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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와 우리 사회를 후원하는 분들을 위한 매거진 volume.8 SNU Noblesse Oblige 서울대학교발전기금 캠페인 Vision 2025 참여 안내 출연하신 금액은 소득세법에 의해 법정기부금으로 처리되어 소득 범위 내에서 전액 소득공제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자세한 모금사업 내용은 서울대학교발전기금 홈페이지(www.snu.or.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참여문의 : 02.880.5026 871.8146 [email protected] 조각과 사진, 두 가지 표현 양식을 결합해 새로운 이미지의 세계를 구축한 고명근의 작품. 한라산에 해가 저무는 풍경을 담은 사진을 입체적으로 구성해 전통 산수화와 같은 농담과 깊이가 느껴진다. 조각이라는 입체적 형상을 사진 위에 투사하여 조형에 대한 새로운 실험을 추구하는 그의 작업은 시각성에 대한 기존의 질서를 전복시키면서도 그 질서 안에 놓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신비로운 마력을 지녔다. 표지사진 고명근, <Air 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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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자세한 모금사업 내용은 서울대학교발전기금 … · 서울대와 우리 사회를 후원하는 분들을 위한 매거진 volume.8 SNU Noblesse Oblige 서울대학교발전기금

서울대와 우리 사회를 후원하는 분들을 위한 매거진 volume.8

SNU Noblesse Obl ige

서울대학교발전기금 캠페인 Vision 2025 참여 안내

출연하신 금액은 소득세법에 의해 법정기부금으로 처리되어 소득 범위 내에서 전액 소득공제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자세한 모금사업 내용은 서울대학교발전기금 홈페이지(www.snu.or.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참여문의 : 02.880.5026 871.8146 [email protected]

조각과 사진, 두 가지 표현 양식을 결합해 새로운 이미지의 세계를 구축한 고명근의 작품.

한라산에 해가 저무는 풍경을 담은 사진을 입체적으로 구성해 전통 산수화와 같은 농담과 깊이가 느껴진다.

조각이라는 입체적 형상을 사진 위에 투사하여 조형에 대한 새로운 실험을 추구하는 그의 작업은 시각성에

대한 기존의 질서를 전복시키면서도 그 질서 안에 놓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신비로운 마력을 지녔다.

표지사진 고명근, <Air 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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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시인 서지월(徐芝月)이가

“자셔 보이소” 하며

저희 집에서 딴 감을 가져왔기에

보니 거기엔

山까치가

그 부리로 쪼아먹은

흔적이 있는 것도 보여서

나는 그걸 골라 먹으며

이런 논아 먹음이

너무나 좋아

웃어 자치고 있었다.

서정주, <서지월이의 홍시>

예나 지금이나 캠퍼스를 둘러보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한창

공사로 먼지가 날리던 시절에도 눈부신 첨단 건물들이 속속 들어찬

요즘도 늘 마찬가지다. 그것은 바로 평화로움이다. 캠퍼스라는

공간이 이토록 아름다운 에너지로 가득할 수 있는 건 시대가 흘러도

언제나 젊은 지성들이 모여들고 생동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밤새 진리의 불빛을 밝히고 힘차게 대지를 활보하는 그들이 참된

배움을 얻는 건 아마 책보다도 훨씬 더 넓은 ‘세상’에서일 것이다.

지식인으로서 세상에 대한 의무를 다하는 일만큼 큰 깨우침도 없다.

그래서 나는 수치화된 학점보다 판자촌 이웃을 위해 연탄을 나르던

학생의 땀방울에 더 신뢰가 간다. 멋들어진 답안보다 산골 분교

아이들에게 학습 멘토가 되어 수학 공식을 설명하던 학생의 열변에

더욱 감동한다. 그들에게서 그 순간 샘솟아 나오는 따뜻한 마음이

바로, 캠퍼스라는 공간을 평화라는 에너지로 가득 채우는 진정한

젊음이자 지성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행유여력 즉이학문(行有餘力 則以學問). 즉, 마음을 깨끗이 하는

행동 뒤에 배움에 임하라는 논어의 한 구절처럼 학문의 진정한

뜻은 곧 바른 가치를 실천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닐까. 실천적 지혜를

뜻하는 우리 봉사단 ‘프로네시스’의 이름처럼 국립대학으로서의

사명 역시 이 따뜻한 메시지와 함께 지속할 수 있기를 원한다.

S NU Think

실천하는 지성의 아름다움

SNU Noblesse Oblige 2009년 11-12월호,

통권 8호, 2009년 11월 1일 발행

발행인 이장무

발행처 (재)서울대학교발전기금

02.871.1222 www.snu.or.kr

151-919 서울특별시 관악구 낙성대동

산4-2 연구공원본관

기획 남익현

편집 및 디자인 홍디자인

출력 제이씨그래픽스

인쇄 영은문화

목차

C2 T h i n k

삶에 대한 성찰과 새로운 생각

이장무 총장의 ‘나눔’ 메시지

02 W i s d o m

시대와 호흡하는 지혜

영예로운 의무, Noblesse Oblige

04 P e o p l e

특별한 서울대 사람과의 만남

송상현 국제형사재판소장

06 G a l l e r y

예술을 읽는 작은 여백

토우 김종희의 다기

07 A r t o f G i v i n g

한걸음, 더 아름다워지는 세상

아름다운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

10 V i s i o n

Vision 2025 에세이

자율성과 독립성을 향한 법인화

12 H o n o r

서울대학교발전기금 기부인 인터뷰

신양학술재단 정석규 이사장의 신념

16 C u l t u r e

격조 높고 다채로운 문화 제안

선물에 담긴 특별한 이야기

20 N e w s

서울대학교발전기금 뉴스

2009 세계대학평가 47위 외

서울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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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N U Wisd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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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명과 더불어 살아가는 길, ‘나눔’

액설로드가 말한 바로는 개인뿐 아니라 단체, 국가

간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상황도 이 ‘죄수의 딜레마’

로 정리될 수 있다. 인간과 자연의 여러 관계는 정글 속의 투

쟁, 즉 남이 죽어야 내가 사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것이

다. 상대가 잘해야 나도 잘할 수 있고 내가 협력한다는 신뢰

를 주어야 상대의 협력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이론적으

로도 밝혀낸 셈이다.

우리는 흔히 나눔, 사랑에는 자기희생이 전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에게 대접하라’는 그리스도교의 황금률은 반드시

자기희생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나눔은 나와 사회, 나

아가 인류와 우주의 만물이 더불어 잘 살아감을 뜻하는 것

이다. 액설로드의 실험은 나눔과 배려와 협력이 나 또는 최

소한 내 유전자의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입

증한다. 공동체에 영향력을 가진 이들의 나눔과 사랑이 해

당 사회의 건강에 보다 크게 기여하는 건 당연하다. 영향력

있는 계층의 나눔, 즉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중요한 이유다.

어쩌면 종교의 가르침이 위대한 것도 나눔과 사랑이 나와

인류와 지구의 지속에 필수적이고도 고귀한 법칙이라는 걸

정확하게 통찰했기 때문이 아닐까.

글 김종락(문화일보 기자)

순자의 ‘성악설’에서 토머스 홉스의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

쟁’,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본성에 대한 비관론의 역사는 매우 길었다. 이에 따르면 자

연 그대로의 사람은 뿌리 깊은 이기심으로 남이 어떻게 되든

나의 생존과 성공만을 추구할 뿐이다. 그렇다면 이토록 이

기적인 인류는 어떻게 멸망하지 않고 문명을 창조했을까?

여기 ‘죄수의 딜레마’라는 실험이 있다. 1950년대 창

안된 이 실험의 개념은 공범 A와 B가 분리된 방에서 심문을

받는 것이다. 둘 다 의리를 지켜 침묵하면 같이 1년 형을, 한

쪽이 배신해 자백하면 자백한 이는 석방되지만 의리를 지켜

침묵한 이는 5년 형을 받는다. 두 사람 모두 서로 배신하면

같이 3년 형으로 처벌한다. 그렇다면 이 게임에서 A는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가장 유리할까? 의리를 지키면서 1년, 또

는 최악의 경우 5년 형을 받을 것인가. B를 배신하고 풀려

날 것인가. 하지만 문제는 B도 똑같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개인적으로는 합리적인 결론이 두 사람 모두에게

는 더 나쁜 결론을 가져오는 것, 이것이 바로 딜레마다.

미국 미시간대 정치학과 로버트 액설로드 교수는 이

딜레마를 해결하는 최선의 조건을 찾아낸다. 게임을 한 번

만 한다면 배신이 가장 합리적이나 여러 차례 반복할 때는

협력이 훨씬 낫다는 것이다. 액설로드가 수학, 사회학, 정

치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에게 여러 가지 선택

이 가능한 전략 프로그램을 의뢰해 실험을 진행한 결과, 상

대에게 무조건 협력하고 상대의 협력에는 반드시 협력으로

대응하는 편이 가장 유리했다. 첫 실험 결과를 두루 알리고

대상을 넓혀 2차 실험을 진행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김환기의 별 그리고 빛

세상을 변모시키는 것은 무력도 인위적인 제도도 아닌 고결한 정신과 실

천의 힘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결국 밤하늘의 별처럼 시대를 이끄는

빛이 되어 세상의 그늘을 밝혀나갈 것이다. 동양적 정서의 추상을 통해

밤하늘에 반짝이는 수많은 별을 형상화한 김환기 화백의 작품.

김환기, <작품 19-VII-72 #229>, 1972, 캔버스에 유채, 264×209cm ⓒ환기재단・환기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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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N U People

국제형사재판소는 전쟁범죄와 대량학살 등 중대한 국제 범

죄를 단죄하기 위해 지난 2002년 설립됐다. 모두 101개 국

가에서 협약을 비준한 이 국제재판소의 수장은 놀랍게도 한

국인이다. 바로 서울대학교에서 반평생을 학문에 매진해

온 송상현(법과대학 63년 졸업) 소장이다. 국제기구를 이

끄는 또 한 사람의 한국인으로, 송상현 소장은 세계에 한국

법조계의 위상을 떨치고 있다.

청렴, 세계의 질서를 담보하는 미덕

지난 10월 22일, 단풍이 유난히 아름답게 물든 관악캠퍼스

에서는 사제간의 감동적인 만남의 자리가 열렸다. 바로 송

상현 소장의 제자들이 스승의 업적을 기리는 공간을 마련하

고 이를 헌정하는 기념식을 연 것이다.

“35년 넘도록 이 교정에서 행복한 학구 생활을 했으

므로 더 바랄 게 없다고 생각했지요. 이런 특별한 공간이 생

기고 여기서 후배들이 공부한다고 하니 과분한 영광에 그저

송구스럽기만 합니다. 부디 이 공간이 후배 법학도들에게

응용과 협동의 광장으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제자들의 뜻깊은 선물에 그는 몸을 낮추었다. 법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송상현 소장은 국제거래법, 민사소송

법, 지적재산권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미국 하버드대,

뉴욕대를 비롯하여 호주, 뉴질랜드의 명문대에서 강의하며

전 세계에 수많은 법조인을 길러냈고 지난 2003년, 아시아

인 최초로 국제형사재판소 초대 재판관으로 선출되어 국제

평화의 수호자로 활동해왔다.

송상현 소장은 학문적 성과와 국제적 명성 못지않은

한결같은 인품으로 존경을 받고 있기도 하다. 법조인으로

서 그는 공익을 위한 일에는 늘 흔쾌히 나섰고 어려운 사정

에 놓인 제자들을 돕는 일에도 발벗고 나섰다. 법은 원칙을

중시하는 학문이지만, 법을 대하는 사람으로서 어떠한 가

슴을 지녀야 하는지 그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정의는 평화의 어머니

올해 3월, 그는 압도적인 지지로 국제형사재판소장에 선출

됐다. 앞서 6년 동안 재판관으로 활동하며 보여준 판단력과

도덕성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판결에 영향을 미칠까

봐 누구도 쉽게 만나지 않는 등 엄격하고 청렴한 자기 관리

는 수행의 길을 걷는 성직자에 빗댈 만큼이었다. 극악무도

한 범죄가 늘어가는 21세기, 국제형사재판소에 거는 세계

인의 기대가 큰 만큼 수장으로서 느끼는 책임감도 무겁다.

“법률은 인류 사회에 정의와 평화를 가져다준다고

생각합니다. 유엔이 줄곧 협상을 통해 세계 평화를 구현해

왔지만 정의가 먼저 이뤄지지 않으면 평화는 곧 깨지고 맙니

다. 반문명적인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벌하여 정의를 바로

세울 때 평화가 유지된다는 것을 세계가 공감하고 있으니

국제사법재판소의 역할과 책임은 무한하다고 봅니다. 우리

법학도들도 일찍 바깥으로 눈을 돌려 국제적 이슈를 깊이

분석하고 세계무대에 어울리는 감각을 길렀으면 합니다.”

재판소에서 임기를 마친 뒤에는 법률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과 여성들에 대한 사업을 후원할 계획이라는 송

상현 소장. 냉정한 판단과 명확성이 미덕인 법을 다루면서

인간에 대한 존경과 신뢰를 강조해 온 그의 소박한 꿈이다.

제자들이 지어준 아호가 ‘心堂(마음의 집)’이듯, 송상현 소

장은 법이 모든 이들에게 안전한 집이 되어 주기를 바라며

묵묵히 정의구현의 길을 걷는다.

글 김선경 사진 박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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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형사재판소장 송상현

맑고 깨끗한 마음의 전당

송상현 소장은 독립운동가 고하 송진우 선생의 손자다. 서너 살 때 조부에게서 회초리를 맞으며 한문을 익힌 그는

조부가 작고한 후 집안에 전해지는 일화, 어록을 접하며 자랐다. 특히 “항상 이상적 목표를 품되 현실과 주변을 철저하고

깨끗이 하라”는 가르침 대로 냉철함과 정직함이라는 미덕을 유념해 온 것이 오늘날의 그를 키운 밑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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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을 나누어 아름다운 ‘이윤’을 얻다

감각적인 광고로 유명한 카드회사가 버스정류장을 꾸몄다. 건조한 표정의 버스정류장이

근사한 예술품으로 변모하자 시민들의 표정도 한결 여유로워졌다. 이처럼 최근엔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사회에 이바지하는 사례가 늘어나 나눔의 외연은 더욱 넓어지고 있다.

현대카드가 꾸민 버스정류장 ‘아트셸터’

S N U Ga l ler y

이갑철, <토우 김종희의 다기>, 2006

시대를

초월한

불멸의

가치

토우 김종희는 현대 도예가들 가운데 처음 茶器 제작을 시도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소박하고 단아하면서도 고운 빛깔을 자아내는 찻잔. 사진의 찻잔은 어느 사업가의 소장품으로

그가 1982년 해인사 인근에 있던 김종희의 공방에 직접 찾아가 구매한 것이다.

김종희의 다기는 화려한 기교가 없이 투박하지만 태토를 두텁게 하여 튼튼하며 주둥이를

붕어입처럼 만들어 놓아 찻물이 잘 나오도록 한 실용적인 작품이었다. 일상에 쉽게 젖어들어

삶의 풍경을 향기롭게 만드는 매력이야말로 도공의 혼이 빛을 발하는 지점일 것이다.

S N U A r t of G iv i 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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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합리적이고 역동적인 조직이다. 탁월한 전문 분야와

막강한 자본력, 인재와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저소득층의

집을 고쳐주는 건설회사의 봉사활동, 미소를 잃어버린 여성

암환자에게 화사한 아름다움을 되찾아 주려 메이크업 행사

를 주관하는 화장품 회사. 구호품의 배송을 지원하는 택배

회사. 이 모두가 자신들의 역량을 발휘해 나눔에 적극적으

로 나서는 아름다운 모습들이다.

나눔의 큰 걸음

우리 사회에는 개인의 마음과 능력만으로 혹은 몇몇이 힘을

모은다 해도 볕 들게 할 수 없는 어두운 자리들이 많다. 하

지만 인력과 자본력, 효율적인 시스템과 능력을 갖춘 기업

들이 나서기 시작할 때의 결과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

으로 대단한 파급 효과를 지닌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나

눔 운동의 실현은 바로 이러한 전문 집단의 힘이 뒷받침되었

을 때 가능하다.

도심 거리에서 우리는 가끔 안내견과 함께 걷는 시각

장애인을 만난다. 시각장애인은 안내견 덕분에 다른 이의

도움 없이 출퇴근을 할 수 있고 슈퍼마켓에 갈 수 있으며 집

으로 돌아올 수 있다.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의 사회 참여를

막는 가장 큰 장벽인 이동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다. 그

러나 몇 년 전만 해도 국내에선 시각장애인이 안내견의 도움

을 받아 외출하는 일은 사실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다. 안내

견을 양성하는 교육 기관조차 거의 없었던 탓이다.

이 역할을 떠맡은 주체는 바로 삼성화재였다. 삼성

화재는 단순히 안내견만 양성한 것이 아니다. 시각장애인

에게 무상으로 안내견을 기증하는 것은 물론, 안내견을 지

속적으로 키워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데에도 앞장섰

다. 공공장소와 대중교통수단 등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법률 개정에도 힘을 쏟았고 지속적인 캠페인을 통해

안내견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도 노력했다. 시장을 개척

하던 적극성이 공익사업에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던 것이다.

폭넓은 고객층이 발휘하는 파급 효과

GS칼텍스의 ‘나눔’ 프로젝트는 기업의 경제활동 루트를 그

대로 활용한 기업 나눔의 사례다. ‘나눔’이라는 이름의 천연

가습기와 MP3는 깜찍한 디자인과 기능을 갖춘 매력적인

1 제일모직은 오랫동안 패션사업을 통해 얻은 매장 인테리어 노하우를

기부하고 있다. 사진은 제일모직이 꾸민 ‘아름다운 가게’의 모습.

2 다양한 연령과 직업군의 단원들로 구성된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단

‘세종나눔오케스트라’. 클래식의 감동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공연을 통해 얻은 수익을 기부하고 있다.

3 인기연극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의 극단 ‘모시는사람들’은

매월 ‘샘물데이(Day)’를 정해 공연수익금을 물 부족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월드쉐어’과 함께 우물설치 비용으로 기부하고 있다.

4 GS칼텍스의 ‘나눔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한 천연가습기.

상품이었으며 그 상품이 인기를 끌면 자연스레 나눔의 크기

도 불어났다. GS칼텍스는 디자인 전문회사를 파트너로 선

정해 신제품을 개발하고 폭넓은 유통망을 통해 제품을 널리

알리고 판매했다. 기업의 영리 활동과 같은 루트다. 판매금

전체를 가난한 아이들의 교육 사업을 위해 기탁한다는 것만

다를 뿐이다.

얼핏 보면 번거롭게 느껴지는 방식이다. 돈을 자선

단체에 기부하면 간단할 것을 어째서 번거롭게 신제품을 개

발하고 판매한 후 그 금액을 기탁하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

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눔 프로젝트의 진짜 가치는 바로 이

번거로움 속에 있다. 나눔 프로젝트가 번거로운 이유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주체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GS칼텍

스는 프로젝트에 필요한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디자인 회

사는 디자인 기술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는 구매함으로써

나눔의 주체가 된다. 나눔의 경험을 공유해 나눔에 대한 인

식을 확장해 나가는 것. 나눔 프로젝트의 진정한 의의가 바

로 여기에 있다.

공공재를 위한 나눔

역량을 활용한 기업의 나눔은 직접적인 나눔 이상으로 공공

에 이바지한다. 때로는 특정 분야의 문화를 창출하고 때로

는 사람들의 인식을 이끄는 데에도 앞장선다. 이렇듯 기업

의 전문성과 추진력을 통한 나눔이 활성화되면 정부와 개인

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었던 사각지대는 점점 좁아질 것이

고 우리 사회는 그만큼 더 건강해질 것이다.

서울역 앞 버스정류장에선 3,680개의 LED 소자가

유려하게 빛을 내며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지난 7월 현대카드가 기증한 ‘아트셸터’라는 버

스정류장이다. 현대카드가 마케팅에서 발휘했던 창의력과

앞선 감각이 빛을 발하는 좋은 사례다.

나눔이 항상 무겁고 진지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딱

딱하고 실용적이기만 한 공공재를 변모시켜 이러한 즐거움

을 선사하는 것 또한 값진 나눔이 아닐까. 버스정류장이 근

사한 아트셸터로 바뀌는 것처럼 기업의 나눔은 오늘도 우리

사회의 표정을 풍요롭고 다채롭게 바꾸어가고 있다.

글 최승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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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합리적이고 역동적인 조직이다.

탁월한 전문 분야와 막강한 자본력, 인재와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들로 사회에 이바지하는 시대.

나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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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N U Vis ion

법인화로 혁신 추구하는 서울대학교

자유롭고 힘찬 飛上을 위하여

진정한 일류는 그저 흐름을 빠르게 따르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더 높은 곳에서 머나먼 미래를 예측하고 이끄는 지혜와 힘을 지니려 한다.

서울대학교는 그래서 지금, 혁신의 날개를 막 펼치려 하고 있다.

● 운영체제의 혁신과 효율화

● 일본, 독일, 싱가포르 등 경쟁 대학 수준으로 재정 확충

● 국제화 체제 강화와 글로벌 리더십 캠퍼스 조성

● 교직원의 신분 안정과 능력 향상

● 기초학문 및 보호학문(예술 등)의 진흥

서울대학교 법인화 10대 추진 방향

● 장학 복지 프로그램의 확충

● 세계 최고 수준의 교수진 확보

● 국가 발전에 기여할 우수 인재의 육성

● 중점분야의 세계적 연구 수월성 확보와 첨단 및 융합 분야 육성

● 사회 속의 대학 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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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

스트

김진

국제 경쟁력을 위한 다각적인 학문의 전당으로

법인화가 이뤄지면 전통적인 개념의 캠퍼스와 학제의 틀을 넘어

더 큰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 학문 간 벽을 허물고 재능을

갖춘 다양한 인재를 유치해 활발하고 전문적인 학문적 교류와

탐구가 이뤄진다. 외국인 교수와 학생의 비율도 획기적으로

높여나갈 뿐 아니라 국외의 분교 설립 또한 적극적으로 추진해

국내 최고의 대학이 아닌 세계적인 학문의 중심지로서 일류

인재들이 배움과 연구에 매진하는 전당이 될 것이다.

보다 합리적인 ‘주체’로 거듭나는 대학

법인화란 정부기관인 국립 서울대학교가 스스로 권리를 행사하고

움직일 수 있는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함을 뜻한다. 관료적인

체제를 벗어나 독립적인 주체로서 급변하는 국제 교육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자율적인 체제를 갖추는 것이다.

미국의 주립대학들과 영국의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대학 등은

출발부터 법인의 성격을 지녔다. 효율성을 바탕으로 했던 세계의

명문대학들은 지금 이 무한 경쟁 시대를 역동적으로 이끌고 있다.

이제 서울대학교도 그 대열에 합류하려 한다.

더욱 충실한 국립대학으로서의 책무

헌법이 대한민국의 통치질서를 근본적으로 규정하듯 서울대학교는

우리 대학사회와 고등교육의 현재를 헌법적인 지위에서 대변해 왔다.

이는 서울대학교가 국립대학으로서 지니는 책무의 막중함을

반증하는 비유이다. 기초학문을 육성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사회 속의 대학.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서울대학교의 근본적인

철학은 법인화 이후 효율적인 재정확충과 꾸준한 내부 혁신을

통해서 더욱 뚜렷하고 견고하게 유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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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신양학술정보관 1관 4층 세미나룸. 열띤 토론

을 벌이는 학생들 옆을 지나는 정석규 이사장의 표정에는

헤아리기 어려운 깊이가 느껴진다. 무려 110억 원에 달하

는 발전기금을 쾌척해 탄생한 이 지성의 전당을 매일 둘러보

며 그가 꿈꾸는 것은 무엇일까.

힘겨운 삶, 투명하고 검박하게 살아오다

그 세대의 대부분이 그러했듯 정석규 이사장도 전쟁과 가난

의 세월을 힘겹게 건넜다. 어렵사리 학비를 벌어 서울대학

교 화학공학과에 입학하지만 3학년에 접어들자마자 한국

전쟁이 일어났다. 미처 피난길에 오르지 못한 그는 전쟁의

공포에 시달리다 급기야 인민군에게 납치까지 당한다. 우

여곡절 끝에 기적적으로 석방된 그는 강원도 산악지대로 피

신해 있다가 9·28 서울수복―이 날은 그의 생일이었다―때

동부전선으로 진격해 오던 국군 제6사단의 감찰대장을 만

나 다행히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구사일

생이었다.

화학공학도였던 정석규 이사장은 1951년 보생고

무산업에 기술사원으로 입사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16년

동안 연구하고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태성고무화학을 설립

한다. 당시 고무화학산업은 고무신 등 간단한 제품을 만드

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그는 특수고무제품 생산부를 만들

어 엔지니어로서의 역량을 유감없이 펼쳐나가기 시작했다.

1956년, 미국의 고무공장에서 반년 동안 기술을 전수받은

후엔 재생고무분야도 적극적으로 개척했다. 외부의 자본이

나 기술 제휴에 의존하지 않고 성실히 이끌어나갔던 사업은

꾸준한 성과를 이뤄냈다. 중소기업이지만 전자공업분야는

물론 자동차용 고무부품의 국산화에도 큰 역할을 담당했던

태성고무화학은 기술개발 업적과 투명한 경영으로 업계에

서 단연 돋보이는 기업이었다.

S N U Honor

마음으로 전해 듣는

깊은 뜻

정석규

신양문화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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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일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던 정석규 이사장

은 돌연 회사를 전문 경영인에게 매각하고 신양문화재단을

설립한다. “기업은 개인의 재산을 축적하는 곳이 아니라 경

제발전에 기여하고 회사 구성원을 위한 삶의 터전이어야 한

다”는 경영철학이 결국 사회환원이라는 다음 꿈으로 자연

스레 이어진 것이다. 전문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을 투명하

게 경영하며 우리 산업발전에 기여해온 정석규 이사장은 지

난 1998년 장학재단을 설립, 자산 규모 153억 원(2008년

기준)의 견실한 재단으로 일구어 냈다. 그간 서울대학교에

학술정보관 건립 등 총 110억 원이 넘는 발전기금을 쾌척했

는데 이는 현재까지 서울대학교발전기금 기부인 중 가장 큰

규모이다. 이 밖에도 한국고무학회, 한국로타리장학문화

재단, 영등포구청 등을 지원하는 등 그의 사회 후원에 대한

갈증은 그치질 않고 있다.

학술공간의 탄생 그리고 이어짐

기업을 후손에게 상속하지 않고 이익을 사회로 환원하겠다

는 정석규 이사장의 계획은 여전히 흔들림 없이 실천해가는

신념이다. “재산이 독약이 될 수도 있다”며 탐욕을 위한 돈

을 경계해온 그는 돈에 대한 뚜렷한 철학을 갖고 있다. 탐욕

을 위해 소비하는 재산은 쉽게 사라지지만 기부하는 재산은

절대 소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의 이익을 위해 미래를 보고 투자를 하

는 셈이지요.”

사회를 통해 일군 재산을 다시 사회에 내놓음으로써

어려운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이라는 가치를 되돌려 주는

것처럼 보람찬 가치상승도 없다는 것이다. 모교를 위한 적

극적이고도 막대한 규모의 후원은 지난 1999년, 하버드대

를 방문하고 나서부터 본격화됐다.

“하버드대에는 크고 작은 도서관 100여 개가 여러

곳에 있더군요. 모든 학생에게 공부할 공간이 그만큼 가까

이 있다는 점도 돋보였지만 방대한 학술자료들이 전문적으

로 세분화된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당시 하버드대의

재정 규모가 무려 200조 원 정도였다고 하니 그런 선진적인

환경이 이해가 되더군요.”

탄탄한 재정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교육연구 시스

템을 실현하는 모습을 목도한 그는 귀국 후 모교에도 이러

한 학술공간을 건립해 기부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해서

2004년 2월, 정석규 이사장의 뜻을 담은 첫 번째 학술공간

인 신양학술정보관이 탄생하게 된다. 점차 학문 간 균형 발

전을 위해 뜻을 넓혀 2008년 3월엔 신양학술인문정보관이

개관했고 올해에는 사회과학대학에도 제3호관 건립을 위

한 첫 삽이 떠졌다.

긴 호흡으로 남을 아름다운 유산

공과대학 신양학술정보관에 있는 재단 사무실로 매일 출근

하는 정석규 이사장. 4층 세미나룸을 지나 사무실을 드나

드는 그에게 손자뻘 되는 학생들이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

를 한다. 늘 과묵한 그의 표정에 수줍고도 흐뭇한 미소가 은

은하게 피어오르는 순간이다. 이 길을 따라 들어가며 그는

눈길마다 학생들의 열정을 새긴다. 자리가 가득 차 있으면

마음 깊이 기쁨을, 빈자리가 많으면 서운함을 감추기 어렵

다. 그가 이 공간을 세우며 가졌던 바람은 이곳에서 공부한

학생 중에 노벨상을 받는 인재가 나왔으면 하는 것이다. 또

한 생전에 모교가 세계 10대 대학으로 평가받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기부문화의 부흥을 위한 정석규 이사장의 조언은 언

론에서도 여러 차례 주목된 바 있다. 세무를 비롯한 각종 정

책에 있어 관련기관이 세법과 규제를 현실적으로 완화해야

하며 기부금을 수혜받는 기관도 기부자에 대한 예우를 개선

해야 한다는 것이 요점이다. 기부를 그저 기적처럼 여기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영예로운 행위로 이끌 수 있도록 제

도적인 뒷받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젊은 시절, 공기도 잘 통하지 않던 전농동 그 좁은

하숙방에서 독한 담배를 너무 피웠던 것이 결국 후두암의

원인이 되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면 힘겹게 살고 배

웠던 우리 세대의 상처이기도 합니다.”

알려진 것처럼, 정석규 이사장은 지난 1998년 성대

까지 제거하는 후두암 수술을 받은 탓에 육성으로는 대화

가 힘들다. 차분하게 글을 써 보이며 의사소통을 하곤 하지

만 진심을 담고자 할 때는 목울대를 누르고 힘겹게 목소리

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곧 미래를 이끌어 갈 인

재들과 우리 사회를 향한 우렁찬 울림이 되고 있다.

글 권순주 사진 박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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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N U Cult 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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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은 구애와 함께 시작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상대에게 전하는 수단으로서 선물은 사랑의 또 다른 언어인 셈이다.

서머싯 몸의 <열두 번째 아내>에는 열두 번 결혼한 사내가 등장한다.

외모도 출중하지 않고 재산도 없는 그가 어떻게 열두 번이나

결혼할 수 있었을까. 그는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아내를 다정하게

안아주고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꼭 초콜릿이나 꽃 몇 송이를 사왔다.

그는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아내에게 쏟는 정성”이라고 말한다.

선물은 소중한 것을 상대에게 기꺼이 주는 데 그 아름다움이 있다.

정성을 다하여 드리는 마음을 이르는 헌근지성은, 옛날 햇미나리가

나오면 제일 먼저 임금에게 바친 데서 연유한다. 봄눈이 듬성듬성

남은 눈밭에서 그해 처음으로 베어낸 미나리는 눈부시게 푸르고

맛과 향이 부드럽고 은은하다. 임금에게 올리는 햇미나리와 같은 정성,

물건을 보지 말고 마음을 보라는 것은 바로 선물 뒤에 숨은 정성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문득, 이 세상 사람들이 주고받은 수많은 선물과

거기에 스며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궁금하다. 선물은 인생길을

밝히는 가로등이다. 힘들고 지칠 때 따뜻한 위로와 힘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선물의 마법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선물은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다

촛대

와 이

어령

의 반

뿔테

안경

이 놓

인 책

평창동 이어령의 서재에는 고요하지만 거대한 기운이 넘실댄다.

오랜 세월 문장과 겨룬 고뇌와 열정, 방대한 지식으로 가득한

바다에서 그는 커다란 범선처럼 유영하고 있었다. 이 시대 최고의

지성은 섬처럼 떠올라 있는 저 너른 책상에 정박하여 수십 권의

빛나는 문장들을 쏟아냈을 것이다. 부채꼴로 펼쳐진 둥근

책상머리엔 두 개의 촛대가 마주 보며 놓여 있었다. 이어령이

초에 불을 붙였다.

‘촛불아 / 나의 어느 사랑 노래로도 / 노래 너머 첩첩 산길 더욱 가는 /

그 사랑으로도 / 나의 삶 전부로도 / 너를 / 못 이기겠다’.

‘승천한 / 촛불들은 / 별이 되었나요 / 별이 되어 / 밤새도록 /

빛의 비를 / 내리나요’

김남조, <촛불> 中

그것은 김남조 시인의 선물이었다. ‘촛불과 향유의 미학’을

노래하던 시인은 아끼는 이들을 위해 당신이 직접 초를 굽곤 했다.

시인의 작품세계를 친절히 대중에게 소개했던 이어령이

서재를 새로이 꾸미던 날, 시인은 초와 촛대를 들고 이곳을 찾았다.

그리고 그날 시인이 세워주고 간 등대는 오늘도 고결하게

타오르는 불꽃으로 이어령의 책상을 환히 밝힌다.

이어령의 책상을 밝히는 등대

크리에이티브 이어령

초대 문화부장관을 지낸 이어령 중앙일보 고문.

그에게는 이제 시대의 지성이라는 오랜 칭송보다

번뜩이는 상상력으로 새로운 문화를 이끄는

창조자의 역할이 어울린다. 그의 내일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그것이 곧 이어령이다.

글 김선경, 김현남 사진 박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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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빛으로 칠한 나무토막에 그린 쪽진 머리의 여인.

윤석남 화백의 작품인 그림의 여인과 유정아가

만난 것은 지난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폐막식 사회를

마치고 나서였다. 그가 임하는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진심으로 축제의 의미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모습에

영화제의 이혜경 위원장이 감사의 표시로 건넨 선물이었다.

책상에 올려놓은 작품을 보며 유정아는 이 작은 사물에

투영된 여러 사람의 숨결과 체취를 만난다. 여성의 삶을

소박하고 아름답게 그려낸 윤석남 화백의 작품 세계를,

그리고 화백께서 자신이 진행했던 방송을 들으며

‘유정아라는 사람의 느낌이 참 좋다’고 했다던 이야기를,

여성의 시각으로 일구어 낸 영화제를 이끌어 가는

이혜경 위원장의 열정과 진심을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로

이 땅의 여성으로 행복하게, 때로는 힘겹게 살아가는

유정아 자신의 모습을. 그것들이 모두 ‘마음’으로

전해져 오는 순간마다 그림의 여인은 그 단아하고

강직한 표정으로 그의 곁을 지키는 수호신이 된다.

톈산산맥의 장대한 줄기에 자리한 카자흐스탄 칸텐그리.

15년 전, 엄홍길은 해발고도가 무려 7천 미터에 달하는

이 산의 정상에 도전했다. 칸텐그리에서 마주쳤던

산악인들은 과연 베이스캠프에 온 엄홍길을 보며 그가

후에 인류 최초로 히말라야의 모든 봉우리를 오르리라

예견했을까. 베이스캠프를 관장하던 우람한 덩치의

카자흐스탄 사내는 키 작은 동양인의 도전에 코웃음을 쳤다.

역시 칸텐그리를 오르는 길은 녹록지 않았다. 곳곳에서

눈사태로 말미암아 사고도 일어났다. 두려움이 엄습했지만

자신을 얕잡아 보았던 사내의 시선을 생각하면 오기가

치솟았다. 이를 악문 엄홍길은 마침내 정상에 올랐고

베이스캠프로 무사히 복귀하는 데 성공했다. 등정을

축하하는 파티까지 열렸지만 사내는 여전히 그를 거만하게

대했다. 취기가 오르자 슬슬 몸싸움까지 걸어온 사내에게

엄홍길은 씨름을 가르쳐 주고 겨뤄 통쾌하게 쓰러트렸다.

끝내 사내는 멋쩍게 패배를 시인했고 다음 날 아침,

베이스캠프를 떠나는 엄홍길에게 자신의 모자를 벗어

씌워주고는 엄지를 추켜세워 주었다. 15년째 엄홍길의

머리 위를 지킨 그 모자는 한국 산악인의 용맹함에 대한

진심 어린 헌사이자 칭송이었다.

엄홍길을 지켜온 모자의 기운은

이 땅의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줄 것이다.

히말라야의 은혜 나누는 엄홍길

윤석

남 화

백의

작품

, 유

정아

는 이

선물

을 통

해 또

다른

소통

을 경

험하

고 있

다.

산사나이 엄홍길에게 바친 경의

19

유정아와 마주친 마음

산이 받아주었기에 해발 8천 미터의 산에 비로소

발을 디딜 수 있었다는 엄홍길 대장. 그는 산에서

얻은 가르침과 은혜를, 불굴의 도전정신을 통해

이루어 냈던 희망을 이 땅의 모든 인류와 함께

나누고자 한다. 그는 ‘인류 최초 히말라야 16좌

등정’이라는 영광을 준 히말라야 땅에 보답하고자

그 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초등학교를 짓고 있다.

말하기의 지혜로움 가르치는 유정아

방송인, 에세이스트, 서울대 말하기 강사.

그의 직함은 여러 가지이지만 직업적 전문성은

모두 소통이라는 메시지에서 시작된다. 소통의

본질에 대한 연구를 계속 이어나가 사회가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게 묻고 답하며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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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NU News

20

서울대학교가 세계적 수준의 교육 연구 인프라 구축과 지

속적인 국제화 추진에 힘입어 대학평가순위에서 40위 권으

로 올라섰다. 영국 더 타임스가 선정하는 ‘2009 세계 200

대 대학평가’에서 서울대학교는 지난해보다 3계단 상승한

47위를 기록했다. 이 평가는 세계 석학들의 평가(40%), 교

수 1인당 논문 인용지수(20%), 교수 대 학생 비율(20%),

국제기업의 대학평가(10%), 외국인 교수 비율(5%), 외국

인 학생 비율(5%) 등을 바탕으로 2004년부터 매년 200대

대학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지난 2005년 우리나라 대학

중 최초로 100위 권에 진입한 서울대는 이 평가에서 지난

해엔 50위 권으로 올라서며 비약적 상승세를 이어왔다.

특히 이번 평가에서도 각 학문 분야별로 고른 평가를

받은 점이 돋보였다.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24위, 공학분야

27위, 자연과학 분야 28위, 사회과학 분야와 인문·예술분

야도 각각 30위와 33위를 나타냈다. 또, 평가의 40%를 차

지하는 석학평가(Peer Review)에서도 25위로 높은 평가

를 받았으며 연구의 질적 수준을 나타내는 논문 1편당 피인

용 지수평가에서도 3.5회를 기록했다.

세계대학평가의 지속적인 상승은 교육 시스템 개선

과 연구 업적의 향상은 물론 지속적인 국제화 노력까지 뒷

받침된 결과다. 이장무 총장 취임 이후 서울대는 ‘세계 초

일류 대학으로의 도약을 향한 서울대 국제화’를 주요 과제

로 추진해 왔다.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해외 석학 60여

명 초빙, 80여 명의 외국인 교수 채용, 80여 개 국가에서 온

2,000여 명의 외국인 학생 유치 등이 그것이다. 또, 세계

유수 대학들과 맺은 수많은 협정과 복수학위과정, 미국 LA

에 미주센터 SNU America 설립 등으로 세계 속의 명문을

향한 기틀을 다져가고 있다.

세계적 명문 반열에 다가서다

서울대학교, 영국 더 타임스 평가 ‘2009 세계대학평가’ 47위

세계대학평가에서 괄목할 만한

상승세를 이어온 서울대학교는

지속적인 국제화를 통해 세계적 수준의

교육 연구 인프라를 구축해왔다.

서울대학교는 앞으로도 세계 10위 권의

명문 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지속해 나갈 것이다.

자랑스러운 7인의 이름으로 빛날 거주형 캠퍼스

신축 거주형 캠퍼스 헌정 캠페인

1983년 존 템플턴 경의 기부로 세워진 옥스퍼드 대학의

Templeton College, 토마스 캐벗이 기부한 하버드 대

학의 Cabot House 등 세계적인 명문대학에는 교육과 문

화, 공동체 기능이 복합된 거주형 캠퍼스(Residential

Campus)가 있다.

서울대학교도 2,500여 명의 학생들이 쾌적하고 선

진화된 학습 환경과 공동체 문화를 누리며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첨단 거주형 캠퍼스를 신축하고 있다. 총 7개

동으로 2010년 7월 완공 예정인 거주형 캠퍼스는 운동장,

공연장, 독서실, 스터디실, 동아리방, 헬스장 등을 갖춘 주

거와 교육, 문화가 결합한 공간이다.

서울대학교발전기금(이사장 이장무)은 2010년 6

월까지 진행되는 모금 캠페인 ‘VISION 2025’의 남은 기간

동안 50억 원 이상의 기금을 출연한 기부인 일곱 명을 선정

해 신축 거주형 캠퍼스 각 1개 동의 이름을 기부인에게 헌정

하는 캠페인을 펼칠 예정이다. 거주형 캠퍼스라는 첨단 공

간의 기능과 선진적인 캠퍼스 문화가 영예로운 기부의 의미

와 어우러져 더욱 뜻깊은 공간으로 탄생할 것이다.

서울대학교 거주형 캠퍼스 조감도

SNU Noblesse Oblige는 한 해를 마무리하며 독자 여러분을 위해 특별 부록을 제작했습니다.

그동안 표지를 장식했던 국내 최정상급 작가들의 작품을 담은 고급스러운 엽서입니다.

아울러 SNU Noblesse Oblige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도 보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SNU Noblesse Oblige Vol.8의 특별한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