전설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한 것처럼

족적을 남길 수 있는 무언가를 해보는 것이

라고 답한다.

“세상에 족적을 남기는 것 외에 이화인들

과 오순도순 살 수 있는 이화타운을 만드는

것도 제 목표 중 하나예요. 제가 이화인들을

위해 세상 어느 한 구석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벗

들, 응원과 하트를 보낼게요!”

한채영 기자 [email protected]

김지연 기자 [email protected]

“모든 사람에게는 차이가 있어요. 자신의

차이를 존중받기 위한 전제는 타인이 가진

차이를 존중하는 거예요. 그리고 타인에 대

한 질문만큼 자기 자신에게도 질문을 던져

야 해요. 그게 상호문화 교육의 중요한 원리

예요.”

10월1일 발간된 도서 「차별의 언어」의

저자 장한업 교수(불어불문학과)는 2009년

부터 상호문화 교육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현재 다문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차별의 언어」 역시 다문화 교육에 대

한 그의 고찰이 담긴 책이다. 그는 “책을 쓸

때 읽기 쉬울 것, 내용이 흥미로울 것, 마음

에 남는 게 있을 것, 이 세 가지를 염두에 뒀

다”며 “한국인의 인식 전환을 촉구하는 책”

이라고 소개했다.

“하이데거가 말했듯 언어는 ‘존재의 집’이

에요. 한국 사회에 필요한 건 타인의 문화에

대한 지식보단 자기 문화에 대한 성찰이에

요. 이를 위해서는 내가 어떤 언어를 쓰고 있

는지 분석해야 하는 거죠.”

장 교수는 ‘우리’, ‘국민’, ‘다문화 가정’ 등

일상 언어에 한국 사회의 차별 의식이 담겨

있다고 본다. 어원상 ‘울타리’에서 온 ‘우리’

라는 표현은 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보호막

이 되지만 밖에 있는 사람에게는 차단막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은 우리 의식이

강하다”며 “우리 엄마라는 말을 자주 쓰는

데, 외국에선 나의 엄마(my mother)라고

하지, 우리 엄마(our mother)라고 하면 어

색하다”고 말했다.

국민이란 단어도 마찬가지다. 장 교수는

국민 여동생, 국민 배우, 국민 MC 등의 단어

를 국가주의의 영향으로 해석한다. 국가주

의란 국가의 공동체적 이념을 강조하고 통

일, 독립, 발전을 꾀하는 것이다. 그는 책에

서 “(국민이란 단어 사용은) 오늘날처럼

모든 국가가 서로 연결되고 민주주의가 확

산된 사회에서도 예전처럼 맹목적인 국가주

의에 매달리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장 교수는 ‘다문화 가정’에도 한국의 차

별 의식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인 아버지와 외국인 어머니로 이뤄진 가정

을 다문화 가정이라 한다”며 “다문화 가정

을 국제결혼 가정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강

조했다. 한국이란 나라 자체가 이미 다문화

사회기 때문이다. 여러 나라의 영향을 받아

온 한국에서 한국인끼리 결혼한다 해도 단

(單)문화 가정이 아니다.

본교 일반대학원에 국내 최초로 만들어

진 ‘다문화-상호문화 협동과정’ 주임교수

를 맡은 그는 이런 차별을 좁히기 위해 다문

화 교육이 아닌 상호문화 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다(多)문화는 여러 개의 문화 집단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상호문화는 다른 사람

간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춘 거예요. 다

문화 교육은 영미권, 상호문화 교육은 유

럽권에서 왔죠. 영미권은 처음 출범할 때부

터 다민족 국가였고, 영토가 넓어서 각각

의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었던 나라예요.

이에 반해 유럽권은 비교적 오랫동안 나름

의 정체성이 있던 나라로, 외국인 노동자

가 유입되면서 본격적으로 다문화 문제를

고민한 나라죠. 한국은 1990년대부터 외국

인이 대거 유입되면서 다문화 문제를 고민

하게 됐어요. 따라서 한국은 상호문화 교

육이 더 적합합니다.”

장 교수는 상호문화 교육이 차이에 긍정

적으로 접근하는 학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차이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한국

인과 한국인의 차이, 한국인과 외국인의 차

이, 남한과 북한의 차이다. 특히 그는 한국

인과 한국인의 차이에 대해 “한국에는 소득

불균형, 교육 불평등, 성 불평등 같은 문제

가 있다”며 “이렇게 내부에 차이가 존재하

지만 한국은 단일민족이라는 의식이 너무

강하다”고 설명했다.

“상호문화 교육은 이런 세 가지 차이에 긍

정적으로 접근하려 하는 의도적인 노력이에

요. 차이에 긍정적으로 다가가려면 자기에

대한 인식이 전제돼야 해요. 안타깝게도 한

국은 다문화 사회라고 하면 자신에 대한 이

해는 뒷전으로 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

들어요. 방법이 틀린 거죠. 상호문화 교육은

타인에 대한 질문만큼 많은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하는 교육이에요.”

최근 논란이 된 난민 수용 문제에 대해서

도 장 교수는 “이민은 단순히 우연으로 일어

나는 일이 아니다”라며 “범죄가 발생할 경

우에도 이를 개인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

했다.

“난민 문제를 다룰 때 두 가지를 먼저 생

각해야 해요. 첫째는 한국도 난민으로 많이

나갔다는 것, 둘째는 한국의 난민 기여도가

0%라는 것입니다. 난민이 많이 나갔는데 난

민 기여도가 0%라는 건 그만큼 인색한 나

라라는 뜻이에요. 물론 난민을 받아들이면

당장 지원해야 하니까 돈은 좀 들겠지만 국

제사회가 한국을 다시 볼 수 있어요. 그만큼

국격이 올라가는 거죠.”

교양수업을 통해 상호문화 교육을 학부

생에게 가르치고 싶다는 장 교수는 “앞으로

도 다문화-상호문화 협동과정을 통해 후학

을 양성하고 다문화연구소를 통해 우리가

가진 지식을 사회와 연결할 것”이라며 “한

국을 다문화 선진국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

고 싶다”고 말했다.

배세정 기자 [email protected]

7일 오후2시 인문관 514호에서 10월1일 저서「차별의 언어」를 출간한 장한업 교수를 만났다. 장 교수는 다문

화로 나아가는 대한민국이 시대적 변화에 어떻게 발맞춰야 하는지 이야기했다.

황보현 기자 [email protected]

「차별의 언어」

장한업 저, 아날로그(글담) 출판, 2018,

P236「차별의 언어」는 무심코 쓰는 일

상 언어 속 사회 차별 의식을 고찰한다.

‘왜 한국인은 ‘우리’라는 표현을 과도

하게 사용할까?’ ‘왜 한국을 단일민족

이라고 생각할까?’ ‘왜 ‘다문화’와 ‘타

문화’를 동의어처럼 사용할까?’ 저자

는 독자에게 이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책은 ‘우리’라는 말이 그에 해당하는

집단을 울타리처럼 보호하면서도 다

른 집단에 속한 사람을 배척하는 단어

라고 밝히고, 같은 재외 동포인 조선족

은 재중 동포라고 부르지 않는다거나

한국인 결혼이주여성을 ‘베트남 신부’ ,

‘캄보디아 신부’ 등 출신국을 강조해서

부르는 차별적인 행태라고 꼬집는다.

우리 곁에 있으면서 ‘우리가 되지 못한

사람들’을 돌아보고, 어떻게 하면 이들

과 더불어 잘 살 수 있는지를 고민한 결

과가 녹아 있다. 청소년부터 어른까지

쉽게 읽을 수 있게 쓰인 이 책은 평소

아무렇지 않게 쓰는 단어를 스스로 반

성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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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터 준비물/호칭정리/고학번 언니가 알려주는 꿀팁’ 영상화면 캡처 출처=유튜브 채널 해피 아가리

SBS 스브스뉴스 이은재 PD

김미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