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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과 전망 2007년 가을·겨울 통권 71호

발행인 박영률

편집인 박영호

동향과 전망 편집위원회

편집위원장 전창환(한신대, [email protected])

편집위원 김용현(동국대) 김종엽(한신대) 남궁곤(이화여대) 남기곤(한밭대) 박준식(한림대)

석재은(한림대), 송위진(과학기술정책연구원) 양문수(북한대학원대학교) 오유석(성공회대)

유철규(성공회대) 이건범(한국금융연구원) 이남주(성공회대) 이영희(가톨릭대) 이인재(한신대)

이일영(한신대) 장홍근(직업능력개발원) 전병유(한국노동연구원) 전창환(한신대) 정건화(한신대)

정해구(성공회대) 조석곤(상지대) 조형제(울산대) 조효래(창원대) 홍석준(목포대) 홍장표(부경대)

발행일 2007년 10월 1일

등록번호 제1-2136호

출판등록 1997년 2월 13일

박영률출판사([email protected])

121-869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568-33 충무빌딩 1층

전화 02-7474-001

팩스 02-736-5047

지식재산권

이 책의 지식재산권은 한국사회연구소와 박영률출판사가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의 내용과 형

식을 사용하려면 지식재산권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저자, 편집위원장, 출

판사에게 전자우편으로 물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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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글  3

편집자의 글

대통령 선거일까지 불과 10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대선 열기는 유

례없이 싸늘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선열기가 지금보다 고조되겠지

만 이번에도 정책선거는 물 건너간 것처럼 보인다. 그 대신 한 여 교수

의 학력위조사건과 이에 연루된 정관계 개입사건에 온 국민의 관심과

시선이 쏠려 각 후보 간 정책과 공약의 차이가 별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경제정책 관련해서 올해에는 유난히도 중요한 법들이 새로 제정되거나

개정되었지만 제대로 심의·검토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우

선 국민연금 법 제·개정으로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됨과 동시에 국민

연금 급여가 삭감되었다. 국민연금과 관련하여 더 중요한 것은 아직

법으로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기획예산처를 중심으로 경제부처가 국

민연금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인 기금운영위원회를 보건복지부에서 떼

어냄과 동시에 기금운용위원회 위원 구성에서 가입자대표의 몫을 대폭

줄이려는 시도를 감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불행하게도 주무부처인 보

건복지부만 대책마련에 부심할 뿐 가입자 대표인 민주노총이나 한국노

총 심지어 시민단체조차 이 문제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

경제 및 금융 나아가 자본시장 전체를 좌지우지할 국민연금의 운용을

소위 민간금융전문가에만 맡겨도 되는지 걱정이 앞서지 않을 수 없다.

이와 함께 동북아 금융허브구축을 목표로 하여 자본시장에서의 빅뱅을

유도하여 대형 투자은행설립을 유도하려는 자본시장과 금융 투자업에

관한 법률 소위 자본시장통합법이 올 7월 국회를 통과했다. 세부적 감

독규정의 정비 및 시행령마련 등 1년 6개월 동안의 유예기간을 거쳐

2009년 1월부터 본 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일본, 독일, 영국 등 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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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동향과 전망 71호

선진국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세계 최대 금융 강국인 미국이 뉴욕시

를 중심으로 해서 자본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한·미 FTA 못지않게 자본시

장통합법이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문제는 그 방향과 그 방향으로의 실현가능성을 제한하는 제약들이다.

• • •

우리 사회는 다양한 사회갈등이 표출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민주화

의 진전에 따라 과거 권위주의체제 하에서 억제되던 다양한 사회적 욕

구가 분출하면서 갈등의 발생빈도는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 부안 핵폐

기장 건설, 새만금 간척사업과 같은 대형공공사업이나 의약분업, 연금

개혁, 행정수도 이전, 한·미 FTA, 비정규직 법안 등 중요한 공공정책

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들은 다양한 이해집단간 갈등을 초래했으며 물

리적 충돌과 극단적 대립으로 우리 사회를 몰아넣었다.

그럼에도 갈등해결 원리라고 할 만한 합의된 제도나 관행은 우리 사회

에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민주화는 진전되었지만 형식적이고

절차적인 민주적 제도의 도입만으로 민주주의적 갈등해결의 원리가 작

동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거의 대부분의 경우 우리 사회

는 커다란 갈등의 비용을 치르면서도 문제해결은 대부분 미봉적이고

갈등재연의 불씨를 남겨, 사회 시스템이 효율화되기보다는 점점 더 깊

은 상호불신의 덫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심화시키고 있다.

사회구성원들의 욕구는 앞으로도 범위와 수준이 더 증대될 것이며 따

라서 사회갈등은 첨예화될 것이 분명하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사

회갈등의 이해와 해결을 위한 연구는 시급하고 절실한 과제라 할 수 있

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이번 호 동향과 전망의 특집은 <한국의 사회 갈

등: 쟁점과 현안>이란 제목으로 우리 사회 갈등의 현안과 과제를 점검

하는 주제로 잡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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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글  5

특집으로는 모두 네 편의 글을 묶었다. 먼저 정건화의 글은 총론적 성

격의 글로서, 사회갈등에 관련된 중요 논점들을 살펴보고 갈등에 관한

사회과학적 연구의 현황과 성과를 다루고 있다. 정건화는 사회갈등 연

구의 흐름을 크게 구조론적 접근, 제도론적 접근 그리고 행위론적 접근

으로 구분하고, 제도론 차원에서 갈등관리를 위한 중범위 수준의 제도

와 정책에 대한 성과의 축적을 강조한다. 또한 사회갈등의 관리 혹은

해결원리로서는 시민사회=참여자치적 갈등관리 해법에 주목하고 이러

한 관점에서 한국사회 갈등관리 시스템의 구축을 제안한다.

다음으로 이영희의 글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커다란 사회갈등을 야기한

바 있는 핵폐기물 처분 기술을 대상으로 하여 원자력발전의 부산물로

발생된 핵폐기물 처분을 둘러싼 사회갈등, 그리고 위험기술의 민주적

관리와 공론화 문제를 다룬다. 이영희는 핵폐기물의 민주적 관리 방안

을 사회적 공론화의 관점에서 검토하면서, 고준위 핵폐기물은 그 위험

성이 매우 높아 안전하고 민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기 때

문에 소수의 전문가나 관료만이 그 관리의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되며,

포괄적 이해당사자로서 시민사회가 폭넓게 참여하는 민주적 관리시스

템이 구축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셋째, 정상호의 글은 최근 사회갈등을 해소할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

고 있는 지역사회협약의 이론화와 제도화를 위한 연구이다. 정상호는

본 연구에서 지자체, 시민단체, 노사가 참여하는 지역사회협약이 노사

갈등은 물론 환경, 지역발전, 복지문제를 풀어갈 민주적 대안임을 주장

한다. 끝으로 그는 현재의 혁신적 사회협약체제에서 보다 제도적으로

안정화되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책임 있는 사회협약체제가 되기 위

한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규호는 복합적이고 고질적인 환경갈등 문제의 해결과 관

련하여 갈등문제를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창조적 전환의 과제로 인식

하면서 거버넌스가 강조하는 참여의 확대와 심의의 확장이라는 원리를

갈등해결의 과정적 원리로 적용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한다. 나아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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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동향과 전망 71호

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개발과 보존을 둘러싼 환경갈등 문제

를 민관협의체를 통해 해결하고자 노력한 ‘시화지역 지속가능발전협의

회’와 ‘굴포천유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활동들을 분석한다.

이번 호에서는 다시 대안연구를 다루기로 했다. 서보혁·박순성은 한

국의 통일·외교·안보 영역에서의 대안적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

아가야 할 지를 제시한다. 이들에 따르면 한국이 통일을 향한 평화체

제를 주도적으로 형성하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에 바탕을 둔 냉전적 외

교·안보 정책이 아니라 ‘중간국가의 평화외교 구상’에 바탕을 둔 통

일·외교·안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나아가 이들은 한국이 민주주

의의 진전과 국제적 지위의 상승으로 중간국가의 지위에 있고, 한반도

냉전체제 해체와 동북아 지역협력의 동시 추진을 통해 평화통일을 이

루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끝으로 이들은 중간국가 평화외교 구상

의 한국판이라고 할 평화협력정책의 4대 기본 방향으로 통일지향적 평

화체제 수립, 탈동맹 선린외교·다자협력 추진, 인간안보에 기초한 국

제협력, 그리고 민주적 평화국가의 확립을 제시한다.

이번 호부터 새로 도입한 ‘해설’에서는 2007년 7월 3일 국회를 통과한

국민연금법 개정안과 기초노령연금법 제정안이 비판적으로 다루어진

다. 오건호는 이번 해설에서 국민연금 개정안의 내용을 정리하고 개정

과정에서 들어난 각 정치세력의 활동을 평가한다.

다음으로 일반 논문으로 네 편을 논문을 싣기로 했다. 우선 유철규는

한국경제의 금융화(자산시장 주도 경제로의 전환)라는 관점에서 외환

위기 이후의 IMF 구조조정, 한·미 FTA,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통합법)’간의 연계성을 검토한다. 그는 한·미 FTA

와 자본시장통합법을 계기로 경제의 미국식 금융화는 내재화단계에 들

어서고 있는 것으로 본다.

노중기는 사회적 합의주의’ 문제를 거시적이고 통시적인 관점에서 고

찰함으로써 민주노조운동 20년을 전체적으로 조망한다. 그는 노사정

합의 이면에는 단순한 이해득실을 넘어 축적체제와 노동체제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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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글  7

민주화의 확대와 같은 국가정치의 문제, 국가의 노동통제전략, 노동운

동의 전략적 노선 전환 등 보다 복잡한 문제가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관점에 서서 왜 한국의 노사정합의가 여러 차례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지를 해명한다.

안정화는 자본 축적의 동학과 맞물려 있는 구조적 실업이 소득분배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자본 축적률과 구조적 실업 사

이의 관계 그리고 구조적 실업과 노동자간 노동소득 분배 사이의 관계

를 분석하였다. 그는 분석의 결과 1997년 위기 이후의 높은 구조적 실

업이 축적률의 저하에 따른 것임과 동시에 저학력, 비정규, 여성 가구

주들이 주로 속한 하위 소득 계층의 소득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끝으로 조석곤은 토지조사사업과 농지개혁이라는 한국근대사에서 주

요한 토지제도의 변화가 농업생산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

고 있다. 그는 특히 요소투입, 기술선택, 인센티브 등의 세 가지 차원에

한정하여 그 영향을 집중 분석한다.

2007년 9월 10일

편집위원장 전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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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3 편집자의 글

특집 • 한국의 사회갈등:쟁점과 현안

11 사회갈등과 사회과학적 갈등분석

정건화

51 고위험 기술의 민주적 관리 방안 연구:

고준위 핵폐기물을 중심으로

이영희

81 지역사회협약의 이론화와 제도화를 위한 시론

정상호

114 환경갈등에 대한 거버넌스적 접근의 함의와 과제:

시화지역과 굴포천유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경험

정규호

대안연구

153 중간국가의 평화외교 구상:

한국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전환과 과제

서보혁·박순성

해설

190 국민연금법 개정안 평가 및 연금정치

오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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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205 한국경제의 금융화에 관한 현상분석:

구조조정, 한·미 FTA, 자본시장통합법

유철규

228 민주노조운동 20년과 사회적 합의주의

노중기

261 자본 축적과 구조적 실업 그리고 소득분배의 변화

안정화

304 토지조사사업과 농지개혁이 토지생산성에 미친 효과에 관한 비교 분석

조석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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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갈등과 사회과학적 갈등분석  11

특집【 한국의 사회갈등:쟁점과 현안 】

사회갈등과 사회과학적 갈등분석❉

정건화❉❉

한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1. 서

한국 사회는 급속한 경제성장과 사회구조의 변화에 따른 사회갈등의

표출을 경험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민주화의 진전에 따라 과거 권

위주의체제 하에서 억제되던 다양한 사회적 욕구가 분출하면서 갈등의

발생빈도는 과거에 비해 현저히 높아졌다. 대형국책사업이나 지역개

발, 비선호시설입지 등 정부의 공공사업을 둘러싸고 중앙정부, 지역정

부, 지역주민 혹은 이익단체 간의 갈등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부

안 핵폐기장 건설, 새만금 간척사업과 같은 대형공공사업이나 의약분

업, 연금개혁, 행정수도 이전, 한·미 FTA 등 중요한 공공정책과 관련

된 이슈들은 언제나 커다란 사회적 갈등을 초래했으며 찬반으로 갈라

진 심각한 논란으로 우리 사회 전체를 들끓게 했다.

앞으로도 사회구성원들의 욕구는 그 범위와 수준이 더 증대될 것이며

❉ 이 논문은 2007년도 한신대학교 학술연구비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결과이다. 꼼꼼하고

세밀한 논평을 해준 익명의 세 분 논문심사자께 감사드린다.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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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동향과 전망 71호

사회갈등도 첨예화될 것이 분명하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서 사회갈등

의 해결을 위한 제도와 경험의 축적에 대한 연구와 관심도 높아지고 있

다. 특히 참여정부에 들어 갈등관리에 대한 제도 확충과 법 제정에 대

한 관심이 크게 증대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갈등관리에 대한 연구보고서와 정책제안서들이 축적되었다.

사회갈등은 그 사회의 경제적 수준의 변화와 정치체제 및 법, 제도형태

등에 의해 그 유형과 표출의 양상 혹은 강도가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사회갈등에 대한 연구는 폭넓은 사회과학 분야 세

부영역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 또한 갈등에 대한 사회과학 분야의 학

제적 접근의 중요성과 필요성도 강조되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의 갈등

에 대한 관심과 연구경향을 보자면 갈등관리는 폭넓은 사회과학분야

학제적 연구가 뒷받침되지 않은 채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갈등관리 기

법과 제도화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학제적 연구성과에 기초한 정책학의 발달이 미진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갈등에 대한 종합적이고 학제적인 접근은 매우 긴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 글은 크게 두 가지 목적을 지닌다. 먼저 사회갈등에 대한 사회과학

분야 학제적, 종합적 연구의 확대와 심화를 위해, 사회갈등에 대한 기

존 연구 성과들에 기초해 갈등에 대한 기본적인 논점들을 정리한다.

이는 주로 사회학, 행정학, 정치학 등 사회과학 영역에서의 연구성과들

에 기초한다. 다음으로는 사회갈등에 대한 연구와 분석에서 상대적으

로 소홀했던 경제학의 참여를 넓히고자 공공재(public goods) 문제를

중심으로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시장실패와 정부실패

등 공공경제학적 쟁점들을 다룬다. 경제학의 경우 갈등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할 수 있지만 정교한 분석도구는 경제학

자들이 제공했다. 예를 들면 2005년 노벨경제학상을 공동수상한 로버

트 오먼(Robert Aumann)과 토머스 셸링(Thomas Schelling)이 그

예다. 이들은 게임이론으로 개인이나 국가간 갈등해소 과정을 설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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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갈등과 사회과학적 갈등분석  13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자가 되었다.

글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먼저, 2절에서는 사회갈등에 관한 개념과 유

형, 공공갈등, 사회갈등과 사회시스템 등 사회갈등과 관련된 중요 논점

들을 간략히 정리한 다음 갈등에 관한 사회과학적 연구의 현황과 성과

를 살펴한다. 3절에서는 특히 공공갈등과 관련한 경제학적 접근을 위

해, 공공재 문제를 중심으로 경제학적 쟁점을 검토하고 이어서 공공재

문제의 해법을 국가, 시장, 시민사회라는 세 가지 접근법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4절에서는 우리사회 갈등의 유형과 특징을 살펴보고 앞 절

들에서의 논의를 바탕으로 갈등관리를 위한 정책과제를 제시한다. 마

지막으로 5절에서는 앞의 논의를 요약·정리한다.

2. 사회갈등 연구의 주요논점과 흐름

1) 갈등의 개념과 유형

‘함께 혹은 서로(con)’ ‘충돌하고 다툰다(fligere)’는 라틴어 어원을 가

진 갈등(conflict)에 대한 일반적 정의는 ‘복수의 이해당사자들이(혹은

갈등당사자들이) 희소한 가치나 자원에 대한 양립할 수 없는 목표를

추구하며 대치하는 상황’(박재환, 1992)이다. 여기서 갈등은 상충하는

이익이나 가치관, 목표의 존재와 그로 인한 개인간 혹은 집단간 적대가

핵심 내용을 구성한다. 즉 갈등은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행위주체 간의

적대적 관계 및 적대적 행위의 상호작용을 나타내는 개념이다.

한편 갈등은 경쟁이라는 개념과 동의어 혹은 유사어로 사용되기도 한

다. 경제학자들에게는 갈등(conflict)보다는 경쟁(competition)이 더

친숙한 말이다. 경쟁 역시 ‘둘 혹은 그 이상의 집단들이 서로 상반되는 목

표를 추구하는 독립적인 행위의 지속’(매리엄웹스터(Merriam Webster)

사전)을 의미한다. 그러나 고전적 사회학자들은 갈등과 경쟁을 구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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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동향과 전망 71호

<표 1> 학문분야별 갈등연구의 내용

구분 분야 개념

갈등분석의

학문분야

심리학특정 개인에게 복수의 세력이 작용하는 상황에서 한쪽을 포기해야

할 경우에 가질 수 있는 심리상태로 정신질환과 탈선 등에 응용

사회학실제적 갈등 : 희소가치의 획득을 위해 상대편과 투쟁

비실재적 갈등 : 공격하고자 하는 충동

경제학경제적 희소자원을 서로 경쟁하는 개인이나 집단에게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행정학(정책학)

개인, 집단, 조직 내부 또는 이들 상호 간에 나타나는 대립적

상호작용으로 권력 등의 희소자원을 획득하기 위한 다양한 경쟁적

집단 간의 투쟁

출처 : 나태준·박재희(2004).

여, 규칙이 존재하고 상대방에 대한 방해행위가 개입되지 않으면 갈등

이 아닌 것으로 보았다.1) 갈등과 경쟁을 보는 사회과학자들의 태도는

완전히 달랐다. 경쟁, 특히 주어진 규칙 하에서 진행되는 공정한 경쟁

은 사회발전, 경제발전에 원동력이 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 반면, 사회

전체 시스템과 연관 속에서 갈등이 사회발전의 동력으로 기능할 것이

라는, 갈등의 순기능에 대한 신뢰는 쉽게 주어지지 않았고 오직 소수의

고전적 사회학자들만이 그렇게 생각했다.

한편 갈등의 유형은 갈등발생의 원인이나 쟁점, 갈등의 당사자를 기준

으로 구분될 수 있다.2) 갈등의 유형과 영역을 보면, 심리학적 분석의

대상이 되는 개인의 내면으로부터 국가를 넘어서 종교, 이념의 영역으

로까지 확대될 수 있으며 실제로 갈등분석은 심리학, 사회학, 경제학,

정치학, 행정학 등 많은 사회과학 분과학문의 연구대상이었다(<표 1>

참조). 이 중 갈등연구의 양대축은 심리학과 사회학이라 할 수 있는데

심리학에서는 인간 내면의 심리특성에 맞춰 갈등을 논하는 반면 사회

과학에서는 주로 집단과 집단간 이해관계에 초점을 맞춰 갈등을 설명

한다. 심리학에서는 동시에 해결할 수 없는 둘 또는 그 이상의 동기유

발 즉 개인 내에서의 양립될 수 없는 반응적 경향을 분석하는 반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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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갈등과 사회과학적 갈등분석  15

회학에서는 신분이나 권력 혹은 희소자원 등과 같은 가치를 획득하기

위해 개인이나 집단 상호간 나타나는 적대적 관계 및 그 결과로서의 대

립과 투쟁에 초점을 맞춘다.3)

2) 공공갈등과 사회시스템

앞의 분류에서 보면 사회갈등은 사회내 집단간 갈등을 지칭한다. 현대

사회에서 공공갈등은 사회갈등의 중요한 형태이다. 공공갈등이란 갈

등의 성격으로 정의하자면 공공정책과 같이 공중에게 광범위하게 영향

을 미치는 쟁점을 둘러싼 갈등을 의미하고, 갈등의 주체를 기준으로 정

의하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등이 당사자인 갈등으로

서, 국민의 권리나 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법령, 사업의 추진과정

에서 공공기관과 국민 또는 공공기관 상호 간의 이해관계 충돌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이다(강영진, 2000; 나태준·박재희, 2004). 사회구성

원에게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쟁점은 대부분 공공기관의 정책입안과

변경, 법령제정과 개정 및 공공사업의 계획 및 시행을 둘러싼 갈등이므

로 어느 정의를 따르더라도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사회갈등은 해당 사회의 경제발전 수준과 정치체제 및 법, 제도형태 등

에 의해 그 유형과 표출의 양상 혹은 강도가 영향을 받는다. 그런 점에

서 사회갈등의 주된 형태는 역사적 성격을 띤다고 할 수 있는데, 현대

와 가까워질수록 공공갈등의 비중이 커지는 추세가 있다. 실제로 사회

갈등의 역사를 볼 때, 근대사회에서는 민주주의와 인권, 경제적 생존권

등 기본권적 문제(절대가치)를 둘러싼 갈등이 주된 형태였으나 이후로

는 사회적 자원이나 기금의 배분, 표준의 설정, 특정한 공공시설의 입

지선정 등과 같은 상대가치나 이해관계자(집단) 간의 이익배분과 비용

부담을 둘러싼 제도, 정책갈등, 즉 공공갈등으로 옮겨갔다(Susskind &

Cruikshank, 1987).

공공갈등은 여타 갈등보다 상대적으로 해결과정이 복잡하고 갈등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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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동향과 전망 71호

결하는 데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이 걸리며 당사자간 합의를 통해서 해

결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김태기, 2005).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며 상식적으로 볼 때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개입되므로 분

쟁의 해결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이라 할 수 있

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공공갈등에는 개인과 사회간 존재하는 근본적

인 딜레마, 즉 논리학에서 말하는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

tion)가 내재해있다는 것이다. 개인에 대해서는 진실(선)이 전체에 대

하여 허위(악)가 될 수 있으며 개인적 합리성이 사회 전체의 합리성으

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4)

한 사회가 사회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은 그 사회시스템과 밀접히 관련

된다. 통상 사회갈등 해결의 원리는 ① 물리적 힘을 이용해 갈등을 해

결하는 권위주의적 갈등해결 원리와 ② 대화를 통해서 합의에 도달해

갈등을 해결하는 민주주의적 갈등해결의 원리로 나눌 수 있다(김태기,

2005). 그러나 이 글에서는 사회갈등의 관리 혹은 해결원리를 좀더 세

분해서, ① 국가 중심적 접근, ② 시장 중심적 접근 그리고 ③ 시민사

회 중심적 접근으로 구분하고자 한다. 여기서 국가, 시장, 시민사회라

는 접근은 무임승차, 죄수의 딜레마, 집합행동의 딜레마 등 공공갈등에

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이른바 공공재 문제 해결을 위한 세 접근법에

조응한다.5)

3) 사회갈등 연구의 흐름

(1) 구조론적 접근

갈등은 그 사회 및 사회구성원의 행위와 사고방식, 존재양식 등에 다양

한 형태로 영향을 미친다. 그런 점에서 사회갈등은 19-20세기 초 거

시적인 관점에서 사회현상을 분석하는 주제로 활용되었다.

근대 사회과학의 역사는 사회를 크게 균형(equilibrium)적 관점에서

보는 이론가들과 갈등(conflict)적 관점에서 보는 이론가들로 나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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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갈등과 사회과학적 갈등분석  17

발전해왔다. 고전파 경제학자인 아담 스미스는 사회갈등에 대해 기본

적으로 매우 낙관적인 견해를 지니고 있었던 대표적인 인물이다. 아담

스미스에 따르면 인간은 자기이익(self-interest)을 추구하고자 하는,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속성(egoism)을 갖고 있지만 사회 전체 차원에

서 보자면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의 작용을 통해 사회는 큰

문제없이 스스로 균형과 발전을 이룩한다.6)

이런 흐름과 달리 마르크스(Marx)7)나 짐멜(Simmel),8) 베버(Weber)9)

등은 사회집단 간의 갈등이 사회생활에 있어서 핵심적이고 필연적인

점에 주목했고 갈등을 통해 사회변동을 설명하려 했다. 그런 점에서

이들 세 사람은 고전적 갈등이론가들로 분류할 수 있으며 현대의 갈등

이론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J. Turner, 정태

환 외 역, 2002).

이들 고전적 사회학자들의 갈등에 대한 논의는 이후 구조기능주의적 관

점에 밀려 사회과학의 주류를 형성하지 못하다가 1950년대를 거쳐 1960

년대 크게 확산되게 된다. 1960년대 이후 갈등과 사회변동에 새로운 관

점을 제시한 두 사회학자를 들면 랄프 다렌도르프(Ralf Dahrendorf)와

루이스 코저(Lewis A. Coser)이다. 이들은 고전적 갈등이론으로부터

일정한 유산을 물려받았다고 할 수 있다. 즉 마르크스의 소유불평등이

나 베버의 권력불평등 명제는 권위의 차별적 분배에 따른 이해관계의

차이가 갈등을 유발한다는 다렌도르프의 갈등이론으로 계승되었고, 갈

등의 사회적 기능을 중시하는 짐멜의 이론은 코저의 기능적 갈등이론

으로 발전한 것으로 볼 수 있다.10)

기존 사회갈등에 관한 사회학적 분석과 이론들은 대체로 구조론적 분

석을 견지하고 있다. 구조론적 갈등분석의 한계는 갈등당사자들의 구

체적 행위나 미시적 선택이 고려되지 않거나 고려된다 하더라도 전면

에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회갈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고 사회갈등의 비용이 높아지는 현대사회에서 갈등연구가 주로 갈등

의 구조적 요인에 대한 해명에 치중하면서 갈등 당사자의 복잡하고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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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동향과 전망 71호

합적인 행위에 대한 분석과 거리를 두는 한, 사회갈등의 실질적 해결과

는 거리가 있게 된다. 게다가 사회변동에 대한 관심과 긴밀히 결합된 구

조론적 접근은 1980년대를 거치며 특히 현실 사회주의가 붕괴하고 자

본주의 사회 내의 전반적 보수화 추세 속에서 풍부한 연구성과를 통해

사회갈등 분석의 폭과 깊이를 갖추는 데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 행위론적 접근

구조론적 갈등연구의 흐름과 별개로 구체적 갈등 당사자(집단)의 선택

과 행위를 고려한 갈등분석은 주로 행정학 분야 등에서 폭넓게 이루어

지고 있으며, 특정한 갈등현상에 대한 실증적, 모형적 분석결과들은 그

야말로 방대한 규모로 쌓여 있다. 이들 연구결과들을 너무나 다양하여

일일이 정리하거나 소개하기 곤란할 정도며, 이 글에서는 사회갈등에

대한 행위론적 접근과 관련해서 중요한 분석틀로 활용되는 게임이론

(Game theory), 그리고 구조적 관점의 과거 마르크스주의적 사회갈

등 분석을 보완하고자 시도한 분석적 마르크스주의에 대해서만 간략히

언급하고자 한다.

게임이론은 경제학에서 시작되었고 사회과학 전 분야에서 도입되면서

경제학적 분석의 영향력을 확대시키는 데 기여했다. 즉 게임이론은 노

이만과 모르겐슈테른의 ‘게임이론과 경제행동(1944)’이라는 저작이 기

원이 되었으며, 게임이론의 확산도 경제학자였던 셸링(T. Shelling)의

기여가 컸다. 쉘링은 경제학적 분석의 지평을 넓혀서 정치·윤리·사

회적인 문제를 게임이론을 통해 경제학적 방법으로 해석하고자 시도했

고, 1950년대 후반에 쓴 ‘갈등의 전략(Strategy of conflict)’은 갈등분

석을 넘어서서 사회과학 전분야에 게임이론을 도입하는 데 중요한 역

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후 게임이론은 전략적 행동을 하는 행위

자가 존재하는 모든 사회현상의 연구에 적용될 수 있으며, 비단 경제학

만이 아니라 정치학, 경영학, 심리학, 군사학, 생물학, 정보이론, 사이

버네틱스(cybernetics) 등의 영역에서 중요하게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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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갈등과 사회과학적 갈등분석  19

게임이론과 전략적 행동에 대한 이론은 특히 갈등의 문제를 이해하는

중요한 방법론이 될 수 있다. 갈등의 문제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

해서는 갈등당사자들이 선택하는 행동의 본질을 단순화시켜서 볼 필요

가 있는데, 이런 점에서 게임이론은 갈등분석에 적용되기에 적합한 조

건을 갖추고 있다.11) 실제로 게임이론의 대표적인 사례들, 즉 겁쟁이

게임(Chicken game)12)이나 조정 게임(coordination game),13) 죄수

의 딜레마 게임(prisoner’s dilemma game)14) 등은 갈등의 분석에 아

주 유용하게 적용된다. 특히 죄수의 딜레마 게임은 경제, 사회현상, 그리

고 생물학 분야에서 상호 간의 협동을 요하는 문제에서 주로 사용되어

왔다. 한편 갈등의 유형에 따라 갈등의 해결방법도 달라질 것인데, 게임

이론은 갈등의 유형에 따른 해결책 모색에 중요한 지침을 줄 수 있다.15)

사회구조적 측면에서 분석하는 전통을 지닌 마르크스주의 이론 내에서

생겨난, 거시적 구조를 만들어내는 미시적 기초로서의 행위자 수준에

주목하는 문제의식도 갈등에 대한 행위론적 접근을 시도케 하였다. 분

석적 마르크스주의가 그것인데 이들은 신고전파 경제학이나 논리실증

주의에서 발달한 분석기법의 핵심인 방법론적 개인주의를 마르크스주

의와 접맥시켜 마르크스주의적 분석에 좀더 엄격한 논리적 엄밀성을 부

여하고자 했다. 이러한 분석적 마르크스에서, 계급갈등은 사회구조에

의해 결정되거나 사회구조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기존의 거시변수적 위

치에서 행위주체의 미시적 선택행위에 대한 분석의 영역에서 직접적으

로 다루어지게 되었다. 실제로 아담 쉐보르스키(Adam Przeworski)는

토마스 쉘링의 합리적 선택모델을 인용하여 민주주의의 과정에서 계급

의 집합행동을 분석하기도 하였다(김용학, 1992; Elster, 김성철·최문

기 역, 1993).16)

이러한 분석적 마르크스 주의의 계급갈등 분석이 사회갈등 분석에 대

해 갖는 함의는 다음과 같다. 먼저 행위자들이 갈등요인을 갖고 있다

고 해서 그 갈등이 반드시 폭발하는 것이 아니며, 행위자들의 갈등에

대한 태도(수용 혹은 거부)는 ‘집합적 행동’의 양상을 띠므로, 구조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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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동향과 전망 71호

터 단선적으로 설명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또한 행위자들 간의 전략

적 행동과 사회제도적 대응에 따라 그러한 갈등은 체제내화되거나 관

리될 수 있다는 점도 인정된다. 요약하면, 사회갈등에 대한 분석시야가

기존의 거시적인 것으로부터 좀더 중범위적, 좀 더 미시적 수준으로 옮

길 것을 요구하며, 갈등의 관리와 완화를 위한 제도 및 규칙에 대한 관

심17)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3) 제도론적 접근=갈등관리론

제도론적 접근은 사회 구성원들의 욕구, 이해관계, 가치이념의 표출로

서의 갈등이 갖는 정상성과 긍정성을 전제하면서 주로 갈등을 예방하

고 해결하는 데 관심을 갖는다. 그런 점에서 이 접근은 갈등기능론(구

조론적 접근)과 구분해서 갈등관리(conflict management)론으로 부

를 수 있다.

갈등관리란 개인간, 집단간, 조직간 갈등의 원인을 분석함으로써 조직

의 순기능적인 활동을 방해하는 갈등요인(역기능적 갈등)은 제거하고,

조직 활동에 도움을 주는 갈등요인(순기능적 갈등)은 유지시키는 과정

과 활동을 의미한다(나태준·박재희, 2004). 제도론적 접근에서는 사

회, 문화적 조건에 맞는 갈등관리 기법, 갈등관리를 위한 전문성을 지

닌 조정, 중재자의 양성 및 훈련 시스템 등 갈등관리의 제도실행 능력

과 성과(performance)를 높이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정책이 중시된

다(강영진, 2000; Moore, C., 2003).

갈등관리의 제도화를 통해 ‘갈등의 사회화’가 민주적인 방식으로 진전되

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다. 갈등관리의 제도화를 통해 한

편으로 갈등의 역기능이 완화되어 사회적 비용이 경감되고 다른 한편으

로 사회구성원으로 하여금 자신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갈등을 정

치적으로 동원하고 조직하는 데 관심을 갖게 함으로써, 참여를 통한 생

활정치와 풀뿌리 민주주의가 진전되는 계기도 마련될 것이다(Moore,

C, 2003). 이를 위해서는 제도론 차원에서 갈등관리를 위한 중범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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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갈등과 사회과학적 갈등분석  21

준의 제도와 정책에 대한 성과의 축적이 필요하다.18) 제도론적 접근에

서 특히 주목되는 두 가지 주제를 들면 하나는 ADR(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이라 불리는 대안적 갈등해결, 특히 협상, 조정, 중재 등에 대

한 규칙과 제도설계이고, 다른 하나는 다양한 참여적 의사결정의 기제들

이다.

대안적 갈등해결(ADR: 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은 전쟁이나

법정소송의 비용이 너무 크다는 인식에 근거해서, 재판 이외의 방법으

로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을 총칭하는 것으로 전통적인 ADR에는 협상,

조정, 중재 등이 있으며, 최근 들어 보다 협상과 조정, 협상과 중재 등

여러 가지 방법을 혼합하거나 더 세련된 방법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

(Moore, C. 2003). 과거 ADR은 대체로 노사관계의 조정에 많이 사용

되어왔으나 최근에는 환경분쟁 등 집단갈등 전반에 걸쳐 널리 이용되

고 있다. 단 ADR은 개인주의적 원리에 기초하기 때문에 갈등의 원인

으로써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structural inequality)요인까지 해결가

능한 것은 아니므로 그 역할이 보완적인 것은 분명하다. 더욱이 이러

한 처리방식은 낙태나 환경보호와 같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공적 가치

관이나 이념과 관련된 갈등의 해결책으로써는 적합하지 않다(정호원,

2004; 정건화, 2007b).

참여적 갈등관리의 제도형태들로는 합의회의, 시민배심원제, 시나리오

워크숍, 규제협상, 공론조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제도들은 공공정책

의 결정과정에 대한 시민사회의 참여를 촉진함으로써 정책의 민주성과

사회적 수용성을 제고하여 공공갈등을 예방하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이영희, 2004). 숙의제 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

를 기반으로 하는 참여적 갈등관리 제도들은 세계적으로도 도입초기단

계에 있고 특히 갈등의 예방과 해결을 위한 문화가 아직 성숙하지 못한

사회의 경우 이런 제도들이 효과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갖추어져야

할 여건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19) 그러므로 정교한 수준의 제도설계

와 함께 사회제도들 간의 보완성과 정합성에 대한 연구, 사회발전의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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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동향과 전망 71호

시적 방향에 대한 전망에 조응하는 사회갈등의 원인과 해결에 대한 원

칙, 비전 등에 대한 제시도 필요하다.

아쉽게도 제도론적 갈등관리론은 제도설계나 법률제정 등 실제적 관심

이 이론적 논의를 압도함으로써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등 기초적 사

회과학 이론을 바탕으로 한 논의와의 연관이 부족하다. 그런 점에서

참여적 갈등관리 제도의 확대를 위해서는 숙의제 민주주의의 단점, 숙

의제 민주주의와 대의제 민주주의의 관계의 문제 등에 대한 좀더 엄밀

한 논의가 필요하다(임혁백, 2000; 주승수, 2004 참조). 또 거래비용이

론이나 재산권이론 등 제도주의 경제학이나 사회자본, 연결망 분석 등

경제사회학의 연구성과, 거버넌스 이론 등에 기초한 갈등관리 제도유

형 분석등도 시도될 필요가 있다(거버넌스에 대한 논의는 3절 참조).

3. 공공재 문제와 사회 갈등

1) 공공재 문제

경제적 요인은 사회갈등을 일으키는 중요한 요인이다. 한 사회 내의

희소한 자원은 사회집단간 이해관계의 상충을 낳고 이러한 이해관계의

상충은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20) 이미 앞에서 간략히

다룬 게임이론을 제외하면, 갈등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은 주류경제학

적 방식과 마르크스 경제학적 방식으로 구분되지만 어느 쪽이나 직접

적으로 갈등을 다루고 있다고 하기 곤란하다. 예를 들면 주류경제학의

경우 갈등은 대체로 희소자원의 배분문제로 환원되었으며, 마르크스

경제학에서도 계급간 갈등은 자본주의 경제의 운행과 재생산 법칙 속

에 녹아든 채 분석의 지평에서는 사라졌다. 주류경제학이나 마르크스

경제학 모두에서 갈등이 다뤄지는 방식은 직접적 행위자들이 고려되지

않거나 고려된다 하더라도 간접적으로 고려될 뿐 전면에 드러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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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갈등과 사회과학적 갈등분석  23

는다.21)

그렇지만 공공갈등이 중요해진 현실에서 게임이론을 제쳐놓더라도 갈

등분석에 밀접하게 관련되고 그런 점에서 중요하게 활용될 수 있는 경

제학의 이론자원이 있다. 그것은 공공재에 대한 풍부한 논의들이다.

공공재 문제는 사회 전체의 공동선과 사적 개인의 이해 간의 충돌, 사

회적 가치와 사적 가치의 충돌, 사회적인 것과 사적인 것 간의 딜레마

를 선명하고 드러내준다. 공공갈등은 이처럼 공공재 문제와 밀접히 관

련되어 있다. 이러한 시장실패(market failure)와 관련된 공공재 논의

외에도 정부실패(government failure)에 대한 경제학적 논의22)도 갈

등의 소지가 높은 사회현안에 대한 정부개입과 공공정책의 효율성에

대한 판단에 이론적으로 도움을 줄 것이다. 물론 공공갈등이 반드시

이런 문제로만 환원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공공재

문제(시장실패) 혹은 관료주의적 경직성과 비효율성 문제(정부실패)는

오랜 경제학 논쟁의 핵심적인 쟁점이기도 하다. 이제 공공재 문제를 중

심으로 공공갈등의 분석과 관련되는 쟁점을 간략히 살펴보기로 한다.

공유지의 비극은 주인이 따로 없는 공동 방목장은 인근의 농부들이 점

점 더 많은 소를 끌고 나옴으로써 결국에는 황폐화된다는 우화(寓話)

로서 회자되는데, 생물학자 가렛 하딘(Garret Hardin)이 1968년 사이

언스(Science)지에 발표한 논문(Tragedy of the Commons)의 제목

을 따온 것이다. 동물학과 미생물학을 공부하고 인류생태학을 가르치

는 환경보호론자인 하딘이 경제학자로 혼동되는 이유는 그가 제기한

물음이 정확히 경제학에서의 공공재 문제와 궤를 같이하기 때문이다.

사뮤엘슨(Paul Samuelson)은 사적 재화(private goods)와 달리 공공

재(public goods)는 비배재성과 비경합성을 지닌 것으로 정의했다.

이런 특성23)으로 인해 공공재는 파레토 효율적인 배분을 가져오지 못

하고 과소공급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시장실패).24) 공유재(common

pool resources)란 다수의 개인들이 공유하고 사용하며, 잠재적인 사

용자들을 배제하기가 불가능하거나 곤란하고(비제제성), 한 개인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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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동향과 전망 71호

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다른 사용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양이 감소하는

(편익감소성) 재화를 말한다. 즉 공공재와 달리 비배재적이기는 하지

만 경합적인 재화가 바로 공유재로서 예를 들면 바다의 어장(漁場)은

누구나 고기를 잡을 수 있으므로 비배재적이지만, 바다의 어자원이 궁

극적으로 유한하며 인구증가와 환경오염 및 파괴로 인해 점차 감소하

고 있다는 점에서 경합적이다.25) 현실에서 많은 공공갈등이 공공자원

이나 시설 그리고 생태계 파괴 등과 같이 공유재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

되어 있음도 분명하다.

그렇다면 공공재나 공유재 문제의 핵심은 무엇인가? 그것은 이들 재화

의 속성으로부터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무임승차(free ride) 문제이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이 공급하는 편익으로부터 배제될 수 없을 때 각

개인은 공동의 노력에 기여하려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노력에 무임

승차하려는 동기를 지니게 된다. 그런데 모든 참여자들이 무임승차를

선택한다면 편익 자체가 산출되지 않을 것이다. 즉 공유지의 비극이

지닌 함의는, 개인들의 선택이 겉으로 보기엔 항상 이익이 더 커지는

방향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 같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이런 개인들의 행

위결과가 어떤 임계치를 넘어서게 되면 개인들의 이익은 증가하지 않

고 그와 반대로 전체 사회의 개인들이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는 상황으

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즉 개개인의 무절제한 이익 추구가 궁극적으로

전체의 손실을 결과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맨슈어 올슨(Mancur Olson)은 큰 집단이 합리적 개인들로 구성되어

있는 한 이들은 집단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집합행동

의 딜레마(Dilemma of the collective action)라 표현한 바 있다

(Olson, M; 윤여덕 역, 2003).26) 올슨의 논의에 따라 집합행동의 딜레

마를 사회갈등에 적용해보면, 사회갈등은 결코 사회 구성원 다수의 이

익을 위한 방향으로 해결되지 않으며 소수의 특수이익집단이나 권력자

원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해관계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귀결된다.

그 결과 갈등은 해소되지 않으며, 사회내 갈등당사자나 집단들 간의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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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갈등과 사회과학적 갈등분석  25

극과 대립은 점점 더 심각해지게 될 수 있다.

공공재문제와 연관되는 갈등은 현대사회에서 점차 심각해질 것이다.

사회가 민주화되고 개인의 자유와 시민사회 영역의 자율성이 증대됨에

따라 사회구성원들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좀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

다. 그럴수록 이익갈등은 더 증가하게 될 것이며 공공정책에 대한 개

인과 집단간 이해상충에 따른 정책갈등도 더 첨예화되고 심화될 것이

기 때문이다.

2) 공공재 문제의 해법

공공재 문제를 관통하는 무임승차자 문제(free rider problem)에 대한

해법은 전통적으로 두 가지로 제시되어 왔다. 국가개입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과 사유재산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해법이 그것이다. 그

러나 제3의 해법, 즉 시민사회의 참여증대를 통해 해결하자는 제안도

강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들 공공재 문제의 해법은 결과적으로 각

사회의 전반적인 사회시스템적 특징을 나타내준다. 이 글에서는 공공

재 문제에 대한 국가중심적 해법과 시장중심적 해법을 비판적으로 검

토하고 대안으로서 시민사회적 참여 해법에 주목하고자 한다.

(1) 국가주의적 해법

공유지의 비극을 지적한 하딘은 외부적 강제력(external Leviathan)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결국 국가의 강력한 개입이

문제해결의 길이라 본 것이다. 국가에 의한 문제해결이란 국가가 개입

해서 개인의 합리성이 여러 사람의 합리성에 이르는 상황을 만드는 것

이며, 구체적으로는 개인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것을 제

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대표적인 방법은 국가가 외부성을 낳는

개인들에 대한 규제(벌금의 부과)를 시행하는 방법이다. 이를 피구주

의적 해법이라고 한다(Pigouvian Solution).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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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동향과 전망 71호

이런 해법에 대한 비판은 여러 차원에서 제기되었다. 예를 들면 오염

을 발생시키는 기업들이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통해 국가기관의 엄

정한 중립적 개입을 무력화시킬 수 있으며, 정부기구내 관료들이나 공

무원들은 스스로의 목적함수를 갖고 행위함으로써 또 다른 기회주의=

지대추구행위자로 행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 등이 그것

이다. 또한 오염의 실제비용이나 오염으로 인해 발생한 손실액을 측정

하기가 곤란하며, 정부 스스로 가장 효율적인 개입방식(정책)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부족하다는 점도 들 수 있다.

국가개입에 의한 해결방식이 효과적이려면 첫째, 국가는 외부성이 가

져오는 효과를 적절히 측정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

야 하고, 둘째, 국가가 정보를 획득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동안 경

제주체들의 선호체계는 불변이어야 한다. 그러나 개개인의 선호가 제

도적 요인에 의해 영향받고 변화한다면 특정한 국가의 개입이 가져올

효과에 대해서는 우리는 사전적으로 어떠한 판단도 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사회는 거래비용이 0인 사회도 아니고, 또 국가가 모든 부분에 개

입하여 조정의 실패를 완벽하게 해결해줄 수 있는 그러한 사회도 아니

다(최정규, 1999). 한 마디로 국가기관의 효율성, 공공성에 대한 회의

이다. 이는 정부실패론, 국가기관에 대한 공공선택이론에서 보다 정교

하게 다듬어졌다(Tullock, G., 김정완 역, 2005).

(2) 시장주의적 해법

국가중심적 해법에 대한 강력한 비판과 함께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시장중심적 해법이다. 이 해법에서는 사유재산권을 강화하고 더 많은

시장논리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가장 많은 사람이 공유

한 것이 가장 적은 배려를 받는다’고 한 아리스토텔레스까지 들먹이며

‘개별 기업의 권리, 사유재산권의 보장이 없다면 ‘공유지의 비극’은 불

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시장중심적, 재산권 중심적 논의에서 흔히 등장하는 것이 코즈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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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갈등과 사회과학적 갈등분석  27

(Coase Theorem)이다. 로널드 코즈(Ronald Coase)는 외부효과의

존재가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저해하는 이유 중의 하나로 소유권 부

재를 지적하고 소유권의 설정이 이루어질 경우 시장기구가 스스로 외

부효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28) 이 경우 정부는

사유재산권을 설정하는 비교적 소극적인 역할 만을 맡으면 되고, 공유

지의 비극을 피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재산권을 잘 설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코즈 정리에서 정작 코즈가 강조한 것은 재산권을 잘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는 재산권을 잘 설정하기 곤란한 여러 조건

들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즉 코즈정리에서 흔히 간과되는 것은 ‘거래

비용이 없다면’이라는 가정이다.29) 그 외에도 외부성의 대가를 결정하

는 과정에서 각 경제주체가 서로 더 많은 몫을 고집할 경우 거래는 성

립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경제주체들은 전체 이익을 위해 다소 간의

이기심을 자제해야 하는 협동심과 공동체 의식도 지니고 있어야 한다.

하딘이 ‘공유지의 비극’에서 제시했던 처방 역시 모든 것을 사적 재산

권과 시장논리로 전일화되어야 함을 주장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규제,

합의된 상호규제(agreed mutual coercion)를 통한 해결이었다. 더욱

이 하딘은 공동체가 자치적으로 관리하는 공유재에 대해서 공유지의

비극을 말한 것이 아니었으며, 사유화 외에 공적 소유자원에 대한 남용

을 막는 여러 방법이 있음을 분명하게 언급하였다. 반면 모든 것을 사

유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공유지의 비극과의 정반대의 문제, 즉 합리적

개인들이 개별적으로만 행동함으로써 주어진 자원을 사회적으로 바람

직한 수준보다 ‘과소사용’함으로써 자원의 집합적 낭비를 초래하는 상

황을 초래하게 되고, 이러한 상황은 ‘비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AntiꡈCommons)이라 부를 수 있다.

이런 논의가 시사하는 바는 거래비용이 영(0)이 아닌 현실에서 법과

제도, 관습 등의 사회환경이 경제의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내 집단 간 이해관계의 조정에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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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동향과 전망 71호

는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제도와 관행의 축적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3) 시민사회적=참여자치적 해법

시민사회적 해법 혹은 참여자치적 해법은 국가든 시장의 도움 없이 공

공재나 공유재의 수요자=이용자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강

조하는 입장이다. 예를 들면 오스트롬(E. Ostrom)은 공유재에 대한

용의자의 딜레마 상황에서 제도설정자, 즉 게임규칙의 설정이나 변화

에 대한 행위주체들의 참여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그녀는 게임 참가자

들이 그들 스스로 협조적 전략을 선택하도록 하는 구속력 있는 계약

(제도)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게임을 소개하면서 외부개입없이 공유

재를 공유하고 있는 개인들이 스스로 딜레마를 해결해온 여러 사례들

을 제시한다. 오스트롬의 게임이 중앙당국에 의해 부과된 게임과 근본

적으로 다른 점은, 게임 참가자들이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에 기초

해서 자신들의 계약을 스스로 설계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적 메시

지는 공유지의 비극이나 집합행동의 딜레마, 용의자의 딜레마 등으로

불리는 상황에서 행위주체들 스스로 제도조건, 즉 게임규칙을 바꾸는

것에서 문제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Ostrom, E. 1990; Ostrom, E.

2005).

오스트롬이 공유재 문제의 해결에 위해 행위주체들 스스로 참여를 통해

제도조건을 설정하거나 바꿈으로서 공유재 문제에 내재한 집합행동의

딜레마를 해결하는 길로 제시한 것은 정확히 거버넌스(governance)개

념과 조응한다.30) 거버넌스 이론은 기존 대의 민주주의를 넘어서기 위

해 참여민주주의 요소를 보완하는 심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

racy)이론, 결사체 민주주의 이론(associative democracy)과 친화성

을 갖고 있으며, 행위자들의 자발적 동의에 기반을 둔 의사결정과 합의

형성의 과정을 중시한다(김의영, 2004; 정건화, 2007a). 그리고 이 해

법은 앞 절에서 다룬 제도론적 접근에 조응하여 대안적 갈등해결(AD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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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갈등과 사회과학적 갈등분석  29

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이나 합의회의, 시민배심원제, 시나

리오 워크숍, 규제협상, 공론조사 등 참여적 갈등관리의 제도형태들을

중요하게 고려한다.

시민사회적 해법은 공공갈등의 해결에 대해 시장적 해법과 국가적 해

법의 대당(對當)이 낳는 이데올로기적 대립구도를 넘어서게 해준다.

국가-시장의 대당 혹은 이분법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시장적 해법이

유일한 대안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국가개입이라는 해법도 대안이

아닐 수 있다’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보울즈와 진티스(Bowles &

Gintis)에 따르면, 사회는 완전히 분권적이지도 않고 완전히 중앙집권

적이지도 않은 방식으로 조정의 실패를 보정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조정의 실패에 따른 갈등을 해결하는 제3의 방식이 공동체적 해법으로

서 작게는 가족으로부터 크게는 지역 공동체까지 다양하다고 주장한

다.31) 이른바 제3섹터로 불리는 공간에서의 조정양식에 주목한 브륀

(Severyn Bruyn)도 시장의 확대와 정부개입의 증대가 악순환적 고리

를 이루는 상황에서 문제해결은 그 어느 한쪽의 영역을 증대시키는 방

식이 될 수 없다고 하고, 경제주체들이 사회적 비용을 경제영역 안으로

내부화(internalization of costs)하는 방식으로 자기규제적인 행동규

칙을 실천하여, 사적인 이해가 공동이익과 조화되도록 하는 사회시스

템을 확립할 것을 주장한다(정건화, 2004).

4. 한국사회 갈등의 현황과 갈등관리

앞에서 사회갈등의 분석과 해법에 대한 이론적 논의를 소개하고 쟁점

을 검토하였다. 그러나 이미 언급한대로 사회갈등은 그 사회의 구체적

이고 특수한 역사적 상황이 반영된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갈등은 매우

고유한 역사성을 지니고 있다. 이제한국사회의 사회갈등은 어떤 양상

으로 전개되어 왔고 또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 지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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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동향과 전망 71호

우리사회 갈등의 역사적 유형을 개략적으로 보면, 해방 이후 1980년대

중반까지는 이념갈등과 정치권력을 둘러싼 갈등이 주된 갈등이었다.

이 시기는 권위주의 정치체제 하에서 일상적 갈등의 표출이 억압됨으

로써 갈등은 체제에 대한 불만의 형태를 띠면서 주기적으로 폭발하는

양상을 띠었다.

1980년대 후반 민주화 과정에서는 특히 노사갈등 등 계급, 계층적 갈

등이 격화되고 지연된 경제적 성과에 대한 재분배요구가 분배갈등의

형태로 표출되기도 했다. 이 시기 정치, 경제적 이슈를 중심으로 한 사

회갈등은 우리사회의 지연된 분배의 교정과 사회민주화에 기여하는 일

정한 순기능을 보였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사회갈등의 쟁점과 영역

은 점점 다양화되고 있다. 예를 들면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된 2000

년대에는 정부가 추진하려는 공공사업의 정책결정과정 등과 같은 ‘정

책의 민주화’와 관련되어 새로운 사회갈등들이 다수 야기되고 있고 국

민의 정부에 이어 등장한 참여정부 하에서 등장한 심각한 사회갈등들

의 대다수가 공공정책을 둘러싸고 야기된 갈등이다(이영희, 2004). 실

제로 우리 사회에서 심각하게 제기되었던 여러 사회적 이슈들을 보면

비정규노동을 쟁점으로 하는 노사대립 외에 행정수도 이전, 의약분업,

의료보험, 국민연금 등의 제도개편 그리고 새만금 간척사업이나 부안

방사능폐기장 건설,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 문제, 사교육문제, 양성평

등 등 다양하다(대통령자문지속가능발전위, 2004). 그런 가운데 공공

갈등(public dispute)이 사회갈등의 지배적 유형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대통령자문지속가능발전위원회 편, 2005; 김선빈 외, 2001).

우리사회 갈등의 영역, 표출형태, 내용 등을 시기적으로 구분해서 요약

한 것이 <표 2>이다. 우리사회 갈등은 초기에는 정치, 국가영역에 국

한되었으나 경제성장과 민주화에 따라 점차 시장 영역으로 확대되었고

시민사회 영역을 포함한 전체 영역에 걸친 복합갈등 양상이 나타나게

되었다(대통령자문지속가능발전위, 2004).

이제 우리사회는 갈등이 일상적으로 표출되는 사회로 이행했고, 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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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갈등과 사회과학적 갈등분석  31

<표 2> 한국사회 갈등구조의 변화

시기 1980년대 중반 이전 1980년대 중반-1990년대 21세기-

갈등의

표출

갈등잠복, 갈등억압 갈등의 폭발적 표출 갈등의 일상화, 현재화

갈등의

영역

국가-정치영역 시장-경제영역 사회-시민사회 영역

갈등의

형태

정치갈등, 이념갈등

(냉전-분단체제,

권위주의정부)

경제갈등, 분배갈등

(성장드라이브, 재벌체제)

복합갈등, 다원적 갈등

(노동, 복지, 환경, 세대갈등)

갈등의

결과

정치체제의 주기적 위기

(체제유지 비용의 누진적

증가 → 정치체제의 민주화)

정치, 경제적 민주화, 사회의

분배구조 개선(임금상승과

대등한 노사관계)

시스템효율성 저하, 신뢰의

부재에 따른 거래비용 증가,

효율성 저하(죄수의 딜레마,

집합행동의 딜레마)

출처 : 정건화(2007b).

적 갈등구조가 착종되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갈등을 효율적으로 관

리하고 사회발전의 동력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와 경험은 그다지 축적

되지 않았다. ‘우는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식의 사회갈등에 대한 사회

적 인식, 사안의 경중과 상관없이 일상화된 점거, 시위, 농성 등의 물리

적, 비타협적인 갈등표출, 공정성과 일관성이 결여된 채 연고주의에 따

른 강자 위주로만 진행된 갈등해결관행 등이 그동안 우리 사회 갈등과

관련된 주된 양상들이다.32)

그 결과 갈등은 대중동원과 집단행동 등과 같은 물리적 대립양상으로

만 표출됨으로써 사회구성원 간의 신뢰부재와 영합(zero-sum) 게임

적인 대립은 전체적인 사회시스템의 효율적 작동이 우려되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조형제·정건화·이정협, 2006).33) 우리사회에서 사

회갈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제도와 경험의 축적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정당정치의 문제점이 심각하다. 민주국가의 정부-사회간 관계

를 논할 때 정당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정부와 사회세력들 간을 연

결하는 핵심고리는 정당이다. 정당은 사회의 제 세력들이 표출하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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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동향과 전망 71호

양한 이익과 요구들을 집약하여 그것들을 정책 대안으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대의 민주주의 정책결정과정의 요체인 사회세력들의 이

익 표출과 그것의 집약 과정이 정당을 중심으로 하여 일어난다. 사회

와 국가를 연결해주는 이러한 매개자 역할로 인해 정당은 사회통합의

유지 기능을 담당하는 핵심 존재로 평가 받게 된다. 사회경제적 이익

집단들의 이익을 체계적으로 대변해주는 정당의 존재는 사회적 수준에

서의 갈등의 사회화와 조정을 가능케 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정당들은 그 기초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화를 거쳐 상당 정도 다원주의 사회로 발전한 한국사회의

현실에 부응할 능력이 없는 전근대적 정당 시스템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정당구도는 아직도 이념이나 정책에 의해 ‘구조

화’되어 있지 못하다. 이익집단들의 수와 종류는 날이 갈수록 늘어 갔

고 그들이 표출해내는 이익은 다종다양한 것이 되었지만, 한국의 정당

체계는 도저히 그들의 이익을 수용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정당들은 압력이나 정책 건의 등으로 나타나는 이익집단들의 이

익표출을 다룰 수 있는 조직구조나 전문가를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그러한 정당들이 이익집단들을 위한 이익집약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리는 만무하다.

그 결과 우리 사회 대부분의 이익집단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효율적이

면서도 합법적으로 전달할 정치기제를 갖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책결정에 대한 정치적 접근(political access)을 시도하는 이익집단

들이 주로 택하는 것은 물리적, 폭력적, 불법적 수단과 방법이 된다. 그

러므로 비생산적인 대립과 비합리적인 갈등은 우리 사회 정치시스템의

결과물이기도 하다(최태욱, 2005).

둘째, 형식적 민주화와 그에 따른 민주적 제도의 도입은 사회갈등을 오

히려 증대시키는 효과를 지닌다. 더욱이 억압적인 국가에 대한 투쟁을

통해 민주주의적 제도가 실현된 사회의 경우, 국가운영에 필요한 공공

영역에서의 정당한 권위조차 때로 다양한 이해집단들의 자기이익에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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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갈등과 사회과학적 갈등분석  33

치되는 경우 쉽게 투쟁의 대상으로 전락하거나 부정되는 관성이 남아

있다. 이 경우, 사회갈등은 쉽게 해결되지 않으며 사회 각 집단의 다양

한 욕구가 다양한 방식으로 제기되면서 때로 심각한 혼돈상태에 빠지

거나 ‘시장’의 이름으로 경제논리와 경제적 기득권집단이 견제되지 않

는 권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진다. 또 때로는 극단적이고 선동적인

집단이 사회갈등을 부추기면서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는 상황을 초래

하기도 한다.

게다가 이미 앞에서 언급한대로 사회갈등이 상대가치나 이해관계자

(집단) 간의 둘러싼 제도, 정책갈등으로 옮겨가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

이다. 또 20세기 말 이래 새롭게 출현하는 사회문제들과 그로 인한 갈

등을 해결하는 데 기존의 사회시스템이 그다지 효율성을 발휘하지 못

하는 것 역시 보편적인 현상이다. 정보화와 세계화에 따라 사회구성원

의 생활양식과 태도, 욕망의 체계가 변화함으로써 다양한 사회적 요구

가 제기되고 요구들 간의 충돌이 발생하지만 국가의 기존 문제해결방

식의 효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는 앤써니 기든스(Anthony

Giddens), 울리히 벡(Ulrich Beck) 등의 ‘성찰적 근대화’나 ‘제3의 길’

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졌다.34) 우리 사회의 경우 방폐장(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을 둘러싼 엄청난 사회적 논란에서 보

았듯 근래에 들어 사회 갈등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보여 준다.

전통적인 갈등과 달리 과학기술 및 환경관련 쟁점들이 결합된 새로운

갈등은 현대 과학기술 사회의 성격을 반영한다. 이러한 새로운 사회

갈등은 거의 관리불능의 상태에 빠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새로운 문제 상황은 새로운 해결의 틀을 필요로 한다. 한국 사회는

1980년대 후반 사회민주화가 크게 진전되면서 기존 권위주의적 갈등

해결의 원리의 유효성은 크게 위축되었다. 그러나 민주주의적인 갈등

해결 원리가 정착한 것도 아니다. 단순히 형식적이고 절차적인 민주적

제도의 도입만으로 민주주의적 갈등해결의 원리가 작동하는 것은 아니

다. 따라서 과거 개발독재, 권위주의체제에서 민주주의체제로 전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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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동향과 전망 71호

고 있지만 사회갈등의 민주주의적 해결원리는 정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운영의 절차와 제도는 상당히 민주화되었으나 관료기구

내에는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유제가 잔존해 있다. 그런 가운데 시장논

리가 강화되면서 경제영역 외 정치, 사회, 문화영역에서도 기득권집단

과 이익집단, 비선출직 권력집단의 정책결정 과정에서의 영향력은 그

어느 때보다 증대되었다. ‘권력이 국가로부터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표

현이 낯설지 않은 데서 알 수 있듯 사회갈등의 조정과 해결은 공권력

아니면 시장권력, 때로 양자의 결합이 주도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시

장은 민영화 논리를 앞세워 국가의 공적 역할을 약화시키고 양극화를

심화시킴으로써 사회갈등을 증폭시킬 위험이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이 글에서 강조하는 대안의 핵심은 공공영

역으로의 시민사회의 참여증대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민주주의의 원

리를 장착한 사회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국가와 시

민사회의 연계방식의 변화에 있다. 즉 기존 대의제 민주주의가 노정하

고 있는 사회갈등 해결능력 상의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심의 민주

주의(deliberative democracy)와 결사체 민주주의(associative de-

mocracy)적 원리의 도입이 필요하다. 세계화의 시대에 위축된 국가와

불완전한 시장에 대한 대안으로 시민사회의 보다 적극적 역할이 요구

되고 있는 것은 세계사적으로 보편적인 현상이다(주승수, 2004).

그러나 심의민주주의나 결사체 민주주의가 지닌 약점도 작지 않다. 그

런 점에서 시민사회가 만병통치약은 결코 아니며 심의 민주주의나 결

사체 민주주의가 대의제 민주주의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시

민사회가 문제점이나 딜레마에도 유의해야 하며, 시민사회는 하나의

해답(an answer)이지 유일한 해답(the answer)이 아니라는 점도 분

명하다(임혁백, 2000).35) 또 국가가 방관자여서는 안 되며 ‘사려깊은

조정자’로서 민주적 관여를 수행해야 하고, 강한 시민사회를 위해서 그

리고 강한 시민사회를 통해 강한 국가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조형

제·정건화·이정협,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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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갈등과 사회과학적 갈등분석  35

<그림 1> 미래 한국사회의 갈등관리를 위한 3가지 주요전략

전략1 : 패러다임 전환

전략2 : 시스템 전환 전략3 : 행위양식 전환

사회정책 국가(통합적 사회정책)

민주적 거버넌스(지역사회협약,

사회자본)

제도구축과 경험축적(갈등관리법, ADR)

갈등의

사회화

결론적으로 한국사회의 갈등관리를 위해서는 국가와 시민사회, 국가와

시장, 시장과 시민사회를 아울러 엮는 거버넌스에 기초한 정책 패러다

임의 재구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활동주체들간 자발적 참

여와 수평적 관계에 기초한 상호의존과 상호협력을 강조하며, 시민사

회에 대한 권능부여(empowerment)를 통해 공공정책과정을 시민사

회에 개방하고 시민사회를 참여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시민

사회 영역 내에서 다양한 사회갈등을 풀어내는 게임의 규칙(rule of

game)과 신뢰, 네트워크 등의 사회자본(social capital)의 축적이 이루

어져야 하며 갈등의 중심에 놓인 공공정책의 많은 영역들, 즉 환경, 교

육, 보건의료, 노사관계 등에서 시민사회가 공공갈등의 해결과정에 참

여하고 토론, 심의하도록 해야 한다.36)

이러한 대안적 전망에 근거해서 구조와 제도, 행위양식에 걸친 사회갈등

의 관리를 위한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해보면 다음과 같다(<그림 1>

참조). 그것은 첫째 국가운영의 패러다임 변화를 목표로, 통합적 사회

정책을 통해 사회구성원이나 이익집단 간의 갈등이 일어날 물적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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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동향과 전망 71호

에 대한 선제적, 예방적 차원의 전략이다. 두 번째로는 사회운영의 시

스템 변화를 목표로, 정치시스템, 사회협약, 사회자본 축적 등 대의제

민주주의의 원리에 숙의 민주주의, 결사체 민주주의의 원리를 보완하

는 거버넌스 창출전략이다. 세 번째는 제도와 행위양식 변화를 목표로,

갈등관리에 관한 법, 제도를 정비하고 대안적 갈등관리(ADR)의 기법

과 경험을 축적하는 전략이다(정건화, 2007b).

5. 요약 및 정리

지금까지 사회갈등에 관련된 중요 논점들을 살펴보고 갈등에 관한 사

회과학적 연구의 현황과 성과를 점검하였다(2절). 아울러 사회갈등의

지배적 유형이 된 공공갈등에 주목하면서 공공성의 원인과 대안에 대

한 관심에서, 공공재 문제와 관련된 쟁점을 검토하고 이어서 사회갈등

의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공공재 문제의 국가, 시장적 해법을 비판

적으로 살펴보았다(3절). 이어서 한국사회 갈등유형의 변화를 개관하

고, 현단계 사회갈등의 양상과 원인을 진단한 다음 대안적 전략을 제시

하였다(4절).

이 글에서 다루고 또 강조한 내용을 몇 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이 글에서는 사회갈등 연구의 흐름을 크게 세 부류, ① 구조론적

접근, ② 제도론적 접근 그리고 ③ 행위론적 접근으로 구분하고, 제도

론 차원에서 갈등관리를 위한 중범위 수준의 제도와 정책에 대한 성과

의 축적을 강조했다. 즉 갈등기능론(구조론적 접근)과 구분해서 갈등

관리(conflict management)에 대한 이론과 제도의 필요성을 제시했

다. 아울러 이러한 정교한 수준의 제도설계가 사회제도들 간의 보완성

과 정합성에 대한 연구, 사회발전의 거시전망에 전망에 조응하는 사회

갈등의 원인과 해결에 대한 연구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도 언급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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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갈등과 사회과학적 갈등분석  37

다음으로 사회갈등은 역사적으로 상대가치나 이해관계자(집단) 간의

이익-비용의 배분을 둘러싼 제도, 정책갈등, 즉 공공갈등으로 옮겨가

고 있는데, 이러한 공공갈등이 개인과 사회간 존재하는 근본적인 딜레

마, 즉 개인적 합리성이 사회 전체의 합리성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

는 가능성, 즉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가 개입하는 문제

임에 주목했다. 아울러 정책갈등의 핵심적 쟁점이 정책의 정당성의 문

제이고, 공공정책의 정당성은 공공재 문제의 해결을 통해서 주어지는

것으로 보았다. 또 공공갈등의 이러한 성격에 근거해서, 또 갈등관리의

학제적 연구, 특히 경제학 분야의 참여를 위해 공공재 문제와 해법에

대한 경제학적 쟁점들을 소개했다.

세 번째로 한 사회가 사회갈등, 특히 공공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은 그

사회시스템과 밀접히 관련된다는 점에 주목해서, 사회갈등의 관리 혹

은 해결원리를 공공재 문제 해결을 위한 세 접근법에 대응시켜 ① 국

가 중심적 접근, ② 시장 중심적 접근 그리고 ③ 시민사회 중심적 접근

으로 구분하였다. 이러한 국가, 시장, 시민사회라는 접근은 무임승차,

죄수의 딜레마, 집합행동의 딜레마 등 공공갈등에서 전형적으로 나타

나는 이른바 공공재 문제 해결을 위한 세 접근법에 조응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앞의 논의를 바탕으로 우리사회 갈등구조의 특징을

살펴보고 갈등관리를 위한 과제를 제시하였다. 여기서는 우리사회가

복합갈등의 국면에 들어섰으며, 그 해결을 위해 구조, 제도 그리고 행

위양식에 걸쳐 국가의 역할과 운영 원리의 변화를 제시했다. 대안의

핵심은 공공영역으로의 시민사회의 참여증대이며 이를 통해 새로운 민

주주의의 원리를 장착한 사회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는 점이고, 거

시 정책 패러다임과 갈등관리 제도, 행위양식에 걸친 사회갈등의 관리

를 위한 전략을 제시했다.

갈등연구 및 갈등관리의 방법과 관련해서 이 글에서 취한 입장은 중범

위 수준에서의 제도론적 접근을 통한 갈등연구와 시민사회=참여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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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동향과 전망 71호

적 갈등관리 해법이다. 제도론적 접근은 갈등해결에 실질적으로 필요

한 제도와 정책의 문제에 초점을 두는 관점이고, 시민사회=참여자치적

해법은 시민사회가 갈등관리를 위해 필요한 제도의 확충과 경험의 축적

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글에서 시민사회적 접근을 지

지하는 이유는 단지 갈등해결에 대한 논의의 지평이 특히 국가-시장에

대한 뿌리깊고 해묵은 논쟁의 틀에서 벗어날 필요 때문만은 아니다.

시민사회의 참여를 통한 갈등관리의 제도화는 갈등의 역기능을 완화하

고 사회적 비용을 경감시킬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민주주의의 확대

를 통해 사회갈등이 건강하고 다양한 사회로 발전하는 동력이 되도록

하기 때문이다. 사회구조적인 거시접근이나 미시 행위론적 접근과 달

리, 중범위 수준에서 시민사회적 참여의 확대는 갈등의 당사자들로 하

여금 스스로 갈등의 원인과 해결책 모색에 나서게 함으로써 민주주의

를 실천하고 훈련하는 해법이라 할 수 있다. 민주화가 사회갈등의 분

출을 조장하는 면이 있음도 사실이지만 사회갈등은 ‘더 많은 민주주의’

를 통해 궁극적으로 해결될 수밖에 없는 것임도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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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갈등과 사회과학적 갈등분석  39

주석

1) 베버(Max Weber)는 다른 상대자나 상대자들의 저항에 대해 자기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어떤 행위자가 의도적으로 행동하는 한, 그 사회적 관계는 ‘갈등’이라

불려진다고 설명하면서, 물리적 폭력이 사용되지 않는 평화적 갈등, 목적과 수단들

이 질서로 지향되고 갈등은 별도로 경쟁이라고 불렀으며 다렌도르프(R. Darendorf)

나 짐멜(G. Simmel)도 갈등은 통제되지 않는 형태의 대립임에 비해 이미 확립된 규

칙에 의해 행해지는 것을 경쟁이라고 불렀다(박재환, 1992).

2) 갈등의 발생 원인을 기준으로 할 때는 이익갈등(interest conflict)과 가치갈등

(value conflict)으로 구분되고 전자는 이해관계나 욕구의 충돌로 인해서, 후자는 가치

신념체계 또는 이념의 충돌로 인해 발생한다. 갈등의 쟁점에 따라서는 부부갈등, 세대

갈등, 지역갈등, 노사갈등, 정책갈등 등으로 세분될 수 있다. 그리고 행위주체를 기준

으로 보면 개인적 갈등(personal conflict), 개인간 갈등(interpersonal conflict), 조

직간 갈등(organizational conflict), 집단간 갈등(intergroup conflict) 그리고 국가

간 갈등(international conflict) 등으로 구분될 수 있다(최해진, 1998).

3) 갈등관리의 측면에서는 갈등의 심리적 측면에 대한 분석과 처방이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갈등관리 제도의 영역에서, 협상을 통한 합의에 도달하는 데 커다란 장애요인

중 하나로 심리적 요인을 든다. 이에 대한 연구들은, 집단갈등의 많은 경우 심리전이

나 감정적 대응이 합리적, 이성적 대응을 압도함으로써 이해당사자들이 자신들의 객

관적 이익에 반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 덫에 빠지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하고, 이러한

감정상승의 덫(dynamics of escalation and entrapment)을 극복하기 위한 전문적

인 조정, 중재자의 역할을 강조한다(Susskind L. & J. Cruikshank, 1987). 이처럼

현실의 개인내 혹은 개인간 갈등이나 갈등관리 제도운영에 있어서는 심리학이 매우

중요한 영역을 구성하는 것에 틀림없으나 이 글에서는 사회적 차원(일국적 차원)으

로 한정해서 논하기로 하고 특히 집단간 갈등(사회적 갈등)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다.

4) 개인의 합리적 선택과 사회 전체의 효율적 자원배분 간의 연관에 대한 문제는 경

제학에서 케인즈 경제학, 공공경제학, 경제체제론, 게임이론 등 다양한 영역에서 다

루어진 주제로서, 공공재 문제, 시장의 효율성, 국가의 역할 등 공공갈등의 분석과 처

방에 밀접하게 관련되는 이론적 논점들이 풍부하다(이 글의 3절 참조).

5) 이에 대해서도 3절에서 다룬다. 한편 이러한 구분은 기존연구에서 시사받은 바 크

다. 폰디(Pondy, L.)는 갈등에 대한 미시적 분석과 갈등관리를 위한 세 가지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하나는 거래모델(Bargaining Model)로서 희소자원에 대한 이익집

단간 경쟁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모델이고, 둘째는 관료적 모델(Bureaucratic

Model)로서 계층제의 수직적 차원에서 발생하는 갈등분석 모델이며, 셋째로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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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동향과 전망 71호

모델(System Model)로서, 기능적으로 상호의존적인 조직들 사이에 목표가 상이할

때 발생하는 갈등을 설명하기 위한 모델이다(경제·인문사회연구회, 2005).

6) 그 외 콩트(Conte), 스펜서(Spencer), 뒤르껭(Durkheim) 등도 균형론적 관점에

서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을 취했으며 이들의 관점은 이후 사회학에서 구조기능주의

라는 큰 조류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김동일, 1999).

7) 칼 마르크스(Karl Marx)는 생산수단의 소유여부에 따른 계급갈등에 주목하였고

계급갈등, 즉 ‘계급투쟁’은 사회변동을 이끌어내는 추진력으로 보았다. 그는 계급이란

것도 갈등을 통해 형성되는 것으로, 사회 속의 개인은 갈등을 통하여 그가 차지하는

객관적인 사회적 위치와 자기가 소속된 계급의 이익을 파악하게 되는 것으로 이해했

다. 한편 마르크스의 문제의식은 궁극적으로 특정의 역사적, 사회적 생산양식이 지닌

조건 속에서 재생산되는 계급관계의 메커니즘을 밝히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자본주

의 사회는 경제외적 강제없이도 ‘착취’라는 사회경제적 관계가 계급간 행위의 집합적

결과로 유지, 지속되는데, 마르크스는 이 재생산 법칙(rules of reproduction)을 자

본론을 통해 체계적으로 설명하였다.

8) 게오르그 짐멜(Georg Simmel)은 인간사회의 본질에 대해 마르크스와는 다른 가

정에 기초하여 독자적인 사회갈등 이론을 발전시켰다. 그는 갈등을 부정적으로 파악

하는 관점을 비판하면서 갈등의 기능을 중시하였으며, 어느 정도의 갈등은 사회체계

와 집단의 형성 및 유지를 위하여 그리고 집단구성원들이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이는 짐멜이 갈등의 기능이 지닌 양면성, 즉 분열적이

고 파괴적인 측면과 함께 사회 체계의 유지에 필요한 긍정적, 건설적, 통합적 측면을

동시에 강조하였음을 의미한다. 또한 짐멜은 강하거나 약하거나 갈등은 늘 사회 속

에 내재하고 있으며, 때로 갈등이 격렬해지면 사회변동까지도 일어날 수 있지만, 갈

등집단들이 각각 추구하는 목표들이 분명하게 드러날 경우 관련 집단 모두가 폭력적

대결에 따른 커다란 희생을 피하기 위해 타협과 같은 대안적 수단들을 강구하게 됨으

로써 갈등은 다양한 사회변화를 이끌어가는 힘이지만 어느 특정한 한 방향으로의 필

연성과 폭발성을 지닌 것으로는 보지 않았다(김덕영, 2004).

9) 막스 베버(Max Weber)도 사회가 광범하게 서로 다르고 갈등하는 이익을 지닌 수

많은 집단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익의 갈등이 사회생활에 있어서 핵심적 측면이며 인

간 사회에서의 사회적 갈등이 결코 초월되거나 극복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베버는 소유불평등을 주로 강조한 마르크스와 달리 갈등의 원인을 ‘정당성에 대한 의

문’에서 찾았다. 즉 베버는 집단간 권력분배 상황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

지배집단의 권위가 약화되면서 갈등이 생긴다고 보았으며 그 외 사회적 갈등이 발현

하게 되는 다양한 우연적 요인들도 고려하였다. 또한 사회갈등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질서가 유지, 재생산되도록 하는 다양한 정당화 요인들의 역할에 주목하면서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는 근본적 메커니즘과 관련 속에서 사회갈등을 파악하였다(박재환,

1992; 김덕영,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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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갈등과 사회과학적 갈등분석  41

10) 다렌도르프는 마르크스의 계급이론과 미국 사회학의 구조기능주의 이론을 동시

에 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갈등의 일반론을 구축하고자 하였다. 그는 구조기능주의

가 지나치게 합리적이고 통합 지향적이며 정적이라고 비판하면서, 후기 자본주의 사

회의 구조적 특성에 맞추어 마르크스주의적 갈등 논의를 수정·보완하려고 시도했

다. 계급 대신에 권력에 초점을 맞추고 집단간 갈등과 집단내 갈등에 관심을 기울인

것이나 마르크스주의적 혁명의 당위성에 반대하며 사회갈등은 혁명에 의해서만 해결

되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 해소할 수도 있음을 강조한 것 등이 그 사례이

다(Dahrendorf Ralf, 정대현 역, 1988; 김덕영, 2004). 한편 코저는 사회갈등의 통합

적 기능에 집중함으로써 부정적인 현상으로 간주되던 갈등의 긍정적 측면을 적극적으

로 조명함으로써 갈등분석의 지평을 넓힌 것으로 평가된다(Coser, 박재환 역, 1982).

11) 게임이론은 게임에 참여하는 주체(행위자)와 이들이 추구하는 목표가 분명하게

설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행위주체들이 상대편의 의사결정 방향을 고려하면서 의사

결정을 하는 상황을 상정한 분석틀이란 점에서 그러하다.

12) 갈등 당사자들이 한쪽만 이익을 보고 다른 한쪽은 손해를 보면서 갈등을 해결함

으로써 불씨를 남기는 상황에 대한 게임이다.

13) 갈등을 해결함으로써 당사자들이 모두 이익을 누릴 수 있지만 최선의 방안에 대

해서 합의하는 것은 또 다른 과제로 남는 상황을 설명하는 사례이다.

14) 갈등 당사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사전적으로는 최선의 선택을 했지만 사

후적인 결과에서 보면 쌍방 모두 손해를 보는 상황을 설명한다.

15) 예를 들면 갈등의 상황이 조정게임이나 겁쟁이 게임과 같은 경우, 당사자들은 전

략적 행동을 취함으로써 갈등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결하게 된다. 한편 갈등이 죄

수의 딜레마 게임과 같은 상황이라면 해결방법은 좀더 복잡해질 것이다. 왜냐하면

전략적 행동의 일환으로 상대방에게 위협을 한다고 할 때 상대방이 그것을 전혀 신뢰

하지 않는 경우 실패로 귀결될 것일 뿐 아니라, 위협을 하는 자신도 손해를 감수하면

서 그 위협을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갈등양상에 대한 해법 중 하나는 벼랑 끝 전략이다. 상대방이 자신의 위협을 심

각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유효해야 하고 동시에 상대방이 자신의 요구를 수용하는 경

우라면 벼랑 끝 갈등해결전략은 성공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에 대해서 상대

방이 끝까지 맞서게 되면 전쟁(국제관계)이나 파업(노사관계)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김태기, 2004b).

16) 김용학(1992)에서는 분석 맑스주의자들이 기능론과 방법론적 개인주의라는 두

갈래의 대립된 방법론에 입각하여 마르크스주의의 재정식화를 시도한다고 설명한

다. 여기서 특히 후자의 흐름에서는 마르크스주의가 직면한 다양한 위기의 원인 중

행위자에 대한 관심이 결여된 것을 중요하게 든다. 이러한 질문을 통해 왜 역사는 마

르크스의 예견대로 흘러가지 않았는가, 왜 구조의 담지자로 여겨졌던 행위자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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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동향과 전망 71호

은 마르크스를 배반하였는가에 대한 설명이 시도되었다. 분석적 마르크스주의의 대

표적 이론가인 아담 쉐보르스키는 노동자가 사회주의를 원하지 않고 자본가와 타협

을 한 사회민주주의의 등장을 합리적 선택이론과 전환의 비용(transformation cost)

이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한 바 있다(Przeworski, A., 최형익 역, 1995).

17) 이 글에서는 이러한 접근을 제도론적 접근 혹은 갈등관리론이라 부르고자 한다

(다음 (3) 제도론적 접근=갈등관리론 참조).

18) 우리사회는 최근 들어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의 ADR이나 참여적 갈등관리 제도

들이 소개되는 한편(강영진, 2000; 김유환, 2005a 및 2005b, 2006), 다양한 사례연

구에 기초하여 갈등관리의 제도형태와 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참

여정부에 들어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중심으로 갈등관리를 위한 체계적

이고 지속적인 연구와 함께(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 2004 및 2005 참조), ‘공공

기관의 갈등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안하는 등 갈등관리 시스템 구축을 위한 정책을

제시하고 갈등관리에 관한 인식을 확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19) 정치적 불안정 증대나 편파적 이익의 대두, 정보왜곡이나 조작으로 인한 악선택

(bad choice) 등에 따른 사회적 비용 증가도 현실적인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조현

석, 2005).

20) 희소한 자원을 사이에 둔 이해관계의 상충은 갈등의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충

분조건은 아니다. 예컨대 빵 하나를 두 사람이 나누는 경우 한 사람의 몫은 다른 사람

의 몫에 좌우되므로 이해관계의 상충이 필연적이지만 쌍방이 모두 만족한 방법을 찾

아 나누면 갈등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21) 주류경제학이나 마르크스 경제학에서 예외적으로 계급갈등을 직접 다루는 분야

는 노동분야였다. 주류 경제학 노사관계론(파업분석)이나 마르크스 경제학의 노동

과정론에서는 계급갈등이 보다 직접적으로 다루어진다.

22) 대표적인 논의가 뷰캐넌(James Buchanan)과 털럭(Gordon Tullock)이 창시

한 공공선택이론(Public Choice theory)이라 할 수 있다. 공공선택론은 공공부문의

역기능을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23) 공공재나 공유재 문제는 외부성 혹은 외부효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외부성

(externality) 혹은 외부효과(external effect)란 어떤 경제 활동과 관련하여 다른 사

람(제3자)에게 의도하지 않은 혜택(외부 경제, external economies)이나 손해(외부

비경제)를 가져다주면서도 이에 대한 대가를 받지도 지불하지도 않는 상태를 의미한

다. 외부경제는 개인적인 편익보다 사회적 편익이 크거나 개인적 비용이 사회적 비

용보다 작게 된다.

외부성은 개인과 사회 간의 부조화와 갈등의 개연성을 드러내준다. 즉 외부성의 존

재는 주류경제학 내에서 ‘사회가 보이지 않는 손’의 조화로운 조정역할이 제대로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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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갈등과 사회과학적 갈등분석  43

동하지 않음으로써 갈등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인정하게 하는 의미를 지닌다.

24) 단, 공공재 개념은 높은 수준의 이론적 개념으로서 현실에서는 전적으로 비경합

적이고 비배제적인 재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과학기술의 발달과 사회문화적 요

인도 공공재 범주의 구성에 영향을 미쳐왔다.

<표> 공공재, 공유재의 특성 비교

배재성 비배재성

경합성 사적 재화(private goods) 공유재(common pool resources)

비경합성 club goods(예 : 케이블 TV) 공공재(public goods)

25) 공공재와 공유재를 구분하면 아래와 같다.

26) 집합행동의 딜레마는 게임이론에서 말하는 용의자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상황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행위자가 개인과 집단간일지라도 상황은 동일하며 다

수의 게임참여자가 있는 용의자의 딜레마도 마찬가지이다(Hardin, R., 1993: 25-

30). 따라서 집합행동의 딜레마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무임승차 문제를 해결하는 길

을 찾는 것은 용의자의 딜레마가 존재를 하는 상황에서 게임참여자 간의 참여와 협조

가 가능한 조건을 찾는 것과 동일하다.

27) 예를 들면 폐기물을 방출하는 개인이나 기업에 대해 국가가 나서 공해방지 기준

을 제시하고, 정화정치 설치를 의무화하며 오염원 배출에 대해 처리비용을 징수하고

이를 위반하는 개인이나 기업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Pigouvian Tax)이 그것

이다.

28) 코즈는 피구주의적 해법을 비판하며 사유재산권이 명확히 설정되어 있으면, 이

해 당사자들이 자발적 협약을 통해 스스로 외부효과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고 본

다. 환경오염의 예를 다시 들면, 깨끗한 환경에 대한 재산권을 잘 정의하면, 국가개입

없이도 개인 간 협상을 통해 적정오염 수준이 달성될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재산권

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29) 좀더 구체적으로 보면, 재산권 설정이 확실하고 관련 경제단위가 적어 외부성에

의한 상호관계가 분명하다는 가정, 또 거래비용이 거래에 따른 이익보다 클 경우 거

래에 참여할 경제주체는 없을 것이므로 외부성에 대한 거래비용이 무시할 수 있을 만

큼 적어야 한다는 가정 등이 그것이다.

30) 이 글에서는 행위자가 직면하는 유인과 제약을 조절하면서 조정실패(coordination

failure)에 따른 갈등의 성격을 결정하고 갈등해결의 가능한 해를 결정하는 다양한 법

적, 제도적 규칙, 경쟁의 형태, 규준, 관습 등(Bowles & Gintis, 1996)을 거버넌스로

이해한다. 특히 다원적 주체들 간의 협력적 통치방식이나 공동체적 자율관리체제를

지칭하며 그 핵심은 사회내 행위주체들의 참여와 역할증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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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동향과 전망 71호

31) 이들 공동체는 시장이 보여주는 만큼 효율성을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

떤 보편적인 규칙을 강제함에 있어 국가가 보여주는 것만큼 강력한 제재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여러 차원의 공동체(소규모 집단)들의 존재와

작용은 사회에서의 ‘조정의 실패’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Bowles & Gintis, 1996).

32) 이처럼 분쟁해결의 절차나 규칙이 확립되지 않은 채, 분쟁해결 양상이 극단적이

고 과격한 방법에 주로 의존하는 우리 사회 갈등해결의 특성을 김태기(2005)에서는

‘떼쓰기 식’, ‘빽쓰기 식’, ‘할 테면 해보라 식’의 분쟁해결이라 표현한 바 있다.

33) ‘박정희 신드롬’이라 불리는, 억압적인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복고적이고 퇴영적

인 대중적 향수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또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에 대한 높은 대중적 지지율의 주된 이유가 청계천 복원과정에서 많은 갈등요소

를 무리없이 해결해낸 데 대한 긍정적 평가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34) “1970-1980년대를 거치면서 서로 모순되는 도전들이 현실에서 과잉되고 이에

직면해 무기력이 일반화되는 경험 속에서 실업, 생태파괴, 그리고 만성적으로 고갈

된 공공재정을 생각하면, 국가기구가 더 이상 사회적 문제에 대해 유연하고 융통성

있게 대응할 수 없음이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울리히 벡, 문순현 역,

1998: 241).

35) 임혁백(2000)에서는 심의민주주의나 결사체 민주주의의 한계와 결점에 대해서

잘 정리하고 있다.

36) 참여정부에서 최근 발간한 미래정책보고서에서도 ‘사회적 자본의 확충’을 제시

함으로써 미래 갈등관리의 측면에서 시민사회의 참여, 시민사회와 결합된 사회시스

템의 필요에 주목하고 있다(비전2030 민간합동작업단, 2006). 이 보고서에서는 다

양성을 인정하고 국가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시스템이 미흡하여 사회갈등 해결에 많

은 비용이 소모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5대 전략 중 하나로 사회적 자본 확충을 든다.

그러나 실천수단으로 들고 있는 제도혁신과 선제적 투자의 구체적 내용을 보면, 여전

히 분절적이고 기능주의적 인식이 남아 있다. 그렇지만 지역공동체의 육성을 통한

자발적 복지체제 구축과 NGO지원, 시민의식교육, 작업현장의 사회자본 확충, 갈등

관리 기본법 제정, 갈등관리전문가 양성, 여성의 정치, 정책과정 참여 활성화 등을 통

한 다양성 수용시스템 구축을 통해 국가와 시민사회, 시장을 엮는 새로운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인식의 단초가 보이는 것은 중요한 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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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갈등과 사회과학적 갈등분석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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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동향과 전망 71호

초록

사회갈등과 사회과학적 갈등분석

정건화

이 논문에서는 사회갈등에 관련된 중요 논점들을 살펴보고 갈등에 관한 사회

과학적 연구의 현황과 성과를 점검하였다. 아울러 사회갈등의 지배적 유형이

된 공공갈등에 주목하면서 공공성의 원인과 대안에 대한 관심에서, 공공재

문제와 관련된 경제학적 쟁점을 검토하고 이어서 사회갈등의 해결책을 모색

하기 위해, 공공재 문제의 국가, 시장적 해법을 비판적으로 살펴보았다. 이어

서 한국사회의 갈등의 양상과 특징을 정리하고 갈등관리를 위한 대안과 과제

를 제출하였다. 이 논문에서 주된 내용과 강조점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이 글

에서는 사회갈등 연구의 흐름을 크게 세 부류, ① 구조론적 접근, ② 제도론

적 접근 ③ 행위론적 접근으로 구분하고, 제도론 차원에서 갈등관리를 위한

중범위 수준의 제도와 정책에 대한 성과의 축적을 강조했다. 다음으로 역사

적으로 볼 때 사회갈등은 정책갈등, 즉 공공갈등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정책

갈등의 핵심적 쟁점은 정책의 정당성의 문제이고, 공공정책의 정당성은 공공

재 문제의 해결을 통해서 주어지는 것으로 보았다. 세 번째로 한 사회가 사회

갈등, 특히 공공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은 그 사회시스템과 밀접히 관련된다는

점에 주목해서, 사회갈등의 관리 혹은 해결원리를 공공재 문제 해결을 위한

세 접근법에 대응시켜 ① 국가 중심적 접근 ② 시장 중심적 접근 ③ 시민사

회 중심적 접근으로 구분하였다. 마지막으로 갈등연구 및 갈등관리의 방법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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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갈등과 사회과학적 갈등분석  49

관련해서 이 글에서는 중범위 수준에서의 제도론적 접근을 통한 갈등연구와

시민사회=참여자치적 갈등관리 해법에 주목하여, 한국사회 갈등관리 시스템

의 구축을 제안했다. 시민사회의 참여를 통한 갈등관리의 제도화는 갈등의

역기능을 완화하고 사회적 비용을 경감시킬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민주주

의의 확대를 통해 사회갈등이 건강하고 다양한 사회로 발전하는 동력이 되도

록 하기 때문이다.

주제어 사회갈등, 정책갈등, 공공갈등, 갈등관리, 대안적 갈등관리(ADR), 공공재, 공

유재, 공유지의 비극, 무임승차, 거버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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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동향과 전망 71호

Abstract

Social Conflict and Analysis of Social Conflict

Keun-Hwa Jung

This paper explores diverse theoretical aspects of social conflict and

review the range of the study of social conflict. In this study, I identify

and examine three approaches; structural, institutional and behavioral

approach of conflict analysis and then place emphasis on the meso-

level approach for the development of conflict management in

Korean society. I also focus on the public dispute which has become

the main type of social conflict, then relate so-called ‘public goods

problem’ in economic theory with the cause and consequence of so-

cial conflict. Furthermore, I categorize three types of social system re-

sponding to the way of managing the social conflict; state-centered,

market-centered and civil society centered conflict management

system. After explaining the characteristic of three models, I raise the

argument that the third system, namely the governance model, is fa-

vorable with the perspective that it lessens the negative effects of so-

cial conflict and reduces the social costs. In conclusion, I suggest that

social conflict which might increase with the development of democ-

racy may well be solved with the help of democracy in Korea.

Key words Social Conflict, Policy Dispute, Public Dispute, Conflict Management,

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Public Goods, Common Pool Resources, Tragedy

of The Commons, Free Rider, Govern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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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기술의 민주적 관리 방안 연구: 고준위 핵폐기물을 중심으로  51

특집【 한국의 사회갈등:쟁점과 현안 】

고위험 기술의 민주적 관리 방안 연구:

고준위 핵폐기물을 중심으로❉

이영희❉❉

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1. 머리말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이미 20여 년 전에 우리가 살고 있는 현

대 사회를 ‘위험사회’(risk society)라고 부른 바 있다(Beck, 1986). 위

험사회란 기본적으로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인

위적인 위험들에 둘러싸여 있는 사회를 말한다. 이러한 위험사회에서

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이미 존재하던 특정한 위험을 경감시켜주거나

해소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또 다른 위험을 만들

어내기도 한다.

이처럼 현대 사회에서 과학기술이 위험 생산과 직접적으로 관련을 맺

게 됨에 따라 특정 과학기술을 둘러싼 사회갈등도 격화된다. 핵기술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전쟁을 위한 핵기술이 아니라 평화를 위한 핵기

❉ 본 연구는 2007년도 가톨릭대학교 교비연구비의 지원으로 이루어졌음.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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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동향과 전망 71호

술이라는 선전에도 불구하고, 원자력발전 기술은 사람들에게 대표적인

고위험 기술로 인식됨으로써 수십 년 동안 세계 도처에서 수많은 사회

적 갈등의 대상이 되어 왔다. 지금까지 사회갈등의 대상이 되어온 핵

기술에는 단지 원자력발전 기술만이 아니라 원자력발전을 거쳐 발생된

핵폐기물까지가 포함되어 있는데 역사적으로 이를 둘러싼 사회갈등의

축이 약간 변동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원자력발전 초기에는 원자력발

전 자체를 둘러싼 사회갈등이 주를 이루었다면 원자력발전이 수십 년

간 지속되면서 핵폐기물이 쌓여감에 따라 그 처리를 둘러싼 사회갈등

이 새롭게 등장하게 되었다. 특히 최근에는 원자력발전 자체보다도 핵

폐기물 처리를 둘러싼 사회갈등이 더욱 격화되고 있는 실정이다.1)

우리나라도 이미 세계 6대 원자력발전 대국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핵

폐기물 처분과 관련해서는 매우 후진적이어서 그간 핵폐기물 관리와

관련하여 수많은 갈등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특히 사용후 핵연료와

같은 고준위 핵폐기물은 그 위험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안전하고 민주

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아주 중요함에도 아직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적

극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있지 않다. 원칙적인 차원에서 원자력발전을

지지하느냐 반대하느냐에 관계없이 이미 가동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

로부터 매일같이 핵폐기물이 나오고, 그중에는 독성이 100만년까지도

지속되는 고위험 고준위 폐기물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의 민주적

관리는 매우 시급한 상황이다. 사회적으로 재앙이 될 수도 있는 고위

험 기술에 대한 관리 정책은 소수의 전문가나 관료만이 독단적으로 결

정해서는 안 되며, 포괄적 이해당사자로서 시민사회도 폭넓게 참여하

여 민주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처럼 대표적인 고위험 기술인 핵기술을 민주적으로 관리하

여 사회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무엇인가? 이러한 문제의식

에 서서, 이 글은 핵기술 중에서도 최근 우리나라에서 커다란 사회갈등

을 야기한 바 있는 핵폐기물 처분 기술을 대상으로 하여 그것의 민주적

관리 방안을 모색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원자력발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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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기술의 민주적 관리 방안 연구: 고준위 핵폐기물을 중심으로  53

부산물로 발생된 핵폐기물 처분을 둘러싼 사회갈등, 그리고 위험기술

의 민주적 관리와 공론화의 관계를 살펴본다. 이어서 보다 구체적으로

핵폐기물의 민주적 관리 방안을 사회적 공론화의 관점에서 설계한다.

그런데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핵폐기물은 통상적으로 그 위험수준에

따라 저준위, 중준위, 그리고 고준위로 나뉘는데 이 글에서는 고준위

핵폐기물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2. 핵폐기물과 사회갈등, 그리고 공론화

1) 원자력발전과 고준위 핵폐기물

우리나라는 지난 1978년 고리 1호기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시작으로 원자

력발전산업이 급성장하여 현재 20기의 원자력발전소가 총 17,716MW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으로 생산된 전력은 우리나라 전체

전력의 4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그 비중이 높다. 아울러 현재 4기

가 건설 중에 있고, 4기가 향후 건설될 것으로 계획되어 있는 상황이

다. 그리하여 2017년부터 한국에서 가동될 원전은 28기에 달할 전망

이다.2)

그런데 문제는 이들 원자력발전소는 필연적으로 위험물질인 핵폐기물

을 발생시키게 된다는 점이다. 핵폐기물은 “방사성 핵종의 농도가 규

정치 이상 함유 또는 오염되어 있는 물질로서 폐기대상이 되는 것”을

말하는데, 일반적으로는 방사능 농도에 따라 저/중/고준위 폐기물로

분류되며 기준은 국가마다 다르나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국제원자력기

구(IAEA)와 같은 국제기관의 권고사항을 기준으로 하여 각국의 규제

당국이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원자력법 제2조 18항에서 핵

폐기물을 “방사성물질 또는 그에 의하여 오염된 물질로서 폐기의 대상

이 되는 물질(사용후 핵연료를 포함한다)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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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동향과 전망 71호

그렇다면 과연 고준위 핵폐기물이란 무엇인가? 우리나라 원자력 법 시

행령은 고준위 핵폐기물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고준위방사성

폐기물’이라 함은 방사성폐기물 중 그 방사능농도 및 열 발생률이 과학

기술부장관이 정하는 값 이상인 방사성폐기물을 말하고, ‘중·저준위방

사성폐기물’이라 함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외의 방사성폐기물을 말한

다.” 그리고 과기부 장관은 고시로서 고준위폐기물은 반감기 20년 이상인

알파선 방출핵종 농도가 4,000Bq/g이상이거나 열 발생률이 2kW/㎥ 이

상인 방사성폐기물로 정하고 있다(한국위험통제학회, 2007). 국제원자

력기구(IAEA)는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에서 침출된 고준위 폐액 및

폐기되는 사용후 핵연료 또는 이것들과 동등하게 강력한 방사능을 띄

는 핵폐기물을 고준위 핵폐기물로 정의하고 있다.3) 사용후 핵연료는

새 연료를 원자로에서 약 3년을 태우고 꺼낸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고 있지 않으므로 사용후 핵연료가 모두 고

준위 핵폐기물이 된다. 통상적으로 중·저준위 핵폐기물(원전에서 발

생하는 작업복, 장갑, 덧신, 각종 폐부품 따위)은 처분 후 300년 정도

지나면 대부분의 방사능이 안전한 수준으로 떨어지는 데 반해, 고준위

핵폐기물은 십만 년 정도를 기다려야 방사능이 안전한 수준으로 바뀌

기 때문에 고준위 핵폐기물의 처리는 중 저준위의 그것에 비해 훨씬 더

어렵다고 한다(황주호, 2006).

우리나라의 현재 20기의 원자력발전소 중에서 경수로인 고리 1호기

(60만 kW급) 발전소에서는 약 14톤, 고리 3, 4호기와 표준형 원전

(100만 kW급)에서는 약 19톤, 월성의 가압중수로 원전에서는 호기당

약 95톤 등 도합 800톤 정도의 사용후 핵연료가 매년 발생되어 2005

년말 현재 총 8,000톤 정도가 누적되어 있다. 이들 사용후 핵연료는 모

두 각 원전 부지 내 저장조에 보관되어 있다. 정부(산자부)는 원전별

조밀 저장대 설치, 부지 내 원자로 간 운반저장, 월성의 경우 건식저장

소 추가설치 등의 방법을 써서 현 용량 기준으로는 거의 포화상태에 이

른 사용후 핵연료를 2016년 정도까지 각 원전 부지 내에서 관리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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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기술의 민주적 관리 방안 연구: 고준위 핵폐기물을 중심으로  55

<표 1> 사용후 핵연료 관리현황(2005년 12월 기준)

구분 저장용량 누계발생량예상포화연도

현용량기준 저장능력확충시

고리(4기) 1,737 1,475 2008 2016

월성(4기) 4,960 4,287 2006 2017

울진(6기) 1,642 949 2008 2018

영광(6기) 1,696 1,249 2008 2021

계 10,035 7,960 - -

자료 : 조석(2006).

있도록 저장능력을 확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표 1> 참조).4)

현재 정부는 2016년을 포화시점으로 잡고 있기 때문에, 그 때까지는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중간저장 시설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간

저장 시설을 경유해 최종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사용후 핵연료를 처분

할 것인지는 아직 결정되어 있지 않다. 다만 올 초에 ‘에너지기본법’에

근거해 설치된 국가에너지위원회를 통해 사용후 핵연료 처리 및 처분

방향에 대한 공론화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위험수준이 높은 고준위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수 있는 기술은 과연 무엇인가?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기술은 기본적으

로 반감기가 아주 긴 고준위 핵폐기물을 인간 생활권으로부터 안전하

게 격리시키는 기술로서, 초기에는 심해, 우주, 극지방의 얼음층 등 인

간의 접근이 어려운 곳에 처분하는 방안이 고려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재로서는 지하 300-1000m의 심지층에 최종

적으로 처분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는 결론에 도달해 있는 상황이

다.5) 땅 속 깊이 매립하여 인간 생활권에 도달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

을 길게 함으로써 그 사이에 방사능이 안전한 수준으로 떨어지기를 기

대하는 것이 심지층 처분의 원리이다. 1960년대부터 미국을 비롯하여

캐나다, 스웨덴, 핀란드, 독일, 스위스, 일본 등 여러 나라들에서 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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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동향과 전망 71호

환경에 맞는 심지층 처분시스템에 대해 연구개발을 해왔다.

2) 핵폐기물을 둘러싼 사회갈등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원자력발전소는 상대적으로 값싼 전력을 대량으

로 공급 해주는 측면이 있지만, 여기서 나오는 핵폐기물은 위험물질이

기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나 커다란 사회적 갈등요인이 되고 있다. 우

리나라에서도 지난 1986년부터 핵폐기물 처분을 둘러싸고 사회갈등이

격화되어 왔다.6)

1986년에 정부는 원자력법 개정과 함께 관련부처 장관을 위원으로 하

는 원자력위원회를 개설하고 한국원자력연구소(당시 한국에너지연구

소)를 방사성폐기물처분장 관리위탁기구로 지정한 다음 전국을 대상

으로 핵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을 위한 문헌 및 현지조사를 실시하였

다. 그 결과 경북 울진, 영덕, 영일 3곳이 후보지로 지정되었지만 부지

지질조사 시행 중 주민반발로 인해 1989년에 최종적으로 무산되었다.

1990년에 들어와 한국원자력연구소는 비공개리에 실시된 조사를 통해

안면도에 충청남도의 협조 하에 ‘제2 원자력연구소’ 건립을 추진하였는

데, 사실상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을 연구소의 일부 시설로 개념화한 것

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이 알려지면서 곧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가 일

어났고, 그 결과 1991년에 결정이 철회되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1993년 11월에 ‘방사성폐기물관리사업촉진및그시설

주변지역지원에관한법’, 일명 방촉법을 제정하고 부지선정을 위한 사

전주민협의절차 및 시설지역에 대한 지원을 법률로 약속하기에 이르렀

다. 이 지원 법을 근거로 양산과 울진 지역을 유치 후보지역으로 지정

하였으나 이번에도 군의회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정부는 다시 1994년

6월에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방사성폐기물관리사업위원회’를

결성하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방사성폐기물관리사업기획단’을 설치하

는 등 부지 선정에 박차를 가했다. 과거 제안된 지역 등 10개 지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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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기술의 민주적 관리 방안 연구: 고준위 핵폐기물을 중심으로  57

대상으로 주민 수용성을 중시하여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 굴업도를 부

지로 선정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아울러 방촉법에 따라 굴업도를 시설

지구로 지정, 고시하고 지자체장 선거일(1995년 6월) 전에 부지확보를

목표로 공청회, 사전사업설명회, 공개토론회 개최 등 다양한 활동을 벌

였으나 이 역시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게 되었고 결정적으로

지질조사 중 활성단층이 발견되면서 지정고시가 해제되었다.

1997년 1월에 열린 제 245차 원자력위원회는 방폐장 사업 주관부서를

과기부에서 산자부로 변경하고 사업 주관기관 역시 한국원자력연구소

에서 한국전력으로 바꾸기로 결정하였다. 2000년에 들어와 1년간 자

율공모방식으로 영광, 강진, 진도, 고창, 보령, 완도, 울진 등 7개 지역

에서 주민유치신청이 이루어졌으나 각 지자체장들의 반대로 다시 무산

되었다. 2001년부터는 방폐장 부지 선정이 사업자 주도방식으로 바뀌

게 되었다. 이에 따라 한전은 2002년말에 전문기관 용역을 통해 영덕,

울진, 영광, 고창의 네 지역을 후보지로 선정하고 1년간 지질조사와 지

역협의를 통해 최종 부지를 선정할 계획이었다.

2003년 2월에 출범한 참여정부는 부지 선정과 관련하여 새로운 절차

를 발표하였다. 자율유치 신청에 의한 부지 공모방식으로의 변경이 그

것이다. 아울러 그해 4월 정부는 국무회의를 통해 10개 부처 장관 담

화문을 통해 유치지역에 제공할 막대한 인센티브를 발표하였는데, 그

내용은 핵폐기물 관리시설 사업과 양성자가속기 사업을 연계하여 추진

하고, 유치지역에 한국수력원자력 본사를 이전하며, 3,000억 원 이상

의 지역 지원금에 대한 사용 용도를 지자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며, 각 부처별로 지역지원사업을 발굴하는 등 지역 숙원사업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2년말에 후보지로 선

정된 4개 지역 지자체장들은 예비조사 요청을 거부하였다. 이러한 상

황에서 7월에 부안군수가 지역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방폐장 유

치를 신청함으로써 ‘부안사태’라고까지 불릴 정도의 엄청난 사회갈등

을 유발하게 되었다. 주민들은 촛불집회와 자녀 등교 거부 등 장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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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동향과 전망 71호

인 반대 운동에 돌입하였고, 그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과 경찰, 또는 지

역 주민들 사이의 물리적 충돌도 빈번하게 일어나 수많은 사람들이 다

치는 사태가 벌어졌다. 산자부 장관의 사퇴를 가져온 이 부안사태는

2004년 2월 14일에 실시된 부안 지역주민들의 주민투표로 일단락 지

어졌다. 비록 주민투표가 법적 효력을 지니는 것은 아니었지만 당시

부안 주민의 72%가 참여한 주민투표의 결과 투표자의 92%가 방폐장

유치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옴에 따라 정부와 한수원은 부안 군수의 유

치신청을 기각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노진철, 2004; 홍성태, 2004).

부안사태를 거치면서 정부는 그해 12월에 부지선정 보완방침을 발표

하게 된다. 즉 주민유치청원, 예비신청, 주민투표, 본신청, 부지선정이

라는 절차를 거치도록 한 것이다. 이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수용성을

절대적으로 중시할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아

울러 지난 20여 년 동안 핵폐기물 처분장을 마련하는 데 실패하여 다

급해진 정부는 2004년 12월 원자력위원회 제253차 회의를 통해 중·

저준위 핵폐기물의 처분과 고준위 핵폐기물의 처분을 분리하여 그 저

장시설을 이원화하기로 결정하였다. 특히 고준위 핵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는 국가정책방향 및 국내외 기술개발 추세 등을 감안, 중간저장

시설 건설 등을 포함하여 중장기적으로 검토하되 충분한 토의를 거쳐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여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책 선회는 결과적으로 일정하게 성과를 거두었다. 2005년에

들어와 정부는 오랜 숙원 사업이던 핵폐기장 처분장 부지를 선정하는

데 일단은 ‘성공’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중·저준위 핵폐기장 유치를

신청한 군산, 영광, 울진, 경주의 네 곳 지역에서 실시된 주민투표를 통

해 가장 높은 찬성률을 기록한 경주가 부지로 선정된 것이다. 이러한

‘성공’을 가져온 핵심적인 요인으로는 부지로 선정된 지역에 대한 엄청

난 액수의 특별지원금 제공과 더불어, 앞에서 언급한, 정부가 새롭게

들고 나온 핵폐기장 정책을 들 수 있다. 핵폐기장의 위험성에 대해 크

게 걱정하던 지역주민들이 정부가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중·저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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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기술의 민주적 관리 방안 연구: 고준위 핵폐기물을 중심으로  59

핵폐기장만을 짓고, 지역발전을 위해 많은 재정지원을 하겠다고 하자

결국 이를 수용하게 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지역 지원금을 놓고

벌이는 지역간 경쟁이 과열된 나머지 부지 선정 후 찬성과 반대 측 주

민들 사이에, 그리고 선정된 지역과 탈락된 지역 간에 깊은 앙금을 남

기는 등, 부지 선정의 후유증은 꽤 심각한 상태이다(이현민, 2006; 차

성수·민은주, 2006).

어쨌든 오랜 우여곡절을 거쳐 이제 중·저준위 핵폐기물 처분 문제는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정작 심각한 것은 위험성이 매우 높은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과 관련된 문제이다. 고준위 핵폐기물은 중·저준위 핵

폐기물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향후 고준위 핵폐기물의 처분 과정에서는, 그 과정이 민주적으

로 잘 관리되지 않으면 중·저준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

회갈등이 훨씬 격렬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3) 공론화를 통한 위험기술의 관리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우리는 원자력발전의 불가피한 부산물인 핵폐

기물, 특히 고준위 핵폐기물을 안정적으로 처분하는 데는 기술적인 측

면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측면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함을 알 수 있

다. 그런데 이렇게 기술관리에 있어 사회적 측면이 중시되는 것은 위

험기술 그 자체의 특징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통상적으로 기술 수명주기 상 성숙 단계에 들어가 있는 기술들의 경우

에는 그 분야의 기술적 전문가들만이 기술관리를 담당하는 경향이 많

다. 반면 위험기술, 특히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기술과 같이 아직 완전

하게 실증되지 않은 기술의 경우에는 관리상의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

에 관리의 담당 주체도 보다 확장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푼토

비츠와 라베츠의 “탈정상 과학”(Post-Normal Science) 이론은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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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동향과 전망 71호

하는 점이 많다(Funtowicz & Ravetz, 1992).

이들은 현대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위험(risk)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

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고 본다. 이 세 유형의 전략은 의사결정에 따

른 이해관계의 범위(decision stakes)와 체계 불확실성(system un-

certainty)을 두 개의 축으로 하여 도출되는데, 이해관계의 범위가 좁

고 체계 불확실성도 낮은 ‘응용과학’ 유형, 이해관계의 범위와 체계 불

확실성 모두 중간 정도인 ‘전문가 자문’ 유형, 그리고 이해관계의 범위

도 넓고 체계 불확실성도 높은 ‘탈정상 과학’ 유형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중 특히 탈정상 과학이 요청되는 문제 상황은 사실 관계는 불확실하

고, 가치 갈등이 존재하며, 이해관계가 폭넓게 걸려 있으며, 의사결정

은 급박하게 내려져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탈정상 과학의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독성이 아주 오래 지속되는 핵폐기물 처분장의 설계이다.

핵폐기물의 특성과 그것의 안전한 처분 방식에 관한 사실 관계를 둘러

싸고 아직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핵폐기물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차이

가 있으며, 핵폐기물 처리장 건설에는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관련되어

있으며, 핵폐기물의 포화로 인해 의사결정도 최대한 빨리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탈정상 과학이 대응해야 하는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어

차피 그 분야의 전문가들도 문제 해결을 완벽하게 할 수 없다. 다시 말

해 전문가 자신도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아마추어에 불과할 수

가 있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을 상대해야 하는 탈정상

과학이 제대로 문제 해결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전문가들로만 국한

되지 않는 ‘확장된 동료 공동체’(extended peer community)를 필요

로 한다. 확장된 동료 공동체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과학기술적

이슈에 대한 논의 과정에 과학기술적 전문가들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

이나 지역 주민과 같은 직 간접적인 이해관계자들까지 참여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기 위한 개념이다. 따라서 전통적인 동료 공동체에 비

해 확장된 동료 공동체는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문제를 민주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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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기술의 민주적 관리 방안 연구: 고준위 핵폐기물을 중심으로  61

로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전략이 되는 것이다.7)

이상과 같은 탈정상 과학 논의를 통해 우리는 고준위 핵폐기물과 같은

고위험 기술의 경우에 확장된 동료 공동체, 즉 민주적인 공론화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

다. 다시 말해 고준위 핵폐기물과 같은 고위험 기술의 관리는 단지 기

술적 전문가들에 의해 기술적인 차원에서만 접근될 문제가 아니라, 그

기술에 직 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이해관계자들의 광범위한 참여에

기반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요컨대 고준위 핵폐기물의 관리는 기본적

으로 민주주의의 차원에서 접근되어야 할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점에

서, 유럽의 몇몇 나라들이 현재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과 관련하여 보여

주고 있는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핀란드는 1990년대 후반 네 곳의 사용후 핵연료 처분장 후보 부지를

조사하여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였는데, 이 과정에 해당 지역주민들의

참여와 투명한 정보공개가 충실하게 이루어졌다. 이러한 투명하고 민

주적인 과정을 거쳐 2001년 핀란드 의회가 올킬루오토(Olkiluoto) 지

역에 사용후 핵연료 처분장을 건설하는 안을 채택하였다. 프랑스, 영

국, 캐나다, 독일, 스웨덴 등의 나라들도 지난 수 십 년 동안의 실패를

거울삼아 핀란드와 같은 투명하고 민주적인 공론화 절차를 거쳐 최종

처분장 부지를 선정하기 위해 현재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1990

년대에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의 저항으로 셀라필드 지역에 핵폐기장

을 건설하려 했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 영국의 경우에는 2003년에 정

부가 원자력 전문가뿐만 아니라 환경운동가, 사회과학자들도 포함된

핵폐기물관리위원회를 만들고, 이들이 핵폐기물 처분과 관련된 공론화

를 다양한 수준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있다. 스웨덴도 고

준위 핵폐기장 부지 선정과 관련하여 지역주민의 활발한 참여에 기반

한 공론화 과정을 잘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8)

지금까지 본 바와 같이 다른 나라들의 경우 이미 오래 전부터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을 위한 연구개발과 함께 민주적 관리를 위한 사회적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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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동향과 전망 71호

론화를 실행해 왔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고준위 핵폐기물의 민주적인

관리에 필요한 사회적 공론화를 위한 노력을 거의 기울이지 않았다.

정부 자료에 따르더라도 고준위 핵폐기물 저장 포화시점이 10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고준위 핵폐기물이라는 고위험 기술을 민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사회적 공론화가 매우 시급히 요청됨에도 불구하고 이

와 관련된 노력이 아직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은 매우 우려

할 만한 일이다. 핵폐기물 처리를 둘러싸고 야기되었던 고통으로 점철

된 쓰라린 실패의 역사를 다시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정책은 직 간접적인 이해관계자들의 폭넓은 참여에 기반한 민주적

인 공론화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공공정책을 둘러싼 사회갈등은 기본적으로 그 정책의 결정과정이 민주

주의를 결여할 때 증폭되기 때문이다(이영희, 2004).

3. 고준위 핵폐기물의 민주적 관리를 위한 사회적 공론화의 설계

이제 고준위 핵폐기물을 민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보다 구체

적으로 모색해보기로 하자. 앞에서 전개된 논의에 따라 이 글에서는

고위험 기술의 민주적 관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공론화 절

차의 설계와 실행이라고 본다. 소수의 기술적 전문가나 관료, 혹은 사

업자만이 기술관리를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직 간접적인 이해당사자

들이 사회적 공론화 절차를 통해 광범위하게 그 기술에 대한 관리과정

에 참여하는 것이 고위험 기술을 민주적으로 관리하고 궁극적으로 그

기술의 사회적 수용성 제고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1) 사회적 공론화의 정의와 기본원칙

그렇다면 사회적 공론화란 무엇인가? 사회적 공론화란 특정한 공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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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기술의 민주적 관리 방안 연구: 고준위 핵폐기물을 중심으로  63

책 사안이 초래하는 (혹은 초래할) 사회적 갈등에 대한 해결책의 모색

과정에 직 간접적인 이해당사자들과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민주

적으로 수렴하는 일련의 절차를 의미한다. 따라서 공론화를 통한 정책

결정은 기존의 전문가와 관료 중심의 정책결정에서 탈피하여 정책결정

과정을 이해당사자들과 시민사회에 폭넓게 개방함으로써 정책결정의

민주화를 이루어 궁극적으로는 정책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 요컨대 사회적 공론화란 특정한 공공정책 사안에 대

한 논의를 밀실에서 광장으로 끌어내어 사회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

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그 공공정책 사안이 사회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현실 속에서 성공적으로 수행하

는 것은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공론화 과정을 잘 추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원칙들이 있기 때문이다. 공론화의 기

본원칙들을 공론화 전 단계와 공론화 실시 단계로 나누어 살펴보면 다

음과 같다.

(1) 공론화 전 단계 : 신뢰구축

공론화 전 단계란 관련 이해당사자들이 공론화의 의의와 필요성을 공

유하고 그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형성함으로써 공론

화가 성공적으로 실행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단계를 말한다. 그

런데 공론화 과정에 사회적 이해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

도록 하기 위해서는 공론화 절차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의 신뢰구축이라

는 대원칙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 공론화 과정이라는 것은 그 어

떤 일방에 의해서 주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각 이해당사자들의 적극

적인 참여가 뒷받침될 때 성공적으로 수행될 수 있고, 그럴 때만이 공

론화의 결과 역시 사회적 수용성을 획득하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공론화의 주요 주체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역사적 경험들로 인해 정부가 주도하는 공론화 과정에 대해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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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동향과 전망 71호

하지 않고 의구심을 가지고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즉 시민사회단

체들은 정부가 주도하는 공론화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혹시 정부의 일

방적인 정책 추진에 결국 들러리만 서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

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공론화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

을 불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그 아무리 좋은 공론화

절차를 제시해도 의미가 없다. 공론화는 관련 이해당사자들의 적극적

인 참여에 기반할 때만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누구보다도 핵폐기물의 안전한 처분에 책임이 있는 정부가

먼저 나서서 관련 이해당사자들, 특히 정부에 대한 불신이 많은 시민사

회단체들이 공론화 절차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여 그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각별히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신뢰구축을 위해서 정부는 관련

이해당사자들과 공론화의 의미와 필요성, 방식 등에 대해 공감대를 형

성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경로를 통해 설명과 대화 등을 실시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의구심을 풀어주는 것이 급선무이다.

(2) 공론화 실시 단계 : 투명성, 민주성, 진정성, 숙고성

일단 상호 신뢰구축을 바탕으로 이해당사자들이 공론화 실행과정에 참

여할 경우에도 공론화가 내실 있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공론화의 실행

과정에서 투명성, 민주성, 진정성, 그리고 숙고성이라는 네 가지 기본

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

먼저 투명성 원칙은 무엇보다도 관련 정보 및 공론화 과정이 충분히 공

개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정보 공개는 투명한 공론화 진행을 위한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며, 공론화의 전 과정 역시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민주성 원칙은 공론화 과정이 민주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원

칙이다. 구체적으로 민주성은 공론화 과정에 이해당사자, 전문가 및 일

반 국민들의 참여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진정성 원칙은

공론화가 형식적으로, 또는 공작적 차원에서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진정성은 공론화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관련 당사자들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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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기술의 민주적 관리 방안 연구: 고준위 핵폐기물을 중심으로  65

뢰를 기반으로 해서 획득될 수 있을 것이다. 숙고성 원칙은 공론화를

통한 의사결정이 참여자들의 심사숙고 과정을 거쳐 나온 고품질의 판

단에 기반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는 공론화가 단순한 여론조사를 넘

어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네 가지 원칙 중에서 투명성, 민주성, 진정성은 공론화 과정에 대한

사회적 신뢰 회복, 그리고 그 결과 도출된 정책 안에 대한 수용성 제고

와 관련되어 있고, 숙고성은 정책참여의 질 향상과 관련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숙고성을 중요한 원칙 중의 하나로 내세우는 것은, 여론

조작과 선동 등을 통해 대중을 일방적으로 동원하는 것을 공론화라고

보는 잘못된 인식을 지적하고, 공론화 참여자들이 논란이 되고 있는 사

안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차분하게 심사숙고하여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9)

2)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 단계와 사회적 공론화의 대상 및 주체

사회적 공론화를 추진할 경우, 먼저 고준위 핵폐기물의 관리는 몇 개의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각 단

계별로 공론화의 대상과 참가주체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고준위

핵폐기물의 관리 단계는 시간적 순서에 따라 크게 (1) 고준위 핵폐기

물 관리체계의 정립 단계, (2) 고준위 핵폐기물의 중간저장 여부/방식

결정단계, 그리고 (3) 고준위 핵폐기물의 최종처분 단계의 3단계로 구

성된다. 각 단계의 의미와 각 단계별 주요 공론화 대상은 다음과 같다.

맨 처음 단계는 고준위 핵폐기물에 대한 관리체계를 정립하는 단계이

다.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체계란 관련 법의 제정을 통해 고준위 핵폐

기물의 안전한 관리를 책임질 수 있도록 행정적 주체를 명확히 하고 관

리 기금을 조성하는 것과 같은 제도적 체계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 관

리체계 정립 단계의 공론화 대상이 될 수 있는 주제로는 고준위 핵폐기

물 관리 전담기구 설치 여부, 관련 법 제정 여부, 핵폐기물 기금의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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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동향과 전망 71호

방안 등을 들 수 있다.10)

두 번째 단계는 고준위 핵폐기물의 중간 저장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 여

부를 결정하는 단계이다.11) 이 단계에서는 배출된 고준위 핵폐기물을

각 발전소 내에 장기 저장 관리(분산저장)하는 방안과 특정 중간저장

시설에 저장 관리(집중저장)하는 방안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한다. 분산

저장은 기존의 원자력발전소 부지 내에 조성되어 있는 핵폐기물 임시

저장시설을 활용하여 40-50년 동안 고준위 핵폐기물을 중간 저장하

자는 것인데, 이 경우 위험성이 높은 고준위 핵폐기물을 타 지역으로

이동시키지 않아도 되므로 한결 안전성은 높아지지만 기존의 임시 저

장시설의 용량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향후 계속해서 발생될 고준위 폐

기물을 다 담아낼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집중저장은 각 원전별

로 발생한 고준위 핵폐기물을 한 곳에 모아 집중적으로 저장하여 관리

하자는 것으로, 저장 용량의 확보와 관리 측면에서는 잇점이 있으나 타

지역의 핵폐기물을 반입하기 위해서는 고준위 핵폐기물을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부안사태에서 보듯이 새로운 부지 선정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어쨌든 이 단계에서 사회적 공론화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주제들로는 고준위 핵폐기물의 분산저장 또는 집중저장 여

부, 기술적인 저장방식, 만약 집중저장을 선택할 경우 중간저장시설의

도입시점과 입지선정의 원칙 및 방식 등을 들 수 있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고준위 핵폐기물의 최종 처분 단계이다. 고준

위 핵폐기물은 분산저장이나 집중저장 등의 중간 저장을 거쳐 궁극적

으로는 최종 처분되어야 하는데, 최종 처분에도 재처리를 거쳐 영구적

으로 처분되는 경로와 바로 영구 처분되는 경로가 존재한다. 재처리란

고준위 핵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우라늄과 플

루토늄을 빼내기 위해 특수 처리를 가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러한 재처

리를 거치면 고준위 핵폐기물의 양은 현격하게 줄어들게 된다.12) 현재

일본과 프랑스가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는 대표적인 나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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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기술의 민주적 관리 방안 연구: 고준위 핵폐기물을 중심으로  67

우리나라는 현재 핵비확산협약(NPT)에 의거해 재처리를 하지 않기로

국제적으로 약속해 놓은 상태이지만, 사회 일각에서는 향후 협상 과정

에서 재처리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

서 이 마지막 단계의 공론화 대상 주제의 예들로는 사용후 핵연료 재처

리 수행 여부, 고준위 핵폐기물 최종 처분의 방식, 최종 처분장 도입시

점, 최종 처분장 입지선정의 원칙 및 방식 등을 들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회적 공론화에는 누가 참가하는가? 공론화 참가 주

체그룹으로는 크게 전문가그룹, 이해관계자그룹, 의회, 일반 시민

(NGO 포함) 등을 들 수 있다. 기본적으로 앞에서 기술한 모든 단계에

전문가, 정부, 사업자, 의회, NGO(혹은 일반 시민)의 참여가 요구된

다. 그러나 중간 저장 및 최종 처분 입지선정 과정에서는 해당 지역주

민들이 직접적 이해당사자로서 반드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먼저 전문가그룹에는 과학기술적 전문가만이 아니라 공론화와 관련된

인문사회과학자까지도 포함된다. 이들은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와 관

련된 기술적 자문을 제공하고, 공론화가 진행될 경우에는 공론화 절차

를 설계하고 평가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해관계자그룹에는 고

준위 핵폐기물 관리와 관련되어 있는 정부(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원

자력계(원자력 관련 전문기관, 원자력사업자 등), 그리고 지역주민 등

이 포함된다. 이들은 공론화의 과정에서 이해당사자로서 자신들의 입

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게 될 것이다. 의회에는 국민의 대의기구로서

의 국회와 지역민의 대의기구로서의 지방의회가 모두 포함되는데, 이

들 역시 공론화 과정에 반드시 참가해야 할 중요한 주체이다. 마지막

으로 직접적인 지역주민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이나 NGO들도 포괄적

인 이해당사자로서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정책의 결정을 둘러싼 공론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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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동향과 전망 71호

<그림 1> 사회적 공론화의 절차

공론화 필요성 인식

ꀶ공론화 의제 선정

ꀶ공론화 참여 주체 확인

ꀶ공론화 절차 및 방식 결정

ꀶ공론화 진행

ꀶ공론화 결과 정리

ꀶ핵폐기물 관리 전담기구에 보고

ꀶ공론화 결과 이행

3) 사회적 공론화의 절차 및 방식

(1) 공론화 전담기구의 구성과 역할

사회적 공론화를 체계적이고 책임 있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 공론화를 조직하고 수행할 전담조직을 구

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전담조직은 만약 핵폐기물의 관리를 위한

전담기구가 설치된다면 그 산하에 위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13)

이 공론화 전담기구는 관련 전문가(기술전문가, 공론화전문가), 정부,

사업자, 의회, NGO 대표들로 구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공론화프로

그램 설계, 집행, 결과 처리 등 공론화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담당하도

록 해야 할 것이다.

위의 <그림 1>은 공론화 전담조직이 추진할 공론화의 일반적인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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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기술의 민주적 관리 방안 연구: 고준위 핵폐기물을 중심으로  69

절차를 나타낸다. 먼저 공론화 전담조직에서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와

관련된 공론화의 필요성에 대한 공통된 인식에 기반하여 공론화를 통

해 다룰 의제를 선정하고 공론화 참여 주체를 확인한 다음 공론화 절차

및 방식을 결정한다. 물론 이때 공론화 절차 및 방식은 참여 주체들과

사전에 합의되어야 할 사항이다. 이후 사전에 합의된 절차와 방식에

따라 민주적으로 공론화를 진행하여 도출된 결과를 정리하여 핵폐기물

관리 전담기구에 보고하고 공론화 결과가 이행될 수 있도록 한다.

(2)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 단계별 공론화 방식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 단계별 공론화 방식은 공론화의 대상 주제에 따

라 달라질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공론화의 대상이 관리정책 관련 주

제이냐 아니면 입지선정 주제이냐에 따라 공론화의 참여 주체와 방식

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① 관리정책 단계별 공론화 방식

앞에서 고준위 핵폐기물의 관리는 3단계로 나눌 수 있다고 했는데, 이

각각의 단계에 따라 사회적 공론화의 방식 역시 달라진다.

먼저 제1단계인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체계 정립 단계의 사회적 공론화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일반 시민이나 지역 주민이 공청회와 같은 간접

적인 방식의 참여를 뛰어넘어 직접적인 참여를 추구하는 것은 쉽지 않

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의 공론화는 각 분야별 대표자들로 구성된 정

책협의체 구성을 통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전문가, 정

부, 사업자, 의회, NGO 등이 참여하는 ‘라운드테이블’을 통한 공론화

방식이 그것이다. 라운드테이블 방식이란 특정 사안에 대한 공론화 과

정에 제한된 수의 사회 대표자들이 참여하는 대신 사안에 대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밀도 있게 논의할 수 있는 참여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고준위 핵폐기물의 중간저장 여부를 결정하고 최종처분을 추진하는 두

번째와 세 번째 단계에서는, 첫 번째 단계에서 활용한, 각 분야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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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들로 구성된 정책협의체 내에서의 공론화 방식(라운드테이블 방식)

과 더불어 일반 시민 및 해당 지역 주민들도 참여할 수 있는 보다 폭넓

은 공론화 방식도 강구해야 한다. 왜냐하면 두 번째와 세 번째 단계에

서 결정되는 정책의 내용은 일반 시민이나 지역 주민들의 삶에 직접적

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반 시민이나 지역 주민들은 여론조사

나 온라인/오프라인 공청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론화 과정에 참여할

수 있지만, 앞에서 제시한 공론화의 기본원칙 중의 하나인 ‘숙고성’을

감안한 참여적 공론화 방식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표적인 참

여적 공론화 방식으로는 공론조사, 합의회의, 또는 시민배심원 등을 들

수 있다.14)

공론조사(Deliberative Poll)란 단순 여론이 아닌 ‘공론’(public judg-

ment)을 조사하고자 하는 방법으로서, 과학적 확률표집을 통해 200∼

400명 정도의 대표성을 갖는 국민들을 선발한 다음 이들에게 해당 이

슈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심도 있게 토론하게 한 후 참

여자들의 의견을 조사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표피적인 의견이 아니라,

질이 높고 심사숙고한 의견을 수렴하여 공공적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Fishkin, 1995). 합의회의(Consensus Conference)는

통상 15∼20명 정도의 선별된 일단의 보통 시민들이 논쟁적이거나 관

심을 불러일으키는 과학기술적, 환경적, 혹은 사회적 주제에 대해 전문

가들에게 질의하고 그에 대한 전문가들의 대답을 청취한 다음 이 주제

에 대한 내부의 의견을 취합하여 최종적으로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들

의 견해를 발표하는 하나의 시민포럼이다(이영희, 2000). 시민배심원

(Citizens’ Jury) 역시 사회적 합의 형성을 위한 시민참여의 구조화된

프로그램으로, 공공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무작위로 선별된 20여 명 정

도의 시민들이 4∼5일간 만나서 주의 깊게 숙의하여 의견을 내는 절차

로 구성된다(장경석, 2002).

물론 이 세 가지의 참여적 공론화 방식은 동시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

다. 아울러 각 방식을 통해 도출된 결론의 법적 구속력 여부는 핵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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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기술의 민주적 관리 방안 연구: 고준위 핵폐기물을 중심으로  71

물 관리 전담기구 혹은 그 내의 공론화 전담조직에서 미리 정해 추후

분쟁의 소지를 없애야 할 것이다.

② 입지선정 단계별 공론화 방식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에서 입지선정이 중요하게 대두되는 것은 두 가

지 경우이다. 하나는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의 두 번째 단계에서 중간

저장을 집중형으로 추진할 경우 중간저장을 위한 입지선정이 필요한

경우이고, 또 하나는 중간저장을 경유하여 고준위 핵폐기물을 최종적

으로 처분할 심지층 처분장 건설을 위한 입지선정이 필요하게 되는 경

우이다.

그런데 입지선정 단계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된

해당 지역의 주민들이 공론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공

론화 절차를 설계해야 한다. 현재 이 입지선정 단계에서 지역 주민의

참여에 기반한 공론화 방식은 독일의 AkEnd 보고서와 스웨덴에서 이

루어지고 있는 경험적 사례가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고 판단되므로 여

기에서는 AkEnd 보고서의 내용과 스웨덴의 경험을 통해 입지선정 단

계에서의 바람직한 공론화 방식에 대한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15)

먼저 독일의 AkEnd 보고서에 따르면 입지선정 과정에서는 무엇보다

투명한 정보공개와 지역주민의 광범위한 참여가 중시되어야 한다. 구

체적으로 AkEnd 보고서는 부지선정과 관련하여 6단계의 공론화 방식

을 제안하고 있다. 제1단계는 지질학적으로 안전성을 충족하지 못하는

지역을 배제하는 단계로, 주로 정보공개, 설명, 주민감시 등의 참여방

식이 활용되어야 한다. 제2단계는 적합 지역 후보를 5개 이상 선택하

는 단계로, 역시 정보공개, 설명, 주민감시 등의 참여방식이 활용되어

야 한다. 제3단계는 지표 지질조사 후보지를 3∼5개 선택하는 단계로,

시민포럼, 의견조사/주민투표 등의 참여방식이 활용되어야 한다. 제4

단계는 지표 지질조사를 실시한 다음 심층 지질조사의 수용 여부를 결

정하는 단계로, 시민포럼, 의견조사/주민투표 등의 참여방식이 활용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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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동향과 전망 71호

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제5단계는 앞의 제4단계를 통과한 지역에 대해

심층 지질조사를 실시하는 단계로, 주민투표를 통해 주민의견을 수렴

한 다음 연방의회가 최종 확정하게 된다(AkEnd, 2002).

스웨덴의 경우에도 ‘KBS-3’(지하 약 500m 깊이의 암반 처분장에 고

준위 핵폐기물을 구리 통 안에 밀봉한 다음 점토 진흙층으로 둘러싸는

것을 말함)로 명명된 고준위 핵폐기물을 처리할 심지층 처분장 건설프

로그램이 1992년에 SKB(스웨덴 핵연료 및 핵폐기물 관리공사)에 의

해 착수되었는데, 독일의 AkEnd 보고서가 제안한 것과 유사하게 투명

한 정보공개와 주민참여를 입지선정 사업의 핵심적인 원칙으로 삼고

있다. 예컨대 최초의 두개의 타당성 연구가 스웨덴 북쪽에 위치한

Malå와 Storuman 지역에 대해 행해졌지만, 연구가 끝난 후 그 다음

단계(입지 특정화)로 계속 추진할지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에서 각각

1997년, 1995년에 둘 다 부결되자 주민투표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

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SKB는 주민들의 결정을 존중하기로 결정하

였다.

그 후 2001년도까지 나머지 6개 지자체들, 즉 Nykoeping, Östhammar,

Oskarshamn, Hultsfred, Tierp, 그리고 Älvkarleby에 대해 타당성

연구가 실시되었다. 이들 6개의 지자체들은 모두 타당성 연구과정에

참여할 것을 스스로 자원한 지역들이었다. 이 타당성 연구 후 SKB는

이들 중 세 지역(Oskarshamn, Östhammar, Tierp)에 대해 심층 굴착

을 포함하는 지표조사 활동을 수행하였다. 그러나 Tierp는 처분장 건

설의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주민의 67%는 찬성했지만, 시의회에서 1표

차이로 부결되어 탈락되었다. 그 결과 현재 처분장 부지선정 프로젝트

에 대한 주민들의 동의 정도가 높은 Oskarshamn과 Östhammar 두

곳에 대해서만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고, 2008년도에 최종적으로 부지

선정이 이루어질 예정이다.16)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독일과 스웨덴 모두 투명한 정보공개와 해

당 지역주민들의 광범위한 참여 및 동의획득이 입지선정과정에서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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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기술의 민주적 관리 방안 연구: 고준위 핵폐기물을 중심으로  73

적으로 중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향후 우리나라에서 고준위 핵폐

기물의 중앙집중형 중간저장시설이나 최종 처분장의 입지 선정과 관련

된 사회적 공론화 과정에서 독일 AkEnd 보고서의 제안과 스웨덴의 경

험은 중요한 길잡이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4. 맺음말

우리 사회에서도 전기의 대부분을 핵에서 얻는 지금의 에너지시스템이

과연 바람직한가를 둘러싸고 오랫동안 논란이 있어 왔다. 핵에너지를

포기하고 풍력이나 태양광과 같은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통해 전기를

얻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원자력발전이야말로 가장 값싸

고 청정한 에너지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근본적인 차

원에서 원자력발전에 대한 찬성이나 반대의 견해는 사람에 따라, 혹은

집단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에 대한 견해가 어찌되

었던 간에 이미 발생한, 그리고 원자력발전소가 해체되기 전까지는 계

속해서 발생할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하는 것이 우리 세대의 중요

한 임무 중의 하나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핵폐기물, 특히 고준위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하기 위해서는 세 가

지의 방벽이 구축되어야 한다. 기술적 방벽과 지질학적 방벽, 그리고

사회적 방벽이 그것이다(Lidskog & Sundqvist, 2004). 기술적 방벽이

란 반감기가 10만년 이상 되는 독성물질이 심지층에서 새어나가지 못

하도록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하고, 지질적학 방벽이란 고

준위 핵폐기물을 처분할 심지층이 지진 등에 의해 균열을 일으킬 수 있

는 활성단층이 없는 안전한 지질학적 특성을 갖고 있음을 확증하는 것

을 말한다. 그리고 사회적 방벽이란 위험성이 높은 기술로 알려진 고

준위 핵폐기물 처분에 대해 시민들과 지역 주민들로부터 사회적 신뢰

성을 획득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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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 가지 방벽 중 어느 한 가지라도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못하면 고

준위 핵폐기물의 안전한 처분은 불가능하게 된다. 그런데 지금까지 정

부와 핵폐기물 처분 전문가들은 이 세 가지 방벽 중에서 기술적인 방벽

과 지질학적인 방벽에만 주의를 기울이는 경향이 있었다. 이 두 가지

만 해결되면 나머지 사회적인 방벽의 구축 문제는 쉽게 풀릴 것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간의 핵폐기물 처분장 입지선정을

둘러싼 사회갈등과 그것의 정점을 이루었던 부안사태를 돌이켜 보면

아무리 기술적 방벽과 지질학적 방벽이 잘 구축되어 있어도 사회적 방

벽의 안정적인 구축 없이는 핵폐기물의 관리는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

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고준위 핵폐기물의 안전한 처분을 위해 요구되

는 사회적 방벽을 구축하는 한 방법으로 사회적 공론화에 주목하고, 그

구체적인 추진방식과 주체 등을 살펴보았다. 사회적 공론화가 고위험

기술의 대표적인 사례인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기술을 민주적으로 관리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행위자들 간의 신뢰

구축에 기반하여 그 절차가 투명성, 민주성, 진정성, 숙고성을 담고 있

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이처럼 사려 깊게 설계되고 충실하게 추진되는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우리는 지난 시기 격렬한 사회갈등을 불러일으

키곤 했던 핵폐기물의 안전한 처분 문제를 민주적이고 효과적으로 해

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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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기술의 민주적 관리 방안 연구: 고준위 핵폐기물을 중심으로  75

주석

1) ‘핵’이라는 용어와 ‘원자력’이라는 용어는 사실상 같은 개념이다. 이 글에서는 통상

적인 쓰임새를 고려하여 기술이나 폐기물과 연결될 때는 핵기술, 핵폐기물로 쓰고,

발전이나 발전소와 연결될 때는 원자력발전, 원자력발전소로 쓴다. 한편 핵폐기물을

지칭하는 유사 용어도 많이 있다. 대표적으로 방사성폐기물, 원전수거물 등이 그것

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고유명사를 인용하지 않는 한 핵폐기물이라는 용어만을

쓸 것이다.

2) 현재 고리에 네 개, 월성에 네 개, 울진에 여섯 개, 그리고 영광에 여섯 개의 원자력

발전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고리에 두 개, 월성에 두 개의 원자력발전소가 새롭게 건

설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향후 고리에 두 개, 울진에 두 개의 원자력발전소를 더

지을 예정이다.

3) 따라서 개념적으로는 고준위 핵폐기물이 사용후 핵연료를 포함하는 더 넓은 개념

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사실상 사용후 핵연료가 고준위 핵폐기물의 대부분을 차지

한다.

4) 그러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예상 포화년도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던 것

처럼 사용후 핵연료의 예상 포화 연도에 대해서도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 논란이 있

다. 일부 원자력 전문가들은 소내 건식저장 방식을 확대하게 될 경우 사용후 핵연료

의 포화 연도가 정부가 이야기하는 2016년보다는 상당히 뒤로 연기될 수 있다고 주

장하고 있다.

5) 그러나 심지층 처분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 완전한 합의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

다. 길게는 수십만 년 동안 심지층에 고준위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저장하기 위해서

는 아직 기술적으로, 그리고 지질학적으로 해명되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Macfarlane & Ewing(2006) 참고.

6) 이하에서 제시되는, 1986년 이후 핵폐기물 처분을 둘러싸고 전개되었던 사회갈등

의 내용은 이필렬(1999), 조성경(2005), 윤순진(2006)을 참고하여 정리한 것이다.

7) 이처럼 확장된 동료 공동체를 통한 ‘사실의 확장’(extended facts)은 궁극적으로

과학의 민주화로 귀결된다. 주목할 점은, 확장된 동료 공동체를 강조하는 이유가 단

지 민주주의 원칙이 가치적으로 바람직해서가 아니라 이러한 방식이 실제 문제해결

에 기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전염병의 원인 규명과 해결에 지역 주

민이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대중 역학’(popular epidemiology)의 사례는 이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Brown(1987)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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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북미와 유럽 주요 국가별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 정책의 최근 상황에 대한 내용은

OECD/NEA(2003a, 2005), Neerdael(2007)을 참고할 수 있다.

9) 이 숙고성 원칙은 숙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 이론에서 나온 개념이

다. 숙의민주주의 이론은 사람들의 정태적인 선호를 단순히 취합하는 고전적인 민주

주의 방식(예컨대 투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람들의 선호가 정보 제공과 토론과정

을 거치면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무시하는 점이라고 비판하고, 심사숙고 과정을

거쳐 나온 사람들의 의견이야말로 진정으로 존중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숙의

민주주의 이론에 대한 대표적인 책으로는 Bohman & Rehg(1999), Dryzek(2000)

등을 들 수 있다.

10) 최근 많은 나라들이 핵폐기물 관리를 위한 전담기구를 설립하였고, 핵폐기물관

리법을 제정하였다. 또한 핵폐기물 기금 역시 우리나라는 현재 사업자인 한국수력원

자력의 자산에 부채로 들어가 있는 데 반해 다른 많은 나라들은 이를 독립적인 기금

으로 따로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다(석광훈, 2006). 이상의 관리체계 상의 여러 제도

들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한국위험통제학회(2007)를 참고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서도 현재 산자부가 주도하여 ‘방사성폐기물관리법’을 만들어 입법예고하고 있다.

11)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고준위 핵폐기물은 독성이 너무 강해 반감기가 길기 때

문에 최종 처분에 앞서 통상 40-50년간의 중간 저장을 통해 핵폐기물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것이 중요하다. 요컨대 고준위 핵폐기물은 중간 저장을 경유해서 최종

처분되는 것이다.

12) 사용후 핵연료란 원자로에서 연료로 약 3년간 타고 난 것을 말한다. 원래 우라늄

100%였던 연료가 타고 나오면 그 중 5% 정도가 다른 물질로 바뀐다. 다른 물질은 약

1%는 플루토늄으로, 3-4%는 강한 방사능으로, 그리고 1% 약간 못 미치는 양은 반

감기가 매우 긴 물질(초우라늄원소)로 이루어진다. 황주호(2006) 참고.

13) 영국의 경우에도 2003년에 만들어진 방사성폐기물관리위원회(CoRWM) 산하

에 사회적 공론화를 위한 전담조직으로 Public and Stakeholder Engagement

Working Group이 설치된 바 있다. 자세한 내용은 CoRWM(2006) 참고.

14) 물론 이 세 가지 외에도 현재 참여적 공론화 방식들이 다수 개발되어 있다.

OECD/NEA(2003b, 2004)는 회원 국가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형태의 참여적

공론화 기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15) AkEnd 보고서를 낸 독일의 AkEnd 위원회는 핵폐기물 처분장 부지선정 방식을

민주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정부(환경부)에 의해 1998년에 만들어진 조직이다.

16) Sundqvist(2002, 2004)는 스웨덴의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 선정과정을 과학

기술사회학의 관점에서 자세히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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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기술의 민주적 관리 방안 연구: 고준위 핵폐기물을 중심으로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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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기술의 민주적 관리 방안 연구: 고준위 핵폐기물을 중심으로  79

초록

고위험 기술의 민주적 관리 방안 연구:

고준위 핵폐기물을 중심으로

이영희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6대 원자력발전 대국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핵폐기

물 처분과 관련해서는 매우 후진적이어서 그간 핵폐기물 관리와 관련하여 수

많은 사회갈등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사용후 핵연료와 같은 고준위 핵폐기

물은 그 위험성이 매우 높아 안전하고 민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아주 중요

하기 때문에 소수의 전문가나 관료만이 그 관리의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되며,

포괄적 이해당사자로서 시민사회가 폭넓게 참여하는 민주적 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서서, 이 글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커다란

사회갈등을 야기한 바 있는 핵폐기물 처분 기술을 대상으로 하여 그것의 민

주적 관리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원자력발

전의 부산물로 발생된 핵폐기물 처분을 둘러싼 사회갈등, 그리고 위험기술의

민주적 관리와 공론화의 관계를 살펴본다. 이어서 보다 구체적으로 핵폐기물

의 민주적 관리 방안을 사회적 공론화의 관점에서 설계한다. 핵폐기물은 통

상적으로 그 위험수준에 따라 저준위, 중준위, 그리고 고준위로 나뉘는 데 이

글에서는 고준위 핵폐기물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주제어 핵폐기물, 공론화, 원자력발전, 사회갈등, 기술의 민주적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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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동향과 전망 71호

Abstract

In Search of Democratic Management of High Risk Technology:

Focused on the Disposal of High-Level Nuclear

Waste

Young-Hee Lee

Korea is the 6th ranked country in the world in terms of the number of

nuclear power plants. Nuclear power plants in Korea have accumu-

lated long-lived high-level nuclear waste as well as low and inter-

mediate nuclear waste so far. Korean society suffered from disposal of

these nuclear waste during the last two decades. It is fortunate for the

Korean government to succeed in securing disposal site of low and in-

termediate nuclear waste. But this is not the end of the story. The real

big challenge with regard to the management of nuclear waste is to se-

cure safe disposal of high-level nuclear waste because high-level

nuclear waste is far more riskier than low or intermediate nuclear

waste. How can we manage high risk technology such as high-level

nuclear waste safely and democratically? This paper argues that public

participatory process is essential to deal with high-level nuclear

waste problem. Public participatory process is necessary not only for

securing disposal site but also for making policies of high-level nu-

clear waste management.

Key words High-Level Nuclear Waste, Public Dialogue, Nuclear Power, High

Risk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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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협약의 이론화와 제도화를 위한 시론  81

특집【 한국의 사회갈등:쟁점과 현안 】

지역사회협약의이론화와 제도화를 위한 시론

정상호❉❉

한양대학교 제3섹터연구소 연구교수, 정치학

1. 문제제기

최근 한국에서도 사회 갈등의 새로운 조정 기제로서 지역사회협약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지역사회협약은 2005년 두 개의 대규모 사업장

에서의 성공적 타결을 계기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 76일 동안이나 지

속되었던 울산건설플랜트 노조의 장기파업은 울산지역의 시민사회단

체와 지방정부의 중재로 노사뿐만 아니라 이들이 함께 참여한 가운데

‘합의서’를 마련하여 일단락되었고, 61명의 노동자들이 11일 동안 공장

내 크레인을 점거하였던 현대 하이스코 순천공장 점거농성도 순천시의

중재 및 참여 속에서 노사가 함께 ‘확약서’를 체결하여 쟁의가 마무리

되었다. 이 두 사례는 전통적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 노사에 의한 단체

교섭이 아니라 ‘다자간 협상’에 의한 합의문 체결을 통해 갈등이 해결

되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지역 사회협약(social pact)에 해당된다(이

❉ 본 논문은 학술진흥재단의 중점연구소 지원에 의하여 연구되었음

(KRF 2006-005-J01802).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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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동향과 전망 71호

기찬, 2006: 4). 이후 지역사회협약은 정부와 언론에 의해 갈등해결의

모범사례로 언급되어 왔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제주특별자치도

는 다양한 사회갈등과 사회적 차별을 해소하고 지역통합과 발전을 모

색하기 위한 제도로써 사회협약위원회를 설치하기로 결정하고 관련 조

례를 준비하여 왔다(제주발전연구원, 2006).

이처럼 지역사회협약은 사회갈등의 새로운 기제로서 여기저기에서 시도

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노사관계뿐만 아니라 지역개발이나 환경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될 가능성이 큰 매우 유망한 대안임에는 틀림없다.

그렇지만 지역사회협약에 대한 이론화와 비교 연구, 그것의 가능성과 한

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아직 일천한 수준이다. 본 연구는 세 가

지의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첫째는 지역사회협약의 이론화이다. 지역

사회협약의 개념화 및 유형화를 시도할 것이며, 코포라티즘 등 다른 사

회적 협의 제도와의 차이를 설명할 것이다. 둘째는 지역사회협약의 의

미와 한계에 대한 규명이다. 울산과 순천의 두 사례 분석을 통하여 협약

의 성공 요인과 불안정 요인들을 도출할 것이다. 끝으로 제도적 관점에

서 한국의 지역사회협약의 미래를 전망해 보고자 한다.

2. 사회협약의 개념과 지역사회협약의 의의

1) 최근의 사회협약과 전통적 사회조합주의의 구분

최근 선진국에서는 대표적 갈등해결 방식으로 사회적 대화(social dia-

logue), 사회적 자문(social consultation), 사회적 합의주의(social

corporatism), 사회적 협의(social concertation) 등이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개념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들 중 다소 쉽게 구분되는 것은 사회적 자문과 대화이다. 사회적 자

문은 ILO가 노동기본권과 관련한 권고사항을 회원국가가 이행하는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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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협약의 이론화와 제도화를 위한 시론  83

있어 정부가 노사 간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권유하는 것에서 유래되었

다. 문제해결을 위한 노사정 간의 상호 의견 교환이 핵심이라 할 수 있

다(제주발전연구원, 2007: 88-89). 한편 사회적 대화는 사회적 자문

이나 사회적 협의를 포괄하는 보다 광의의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구체

적으로는 기업 수준에서부터 국가 수준에 이르기까지 노사정 간의 공

식, 비공식 접촉으로 정의될 수 있다(임상훈, 2007: 34). 다소 혼동되

는 것은 사회적 합의와 협의의 개념이다.

사회적 합의는 노사 문제를 다루는 노사정위원회나 노동경제학의 영역

에서 보다 빈번히 발견된다. 사회적 합의는 세 가지 수준에서 사용되

고 있다(은수미, 2005). 첫째, 합의의 가장 강한 용례는 슈미터와 렘부

르크의 사회적 혹은 네오 코포라티즘(corporatism)을 지칭한다. 이때

의 사회적 합의는 노사정이라는 조직화된 사회적 행위자 간에 이루어

지는 집합행위의 상호교환, 즉 사회협약을 말한다(강명세, 2006: 209).

노사정위에서 사회적 코포라티즘을 사회적 합의주의로 번역한 뒤 많은

이들이 따르고 있다. 둘째, 경제나 사회 특히 노동자들의 권익에 직접

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의제에 관해 관련 당사자들의 절차적 자문과 협

의를 받기 위한 다양한 방식을 의미한다. 이때의 사회적 합의는 사회

적 자문(consultation)에 해당되며, 가장 광범위한 용례이지만 사회적

합의의 가장 약한 형태이다. 셋째, 양자의 중간 수준으로서 임금 등 특

정 사안에 대해 노사정이 정책을 협의할 뿐만 아니라 사회협약을 이루

어내려는 시도와 노력, 혹은 사회협약의 내용이나 결과로 이해하는 사

회적 합의가 여기에 해당된다.

한편 사회적 합의가 협의를 통해 얻어진 결과와 약속을 중시하는 개념

이라면 사회적 협의는 참여자들의 공동 협의의 과정 및 절차를 강조하

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사회협약(social pact)은 사회적 대화를 통해

도출된 제도화된 수준의 동의 또는 합의라 할 수 있다.1) 그것은 대체

로 임금, 고용, 그리고 사회복지를 둘러싼 노사정간 정치적 교환의 결

과 형성된 국가 수준의 합의로 해석될 수 있다. 최근 사회협약과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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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동향과 전망 71호

한 두드러진 특징은 그것의 내용과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다. 이제 사회협약은 더 이상 노사정간 서명이 들어간 합의문으로 인

식되지 않는다. 보다 일반적으로 정의하면, 재정, 임금, 노동시장, 사회

정책과 같이 형식적·제도적으로 구별되어 있는 그렇지만 상호 연관

된 정책들을 조정하기 위해 노사정이 정기적으로 만나는 ‘거시적 정책

조정’을 뜻한다(임상훈, 2007: 36).

그렇지만 필자가 보기에 이러한 정의들은 지나치게 의제와 참여자를

노동과 사회경제적 이슈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 다양한 영역

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회협약의 여러 실험들을 포괄하지 못하는 한계

를 안고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최근의 사회협약의 주요한 특징들과

전통적 노사정 협약의 차이점들을 놓치고 있다. 물론, 고전적 노사정

사회협약이나 현재의 다양한 사회협약은 “조직된 사회적 행위자 간에

이루어지는 집합행위의 상호교환”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공통된다

(강명세, 2006: 209). 그러나 그 둘 사이에는 중요한 몇 가지의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

첫째는 세계화라는 거시구조 변화가 행위자들의 전략적 선택(제도)에

미친 뚜렷한 효과를 주목해야 한다. 얼마 전까지 국가단위의 사회조합

주의 이론은 다원주의의 한정된 적용가능성을 극복한 보편이론으로서,

그리고 저실업률 속에서 지속적 성장과 사회통합을 이룩할 발전모델로

서 각광을 받아 왔다. 그러나 1980년대 신자유주의 모델의 등장에 따

라 사회 조합주의 모델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였다. 개방경제로의 이

행과 미시전자혁명이라는 급속한 기술변화로 인해 노동시장에는 조직

적 변화가 일어났으며, 이에 따라 중앙집중식 협약이나 독점적 이익대

표체계는 약화되기 시작하였다. 사회합의의 장점으로 거론되었던 제

도적 장치들은 시장경제의 유연성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지적되었고,

합의적 정책결정은 경직성의 덫에 걸려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 신속하

게 적응할 수 없으며, 다양한 사회적 하부이익을 고려하지 못하는 중앙

집중적 협약은 관료적 획일적인 것으로 지적되었다(강명세, 1999;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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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협약의 이론화와 제도화를 위한 시론  85

혁백, 1993). 이 점과 관련하여 로드(Rhodes, 2001)의 경쟁적 조합주

의(competitive corporatism)라는 개념은 매우 유용하다. 왜냐하면

경쟁적 조합주의는 세계화의 외압과 국내의 구조 변화에 직면하여 국

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상이한 사회계급간 조정과 협력의 구축

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둘째, 세계화와 탈규제라는 거시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만

들어진 최근의 사회협약은 과거의 그것과 참여자 간의 관계와 결정 방

식에서 차이를 갖고 있다. 과거의 노사정 협약은 조직 협상력을 극대

화시키기 위한 적대적 경쟁의 정치적 교환체계였다. 여러 본질적 차이

에도 불구하고 다원주의나 사회 조합주의는 집단의 조직력에 비례하여

발언권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특히 조직 노동과 조직 자본의 발언권에

우선순위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모두는 협상권이 부여된 이익에게는 조

직의 독점과 특권을 보장하며 확정된 게임 밖에 있는 열외자(outsider)

들에게는 소외와 배제를 조장하는 차별에 근거한 이익체계이다. 그런

점에서 펑과 라이트는 이를 하향식의 적대적 거버넌스 체계라 칭하였

다(Fung & Wright, 2003: 280). 그렇지만 최근의 노사정 협약을 포함

한 사회협의 모델은 경쟁과 협력이 동시에 존재하는 비판적 협력체계

(critical partnership)라고 할 수 있다(김석준, 2002: 132). 최근에 이

르러 공동문제 해결을 위한 실용적 자세와 협력, 상호존중이 무엇보다

도 강조되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확산되고 있다(투명사회협약실천위

원회, 2006).

셋째는 협의되고 있는 의제의 범위이다. 과거의 사회협약은 임금·고

용·소득 등 노사 간의 즉각적 이해관계의 교환에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새로운 사회협력은 사회문제들에 대한 대안적 해결책을 찾고

구체화하는 중심 기능과 함께 보다 분산되고, 비구조적이며 열린 형태

를 갖고 있다. 이러한 다층적 구조는 고용주와 노조의 양자간 ‘강성’ 임

금교섭을 넘어서 기존의 삼자간 소득정책 논의에서는 다루어지지 않았

던 사회적 문제의 연성적(soft) 심의를 가능하게 한다(투명사회협약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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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동향과 전망 71호

천위원회, 2006: 205). 이제 사회협약의 의제는 임금과 고용에 제한되

지 않고, 보육·연금·사회적 빈곤·교통·보건·지역발전·주택 등

공공정책의 전반적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선학태, 2004). 그런 점에

서 오늘날의 사회적 합의(social corporatism) 모델은 전통적인 노사

정 삼자체제(tripartism)라기보다는 “이해갈등을 자율적으로 조정해내

는 방식”(조형제, 2005: 387)으로 이해될 수 있다.

넷째는 가장 주목할 만한 것으로서 참여자의 변화이다. 즉 경쟁적 조

합주의에서는 사회협약 체결과정에서 전통적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기업연합과 노조연합뿐만 아니라 실직자 연합, 농민 연합, 시민단체 등

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집단들이 사회협약에 참여한다는 특징을 보인다

(신동면, 2005: 303). 참여자의 변화는 레빈(1997: 263-4)의 연구에

서 강력하게 강조되고 있다. 그는 조합주의가 민족국가 수준에서 번창

하였음을 회고하면서, 탈중앙집중화와 지역화가 복지정책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현재의 상황에서 조합주의의 필연적 해체를 진단하였다. 그

렇지만 그는 1970년에서 1990년대까지의 쇠퇴기 동안에 역전되지 않

았던 하나의 경향을 주목하고 있는데, 그것은 지방정부 수준에서 오히

려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는 지역의 사회단체와 이익집단의 참여현상

이다. 지방정부의 개혁과 복지국가의 재편으로 행정적 부담이 증가하

자 지방정부는 이들 사회단체들을 정책결정·집행과정에 적극 참여시

키는 경향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오도넬과 토마스 역시 아일랜드 협약

의 특징을 지역이나 자발적 조직인 NGO라는 신사회협력자들의 적극

적 참여를 꼽고 있다. 왜냐하면 이들의 참여는 기득세력의 배타적 이

익추구 경향과 비용을 외부로 돌리려는 담합과 공모의 가능성을 낮추

고 공익이나 외부인(outsider)의 권익을 옹호함으로써 협약의 질과 정

당성을 제고하기 때문이다(O’Donnell and Thomas, 1998: 120). 그

런 점에서 최근의 사회협약은 폐쇄적인 담합구조와 관료적 부패라는

기존의 한계를 극복한 ‘유연한 사회적 합의모델’로 지칭되기도 한다(조

형제, 2005: 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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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협약의 이론화와 제도화를 위한 시론  87

2) 한국의 사회갈등과 지역사회협약의 의의

본 논문에서는 사회협약을 ‘노사정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등 조직

화된 이해당사자가 참여하여 공식적인 협약을 통해 당면 갈등을 해결

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자율적 조정 방식’이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이와

같이 다소 느슨한 개념을 사용하는 까닭은 지역사회협약은 단순히 사

회협약의 국지적 적용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협약은 지역의

특성상 노동만이 아닌 지역 관련 이슈를 포괄하게 되며, 참여자들 사이

의 관계 또한 국가 단위의 협약에 비해 대면적이고 수평적이다. 아울

러, 지역 주민의 이익과 이해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직접적

이해당사자가 아닌 지자체, 지방의회, 지역사회단체의 관여를 촉발하

게 된다.

지역사회협약은 한국의 사회갈등 해소에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첫

째는 최근의 사회갈등의 유형이 이념·성·세대·계층보다는 ‘지역’을

단위로 증가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부

고속철도 노선 결정, 한탄강댐 건설, 경부대운하 공약 논란, 방사성폐

기물 부지선정, 새만금간척사업추진, 쓰레기 매립장 및 소각장 추진 등

중앙 대 지역, 지역 대 지역, 지역 내부의 사회갈등의 비율이 급증하고

있으며, 분규의 강도 역시 점차 첨예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지속

가능발전위원회, 2003: 38). 지역사회협약은 사회갈등의 새로운 주체

로서 국가가 아닌 지역으로 시선을 전환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

화·분권화·탈규제의 환경 변화 속에서 더 이상 중앙집권적 통치방

식으로는 지역단위의 사회갈등을 해소할 수 없음이 명확해지고 있다.

공공재정 적자와 효율성 압력, 관료적 획일성이 중앙정부의 통치능력

을 약화시키고 있으며, 반대로 분권화를 통해 기능과 권한을 위임받은

지방 정부는 전문성과 자율성을 증진시키면서 문제 해결의 일차적 주

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정용덕 외, 2003).

둘째는 지역사회협약이 최근 지역갈등의 해결 방안으로 유력하게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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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동향과 전망 71호

하고 있는 다양한 로컬 거버넌스 이론의 현실적 한계를 보완해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지역의 공동 문제해결을 위한 자발적 참여자 사이의

수평적이고 협력적인 네트워크”라는 로칼 거버넌스의 개념은 세계화

시대에 타당한 인식이며 수용 가능한 전략이다. 그렇지만 최근 권력

자원의 배분정도, 조직간 연계성, 협력의 성격 등과 관련 없이 공동 작

업을 하면 무조건 거버넌스로 소개하는 경향이 빈발하고 있다(조성한,

2005: 48-56). 최근의 로컬 거버넌스 이론은 두 가지의 중요한 한계

를 안고 있다고 생각된다. 하나는 형성의 문제에 너무 집착하다 실제

로는 형성 이후의 문제, 즉 이미 구축된 거버넌스의 안정성과 지속성

문제에 대한 관심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다 중요한 결정적

한계는 행위자들 사이의 자율적 합의 및 조정방식이라는 매력적 수사

와 달리 권한의 한계와 책임의 소재가 매우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Rhodes, 1997; 김정렬, 2001: 511). 정리하자면 문제 해결 방식으로

서 거버넌스 이론은 지나치게 높은 추상성 때문에 현실 적용가능성이

제한되며, 이를 구축하고 지속시키기 위한 전략적 관점이 빈약하고, 참

여자의 책임과 권한이 대단히 모호하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이에 반

해 지역사회협약은 협약이라는 구체적 매개를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해결에 실용적이고, 협의와 협상 과정의 주체로서 조직화된 이해

당사자와 시민사회단체라는 구체적 참여자를 설정하고 있으며, 제도의

형성뿐만 아니라 안정화의 조건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따라서

지역사회협약은 논의에 비해 문제의 적용과 해결 가능성에서 대단히

취약한 로컬 거버넌스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한계를 보완해 줄 수 있는

제도적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셋째는 지역사회협약은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 이익집단의 문제해

결 역량과 파트너십을 동시에 증진시키는 직접민주주의의 실험이자 촉

매제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는 오랫동안의 중앙정부의

일방적 지시와 명령에 순응하여 왔기 때문에 갈등해소를 위한 독자적

조정능력을 배양할 기회를 갖지 못하였다. 지방의회 역시 의원들의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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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협약의 이론화와 제도화를 위한 시론  89

<표 1> 중앙과 지방의 시민단체의 활동 영역 비교

구분 시민사회 사회서비스

수도권 56.8 44.8

비수도권 43.2 55.2

자료 : 한국시민단체총람 조사 및 분석(2003).

은 전문성, 도덕성 부족, 권력 지향성으로 주민의 대표라기보다는 기득

세력들의 이권을 챙기는 제도적 도구로 전락하였다(박종민 외, 1998:

308). 또한, 개발연합의 가장 큰 수혜자인 부동산자본가들이나 중소자

본가들로 구성된 토호 집단의 이해관계가 주민들의 의사나 요구와 관

계없이, 혹은 그에 반하여 이루어질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김왕배,

2000: 286; 강명구, 2000). 풀뿌리 시민단체 역시 지역주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제도적 중재자로의 위치를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아래의 표

에서 볼 수 있듯이 일단 한국의 시민단체는 수도권에 집중 산재되어 있

다. 시민단체의 수도권 비중은 1999년의 자료(66%)에 비하자면 분명

히 감소하였지만 여전히 49.9%나 차지하고 있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권익주창 : 사회서비스 단체의 비율이다. 시민사회단체의 경우 수도권:

비수도권의 비율은 57:43이지만, 사회서비스는 45:55로 역전된다. 이

는 지역의 경우 더 많은 시민사회 단체가 권력의 견제와 감시보다는 국

가나 지방 정부의 물질적 지원과 연관이 있는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활

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리하자면, 지역사회협약은 지역 주체인 지자체와 지역조직의 역량과

자치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주민참여를 넘어 보다 급진적이고

적극적인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중앙단위의 사회 조합주의가

일차적으로 대의민주주의의 질적 확장과 참여민주주의의 진작을 지향

한다면, 지역사회협약은 단순히 사회협약이론의 국지적 적용이라는 의

미를 넘어 직접민주주의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실천적 연습이라는 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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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동향과 전망 71호

면이 있다. 왜냐하면, 지역사회협약은 지역사회의 의사결정권한의 공

유, 주민조직의 자치권과 독립성의 함양, 주민참여를 통해 지역사회를

발전시키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사회협약은 정부주도형 혹

은 형식적 민관 협의모델에 머무르고 있는 오늘날의 지방자치를 시민

주도형 혹은 실질적인 민관 협력모델로 전환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나중식, 2005: 150-151).

3. 사례분석 : 울산의 건설 플랜트와 순천의 현대 하이스코 사태

1) 개요

두 노조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나 울산건설플

랜트가 단기 프로젝트 도급인 반면 현대 하이스코는 사내 하청이라는

고용형태에 따른 차이가 있다. 또한 울산이 산하 조합원이 3천 명이 넘

는 대규모 노조인 반면 순천의 경우는 백여 명이 조금 넘는 소규모 신

설 노조라는 차이점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두 노조의 분규 및 타결과

정은 많은 유사점을 갖고 있다. 첫째는 사태의 발단과 전개가 비정규

직 문제를 둘러싼 장기파업이었다는 점이다. 울산 건설 플랜트 사태는

2005년 3월 18일 파업을 시작해 5월 27일 <공동협의회>가 다자간 협

상의 틀에서 중간합의를 이끌어 내고 6월 1일 플랜트노조가 파업종료

를 선언하기까지 76일에 걸친 장기파업으로 전개되었다. 현대 하이스

코는 2005년 6월 13일 조합을 결성했으나 하청업체의 전격적인 폐업

으로 계약 자체가 해지되어 조합원 신분 자체가 상실되었다. 그 이후

해고자 61명이 11일간 공장내 크레인을 점거하며 농성을 전개하였다.

두 사태가 장기화·폭력화된 데에는 사용자 측(원청)이 스스로 고용주

로서 사용자성을 부정하거나 다단계 하청·도급에 따라 사측 내부의

이견이 컸으며, 노사자율의 원칙과 엄정 법적 대처만을 천명한 정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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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협약의 이론화와 제도화를 위한 시론  91

<표 2> 울산건설플랜트와 현대하이스코의 지역사회협약의 비교

울산 건설플랜트 현대 하이스코

원청 SK 현대 하이스코

합의

주체

명칭 노사정공동협의회 노사정협의단

노울산지역건설플랜트노조,

전국건설산업노조, 민주노총울산지역본부

현대하이스코비정규직지회,

전국금속노동조합

울산경총과 상의,

대한건설협회울산경남지부,

울산광역시공장협의회,

석유화학단지공장협의회

현대하이스코순천공장, 사내하청업체

정 울산경제통상국장, 울산기업지원과장순천시장(노동부, 광주전남지방노동청의

중재)

시민

단체시민단체협의회, 울신시민포럼 한국노무법인

노조성격

-간접고용단기프로젝트(지역업종비정규

직노조)

-조합원 약 3,000명(2004. 1. 6 설립)

-민주노총전국건설산업연맹 산하

-간접고용/ 사내하청(비정규직노조)

-조합원 124명(2005. 6. 13)

-민주노총금속노조 산하

주요

협약내용

-임금 및 근로조건 개선(1일 8시간 44시간

노동)

-불법다단계하도급 규제

-노동조합인정과 편의제공

-조합원 이유로 채용시 불이익 금지

-실직자 우선 취업 보장

-노동관계법에 의한 노동조합활동보장

출처 : 은수미(2005), 8에서 재작성.

소극적 자세 등이 공통적으로 작용하였다. 그런 점에서 두 사태는 비정

규 노조가 조직, 교섭, 쟁의에 이르는 전형적인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

다고 할 수 있다(이기찬, 2006: 10-11). 다른 하나는 사태가 해결되는

방법에 있어서 지역수준의 사회적 협의기구가 구성되었고, 이를 통해 그

결과물인 사회협약에 해당되는 ‘중간 및 최종합의서’가 도출되었다는 점

이다. 두 사건의 중요한 내용과 특징들을 정리한 것이 <표 2>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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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역사회협약의 의의

기본적으로 울산 건설플랜트 노조 사태의 해결은 분권적이고 상향적인

그리고 관련당사자가 참여하는 갈등 해결의 모범을 보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고 있다(조형제, 2005: 24). 현대 하이스코 역시 사회적

합의로 갈등을 해결한 모범사례로서 노사갈등 해결의 새로운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지역사회협약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다음에

서 찾을 수 있다.

첫째, 무엇보다도 지역사회협약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현실적 대

안으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덤프연대나 화물연대에서

보이듯이 비정규직 노사관계는 원청의 사용자성 부성과 비정규직 노조

의 협상자격 시비로 기존 노사관계 체제나 법·제도의 외부에 존재한

다. 때문에 한정된 이해당사자의 범위를 넘어선 다양한 사회주체들 사

이의 자율적인 사회적 합의는 거의 유일한 타결 방법이기도 하다(조형

제, 2005; 이기찬, 2006).

둘째, 지역사회협약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연구자들은 울산과 순천에

서의 사회적 합의가 한국 노사관계 모델의 발전적 변화를 촉진할 가능

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의 연구자들은 한국 노사관계의 바람

직한 모델로 중범위 수준의 관계구조나 중층적 교섭의 틀을 제안하고

있다. 왜냐하면 비정규직 문제 등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업별 노사관계라는 극단적인 분권화를 넘어서야 하는데 중앙집중적

이해대표구조의 전통이 없는 한국의 경우 중범위(meso) 수준에서의 조

정된 분권화가 사회적 동의를 높이고 비용을 낮출 것이라는 판단 때문

이다(은수미, 2005: 14). 이런 맥락에서 업종별, 지역별 차원의 교섭의

활성화는 전국적 교섭과 기업별 교섭의 한계를 극복하고 갈등을 해결하

며, 개별 기업의 노동자들에게는 공통된 처우를 인식하고 기업간 격차

를 완화할 수 있는 적절한 단위로 평가되고 있다(조형제, 2005: 19).

셋째, 지역사회협약은 산별체제로의 전환이라는 새로운 노동정책의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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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협약의 이론화와 제도화를 위한 시론  93

경적 변화에도 부응한다. 2006년 12월 31일 현재 전국 규모의 대규모

산업별 노조는 금속노조, 공공노조, 운수산업노조, 보건의료노조, 공무

원노조, 전교조, 언론노조, 대학노조, 화학섬유노조 등 9개 노조 50만

9천 147명으로 산별 노조 조직율은 67.67%에 달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점차 증가할 전망이다(한국노동연구원, 2007). 지역사회협약

은 지역별·업종별 교섭을 활성화시킴으로써 노동자들을 지역·부

문·산업별 노조체제에 기초한 전국적·중앙집중적 조직화에 기여하

고 궁극적으로는 분산화된 기업별 노조체제를 극복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선학태, 2007: 132).

필자는 위와 같은 노동운동의 관점에서 선 해석보다 조금은 다른 이유

에서 지역사회협약을 주목하고 있다. 우선은 지역사회협약이 한국에

서 노사정위로 대표되는 중앙단위의 사회협약이 안고 있는 불안정성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전국수준에서 코포라티즘 모

델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상대적으로 장기에 걸쳐 형성된 안면

관계와 신뢰라는 사회자본을 이용하여 지역차원에서의 실험, 즉 다양

한 지역사회협약의 성과를 축적하면서 중앙단위, 전국단위의 사회협약

을 준비해가는 경로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정건화, 2006: 6).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를 높게 평가하는 데에는 지역사회협약이 노동운

동-지역사회-생활정치의 발전적 결합 체계인 사회운동적 조합주의

(은수미, 2005) 또는 ‘지역사회에 기반한 호혜적 노동운동’(reciprocal

community unionism)의 가능성을 제고시켜 준다는 점 때문이다

(Wills & Simms, 2004). 지역사회협약 과정에서 축적된 사회적 대화

의 실험과 경험은 노동운동을 자신들의 배타적 경제적 이익을 넘어서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인식할 수 있는 확장된 시야를 갖게 해 줄 것

이다(장원봉, 2006: 87-89). 나아가 이는 긴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

는 노동운동의 전반적 개혁과 내부 민주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지역사회협약의 지속적 참여과정은 노조로 하여금 자신의

활동에 대한 외부 평가에 민감하게 만들고 장기 전략의 필요성을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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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동향과 전망 71호

함으로써 소수 노조원의 단기적이며 배타적인 권익을 포기하고 전체

사회에 이로운 장기 개혁안을 지지하도록 유도한다(투명사회협약실천

위원회, 2006: 207).

끝으로, 지역사회협약은 오늘날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는 시민운동의

활로 개척에도 기여할 것이다. 최근 시민운동의 문제는 근대적 의식을

갖춘 자발적 회비납부자로서의 ‘시민’의 부족이 아니라 대중적 기반을

갖춘 ‘운동’의 결핍에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어 가고 있다(정상호, 2006:

292-293). 최장집은 민주화 이후 한국의 시민사회가 보수화되고 있

다고 진단하면서 그 근거 중 하나로 비정치적·비계급적 시민운동을

들고 있다(최장집, 2002: 196-200).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현안에 대

한 지역시민단체의 자율적 중재와 창의적 관여는 시민단체의 운동성

강화와 지역연대의 활성화를 동시에 촉진하게 될 것이다. 참여자들의

협력과 파트너십에 기초한 풀뿌리 네트워크의 강화는 정당과 시민운동

의 지역적 기반 모두를 공고하게 만들 것이다.

3) 지역사회협약의 세 가지 과제

지역사회협약이 사회갈등 해소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것임에는 분

명하지만 적지 않은 한계를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드러

난 지역사회협약의 과제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가장 많은 이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지역사회협약의 ‘제도적

안정성’이 대단히 취약하다는 점이다. 오늘날 지역단위에서 이루어지

는 사회협약은 비공식적 법적 구성으로 인해 아무런 구속력이나 성문

절차 규칙이 없고, 그것을 추진하는 기구의 경우 자체의 정관이나 예산

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신사협정의 관행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

(노사정위원회, 2007). 하지만 한국의 경우 참여자 사이의 신뢰와 존

중의 규범이나 문화가 정착되어 있지 않으며 사회적으로도 사회협의의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협약의 법적·제도적 구속력 여부가 심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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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협약의 이론화와 제도화를 위한 시론  95

문제를 낳고 있다.2) 사실 이러한 우려는 협약 이후의 과정에서 실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울산 플랜트의 경우 협약이 타결된 직후 사측

에 의해 조합원들에 대한 취업방해 사례와 손해배상 가압류가 발생하

여 협약을 유명무실하게 만들기도 하였다(이영도, 2005: 27). 이보다

심각한 것은 현대 하이스코의 경우이다. 사측이 협약에서 명문화되었

던 실직 조합원의 우선 재취업과 민형사 책임의 최소화라는 약속을 이

행하기보다는 노조사찰과 경비직 전환 등 성실의무를 파기하자 노조는

2006년 5월 다시 공장내 크레인을 점거하는 등 초기의 기대와 어긋난

점거농성과 강경대응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3)

둘째, 협약 참여자의 ‘대표성과 책임성’ 문제이다. 울산과 순천의 경우

대표성의 문제가 협상 초기부터 협약의 이행 단계까지 핵심적 문제로

제기되었다. 하도급과 사내 하청의 특성상 원청사와 하청사의 책임 떠

넘기기, 비정규직 노조에 대한 협상 지위의 불인정 등 노사 양측의 대

표성과 책임성 공방이 잇따랐다(이기찬, 2006: 88-89). 최근 사회협

약 문헌에서 발견되는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시민단체(NGO)의 대

표성과 책임성 논의이다. 노사정과 달리 시민단체는 공익에 대한 표상

이외에 대표성의 위임을 주장할 어떤 제도적 근거를 갖고 있지 않다.

특히 한국과 같이 민주화의 이행과정에서 사회서비스(social service)

활동보다는 권력 비판이나 사회적 약자의 권익 증진 등 정치성이 강한

주창(advocacy) 활동이 강한 경우 시민단체의 참여와 권한은 첨예한

문제로 떠오르기 마련이다.

셋째, 보다 근본적 문제제기를 함의하고 있는 것으로써 사회협약 자체

의 실효성 문제이다. 최근 한국에서 시도되고 있는 사회협약은 고용과

임금을 둘러싼 노사정 간의 정치적 계급타협이라기보다는 투명사회협

약, 일자리협약, 사회공헌파트너십협약, 저출산고령화사회협약 등 이

해관계자 사이의 첨예한 이익 충돌가능성이 낮은 원만한 합의형 이슈

(soft agenda)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것의 기능과 역할 역시

각계각층의 협의와 자문, 그리고 의견수렴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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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동향과 전망 71호

협약을 둘러싸고 의회나 관련 중앙부처로부터의 권한 침해 논란이 심

각하게 제기되고 있는 다른 나라의 경우와 달리 심각한 사회적 논쟁을

유발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형태의 사회협력은 자칫 정치권의 업적

전시와 사회통합을 과장하려는 기득 세력의 공모로 전락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펑과 라이트는 노조와 시민단체 등 아래로부터의 견제력이

조직화되지 못하고, 협상 기구에 실질적 권한이 부여되지 못한 채 위로

부터 강제되는 이러한 상황을 장식용(window dressing) 거버넌스로

유형화한 바 있다(Fung & Wright, 2003: 266).

4. 전망 및 과제 : ‘혁신적 사회협약’에서 ‘책임있는 사회협약’으로의

진전을 위하여

이제 막 제도의 도입단계에 들어선 한국의 지역사회협약은 적지 않은

성과와 더불어 심각한 문제점들을 동시에 안고 있다. 한국의 사회협약

의 현황과 전망을 살펴보기 위하여 코포라티즘을 비교 평가하기 위해

피서르와 헤이머레이크가 고안한 모형(피서르·헤이머레이크, 2006:

99)을 변형하여 한국의 상황에 적용하여 보았다.

세로축을 구성하고 있는 변수인 제도적 통합은 공공정책의 형성과 관

련하여 조직화된 이익집단이나 시민사회에 위임되어 있는 권한의 범위

를 의미한다. 이 범위는 비공식적, 일시적 조언에서부터 장기적 차원에

서의 의사결정과 정책수행 과정의 공식적 참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를 띤다.4)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협약의 참여자들에게

양도된 위임(devolution)과 부여된 권한(authority)의 실질적 중요성,

합의 절차와 결과의 법적·제도적 안정성 정도, 문제해결 능력과 자율

성(autonomy)의 증진 정도, 책무성(accountability)을 담보할 공동의

행동규범과 사후적 제제의 실효성 여부로 구성된다.

가로축을 구성하고 있는 함수인 사회적 지지는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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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협약의 이론화와 제도화를 위한 시론  97

<표 3> 사회협약의 유형

제도적 통합성사회적 지지도

약 강

강 경색된(immobile) 사회협약 책임있는(responsive) 사회협약

약 사회협약의 이탈(disengagement) 혁신적(innovative) 사회협약

다. 하나는 구성원들의 요구를 대표하고, 협상 결과 도출된 협약에 대

한 구성원들의 순응을 담보할 수 있는 참여자들의 능력과 신뢰이다.

다른 하나는 합의된 정책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동의의 수준이다. 스

페인의 사회협약(1977)이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지속될 수 있었던 이

유나 한국의 노사정 사회협약의 도입은 권위주의 정권을 대체한 민주정

부의 정통성에 대한 국민 일반의 광범위한 지지에 바탕하고 있다

(Encarnation, 1997: 413; 강명세, 2006: 227). 구체적으로 여기에는

참여자들의 대표성과 리더십, 참여자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가 포함된다.

1) 한국의 지역사회협약의 현 단계 : 혁신적 사회협약

한국의 지역사회협약은 전형적으로 사회적 지지도는 높지만 제도적 통

합성은 낮은 혁신적 사회협약에 해당된다. 우선 한국에서의 지역사회

협약은 IMF라는 초유의 사태에서 노사정위원회가 도입된 것과 마찬가

지로 심각한 위기의식의 공유에 따른 높은 사회적 지지도가 압박요인

으로 작용하였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울산의 지역사회협약은 국제

포경위원회(IWC) 울산회의라는 커다란 국제행사가 임박하였다는 사

실이 압박요인으로 작용하였다(이기찬, 2005: 71). 순천의 경우 거의

유일한 대규모 사업장인 현대 하이스코 사업장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커다란 영향과 공동생활권인 여수의 세계박람회(2012년) 재유치 결정

시점이라는 점이 중요하게 고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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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동향과 전망 71호

사회적 지지와 더불어 지역사회협약이 시도되고 있는 지자체에서 발견

되는 것은 핵심 참여자인 자치단체장의 혁신적 리더십과 시민단체의

지역적 기반이 상대적으로 발전된 곳이었다는 공통점이다. 가장 대표

적인 사례는 주민참여 예산제와 시민배심원제 등을 선구적으로 시행한

바 있는 울산 지역이다. 울산 건설플랜트 노조의 사례 연구들이 공통

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은 비정규직 노동 문제에 대한 민주노총의 다소

소극적이고 한정된 역할, 중앙정부(노동부)의 방관자적 태도, 플랜트

노조의 비체계적 대응 속에서도 사회협약이 타결될 수 있었던 동력은

지역 시민단체(울산시민협의회)의 적극적 참여와 건설적 중재 역할이

다(은수미, 2005; 조형제, 2005).5) 이는 지역사회협약의 도입과 성공

은 울산 지역의 활성화된 시민사회조직의 인프라가 중요한 영향을 끼

쳤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혁신적 리더십의 중요성이다.6) 울산 지역의

지역사회협약 역시 지역정치의 특수한 맥락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왜

냐하면, 울산 북구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진보세력인 민주노동당이 행

정(민선1기 구청장은 조승수, 2기는 이상범 구청장)과 의회(5명/9명)

를 모두 장악한 곳이기 때문이다. 순천의 경우 시장(조충훈)의 적극적

중재와 조정 역할이 협약 타결에 중요하게 작용하였다. 그는 순천시의

회의장(박문규)과 함께 파업현장을 방문(2005. 10. 28)하여 중재안을

노사 양측에 제안하였고, 서울 본사까지 찾아가 사측을 설득하기도 하

였다(ꡔ민중언론 참세상ꡕ, 2005. 10. 29).

그렇지만 한국의 혁신적 사회협약은 앞에서 설명하였듯이 제도적 통합

성, 특히 법적·제도적 안정성에 있어서 대단히 취약한 상태이다. 이

문제는 특히 한국과 같이 신뢰와 협력의 사회적 자본이 취약한 경우 제

도 정착에 관건이 되는 사항하다. 지역사회협약의 민주적 의의를 부정

하는 이는 드물지만 그것의 지속성과 제도화 여부에 대해서는 적지 않

은 이들이 회의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낮은 수준의 제도화는 참여자들

의 이탈과 악용에의 유혹을 부추긴다. 실례로 울산과 순천 협약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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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협약의 이론화와 제도화를 위한 시론  99

요 내용이었던 불법하도급관행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협약 이후

사측의 조합원에 대한 취업방해나 손배소 제기 등 확약서의 성실 이행

의무를 위반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였지만 이를 시정할 법적, 제도적

수단이 미비한 형편이다.

만약 지역사회협약의 실험들이 신뢰와 협력에 기초한 실질적인 합의나

효과적인 정책결정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그리고 점차 참여의 동력

과 의미를 상실한 채 정책의 절차적 정당성만을 보증하거나 일부 참여

자들의 선별적 포섭(cooptation)에 그친다면 그것은 다음에 설명할 경

색이나 이탈의 경로로 추락할 것이다.

2) 경색된 사회협약

피서르와 헤이머레이크는 조합주의적 지배구조의 부정적이고 해로운

유형을 지칭하기 위해 경직된 조합주의라는 개념을 고안하였다. 이것

의 특징은 ‘합의 없는 제도적 경색’인데, 이 개념은 본 연구에도 매우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다. 경색된 사회협약은 정부의 참여자 집단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고 관련 집단의 공공정책에의 관여는 확대되지만

참여자의 대표성과 능력, 상호신뢰가 저하되면서 사회적 지지가 하락

하는 상황에서 발생된다. 상황이 고착되면서 정책결정의 지연, 공모와

담합의 만성화 등 제도적 경색이 초래된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참여

자들은 서로를 불신하며, ‘고집불통’의 노동조합, ‘신뢰할 수 없는’ 정부,

‘무임승차하는’ 경영자, ‘비난만 일삼는 시민단체’로 비난한다. ‘비난의

회피’, ‘책임 전가’가 난무하지만 대안부재의 수동적 논리로 성과 없는

참여가 지속된다(피서르·헤이머레이크, 2006: 103-105).

지역사회협약의 사례가 제한된 한국의 경우 이 유형에 적합한 사례는

아직 없다. 하지만, 국가단위에서는 노사정위원회가 경색된 사회협약

의 유형으로 전락할 개연성이 있으며, 이는 지역사회협약의 발전에 여

러 모로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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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동향과 전망 71호

노사정위원회는 처음에는 대통령령에 의거한 임시 협의기구였지만

1999년 5월 <노사정위원회의설치와운영에관한법률>이 제정됨에 따

라 대통령 자문기구이자 상설적인 법적 사회적 대화기구로 발전하였다

(노사정위, 2006: 6). 또한 법적 위상뿐만 아니라 정책결정에의 참여

범위와 권한 역시 크게 확대되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노사정위원

회 출범 이후 노사단체의 정부위원회와 공공기관 이사회의 참가기관

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하였고, 수준 또한 결정과정에서 집행과정으로,

노동영역에서 사회정책 영역으로 폭넓게 확대되었다(이병훈, 2005:

151-174).

그렇지만 최근 노사정위원회에 대한 사회적 지지도는 오히려 낮아지고

있으며, 실질적이고 유효한 합의는 생산되지 못하고 있다. 구조적 수준

에서 노사정 사회협약의 진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노조의 낮

은 대표성(조직률)이다. 민주화 이후에도 오히려 노조의 조직률이 지

속적으로 감소함으로써 대기업 정규직 노사관계의 안정화와는 달리 중

소규모, 비정규직 혹은 초기업 수준의 노사관계가 악화되는 ‘노사분규

양극화’ 추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전략적 수준에서, 핵

심 쟁점들이 참여자들의 협의와 협력에 기초한 협약방식보다는 제한된

정당성을 갖는 정부입법에 의해 처리되고 있다. 최근까지 첨예한 이슈

였던 비정규직 입법 및 국민연금 개혁방안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

고 있다.

3) 사회협약으로부터의 탈피

경색된 사회협약의 상황에서 참여자들의 선택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상호신뢰와 협력의 회복을 통하여 혁신적 사회협약이나 책임있는

(responsive) 사회협약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둘째는 참여자사이의

권력 공유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조합주의의 기본 속성과 원리를 근

본적으로 수정하고자 다른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다(피서르·헤이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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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협약의 이론화와 제도화를 위한 시론  101

이크, 2006: 100-103). 전자가 재구성을 통한 도약이라면 후자는 해

체의 경로에 해당된다.

국내 지역사회협약의 사례 가운데 탈피와 유사한 경우는 순천 하이스

코라 할 수 있다. 2005년과 2006년의 합의서가 연이어 파기되면서 사

회적 합의전략에 대한 불신과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강경투

쟁전략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 사측 역시 사회적 합의

방식보다는 비정규직 입법화에 따라 엄정하게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프레시안. 2007. 1. 24). 지역사회협약은 아니지

만 노사정위원회의 상황은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노사정위원회의 활동과 기능의 실효성이 의문시되면서 탈피 전략을 요

구하는 주장들이 양쪽으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보수정당과 자본의 일

각에서는 노사정위 상설화로 정부와 국회의 입법 및 대표 기능이 무력

화되고 있으며, 정치적 조합주의로 인해 시장원리에 따른 노사 간의 자

율해결원칙 및 생산력 저하가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노사정위

를 폐지하는 대신 비상설의 느슨한 협의기구를 설립하거나 아예 정부

를 배제한 영미식의 노사자율주의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일부의 진보세력들은 노사정위가 비정규직

과 양극화 해소 등 본질적 문제를 무시한 채 주변적이고 사소한 합의에

만 매달려 왔고, 친자본·정부주도의 편파성으로 인해 노동의 실질적

참여가 전혀 보장되지 못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 역시 신자본주의

의 실행 기구에 불과한 노사정위의 탈퇴와 자율성과 연대에 기반한 급

진적 노동운동을 새로운 전략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노

사정위원회, 2006). 협약기구로서 노사정위원회의 기능과 활동이 장기

적으로 침체된다면 이러한 주장들이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이며, 정권

교체와 같은 외적 변수가 개입된다면 탈피 전략이 곧 현실화될 수도 있

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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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동향과 전망 71호

4) 책임있는 사회협약

책임있는 사회협약은 참여자의 높은 대표성, 상호 신뢰, 협력적 태도

속에서 산출된 결과물이 국민 일반의 광범위한 지지를 획득하는 선순

환 과정을 의미한다. 혁신적 사회협약에서 불안정한 양상을 보였던 과

정과 절차들은 책임있는 사회협약 하에서 일상적인 집행처리절차와 표

준적인 운영절차로 발전한다. 동시에 책임있는 사회협약은 분권과 토

의의 원리로 인해 스스로를 구속하는 자기 강제성(Self-enforcing)을

가지며 경제적 번영과 사회적 안정의 달성에 있어 가장 성공적인 성과

를 거두게 된다(피서르·헤이머레이크 2006, 105-106).

우리는 앞서 한국의 지역사회협약이 안고 있는 세 가지 문제점을 살펴

보았다. 그 연장선에서 책임있는 사회협약으로 전환하기 위한 과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법적·제도적 안정성의 확보이다. 오늘날 세계는 각국이 처해

있는 현재의 사정과 역사적 조건을 고려하여 다양한 사회협약을 운

용·발전시키고 있다. 그렇지만 눈에 띠는 공통점은 제도적 결함

(institutional deficiency)을 교정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의 경주이다

(임상훈, 2007). 이 부분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협약의 성실 이행을 보

증할 효율적 제도로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역할의 중요성이다. 가장 유

용한 사례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사회협약위원회이다. 제주도는 특별자치

도의 출범에 따른 의료·교육산업의 개방, 한·미 FTA에 따른 감귤산

업의 조정 필요성, 개발과 보존의 격화되는 환경갈등 등에 대비하기 위

하여 사회협약위원회를 상설기구로 운용하기로 하고 관련 조례를 준비

하고 있다(제주발전연구원, 2006). 제주특별자치도의 사회협약위원회

는 국내에서는 지역 차원에서 실험되는 최초의 상설화된 협약기구로서

향후 지역사회협약의 발전을 가늠할 척도로써 주목할 필요가 있다.7)

둘째는 풀뿌리 시민단체의 적극 참여와 중재의 활성화를 통한 사회적

지지의 확장이다. 울산과 순천에 주목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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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협약의 이론화와 제도화를 위한 시론  103

적 단체장의 존재(리더십)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참여적 시민문화의 기

반이 단단한 지역 공동체라는 점이다. 중앙이든 지역이든 한국의 사회

협약이 급박한 상황적 필요에 따른 ‘위로부터의 수입 모델’이라면 성공

한 외국의 사례들은 한결같이 ‘아래로부터의 자생적 발전모델’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사회협약의 선진국인 덴마크나 아일랜드 코크시

의 지역사회협약의 특징을 보면 지역주민의 참여와 사회단체의 파트너

십이 전통적으로 활성화되어 있으며, 이들의 조직적·포괄적 참여로

해당 조직의 협소한 이해가 아닌 사회적 책임성을 강조한 협의가 발전

되어 왔다는 점이다(제주발전연구원, 2006: 117-120).

최근 현대 하이스코에서 크레인 점거농성이 재발하자 참여연대 등 100

여 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현대하이스코의 사회적 합의가 이행

되도록 ‘확약서 지킴이’ 역할을 다 할 것을 결의”하며 “이행 결과를 감

시하고 합의의 불이행이나 파기를 사회적으로 고발하고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ꡔ미디어 오늘ꡕ, 2006. 1. 23). 현 시점에서 공신력

있는 시민사회단체의 감시 및 비판기능은 사회협약제도가 내장한 법

적·제도적 취약함을 효과적으로 보완시켜 줄 수 있다고 판단된다.

셋째는 사회협약에 참여하고 있는 참여자들의 권능강화(empower-

ment) 이다. 근래에 들어 한국사회에서는 ‘아동청소년사회협약’, ‘투명

사회협약’, ‘일자리사회협약’, ‘문화다양성협약’, ‘저출산고령화협약’ 등

사회협약 방식이 지나치게 남발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것

들의 실질적 성과는 미약하며 제도의 정착 가능성 역시 난관에 봉착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실질적 권한이 부여되지 않은 채 각계 유명 인사

들의 단순한 자문 및 회의기구로 전락하였다는 점이다. 권능강화가 부

여되지 않는다면 참여의 활성화나 지속성도, 책무성(accountability)

의 확보도, 실질적 협력도 기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수사(cheap

talk)가 아닌 정부의 보다 과감한 분권 및 위임 조치가 필수적이다.

끝으로는 책무성(accountability)의 확보이다. 사회협약은 본질적으로

책무성과의 내적 긴장을 내재한 체제이다. 왜냐하면 전통적 이익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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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동향과 전망 71호

나 행정 통치에서 책무성은 위임받은 대리인의 책임감이기 때문에 상

대적으로 명료하고 제도적으로 분할되어 있다.8) 노사 및 시민단체 등

비공식적(unofficial) 행위자의 공동 결정을 전제로 하는 사회협약은

책무성의 문제를 새롭게 부각시키고 있다.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공

익 수호를 표방하지만 일반 시민들로부터의 위임 체계가 모호한 시민

단체의 책무성이다. 이를 위해서 일차적으로는 회원, 나아가 관심 및

지지층, 넓게는 일반 시민에 대한 수직적 책무성을 강화해야 한다. 시

민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의사소통구조를 민주화하고, 시민적 견해를

정확히 수렴·반영할 수 있는 과학적인 의견수렴체계와 전문적 정책

역량을 구축하며, 심의 민주주의적 기법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한편, 수평적 책무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민단체 활동에 대한 상호

비판과 검증 시스템을 구축하고, 부문과 지역중심의 연대 기구를 활성

화해야 한다.9)

5. 결론 : 상호 연계된 선순환의 이중 전략

낮은 노조 조직화율, 신뢰와 협력문화의 부재, 계급정당의 미약함 등등

을 고려할 때 한국에서 사회협약이 안착될 수 있는 구조적 조건은 매우

열악하다는 것이 대체적 의견이다(선학태, 2004; 강명세, 2006). 그렇

지만 최근의 사회협약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구조적 조건이 불비

한 가운데 큰 나라들보다는 작은 나라들에서 더 유행하였고, 전통적 노

사정 합의 방식(오스트리아, 독일)보다는 의제나 행위자면에서 새로운

접근법이 시도되었던 사례(네덜란드, 아일랜드, 스웨덴, 포르투갈, 핀

란드, 이탈리아, 덴마크)에서 효과가 컸다는 것이다(Casey & Gold,

2000). 이는 일정한 구조적 제약 아래 놓여 있는 행위 주체들의 제도

적 역량(조형제, 2007: 381-2), 조직적 자원과 이에 대한 전략적 선택

(Regini, 2000)이 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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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협약의 이론화와 제도화를 위한 시론  105

한국의 지역사회협약이 경색되거나 이탈하지 않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밀접히 연계된 실험이 서로를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첫째, 지역사회협약은 국가 단위의 사회협약과 맞물려 시행되어야 한

다. 노사정위원회와 같은 국민경제 단위의 사회협약이 유명무실한 상

태에서 지나치게 소소한 문제를 둘러싸고 지역사회협약만이 분산적으

로 실험된다면 행위자들의 학습효과는 제한되고 경험의 축적 역시 한

정될 것이다. 다시 강조하건대, 지역사회협약은 지역별·업종별 교섭

을 활성화시킴으로써 노동자들을 지역·부문·산업별 노조체제에 기

초한 전국적·중앙집중적 조직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곧 지역의 자

율적 합의 및 자치 능력(empowerment)이 중앙정부의 기획·조정 역

량과 동반 성장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사회경제적 이슈와 지역생활 이슈의 결합이다. 최근의 지역

사회협약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그것의 범주가 전통적 사회경제적 이

슈에서 벗어나 환경·교육·대안적 지역개발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좋은 사례는 미국 메인(Maine)주 라임스톤(Limestone)시

의 합의세(Consensual taxation) 도입이다. 라임스톤 시에서는 지방

공무원, 시민단체, 학계, 상공회의소 등의 대표자가 오랜 협의를 거쳐

지역공동체의 발전과 시민운동의 활성화를 위한 재원마련을 자발적이

며 범공동체적인 합의 하에 징수되는 직접세인 합의세에 의해 조달하

기로 결정하였다. 합의세는 민주적 지역시민단체에 의해 징수되며, 합

의세의 유일한 목적은 공개적 토론과정을 통해 결정된 지역공동체의

발전 과제 중에서 그 우선순위가 높은 과제의 수행에 필요한 재원을 충

당하는 것이다(문병기, 2001: 50). 최근 한국에서도 지방의제 21, 지역

혁신협의회, 마을가꾸기 등 다양한 지역단위의 협의기구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협의기구들의 활동을 보다 실질화하고 활성화

함으로써 지역문제를 해결할 사회협약기구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고려

해 볼 시점이다.

지역사회협약은 여전히 노사정이라는 조직화된 이익과 경쟁을 협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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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동향과 전망 71호

중심에 두었다는 점에서 고전적이다. 그렇지만 시민과 사회단체의 참

여를 보완적 차원을 넘어 정책결정의 필수적 요소로 간주한다는 점에

서 이전의 것들과 확연히 구분된다. 사회협약의 정치는 사적 이익이나

집단이익의 표출을 고유한 정치 활동으로 존중하며, 사익과 공익을 선

악에 기초한 배타적 구분이 아니라 정치의 기능에 따라 조화로운 공존

이 가능한 통합의 세계로 인식한다. 정부-이익집단-시민사회, 중앙

-지방을 엄격히 분리된 탈정치의 세계가 아니라 이익과 정책을 매개

로 상호 연계된 네트워크 정치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탈이념의 거버넌

스 이론과도 구분된다. 이론과 실험, 중앙과 지역, 사회경제적 갈등 해

소와 대안적 발전 모델 양면에서 더욱 다양한 사회협약의 실험들이 다

층적으로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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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협약의 이론화와 제도화를 위한 시론  107

주석

1) 일부 연구자들은 신조합주의와 사회협약을 구분하여 사용할 것을 제안하고, 최근

의 경향을 설명하는 데 후자가 보다 적합한 것으로 평가한다. 신조합주의는 계층화

되고 기능적으로 분화된 이익집단들처럼 제도적인 전제조건에 기반한 이해조정체계

인 반면, 정책결정 방식의 하나인 협약은 사회파트너들(social partners)과 정부가

이익 표출, 가치의 분배, 그리고 결정된 정책실행을 위한 상호협력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정의는 특히 애초에 신조합주의의 전제조건으로 제안된 제도적인

특징이 부재한 국가에서 더욱 그렇다(Molina & Rhodes, 2002; Ebbinhaus, 2004).

2) 당시 현대 하이스코가 교섭을 시작하자마자 노조, 지역사회, 정부 등이 참여하는

형태의 ‘다자간 협상으로 진행하자’고 제안한 배경에 대해 합의 조항들이 ‘약속’일 뿐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였다.

3) 투명사회협약이 소기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핵심

요인 또한 협약의 제도적 안정성 미비이다. 투명사회협약은 정부와 공공부문, 기업

과 시민단체 부문의 자발적 약속에 근거한 것이지만 실행의무를 강제할 아무런 법적

권한과 조치를 갖고 있지 않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권력부패와 같은 핵심 분야에서

의 협약 사항들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 아울러, 각 분야와 지역에서 실질적으로 이

행·점검·평가할 수 있는 협의회나 사무국의 미설치로 협약의 확대가 한계에 이르

렀다. 이에 대해서는 투명사회협약실천위원회(2006a), 94-95를 참조.

4) 피서르와 헤이머레이크는 제도적 통합을 조합주의적 지배구조의 정책영역. 즉 조

직화된 이익집단에 발언권이 허용될 수 있는 정책영역의 범위로 규정하였다. 이에

대해서는 피서르·헤이머레이크(2006, 98-100)를 참조.

5) 울산시민협은 사태가 폭력으로 번지고 있던 5월 17일 <건설플랜트 노조 파업 장

기화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책임있는 당사자들 간의 다자간 협상을 통한 사회적

협약 체결’을 해결책으로 내놓게 된다. 이는 결국 노사와 시 당국에 받아들여져 <공

동협의회>의 구성과 중간합의로 발전한다(이기찬, 2005: 74-5).

6) 혁신적 리더십이란 중앙정부의 명령을 단순 집행하는 사업관청에서 비전과 철학

에 기초한 정책관청으로의 전환을 주도하는 리더십이다. 혁신적 리더십은 공공이익

과 사적이익의 조화와 결합. 특히 기업의 경제이익과 시정의 공공이익을 하나의 통

치연합으로 발전시킨다(박재욱·류재현, 2000).

7) 금년 8. 31일자로 입법 예고된 내용을 보면 사회협약위원회는 30명 이내의 위원

으로 구성하고, 도의회, 시민단체, 학계, 언론계, 법조계, 경제계, 노동계 등에서 추천

한 자와 특별자치도 업무관련 국장을 도지사가 위촉하며 임기는 2년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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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동향과 전망 71호

이에 대해서는 ꡔ미디어 제주ꡕ(2007. 9. 2).

8) 책무성은 공화주의에 근거한 것으로서 시민에 대한 공직담당자의 책임감으로 정

의된다. 오도넬은 책무성을 선거라는 기제를 통해 이루어지는 수직적 책무성과 국가

기구 간의 상호감시와 견제를 통해 확보되는 수평적 책무성으로 구분하였다. 한편

바커(Barker 1982, 17)는 시민에 대한 하향(downward) 책무성, 장관과 내각에 대

한 상향(upward) 책무성, 동료나 관련 집단에 대한 수평적(horizontal) 책무성으로

나누었으며, 로드(Rhodes 1997, 21-22)는 정치적·운영상(managerial)·법적

책무성으로 구분하였다. 이와 유사하게 권해수·최영출(2006. 7)은 파트너 사이의

책무성, 파트너와 행정기관과의 책무성, 일반 국민에 대한 책무성으로 구분하였다.

9) 시민단체의 사회적 책무성 논의는 국내에서는 최근에 시작되었다. 이에 대해서는

이승종(2007)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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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협약의 이론화와 제도화를 위한 시론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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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동향과 전망 71호

초록

지역사회협약의이론화와 제도화를 위한 시론

정상호

본 논문은 최근 사회갈등을 해소할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지역사회

협약의 이론화와 제도화를 위한 연구이다. 본 연구는 2005년에 있었던 울산

과 순천의 사례를 통해 지역사회협약의 한계와 과제를 경험적으로 살펴보았

다. 이를 통해 지자체, 시민단체, 노사가 참여하는 지역사회협약이 노사갈등

은 물론 환경, 지역발전, 복지문제를 풀어갈 민주적 대안임을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현재의 혁신적 사회협약체제에서 보다 제도적으로 안정화되고 국민

들의 지지를 받는 책임있는 사회협약체제가 되기 위한 과제를 제시하고 있

다. 거기에는 법적·제도적 안정성, 참여자들의 책임성과 대표성 강화, 권능

강화 등이 포함된다.

주제어 지역사회협약, 경쟁적 조합주의, 혁신적 사회협약, 책임있는 사회협약, 시민

사회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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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협약의 이론화와 제도화를 위한 시론  113

Abstract

The Study on Theorization and Institutionalization of Local Social Pact

Sang-Ho Jeong

This Research aims to Theorize and Institutionalize of Local Social

Pacts that have been pulled attraction as a new solving method for so-

cial conflict. I explained limit and task of Korean Local Social Pacts

through on Ulsan Plant Company and Suncheon Hyun-dai Hysco’s

strike on 2005. Through Two case study, local social pacts are demo-

cratic alternative not only for industrial conflict but also environ-

mental, developmental, and welfare issue. To change from innovative

social pact to responsive social pact. It is necessary to stabilize to re-

lated law and institution, to increase accountability and empower-

ment of participants.

Key words Local Social Pact, Competitive Corporatism, Innovative Social Pact,

Responsive Social Pact, Grassroots 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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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동향과 전망 71호

특집【 한국의 사회갈등:쟁점과 현안 】

환경갈등에 대한 거버넌스적 접근의 함의와 과제:

시화지역과 굴포천유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경험

정규호❉ 한양대학교 제3섹터연구소 연구교수

1. 서론

‘갈등’(葛藤, conflict)이란, 말 자체가 그러하듯이,1) 서로 다른 입장과

주장, 요구 등을 가진 개인 또는 집단들이 타협이나 조정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서로 충돌함으로써 ‘문제화’되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사회

-제도적 맥락과 관계적 특성을 반영하고 있는 갈등은 그 자체로 복잡

하고 역동적이며 다차원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 점에서 민주화

과정을 통해 획일적이고 폐쇄적인 사회로부터 보다 다원화되고 개방화

된 사회로의 급속한 전환은 갈등문제의 유형 및 성격의 변화는 물론 이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 자체를 새롭게 하고 있다. 민주화 과정

을 통해 사회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의사표출 기회와 능력이 크게 신장

된 만큼 다양한 이해관계와 가치를 가진 개인 및 집단들 간의 긴장과

충돌 현상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소위 ‘민주화 이후’ 국면 속에서 사회 전체가 갈등으로

인한 과도기적 진통을 겪고 있다. 이 중 환경갈등은 우리 사회의 대표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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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갈등에 대한 거버넌스적 접근의 함의와 과제  115

적인 갈등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동강과 시화호, 새만금에서부터 부

안 방폐장 건설, 천성산 터널공사, 경인운하 건설 등에 이르기까지 정

부 주도의 대규모 개발사업을 둘러싼 심각한 갈등으로 정책이 표류하

고 사회, 경제, 생태적 자원의 손실과 함께 사회를 분열시켜온 문제들

이 바로 그러하다. 환경문제의 특성상 지금까지의 추세로 볼 때 환경

갈등 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 질 전망인데, 지금의 상황을 보면 갈

등당사자들 간의 합의에 기반한 자발적 문제해결의 역량과 토대가 미

비하고 오히려 최근에는 갈등문제를 사법적 판결에 맡겨버리는 경향마

저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갈등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일이야 말

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역량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갈등을 창조적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사회적 완충지대’의 마련

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사회-제도적 역량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점에 주목하여 본 연구는 환경갈등 문제에 대한 거버넌스적 해결이

가지는 의미와 과제들을 이론 및 사례 연구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민과 관의 다양한 주체들이 서로 협의하고 협력하여 공동의 과제를 해

결하고자 하는 거버넌스의 원리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한 환경갈등

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데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거버넌스를 구성 및 운영의 원리로서 접근하고자 하는 이유는 환경갈

등의 성격 자체가 맥락 의존적일뿐만 아니라 갈등당사자들의 관계적

특성과 인식체계에 의해 구성되는 만큼, 거버넌스를 정형화된 제도적

틀로서 다룰 경우 갈등해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들어

법률적 기반 하에 갈등을 관리하기 위한 제도적 수단으로 거버넌스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문제제기 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

에 본 연구에서는 ‘시화지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굴포천유역 지속

가능발전협의회’의 활동 경험들을 분석할 것이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

물게 민관협의체를 통해 갈등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해 온 이들 사례

에 대한 경험적 분석은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갈등해결을 위한 거버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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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를 설계하고 정착시키는 데 의미 있는 시사점들을 제공해 줄 것이다.

2. 환경갈등의 의미와 특성

1) 환경갈등의 의미와 전개과정

환경문제 자체가 복잡 다양한 만큼 ‘환경갈등’(environmental con-

flict)에 대한 개념 정의도 단순하지는 않다. 갈등의 대상이 되는 환경

문제의 영역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환경갈등의 의미도 달라지는

만큼, 우선 환경갈등의 개념부터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관련하여 정

회성은 환경갈등을 “현재 및 미래에 걸쳐 일정 지역에서 인간의 환경권

을 침해하거나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사태를 둘러싸고 당사자간 또는

관련 집단간 다툼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정회

성, 2000). 한편, 에머슨 등은 “환경생태계, 자연자원, 공공용지 등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실재적 또는 잠재적 갈등으로 환경에 대한 사람들

의 가치와 태도에서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환경갈등을 정의하고 있다(Emerson, et. al, 2003: 4). 전자의 경우 현

재화된 구체적인 환경오염 및 환경파괴 문제를 둘러싸고 나타난 갈등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후자는 자원개발 및 이용과 관련하여 이

것이 가져다 줄 영향에 대해 이해관계와 가치를 달리하는 당사자들 사

이에서 빚어지는 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환경갈등의 내용

과 성격 자체가 갈등의 대상과 주체, 사회적 맥락에 따라 재구성되는

만큼, 이를 고려한 환경갈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 점에서 우리

현실에서 그동안 나타났던 환경갈등의 변천 과정을 시대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개발독재체제 하에서 경제성장제일주의에 기반한 초고속 근대화

가 이루어지던 1960, 70년대에 환경갈등은 주로 대규모 공단이나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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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갈등에 대한 거버넌스적 접근의 함의와 과제  117

위해시설이 입지한 인근 지역주민들을 중심으로 위생 및 보건, 재산상

의 피해에 대해 보상을 요구하는 차원에서 등장하였다. 따라서 당시의

갈등해결은 주로 피해주민들에 대한 물질적 보상이나 집단이주 방식을

통해 이루어졌다.2)

하지만 1980년대 들어 근대화 과정에서 누적된 환경문제들이 전국적인

차원에서 다각적으로 표출되고 이에 대한 민간 차원에서의 조직적 대응

이 나타나면서 환경갈등은 집단적인 양상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민주

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폭되던 당시 상황에서 환경피해 당사자와

지지집단이 결합하여 갈등문제를 사회화 하고 정책담당자에 대한 문책

과 오염유발 업체에 대한 피해보상 등을 적극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 지구화, 지방화, 민주화 흐름이 급속히 전개되

는 상황 속에서 환경갈등은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환경오염 및

파괴로 인한 피해에 대해 사후적 구제 및 보상 차원에서 제기되던 환경

갈등은 자원개발 및 이용에 대한 계획, 정책, 사업들의 결정 및 집행과

정을 둘러싼 갈등문제로 그 영역이 확장되었으며, 갈등의 주체들 또한

정부(중앙과 지방), 기업(산업계, 개발업체), 시민사회(NGO, 지역주

민), 언론, 정치(정당, 지방의회) 등으로 다원화되었다. 특히 지구적인

환경문제에 대한 자각과 함께 삶의 질과 생태적 가치에 대한 높은 관심

을 바탕으로 급속히 성장한 시민사회 민간 주체들의 등장은 환경갈등

을 이해관계 갈등과 가치갈등이 혼재된 복합적인 성격의 문제3)로 만

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들은 환경문제에 대한 사후적 처방

의 차원을 넘어 보다 예방적이고 근원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기존의 지

배적인 가치와 제도, 시스템의 변화를 적극 요구하기 시작했다. 특히

국책형 대규모 개발사업을 둘러싸고 정부와 지자체, 시민환경단체, 지

역주민 등이 서로 대립하고 충돌하는 과정에서 심층적이고 근본적인

인식과 입장의 차이들이 표출되기 시작했다. 즉 오염피해 구제 차원에

서 제기되던 환경갈등과 달리 자원이용 및 개발을 둘러싼 갈등은 갈등

당사자는 물론 갈등 내용 측면에서도 훨씬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났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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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Scott, 1996: 296),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환경갈등

의 주요한 특성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2) 환경갈등의 특성

소음과 악취 등 생활환경문제를 둘러싼 환경갈등 역시 발생 빈도나 증

가 추세에서 소홀히 다룰 수는 없다. 또한 환경갈등은 당면한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관련 제도 및 정책들의 급속한 변화를 가져

오는 긍정적 역할도 한다. 하지만 대규모 개발사업을 둘러싼 환경갈등

처럼 그 규모나 영향력, 사회적 비용과 후유증 등이 상당하여 갈등으로

인한 부정적 효과(-)가 긍정적 효과(+)를 압도할 경우 상황은 달라

질 수밖에 없다.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건설이나 새만금 간척사업, 경

인운하 건설 등을 둘러싸고 10년 넘게 갈등이 지속, 증폭되어온 경우

가 대표적이다. 국책형 개발사업을 둘러싼 갈등을 통해 정책이 표류하

면서 경제적 부담이 급증하고4) 공동체의 분열과 함께 이해당사자들

간의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것이 현재의 당면한 환경갈등의

모습이다.

이처럼 환경갈등이 ‘고질적인 갈등’(intractable conflict)으로 전환되

어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키게 되는 데는 몇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

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갈등 대상과 주체 측면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갈등의 대상이 되는 환경문제 자체가 그 영향이 시간과 공간, 매

체별로 전이(轉移)되어 차별적으로 나타나는 만큼, 갈등이슈 자체에

상당한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내재되어 있어 갈등의 쟁점을 구체화 하

고 합의의 준거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생태계에 비가역적으로

물리적인 변화를 가져다주는 대규모 개발사업의 경우 이것이 미칠 영

향과 결과에 대한 인과관계가 복잡하여 가치(value)와 사실(fact)을 둘

러싼 갈등들이 혼재되어 나타나게 된다(Campbell,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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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갈등에 대한 거버넌스적 접근의 함의와 과제  119

한편, 갈등 주체 측면에서 갈등당사자들이 가지는 지식과 정보, 의사결

정 권한과 자원동원 능력의 차이에 따른 불평등성이 자율적 문제해결

능력을 제약하고 있다. 특히 환경갈등에서 생태가치와 보존을 주장하

는 당사자들이 경제가치와 개발을 주장하는 당사자들 보다 구조적으로

열세에 놓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어서 갈등당사자들 간의 신뢰 형

성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5) 이런 현상은 개발정책을 주도하는 정부와

보존을 지향하는 시민사회 진영이 갈등의 당사자로 만날 경우 더욱 분

명히 나타난다. 환경보존을 주장하는 시민사회 진영은 환경문제 자체

가 기존의 개발 지향적 정책패러다임의 관성에서 비롯된 만큼 사후적

보상의 차원을 넘어 정책결정 논리와 집행 시스템 자체의 개선을 요구

하고 있는 반면,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정부와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상

당한 절차가 진행되고 많은 예산이 투입된 상태에서 갈등으로 계획이

중단, 변경 또는 철회될 경우 정치, 행정적 부담과 책임이 커서 쉽게 받

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갈등해결의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정규호,

2007a: 322∼323). 이런 상황에서 개발사업을 둘러싸고 등장한 환경

갈등은 당사자들 간에 집단화된 ‘가치갈등’(value conflict)의 문제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환경갈등 문제는 편익과 비용의 시·공간적 비대칭성과 함께

갈등당사자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론적 기반’(cognitive basis)의 차이

에 따른 가치의 비대칭성이 큰 만큼, 문제에 대한 보다 새로운 인식과

해결 노력이 요구된다.

3. 환경갈등에 대한 거버넌스적 접근이 주는 함의

1) 환경갈등에 대한 거버넌스적 접근의 의미

기존의 환경갈등 해결을 위한 접근 방식은 갈등으로 인해 발생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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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동향과 전망 71호

적 비용을 최소화 하는 차원에서의 ‘경제적 처방’이나 갈등을 합리적으

로 관리하기 위한 ‘제도적 처방’이 일반적이었다. 갈등 해결을 위한 비

용분담이나 보상방안(김일중·이명헌, 1997), 갈등조정 제도의 도입

(사득환, 1997; 우동기·장영두, 1999), 환경영향평가제도의 개선(윤

순진, 2004), 갈등관리를 위한 법률의 제정과 갈등관리위원회의 설치

(홍준형, 2005; 김유환, 2006)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물질적 보상과 이해관계 조정의 차원을 넘어 서로 다른 가치와

정당화 논리에 기반한 긴장과 충돌 현상이 환경갈등을 통해 증폭되고,

제도적으로 종결된 갈등적 사안들이 지역사회 내에서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면서 새로운 형태로 갈등이 이전·확산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환경갈등을 일반적인 사회갈등의 한 유형의 문제로 다루거나, 이슈

로부터 사람들을 분리시킨 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거나, 갈등당사자

들 간의 인지적, 구조적 차이로 인한 문제점들을 소홀히 한 채 제도 중

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거나, 또는 사후적으로 비용 최소화를 위

한 결과 중심적 접근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

결국 당면한 환경갈등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거래와

흥정, 설득과 보상, 협상의 차원을 넘어 갈등당사자들로부터 자발적 합

의에 기반한 해결 방안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즉 갈등당사자들 간에

감정적인 긴장을 촉발시키고 소통을 부적절한 방향으로 이끌고 가서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는 문제를 방지할 수 있도록 이슈의 특성과 갈등

당사자들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심층적이고 잠재적인 갈등

요인들까지 섬세하게 다룰 수 있는 갈등해결 방안들을 모색해야 할 것

이다(Crawford & Bodine, 1996; Thompson & Nadler, 2000). 이러

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최근 들어 환경갈등에 대한 ‘합의형성적 접

근’(consensus building approach)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김선희, 2006; 이수장, 2006; 정규호, 2007b). 하지만

갈등의 창조적 전환을 위한 합의형성의 원리나 구조, 운영 메커니즘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이 점에서 정부와 시민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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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갈등에 대한 거버넌스적 접근의 함의와 과제  121

의 다양한 주체들이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하여 상호 소통과 신뢰를 통

해 가치갈등과 이해관계 갈등을 통합적으로 다루는 데 있어 거버넌스

적 접근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정규호, 2007a: 351∼352). 거버넌스

가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와 소통을 중심으로 서로의 경험과 지식을 공

유하면서 공동의 비전과 실천을 위해 노력해 가는 협력적 통치양식을

의미한다는 점에서(Kooiman, 1993; Stoker, 1998), 참여적 갈등해결

의 방안으로서 거버넌스적 접근은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

이다.

물론 갈등문제의 해결에서 거버넌스에 대한 관심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정회성은 “권위주의 시대의 강제의 장에서 민관협력을 통한

타협의 장으로 전환될 때 환경갈등의 해결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갈

등해결에서 거버넌스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정회성, 2005). 또한

경험연구로 거버넌스의 이론적 모형을 구축한 후 지역갈등사례를 분석

하여 함의를 도출한 연구(주재복·한부영, 2006), 새만금 사업의 정책

적 실패 요인으로 사회자본 형성 역할을 하는 거버넌스의 부재를 다룬

연구(신기현 외, 2006), 기초지자체(청주)의 환경기초시설 입지와 관

련한 갈등을 로컬거버넌스를 통해 협력적으로 해결하게 된 과정과 요

인을 분석한 연구(배응환, 2005) 등도 있다. 하지만 기존의 논의들은

거버넌스를 이념형적 모델로 설정하고 갈등해결의 역할을 규범적으로

강조하거나, 거버넌스를 갈등현황에 대한 분석적 도구로 활용하는 데

주로 초점을 맞추어 왔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높은 복잡성과 불확실

성을 내재한 채 가치갈등과 이해관계 갈등이 혼재된 복합갈등으로서

환경갈등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거버넌스적 접근이 가지는 의미를 충

분히 살리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갈등문제를 ‘관리’의 대상으

로 놓고 기능주의적 관점에서 거버넌스를 적용 시키려는 방식에서 벗

어나 갈등의 창조적 전환을 이끌어 내기 위한 과정적 원리로서 거버넌

스의 원리를 적용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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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동향과 전망 71호

2) 거버넌스적 갈등해결을 위한 구성 및 운영 원리

거버넌스에서 갈등해결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를 가진다. 그 하나가

거버넌스의 내적 운영의 측면에서 요구되는 과제라면, 다른 하나가 바

로 거버넌스 자체의 활동 목표로서 과제를 말한다. 전자의 경우 다양

한 가치와 이해관계를 가진 행위자들이 참여하는 거버넌스에서 일반적

으로 요구되는 것으로, 갈등해결이 서로 다른 입장과 이해관계를 조율

하고 공동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협력적 의사결정의 과제로서 의미를

가진다. 거버넌스의 구성적 특성상 참여 주체들 간의 입장 차이를 해

소하지 못할 경우 거버넌스 자체가 갈등의 장으로 변모될 가능성 또한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후자는 갈등해결의 문제를 거버넌스의 구성

및 활동의 핵심 과제로 설정하는 경우를 말한다. 즉 갈등해결을 거버

넌스에 참여하는 다양한 주체들 간의 협력적 실천의 목표로 삼아 갈등

문제의 특성에 맞게 거버넌스의 구성 및 운영 체계를 설계해 나가는 것

을 말한다. 본 연구에서 다루고자 하는 환경갈등 문제의 효과적 해결

을 위한 거버넌스적 접근은 후자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7)

나아가 갈등문제를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방향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

는 갈등의 대상이 되는 문제의 특성과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분석함

은 물론 ‘참여의 확대’와 ‘심의의 확장’이라는 거버넌스적 원리를 적용

하여 협력적 문제해결의 토대를 만들어 나가는 노력이 중요하다. 참여

의 확대는 자율적 합의의 가능성을 제약했던 참여의 형식성 문제를 극

복하기 위한 원리로서, 전문가 중심의 문제해결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

한 참여 주체들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여 오류를 사전에 수정하고 다

양한 대안 탐색의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다. 또한 참여 확대는 교육 및

정보제공을 활성화시켜 당면한 문제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이해를 높

이고, 신뢰에 기반한 협력적 의사결정의 촉진으로 결과에 대한 만족도

를 높여 갈등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 한편, 심의의 확장은 합의에 기반

한 생산적 갈등해결을 제약하는 인지적 차원의 갈등 문제를 극복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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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갈등에 대한 거버넌스적 접근의 함의와 과제  123

데 요구되는 중요한 원리로서, 소통의 구조를 쌍방향적인 차원으로 전

환시키고 갈등당사자들 간의 상호 이해와 학습 과정을 활성화시킴으로

써 공통의 합의기반을 찾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Beierle, 1999;

Beierle & Cayford, 2003: 55∼56). 결론적으로 환경갈등 문제를 효

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참여와 심의의 원리를 상호 보완적으로

결합시켜 갈등당사자들이 갈등해결에 대한 공동의 책임을 가지고 합의

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거버넌스적 갈등해결의 방안과 과제들을 찾

아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4. 시화지역과 굴포천유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경험

시화지역과 굴포천유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개발과 보존을 둘러싼

갈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성된 민관협의체로, 이들 두 사례 모두 갈

등 문제를 갈등당사자들 간의 토론과 협의를 통해 해결하기 위한 거버

넌스적 접근의 모범 사례로 주목받아 왔던 곳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성과들에도 불구하고 양측 모두 최종 합의과정에서 갈등당사자들 간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새로운 갈등 국면을 맞고 있다. 따라서 이

들 두 사례에 대한 경험분석은 향후 거버넌스적 갈등해결 방안과 과제

들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함의를 제공해 주고 있다.

1) ‘시화지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활동 및 평가

(1) 등장배경 및 과정

시화지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시화지역에 대한 정부의 개발정책이

수질오염을 비롯한 심각한 환경문제로 실패함에 따라 지역의 시민사회

단체들과 개발 주체인 정부(건교부) 및 수자원공사 간에 심각하게 갈

등을 빚어오다가 문제해결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자 했던 갈등당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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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동향과 전망 71호

들의 이해와 요구가 서로 결합하면서 등장하였다. 그 과정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정부는 1980년대 후반 수도권의 인구 및 산업을 분산시킬 목적으로 시

흥, 화성, 안산 일대를 포함한 시화지역에 시흥과 화성을 잇는 방조제

건설과 간척사업을 통한 담수호 조성, 그리고 농지 및 도시, 산업 부지

개발을 위한 대규모 사업을 계획하고 추진하였다. 하지만 공사 시작

후 7년만인 1994년에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완료되었으나 인구 및 산

업시설의 밀집과 오염방시 시설의 미비로 시화호의 수질이 심각하게

오염되기 시작했다. 이에 중앙 환경단체와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시

화호 환경개선과 주변지역에 대한 기존 개발계획의 재검토를 강력히

요구하면서 갈등이 촉발되었다.8) 1994년 안산YMCA에서 ‘시화담수호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는 시화지역 오염문제를 사회화

하고 여론화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후 시화지역 시민단체들은

지속적인 활동을 통해 1999년 3월 ‘희망의 시화호만들기 화성, 시흥,

안산 시민연대회의’(이하, 시민연대회의)9)를 구성하였으며, 2000년 시

민단체, 지자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여 ‘시화호 생태공원 조성을 위한

시민안’을 작성하여 제안하기에 이른다.10)

한편, 다양한 수질개선 노력에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정부는 4년 후

인 2001년 2월에 시화호 담수화 정책의 포기를 공식 선언하였으며, 이

후 2003년 9월 13개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시화정책협

의회’를 구성하여 별도로 ‘시화호 종합이용계획안’11)을 수립하여 추진

하려 하였다. 이에 대해 시민연대회의 참여 단체들은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일방적으로 환경파괴적인 개발사업을 주도하는 정부를 강력

하게 비판하였으며, 2003년 12월 12일 공청회를 통해 책임자 처벌과

함께 문제해결을 위한 민관협의체의 구성을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정

부는 2003년 12월 16일 주민·지자체 등과 협의체를 구성하여 지역주

민의 의견을 수렴한 최적의 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하였고, 시

민연대회의는 다시 ‘협의체 구성시 시민단체 추천 전문가 참여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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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갈등에 대한 거버넌스적 접근의 함의와 과제  125

‘이해당사자들 간 토론을 통해 합의하는 의사결정방식의 채택’, ‘진행과

정의 투명한 공개’ 등을 정부 측에 요구하여 이것이 수용됨에 따라

2004년 1월 16일에 ‘시화지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만들어지게 되었

다. 즉 시화호 문제의 일차적인 책임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정부 측의 판단과 이미 착수 단

계에 와 있는 정부의 개발계획을 물리력으로 무산시키기가 어려운 상

황에서 지역 현안인 수질 및 대기오염 문제의 효과적 해결을 위한 대안

을 제시해야 하는 부담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던 시화지역 시민사회단

체들의 입장이 상호 결합되면서 갈등과 대치 상황에 놓여 있던 정부와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협의회의 구성에 극적으로 합의하게 된 것이

다(시화지역지속가능발전협의회, 2007).12)

(2) 구성 및 운영과정

시화호 및 주변지역에 대한 개발계획 수립과 환경대책에 관한 사항 등

을 토의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시화지역 지속가능발

전협의회는 구성적 차원에서 참여 주체들 간의 역할 및 균형을 반영시

키고자 하였다.13) 이를 위해 협의회에 지역 내, 외의 다양한 영역의 이

해당사자들을 폭넓게 참여시킴으로써14) ‘다층적 거버넌스’(multi-

level governance)의 모습을 갖추었다(이미홍·김두환, 2006: 87).

또한, 건교부의 관련사업 단장과 시민단체 대표가 협의회의 공동 위원

장을 맡도록 하였으며,15) ‘개발계획’, ‘수질생태’, ‘대기’ 등 3개 전문 분

과를 만들고 각 분과위원장을 시민단체가 추천한 사람이, 분과 간사는

개발주체인 건교부 혹은 수자원공사가 맡도록 하였다. 분과 구성에서

도 공무원 및 유관기관은 업무 특성에 맞게 해당 분과에 참여하되, 개

발계획분과에는 참여를 원하는 시민단체 측 인사가 분과를 중복하여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현재 각 분과별로 참여 위원 규모를 보면, 개

발계획분과 22명, 대기분과 17명, 수질생태분과 16명 등 총 47명의 위

원과 고문으로 4명의 지역 국회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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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동향과 전망 71호

한편, 운영과정을 보면, 협의회의 운영 기간을 2008년 12월 말까지로

하였으며, 매월 2회 이상의 회의 개최를 원칙으로 하고 격월로 3개 분

과 합동회의(전체회의)를 가지도록 하였다. 또한 회의 내용을 기록하

여 위원들에게 배포해 숙지하도록 하고, 회의 결과는 항상 홈페이지에

공개하여 일반시민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개방하며, 의제에는 제한을

두지는 않도록 하였다. 특히 주목할 점은 다수결에 의한 표결이 아니

라 참여자들로부터의 자발적 동의와 합의를 통해 협의회의 의사결정을

내리기로 한 점이다. 이를 위해 협의회는 보다 심층적인 토의과정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전문가를 초빙한 집단 교육 및 토론, 정책 워크숍,

현장 답사, 연구 및 조사 용역16) 등을 실시하였다. 또한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협의회 관련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집중 토론회를 개최하여

합의를 도출하고자 하였고, 주요 안건에 대해서 조직 차원에서 사전에

협의를 거쳐 보다 정리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였다.17) 그래도

합의되지 않는 안건은 다음 회의로 넘겨 심층적인 토의를 거쳐 합의를

이끌어 내고자 하였다(임병준, 2006).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모든 협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

다. 대표적인 것이 시화호 북측간석지에 대한 시화MTV 개발사업을 둘

러싼 갈등으로, 정부와 시민단체 간에는 물론 특히 참여 시민사회단체

들 내부에서의 입장 차이도 컸다. 2005년 4월 30일 시민단체 확대토론

회에서 나온 내용을 살펴보면, 지역주민들이 고통 받고 있는 대기환경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화MTV 개발사업의 이익금을 활용할 필요

가 있다는 점에서 개발사업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입장이 있는가 하

면, 한편에서는 대기개선과 시화MTV 개발사업은 별개의 것으로 환경

파괴적인 개발사업의 이익금으로 환경을 개선하려는 것 자체가 모순이

라는 점에서 개발사업을 반대하는 입장이 제기되었다(시화지역지속가

능발전협의회, 2007: 68).

결국 시화지역 시민단체들은 이런 입장 차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화

MTV 개발에 대한 검증용역을 제3의 기관에 맡기는 것으로 합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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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갈등에 대한 거버넌스적 접근의 함의와 과제  127

협의회에 제안하였다. 이에 협의회에서는 몇 차례 논의를 거쳐 ‘지속가

능한 발전 측면에서의 시화MTV사업 개발 검증용역’을 대한국토및도

시계획학회에 맡겨 해당 사업의 경제, 사회, 환경적 타당성 검증과 적

정 개발규모 및 내용, 환경개선 대책 등을 확인키로 하였으며, 환경분

야 연구자와 자문위원 구성에 시민단체가 추천한 전문가들을 참여시키

기로 하였다.

하지만 용역결과는 초기 정부 측 계획(안)보다는 시민들의 의견이 다

소 반영되었지만 그렇다고 이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단체들 간

입장 차이가 커서 용역결과의 수용 여부를 놓고 갈등이 증폭되었다.18)

‘명분 없이 환경을 파괴하는 개발사업 계획 자체가 잘못된 것으로 용역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과 ‘시민단체 간의 합의와 요구로 용

역이 시작되었고 이 과정에 시민단체에서 추천한 인사들이 참여한 만

큼 결과의 만족 여부를 떠나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되었다. 이러한 입장 차이는 협의회의 위상 및 역할에

대한 인식에서도 나타내는데, 한편에서는 ‘협의회가 사업과 관련한 결

정을 내릴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는 만큼 충분한 논의는

필요하나 합의의 역할까지는 할 수 없다’고 주장 하는 반면, 다른 편에

서는 ‘협의회가 비록 법적 권한을 가진 기구는 아니지만 오랜 기간 민

과 관이 서로 협력하면서 신뢰의 기반을 구축해 온 만큼 합의된 대안을

제시할 공동의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 용역결과의 수용 여부를 놓고 충

돌하였다.19)

결국 시화MTV 개발사업을 둘러싼 참여 주체들 간의 입장의 차이는 논

의과정을 통해 해소되지 못한 채, 시민사회단체 일부가 협의회에서 탈

퇴하여 ‘시화MTV 개발사업 반대 시민대책위’를 만들어 협의회의 해체

를 촉구하고 있으며,20) 이런 가운데 지난 8월 16일 시화MTV 개발사

업 기공식이 진행됨으로써 갈등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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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동향과 전망 71호

(3) 성과 및 과제

시화지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활동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다양

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여 사회적 합의에 의해 갈등을 해소하고 친환

경적인 개발계획을 수립해가는 모범적 사례라는 평가에서부터, 시민사

회단체가 개발계획에 편승하고 정부의 개발에 명분을 제공하는 등 이

용당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타나고 있다(시화지역지속가능발전협의

회, 2007).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책사업으로 인한 갈등을 지역사회 민

간주체들이 정부를 비롯한 개발주체들과 협의회를 만들어 함께 참여하

고 토의하면서 다양한 대안들을 모색해 온 점은 보기 드문 사례라 할

수 있다. 특히 내용 측면에서 정부의 개발사업 추진 계획을 4년 정도

연기시킨 상태에서 개발 면적의 축소와 함께 내용에서도 친환경성을

반영시킨 점은 협의회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주장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21) 이처럼 갈등 당사자들로부터 합의를 통한 변화를 이끌

어 내는 데는 시화지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라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하

고 운영하는 과정에 ‘참여의 확대’와 ‘심의의 확장’이라는 거버넌스적

원리가 비교적 충실히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협의회의 성과로 먼저, 구성적 차원에서 시화지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

는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협의회에 대한 참여의 폭을 확대 시켰으며,

시민단체 인사가 공동위원장과 분과위원장을 맡도록 함으로써 논의의

균형을 유지하려 했다. 또한 중앙의 시민단체가 아닌 지역에 활동 기

반을 둔 시민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협의회에 참여함으로써 논의의 초

점을 지역 차원의 대안 탐색으로 맞춘 점도 특징이다.22) 참여 전문가

들 또한 찬반 양측의 입장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갈등적 사안들을 분석하고 객관화함으로써 갈등에 대한 조정자적 역할

을 확대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한편, 운영적 측면에서 협의회는 출발 단계부터 세부적인 운영세칙을

합의를 통해 만들어 놓고 함께 준수하도록 하였다. 특히 갈등이 되는

쟁점 사안에 대해 충분한 토론과 학습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심의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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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갈등에 대한 거버넌스적 접근의 함의와 과제  129

능을 강화시킨 점은 평가할 만하다. 합의가 미진한 사안에 대해 성급

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고 전문가 초청세미나, 선진사례연수, 집중토론

회 등을 통해 상호 간에 인식과 지식, 정보를 공유하면서 입장의 차이

를 좁히고자 하였다. 각 참여 주체들 별로 안건에 대한 사전 토의와 협

의를 진행하고, 논의의 진행 과정과 내용에 대한 공개를 통해 불필요한

오해를 최소화 하도록 하였으며, 입장의 차이가 큰 사안에 대해서는 용

역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코자 하였다. 언론의 취재 요청에 대해

서도 개별적인 접촉보다는 공식적인 절차를 거치도록 한 점도 합의의

과정적 측면을 고려한 결정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시화MTV 개발사업을 둘러싸고 제기된 갈등에서도 나타나듯이

거버넌스적 갈등해결에 있어 협의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첫째, ‘구성적 차원’에서 협의회의 위상과 참여 주체들의 대표성을 확

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법과 제도적 근거를 가지지 못하는 임의기구

로서 협의회가 가진 위상으로는 갈등적 사안을 합의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또한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의

대표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시의원을 협의회에 참여시켰으나 기대했

던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는 협의회의 결정 권한과 합의 결

과에 대한 공신력을 둘러싼 논란으로 증폭되었다.

둘째, ‘운영적 차원’에서 협의회에 참여하는 주체들 간의 입장 차이를

조율할 수 있는 기제 및 조건의 마련과 함께 실질적 이해당사자인 지역

주민들과 소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시화지역 지속가능발전협의

회의 경우 당면한 공동의 과제 즉 갈등적 사안을 다루기 위한 긴밀한

협의 과정을 설계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 반면, 협의회 참여 단체

들 각각이 기반하고 있는 자기 정체성 및 역할 체계의 변화를 위한 노

력은 부족했다. 그 결과 시민사회단체들 내부에서도 개발과 보존의 이

분법적 논의의 틀을 넘어선 실질적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했으며, 참여

지자체나 정부기관 역시 조직적 이해관계의 틀 속에서 협의체의 운영

및 결정 사항을 판단하고 접근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시화지역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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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동향과 전망 71호

민들과 소통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는데, 이는 참여 시민사회단체들은

물론 사업추진 주체인 건교부 및 수자원공사, 지자체 모두가 노력해야

할 과제이다.

2) ‘굴포천유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활동 및 평가

(1) 등장배경 및 과정

‘굴포천유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굴포천 유역에 대한 홍수방지용

방수로 건설과 경인운하건설 사업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이 10여 년 지

속되어 옴에 따라 이 문제를 민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협의회를 통해

해결하고자 만들어졌다. 협의회의 등장 배경이 된 갈등문제의 전개 과

정은 다음과 같다.

1987년 7월 굴포천 유역인 경기도 부천시, 인천시 부평구 지역에 대규

모 홍수가 발생하자23) 이 지역의 홍수 방제를 위해 ‘굴포천 유역 종합

치수 2단계 사업’이 계획 되었다. 당시 4가지 안이 검토되었는데, 이

중 총 공사비 2,455억 원(각 91년도 가격)에 저폭 40m의 방수로를 건

설하고 하류지역에 펌프장을 증설하는 방안이 선택되었다. 그런데 이

사업은 사업 착수 2년 뒤인 1992년에 총 공사비 3,934억 원에 저폭

80m 방수로 건설로 변경되었다가 다시 총 공사비 약 18조 원에 저폭

100m의 경인운하 사업으로 바뀌면서 문제가 발생하였다.

경인운하 사업은 인천 서구 시천동(서해)부터 서울 강서구 개화동(행

주대교)까지를 잇는 총길이 18.5Km, 폭 100m, 수심 6m의 운하를 건

설하여 2500t급 선박의 왕래가 가능하도록 하는 대형 국책사업으로,

1995년 민자유치대상사업으로 선정하고 1999년 현대건설 등 8개 민

간기업과 정부가 출자하여 시공사인 (주)경인운하를 세워 2000년 10

월 착공에 2007년 완공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의 미비와 경제적 타당성 부족 등을 이유로 환경

단체와 환경부가 제동을 걸면서 경인운하 사업계획은 사회적 논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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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갈등에 대한 거버넌스적 접근의 함의와 과제  131

갈등 속으로 빠지게 되었다. 특히 환경단체들은 경제성이 없고 해양오

염과 주변 생태계도 심각하게 파괴시킬 우려가 높은 경인운하를 백지

화시키기 위한 반대운동을 전개하게 된다. 2000년 4월 경인운하 백지

화 시민결의대회를 개최하고 9월에는 ‘경인운하건설반대 시민공동대

책위원회’(반대대책위)를 창립하였으며, 11월에는 경인운하 건설사업

이 경제성이 없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하였다.24) 반대대책위가 경인운

하 백지화 고공 농성, 경제성 평가 조작 규탄대회 등 반대운동을 전개

해 오는 과정에서 2003년 2월에는 ‘환경정의’라는 단체에서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기에 이른다.

이에 감사원은 2003년 9월 ‘경인운하 건설사업 추진 실태’에 관한 감사

를 실시하여 경제성이 없다는 결과를 발표를 하였다(감사원, 2003).

또한 감사과정에서 2002년 KDI에서 경인운하 사업타당성 재검토를

위한 용역 결과에 대해 사업주최 측에서 결과조작을 위한 부당한 압력

을 행사한 것을 밝혀냈다. 결국 이와 같은 감사원 감사결과로 인해 경

인운하 개발 계획은 전면 재검토되기에 이른다. 2003년 대통령 인수위

시절 백지화와 철회 과정을 반복하던 경인운하사업은 2003년 9월 ‘국

정현안정책조정회의’에서 굴포천 방수로 건설을 우선 추진하고 경인운

하 건설사업은 경제성과 사업성을 재검토한 후 추진 여부를 결정하기

로 하였다.

이에 건교부는 홍수방지를 위해 2004년부터 경기 김포-부천-인천의

굴포천 방수로 확장공사와 제방도로 공사를 시작하였으며, 한편으로 네

덜란드에 있는 DHV와 삼안의 컨소시엄에 국비 20억을 들여 경인운하

건설사업 재검토 용역을 의뢰하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굴포천 방수

로 건설과 경인운하 사업을 둘러싸고 갈등이 지속되자 건교부가 이 문

제를 건교부, 환경부, 지역주민, 시민환경단체 등 갈등당사자들 간의 합

의를 통해 해결할 것을 제안하게 된다. 이에 따라 2005년 2월 24일부터

4월 28일까지 총 6회의 민관합동간담회를 통해 4월 19일 굴포천유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구성 원칙과 4월 28일 협의회 운영규정에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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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동향과 전망 71호

함으로써 ‘굴포천유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출범하게 되었다.

(2) 구성 및 운영 과정

굴포천유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구성 및 운영은 국회의원과 지역주

민대표, 환경단체대표, 건교부, 환경부 관계자가 참여했던 민관간담회

에서의 합의 내용에 준해서 이루어졌다. 합의 내용에 따르면 굴포천유

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핵심 역할을 ‘경인운하 건설사업에 대한 사

업타당성 재검토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쳐 경인

운하 사업에 대한 추진여부를 결정하며, 굴포천 방수로의 친환경적 건

설에 대한 자문’ 하는 것을 두었다. 협의회는 경인운하 사업에 관련된

기관, 단체, 주민 등에서 추천한 12인으로 구성하며, 협의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하여 위원장은 별도로 위촉하는 방식을 취했다.25) 또한 협의

회의 의사결정 방식과 관련하여 일반 사항은 과반수 참석에 과반수 의

결로 하되, 경인운하 추진에 대한 의결은 재적위원 2/3 이상으로 하며,

1, 2차 회의가 성립되지 못할 경우 3차 회의에서는 재적위원 과반수 참

석에 2/3 이상으로 의결하는 것으로 합의하였다.

굴포천유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2005년 7월 1일 첫 회의를 시작으

로 2007년 2월 16일 합의도출 실패로 해산하기까지 총 15차례의 회의

(준비회의 6회, 정기협의회 7회)와 소위원회 회의, 공청회 등을 개최해

왔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를 통한 갈등해결을 목표로 협의회가 구성되

었음에도 불구하고 협의회의 운영 과정은 순탄치가 않았다. 경인운하

건설에 대한 찬성과 반대 입장을 가진 동수(同數)의 위원들은 사안 사

안마다 서로 팽팽한 입장 차이를 보이며 충돌하였으며, 결국 합의를 이

루지 못한 채 협의회는 파행을 맞았다. 논의 초반에는 협의회의 운영

방식을 둘러싼 입장 차이로 갈등을 빚었으며, 중반에는 검토대상인 용

역결과의 타당성 여부를 둘러싸고, 종반에는 최종합의를 위한 의사결

정 방식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다.

먼저, 협의회의 운영 방식과 관련하여, 경인운하를 찬성하는 입장의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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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갈등에 대한 거버넌스적 접근의 함의와 과제  133

원들과 반대하는 입장의 위원들은 ‘협의회의 논의 대상으로 80m 운하

건설이라는 용역결과를 포함시킬 것인지 여부’(소위원회 회의록,

2006), ‘용역결과와 협의회 운영 과정에 대한 대외적 공개여부’(5차 준

비회의, 2006; 1차 정기협의회, 2006) 등을 둘러싸고 팽팽한 입장 차이

를 드러냈다. 이 과정에 ‘80m 경인운하 사업이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

는 DHV사의 용역결과가 일부 언론에 보도됨으로써(ꡔ기호일보ꡕ, 2006;

ꡔ경인일보ꡕ, 2006) 운하 반대 측 위원들이 합의 위반에 대한 책임 문제

를 제기하였으며, 반면 지역주민대표 위원은 환경단체들이 경인운하 타

당성 검토 자료를 유출하여 별도로 검토 작업을 진행시켰다고 문제제기

하면서 2006년 6월부터 9월까지 협의회에 불참하기도 하였다.

또한, 협의회 논의가 중반에 이르면서 본격적으로 용역결과에 대한 타

당성 검증작업이 진행되었는데 여기서도 찬반 양측의 입장은 선명하게

대립되었다. 경인운하 사업타당성에 대한 DHV사의 용역보고서에 대

해 ‘물동량’, ‘수송체계와 시설계획’, ‘환경성’, ‘경제성’ 분야에 대한 검토

결과, 운하 찬성 측 전문가는 ‘용역이 합리적 근거에 기초하고 있고 설

득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 반면, 반대 측 전문가는 용역이 총론적

한계가 있으며, 비용은 과소 추정되고 편익은 과대 추정되는 등 ‘과연

이것이 20억을 들인 그런 보고서로서의 가치가 있을까에 대한 정말 심

각한 회의가 들 정도’라고 부정적 의견을 제시하였다(2차 정기협의회,

2006). 이런 상반된 입장은 2006년 12월 7일 ‘경인운하사업타당성 재

검토를 위한 공청회’에서도 그대로 재현되었다(굴포천유역지속가능발

전협의회, 2007).26)

협의회의 논의 과정에서 나타났던 양 측의 입장 차이는 최종 합의를 위

한 의사결정과정에서 전면적으로 표출되었다.

최종 합의를 앞두고 경인운하 사업추진을 찬성하는 측에서 협의회의

출발 전재가 되었던 협의회의 운영규정에 대해 문제제기 하면서 협의

회의 위상과 역할 자체를 부정하는 주장을 하게 된다. 주민대표 위원

은 합의 내용에 담긴 ‘경인운하 추진에 대한 의결’이 ‘찬성’만을 전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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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동향과 전망 71호

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고,27) 찬성 측 전문가들은 ‘재적위

원 2/3 이상이 동의하는 경우에 사업을 추진한다’는 합의 내용 자체가

불합리하고, 이 내용에 대한 사전인지나 동의 절차를 가지지 못했으며,

찬반 입장이 팽팽한 사안에 대해 대표성이 없는 협의회가 결정을 내릴

권한이 없는 만큼, 최종적으로 정부의 판단에 맡기자는 주장을 하였다.

이에 대해 반대 측 위원들은 이러한 주장들이 협의회의 합의 정신을 훼

손하는 것이라 강하게 반발함으로써 결국 표결에 들어간 결과, 찬성(6

명)과 반대(6명)가 같은 수로 나오자 위원장이 협의회의 합의 사항을

고려하여 표결을 통해 협의회 차원에서 결론을 내리는 것으로 결정하

였다.

이에 대해 운하 찬성 측 위원들은 ‘균형 있는 시각에 기초하여 진정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다는 협의회 구성의 취지가 시간이 갈수록 왜곡

되고 변질되어 왔다’고 주장하면서 최종 결정을 위한 마지막 회의 과정

에 불참하게 된다. 결국 최종 결정을 위한 1, 2차 회의는 전체 위원 12

명(위원장 제외) 중 운하 찬성 측 위원 6명이 불참하여 의사정족수 미

달로 표결이 무산되고, 결정을 위한 3차 회의인 제 9차 정기협의회가

2007년 2월 11일 열렸다. 하지만 3차 회의 의결 요건인 ‘재적위원 과

반수 참석’에서 재적위원에 위원장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주장에 따라

의사정족수 미달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정회를 하였다. 이후 2월 16

일 속개된 회의를 통해 참석자들은 ‘경인운하 건설사업으로 지난 10여

년간의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단초를 마련했던 협의회가 합의

에 이르지 못한 채 결론을 내지 못했음’을 밝히게 된다.28) 이로써 민관

협의를 통해 결정짓는 첫 대규모 국책사업 사례가 될 것으로 주목받았

던 경인운하 사업의 최종 결정권은 다시 정부로 넘어가게 되었다.

(3) 성과 및 과제

굴포천유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최종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파

국을 맞이하기 전까지만 해도 갈등해결의 새로운 모델로서 주목 받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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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갈등에 대한 거버넌스적 접근의 함의와 과제  135

다. 협의회의 등장 자체가 ‘사회적 갈등문제를 당사자들이 모두 모여

서로 논의하고 토론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사회적 합의의 결과로서 과

거 어느 갈등사안을 해결하는 방안 중에서도 매우 진보적인 결정이었

다’는 평가도 있었다(ꡔ인천신문ꡕ, 2006). 하지만 사업추진 측의 불참

으로 최종합의가 실패하자 시민사회단체들은 공동성명서를 통해 “거버

넌스 정신에 입각한 상호 간의 합의로 마련된 경인운하 합의사항은 건

교부, 환경부, 시민단체, 지역주민이 함께 논의하여 결정한 약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사회적 갈등을 해결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갈등

을 조장하고 사회적 약속을 무력화 시켰다”고 비판하였다(시민사회단

체연대회의, 2007). 심지어 건교부가 처음부터 감사원의 지적을 우회

하는 수단으로 환경단체와 협의회를 이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한다는 의욕만 앞세우고 의제설정과 대표자 선

정, 합의방법 등에 관한 사전설계와 운영을 소홀히 하면 민주적 합의절

차가 오히려 불합리한 정책결정의 면죄부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 굴

포천유역 갈등해결 과정이 보여주는 교훈이라는 지적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신창현, 2007).

물론 환경단체가 20m 방수로 건설만 인정하고 40m 방수로는 인정조

차 하지 않은 채 갈등을 빚던 상황에서 민관이 참여하는 협의회를 통해

40m 방수로 건설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어 홍수피해를 최소화 하였

고, 100m 경인운하 건설이 타당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이 나면 80m 방

수로를 시행하도록 합의한 것은 협의회의 중요한 성과라는 주장도 있

었다(소위원회, 2006; 2차 정기협의회, 2006). 하지만 엄밀히 보면 이

것은 굴포천유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자체의 합의 성과라기보다는 협

의회의 등장 배경이 되었던 기존 민관합동간담회의 합의 성과라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굴포천유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갈등해결을 위한 거버

넌스적 원리를 충분히 실현시키지 못했다. 제기되는 과제와 문제점들

을 구성 및 운영의 차원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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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동향과 전망 71호

먼저, 협의회의 구성 및 운영과 관련한 기본원칙(ground rule)에 대해

협의회의 참여자들 간에 인식과 합의가 부족했다. 이들 원칙들은 사실

상 협의회 참여자들 간의 합의로 도출된 것이 아니라 협의회의 등장배

경이 되었던 민관간담회의 합의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합

의 내용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갈등이 증폭되는 문제가 나타나게 되

었다. 협의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최초의 합의정신’에서 ‘협의회 출발

시 논의 방향’으로 수정되었던 것이나(5차 준비회의, 2006), 경인운하

추진 여부와 관련한 최종 의사결정의 방식을 둘러싼 논란 과정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다(6차 정기협의회, 2007; 7차 정기협의회, 2007).

‘구성적 차원’에서 협의회에는 경인운하 찬성 측 6명과 반대 측 6명, 위

원장 1명 등 총 13명의 담당공무원, 지역주민대표, 환경단체, 전문가들

이 참여하는데, 인천, 부천, 김포, 서울 강서 등 갈등의 대상이 되는 해

당지역 이해당사자들의 참여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반면, 전문가들의

참여 비율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았다.30) 나아가 찬반 양측으로부터 추

천받아 참여한 전문가들은 갈등의 조정 및 중재 역할보다는 갈등의 한

당사자로서 역할을 하는 한계를 보여 주었다. 이러한 참여 위원들의

구성상 불균형은 이후 최종 합의과정에서 참여 위원들의 대표성에 대

한 논란의 빌미가 되었다. 또한 협의회가 갈등의 핵심 사안인 경인운

하사업 추진 여부에 대해 협의를 통한 ‘결정’의 역할을 설정하고 있는

데 반해 그 책임과 권한을 이행할 수 있는 위상은 매우 약하여 갈등해

결에 한계를 드러냈다.

또한 ‘운영적 차원’에서 볼 때 협의회는 입장을 달리하는 위원들 간의

합의 도출을 위한 심의(deliberation) 과정을 활성화시키기보다는 타

당성 검증을 위한 사실 확인에 초점을 맞추어 운영되었다. 협의회의

논의 대상 의제도 경인운하 추진 여부와 관련한 용역 결과의 타당성 검

증에 맞춰져 있어 다양한 대안 탐색의 여지가 없었으며, 참여 위원들

또한 사업계획서의 내용 작성 과정에는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

결과의 검증에 역할이 제한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협의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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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갈등에 대한 거버넌스적 접근의 함의와 과제  137

합의된 내용만 공개하기로 함으로써 사회적 합의의 주체를 협의회 내

부로 제한시켰으며, 경인운하 사업의 추진 여부와 관련한 의사결정 방

식에서도 2/3 이상의 찬성을 얻을 경우 사업 추진을 결정하기로 하고

1, 2차 합의가 무산될 경우 마지막 의사결정은 재적위원 과반수 참석

에 2/3 이상 찬성으로 함으로써 협의회 운영규정 자체가 찬반 양측의

세력대결을 통한 표결처리를 염두에 둠으로써 사실상 사회적 합의절차

의 정신을 제대로 살리기 못했다.

5. 결론 : 거버넌스적 갈등해결의 과제와 방향

‘시화지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굴포천유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모두 국책형 대규모 개발사업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

진 민관협의체로서, 거버넌스적 갈등해결의 측면에서 한쪽은 ‘절반의

성공’을 다른 한쪽은 ‘완전한 실패’라는 서로 다른 결과를 맞게 되었다.

이러한 차이에는 몇 가지 요인들이 작용하였다.

먼저, 협의회의 ‘성격’ 차원에서 시화지역의 경우 개발사업에 따른 환

경파괴 및 오염문제 등으로 현재화된 사안에 대해 해결의 책임감을 가

진 갈등당사자들이 대안적 해결방안을 찾는 데 논의의 초점을 맞추었

다면, 굴포천유역의 경우 미실현된 개발사업 계획(안)을 놓고 서로 다

른 입장을 가진 갈등당사자들이 양보 없이 대립하면서 각자 자신들의

주장과 입장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논리적 근거와 사실을 확인하는 데

논의의 초점을 맞추었다.

또한, 협의회의 ‘구성적 차원’에서 시화지역의 경우 비교적 폭넓은 이

해당사자들이 참여하였으며, 특히 시민사회단체는 시민연대회의를 통

해 조직적으로 참여하면서 이들이 추천한 인사들이 공동위원장과 분과

위원장 역할을 맡도록 하여 논의의 균형을 맞추도록 하였다. 반면, 굴

포천유역의 경우 이해당사자들의 참여 폭이 협소할 뿐만 아니라 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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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각각 동수로 참여토록 함으로써 조정 및 중재 역

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부재하였다. 또한 참여 전문가들의 역할과 관

련하여 시화지역의 경우 갈등해결의 차원에서 대안 탐색 및 조정자로

서 전문가 역할이 설정되었으나 굴포천유역의 경우 구성에서 전문가들

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이들이 갈등당사자 역할에 머무르는

한계를 보여 주었다. 또한 굴포천유역의 경우 건교부와 환경부 등 서

로 다른 입장을 가진 부처와 중앙의 시민단체가 협의회의 구성원으로

참여한 점과 위원장 역할을 제한적 설정한 점도 합의 도출 과정에 장애

로 작용하였다.

한편, ‘운영적 차원’에서 협의회의 역할 및 운영과 관련한 규칙에 대해

시화지역의 경우 참여 구성원들 간에 충분한 인지와 합의 과정이 있었

으나 굴포천유역의 경우 이 과정이 부족하여 논란의 빌미를 제공하였

다. 또한 시화지역의 경우 만장일치를 통한 의사결정 방식을 채택하고

사전협의 과정, 분과별 주제 검토, 특별위원회 활동, 현장 견학 및 전문

가 간담회, 연구용역, 집중토의 등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

한 심의적 기능들을 활용하였으나, 굴포천유역의 경우 합의과정을 거

친 후 표결을 통해 갈등의 핵심 사안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의사결정 체

계를 운영함으로써 갈등당사자들 간의 긴장을 오히려 확대시키는 결과

를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시화지역의 경우 회의 진행과정과 내용을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식을 취했다면, 굴포천유역의 경우 합

의된 내용만 공개하기로 방침을 정했고 이것을 참여 주체들이 지키지

않음으로써 상호간 불신을 증폭시키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들 두 사례 모두 결과적으로 거버넌스적 갈등해결에 충분한

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했으며, 여기에는 두 사례를 관통하는 공통의 해

결 과제들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갈등해결의 차원에서 요구되는 거버넌스의 역할과 주어진 위상

간에 괴리 현상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 시화지역과 굴포천유역 지속가

능발전협의회의 경우 모두 갈등의 핵심 사안들에 대해 민관의 갈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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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갈등에 대한 거버넌스적 접근의 함의와 과제  139

사자들이 참여한 협의회에서 합의된 결론을 통해 갈등을 종식시키고자

하였다. 그만큼 이들 협의회는 단순한 자문 및 검토기능을 넘어 심의

적 의사결정을 통해 갈등문제를 거버넌스적으로 해결하는 역할들을 설

정하고 있으나 이것을 뒷받침할 만한 공식적인 위상과 제도적 뒷받침

을 가지지 못함으로써 협의회의 결정 권한과 책임, 합의된 내용의 공신

력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지속되었다. 따라서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

는 민감한 갈등문제를 거버넌스적 접근을 통해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거버넌스적 갈등해결의 의미와 역할에 대한 인식의 확대와

함께 이를 뒷받침 해 줄 수 있는 법, 제도적 기반을 조성하는 노력이 필

요하다. 관련하여 그동안 한시적이고 임의적인 성격으로 운영되어 오

던 갈등해결을 위한 민관협의체의 위상을 높이는 차원에서, 지난 5월

13일부터 시행된 ‘공공기관의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에서 명시

하고 있는 ‘갈등관리심의위원회’의 구성을 개방화 하고 기능과 역할을

보다 확대시키기 위한 제도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갈등문제에 대한 거버넌스적 접근을 뒷받침해 주는 법, 제도적

기반이 조성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운영하는 주체들의 인식 및 태도

가 바뀌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갈등해결 거버넌스에 참여하

는 주체들의 인식 및 태도를 변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례에서

보듯이 시화지역의 경우 협의회를 통한 최종 합의과정에서 반발하고

탈퇴한 측이 환경관련 시민단체들이라면 굴포천유역의 경우 협의회를

탈퇴, 또는 불참한 측이 개발관련 주체(정부, 지역주민)들이었다. 또한

협의회의 결정 권한에 대한 문제제기를 시화지역의 경우 환경관련 단

체들이 제기했다면 굴포천유역의 경우 개발사업 추진 측에서 제기하였

다. 이처럼 갈등해결을 위한 민관협의체를 참여 주체들이 자신들의 입

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도구적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들이 정부나 민

간영역 모두에서 나타나고 있는 만큼, 거버넌스적 갈등해결의 사회적

역할과 의미를 분명히 하고 참여 주체들의 책임성을 높일 수 있는 세부

적인 방안들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관련하여 갈등해결을 위한 민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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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동향과 전망 71호

의체를 초기에 설계하는 단계에서부터 참여의 확대와 심의의 확장이라

는 거버넌스적 원리를 참여자들 간의 협의 과정을 통해 충분히 반영시

킬 필요가 있다.

셋째, 거버넌스적 방식을 통한 갈등해결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선 구성원들 개개인의 문제해결 역량

을 향상시키는 차원에서 충분한 정보제공과 토의, 학습 과정들을 다양

하게 도입할 필요가 있다. 시민사회의 민간 주체들이 협의회의 논의

과정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 제시 역량을 높이게 된 시화지역의 경험은

갈등해결을 위한 사회적 자본을 지역사회에 어떻게 형성할 것인지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갈등문제를 다루기 위한 일상적인 전

문가 풀 확보 및 지원체계의 마련과 함께 협의회 차원에서 사실관계 확

인 및 검증의 기능과 현안의 조정과 대안 탐색의 기능을 분리하여 전문

가 체계를 이원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이들의 다양한 역할들이 상호 모

순되지 않게 종합적으로 연계시킬 필요가 있다. 한편, 갈등당사자들의

능력에 기반한 책임 있는 참여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각 영역별로 자

기조직화에 기반한 협의 및 소통체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시화지역

시민연대회의, 시화호정책협의회, 굴포천방수로지역협의회 등의 경우

시민들과의 소통과 참여자들의 능력 및 책임성을 높이는 역할에 한계

가 있었다는 점에서, 각 영역별로 의견을 수렴하여 공론화 하고 의제를

설정하여 제안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춤으로써 참여 주체들의 책임성과

대표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또한 자원과 권한, 책임의 불균형이라는

현실적 조건 속에서 갈등해결을 위한 거버넌스를 보다 효과적으로 구

성하고 운영할 수 있는 제도적 역량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는 갈등문제의 특성에 맞는 해결 기제를 과정 중심적으로 설계할 필요

가 있으며, 일방적 소통에서 쌍방향적 소통을 넘어 자율적인 학습공동

체가 작동할 수 있도록 보다 폭넓고 깊이 있는 참여 과정을 도입하고,

나아가 단순한 자원교환 수준을 넘어 권한과 책임을 함께 나눔으로써

갈등해결의 공동의 비전을 만들어 나가는 방향으로 갈등해결을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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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갈등에 대한 거버넌스적 접근의 함의와 과제  141

거버넌스 체계를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한편, 본 연구는 두개의 사례 모두가 이미 사회적 현안으로 등장한 갈

등문제를 사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거버넌스적 접근의 의미

와 과제를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보다 근본적인 의

미에서 사전예방적인 차원에서의 갈등해결을 위한 거버넌스적 접근에

대해서는 다루지 못한 한계가 있다. 사전예방적인 노력은 환경갈등처

럼 가치갈등적 특성이 강한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특히 중요한데, 이

점에서 참여의 확대와 심의의 확장이라는 거버넌스적 원리를 적용하여

정책결정과정의 개방화와 지속가능발전 목표에 대한 합의형성을 보다

효과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방안에 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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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동향과 전망 71호

주석

1) 葛藤이 ‘칡(葛)과 등나무(藤)의 덩굴이 서로 얽힌 듯 복잡한 관계’를, conflict는

‘서로 함께(con=together) 다투는(fligere=strike) 상태’를 의미하고 있듯이, ‘갈라지

고+뒤엉킨’과 ‘거스르고+다투는’이 하나의 어휘로 합쳐진 것이다(지속가능발전위

원회 편, 2005: 72∼73).

2) 물론 개발독재라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서 환경갈등은 국지적이고 한정된 영역

에서 일시적으로 일어났으며 피해보상 역시 구체적이고 명확한 사례에 한하여 제한

적으로 이루어졌다.

3) 환경갈등을 그 원인에 따라 ‘가치갈등’, ‘이해관계 갈등’, ‘사실관계 갈등’, ‘구조적

갈등’ 등으로 유형화하기도 하나(김종호 외, 2004: 3), 실재 현실에서 문제가 되는 환

경갈등에는 다양한 원인들이 중층적으로 연계되어 작용하기 때문이다.

4) 대한상공회의소는 2005년 새만금 간척, 천성산과 사패산 터널, 계룡산 관통도로,

경인운하 사업 등 5개 대형 국책사업의 공사 지연으로 손실액이 4조 1천 8백억 원에

달했다고 발표하였다(대한상공회의소, 2005). 경부고속철도 역시 당초 사업기간 6

년에서 18년으로 늦춰지면서 사업비가 5조 8천억 원에서 18조 4천억 원으로 늘어났

다고 한다(박재룡 외, 2005: 3).

5) 일찍이 서스카인드는 환경문제 특성상 문제해결의 비용은 소수가 지불하는 대신

다수가 편익을 얻게 되는 무임승차 문제를 내재하게 되고, 경계가 모호하고 불확실성

이 높은 환경관련 의사결정과정에 조직화된 참여가 쉽지 않으며, 장기적인 환경보존

을 강조하는 사람들보다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사회경제적으로 더 유

리한 위치에 있는 데다 조직화가 더 쉽고, 환경보호를 위해 추정되는 비용보다 개발

로 예상되는 편익을 설명하기가 현실적으로 더 용이하다는 점에서, 갈등 주체들 간의

구조적 불균형을 지적한 바 있다(Susskind, 1978).

6) 본 연구에서 기존의 일반 용법인 ‘갈등관리거버넌스’가 아니라 ‘갈등해결을 위한

거버넌스적 접근’이라는 말을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7) 흔히 환경거버넌스와 갈등해결 거버넌스를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데(이미홍·김두환, 2006), 거버넌스 구성의 목표 가치는 물론 성과 평가의 준거도

서로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8) 시화호가 죽음의 호수로 변한 사건은 환경파괴적 개발사업을 비판하는 전국적인

환경운동을 촉발시켰다. 시화호 사건은 1998년부터 본격화된 새만금 간척사업 반대

운동의 기폭제 역할을 하였으며, 1999년 2월 습지보전법 제정의 토대가 되었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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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갈등에 대한 거버넌스적 접근의 함의와 과제  143

지만 시화지역 개발을 둘러싼 갈등문제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주체는 지역의 시민

사회단체들이었다.

9) 시민연대회의에는 화성시에 있는 단체들(화성환경운동연합, 화성YMCA, 화성연

안문화환경연대), 시흥시에 있는 단체들(시흥환경운동연합, 시흥YMCA, 환경을 생

각하는 교사모임), 안산시에 있는 단체들(안산YMCA, 안산환경운동연합, 안산경실

련, 안산YWCA, 안산녹색소비자연대, 시화호생명지킴이, 안산환경개선시민연대)이

함께 참여하였다. 그 전신으로 ‘안산·시흥·화성 범시민대책회의’가 있었다.

10) 여기에는 1997년 시화호의 외해방류 등으로 시화호 생태계가 되살아나고 1999

년 4월 공룡알 화석지가 발견되는 등 시화호 지역의 환경복원과 생태공원화에 대한

유리한 여건이 조성되었다는 판단도 중요하게 작용하였다.

11) 주요 내용으로, 시화지역 환경개선과 친환경적 첨단복합도시 조성을 목적으로

북측 간석지 317만 평에 ‘시화 멀티테크노벨리’(MTV: Multi-Techno Valley)를 조

성하고, 수도권 관광, 레저 공간 등을 고려하여 남측 간석지에 1,720만 평의 ‘송산그

린시티’를 만들며, 대체에너지 확대와 시화호 수질개선을 목적으로 방조제 지역에

‘시화 조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것 등이 있다.

12) 협의회의 출범 과정에 당시 수질개선단장 참여 공무원의 적극적인 문제해결 태

도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있다(류홍번, 2007).

13) 물론 이러한 구성적 특성이 개발사업 추진 주체들의 자기준거적 체계합리성과

이것을 넘나들어야 하는 시민대표들 간에 구조적 불균형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있

다(박선권, 2007: 236).

14) 지역 내에서는 시민단체대표, 전문가, 지역 국회의원, 시의원, 화성-시흥-안

산시 등이 참여하였고, 지역 외부에서는 건교부-환경부-산자부-해수부 등 중앙

부처와 수자원공사, 산업단지공단, 경기도 등이 참여하였다.

15) 출범당시 건교부 공무원 단독위원장 체제에서 2005년 3월부터 민관공동위원장

체제로 바뀌었다.

16) 용역을 설계하고 발주하여 진행하는 과정에 시민사회단체의 참여를 활성화시킨

점도 특징이라 할 수 있다.

17) 예를 들어 협의회에 참여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경우 시민연대회의를 통해 사전

에 의견을 수렴·조율하여 회의에 참여하고, 회의시 논의된 내용이나 결과에 대해

다시 함께 논의, 검토, 협의하는 방식을 취했다.

18) 용역결과의 주요 내용은 상업용지 10%(4,360억의 개발이익 발생), 환경개선비

부족분 140억 원을 수공이 부담하는 조건에서 280만 평을 개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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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동향과 전망 71호

19) 비록 용역결과가 280만 평으로 나왔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이 결집하여 개발 주체

측과 추가 협상을 통해 약 220에서 250만 평으로 줄여보자는 주장도 있었으나 시민

사회단체들이 갈등으로 분열됨으로써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다(류홍번, 2007).

20) 이러한 상황에 대해 박선권(2007)은 생태적 의사소통의 측면에서 시화지역 지

속가능발전협의회를 평가하면서 협의회가 개발 세력의 전술적 도구로 전락하여 파

행을 맞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관심을 거버넌스적 접근을 통한 갈등해결

의 측면에 맞추어 본다면 다른 측면에서의 평가도 가능하다. 즉 일부 단체의 협의회

탈퇴에도 불구하고 초기에 개발사업 추진 세력과 극심하게 갈등을 빚었던 다수의 시

민사회단체들이 현재에도 협의회에 파트너로 참여하여 활동하고 있고 협의회의 합

의 결과에 대한 해당지역 주민들의 긍정적 여론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21) 대표적으로 약 26차례 회의를 통해 대기 및 수질관련 환경개선로드맵과 재원계

획 수립, 4간선수로 수질개선에 대한 시범실천사업의 실시, 시화지역 악취 및 대기개

선을 위해 반월시화공단에 대한 2회 전수조사 실시와 대기오염개선기금 250억의 선

투자 확보, 시화 남측간석지의 친환경적 활용을 위한 토지이용계획 변경, 친환경적

골프장 조성 및 관리지침 작성 등을 성과로 들 수 있다.

22) 물론 이에 대해 시화지역 개발사업의 규모와 성격 자체가 국책사업인데 지역 차

원의 논의의 틀로 제한시킨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23) 당시 이 지역은 주변지역보다 낮은 지대에 과도한 하천 부지 개발로 하천 폭이 좁

아진 상태에서 홍수로 인해 하천이 범람하여 반지하 등 열악한 생활환경에 있던 시민

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

24) 건교부는 사업 추진 초기 비용(Cost)대비 편익(Benefit)의 비율인 B/C를 2.2로

경인운하 건설이 경제성이 있다고 평가한 반면, 시민단체는 B/C가 0.95로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25) 합의문에 따르면 위원장의 역할과 관련하여 ‘협의회의 일반사항에는 의결권을

가지되 경인운하 추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갖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이는 이후 위

원장의 위상 및 역할을 둘러싼 논란의 빌미가 되었다.

26) 찬반 양 측은 차이는 공청회의 개최 목적과 형식, 장소, 초청 전문가 선정 기준 등

을 놓고도 팽팽하게 대립하였다.

27) 협의회 운영규정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자 최초 서명자 5인에게 내

용을 확인한 결과 5명중 4명이 ‘경인운하 사업을 추진한다는 안건을 채택하여 하며,

미달 시에는 경인운하 사업 추진을 부결한다’는 해석을 내 놓았다(7차 정기협의회,

2007).

28) 이들은 또한 최종 의사결정 과정에 사업추진 측이 의도적으로 불참한 것은 곧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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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갈등에 대한 거버넌스적 접근의 함의와 과제  145

인운하 사업 추진 포기 의사를 의미하며, 사회적 합의가 실패한 만큼 협의회의 출발

토대가 되었던 2005년 4월의 민관간담회 합의도 무효가 되어 건교부 요청으로 수용

된 저폭 80미터 방수로에 대한 합의도 전면 무효가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29) 박태순은 협의회의 실패 이유로 ‘조직 성격의 모호성’, ‘이해관계자를 배제한 논

의구조’, ‘이슈의 단순성’, ‘위원장 포지션의 모호성’, ‘비합리적 의사결정 구조’, ‘커뮤

니케이션 부족’ 등 6가지를 들고 있다(박태순, 2007).

30) 위원장을 제외한 전체 위원 12명 중 절반이 넘는 7명(58.3%)이 전문가들로, 여

기에는 협의회의 주요 활동목표가 경인운하의 타당성검증을 위한 사실관계 확인

(fact-finding)이라는 점도 주요하게 작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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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동향과 전망 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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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갈등에 대한 거버넌스적 접근의 함의와 과제  149

초록

환경갈등에 대한 거버넌스적 접근의 함의와 과제:

시화지역과 굴포천유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경험

정규호

이해관계와 가치의 차이들이 혼재되어 있는 환경갈등 문제는 복합적이고 고

질적인 갈등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환경갈등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접근 노력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거버넌스적 접근을 통해 민과 관의 다양한

주체들이 서로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 공동의 해결 과제를 협의과정을 통

해 모색하려는 노력은 갈등문제 해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갈등문제를 관

리의 대상이 아니라 창조적 전환의 과제로 인식하면서 거버넌스가 강조하는

참여의 확대와 심의의 확장이라는 원리를 갈등해결의 과정적 원리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본 논문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개발과 보존

을 둘러싼 환경갈등 문제를 민관협의체를 통해 해결하고자 노력한 ‘시화지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굴포천유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활동들을 분석해

보았다. 이들 두 사례는 갈등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결 모델로서 많은 주목을

받아 왔으며, 협의회의 구성 및 운영 차원에서 참여 주체들의 노력 정도에 따

라 의미 있는 성과들을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어느 쪽도

갈등해결에 성공적이지 못했으며 오히려 새로운 갈등들을 촉발시켰다. 결국

거버넌스적 갈등해결 방식이 보다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거버넌스의 역할과

위상 간의 괴리 문제 해결’, ‘참여 주체들의 갈등문제에 대한 인식과 및 태도

의 변화’, ‘갈등해결의 사회-제도적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소통 및 학습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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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동향과 전망 71호

의 설계’와 같은 노력들이 필요함을 사례의 경험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주제어 환경갈등, 거버넌스, 시화지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 굴포천유역 지속가능발

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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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갈등에 대한 거버넌스적 접근의 함의와 과제  151

Abstract

The Implications and Problems of Governance Approach to Environmental Conflict:

The Experiences of Sihwa-CSD and

Gulpo-CSD

Gyu-Ho Jeong

Environmental conflict problems, characterized by interconnected

differences of interests and values, show complicate and intractable

particularities. Therefore, new approaches and studies about environ-

mental conflicts are needed. From this point of view, governance ap-

proach may give us very useful analysis tool for solving the conflict

problems. It allows public and private participants in certain policy

communities to share experience and knowledge each other, thus to

search for a common solutions through the consensus-building

process. To solve the environmental conflicts, we need to recognize that

these problems are not merely the target of management but the subject

of creative transformation. We need also to apply some principles of

governance, called ‘enlargement of participation’ and ‘deepening of de-

liberation,’ to the process of conflict solution. With this critical mind,

this paper analyzed the activities of ‘Sihwa Region Council for

Sustainable Development’(Sihwa-CSD) and ‘Gulpo Stream Area

Council for Sustainable Development’(Gulpo-CSD): two cases dem-

onstrating the efforts to solve environmental conflicts through public

-private partnership system. These cases, Sihwa-CSD and Gulpo-

CSD, attracted a lot of attentions, and made relevant results, varied by

the degree of actors’ participation in the governance and by its

operation. However, there were no successful winners in the conflict

resolutions and they provoked new conflicts, instead. Finally, the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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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동향과 전망 71호

case studies show empirically that following assignments to be solved:

(a) “Inconsistency of problem solution between role and status of gov-

ernance”; (b) “Change of understanding and attitude of participants

toward conflict resolution”; and (c) “improvement of socio-institu-

tional capacity for conflict resolution through innovative design of

communication and mutual learning system”. These new focus will

contribute to make conflict resolution through governance more ef-

fective policy model.

Key words  Environmental Conflict, Governance, Sihwa Region Council for

Sustainable Development(Sihwa-CSD), Gulpo Stream Area Council for

Sustainable Development(Gulpo-C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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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연구

중간국가의 평화외교 구상: 한국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전환과 과제  153

대안연구

중간국가의 평화외교 구상:

한국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전환과 과제❉

서보혁❉❉

이화여자대학교 이화학술원 전임연구원

박순성❉❉❉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부교수

1.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환경 변화와 한반도 남북관계

세계적 차원에서 냉전체제가 붕괴되고 미국 중심의 단일패권체제가 형

성된 지 거의 20년이 되어가지만, 오늘날의 세계 경제와 안보는 여전

히 불안정하고 불확실하다. 2000년대 들어 급격히 증대하고 있는 기

술·문화 교류, 통상·금융 통합 및 인적 소통으로 20세기 후반까지

지배적이었던 국민국가의 장벽이 급격히 약화되면서 세계는 말 그대로

하나로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세계화의 이면에서 국가간, 지역

간, 계층간 부의 불균형은 해소되지 못하고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소

위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일국적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적 차원에

서 양극화 현상을 가져왔으며, 이에 따라 세계적 차원의 민중적 저항도

❉ 이 글은 「새로운 코리아 구상을 위한 연구원」이 준비하고 있는 통일·외교·안보 분야 정

책대안 보고서의 초안을 논문 형식으로 수정한 것이다. 필자들은 이 글의 준비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준 조성렬, 구갑우, 이정철, 최지영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또한 재정적, 행정적 지원을

해 준 코리아연구원에도 감사드린다.

❉❉ [email protected]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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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동향과 전망 71호

함께 불러일으키고 있다. 세계질서는 경제적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안

보적 차원에서도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인류는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확실한 전망을 내어놓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외교안보연구

원, 2006).1)

세계질서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은 세계 제일의 경제·군사 강대국인

미국의 외교·안보 전략 때문에 더 심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9. 11 이

후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대테러전쟁과 ‘불량국가’ 압박, 안보동맹 강

화, 군비 증강은 안보 문제의 해결을 가져오기보다는 오히려 세계적 차

원에서 안보딜레마를 낳았다. 특히 미국의 군비 증강은 세계 군비 경

쟁을 주도하면서 세계 평화를 향한 노력에 중대한 장애를 조성하고 있

다.2) 인류의 평화 증진, 사회·경제 발전, 인권 신장을 목적으로 하는

유엔조차 미국을 포함한 강대국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국제정치에 휘둘

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인류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지만,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 여론의

형성과 평화 정착 노력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동

북아시아에서는 평화와 반(反)평화의 경향이 팽팽하게 경쟁하고 있다.

오늘날 동북아시아는 한편으로는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경제협력의 증

대, 다른 한편으로는 다양한 잠재적 갈등 요인으로 세계의 관심을 집중

시키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 볼 때, 동북아 지역경제는 중국 경제의 지속적 성장과

역내 국가간 상호의존성 증대에 힘입어 총 규모나 경제협력체 형성 가

능성의 측면에서 유럽, 북미주와 함께 세계 3대 지역경제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 때문에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역·계층간 불평등과 역내 환경오염, 그리고 한국, 일본, 대만 등 성

장주의 발전전략을 기존에 채택해 온 국가들에서의 성장 둔화 및 사회

경제적 양극화 심화는 동북아의 협력과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공동의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정치·군사 분야에서 볼 때, 동북아에는 영토 분쟁, 역사인식 차이,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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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연구

중간국가의 평화외교 구상: 한국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전환과 과제  155

량살상무기 확산, 취약한 해양 안전, 각종 불법 활동 등 다양한 불안 요

소가 상존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핵문제와 역내 국가들의 군비 증강

은 직접적인 안보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3) 더욱이 동북아는 협력의

관행이 일천하고 다자간 지역안보협력기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역

내 군비 증강을 억제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또한 지역경제 성장의

성과를 지역 시민의 복지 증대로 전환시키지 못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동북아 역내의 경제 및 안보 상황이 동북아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단정하기 어렵지만, 지역의 안보·경제 분야 협력과

관련한 낙관적 전망은 쉽지 않다고 판단된다. 우선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방어망 체계 구축, 양자 군사동맹관계의 재편·강화, FTA 체결

을 통한 양자 경제관계의 강화 등은 대중국 포위·고립정책으로 해석

됨으로써 중국의 공세적 대응을 불러일으켜 역내 안정과 성장에 긍정

적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다음으로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고도

경제성장의 여파에 따른 물가 인상과 양극화 및 민중의 저항, 그리고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 증대 및 지속되는 재정 건전성 악화 등 경제적

불안 요인들이 세계 및 동북아 지역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만약 그런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동북아 지역 전체나 미국과의 양자관

계 차원에서 통상 마찰과 정치적 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다.4)

시야를 한반도로 좁혀 본다면, 냉전체제의 유산인 분단체제의 지속으

로 인해 한반도에는 두 개의 시간이 공존하고 있다. 한반도 남북은 상

호의존의 세계화 시대에 놓여 있으면서도 적대적 관념과 행동양식이

지배하는 냉전시대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한반도

는 탈근대화가 야기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으면서도 동시에 화해와 협

력을 통한 통일국가 수립이라는 근대적 과제를 안고 있다(박명림,

2006).

현재 한반도는 거시적·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냉전구조 해체의 길로

접어들고 있지만, 그 과정과 결과는 남북관계의 유동성 때문에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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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지역의 불안한 세력균형 때문에 한반도 내부와 동북아 지역질

서의 구조적 변화 못지않게 관련 행위자들의 판단과 행동에 따라 결정

될 가능성이 높다(통일연구원, 2006). 앞으로 한반도 냉전구조의 해체

와 평화체제 형성은 한반도 안에서 그리고 한반도 밖에서 누적된 대립

과 갈등이 해소되어 가는 이중적 혹은 동시적 과정으로 나타날 것이다.

한반도의 내부 상황에 초점을 맞추어 보면,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는 군

사적 측면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 포기, 남북간 신뢰구축 및 군비통

제, 북한과 미국 간 안보 사안의 해결 및 관계정상화, 그리고 이상의 내

용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으로 이루어질 것이

다(박종철, 2006). 정치·외교적 측면에서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는 결

국 1980년대 후반부터 모색된 한반도 주변국들의 남북한 교차승인의

완성으로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한반도 남북에서 냉전구조를

재생산하는 이념, 제도, 관습의 청산도 요구된다고 하겠다.

한반도의 외부 환경에 주목하면,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는 동북아 차원

의 군비 경쟁이라는 구조적 제약의 극복을 필요로 한다. 한반도 냉전

구조 해체는 동북아 안보협력의 주요 구성 부분이고, 동북아 안보협력

증진은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로 촉진된다(박건영, 2006; 구갑우·박

건영·최영종, 2005).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는 동북아 역내의 군사적

대립 해소 및 경제적 공동 이익 증진과 병행 추진될 때 완성될 수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서 관련국들은 “동

북아시아의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위해 공동 노력할 것을 공약”하였

고(9. 19 공동성명 4항), 동북아 평화·안보 체제와 관련한 실무그룹

의 설치에 합의하였다(2. 13 합의문 3항).

한편 한반도에서 냉전구조의 해체는 분명 당면한 일차적 과제이지만,

그 자체로는 한반도의 평화와 발전을 보장하는 긍정적 환경일 뿐 한반

도 평화체제의 완성이라고 말할 수 없다. 한반도 냉전 구조를 구성해

온 핵심 양자관계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이다. 2. 13 합의의 이행 결

과로 북미관계가 정상화되면서도 그와 함께 남북관계가 ‘통일을 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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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연구

중간국가의 평화외교 구상: 한국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전환과 과제  157

평화체제의 단계로까지 나아가지 못할 경우, 한반도 평화체제는 불완

전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한반도 남북에서 관성이 되어버린 대결과

갈등의 의식과 행동양식은 한반도 냉전구조를 재생산하는 데에 관여해

왔으며, 또한 남북관계는 북핵문제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따

라서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의 한 축이자 자주적 평화통일의 주축이라

고 할 남북관계의 자율적 발전이 현 단계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로 등장

한다.

2.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반성과 새로운 비전의 모색

냉전 해체와 세계화 현상이 동시에 진행되고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상호의존성이 심화되면서, 국가를 핵심 행위자로 하고 군사안보를 주

요 관심사로 하던 기존의 동맹외교는 한계에 부딪치게 되었다. 상호의

존의 심화는 경제와 안보 영역들 사이의 중첩 현상 발생과 비정부기구

의 국제적 역할 증대를 동반하였다. 냉전체제의 붕괴로 그동안 억제되

어 왔던 다양한 문제들이 새로운 안보 현안으로 등장하면서 전통적인

안보개념으로는 평화를 증진하기 힘들게 되었다. 여기에 덧붙여 사회

주의국가 및 권위주의국가들의 민주화로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외교·

안보 정책의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으며, 안보의 중심이 국가가

아니라 시민이라는 인식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상황 및 인식 변화는 안보 개념의 변화와 외교·안보 정책

의 전환을 요구한다. 군사안보, 국가안보와 같은 전통적 안보개념은 국

제문제의 포괄적 해결, 공동 이익의 증진, 분쟁의 비폭력적 예방 등을

강조하는 포괄안보, 공동안보, 협력안보와 같은 개념에 자리를 내어 주

었다. 모든 안보문제는 인류 사회 전체 구성원 개개인의 생명 보호와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해야 한다는 인간안보 개념도 등장하게 되었다(권

오윤, 2007: 61-65; 전웅, 2004: 28-35). 이러한 새로운 안보개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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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모든 행위자들 사이의 상호 존중과 공동 협력을 전제로 한

다. 따라서 특정 강대국에 의존하거나 특정 국가를 적대시하는 냉전적

외교·안보 정책은 의미와 효력을 상실하였다. 물론 새로운 외교·안

보 정책에 대한 객관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기존 방식에 익숙해 있거나

그로부터 이익을 누리는 국가의 경우 정책 전환이 지연될 수 있다. 특

히 강대국과 비대칭적 동맹관계에 놓여 있는 한국과 같은 국가는 더욱

그렇다. 실제 새로운 외교·안보 정책으로의 전환은 국내정치적 변화

나 시민사회의 압력이 작용할 때 나타나게 된다.

한국의 통일·외교·안보 정책은 지정학적 특수성과 소규모 국력 때

문에 국제질서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1970년대 초 데탕트

시기와 1980년대 말 냉전 해체 시기 대북정책의 변화가 단적인 예이

다. 특히 1980년대 말부터 한국은 대외적으로는 냉전 해체와 세계화의

진전에 따라, 대내적으로는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유엔 동시

가입, 적극적인 북방정책 및 남북대화, 경제외교의 다변화 등을 추진하

였다. 그러나 ‘외교의 발견’이라고도 할 만한 이러한 정책 추진은 대북

적대의식과 ‘대상화된 북한’이라는 관념 위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근본적 한계를 갖고 있었다. 김일성 주석 조문파동을 계기로 한 김영

삼 정부의 대북정책 후퇴는 이를 잘 보여준다. 사실 1990년대 들어 확

인된 남북한 역학 관계에서 남한의 우위, 국가능력 증대 및 대내외적

정책 환경의 변화를 고려할 때, 한국은 특정 강대국에 의존하거나 편승

하는 약소국 외교에서 탈피할 기회를 맞이하였다. 하지만 북한 핵문제

의 등장과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시민사회의 약한 통제력, 한미 군

사동맹관계의 건재함 등의 요인 때문에 완전한 정책 전환은 불가능하

였다.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면서 최소한 대북 통일 정책 분야에서는 획기적

전환이 일어났다. 김대중 정부는 민주개혁세력에 의한 ‘평화적 정권교

체’의 성과와 대통령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북한

의 개방과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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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연구

중간국가의 평화외교 구상: 한국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전환과 과제  159

냈다.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은 남북관계를 대립과 불신에서 화해

와 협력으로 전환시키는 계기로 작용하였고, ‘햇볕정책’은 북한을 국제

사회로 나오게 만들었다(김근식, 2006).5) 이후 남북관계는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부시 정권의 등장과 2002년 10월 이후 2

차 북핵위기의 발생으로, 남북관계는 그동안의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

고 군사적 불안정을 해소하지 못한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노무현 정부는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한·

미 동맹과 자주국방의 병행 발전, 남북한 공동번영과 동북아 협력 주도

등을 안보정책의 전략과제로 설정하였다(국가안전보장회의, 2004:

29). 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은 북핵문제가 북한과 미국의 대립 속에

서도 6자회담을 통한 평화적 해결의 길로 들어서게 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고,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합의 등 동맹관계의 정상화를 추

진하였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의 통일·외교·안보 정책은

각 분야별로 적지 않은 문제점을 보여 왔다. 대북통일 정책에서 정부

는 사회문화교류와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남북간 정치·군사적 대립을

돌파하려는 기능주의적 접근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수많은 인적·물

적 교류의 증대에도 불구하고 남북 사이에 군사적 신뢰구축은커녕 사

회·경제 분야에서 교류·협력의 제도화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러

한 부진은 일차적으로 북한 핵문제의 장기화 때문에 나타났다고 할 수

도 있겠지만, 대북송금 특검으로 인한 남북 최고 지도부 사이의 신뢰

상실과 대북정책 수립·추진 과정에 대한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소극

적 참여도 주요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현 정부는 북핵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부시 정부에 넘겨줌으로써, 독자적 구상과 실천을 통

해 남북관계 발전을 도모하고 북핵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노

력을 일관성 있게 기울이지 않았다.

‘참여정부’는 외교 분야에서 경제외교, 친선외교를 펼쳐 한국의 국제적

지위를 높여 왔지만, 핵심 전략으로 내건 ‘동북아균형자론’을 구체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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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동향과 전망 71호

로 실천하지는 못했다. 대북포용정책과 6자회담의 지속을 통해 북핵문

제의 평화적 해결을 계속 추진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강태

호, 2006), 한반도의 ‘평화·번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동북아 주

변 강대국들과의 균형적인 선린외교에는 실패하였다. ‘자주 외교’와 동

북아균형자 정책은 구체적인 청사진과 여건을 마련하지 않은 채 구호

로 시작하였다가 사라졌고, 그 후 현 정부는 대미의존 외교를 답습하였

다. 북핵문제를 제외하고는 한반도 미래를 대비하는 중국, 러시아와의

협력외교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미국의 요청에 따른 이라크 파병과 졸

속적인 한·미 FTA 추진은 ‘평화번영정책’과 ‘참여정부’라는 수사를 무

색하게 만들었다.6) 결국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은 미국을 비롯한 서

방의 일부 주요 국가들에 편중됨으로써 다양한 인간안보 증진을 위한

국제적 협력, 자원 도입선의 다변화, 세계 각지에서의 한국 동포의 생

명 보호 및 지위 향상 등에서 한계를 보여 왔다.

현 정부의 안보 정책은 ‘자주국방’, ‘국방의 현대화’, ‘국군의 정예군화’

등과 같은 구호 속에서 의욕적으로 추진되었지만(국방부, 2005), 약소

국 편승외교의 관행과 군사안보 중심의 냉전적 안보관에서 크게 벗어

나지 못하였다. 한국군의 대북억지력 증강을 위한 첨단무기 도입,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보를 위한 기지재편 작업 및 그 과정에서 발생

한 평택시민에 대한 강제철거 조치는 군사·안보 정책의 반(反)평화

성, 대외의존성, 비민주성을 유감없이 노출시켰다. 더욱이 현 정부는

변화하는 국제안보환경 속에서 비군사적 수단을 통한 공동안보 및 공

동이익 증진 노력과 그를 위한 다자간 협력을 멀리하고, 미국의 세계안

보전략에 따라 한국군을 한반도 밖으로 내보냄으로써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평화국가로서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한국 정부가 최근까지 보여주고 있는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불철

저성과 비일관성은 정책 추진 능력의 한계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새

로운 정책 비전과 방향을 요구하는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냉

전적 안보관, 동맹외교의 관행에 안주하고 있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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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국가의 평화외교 구상: 한국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전환과 과제  161

다. 한국은 강대국은 아닐지라도 이미 약소국에서 벗어나 ‘중간국가

(middle power)’의 지위에 있고, 그에 걸맞게 안보관에서 발상의 전

환을 국내외적으로 요구받고 있다. 이제 군사안보, 국가안보 시대는 끝

났으며, 안보의 범위는 확장되었다. 국가만이 안보의 주체가 아니다.

안보 영역에서도 시민들의 민주적 참여와 다양한 국제 행위자들 사이

의 협력이 필요하다(구갑우, 2007b: 4장과 6장). 안보의 목적도 시민

이고 그 결과도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실제 한국사회는 9. 11 이

후 반테러전쟁을 명분으로 한 미국의 해외침략과 그에 동조하는 한국

군의 파병, 그리고 북핵실험 등을 목도하면서 남북통일과 한반도 평화

그리고 세계 평화를 함께 생각하게 되었고, 평화와 통일이 시민들의 삶

의 질에 연결되어야 함을 인식하게 되었다(박순성, 2003, 2006).

결론적으로 이제 한국 사회는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방향을 획기

적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 민주주의의 진전과 국제적 지위

의 상승으로 이러한 방향 전환은 필요할 뿐만 아니라 가능하게 되었다.

더욱이 최근 한반도에서는 북핵문제 해결에 국한되지 않은 커다란 지

각 변동이 시작되고 있다.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이 상징

적으로 보여주고 있듯이, 미래의 한반도 평화·통일과 동북아 협력·

발전은 상호 연관 하에, 특정 국가가 주도하는 특정 방법이 아니라 관

련 국가들 모두의 창조적이고 유연한 접근에 의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 변화 속에서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이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하려면, 기존의 대미 의존적인 동맹외교에서 벗어나 한국의 위상

과 능력에 부응하고 세계평화와 국가이익을 조화시키는 대안적인 정책

방향이 절실하다. 이제 한국은 중간국가로서의 지위와 능력에 걸맞게

대결의 군사안보에서 협력의 인간안보로, 따라서 동맹일변도의 외교

관행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창조적인 외교정책으로의 전환을 준비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우리는 이러한 외교정책전반의 전환을 ‘중간국가의

평화외교 구상’이라는 이름 하에 제시하고자 한다.

아래에서 제시될 ‘중간국가의 평화외교 구상’은, 먼저 지금까지의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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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부터 세 가지 비전 또는 교훈을 끌어내고 있다. 첫째, 군사동맹 위주

의 안보외교노선에서 벗어나 인간안보의 개념에 기반을 둔 다자안보협

력을 위시하여, 다양하고 유연한 외교정책을 추진한다. 둘째, 평화외교

를 일관성 있게 전개함으로써 새로운 국가 이미지를 획득하고 이를 창

조적 외교력과 결합함으로써, 국가이익 보호와 세계평화 증진이 상호

보완적으로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셋째, 동북아 안보협력공동체

형성과 통일 대비 주변국의 지지를 위해 균형선린외교를 강화한다.

3. 중간국가의 평화외교노선

중간국가7)란 이론적으로 국력, 국가, 영향력 등에서 강대국이나 약소국

이 아니고, 세계체제에서 응집과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을 나타내는 국가

를 가리킨다(Jordaan, 2003: 165; Robertson, 2007: 153-154에서 재

인용). 일반적으로 중간국가는 국가 역할, 국력, 지역성이라는 세 요소

로 정의해 볼 수 있다. 중간국가는 가교역할, 제도 창출, 중재 역할 등을

주로 수행하는데, 이러한 역할을 대개 단독으로 하기보다는 소그룹 형성

이나 기존 국제기구를 통해서 한다. 대표적으로 중간국가는 역내 정치군

사적 갈등을 타개하고 안보딜레마 상황을 공동협력으로 전환하는 데에

서 중요한 외교적 역할을 수행한다(Spero, 2004). 경제적, 군사적 국력

의 차원에서 중간국가는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나라들이다. 이러한

국력에 기초해서 중간국가들은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 평화유지(Peace Keeping Operation: PKO), 평화

창출 활동(Peace Making Operation: PMO), 재해구난 및 난민구원, 전

염병 치료·예방 등 국제사회 발전과 인간안보 증진에 적극적으로 참여

한다. 지역 차원에서 볼 때, 중간국가는 국제적·지역적 영향력을 어느

정도 갖고 있으면서도 특정 지역을 지배하려고 하지 않는다(조성렬,

2007: 8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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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국가의 평화외교 구상: 한국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전환과 과제  163

중간국가를 능력과 행동 양 측면에서 정의할 수도 있다. 실제 중간국

가에 해당하는 국가는 종종 자신의 능력과 행동 양 측면에서 일관성을

보이지 않기도 한다. 지금의 한국이 정확히 그런 예라고 볼 수 있다

(Robertson, 2007: 153). 한국은 능력에서 중간국가의 지위에 있으면

서도, 중간국가의 외교적 행태를 보이지 않고 있다. 능력과 행동의 불

일치 현상이 한국의 외교정책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중간국가는 북유럽의 사회민주주의국가들과 같은 전통적 중간국가와

탈냉전과 함께 민주화를 거쳐 나타난 신흥 중간국가로 나눠볼 수 있다.

이 두 유형의 중간국가는 민주제도의 정착, 사회적 균열, 사회정치적

가치의 성숙 정도, 세계경제에서의 지위 등으로 구별할 수 있다. 이러

한 중간국가의 분류는 중간국가들이 최초로 중간국가로서의 능력을 갖

춘 후에 시간이 경과하면서 점차 중간국가의 외교적 행태를 보이는 진

화적 과정을 거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대부분의 중간국가의 경우, 민

주제도가 정착하고 사회적 균열이 줄어들고 사회정치적 가치가 성숙되

고 세계경제에서의 지위가 높아짐에 따라, 중간국가로서의 외교적 행

태도 발전한다(Robertson, 2007: 154-155).

이상의 논의에 따를 경우 한국은 신흥 중간국가로서,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과 동북아의 안보딜레마 상황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및 동북아

안보협력 상태로 전환하는 데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는 평화외교노선을

모색할 만하다. 이러한 외교정책의 추진을 통해 한국은 능력과 행동

사이의 일치가 이루어지는 명실상부한 중간국가가 될 것이다. 물론 한

반도의 군사적 긴장과 동북아의 지정학적 여건, 통일·외교·안보 정

책을 둘러싼 내부적 갈등 등은 한국이 중간국가로서의 외교적 역할을

해 나가는 데에 제약이 되고 있다. 하지만 역으로 판단하면, 바로 이러

한 제약조건 때문에 한국은 중간국가의 평화외교노선을 취해야만 한

다. 더욱이 현재 한국은 경제적·군사적 능력이나 민주화의 진전 정도,

국제적 지위 등의 측면에서 볼 때 중간국가의 외교정책을 전개하기에

충분한 필요조건을 갖고 있다. 문제는 중간국가 특유의 자율적이고 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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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동향과 전망 71호

형적인 외교정책을 추진할 발상의 전환과 정책적 의지이다. 또한 한반

도 평화·통일과 동북아 안보·협력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

실을 직시할 때, 중간국가의 평화외교노선은 한국이 앞으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 외교노선이라 할 수 있다.

4. ‘평화협력정책’의 4대 기본 방향

한국이 중간국가의 평화외교노선에 입각하여 향후 5 년간 추진해야 할

통일·외교·안보 정책을 ‘평화협력정책’으로 명명하고,8) 이 절에서는

4대 기본 방향을, 5∼7절 에서는 10대 정책 과제를 제시해 보고자 한다.

평화협력정책은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뿐만 아니라 동북아 및 세계 평

화 증진에 이바지하는 모든 외교적 노력을 포함하는데, 모든 형태의 잠

재적 혹은 명시적 폭력을 배제하고 관련 당사자간 혹은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평화 증진을 도모한다. 평화협력정책은 통일·외교·안

보 문제에서 이상과 현실의 차이, 정책영역간 목표의 부조화를 보였던

폐단을 극복하고 일관된 방향과 창조적인 방법으로 평화외교노선을 추

진한다. 평화외교노선을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냉전 시

기 적대적 남북관계에 적용되어온 군사동맹 중심의 동맹외교를 21세

기 국제정세 및 남북관계의 변화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변화·발전시

키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다자안보협력을 확대하며 동북아

역내 국가들과의 우호협력관계를 강화하는 등 개방적이고 균형적인 정

책을 추진해야 한다.

평화협력정책은 당면한 북핵문제 해결을 추구하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과 동북아 안보협력의 증진을 조화롭게 병행 추진하고, 민주적 평

화국가의 상을 수립하여 평화외교노선을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전개

할 국내적 기반을 구축하는 데에도 역점을 둔다. 나아가 평화협력정책

은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이 소극적 평화(negative peace)에 그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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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연구

중간국가의 평화외교 구상: 한국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전환과 과제  165

고 상생의 평화공동체 수립으로까지 발전시켜,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

화를 가져오고 남북한 구성원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 다시 말해 평화협력정책은 한반도 평화공동체 수립

과정을 한반도 평화통일로 연결시키며, 나아가 한반도 평화통일을 한

반도 및 동북아의 항구적 평화체제 형성으로까지 발전시키려고 한다.

1) 통일지향적 평화체제 수립

한반도의 냉전구조 해체 작업은 종국적으로 한반도에 상생의 평화공동

체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 13 합의 이행으로 시작한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는 한반도 비핵화 실현, 정전체제 청산, 평화협정 체결,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체제 수립을 경과하면서 한반도가 안정적인 평

화공동체를 영위하는 데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없이는 남북관계의 질적 발전과 동북아 안보협력이 불가능하다는 점에

서 이것은 최우선적인 정책 목표이다.

상생의 한반도 평화공동체는 한편으로 전쟁 재발 방지와 평화정착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기반으로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사회구성원들의

의식 변화를 요구한다. 한반도 평화공동체는 남북한이 각각 전쟁을 불

법화하고 평화를 합법화하는 사회적 행동규범과 의식을 내면화하고 그

것을 상호관계의 근간으로 공유하는 상태를 말한다. 또한 평화공동체

가 남북한 구성원의 복리 증진을 지향한다고 할 때, 그 핵심은 군비를

축소하여 민중 복지에 전환하는 것이다.

한반도가 평화체제를 넘어 평화공동체로 나아간다고 할 때 구체적으로

남북관계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한반도 평화체제 하에서의 남북관

계를 평화공존의 안정적 유지라고 한다면, 평화공동체 하에서 남북관

계는 남북연합의 실시로 ‘사실상의 통일’에 진입하는 단계라 할 수 있

다. 남북연합은 정치적, 군사적 신뢰를 바탕으로 평화공존은 물론 평화

교류, 평화통일을 진작하는 단계로서, 상호 갈등과 대립을 재생산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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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동향과 전망 71호

법적, 제도적, 정신적 요소를 청산하고 상호 교류협력을 통해 남북이

공존공영을 본격화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통일은 특정 제도나 체제를

기준으로 한 ‘결과 개념’이 아니라 행위자간 상호작용에 바탕을 둔 ‘과

정 개념’이다.

여기에서 다시 강조한다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남북한 평화공동

체 형성으로 발전시켜 나가지 못할 경우, 그러한 평화체제는 분단고착

형 평화체제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상태는 외형상 전쟁 재발 방지 공약

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서 구조적 폭력을 지속시키고 한반도 구성원의

인간안보를 저해한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평화협

정, 평화체제, 평화공동체라는 단계적 방식으로 발전시키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가 상생의 남북 평화공동체로 발전할 때

한반도에서 평화와 통일은 동전의 양면임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따라

서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 과정과 함께 모색될 평화체제 논의에 주도적

으로 참여하여 그것이 통일지향형 평화체제 수립의 길로 나아가도록

할 책무를 띠고 있다.

2) 동맹 위주의 안보전략 탈피와 선린외교·다자협력 추진

상생의 한반도 평화공동체가 수립되려면 남북한 협력이 일차적으로 필

요하지만, 동북아 주변 국가들의 지지와 역내의 안정도 반드시 필요하

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평화협력정책은 동북아의 안정과 협력을 촉진

시키기 위한 대동북아 외교정책을 펼쳐 나가야 한다. 이는 한국의 입

장에서 기본적으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4개국과의 균형

적인 선린외교를 의미한다.

군사동맹에 기반을 둔 한국의 대미편중 외교정책은 지금까지의 성과에

도 불구하고 점차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최근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

외교에 편중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동북아에서 획득가능한 국가이익을

스스로 제한해왔는지도 모른다. 대미일변도의 외교관계는 한국의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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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연구

중간국가의 평화외교 구상: 한국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전환과 과제  167

외협상력과 국제적 지위를 약화시키고 한국외교의 창조력과 상상력을

스스로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동북아 협력시대를 대비하고

그것을 한반도 평화정착 및 통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계속되어온

일본과의 외교적 갈등을 청산하고, 중국·러시아와 전략적 동반자관

계를 강화해야 한다. 기존의 동맹외교는 지역 선린외교의 주요 부분으

로 재정의될 필요가 있다.

동북아 차원에서 볼 때 역내 다자안보협력 기구의 필요성은 한편으로

는 역내의 경제적 상호의존성 확대, 다른 한편으로는 군비 경쟁 심화

및 영토 분쟁 등과 같은 다양한 잠재적 갈등 요인들 때문에 증대되고

있다. 이러한 필요에도 불구하고 동북아 지역에서는 경제 분야를 제외

하고는 정치·군사 분야에서 동맹관계를 비롯한 양자관계가 우세한

편이다. 최근에 들어서는 경제 분야에서조차 FTA 방식의 양자관계가

대두하고 있어 역내 공동이익 증진을 위한 다자적 접근이 제약을 받고

있다.

단기적으로 동북아 안보협력체 건설을 위한 다자주의적 접근의 필요성

과 동맹관계에 좌우되고 있는 현실 사이의 격차를 극복하는 방안을 찾

는 것이 과제이다. 국가간 불신과 갈등이 존재하고 협력의 습관이 낮

은 역내 환경을 고려할 때, 당면한 공동 관심사에 대한 협력의 기회를

포착하고 그 성과에 기초하여 협력의 범위를 넓히는 사안별 다자적 접

근이 타당할 것이다. 6자회담을 통해 전개되고 있는 동북아의 비확산

협력이나 사막화 억지 등을 위한 역내 국가간 환경 협력 등이 좋은 실

례이다. 이와 같이 사안별 다자협력은 동북아 국가간 정치적 불신 해

소, 자국의 기회비용 최소화, 다자협력의 필요성 학습 등 전면적인 다

자안보협력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에 유용하다.

이처럼 한국과 다른 동북아 국가들이 비확산 및 환경 분야 등에서 역내

다자협력의 중요성과 효과를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중간국

가’의 지위를 살려 역내 공동협력의 기회를 발견하고 제공하며 협력의

과정을 선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한국이 다자안보협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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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동향과 전망 71호

한국의 외교·안보 전략으로 추진할 경우, 기존 동맹관계는 보완적 역

할로 재편되어야 한다. 군사안보 중심의 한미동맹관계는 다자안보협

력의 발전 속도에 맞춰,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양국간 대등한 협력관

계로 점차 전환되어야 하는 것이다. 아울러 다자안보협력의 현실화와

제도화를 위해, 한국은 우선적으로 절대안보 개념을 포기하고 합리적

충분성의 개념에 기초한 안보전략을 세워야 한다.9) 또한 한국은 ‘적의

정체성’을 벗어나 상호의존과 공동운명에 바탕을 둔 동북아의 ‘집합적

정체성’을 적극 만들어나가는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동북아 지역의 다

른 국가들의 변화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구갑우, 2007b: 54).

3) 인간안보에 기초한 국제협력

오늘날 위협의 성격과 유형은 다양해지고 안보 개념에도 변화가 일어

나고 있다. 평화협력정책의 궁극적 지향은 국가안보가 아니라 인간안

보이다. 물론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국가를 방어하는 일이 인간안보를

위해 필요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국가의 안전보장이 자동

적으로 인간의 안전보장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근·현대

세계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외국 군대가 아니라 자국 정부에 의해 죽임

을 당하였다.

한국의 평화외교노선은 국가의 보호 그 자체가 아니라 국가 구성원 개

개인을 외부의 침략은 물론 가난, 질병, 자연재해, 사회경제적 불평등

등 각종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지키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한

국이 인간안보를 추구하는 것은 민주국가의 성격과 중간국가의 지위에

상응한다. 이러한 인간안보 추구는 평화협력정책 하의 여타 정책의 바

탕이 됨으로써 대내외적으로 폭넓은 지지를 획득하여 한국 외교정책의

지지도와 신뢰성을 제고할 수 있다. 나아가 인간안보의 관점에서 한반

도 평화에 접근할 때 평화공동체의 내용과 수립 과정은 보다 내실 있고

견고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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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연구

중간국가의 평화외교 구상: 한국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전환과 과제  169

인간안보를 추구하는 평화외교의 최대의 특징이자 장점은 평화외교를

수행하는 국가의 이익과 세계 공통의 가치가 일치한다는 데에 있다.

물론 현실에서 그런 현상이 완전하지 않을 수 있지만, 중간국가로서의

지위와 능력을 활용하고 정책적 일관성을 보일 때 그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실제 1980년대 후반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과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은 그런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한국의 입장에서 평화외교는

단순히 국제적 이미지 제고를 위한 부수적이거나 수사적인 조치가 아

니라 한반도 평화공동체 수립과 동북아 안보협력의 제도화와 같이 매

우 현실적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력한 방안임을 재차 강조하고자

한다.

4) 민주적 참여와 통제에 기반을 둔 평화국가의 확립

평화협력정책은 한국 통일·외교·안보 정책에서의 발상의 전환을 전

제하고 있지만 그것은 단지 정책효과 극대화에만 초점을 두는 것은 아

니다. 만약 그렇다면 중간국가로서의 한국의 새로운 통일·외교·안

보 정책은 다시 패권추종형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평화협력정

책이 밝히고 있는 중간국가의 평화외교론은 한국을 민주적 참여와 통

제에 기반을 둔 평화국가로 전환하는 것을 4대 정책 방향에 포함하고

있다. 시민이 안보의 주체이자 목표가 될 때, 민주적 참여와 통제는 진

정한 평화국가의 필요불가결한 요소이다.

평화국가는 군사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안보국가와 달리, 물리적

폭력은 물론 구조적 폭력을 지양하고 적극적 평화(positive peace)와

그것이 가능한 국내적, 국제적 정치질서를 추구하는 민주적 정치체

(polity)를 말한다.10) 대내 정치·경제적 토대가 미비한 가운데 추진

하는 평화외교는 불안정하고 일시적이다. 평화협력정책은 평화외교를

국익 증진의 대안적 방안으로만 간주하지 않고, 안보관 및 국제관계 질

서의 변화와 함께 국가성격의 전환을 추구한다. 그럴 때 일국의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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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동향과 전망 71호

이익은 세계적 공통 가치·이익과 충돌하지 않고 조화를 이룬다. 민주

적 평화국가가 추진하는 일관되고 적극적인 평화외교는, 중간국가의

외교정책이 그 국가의 국제적 지위는 물론 대내적 정치·사회·경제

발전에 상응하여 진화한다는 이론적 논의와 일치한다.

그러므로 한국의 평화국가로의 변신은 한국의 국가 성격 변화에 그치

지 않고 남북한과 동북아를 아우르면서 한반도의 특수성과 세계사적

보편성을 띤다. 남한 시민사회를 핵심 동력으로 하고 세계평화 세력

및 여론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평화국가 건설은 평화를 정책 수단이자

목표로 동시에 간주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 협력 속의 번영을 지향한

다. 구체적으로 평화국가는 북한의 국가 형태 변화에 영향을 미쳐 평

화와 상생의 남북공동체를 추구하는 한편, 동북아 지역 국가들의 국가

정체성에도 영향을 미쳐 역내 평화·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 그런 기

반 속에서 한국은 세계의 평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11)

아래에서는 평화협력정책의 10대 과제와 관련하여 정책 추진의 원칙

과 방안을 다룬다. 10대 정책 과제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 통일 분야 : 포용정책을 통한 북한의 개혁개방 지원, 남북한 군비통제,

남북연합단계의 준비

• 안보 분야 :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병행추진, 21세기형 동맹으로의 발

전,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의 확대, 합리적 수준의 군사력 유지

• 외교 분야 : 미래지향적 균형외교의 전개, 유엔 중심의 국제협력 강화,

평화외교의 제도적 기반 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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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연구

중간국가의 평화외교 구상: 한국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전환과 과제  171

5. 통일 분야 정책 과제

1) 포용정책을 통한 북한의 개혁개방 지원

대북통일 정책은 포용정책을 전개한 두 정부의 정책방향을 계승하면

서, 지금까지 드러난 포용정책의 한계와 문제점을 개선하는 ‘원칙 있는

포용정책’을 추진한다. ‘원칙 있는 포용정책’은 상호신뢰와 평화공존을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지만, 동시에 상호 합

의사항과 국제적 규범의 준수를 강조한다. 이러한 대북통일 정책의 목

표는 남북간 군사적 긴장 완화 및 경제협력 확대·강화, 북한의 국제

협력 촉진 등을 통한 남북관계의 질적 발전이다.

오늘날 북한은 정상적인 국가로 판단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현실을 노

출하고 있고, 특히 국가 시스템 운영과 경제생활을 자력으로 할 수 없

는 상황에 이르렀다. 따라서 북한의 개혁개방은 북한의 경제재건과 국

제협력을 위한 불가피한 과제이다. 그런데 국제사회는 북한이 국제사

회와 호흡하며 협력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을 지지·성원할

도덕적 책임이 있지만, 북한에게 인위적 변화를 강제하기 위해 폭력적

으로 개입할 권리는 갖고 있지 않다. 물론 북한이 스스로 변화를 추구

하면서 국제사회의 공통 가치와 행동 규범을 수용할 때 국제사회의 지

원과 협력이 배가될 것임을 인식시키는 일은 중요하다.

남한의 입장에서 북한의 개혁개방을 지원하는 것은 상생의 한반도 평

화공동체 실현이라는 전략적 목표에 입각해야 한다. 남북한은 지난 시

기 동안 교류협력을 통해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의 제도화 혹은 심

화 단계로 나아가야 하는데, 이 단계에서 정책 목표는 한반도 평화체제

에 기반을 둔 남북 경제공동체 건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각 분야에

걸친 남북협력의 구체적인 추진 방향은 「남북기본합의서」에 근거한

분야별 남북공동기구의 설치·운영을 통해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의 개혁개방 지원 방안으로는 시장경제 도입 관련 기술협력, 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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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동향과 전망 71호

교국과의 국교 수립 중개, 국제금융기구 가입 지지 및 차관 제공, 해외

시장 남북한 공동 진출, 남북 공동특구 확대 운용, 가칭 한반도농업개

발기구(KADO) 설립 등을 검토할 만하다.

2) 남북한 군비통제

남북간 군비통제의 실현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남북간

신뢰를 공고히 함으로써 평화공동체 수립에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현

재 군비통제에 관한 인식과 입장에서 남북한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으

며, 또한 군사적 신뢰구축도 미진한 형편이다. 다행인 것은 남북한 모

두 군사연습의 사전 통보, 고위당국자간 직통전화 설치, 비무장지대의

비무장화 등 군사적 신뢰구축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으며, 이를 실천

할 의지를 갖고 있다. 실제 남북한은 2000년 이후 비록 초보적이지만

상호비방 중지, 경제협력 과정에서 계기별 군사적 보장조치와 같은 군

사적 신뢰구축 조치에 합의하고 실천해 왔다. 따라서 현 단계 남북간

군비통제 과제는 논의의 전체 틀을 공동 수립하고, 점차 남북이 합의할

수 있는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를 실천하며 협력과 신뢰를 쌓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간 국방장관회담 및 실무 군사회담을 정례적으로

개최하여 구체적인 공동 실천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군사 분야 협력은 현실적으로 2. 13 합의 이행 수준에 따라 제약을 받

겠지만, 남북한이 남북기본합의서 및 불가침에 관한 부속합의서에 의

거하여 쌍방 간에 적극적으로 군사적 신뢰 구축을 계속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북방한계선(NLL) 주변 해양 구역의 평화적 이용과 휴전선

일대의 평화지대로의 전환, 남북경제협력을 위한 군사보장의 제도화

등은 우선적으로 실현되어야 할 사안들이다.

평화협정은 북핵 폐기의 완결단계 혹은 그 직후에 남북한과 관련 국가

들의 참여로 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평화

협정을 평화체제 확립으로 발전시키는 일이다. 평화협정 체결 후 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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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연구

중간국가의 평화외교 구상: 한국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전환과 과제  173

선의 평화적 관리를 맡게 될 남북한은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다.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관리에서 시작

하여 군사적 신뢰구축을 발전시킨 후 제도적 군비통제를 확립할 때 항

구적 평화체제가 정착할 수 있다. 현 단계에서 논의할 수 있는 군비통

제는 군사적 신뢰구축을 포함하여 휴전선 배치 군사 태세의 후방이동

과 같은 운용적 군비통제라고 판단된다. 또한 군비통제의 사회경제적

효과 제고를 위해 남북한이 과잉 국방비의 민수분야로의 전환도 적극

검토할 가치가 있다.

3) 남북연합단계의 준비

남한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이 지속되면서, 남북한은 화해협력의 심화

를 통해 신뢰 형성과 협력을 통한 이익 확대를 학습해 왔다. 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현 단계를 화해협력단계로 규정하고 남북연합

의 실현을 남북관계 발전의 다음 목표로 설정하는 데에 합의한다면, 남

북 간에는 ‘사실상의 통일’이 시작된다고 말할 수도 있다. 남북연합 실

현을 위해 남북한이 해결해야 할 각 분야별 과제를 검토해 보자.

정치 분야에서 남북한은 정상회담, 또는 장관급회담보다 한 단계 높은

고위급회담을 정례화하고 실천가능한 분야부터 남북공동기구를 설

치·운영함으로써 ‘사실상의 통일’을 점진적으로 시작할 수 있다. 먼저

남북한은 상대방을 부정하고 적대시하는 법·제도와 관행을 청산하고

상호신뢰 증진을 위한 대안을 공동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남북화해 관련 부속협의서에서 언급된 남북화해공동위원회

내 법률실무협의회를 설치·가동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이러한 화

해 작업의 효과 증진과 참여 범위 확대를 위해 국회와 시민사회의 참여

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남북연합에 대한 법제 연구를 위한 남북

공동기구를 설치·운영하고, 입법기관 차원의 교류도 제도화할 수 있

다. 남북관계의 정치적 민감성을 감안할 때 정치분야에서 다양한 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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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동향과 전망 71호

는 정치적 신뢰조성은 물론 남북관계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이 제기하는 ‘4대 근본문제’ 중 주한미군문제를

제외한 북방한계선(NLL) 주변의 평화적 이용, 열사릉 참배, 국가보안

법 폐지 요구를 남한이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경제 분야에서 남북한은 금강산관광 및 개성공단을 포함한 많은 협력

을 이루었다. 이제는 남북한이 국제사회의 안정적인 대북 투자 유도,

북한의 경제 능력 신장을 위해 한 단계 높은 경제협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대북 인프라 건설 지원, 자원 공동개발, 남북 철도·

도로의 운행 및 대륙철도와의 연결, 국제기구 관련 협력 등을 추구해야

한다.

사회·문화 분야에서도 남북 교류·협력 참가단체의 증가, 협력사업

의 다변화, 신뢰조성 등 양질의 성과를 거두어왔다. 하지만 분단으로

인해 직접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산가족, 납북자, 국군포로의 생사확인 및 가족상봉 등에

관하여 북한의 긍정적 반응을 유도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탈북자 문제는 인도주의 원리에 입각하여 강제송환 중단, 자유의사에

따른 정착지 선택을 위해 외교적 협력에 힘쓰고, 북한의 경제 회복 및

인권 상황 개선 등 탈북자 발생 원인을 줄이는 예방활동에도 주력하여

야 할 것이다. 이 밖에 경제협력과 사회문화교류 활성화를 위해 통상,

통항, 통신 등 3통 정책의 추진도 검토해볼 만하다.

6. 안보 분야 정책 과제

1)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병행추진

한국은 북한 핵문제의 일차적 이해당사자로서 평화적 해결 원칙에 입

각하여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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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연구

중간국가의 평화외교 구상: 한국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전환과 과제  175

위해서는 북한의 완전한 핵 포기는 물론 관련 당사국의 이해관계를 포

괄적으로 실현하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동시행동 원칙에 입각

하여 2. 13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북핵문제가 한반도 평화와 관련하여 제기하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핵무기를 이용한 어떠한 목적 추구도 용인할 수 없으며, 따라서 궁극적

으로 한반도가 핵무기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지역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반도에 상생의 평화공동체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

로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실현하여 핵무기의 공포, 핵전쟁의 위험을 근

원적으로 제거하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당면한 북핵문제는 한

반도 비핵화 과정을 통해 해결하기로 되어 있는 만큼, 북한의 모든 핵

개발 시설·프로그램과 핵무기는 폐기되어야 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한반도 비핵화가 실질적인 평화체제 수립과 병행

추진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 두 과제 사이의 우선순위에 관한 논

의가 벌어지고 있으나, 이 둘은 이제 9. 19 공동성명과 2. 13 합의를

통하여 같이 해결되어야 할 동시적 과제가 되었다. 이 둘에 선후의 순

서를 매겨 접근하는 것은 그 둘 모두가 중단되어 버릴 우려가 높다. 이

두 문제가 해결되어 가는 과정에서 정전체제 청산과 함께 북미, 북일

국교정상화도 이루어질 것이다. 평화체제 수립 과정에서 남한은 한반

도문제의 당사자로서 제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의 관리는 남북한이 책임을 지는 형태가 되어야 할 것이다.12)

2) 21세기형 동맹으로의 발전

세계적 차원에서 상호의존이 증대하고 안보위협 양상이 다양해진 오늘

날, 한국의 안전보장 방안도 새롭게 모색되어야 한다. 냉전시대 남북한

적대관계 하에서 한국의 안보는 대북억지에 초점을 둔 대미 군사동맹

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해 왔다. 현 단계 국제질서 및 남북관계의 변화

와 한국 경제의 지속적 성장의 필요성을 종합해 볼 때, 앞으로 한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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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동향과 전망 71호

안보정책은 절대안보에 기초한 무한 억지전략 또는 보복적 억지전략에

서 합리적 충분성에 입각한 거부적 억지전략으로, 대미 군사동맹 위주

에서 다자안보협력 추진으로 바뀌어야만 한다. 따라서 불평등하고 군

사안보 위주의 기존 한미 동맹관계는 다방면에서 공동안보를 추구하는

21세기형 동맹으로의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미 동맹관계의 발전적 모색이 필요한 이유는 양국간 군사동맹관계의

전제조건이었던 대북 억지전략의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하였고, 한국의

민주화와 국제적 위상 증진으로 군사동맹에 편중되고 불평등한 동맹관

계의 지속이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행정

협정은 개폐되어야 하고, 합동군사연습은 중단되어야 한다. 최근 한미

간 군사협력 재조정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과 그에 따라 서해 및 제주 지역 일대의 군사기지화 추진, 그리고 한국

군의 현대화 작업은 한반도를 새로운 잠재적 안보 위협에 노출시키고

있음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한미 군사동맹을 인간안보에

기초한 양국간 공동 관심사에 대한 공동 대처와 예방외교를 뒷받침하

는 방향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21세기형 동맹으로 변화하는 한미동

맹관계는 다자안보협력과 배치되지 않고 오히려 상호보완관계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한미관계는 군사동맹 위주의 불평등 관계에서 탈피하여 호

혜주의에 입각하여 양국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나가는 일반적인 우호협

력관계로 변화해 나가야 한다. 물론 기존의 군사동맹관계의 지양은 북

핵 폐기의 진전 및 남북관계의 발전 속도를 반영하여 점진적으로 진행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북한의 핵 불능화 완료, 평화협정 체결(혹은 한

국전쟁 종전 선언), 남북한 군비통제 진전 등이 일어날 경우 한미합동

군사연습 중단, 첨단무기 및 장비 도입 축소, 주한 미군 축소 등을 단행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반도 정세가 평화체제 수립 단계에 들어서고

남북관계가 연합 단계에 들어설 경우 한미 양국 군대 사이의 작전·지

휘계통상 연합조직의 가동을 중단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양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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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연구

중간국가의 평화외교 구상: 한국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전환과 과제  177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공동의 안보관심사에 대한 정보협력은 계속할

수 있다. 그러나 2010년으로 예정되어 있는 한국군의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를 한미동맹 약화 우려나 국방비 부담을 이유로 반대하거나, 전작

권 환수를 조건으로 국방비 증액을 주장하는 일부 주장은 평화협력정

책의 방향과 배치되는 냉전적 사고에 불과하다.

3)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의 확대

앞에서도 이미 논의한 것처럼, 동북아시아는 세계 주요 군사 강대국이

상호 견제하는 가운데 군비 경쟁이 가장 높은 지역이면서 동시에 경제

적으로는 역내 상호의존이 대단히 높은 세계 3개 교역 지역 중의 하나

이다. 군비 경쟁과 경제적 상호의존이라는 상반된 현상 속에서 역내

다자안보협력이 미약한 것은 동북아 안보 환경의 불안정성과 함께 지

역안보협력의 발전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동북아 안보협력은 상호보완적이며, 남북간

경제협력의 증진과 긴장 완화는 해양경제권과 대륙경제권을 연결하여

동북아의 공동번영을 촉진할 것이다(박순성·이기호, 2005, 1절). 동

북아 국가들은 9. 19 공동성명에서 이미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동북아

안보 및 공동번영이 상호 긴밀히 연관되어 있음을 공동 인식하고, 그

방향에서 협력을 하기로 공약하였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북한의 핵포

기는 물론 북한과 관련 국가 사이의 경제·에너지 협력을 촉진하고 남

북철도와 대륙철도의 연결에 외교적 역량을 집중시켜야 할 것이다.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북핵문제 해결 이후 6자

회담의 발전적 전환을 통한 포괄적 지역안보기구 설립, 동북아협력대

화(NEACD) 등 기존 다자협의체의 활성화, 비군사안보 분야에서 출발

하는 사안별 공동안보기구 설립 등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안보 분야 및

주체의 확대와 협력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분야부터 다자안보협력을 추

구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테러, 마약, 환경, 보건, 재해·재난 등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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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동향과 전망 71호

안보 차원에서 제기되는 비전통적 안보 분야에서의 역내 다자협력의

공감대가 높은 만큼 이들 분야에서부터 공동안보를 추진하는 것이 현

실적이라고 판단된다.

4) 합리적 수준의 군사력 유지

국방당국은 「국방개혁 2020」이 완료되는 2020년에는 한국군의 주요

전투력이 2006년에 비해 1.7배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것은 국

방비 구성 비율상의 우선순위가 병력운영에서 방위력 개선으로 바뀌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2008년도 국방예산안을 포함해 2010년까지 국

방예산을 매년 9.9% 인상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 그 과정에서 병력

을 50만 명 선으로 감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국방당국의 국방비 증

강을 통한 전력 현대화 계획은 북한과의 군사적 대치 상황의 지속과 동

북아의 안보불안 요인의 증대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중기 국방정책에서 냉전시대의 군사안보관과

절대적 억지전략에 바탕을 둔 시대착오적인 측면을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다. 2020년까지 막대한 규모의 국방비 증액은 잠재 경제성장률,

복지수요의 증대, 남북간 전력불균형 등을 고려할 때 명백히 과도한 투

자임에 틀림없다(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2005). 「국방개혁 2020」은

북한위협을 상수로 놓고 다양한 지역 안보불안 요소를 과장하여 그것

을 군사비 증액의 근거로 이용하지만, 그에 반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에 상응하는 군비통제 계획과 초국가적·비군사적 안보위협에 공동

대처하는 다자안보협력 및 군사외교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국방비

증액을 통한 군사력 향상을 국방개혁으로 이해하는 국방부 당국은 국

방비를 절감하는 가운데 적정 군사력 유지와 다자안보협력을 병행하여

전쟁 위험을 제거하고 공동안보를 추구해 온 유럽 국가들의 진정한 국

방개혁의 사례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한국의 적정 군사력은 방어적 충분성에 입각하여 합리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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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연구

중간국가의 평화외교 구상: 한국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전환과 과제  179

로 재조정되어야 한다. 강대국간 군비 경쟁이 가장 심각한 동북아에서

그것에 편승하는 국방비 증액은 한국의 국력 수준에서 현실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중국 견제에 초점을 둔 미국 주도의 군사동맹정책

에 참여하여 안보 불안을 조장할 위험마저 있다. 북한의 안보위협을

강조하면서 군사비 증액을 합리화 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노

력을 부정하고 국방당국의 조직 부풀리기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는 의

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런 점에서 현 정부가 「국방개혁 2020」 결정

및 「국방개혁기본법」 제정 과정에서 보여준 폐쇄적이고 일방적인 행

태는 비판받기에 충분하고 국방정책에 대한 제도화된 문민통제의 필요

성을 더욱 부각시켜 준다.

7. 외교 분야 정책 과제

1) 미래지향적 균형외교의 전개

한국의 입장에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동북아 4개 국가들과의

외교관계가 갖는 막중한 의미와, 그와 달리 실제로는 대미일변도의 외

교관계에 치중해 온 현실은 이미 앞에서 지적하였다. 이들 4개국에 대

한 균형적인 선린외교는 양국간 우호관계 유지 및 공동이익 증진에 머

무르지 않고 동북아 차원의 평화·발전을 향한 지역적 신뢰기반을 조

성하는 의미를 갖는다. 현재 한국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이들 4개국과 긴밀한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한반도의

미래와 지역 평화·발전의 잠재력을 내다보며 이들 국가들과 미래지

향적인 외교관계를 강화할 단계에 이르렀다.

중국과 러시아는 시장 개척, 자원 접근, 한인동포와의 네트워크 확대

등 한국의 국가이익에 직접 관련되어 있으며, 또한 북한의 개혁개방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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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동향과 전망 71호

원 및 철도를 이용한 동북아 평화협력에서 한국 외교정책의 동반자이

기도 하다. 남북관계의 발전, 북한의 개혁개방, 동북아 안보협력 등 모

든 측면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비중과 역할은 대단히 높다. 이런 점에

서 한국은 중국, 러시아와의 외교관계를 강화하는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또 남북한 군비통제를 포함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서 이들

국가의 지지와 협력은 필수적이다. 특히, 한국은 중국과는 북한의 경제

발전, 러시아와는 한반도 및 동북아 철도 연결에 주안점을 두고 외교적

협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일본이 한국의 국가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재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지대하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정에서 미국과 일본의

분명한 역할은 북한과의 수교를 통하여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형성하고

북한의 개혁개방을 지원하는 것이다. 한국은 북한의 완전한 핵포기를

위해서라도 이 점을 대미, 대일 외교의 최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것이

다. 영토, 역사인식, 대북정책 등에서 갈등을 벌여온 한일관계는 미래

지향적인 관점에서 가능한 조기에 수정되어야 한다. 한국은 한반도 평

화체제, 동북아 안보협력이 일본의 국익에도 부합함을 이해시켜야 한

다. 재일동포의 차별해소를 위해서도 양국은 획기적인 방안을 강구해

야 할 것이다.

2) 유엔 중심의 국제협력 강화 ― 세계평화 및 지속가능한 개발에 기여

중간국가로서 한국의 평화외교는 유엔 중심의 국제협력 강화, 특히 세

계 평화와 지속가능한 개발 증진에 대한 적극적 참여를 기본 정책으로

삼아야 한다. 한국은 평화유지 활동이 인간안보에 기여하고, 유엔 안전

보장이사회의 결의에 근거하고, 국민적 합의에 바탕을 두고 있어야 한

다는 등과 같은 원칙을 수립한 상태에서 국제사회의 평화유지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

해외 공적개발원조(ODA)도 한국의 평화외교 수행에서 유용한 정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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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연구

중간국가의 평화외교 구상: 한국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전환과 과제  181

단이다. 공적개발원조는 빈곤 퇴치와 해당 지역 주민의 자활능력 향상

을 통해 인류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유력한 방법 중 하나

이다. 한국은 그동안 국민총소득 대비 0.05%를 공적개발원조로 지출

해왔는데, 정부는 이 원조를 2010년까지 0.109%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의 공적개발원조 규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

하위라는 불명예를 벗어나서, 회원국의 국민총소득 대비 평균 공적개

발원조 규모인 0.33%에 이르도록 하는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공적개발원조사업의 주체를 민간 기구에 대폭 이양하고, 정부와

관련 민간단체 및 전문가들 사이의 폭넓은 협의를 통해 이 사업이 활성

화되고 효율성이 제고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

한 것은 한국의 경제 발전과 국제 지위 상승에 걸맞은 국민들의 공적개

발원조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높이는 교육·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이

를 위해 병역특례와 같은 인센티브제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의 관심사에 대한 민간진영의 관심과 참여가 높아지면서 이들

의 역량을 한국의 평화외교에 결합시키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한국

의 민간단체들은 평화, 개발, 인권 등 다방면에 걸쳐 국제 활동을 전개

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의 자율적 활동을 지원하고, 관련 단체들과 긴밀

한 협의를 통해 민간외교의 확대와 효율성 증진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3) 평화외교의 제도적 기반 확립

이상과 같은 평화외교의 과제를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수행해 나가기

위해서는 대내적으로 국가정체성 재정립과 제도적 기반 확립을 이루어

내어야 한다. 평화외교가 단지 한국의 국가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한 표

면적인 외교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한국은 평화교육 확대와 평

화문화 확산을 통해 시민사회 차원에서 전통적 안보담론을 거부하고

민주적 평화국가라는 새로운 국가정체성을 확고히 받아들여야 한다

(구갑우, 2007b). 이에 덧붙여 평화외교가 가능할 수 있도록 다방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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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동향과 전망 71호

서 제도적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군사비 증강, 군부의 정치 개입,

냉전문화를 기반으로 한 군사주의적 정치 행태를 청산하고 군비 축소,

국방정책의 문민통제, 평화문화를 기반으로 한 평화주의적 정치 제도

를 수립하는 것을 말한다.

평화국가가 사회경제적으로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평화지향적 안보전

략의 채택에 따른 국방비 절감과 군 구조조정의 성과를 시민들의 삶의

질을 증진시키는 데에 선용해야 한다. 평화배당금을 복지, 교육 부문에

효과적으로 사용할 때 평화국가와 평화외교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반면 잠재적 위협을 과장하고 새로운 위협을 조

장하여 군비경쟁을 계속하고 국방조직을 비대화하는 일은 지양되어야

하고, 이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확충되어야 할 것이다.

통일·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통합 조정 및 문민 통제를 강화하기 위

해서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법제화하고 여기에 민간 전문가의

참여와 적정 수준에서 투명성 있는 운영을 보장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시민의 여론을 수렴하는 운영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또 정부와

국회가 긴밀한 협력관계를 가짐으로써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효율

성 및 효과 극대화를 기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책 청문회의 활성

화와 국회의 관련 상임위원회의 조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평화외교에 대한 국민적 지지와 정책 효과를 제고하고 이를 우리 사회

의 민주주의 공고화와 연결짓기 위해서는 국가보안법 개폐가 반드시

필요하다. 징병제 운영의 투명성 강화 및 복무기간 단축 등 실현가능

한 병역제도 개선 노력과 함께 경제성장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

에 조응하여 모병제로의 전환을 준비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정

부와 민간진영 사이의 다양한 소통 노력과 함께 갈등해결 전문인력의

양성도 우리 사회의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상생과 조화의 평화

문화를 진작하기 위해서 필요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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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연구

중간국가의 평화외교 구상: 한국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전환과 과제  183

주석

1) 냉전 종식 이후 국제분쟁은 줄어들기는커녕 종족, 종교, 자원 등 다양한 역사적,

경제적 원인들과 군사전략적 요인에 의해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2) 대표적인 예로 군사기술적 정확도와 대내적 지지가 불완전한 가운데 추진되고 있

는 미국의 미사일방어망(MD) 계획은 동북아시아와 유럽 양쪽에서 군비 경쟁을 촉진

하는 것은 물론 정치적 불안정을 야기하고 있다. 미사일방어망 구상의 추진 과정 및

영향에 대한 상세한 논의는 http://www.peacekorea.org ‘MD/미사일’ 참조.

3) 동북아 역내 국가들인 미국, 중국, 일본, 한국의 군비 증강은 세계에서 가장 두드

러진 현상이다(SIPRI, 2007, 8장).

4) 미중간 무역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고 중국의 군비 증강과 미국의 미사일방어망 체

계 구축이 대립한다면, 미중 갈등이 심화되어 한반도와 대만해협의 안정을 위협할 가

능성이 높다. 이삼성은 근대 이후 동아시아 국제질서를 대분단체제로 보고, 이 체제

가 탈냉전 이후에도 중국대륙과 미일동맹 사이의 갈등으로 계속되고 있다고 본다(이

삼성, 2007).

5) 김대중 정부가 추진한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과 대북포용정책 사이의 부조화에

대해서는 박순성(1999) 참조.

6) 한·미 FTA 추진으로 한미동맹은 군사동맹에서 포괄적 동맹으로 전환되기 시작

했다. 불균등한 한미관계에서 포괄적 동맹으로의 전환은 한국의 경제주권을 포함한

포괄적 안보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동북아 세력불균형의 심화를 통해 동북아 지역협

력의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7) 중간국가란 영어의 middle power에 대응하는 용어이다. middle power의 우리

말 번역은 ‘중급국가’, ‘중견국가’, ‘중간국가’ 등으로 통일되어 있지 않다. 여기에서는

이 용어의 의미를 국가간 위계나 발전 수준으로만 한정하지 않고, 한 국가가 지정학

적으로 중간의 위치에 있으면서 개념적·실천적 양 측면에서 유연성과 창조성을 갖

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중간국가’로 부르기로 한다.

8) 대통령의 임기를 고려하여 정책 추진의 기간을 5년으로 설정하였지만, 평화협력

정책 구상에서 실질적인 정책 추진 기간은 정책 과제의 성격과 한반도 외교·안보 상

황의 진전을 고려하여 대체로 10년 정도까지를 염두에 두었다고 할 수 있다.

9) 현 정부에서 다자안보협력은 구두선에 그치고 있고 실제는 「국방개혁 2020」 및 「국방개혁기본법」 제정에서 보듯이 절대안보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북한

위협론에 이어 미국발 중국위협론에 사실상 동조하면서 국방비 증액을 호도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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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동향과 전망 71호

다. 이같은 ‘군 현대화’ 작업은 미국의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

연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런 식의 군비 증강은 중간국가로서의 한국의 위상과 능

력을 무시하는 처사일 뿐 아니라 동북아 군비 경쟁을 가속화하여, 결국은 한반도 평

화체제 구축 및 동북아 안보협력을 저해할 우려가 높다.

10) 평화국가론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에 의해 공식 제기되었는데(2006. 8. 10),

이는 부시 미 행정부의 군사주의적 외교·안보 정책과 북핵실험을 배경으로 하고 있

지만 한국 시민사회운동진영의 평화운동이 운동에 그치지 않고 대안적 국가상 수립

단계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1) 평화국가의 기본 원칙은 세 가지이다. ① 평화국가는 정당한 방법을 통해 물리적

폭력수단의 적정규모화 및 최소화를 추구한다. ② 평화국가는 평화외교와 윤리외교

를 지향한다. ③ 평화국가는 정치경제적인 측면에서 구조적 폭력이 제거된 적극적

평화를 지향하는 축적체제에 기초한다(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2006: 31-32). 정

의로운 평화(Just Peace)는 분쟁 예방과 함께 지속가능한 발전전략에 입각한 사회경

제적 모순의 해결을 동반할 때 이루어진다.

12)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기존 정전체제 관리 유지기구인 군사정전위원회, 중립국

감독위원회, 유엔사령부는 해체되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관리는 평화협정 체결 직후

에는 관련 당사국과 국제사회가 참여하는 기구가 담당할 수 있겠지만, 평화체제의 공

고화 단계에 상응하여 남북한이 직접 담당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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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연구

중간국가의 평화외교 구상: 한국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전환과 과제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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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연구

중간국가의 평화외교 구상: 한국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전환과 과제  187

초록

중간국가의 평화외교 구상:

한국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전환과 과제

서보혁·박순성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야기하던 북핵문제는 2·13 합의에 기초해서 점

차 해결되어 가고 있으며, 북미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가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이처럼 한반도에서 냉전구조 해체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남북

관계도 ‘통일을 향한 평화체제’의 단계로까지 나아가야 한다. 한국이 통일을

향한 평화체제를 주도적으로 형성하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에 바탕을 둔 냉전

적 외교·안보 정책이 아니라 ‘중간국가의 평화외교 구상’에 바탕을 둔 통

일·외교·안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진전과 국제적 지위의

상승으로 중간국가의 지위에 도달한 한국은 이제 한반도 냉전체제 해체와 동

북아 지역협력의 동시 추진을 통해 평화통일을 이루어나가야 한다. 중간국가

평화외교 구상의 한국판이라고 할 평화협력정책의 4대 기본 방향은 통일지

향적 평화체제 수립, 탈동맹 선린외교·다자협력 추진, 인간안보에 기초한

국제협력, 그리고 민주적 평화국가의 확립이다. 평화협력정책의 10대 정책

과제는 북한의 개혁개방 지원, 남북한 군비통제, 남북연합단계의 준비, 비핵

화와 평화체제의 병행추진, 21세기형 동맹으로의 발전, 동북아 다자안보협력

의 확대, 합리적 수준의 군사력 유지, 미래지향적 균형외교의 전개, 유엔 중

심의 국제협력 강화, 평화외교의 제도적 기반 확립이다.

주제어 평화협력정책, 중간국가, 통일·외교·안보 정책, 한반도 평화·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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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동향과 전망 71호

Abstract

Transformation of Korean Policy on Reunification, Diplomacy and Security, and Its Tasks

Bohyuk Suh

Sun Song Park

Since the continuous talks on the North Korean nuclear issue has been

gradually resolving the tension on the Korean Peninsula based on the

February 13 Agreement, the concerned parties began to discuss about

the normalization between North Korea and the United States and a

peace regime on the peninsula. If the Cold War system is melted

smoothly, the two Korea’s relations should also proceed into the stage

of ‘peace regime toward reunification.’ South Korea needs to promote

policy on reunification, diplomacy and security based on ‘the plan for

peace diplomacy of middle power,’ ― not based on the viewpoint of

absolute security and Korea-US military alliance in the Cold War ―

in order to lead to the building of unification-oriented peace regime

on the peninsula. South Korea, therefore, which stands at the position

of middle power by the advancement in democratization and interna-

tional status, has to drive the road to peace and reunification through

proceeding the dismantlement of Cold War structure and promoting

regional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The four directions of Peace

and Cooperation Policy, which can be said a version of ‘the plan for

peace diplomacy of middle power,’ are as below: ① The establish-

ment of unification-oriented peace regime; ② A good-neighbor di-

plomacy and multilateral cooperation growing out of military alliance

in NEA; ③ International cooperation based on the conception of hu-

man security; ④ The establishment of democratic polity for peace. In

accordance with the directions, ten tasks of Peace and Coope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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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연구

중간국가의 평화외교 구상: 한국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전환과 과제  189

Policy can be proposed as follows: ① Support of North Korea’s reform

and open door policy; ② Arms control between North and South Korea;

③ Preparation for North-South Confederation; ④ Simultaneous driving

for denuclearization and peace 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⑤ Development of a 21st alliance; ⑥ Broadening multilateral

security and cooperation in NEA; ⑦ Maintaining of rational military

force; ⑧ Future-oriented balance diplomacy; ⑨ UN-centered interna-

tional cooperation; ⑩ The establishment of institutional foundation for

peace diplomacy.

Key words  Middle Power, Peace and Cooperation Policy, Policy on

Reunification, Diplomacy and Security, Peace and Reunification on the Korean

Peninsu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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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동향과 전망 71호

해설

국민연금법 개정안 평가 및 연금정치

오건호❉ 민주노동당 정책전문위원

1. 시작하며

지난 7월 3일 국민연금법 개정안과 기초노령연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2003년부터 4년 동안 벌인 논란이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국

민연금법은 개정되었지만 국민연금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닌 듯 하다.

국회 통과과정에서 가입자단체들이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하였듯이, 국

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그대로 존재하고 있으며, 국민연금의 재정 특성

상 앞으로도 후세대 부담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

큼 지난 연금개혁 논의과정을 정리하고 함의를 찾아내는 작업이 중요

하다. 이 글은 국민연금 개정안의 내용을 정리하고 개정과정에서 들어

난 각 정치세력의 활동을 평가하는 시론적인 글이다.1)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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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법 개정안 평가 및 연금정치  191

2. 국민연금 개정의 양대 쟁점 : 재정안정화와 사각지대 해소

1) 국민연금 개정의 쟁점들

국민연금은 1988년 도입 당시 보험료율 3%, 급여율 70%로 가입자에

게 매우 우호적으로 설계되었다. 이후 보험료율은 단계적으로 올라

9%로, 급여율은 60%로 낮아졌으나, 국민연금은 여전히 장래 보험료

수입과 급여 지출 간 재정 불균형이 존재하는 ‘잠재부채’ 연금이다.2)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고자 제도 도입 10년 후인 1998년 국민연금법에

재정안정화 조항이 마련되었다. 정부는 5년마다 국민연금의 장기재정

을 추계하고, 이에 근거하여 국민연금 제도 전반을 개편해야 한다. 그

래서 법개정 5년째인 2003년은 국민연금법에 의해 처음으로 재정추계

와 제도조정을 해야 하는 해였다. 이에 노무현 정부는 국민연금 재정

을 계산하고 그 결과를 반영하여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국민연금법 개정에서 제기된 핵심 쟁점은 ‘재정안정화’와 ‘사각지대 해

소’로 요약된다. 재정안정화는 현세대와 미래세대 간 연금재정 부담 형

평성 문제를 완화하는 일이고, 사각지대 해소는 현세대 중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해 향후 연금을 받을 수 없는 노후빈곤계층을 지원하는 일

이다. 처음에는 재정안정화가 국민연금 개정의 핵심 목적이었으나, 한

나라당, 민주노동당이 기초연금을 공론화하면서 사각지대 문제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3)

이외에도 국민연금의 여러 제도 틈새를 보완하고 국민연금기금 운용체

계를 개편하는 것도 주요한 과제였다. 2004년 안티국민연금 사태에서

확인되듯이, 국민연금제도 자체에 불합리한 요소가 남아 있었는데, 이

것들은 정치권 내부에 큰 이견없이 받아들여져 다음 <표 1>과 같이 이

번에 개정되었다. 한편 국민연금기금 운용체계 개편 문제는 정부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도 관심을 둔 사안이었지만 국민연금 제도 쟁점에 밀

려 논의 테이블에서 밀려났다가 최근 다시 부상 중에 있다(오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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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동향과 전망 71호

<표 1> 국민연금 제도 틈새 보완 내용

기존 개정

군 크레딧 없음 6개월 평균소득 1/2 인정

출산크레딧 없음

2인 12개월

3인 18개월

최장 50개월 (평균소득)

분할연금 재혼 시 불인정 재혼 시 인정

중복급여 금지 유족연금 2/10 인정

장애 판정 완치 2년 이후 완치 18개월 이후

<표 2> 국민연금 개혁안 비교: 재정안정화 및 사각지대 해소 쟁점

정부여당(2003)

정부여당(2006)

한나라당(2004)

민주노동당(2006)

국회 통과(2007)

재정

안정화

(국민연금)

급여율 50% 40% 20% 40% 40%

보험료율 15.9%(2030) 13%(2030) 7%(2006) 9% 유지 9% 유지

사각

지대

해소

(기초연금)

급여율 - 7∼10만 원9%(2006)

→ 20%(2028)

5%(2008)

→ 15%(2028)

5%(2008)→

10%(2028)

도입 첫해

비용-

2조 7천 억

(2007)

9조 5천 억

(2006)

3조 7천 억

(2008)

지급대상 - 노인 60%노인 80∼100%

장애 3급 이상

노인 80%

장애 3급 이상

노인

60%(2008)

70%(2009)

필요재정

(2030년)- GDP 0.3% GDP 5.5% GDP 2.9%

2006a; 보건복지부 2007a).

이 글은 이번 국민연금법 개정에서 핵심 주제였던 재정안정화와 사각지

대 해소 문제를 중심으로 개정안을 평가하고 이 과정에서 드러난 연금

정치의 의미를 정리할 것이다. 양 쟁점에 대한 종합적인 정리는 <표 2>

를 참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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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법 개정안 평가 및 연금정치  193

2) 쟁점 1 : 후세대 부담 완화를 위한 재정안정화

현행 국민연금은 연금수리적으로 사보험에 비해 월등하게 가입자에게

유리하다. 일반적으로 사보험 가입자가 얻는 수익비(총급여액/총보혐

료액)가 0.8 수준인 데 반해, 국민연금은 2.4 수준이다. 만약 가입자가

노동자라면 본인부담 보험료대비 수익비는 4.8로 껑충 뛴다(오건호b,

2006, 60∼66). 이것은 현재 가입자 세대의 입장에선 큰 수혜이지만

미래 후세대 입장에선 불공평한 일이라 여길 수 있다. 그래서 정부는

후세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하여 ‘더 내고 덜 받는’ 재정안정화 개정 작

업에 착수하였다.

정부는 2002년 정부부처, 전문가, 가입자단체가 참여하는 ‘국민연금발

전위원회’를 구성하여 국민연금 재정안정화 시안을 마련하였고, 이것

을 기초로 2003년 하반기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당

시 개정안은 현행대로 국민연금을 유지할 경우 2047년에 기금이 고갈

되기 때문에 급여율은 2008년까지 50%로 낮추고 보험료율은 2030년

까지 15.9%로 인상하자는 안이었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도 기초연금 도입을 조건으로 국민연금의 급여

율을 인하하는 재정안정화 방안을 내놓았다. 한나라당안은 ‘급여율

20%, 보험료율 7%’라는 다소 파격적인 것이었다. 국민들의 보험료에

대한 불만을 감안하여 보험료율을 인하했지만 대신 급여율이 1/3으로

줄어드는 것이었다. 민주노동당은 국민연금 급여율을 단계적으로

40%(2023년)까지 인하하고, 보험료율은 현행 9%를 유지하자고 제안

했다. 결국 정부여당,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모두 급여율을 일부 인하

하여 국민연금의 재정안정을 추구하였고, 보험료율 인상에 대해선 국

민들의 정서를 고려하여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2006년 하반기부터 각 정당은 재정안정화 방안을 두고 매 임시회기 때

마다 절충을 벌여갔다. 이 과정에서 2006년 11월에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간 정책공조가 이루어지고, 2007년 4월에는 한나라당과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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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동향과 전망 71호

주노동당이 공동수정안을 발의하는 등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7월 임시

국회에서 보험료율은 현행 9%로 유지하되 급여율은 현행 60%를 2028

년까지 40%로 인하하는 안으로 의결되었다.

3) 쟁점 2 :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기초연금 도입

현재 많은 서민들이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약 2,400만 명의

경제활동인구 중 1천만 명이 보험료를 내지 못해 나중에 국민연금을

사실상 받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이처럼 국민연금은 가입자에겐 높은

수익비의 급여를 선사하지만, 미가입자나 미납부자에겐 아무런 혜택이

없다는 점에서 냉혹한 제도이기도 하다. 후자의 사람들은 노동시장에

서 열악한 지위에 있는 비정규노동자, 영세자영자들로서, 젊었을 때 노

동시장의 양극화를 겪고 늙어서는 연금수혜의 양극화를 감수해야 하는

처지에 몰려 있다.

지난 4년간 국민연금 논란의 최대 성과는 사각지대를 발견하고 그 대안

을 모색하기 시작한 점이다. 국민연금 가입자의 이해관계에 한정된 급

여율/보험료율 조정 문제만 다루던 연금개정안이 사각지대 문제를 통해

공적연금 논의에서 필수적인 사회연대성을 논의할 수 있게 되었다.

애초 기초연금 도입은 국민연금 논란 초기인 2003년부터 민주노총, 한

나라당이 한목소리로 주장해왔고, 2004년 총선에서도 양 당 모두 공약

으로 제안했다. 그러나 당시는 기초연금 주장이 원론적 수준에 머물렀

고, 도입에 소요되는 천문학적 재원 방안도 분명치 않아, 국민연금 논

란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정치적 공세 정도로 이해되었다.

그러나 2004년 9월 한나라당이 기초연금 도입 방안을 공개하고 12월

에 이를 반영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기초연금 논

란은 실제 상황으로 전환되었다. 한나라당안은 2006년에 9% 급여율

로 시작하여 2028년에 20%에 도달하는 매우 급진적인 방안이고, 민주

노동당안은 2006년에 약 80%의 노인에게 2008년 5% 급여로 시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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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법 개정안 평가 및 연금정치  195

여 2028년에 15%를 지급하는 방안이었다.

기초연금은 막대한 재정이 수반되는 제도이다. 한나라당의 기초연금

은 2006년 도입 첫해에만 9조 3천억 원이 소요되고, 2030년에는 필요

재정이 GDP 5.5%에 이른다(보건복지부, 2006). 그래서 기초연금법

을 발의한 한나라당과 정부여당 사이에서 실질적인 논의 없이 한동안

평행선만 이어져 왔다.

2006년 10월 민주노동당이 도입 첫해 급여율을 5%로 낮추어 입구 수

위를 현실화하는 다소 유연한 기초연금을 제안하면서 논의가 활성화되

기 시작했다. 당시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은 자신의 기초노령연금 방

안과 크게 차이가 났지만, 초기 도입 재원이 비슷하다는 이유에서 민주

노동당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면서 논의의 물꼬가 트인 것이다.4)

3. 국민연금 개정안의 내용과 평가

1) 국민연금법, 기초노령연금법 개정안 내용

국민연금법안과 기초노령연금법안은 2006년 11월부터 국회에서 혼미

한 논란을 거쳐 올해 7월에 최종 의결되었다. 이 과정에서 보건복지위

원회를 통과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되고, 이어 기초

연금을 주장하는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 정책공조를 벌이는 등 우여

곡절을 거쳤으나 결국 정부와 한나라당이 합의한 대로 통과되었다.

우선 국민연금 재정안정화는 정부가 애초 의도한대로 개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비록 보험료율이 현행 9%로 유지되지만, 급여율이 2008년에

바로 50%로 인하되고, 이후 단계적으로 2028년까지 40%로 낮아진다.

그 결과 국민연금의 재정소진년도는 현행 2047년에서 2060년으로 연

장된다. 2003년 정부가 처음 개정안을 만들었을 때 목표로 설정한

2070년에는 미치지 못하였지만, 소진년도를 뒤로 미루었다는 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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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동향과 전망 71호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국민연금 개정에 따라 가입자가 절대적 기준에서 손해를 보

는 것은 아니다. 급여율이 낮아졌음에도 국민연금의 수정적립방식, 즉

후세대에게 일부 연금지급 재정을 의지하는 방식은 유지된다. 기존 국

민연금의 평균 수익비가 2.4가 개정 결과 1.7로 낮아질 뿐이다(보건복

지부, 2007b). 여전히 현 가입자들은 0.7만큼의 재정을 후세대에게 안

겨주고 있는 셈이다.

기초노령연금은 2008년에 급여율 5%(약 9만 원)로 시작하여 20년 후

인 2028년에 10%까지 상향하는 것으로 확정되었다. 지급대상 범위는

논란을 거듭하다 2008년에는 65세 노인의 60%, 2007년에 70%로 정

해졌다. 애초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기초연금안에 포함되었던 장애

기초연금은 최종 통과안에 반영되지 못했다.

2) 국회 의결된 연금법 평가

국민연금법이 개정되는 날, 참여연대, 민주노총, 여성연합 등 가입자단

체들은 국민연금이 용돈연금에 불과하게 되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연금제도정상화를위한연대회의, 2007). 그런데 애초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이 함께 만들어 국회에 제출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이번에

의결된 내용과 동일하다는 점에서 가입자단체의 비판은 다소 이외일

수 있다.

이번 국민연금법 개정 내용에 대해 평가가 계층별로 다를 수밖에 없다.

국회를 통과한 기초노령연금에 대하여 다수 언론들은 국가재정 능력을

감안하지 않은 선심성 제도라고, 가입자단체들은 급여율이 충분치 않

은 생색내기 연금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연금이 지닌 사회연대성을 기

본 원칙으로 삼아, 이번 개정안에 대한 필자의 평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민연금법 개정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으로, 정부, 언론, 심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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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법 개정안 평가 및 연금정치  197

가입자단체까지도 급여율 인하를 꼽고 있다. 한편에선 국민연금의 재

정안정화를 일부 달성했다는 긍정적 의미에서, 다른 한편에선 국민연

금이 용돈연금으로 전락했다는 부정적 의미에서 급여율 인하를 강조한

다. 하지만 이번 급여율 인하는 민주노동당이 애초 국회에 제출했던

국민연금법 개정안 내용과 동일하고, 특히 올해 4월 민주노동당, 가입

자단체들이 한나라당과 공동수정안을 만들면서 동의했던 내용이었다

는 점에서 가입자단체들의 평가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필자는 이번

국민연금 개정안의 핵심 문제는 급여율 인하보다는 이를 보전하지 못

한 불충분한 기초노령연금에 두어져야 한다고 판단한다.5)

둘째, 국민연금 재정안정화가 보험료율은 동결하고 급여율을 인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은 정책적 논의라기보다는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은 서구 공적연금에 비해 상당

히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국민연금 급여율은 가능한 유지하여 노후

생활을 지원하고, 젊었을 때 보험료율을 더 내도록 개정하는 것이 공적

연금 취지에 부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보험

료에 대한 저항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상황에서 정치권은 보험료율을

인상하지 않고 대신 급여율을 인하하는 우회로를 택했다. 그 결과 재

정안정화 개정 논란에서 가장 큰 실리는 보험료 절반을 부담하는 경영

계가 차지했다.

셋째, 기초노령연금이 금액이 아니라 급여율로 도입된 것은 우리나라

연금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정부가 애초 기초노령연금을 금

액으로 정한 이유는 기초노령연금을 공공부조로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초노령연금 급여액수가 국민연금 평균가입자 소득과 연동한

급여율로 정해지고, 이후 상향될 예정이어서 기초노령연금은 공공부조

보다는 공적연금의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

한편 이번 기초노령연금 도입과정에서 여전히 불명확하게 처리되어 향

후 논란의 소지로 남은 쟁점들도 주목해 보아야 한다.

첫째, 기초노령연금법은 목표급여율을 10%로 명시만 했을 뿐, 상향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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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동향과 전망 71호

법에 대해선 후속과제로 남겼다. 즉, 재정 부담을 이유로 향후 일정기

간 급여율이 5%로 그대로 유지될 수도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둘째, 기초노령연금 지급대상 범위가 애매하다. 지급대상이 2008년 노

인의 60%, 2009년 70%로 명시되어 있지만, 이것이 2010년 이후에도

적용되는 지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하다. 정부는 공개적으로 2010년 이

후 지급대상 범위는 확정된 것이 아니라며 향후 국민연금 수급자가 늘

어나는 것에 맞추어 기초노령연금 수급자 범위를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셋째, 기초노령연금법 심의 시 논란이 되었던 장애기초연금은 끝내 포

함되지 않았다. 장애인은 연령과 무관하게 생계 어려움을 지니고 있기

에, 중증장애인에게 기초연금이 지급되는 게 옳다. 국회는 보건복지위

는 부대결의에서 ‘중증장애인을 위한 사회보장 강화를 위한 법률안을

조속한 시일 내에 따른 마련한다’로 생색을 내며 장애기초연금 도입을

사실상 피해갔다.

4. 한국의 연금정치 함의

이번 국민연금법 개정과정에서 드러난 한국의 연금정치는 매우 독특하

다. 한국에서 국민연금을 둘러싼 불신이 워낙 강하다 보니, 각 세력들

이 내세운 연금정책들이 시류에 따라 손쉽게 바뀌었다. 이번 국민연금

법 개정과정에서 보인 연금정치의 특징을 간단히 살펴보겠다.

첫째,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국민연금 재정안정화라는 목표를 부분적으

로 달성하였다. 하지만 지난 4년간 연금개혁 논의를 주도하지 못하고

한나라당에 끌려 다녔으며, 기초노령연금도 야당의 요구에 떠밀려 수

용했다. 게다가 재정안정화 개혁을 위해 ‘미래 연금 고갈, 하루 연금부

채 800억 원 등’ 지나치게 연금불신을 조장하는 우를 범하였다. 당장

내년이 다시 국민연금제도 개정 5년차 해여서 연금개정 논의가 이루어

질 것을 감안하면 무책임한 정부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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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법 개정안 평가 및 연금정치  199

(유시민, 2006).6)

둘째, 한나라당은 연금정치에서 가장 정치적 성과를 거둔 세력이다. 한

나라당은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7%로 인하하고, 기초연금 급여율은

20%로 높게 주장하면서 연금논의에 개입했다. 보험료에 불만을 가진

가입자계층에게 보험료 인하를, 노후가 불안한 노인에게는 기초연금을

제공하겠다는 맞춤형 전략이다. 이것이 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국민연

금 급여가 1/3으로 대폭 줄어들더라도, 그리고 재정 방안 없이 기초연

금을 주장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한국의 정치 지형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셋째, 민주노동당은 소수정당으로 연금개혁 논의에서 제한적이나마 독

자적 목소리를 확보하였다. 민주노동당은 일찍이 기초연금을 주장해

왔으나 2004년 한나라당이 기초연금법안을 발의하면서 의제를 선점당

했다. 이후 2006년부터 독자적 기초연금안을 마련하고 의회에서 정부,

열린우리당, 한나라당과 전술적 정책공조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

대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사학

법 개정안과 빅딜하여 처리함에 따라 민주노동당은 결국 ‘개악 반대’로

활동을 마무리해야 했다.

넷째, 참여연대, 민주노총, 여성연합, 경실련 등 가입자단체들은 국민

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근거로 국민연금법 개정과정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국민연금 급여율 인하 규탄

에 집중하느라 사각지대 해소에 획기적인 의미를 지니는 기초노령연금

의 성과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하고, 스스로를 ‘반대세력’으로만

귀결시키는 한계를 보였다.

다섯째, 각 정치세력들이 나름의 연금정치를 펼쳤지만, 정작 국민연금

의 주인인 가입자 개인들은 연금정치에서 소외되었다. 이들은 국민연

금에 대한 불신을 이유로 즉자적인 반대에 머물렀고, 정치권이나 가입

자단체 역시 이것을 정치적으로 활용할 뿐이었다. 그 결과 서구에서

보이는 대중적 연금정치는 형성되지 못하고, 국회내 ‘상층’ 연금정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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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동향과 전망 71호

이 행해졌다. 아직도 국민연금과 국민 사이엔 큰 강이 놓여 있는 셈이

고, 이것이 향후 국민연금 개혁 논의에서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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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법 개정안 평가 및 연금정치  201

주석

1) 이번 연금법 개정에서 다루어진 법안은 국민연금법과 기초노령연금법이다. 전자

는 개정안이고, 후자는 제정 후 3개월 만에 다시 개정되었다. 이 글에서 국회 심의과

정을 언급할 때는 양 법안을 총칭하여 국민연금법이라고 표현하겠다.

2) 연금수리 분석 상 급여율 60%해당하는 보험료율 수준은 약 20%이다.

3) 사각지대 해소대책으로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기초노령연금, 한나라당과 민주노

동당은 기초연금을 주장했다. 이 글에서도 정부, 열린우리당의 방안을 이야기할 때

는 기초노령연금,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의 방안을 이야기할 때는 기초연금으로 용

어를 구분하여 사용하겠지만, 연금개정 논의가 진행됨에 따라 용어의 차이는 큰 의미

를 가지지 않게 된다.

4) 민주노동당 기초연금안의 첫 해 급여율 5% 금액은 8만 3천 원으로서, 유시민장관

이 제안한 기초노령연금 7∼10만 원과 비슷했다. 여기서 문제는 기준을 급여율로 할

것인가 금액으로 할 것인가 였다. 여당의 기초노령연금은 금액으로 설정된 까닭에

향후 물가상승율만큼 금액을 자동인상하여도 평균소득과 대비하면 그 비중(급여율)

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이후 물가상승율이 연 3%이고, 소득상승율이 6%

라고 가정하면 기초노령연금 급여율은 2030년 즈음에 평균소득 대비 2%대에 불과

하게 된다. 이에 민주노동당이 정부여당의 기초노령연금이 초기는 생색을 내지만 점차

소멸하는 제도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논란끝에 정부여당이 이를 받아들여 초기 도입기

준액을 금액이 아니라 급여율로 수정하면서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정부의 이러한 입

장 변화는 경제부처의 심각한 반발을 국무총리가 무마시키는 난관을 거친 결과다.

5) 2007년 4월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노동당과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 민주당 등의

연금개정안 표결 상정에 대항하여 공동의 수정안을 맞상정하였다(한나라당·민주

노동당, 2007). 이때 양 당은 기초연금을 향후 2018년에 10%에 도달한다는 것을 전

제로, 국민연금 급여율을 40%로 인하하는 것에 동의하였다(보험료율은 9% 유지).

6) 필자가 판단하기에, 기금고갈은 수정적립방식에서 가상으로만 존재하는 가정일

뿐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수정적립방식 제도로서 재정시뮬레이션에 의하면 재

정추계 최종년에 기금이 고갈되지만, 5년 주기 재정조정으로 끊임없이 기금 고갈이

뒤로 미루어질 개연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필요보험료율이 일정 수준까지 인상되므

로 현재 높게 책정되어 있는 고수익비도 점차 완화될 것이다(오건호, 2006c,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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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동향과 전망 71호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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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2007b). 복지위 법안소위 의결내용(2007. 6).

연금제도정상화를위한연대회의(2007). 국민 배제하고 정치야합으로 통과된 용돈연

금법은 원천무효(2007. 7. 3).

오건호(2006a). 국민연금기금 운용체계 개편 논란, 쟁점과 대안. PPI 리포트. 민주

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

오건호(2006b). ꡔ국민연금, 공공의 적인가 사회연대 임금인가ꡕ. 서울: 책세상.

오건호(2006c). 국민연금 문제점 진단 및 공공적 개혁 방안(사회연대연금노조 보고

서. 2006. 8. 14).

유시민(2006).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국민보고서(2007. 11. 3).

한나라당·민주노동당(2007). 보도자료: 한나라당·민주노동당 국민연금법 재공

동발의(2007.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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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법 개정안 평가 및 연금정치  203

초록

국민연금법 개정안 평가 및 연금정치

오건호

2003년부터 논란을 거듭하던 국민연금법 개정이 마무리되었다. 정부가 애초

설정했던 재정안정화 목표가 상당히 달성되고, 기초노령연금이 부분적으로

도입되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깊어지고

여기에 기댄 정치권의 부정적인 연금정치가 행해졌다. 정부는 재정안정화를

위하여 과도한 미래 재정불안을 부추겼고, 한나라당은 연금의 기본 취지를

부정하는 파퓰리즘적 연금정치를 펼쳤으며, 민주노동당이나 가입자단체 역

시 국민들의 연금 불신 정서를 넘어서지 못하였다. 국민연금이 수정적립방식

으로 설계되어 5년마다 재정안정화 연금개혁 논의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연금 논의과정에서 드러난 연금정치에 대한 진지한 성찰

이 필요하다.

주제어 국민연금, 기초노령연금, 연금정치, 재정안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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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  동향과 전망 71호

Abstract

A Review on the National Pension Reform Bill and Pension Politics in Korea

Keon-Ho Oh

The National Pension Refrom Bill passed the National Assembly, after

it was proposed by the Government 4 years ago. The Government has

partly achieved the financial stabilization of national pension and in-

troduced the low-level basic pension to support the aged. However

people’s distrust of National Pension has deepened due to the neg-

ative pension politics of the political parties including the NGOs. as

well as the government. As the next reform round of Nation Pension

be followed every 5 years, it must be important to reflect the im-

plications of pension politics appeared in the process of the National

Pension Bill reform.

Key words Naitonal Pension, Pension Politics, Basic Pen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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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한국경제의 금융화에 관한 현상분석: 구조조정, 한·미 FTA, 자본시장통합법  205

일반논문

한국경제의 금융화에 관한 현상분석:

구조조정, 한·미 FTA, 자본시장통합법❉

유철규❉❉

성공회대학교 부교수(경제학)

1. 문제제기

세계경제의 움직임이 획기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포착하기

위해 다양한 용어들이 언론에 의해 개발되고 있다. ‘신자본주의(The

New Capitalism, The Financial Times, 2007. 6. 19)’나 ‘신길드시대

(The New Gilded Age, The New York Times, 2007. 7. 15)’와 같

은 용어들인데, 전자는 1986년 10월에 있었던 영국의 자본시장개혁을

지칭하는 금융 빅뱅(Big Bang)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금융자산과

거래 규모가 급팽창하고, 세계적으로 인수·합병(M&A)이 촉진되면서

자본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현상을 지칭하고, 후자는 1990년대 초 미

국에서 석유·철강자본의 영향력이 확대되던 시기를 연상하면서 오늘

날 탈규제화된 시장에서 기업의 이익이 급증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본

가와 경영자의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현상을 포

❉ 본 연구는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연구비 지원(KRF-2004-074-BS0008)을 받아 수행

중이다. 논문의 요지는 한국사회포럼 2007(2007. 7. 7)에서 발표되었다. 심사와 토론을 해

주신 네 분께 감사드린다.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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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동향과 전망 71호

착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주식가격의 급등을 계기로 이전에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

의 변화를 지칭하던 주주자본주의라는 용어에 더해 ‘주식자본주의 시

대’, ‘자산시장 주도 자본주의의 신시대’ 등과 같은 표현이 금융시장과

언론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가계의 자산구성이 전통적

인 부동산과 예금자산으로부터 주식과 채권 등의 투자 금융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거나 이동해야 한다는 식의 논의에 바탕을 두고 투자와

자산구성의 패러다임 변화 여부가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외환위기와 이후의 구조조정과정을 거쳐 한국경제에서 진행되고 있는

변화들, 즉 금융개방과 규제완화, 금융시장의 자금 조달에 의존하는 민

자유치방식의 확대, 주식시장의 빠른 팽창,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와 재

벌의 사회적·정치적 영향력 확대, 산업구조상 서비스업의 상대적 정

체와 전통 중화학 공업의 재강화, 임금소득(혹은 노동계급)의 상대

적·절대적 지위약화 등과 같은 변화들을 묶어 무엇이라고 개념화할

수 있는가는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어서 논쟁의 대상이다. 개방과 세

계화가 금융부문에서 주도되었다는 점을 반영하여 일반적으로 가장 많

이 쓰였던 용어가 ‘금융화(financialization)’였기 때문에, 이 글에서도

외환위기 이후 기업이 이윤을 획득하는 방식, 추상적으로는 자본축적

의 방식이 금융적 이득의 획득 방식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변화하고 있

다는 점을 강조하여 편의상 이 표현을 사용할 것이다. 금융화라는 개

념이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또 무엇이 관련된 현상을 초래하는지 등

에 관한 많은 논점이 연구자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지만(Froud,

et al., 2002. 참조), 금융화에 관한 개념적 이론적 논의는 이 글의 직

접적 목적은 아니다.

이 글의 목적은 금융화 혹은 금융주도경제의 형성이라는 측면에서 한

국 사회의 구조적 변화에 대한 한 가지 가능한 경로를 시론적으로 전망

해 보려는 것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에 있었던 많은 변화들은 외환위

기와 IMF 구조조정에 대응하는 성격이 강했다고 한다면, 앞으로의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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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한국경제의 금융화에 관한 현상분석: 구조조정, 한·미 FTA, 자본시장통합법  207

화는 그것이 내부화되어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내부화라고 해서

외부의 영향력이 줄어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변화가 외환위기

이후 형성된 국내 계급관계의 변화 속에서 자체 동력을 가지고 움직이

게 된다는 의미이다. 김대중 정부 말기에 금융화 전략으로서 공식적으

로 형태를 갖춘 ‘금융허브론’은 끊임없이 재생산되면서 한·미 FTA와

자산시장통합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으로 보다 구체

화되어 가고 있다.

2절에서는 향후 전망에 있어서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될 한·미 FTA

타결이 갖는 의미를 외환위기와 그 이후의 구조조정과의 관계 속에서

살펴보고, 3절에서는 금융우위의 경제질서 혹은 금융화의 내용을 제시

하면서 그것이 지속될 조건을 부분적으로나마 생각해 본다. 4절에서는

향후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통합된 자산시장이 금융세계화를 우리사회

내에 내재화시키고 정착시키는 데 있어서 어떤 정치·경제적 역할을

할 것인지 살펴본다.

2.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과 한·미 FTA의 의미

14개월에 걸쳐 진행된 협상 끝에 2007년 4월 2일 타결된 한·미 FTA

를 두고 노무현 정부가 왜 그토록 급하게 추진했는가에 관한 많은 의문

이 제기되었다. 관련된 국내 제도의 발전수준이나 정비가 미흡하고, 산

업별 득실과 FTA 효과에 대한 부분적인 사전 연구조차 일관성있는 결

론을 얻지 못하는 등 매우 부실한 상태에서 쫓기듯 이루어 졌기 때문이

다. 2005년경에만 해도 중장기적 과제로 분류되던 사항이 급박한 현안

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이 과정을 정치적인 업적주의의 결과로 이해하

려고 해도 FTA 이후 일시적으로 정치적 지지도가 상승하기도 했으나,

이전까지 최소한 형식적으로는 정치적 긴장관계에 있었던 보수세력과

재계로부터 “모처럼 결단력과 추진력”을 보여준 것이라는 극찬을 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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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동향과 전망 71호

반면, 전통적 지지세력으로부터는 정권이 갖고 있는 성격의 변화를 의

심받게 되었기 때문에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따라서 지금

으로서는 정치적 업적주의로 접근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한·미 FTA 타결이 갖는 경제적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 우선 한·미

FTA가 그간 있어 왔던 한·칠레(2004년 4월 1일 발효), 한·싱가포르

FTA(2004년 4월 1일 발효), 한·아세안 FTA(태국을 제외한 9개국,

2006년 5월 상품분야 타결), 한·유럽자유연합 FTA(EFTA, 스위스 등

4개국, 2006년 9월 1일 발효)와 다른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유

태환(2007, p.310)에 따르면 “칠레, 싱가포르, EFTA와의 FTA 체결은

상대국의 국제경쟁력이나 경제규모뿐만 아니라 개방수준도 한국경제

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한·미 FTA에

대해서는 이런 방식의 판단을 내리기가 대단히 어려운 형편이다. 판단

을 위한 효과 분석 결과 자체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고, 이를 메우기 위

한 정부 차원의 의지도 약했다면 단순히 경제성장과 산업별 득실에 미

치는 효과가 아닌 무언가 다른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

리적이다.

그 내용을 짐작하게 해주는 것이 협상 타결 이후 재정경제부 고위직원

의 인터뷰에서 발견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한국 경

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FTA만 가지고서는 안 된다. 국민

소득 2만, 3만 달러로 가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제도와 관행을 정착시

켜야 한다.” 또 “폐지 혹은 개선되어야 할” 제도로서 금융산업구조개선

법(금산법) 등 “한·미 FTA와 상관없이 모든 경제제도를 대상으로 검

토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ꡔ서울경제신문ꡕ, 2007. 4. 23).

정부(혹은 협정 추진세력)는 경제제도 전반을 영미식 기준으로 전면

개편하는 데 한·미 FTA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FTA 자체에

대한 국회비준 여부도 불확실하고1) 일정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한·미 FTA 후속조치를 위해 정비가 필요한 법령들이 국회에 제

출되어 있는 상황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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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한국경제의 금융화에 관한 현상분석: 구조조정, 한·미 FTA, 자본시장통합법  209

외환위기 이후의 이른바 “기업환경개선대책”이나 “서비스업 활성화대

책”들이 내부적 한계 내에서 추진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한·미 FTA

가 국내적 한계 내에서는 단기적으로 추진되기 어려운 금산법의 폐지

까지 시도할 수 있는 계기를 열어 주고 있다. 따라서 제도 개혁의 측면

에서 한·미 FTA는 기존에 체결된 4건의 FTA나 향후 추진될 EU,

GCC(걸프협력회의), 중국, 일본, ASEAN, 인도, 메르코수르(남미경제

공동체) 등의 FTA 협상들과는 다른 성격을 갖는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이 갖고 있는 주요특징이 이전과 달리 제도와

법률을 고치는 것이라고 한다면 한·미 FTA는 그 연장선상에 서 있으

면서 전면적인 영·미식 제도 개혁의 계기를 만드는 것이고, 이런 측

면에서 한·미 FTA는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의 한 단계 마무리라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런데 향후 한국에서 영·미식 금융우위의 경

제제도를 성립시키기 위해 진행될 금융 빅뱅은 1986년 10월 영국이

그랬던 것처럼 금융산업 내(은행과 증권업간) 장벽을 철폐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는 재벌의 은행업 진출이라는 추가적인 특징을 갖게

될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한·미 FTA가 초래하는 미국식 글로벌스탠

더드로의 제도 개편은 금융산업 내 장벽제거라는 영미식의 의미를 벗

어나 한국에서는 산업자본과 금융산업의 빅뱅이라는 추가적 의미를 갖

고 있는 것이다.

경제제도의 전면적 개편이라는 맥락에서 지난 7월 24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공포안’은 특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법률은 한국을 자산운용업과 같은 금융산업 중심의

경제구조로 재편하겠다는 의도를 세우고 있기 때문에, 은행중심 금융

제도를 자본시장 중심 금융제도로 전환시킨다는 목적에 비추어 볼 때

어떤 경계선을 넘는 계기를 마련한 법률이다. 금융투자회사의 경쟁력

향상, 투자자 보호, 자본시장의 자금공급기능 강화 등 자본시장의 활성

화,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의 정비3)가 이 법의 목적으로

제시되었는데, 증권사 중심의 자본시장을 육성해서 기존에 은행위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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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동향과 전망 71호

짜여져 있던 기존의 금융시장을 재편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구본성,

2006). 금융계에서는 자본시장의 국가전략적 중요성이나 차세대 성장

동력의 육성을 위한 금융시스템의 구축이라는 차원으로까지 그 의의가

강조되고 있다(김형태, 2006). 한편 동법에서 증권회사에 은행의 지급

결제기능이 허용됨으로써 증권회사를 소유한 재벌의 은행업 진출의 길

이 사실상 열리기 시작한 셈이기도 하다. 물론 기존 은행의 소유 및 지

배와 은행업 진출이 서로 다를 수 있지만, 이 법을 계기로 재벌의 은행

업 영위를 막아 왔던 금산분리 원칙을 폐지하기 위한 본격적 움직임이

가시화된 것을 감안하고, 향후 보험업에 관한 대응 법률의 제정까지 고

려한다면 이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지나친 비약만은 아니다.

현재 정부의 공식입장은 한·미 FTA와 자본시장통합법은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이번 자본시장통합법을 포함하는 통합금

융법 전반에 관한 논의는 2003. 3∼2004. 12. 기간에 이미 진행되었

기 때문에4) 올 7월 24일에 공포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

률 공포안’은 한·미 FTA와 독립적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은 은행, 증권, 보험 부문 간의 장벽제거를 포함

하여 개방된 겸업주의 금융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

으며(미한재계회의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ꡔ2005 정책보고서ꡕ 참조),

증권부분에서 이 요구에 부합하는 이번 법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따라서 포괄적으로는 한·미 FTA 금융부문 협상의

일부로 포함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외환위기 이전 1990년대

에 정례적으로 열렸던 한미금융협의회부터 거슬러 올라가 본다면, 최

소한 금융부문에 국한해서 볼 때 한·미 FTA는 양국재계와 관료 간에

상당한 정도의 논의와 합의가 선행하고 있었다.5) 이런 이유로 이번 협

상과정에서 금융부문에 관련된 문제는 부각되지 않았고, ‘이번 협상으

로 인한 금융시장의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정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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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한국경제의 금융화에 관한 현상분석: 구조조정, 한·미 FTA, 자본시장통합법  211

3. 금융우위의 경제 질서와 그 조건

1980년대 이후 자본주의의 변화를 ‘금융화’(financilaization of econ-

omy)라고 개념화하는 연구들이 늘어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

연구들은 대체로 경제체제의 운동에 있어서 금융의 중요성이 커지고

비금융부문에 대한 금융부문의 영향력과 지배력이 커지는 현상에 초점

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6)

그러나 한국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금융화와 관련해서 개념상의

발전이 필요한 부분은 기존연구에서는 금융부문과 비금융부문(특히

제조업)의 축적 방식을 서로 구별되는 것으로서 명확히 구분하거나 대

비시키려는 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자산시장통합법에서

보듯이 현재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금융 빅뱅은 증권사에 은행업무

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그것은 곧 증권사를 계열사로 가지고

있는 재벌에게 은행업을 허용하는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보험업에 대해서도 동일한 규제완화가 예상되고 있으므로 궁극적으로

금산법의 형해화를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본

다면 금융산업의 확대와 지배력 강화라는 측면과 함께 금융업 진출에

따른 비금융산업의 변화가 마찬가지로 중요해 진다. 따라서 미국 비제

조업의 금융관련 활동과 금융이득 추이를 분석해서 비금융기업들이 금

융기업들의 행태에 가깝게 닮아가고 있다는 결론을 얻은 Krippner

(2003, 2005)의 연구가 갖는 의미가 크다. 서구의 경험에 있어서도 금

융세계화 현상을 국경 밖으로 금융기관의 영업활동이 확장되어 가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거꾸로 기존에 초국적 기업의 주류를 이루었던

비금융초국적 기업들의 축적 방식이 금융적 성격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변화하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재벌체제의 비중이 대단히 큰 한국에서는 금융화 현상이 어떻게 나타

나든지 간에 금융부문과 비금융부문의 융합이라는 형태로 나타날 가능

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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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동향과 전망 71호

금융주도 혹은 우위의 경제가 성립한 사례는 영미경제에서 찾아 볼 수

있는데, 특히 미국의 경우 주목되는 현상은 주식시장7)의 지속적 확대

와 주가의 안정적 상승 현상이다. 1987년 10월 19일 검은 월요일

(black monday)에 있었던 주가대폭락 이후8) 1738.74포인트를 기록

했던 주가지수는 최근 13,000대 후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금융

우위 경제가 정착되고 안정화되는 시기인 1990년대 내내 주가지수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상승을 보여준 셈이다. 금융화 현상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금융시장의 팽창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최소한 현재 경제

체제 개혁의 모델인 미국식의 금융주도 경제가 한국에 출현하기 위해

서도 금융시장의 팽창은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1990년대는 곧 신경제(New Economy)라 불리는 시기인

만큼 주가상승을 한두 가지 요인으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나 한국의 최근 주가상승에는 정책적 요인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의 이상 주가 급등이 상당부분 정책의 산

물이라고 볼 수 있다는 점은 이미 다수의 국내외 금융기관이 작성한 투

자 보고서들이 산발적이나마 꾸준히 지적해 온 일이다. 자주 지적되는

정책적 요소로는 부동산 정책(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부의 전면적 규제

강화), 금리정책(정기예금의 세후 실질금리를 사실상 1% 대로 유지),

연기금 정책(국민연금의 본격적인 주식투자 선언과 적립금을 자본시

장에 운용하도록 한 퇴직연금제의 도입), 그리고 한·미 FTA 이후 정

부가 선언했듯이 영미식으로의 전면적 제도개편과 소위 금산법의 폐기

가능성까지 열어 놓은 금융 빅뱅을 위한 정책 분위기 조성 등이 있다.

물론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 정책대로 연기금 운용정책의 변화는 그것

대로 각 정책들은 그 나름대로 독자적인 추진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

러나 주식시장 등 금융시장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재배치 해 본다면 주

식구매력의 확충이라는 정책 목표를 둘러싸고 어떤 일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9)

그렇다면 한국경제에서 주가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상승이 가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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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한국경제의 금융화에 관한 현상분석: 구조조정, 한·미 FTA, 자본시장통합법  213

인가는 미국식 금융주도 경제의 성립이 가능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접

근하는 하나의 통로가 될 것이다. 분명히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에 대

한 노출도가 매우 높고, 그 변동성의 정도도 자주 증폭되어 나타나는

현재로서는 대단히 난망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화 구상이

실제로 실현될 수 있는가 여부와 무관하게 주식시장의 안정적 팽창을

목표로 어떤 일들이 진행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생각해 볼 수 있다. 상

승하는 주가(금융자산)는 기업가치(해당 실물 자산의 가치)의 지속적

증가에 의해 정당화될 수밖에 없다고 보면, 결국 기업가치의 안정적 증

가를 위한 수단을 찾아야 한다. 북한문제와 관련된 지정학적 할인

(discount) 요인이나 중국경제에 의존하는 수출이득 등은 제외하고 경

제 제도적 측면에서 본다면, 주주가치 경영과 함께 생산된 국민소득 중

이윤 몫을 증가시키는 문제와 관련된 제도들이 중요해진다.

주주자본주의의 성립과 관계된 기업가치(주가로 표현된) 증가는 기업

자산에서 무수익 혹은 저수익 자산을 끊임없이 제거해 나가는 과정으

로 나타난다.10) 인수합병(M&A)과 정리해고가 일상화될 수밖에 없는

데, 자본주의의 새로운 특징이 “항상적 구조조정”이라는 것을 지칭한

다. 외환위기 이전의 한국경제를 주기적 구조조정(전통적 경기순환)으

로 특징지우고 위기 이후는 항상적 구조조정으로 그 특징을 잡는다

면,11) 지난 10여 년간 한국사회경제에 일어난 구조조정의 경과를 과거

의 경기변동과 같은 역사적 경험에 바탕을 둔 “주기적 구조조정”의 관

점에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일정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하나의 축적체제를 기대할 수 없고, 축적 방식을 재구축하는 과정만이

지속된다. 즉, 경기불황을 계기로 하는 주기적 구조조정을 통해 하나의

상태(혹은 경제체제)에서 다른 하나의 상태로 옮겨가는 불연속적 과정

이 아니라, 계속되는 구조조정 자체가 하나의 체제적 성격으로 격상되

어 나타나고 있다.

한편,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주요서구 국가의 국민소득(NI)에서 차지

하는 이윤 몫은 2006년 2분기 현재 15.6%에 이르고, 노동소득의 몫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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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동향과 전망 71호

<그림 1> 국민소득의 몫*

* US, Japan, EMU, UK, Canada의 평균

** 노동보상(왼쪽 축), 기업이윤(오른쪽 축)

자료 : Morgan Stanley Resaerch, Roach(2007)에서 인용.

53.7%를 기록했는데 이 수준들은 이윤 몫은 기록적으로 높은 것이고

노동소득의 몫은 기록적으로 낮아진 것이다(Roach, 2007).

각국별 체계적인 노동소득 분배율의 시계열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지

만, 1980년대 초 미국에 신보수주의 정부가 출현하고 일정기간 동안

노동소득 몫의 하락이 나타났다는 점(유철규, 2000)을 고려하면, 2000

년대 들어 나타난 서구의 급격한 노동소득 분배율의 하락은 반복적인

현상의 일환이었을 가능성이 높다.12) 경제성장률을 넘어서는 기업가

치의 증가를 지속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국민소득의 구성이 변경되어야

할 것이라는 추론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한국사회에서 노동소득분배율의 하락과 비정규직

의 증가 등 노동자 상태의 악화 현상이 안정화되면서 현 수준에서 어떤

한계에 도달해 있다는 평가(김유선, 2007)는 유효한 전망이 아닐 수 있

다. 오히려 법인세 인하 등의 다양한 형태를 띠고 총체적인 기업가치 증

가를 위한 압력은 계속 높아질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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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금융화에 관한 현상분석: 구조조정, 한·미 FTA, 자본시장통합법  215

4. 새로운 모순의 형태 : 사회경제적 불안정과 정치적 보수화의 결탁

가능성

금융주도 경제의 형성을 위해 항상적 구조조정의 지속과 반복적인 노

동자 상태의 악화를 전망할 수 있다면, 한국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요

인을 계급갈등의 심화에서 찾는 것은 원칙적으로 여전히 유효할 것이

다. 아래 인용들은 “국내외 소득격차와 빈부격차”나 “계급·계층적 갈

등을 처리”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한국경제의 지속적인 발전 가능

성의 한계를 찾고 있다. 이는 곧 국내의 계급·계층적 갈등을 처리하

는 사회적 합의 기제(mechanism)를 의도적으로 사회적 차원에서 창

출하는 것이 향후 한국경제의 지속 가능성에 중요할 것이라는 점을 지

적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발전에 관한 ‘상식적’ 관념과 노동자(대중)

의 삶의 안정성이라는 관점에서 항상적 불안정과 위험의 체제가 갖고

있는 사회발전의 한계를 보는 것이기도 하다. 금융세계화의 결과인 세

계 경제의 불안정이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거꾸로 위협하고, 각국의 신

자유주의 개혁을 멈추게 할 요인으로 보는 견해도 이와 같은 맥락에 서

있다.

“신자유주의의 형성과 사회적 비용의 외부화의 결과, 실물투자는 크게 억제되고

경제성장은 지체되었으며, 국내외의 소득격차와 빈부격차는 더욱 심화되었다.

이는 자본주의 경제의 안정적인 재생산을 어렵게 함으로써 신자유주의의 지속적

발전을 불가능하게 할 것이다(조원희·조복현, 2005).”

“한국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계급 갈등을 낮은 수준에서

도 조절하지 못하고 쉽사리 위기 상황에 빠져버리는 경제 구조의 취약성은 노동

대중의 이해 관철에 여전히 심대한 장애로 남아 있으며, 이러한 문제는 시장의 논

리가 아닌 의식적인 사회적 노력으로만 보완할 수 있다. ‘자본주의 체제’로서 한

국 경제의 약점은 소유권의 불투명성이나 국가 개입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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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동향과 전망 71호

사적 소유권의 범위와 한계, 그리고 국가 개입으로 표현되는 자본에 대한 사회

적·정치적 통제의 범위와 내용을 둘러싼 계급·계층적 갈등을 처리하는 사회적

합의 기제(mechanism)가 취약하다는 것이다“(유철규, 2002).

그러나 금융화는 스스로를 강화하고, 모순의 표출을 억누르고 그 형태

를 바꿀 수 있는 수단을 동시에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우선 노동소득 분배 몫의 축소는 노동 계급 내 소득 불

균등화(혹은 양극화)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진행되기 때문에, 노동소득

의 불균등 확대로 노동계급의 동질성이 파괴된다. 그리고 그럴수록 자

본소득에 대한 전체노동소득의 분배 악화에 대한 사회적 저항이 무력

화될 수 있다. 계급·계층내부의 물적 조건의 양극화와 이에 기반한

정치, 사회적 갈등이 항상적 구조조정의 체제가 갖고 있는 수명을 연장

시킬 수 있는 것이다.

또 한편 금융시장의 팽창은 사회 내 투자자의 숫자를 증가시키면서 진

행되기 때문에, 액수가 많건 적건 금융자산의 소유자 숫자를 증가시킨

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한국 증권시장의 활동계좌 수가 2007년 7월

말 현재 1,000만 계좌를 넘어 2007년 6월 말 기준 경제활동인구 2,459

만여 명에 대해 39.3%를 차지하고 있다.13) 물론 1인 다 계좌 보유가

가능하므로 실제 주식 투자자의 비중은 이보다 작겠지만 현재 그 숫자

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가계의 금융자산 구성을 보면, 한국(2001년 3월 말 현재)의 경우 위험

금융자산(주식 및 투신) 비중이 6.8%이며, 일본(2002년말)은 8.0%,

독일(2002년말)은 20.1%, 미국(2002년말)은 43%이다. 그리고 한국

은행의 내부자료를 인용한 보도(ꡔ동아일보ꡕ, 2007. 8. 14)에 따르면,

2007년말 기준으로는 개인금융자산구조에서 주식과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한국은 각각 18.7%와 10%, 미국은 42.5%와 9.8%, 일본은

11.8%와 8.4%, 영국은 13%와 3.1%이다.

금융우위의 경제체제는 사회적 불평등을 정당화하고 조장함으로써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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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한국경제의 금융화에 관한 현상분석: 구조조정, 한·미 FTA, 자본시장통합법  217

<표 1> 우리나라 및 주요 선진국 가계의 금융자산구성 비교*

한국 일본 미국 독일

현금 및 예금 59.7 56.2 13.9 36.7

채권 10.2 2.9 10.3 10.8

주식 출자금 6.8 5.9 30.8 8.5

투신 - 2.1 12.2 11.6

보험 및 연금 17.8 29.1 29.7 27.2

기타 5.5 3.8 3.1 5.2

* 각국의 자금순환표를 이용하여 산출하였으며 한국은 2001년 3월말 현재, 주요선진국은 2002년말 현재

기준임

자료 : 한국금융연구원(2004), ꡔ미국·일본·독일의 가계부문 금융자산 보유구조 비교ꡕ, 한국은행

(2004)에서 재인용.

회 구성원의 공동체 의식을 약화시키는 것을 지속성의 조건으로 하는

데, 한국에서도 사회 내 계급, 계층간 이해관계의 차이와 갈등, 그리고

그 액수와 관계없이 투자하는 노동자 숫자의 증가가 항상적 구조조정

이라는 경제 체제적 특징을 유지 강화하는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이다.

Froud 등(2002)에 따라 금융화가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해서 통합된

금융시장이 가계나 개인의 경제적 행동 뿐 아니라 기업 및 국가 부문까

지 규제하여, 주식시장의 신호에 따라 정부 행정의 방향과 규모, 기업

의 투자방향과 크기를 결정할 뿐 아니라 재테크에 매달린 개인들의 소

비패턴과 생활 패턴을 규정하는 것이라면, 금융화에 따라 사회적 부를

기업(자본)에게 이전시키는 조치(예를 들어 법인세 인하)를 정치적으

로 지지하는 유권자의 수는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저소득층의 빈곤해

소를 위한 재원 조달을 지지하는 사회계층의 요구는 정치적으로 관철

하기가 점점 더 쉽지 않게 된다. 노후의 생활이 금융상품의 수익률에

달린 유권자들은 기관투자가나 경영권을 가진 대주주의 견해에 부지불

식 간에 동조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금융시장의 기관투자가와 큰

손들의 손익계산에 부합하지 않는 정책은 재원조달을 위해 추가적인

비용을 치뤄야 하거나 실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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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동향과 전망 71호

이와 함께 적립금을 자본시장에서 운용하도록 되어 있는 퇴직 연금제

나 연기금의 주식투자는 사회 내에 자본시장 친화적인 정치적 보수층

의 수를 급격하게 확장시키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다음 표현은 이미 우리사회에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고 판단할 수 있게 해준다.

“정부의 정책성과는 주가를 보는 게 훨씬 정확하다. … 주식가격은 정책 자체를

평가해서 미리 예측해서 투자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차 발생할 성과를 앞당겨

표현하는 것…”(참여정치평가포럼 2007. 6. 2)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정책에 대해 반대할

수 있는 투자자집단이 사회적 영향력을 얻는 과정은 세계화와 금융화

가 자산시장(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은 ‘부동산 펀드’ 등의 형태로 통

합되고 있다)을 매개로 우리사회에 “내재화”되는 한 가지 중요한 경로

로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항상적 구조조정이라는 축적방식의 지속성

은 이 내재화의 정도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5. 결론

금융화와 관련해서 예상되는 중요한 현상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대

립이나 갈등이 아니라, 오히려 양자 간의 결합이고 또 금융부문에서나

제조업에서나 각각 전통적인 고유한 자본 순환 방식이 모두 변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은 점점 더 옛날의 예금-대출 이자 마진에 덜 의

존하게 될 것이며, 현대자동차는 현대캐피탈과 함께 중국에 간다. 은행

으로 대표되던 금융자본은 더 이상 옛날의 금융자본과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지 않으며, 산업자본이 금융자본과 구별되기 어려운 축적 방식

을 추구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화 현상과 함께 진행되고 있는 노동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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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한국경제의 금융화에 관한 현상분석: 구조조정, 한·미 FTA, 자본시장통합법  219

대한 자본의 우위를 산업자본에 대한 금융자본의 우위라는 차원으로

치환해서 오해한다면, 국민 개개인의 공동의 요구인 삶의 질을 개선하

기 위한 사회개혁운동은 방향을 잡기가 더욱 어려워져 갈 것이다. 예

를 들어 산업과 금융의 구분이 제도적, 현실적으로 강제되고 있는 한에

서만, 시민사회운동에서 투기자본감시운동이나 재벌감시운동이 어느

정도 각자의 독자적인 영역을 가질 수 있을 뿐이다. 기존의 투기자본

감시운동은 외국계 금융자본의 운동이 가져오는 국민경제적 폐해에 주

로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고 보이며, 재벌감시운동은 소액주주운동과

결합하기도 하면서 국내 산업자본의 지배구조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산업자본의 축적방식이 금융자본의 축적 방식과 더 이상 구별되기 어

렵게 결합되고, 영미식 자본시장 제도의 본격적 법제화로 재벌감시운

동의 법률적 기반(금산법이나 공정거래법 등)이 사실상 해체되어 간다

면, 투기자본감시운동과 재벌감시운동의 결합 필요성도 쉽지 않지만

예견해 볼 수 있는 일이다.

경제적 시민운동의 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전망되는 시점에서, 이제 국

민의 사회경제적 삶의 지속적인 불안정과 새로 형성되고 있는 투자자

의식에 기인한 대중의 정치적 보수화의 결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

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 글은 한국에서 아직 실현되지 않은 축적 체제 수준에서의 ‘금융화’

현상을 몇 가지 징후만을 가지고 구성해 본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향

후 연구 과제를 밝혀 둘 필요가 있다. 우선 금융화의 구체적 양상에 관

해 주요 대상국가의 비교연구가 필요하다. 유럽과 일본이 영미형 금융

화의 압력 속에서 어떠한 자본간, 계급간 사회경제적 갈등에 직면하고

있는지, 또 영미사회 내에서는 양극화와 실질임금의 정체 속에서 정치

적으로는 강력한 보수화의 경향이 지속되는 메커니즘이 어떻게 작동하

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연구이다. 이는 한국사회에서 금융화의 압력이

어떤 형태로 관철될 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준거점을 제공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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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  동향과 전망 71호

다음으로 항상적 구조조정이 초래할 수 있는 시장 효율성의 증진과 생

산성 증대의 효과가 한국에서는 어느 정도로 작용할 수 있는지 판단하

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 한국의 금융자산 및 자산시장 팽창은

흥미롭게도 철강, 조선, 기계, 화학 등 전통 제조업의 수익증가를 기반

으로 하고 있다. 이들 제조업은 대부분 수요의 해외의존도가 매우 높

은 상태이며 생산 기반의 해외 이전이 추진되거나 추진될 것으로 예상

된다. 이런 상황에서 자산시장의 팽창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수익과 소득원의 원천에 대한 판단이 중요해진다.

아울러 국내외 자본의 지배적 분파가 암묵적으로 합의하는 구상을 실

현하기 위한 과정이 어떤 조건에서 지속될 수 있는지에 관한 분석은 그

에 저항하는 사회적 세력의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조건의 분석과 함

께 갈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산별노조 등 새로운 형태의 조직운동이

있지만, 그 조합원간 이해관계 등 조직의 물적 조건에 대한 연구는 미

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글은 물적 조건에서 이해관계의 상충을 유

도하고 강화시키는 힘이 작동하는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에, 현실에서

그것이 성립하는지 여부를 연구하는 것이 대안적 사회발전전략의 발견

을 위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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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한국경제의 금융화에 관한 현상분석: 구조조정, 한·미 FTA, 자본시장통합법  221

주석

1)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는 한·미 FTA가 양국 의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을

50대 50으로 평가한다(재정경제부 경제통, 2007. 7. 2).

2) 법제처는 6월 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에 따라 정비가 필요한 법령(법

률·대통령령·부령)이 현재까지 70건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법제처가 한·미

FTA 협상 타결 이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미 FTA 후속조치를 위해 정비가 필

요한 법령은 법률 27건, 대통령령 25건, 부령 18건 등 총 70건이다(국정 브리핑,

2007. 6. 7). 실제로 올 정기국회에서 법제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을

위해 정비가 필요한 법안 23건을 제출했다.

3) 국회 재정경제위원장 명의로 제안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안(대안)

에는 이 법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금융투자회사가 대형화·전문화를 통하여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고, 투자자 보

호를 통한 자본시장의 신뢰를 제고하며, 자본시장의 혁신형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기

능을 강화하는 등 자본시장의 활성화와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한 제도적 기반

을 개선·정비하려는 것임”(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안(대안) 2007. 7. 2).

4) 2003년 통합금융법 논의는 금융관련법률을 진입 업무영역, 건전성자산운용, 영

업행위, 퇴출구조개선의 4가지로 구분하여 정비하는 것을 목표로 해서 은행, 증권,

보험의 3대 권역을 모두 포함하고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영업행위규제를 핵심으로

하는 자본시장관련법의 통합을 우선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5) 아래와 같은 홍기빈(2007)의 통찰력있는 문제제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미 FTA는 오히려 멀게는 김영삼 정권의 OECD 가입 이후 가깝게는 IMF 이후

지난 10년간의 한국사회의 구조변화를 관통하는 하나의 흐름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결말이 아닐까? 그래서 지배세력의 축적 기획의 차원에서 본다면 한·미

FTA의 추진은 정치적 차원만이 아니라 경제적 차원에서 볼 때도 ‘어불성설’이기는커

녕 ‘사필귀정’ 귀결이 아닐까?”(홍기빈, 2007, p.1).

6) 기존 서구의 연구들은 금융부문이 실물부문과 여타의 다른 경제영역에 대해 지배

력을 강화하는 현상(Aglietta, 2000), 금융시장과 금융기업 및 금융엘리트의 중요성

이 증대하고, 가계와 비금융기업 등 비금융부문의 금융활동도 확대되는 현상

(Duménil & Lévy, 2002), 그리고 금융시장이 비금융기업의 행태에 미치는 영향의

확대현상(Crotty, 2002) 등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내연구들도 아직은 서구의 연구흐

름에 관련되어 있을 뿐 독자성을 갖고 진행되는 것 같지는 않다. 김의동(2004)은 드

물게 한국에서 실증적으로 금융화 현상을 보이려 했으나, 금융연관비율의 증가 및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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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동향과 전망 71호

와 관련된 범주들을 통해 파악되는 새로운 현상으로서의 금융화와는 구별되는 전통

적인 금융심화의 개념에 의존하는 한계가 있다.

7) Froud 등(2002)은 금융화와 관련해서 주식, 채권 등을 필두로 하여 모든 형태의

자산이 금융상품의 형태를 띠고 금융시장에 통합되어 들어오는 현상에 주목하고 있

는데, 여기서도 이를 받아 들여 주식시장은 금융적 형태를 띠고 통합된 자산시장을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한다.

8) 그 이전 5년간의 주가상승 이후 1987년 8월 25일부터 10월 19일까지 다우존스공

업평균지수는 2722.4에서 1738.74까지 하락했고 그 중 508포인트 이상이 10월 19

일에 일어났다.

9) 실제로 대다수 주식시장 애널리스트들은 시장 논리를 가지고 최근의 주가를 설명

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북핵위기의 진정에 따른 한국주가의 저평가 요인해소,

주주가치극대화 경영전략의 확산, 중국경제의 활황에 따른 기업이익의 증가, 경기회

복 기대감 등의 요인들을 총동원해 보더라도 올 초부터 따져 주당순이익(EPS)의 증

가속도보다 5-6배 이상 빠른 주가상승을 정당화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걸음 양

보해서 주가수익률(PER, price earnings ratio) 기준을 서구에 근접하는 것으로 준

용해서 주가지수 2000까지는 정당화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이상 안정적이고 지속

적인 주가상승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단순히 가계의 자산구성이 부동산과 예금으로

부터 주식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주식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전형적인 유동성 버블이 되어 버리므로 안정적인 주가상승을 보장하지 못한

다. 기업가치 변화로 정당화되지 못하는 주가는 곧 꺼지게 마련이다.

10) 홍기빈(2007)은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사와 제너럴모터스(General

Motors)사의 비교를 통해 주주가치 경영이 주가로 표현된 기업가치를 어떻게 바꾸는

지 보여주고 있다.

11) 경기순환 패턴의 단기화 등 변화에 대해서는 최영일·박양수(2007) 참조.

12) 여기서 노동소득분배율과 주가와의 관계에 대한 통계적 분석도 시도하고 있지

못하나, 경제 펀더멘탈을 중요시하는 증시 보고서들은 종종 주가예측에 이윤 몫을 사

용한다.

13) “증권업협회는 7월 31일자로 우리나라 증권시장의 활동계좌 수가 1000만 9800

계좌를 기록, 사상 처음 1000만 개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활동계좌란 예탁 자산의 합

계가 10만 원을 넘고 최근 6개월간 거래가 있었던 위탁매매계좌와 증권저축계좌를

말한다. 활동계좌 수는 2000년 900만 개를 기록한 이후 2004년까지 감소했으나

2005년부터 증시 상승 흐름을 타고 꾸준히 증가 추세를 나타내 작년 8월 800만 개를

넘어선 이후 1년 만에 200만 계좌 이상 증가했다. 활동계좌는 올 들어 영업일수 기준

으로 매일 1만 1000개 늘어났다. 한편 펀드계좌 수는 이미 지난해 1000만 개를 돌파

해 지난 6월 말 현재 1588만 개에 달한다.”(ꡔ한국경제신문ꡕ, 2007.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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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금융화에 관한 현상분석: 구조조정, 한·미 FTA, 자본시장통합법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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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금융화에 관한 현상분석: 구조조정, 한·미 FTA, 자본시장통합법  225

초록

한국경제의 금융화에 관한 현상분석:

구조조정, 한·미 FTA, 자본시장통합법

유철규

이 글은 한국경제의 금융화(자산시장 주도 경제로의 전환)라는 관점에서 외

환위기 이후의 IMF 구조조정, 한·미 FTA,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통합법)’ 간의 연계성을 검토한다. 이들은 별개의 사안이 아니

며, 경제제도를 미국식 금융화에 조응시킨다라는 일관된 목표를 공유하고 있

다. 외환위기 이후의 경제제도 정비가 외부 충격에 대한 대응의 측면이 강했

다고 한다면, 한·미 FTA와 자본시장통합법을 계기로 경제의 미국식 금융화

는 내재화단계에 들어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의 급격한 자본시장

팽창은 금융부문의 비대칭적인 세계적 확장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을 조건으

로 하고 있으며, 중국경제의 고성장과 급격한 산업화 투자에 추동된 국내 전

통 제조업의 수익성 증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부

동산 정책, 연기금 운용정책, 금리정책 등 관련 정책들이 재배치되어 자본시

장의 수요창출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증권시장의

확장은 상당부분 정책적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경제의 금융화는 구조조

정을 통해 경제변수의 변동성과 다수 국민의 생활상 불안정을 높이지만 동시

에 직간접 주식투자자를 중심으로 자산보유 및 투자 계층의 확대를 유도할

것이기 때문에, 대중의 생활상의 경제적 불안정이 정치적 개혁 욕구로 전환

되기 어려워 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생활의 불안정이 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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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  동향과 전망 71호

자본적인 정치적 보수화와 결합되어 일정기간 온존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부문의 불안정이 점차 증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관료와 재계

의 주류, 그리고 다국적 금융자본의 이해관계가 결합된 금융화 과정이 성공

할 것이라고 판단하기도 현재로서는 어렵다.

주제어 금융화, 금융구조조정, 한·미 FTA, 자본시장통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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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한국경제의 금융화에 관한 현상분석: 구조조정, 한·미 FTA, 자본시장통합법  227

Abstract

A Symptomatic Analysis of the Financialization Process in Korea:

The Linkage among the IMF’s Financial Reform,

KORUS FTA, and the CMC act

Chul-Gyue Yoo

This paper aims to provide a critical perspective to analyze the linkage

among the IMF’s financial reform, Korea-U.S. FTA, and a new

Korean bill titled as “Capital Market and Financial Investment Service

Act(Capital Market Consolidation Act).” All of them with consistency

have the common object of the “financialization” or americanization of

Korean financial system. Just entering upon a new stage of the financi-

alization process in Korea(the Capital Market Consolidation Act will

take effect in 2009), our outlook for the possible result of the process

may be tentative; it is “collusion between economic instability and po-

litical pro-capital conservatism.”

Key words Financialization, Financial Reform, Korea-U.S. FTA, Capital Market

and Financial Investment Service Act(Capital Market Consolidation 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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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민주노조운동 20년과 사회적 합의주의❉

노중기❉❉

한신대학교 교수, 사회학

1. 머리말

1987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노동자대투쟁 이래 20년이 지났다.

짧지 않았던 이 기간 동안 민주노조운동은 많은 고난 속에서도 성장·

발전해왔다. 민주노조들은 국가와 자본의 가혹한 억압을 견디어야 했

으며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의 칼바람에 맞서지 않을 수 없었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는 많은 문제와 고민거리가 발생하였고 민주노조들은 스스

로 혹은 진보적 연구자들과 함께 이 어려운 과제들을 해결해왔다. 이

론의 한계는 대중적 실천으로, 그리고 운동의 질곡은 이론의 날카로운

비판으로 극복해 온 역사였다.

그런데 지난 20년 동안 제기된 여러 가지 난제들 중에 가장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가 이른바 ‘사회적 합의주의’의 문제였다. 이론의 측면에서

그것은 서구의 코포라티즘 논쟁과 민주화 이행론, 그리고 신자유주의

❉ 이 논문은 한신대학교의 2007년 학술연구비 지원으로 작성되었다. 날카로운 비판과 제언

을 주신 익명의 평가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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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민주노조운동 20년과 사회적 합의주의  229

노동체제 전환에 따르는 제반 쟁점들을 포괄하는 방대한 범위에 걸쳐

있는 난제였다. 또 서구 이론을 한국사회에 적용하는 과정에 수반되는

많은 논점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관변 연구자들은 물론, 진보적 연구자

들도 대개 복잡한 논의 구도 속에서 상반된 주장만을 되풀이하였고 논

쟁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운동적 실천의 경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체로 1990년대 전반기까

지 국민경제사회협의회(이하 경사협으로 축약)나 노경총 총액임금 합

의 등 ‘사회적 합의주의’의 초기 시도들은 쉽게 극복될 수 있었다. 이때

는 민주노조운동의 폭발적 성장을 제어하고 임금 상승을 통제하고자

하는 국가 통제기구로서의 성격이 분명하였던 탓이다. 그러나 민주노

총이 결성된 이후 노사관계개혁위원회나 노사정위원회(이하 노개위와

노사정위로 축약)에서 문제는 보다 복잡해졌다. 정치적 사회적 변동과

함께 기구의 성격도 모호해졌으며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또 국가가 보다 본격적으로 ‘사회적 합의주의’를

노동정책 실행의 핵심 장치로 운용하였던 것도 중요한 이유였다. 결과

적으로 운동주체들은 이 문제의 해석을 둘러싸고 대립하였으며 갈등의

골은 점점 더 깊어졌다.

이 글은 ‘사회적 합의주의’ 문제를 거시적이고 통시적인 관점에서 고찰

함으로써 민주노조운동 20년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고자 한다.1) 노사정

3자 합의의 문제는 단순히 노사정 간의 협소한 이해득실 차원에서 이

해할 수는 없다. 여기에는 축적체제와 노동체제의 전환, 민주화의 확대

와 같은 국가정치의 문제, 국가의 노동통제전략, 노동운동의 전략적 노

선 전환 등 보다 복잡한 문제가 서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노동운

동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초기 민주노조 운동노선에 대한 중대한 수

정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노중기, 2004c: 25).

2절에서는 사회적 합의주의와 관련된 민주노조운동의 20년 경험을 네

개의 소시기로 나누어 간략히 정리한다. 3절에서는 합의주의 실험에

대해 노동운동 내부에서 제기된 논쟁과 이론적 쟁점을 정리하고 몇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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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논점을 도출할 것이다. 그리고 4절에서는 전체 노동체제의 전환과

관련해서 사회적 합의주의 실험의 의의를 평가하고 그 한계를 정리한

다. 마지막으로 결론에서는 여전히 현재적 쟁점인 사회적 합의주의 문

제에 대해 전망하고 실천적 대응 방안을 간략히 생각해 볼 것이다.

2. 합의주의 실험 : 민주노조운동의 20년 경험

1) 전노협 시기의 ‘합의’ 시도와 논의들

한국의 노동정치 전개과정에서 1987년 이후부터 1995년까지 약 10여

년에 가까운 시기는 본격적인 사회적 합의주의 실험을 앞둔 전사(前

史)에 해당한다. 노동운동의 측면에서 이 시기는 민주노조들이 지역노

조협의회와 전노협을 건설하고 활동했던 시기였고 최종적으로 민주노

총이 결성되었던 시기였다. 또 국가 자본의 입장에서는 대투쟁 이후

노동대중의 광범한 투쟁과 노조운동 확장에 대해 강한 억압과 통제를

실행했던 시기였다. 주요한 합의주의 시도들로는 1990년 경제사회협

의회의 구성과 운영, 1993년 1994년 두 차례에 걸친 한국노총 경총 간

의 임금합의를 들 수 있다.

먼저 경사협과 두 차례 임금합의는 모두 당시 국가와 자본의 제 일차적

요구였던 임금통제를 실행하는 기구로서의 성격이 뚜렷하였다. 경사

협은 노태우정권의 민주노조 탄압이 가열되었던 1989년 8월 하반기

경제종합대책의 임금억제기구 구상에 대해 한국노총이 반응하면서 출

현한 한국노총 경총 간의 협의기구였다. 그러나 임금 통제라는 정부의

의도가 조직적으로 확보되지 못해 정부는 이를 방치하였고 몇 달이 지

나지 않아서 곧 ‘화석화’되고 말았다.

김영삼 정부 초반에 이루어진 두 차례의 임금합의도 온전한 3자 합의

주의 실험으로 보기는 힘들었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정부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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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민주노조운동 20년과 사회적 합의주의  231

가함으로써 3자 합의의 외양을 일부 갖추었다. 그러나 그것은 노태우

정부 시기 후반에 강력히 추진되었던 한자리 수 임금정책과 총액임금

정책의 연장선 위에 있었고 행정적 임금통제에 이데올로기적 채색을

한 것에 불과하였다. 한국노총 상층 지도부의 일부가 국가 자본과 담

합한 ‘합의’였던 것이다. 이런 한계는 민주노조들은 물론이고 한국노총

산하의 단위노조들이 광범하게 반발하였던 것에서 분명하게 나타났다.

결국 이 시기의 시도들은 그것을 합의주의라고 부르기 힘든 여러 가지

한계들을 뚜렷하게 갖고 있었다.2)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리고 노동운동의 시각에서 더 중요한 사안은 민

주노조운동 내부의 위기론 논쟁이었다. 1991년에서 1992년까지 진행

된 논쟁에서 전노협의 전투적 노조주의를 비판한 일부 연구자들은 새

로운 운동노선을 제시하였고 여기에 사회적 합의주의의 담론이 제기되

었던 것이다.3) ‘국민적 조합주의’, ‘민주적 조합주의’ 등 그 명칭은 차이

가 있지만 핵심적인 주장은 대동소이하였다. 그것은 전투적 노조주의

로 대표되는 지도부의 전략 노선이 민주노조운동 위기의 핵심적 요인

이므로 이를 서구의 코포라티즘과 같은 합의주의 노선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이런 논의들은 김영삼 정부의 출범 이후 민주노조의 대중투쟁이 재개

되고 민주노조의 조직발전 전망이 가시화되면서 소멸되었다. 그러나

그 논의는 국가와 자본이 사회적 합의주의 담론의 함의를 보다 진지하

고 고민하는 중요한 계기를 이루었다. 결국 1996년 이후 노동체제 재

편과정에서 그것은 국가와 자본의 전략 실행을 위한 핵심적인 논리적

근거와 정치적 조직적 장치로 발전하게 되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리고 노동운동의 측면에서 이 논의는 민주노총 결성 이후 1기 집행부

의 운동노선,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의 전략 방침으로 다시 나타

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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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노사관계개혁위원회와 1997년 겨울 총파업

1996년 봄 4. 11 총선을 성공리에 마무리한 김영삼 정부는 갑자기 ‘신

노사관계 구상’을 발표하고 노사관계개혁위원회의 설치를 발표하였

다.4) 정부는 노사관계 개혁이 정보화 세계화시대에 부합하는 일류국

가가 되기 위해 시급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노사 양측에 위원회 참가를

요구하였다. ‘참여와 협력’이 새 노사관계의 구호로 제시되었으며 노개

위는 그 구체적인 수단이었다. 국가의 압박 속에서 노사 양측은 서로

다른 이유로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고 노동개혁의 논의는 급박하게 진

행되었다(노중기, 1996; 유범상, 1999).

내용적으로 노개위는 복수노조 금지와 제3자 개입금지의 개정 등 집단

적 노사관계의 개혁과 정리해고 법제화로 대표되는 노동시장 유연화의

교환구도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여전히 법외조직이었던 민주노총 지

도부는 약간의 내부 논란 끝에 비교적 수월하게 참여 방침을 결정하였

다. 민주노총의 참가는 복수노조 금지조항의 폐기, 곧 민주노총 합법화

의 전망을 여는 것으로 평가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민주노총 1기 지

도부의 운동노선인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의 입장도 참가의 중요

한 배경이 되었다. 결국 민주노총은 강력한 근기법 개악반대 대중투쟁

을 준비하면서도 집단적 노사관계의 개혁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참가와

교섭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였다.

가을까지 교환의 구체적인 손익계산이 서로 달랐던 노사공익은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고 정부는 자신의 의도를 담아 정부안을 입법화하려 하

였다. 이에 대해 민주노조들은 크게 반발하였으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

한 일이었다. 12월 말 국회로 이관된 정부안은 재벌의 로비를 받은 집

권 신한국당에 의해 더욱 심하게 개악되었고 날치기로 국회를 통과하

였다. 노개위의 합의정치는 실패하였을 뿐만 아니라 기만당하기도 했

던 것이다. 이후 한 달 여에 걸친 전국적인 겨울 총파업이 발생하였고

김영삼 정부는 이에 굴복하였다. 결국 1997년 3월 법 개정은 집단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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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민주노조운동 20년과 사회적 합의주의  233

노사관계 개혁과 노동시장 유연화의 교환을 담았고 그것은 애초 정부

가 가졌던 전략적 의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다(노중기, 1997).

노개위는 이후 10년 이상 계속될 합의주의 노동정치의 서막을 알리는

출발점이었다. 국가가 전략적 목표를 담아 체계적으로 준비한 개혁은

노동운동 내부의 동력과 함께 역사적인 실험의 장을 형성하였다. 그러

나 매우 좋은 주 객관적인 조건에서 시작했던 노개위의 합의 실험은 날

치기와 조직적 총파업이 맞서는 적나라한 힘의 대결로 끝나고 말았다.

민주노조운동의 입장에서 이 결과는 두 가지 해석의 가능성을 낳았다.

합의 정치가 대중동원과 전선 형성의 기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이 그 하

나였다. 그러나 반대로 노개위는 합의정치의 구조적 한계를 분명하게

보여주기도 하였다. 신자유주의 유연화로 압축되는 국가 자본의 노동

배제전략, 그리고 노동계급 주체 역량의 한계가 모두 명료해진 것이다.

3) 1998년 정리해고 합의와 1기 노사정위원회

1997년말 노개위 실험에 대한 정확한 평가도 내려지기 전에 민주노조

운동은 또 다시 사회적 합의주의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IMF 외환위기

의 대응과정에서 김대중 당선자는 새로운 3자 합의기구를 제안하였고

노사정위는 1998년 1월 중순 임기도 시작되기 전에 급하게 구성되었

다. 구조조정을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정리해고의 즉각 실시를 법제화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위원회 구성과정에서 약간의 논란이 있었으나

민주노총 1기지도부는 쉽게 참가 방침을 결정하였고 2월 초까지 협상

은 급박하게 진행되었다(노중기, 1999).

20여 일에 불과했던 협상기간을 거쳐 2월 6일 110개의 의제가 모두 합

의됨으로써 노사정 대타협은 성사되는 듯하였다. 그러나 2월 9일 민주

노총 대의원대회에서 합의안이 부결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제조업

을 비롯한 현장노동자들의 강력한 반발이 주요 원인이었다. 정리해고

의 법제화와 전교조 합법화, 실업자의 노조 가입 등 몇 가지 노동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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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안을 맞교환하여 성사된 2.6합의는 구조조정이 이미 실시되고 있었

던 현장을 크게 동요시켰던 것이다.5) 지도부가 불신임된 이후 민주노

총은 비상대책위를 구성하는 등 합의안을 무효화하기 위한 노력을 경

주하였다. 그러나 2월 14일 법안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정리해고와

파견노동은 법제화되었고 상황은 일단 종료하였다.

그러나 2. 6 정리해고 합의가 노동운동에 남긴 결과는 정리해고 방식

의 일방적인 구조조정, 그것만이 아니었다. 우선 정리해고 합의를 가능

하게 했던 노사정 합의주의 문제에 대해 노동 내부의 커다란 인식차이

가 부각되었다. 급박한 경제위기 정세 속에서 1기 지도부의 안이한 상

황 판단도 한 몫을 했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사회적 합의주의에 대한

서로 다른 판단들이었다. 수세적 상황에서 노사정 협상은 가장 중요한

전술적 수단이라는 인식과 더불어 참가가 체제 내 포섭이자 자주성의

상실이라는 상반된 인식이 존재하였던 것이다. 이는 1998년 가을 이후

‘사회적 조합주의(social unionism) 논쟁’이라는 노선 논쟁으로 발전

했고 이후 정파대립과 내부 갈등의 핵심적인 쟁점으로 비화하였다.

또 사회적 합의의 결과와 성격도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 노동측이 요

구한 핵심 사안들에 대해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던 것이다. 국가와 자

본은 정리해고 과정에서의 노조 참가와 같은 중요한 사안은 물론 전교

조 합법화와 실업자 노조가입과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약속 이행의 기

미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에 항의해 민주노총은 5월과 7월 두 차례

의 총파업과 노사정 협상 참가를 반복하였으나 상황은 더욱 악화되기

만 했다. 특히 하반기에 만도기계와 조폐공사노조 쟁의가 국가권력의

가혹한 탄압을 받은 일은 노사정위의 합의주의정신을 근본적으로 의심

하도록 만들었다. 결국 민주노총은 위원장의 한겨울 노상 단식농성을

거쳐 1999년 2월 노사정위를 탈퇴하였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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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조운동 20년과 사회적 합의주의  235

4) 노무현 정부와 노사정위원회

민주노총 탈퇴 이후 4년 동안 무기력 상태에 빠졌던 노사정위는 2002

년 대선에서 노동인권변호사 출신의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새로운 전기

를 맞이하였다. 노무현 정부는 대선공약에서부터 ‘사회 통합적 노사관

계’라는 이름으로 노사정위 강화방침을 분명히 하였다. 그리고 집권 직

후에는 이른바 개혁적 인사들로 노동정책라인을 꾸리고 노사정위에 힘

을 실어주었다. 그러나 2003년 중반 이후 노무현 정부는 노동개혁에 대

해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기 시작하였다. 화물연대와 철도노조의 파업

진압, 그리고 9월 노사관계 로드맵의 일방적인 발표로 노사정위가 자기

역할을 수행하기 힘든 상황이 전개되었다. 이것은 노사정 합의기구 참

가에 부정적이었던 민주노총 3기 집행부의 존재와 맞물려 있었다.

2004년 초 사회적 합의주의 참가에 적극적인 입장의 4기 집행부가 들

어서자 상황은 호전되는 듯하였다. 그렇지만 로드맵과 함께 비정규직

관련 법안의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되고 공공부문의 대규모 쟁의가 발

생한 결과 노사정위와 그 대체기구 노사정대표자회의는 활동이 다시

중지되었다. 또 비리수사 등 정권의 노동탄압 강화와 민주노총 내부의

심각한 갈등도 참가를 가로막는 주요한 요인이 되었다. 하지만 지도부

는 4차례에 걸쳐 노사정위나 그에 준하는 기구에 참가할 것을 결의하

거나 실제로 참가하여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었다.7) 특히 마지막 2006

년 6월 이후에는 노사관계 로드맵 협상에 본격적으로 참가하였다.

2006년 로드맵 교섭에서 민주노총 지도부의 선택은 매우 어려운 상황

이었다. 정부가 주도한 로드맵의 내용은 작업장단위 복수노조의 창구

단일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대체노동 및 필수공익 범위 확대 등으

로 노동에 결코 유리한 것이 아니었다. 여기에 한국노총은 전임자 임

금지급 금지를 막는 일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상황이었다. 곧 민주노

총으로서는 참여의 실익을 전혀 담보할 수 없는 상황 조건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집행부는 합의를 위해 참가한 것이 아니었음을 공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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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  동향과 전망 71호

연히 표명하였다. 말하자면 불참으로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보다 참여

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투쟁 전선을 복구한다는 의미의 참여로 보

았다.8)

민주노총의 이 같은 약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던 한국노총과 정부는 최

종적으로 민주노총을 배제한 채 9. 11 노사정 합의를 도출하였다. 합

의의 주요한 내용은 핵심 사안이었던 전임자 임금 및 복수노조 문제의

3년 재(再) 유예, 확대된 필수공익사업에 대한 대체노동 허용, 해고 규

제 완화 등이었다. 적극적 참가도 아니며 거부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

에 놓인 민주노총은 사후에 이를 ‘야합’으로 규정하고 투쟁을 호소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노무현 정권의 노사정위 실험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그것이 민주노

조운동 내부에서 분열과 반목을 불러온 점에 있었다. 특히 2005년 초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의 갈등에서 그 심각성은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는 노사정위 등 합의기구의 장기 존속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될 수 있다. 노무현 정부는 여러 가지 모순과 마찰에도 불구하

고9) 노사정위의 유지·강화 입장을 일관되게 고수하였고 민주노총의

참가를 강하게 요구하였는데 이는 결국 분할지배의 결과를 낳았던 것

이다.

더 나아가 이는 민주노조운동이 처한 위기, 그 딜레마를 반영하는 것으

로 평가할 수 있다. 2004년 4기 집행부가 합의기구 참가를 바라는 다

수 조합원들의 지지를 받아 출범한 점을 상기하면 3기의 불참 전술도,

4기의 참가전술도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즉 참가 논란 자체가 민주노조운동 위기의 중요한 현상 형태였

던 것이다. 참가 문제의 근본에는 전투적 조합주의를 대체하는 새롭고

보다 온건한 운동 전략이 필요하다는 민주노조 내부의 대중적 요구가

있었다. 4기 집행부 이후 일관되게 표출되는 이런 요구들은 조직 내부

에서 적절하게 조율되고 해소되지 못하고 구조적인 균열로 발전하였던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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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조운동 20년과 사회적 합의주의  237

더불어 한국사회에서 노사정위나 사회적 합의의 가능성과 한계가 무엇

인지도 다시 한 번 명확해졌다. 국가와 자본은 노사정위 참여 요구나

합의 담론을 강력하게 유포하면서도 각종 쟁의를 진압하는 이중적 태

도를 일관되게 보여주었다. 국가와 자본이 원하지 않는 종류의 사안은

결코 합의의 대상이 아니었고, 합의는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을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달성하는 수단에 불과하였다. 이런 국가의 배제전략은

민주노조 내부의 조직적 균열을 심화시키고 확대재생산하는 요인이기

도 하였다.

3. 사회적 합의주의 : 논쟁과 평가

1) 두 개의 상반된 시각

2절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1987년 이후 사회적 합의주의나 그에 준하

는 여러 가지 경험들이 노동정치과정에서 축적되어 왔다. 대체로 1997

년의 노개위까지 연구자들과 일부 활동가들의 이론적인 논의에 머물렀

던 합의주의 문제는 1998년 정리해고 합의 이후 중요한 운동적 쟁점으

로 부각되었다. 이 문제는 민주노조운동 내부에서 정파 대립의 핵심적

인 쟁점이었으며 10년의 논쟁에서도 그 접점을 찾기 어려웠다. 크게

보아 옹호론과 비판론의 두 가지 상반된 입장이 있었다.

먼저 옹호론은 대체로 서너 가지의 서로 연관된 논거를 제시하고 사회

적 합의 혹은 제도화된 노사정 중앙교섭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구체적인 수준에서 그것은 시기에 따라, 논쟁의 맥락에 따라 사회적 조

합주의, 사회 통합적 노사관계와 중층적 교섭구조, 전술적 참가론 또는

교섭과 투쟁의 병행 등으로 다양하게 변화하였다. 그러나 그 이론적

논거들은 대체로 대동소이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경제구조의 변동에 따라 사회적 대화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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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동향과 전망 71호

다. 이 경제구조는 고성장 저실업과 대비된 저성장 고실업 경제구조,

또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시대의 노동유연화와 고용불안정체제를 말

한다. 경제적 환경이 변화함으로써 전통적인 기업 노조의 경제적 단체

교섭은 한계에 봉착하였고 새로운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때 서구의 ‘공급 중심 코포라티즘’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비슷한 환

경’을 가진 제3세계 사례들의 ‘긍정적’ 경험은 ‘사회적 합의주의’가 유력

한 대안이 되는 근거가 된다. 특히 1990년대 이후 서구 사례들의 경험

은 코포라티즘의 구조적 조건이 부재하거나 취약한 나라에서도 사회적

합의주의가 가능하다는 주장의 논거가 되었다. 구조적 조건이 취약한

한국사회에서도 문제는 노동운동의 전략적 선택이라는 것이다.10)

둘째, 1987년 체제의 전투적 노조주의의 한계도 주요한 논거였다. 변

화한 경제적 조건 속에서 파업투쟁 위주의 임금 단체교섭은 전투적 경

제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고 노동운동의 위기를 불러왔다. 비정

규직의 급증 등 노동계급 내부의 양극화는 그 일차적 결과였다. 사회

적으로 노동운동이 고립되는 결과도 중요한 논점이 되었다. 그러므로

협소한 경제적 요구를 넘어서는 복지, 재벌개혁, 조세, 주택, 교육 등

전 사회적 의제를 노동운동이 다루기 위해서도 정책적 참가, 사회적 합

의교섭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셋째, 가장 구체적인 수준에서 사회적 교섭 외의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

다는 대안부재론이다. 이것은 총파업투쟁 위주의 전투적 쟁의가 더 이

상 유효하지 않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주체적으로는 총파업의 이름에

맞는 투쟁역량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투쟁 역량이 없는 조건에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전국적 전선을 형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참가가 유의미하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이런 논리에서 합의 실험의

계속된 실패 이후에도 민주노총은 전술적 교섭, 중층적 교섭, 교섭과

투쟁의 병행 등의 ‘새로운 방침’을 계속 만들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본

질적으로 사회적 교섭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수세적인 방어적인 논리

가 작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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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민주노조운동 20년과 사회적 합의주의  239

한편 비판론은 사회적 합의주의 이론과 우리의 경험 두 가지 차원에서

합의주의를 강하게 비판하였다. 먼저 경험적인 수준에서 10년간 지속

된 합의 실험들의 결과는 대체로 부정적이었다는 지적이다. 노개위에

서 합의 결과는 정부와 국회 두 단계를 거치면서 거의 무시되었고 최종

적으로는 노동법 개악으로 귀결되었다. 또 1기 노사정위와 김대중 정

부 시기에 노동측이 요구한 합의 내용은 지켜지지 않았으며 민주노총

은 노사정위 탈퇴 이후 정부의 강한 탄압에 직면해야만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되풀이되었다. 비정규직 관련 법안

이나 노사관계 로드맵 모두 민주노총과의 원만한 합의를 이루지 못하

였고 참여 정치와 노동탄압은 동시에 진행되었다. 특히 로드맵에서 잘

나타난 바와 같이 정부는 한국노총을 적절히 통제하여 합의에 이용하

였고 민주노총의 참가는 정부가 정치적 알리바이를 확보하는 절차로

배치된 것을 넘어서지 못했다. 요컨대 현실적 경험에서 사회적 합의주

의는 개혁이나 실질적 참가를 의미하기보다는 마찰 없는 노동정책 실

행을 위한 정부의 민주노조 노동통제과정이었다는 비판이었다(노중기,

2003).

이론적인 측면에서 비판론은 옹호론의 세 가지 주장을 모두 반대하였

다. 먼저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경제구조 변동에 따라 노동운동의 전

략 선택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은 관념론이거나 잘못된 비교 연구의

문제를 안고 있다는 비판이었다(노중기, 2002, 2004a). 1990년대 이

후 서구 노동운동의 변동은 합의주의로 수렴되기보다는 ‘경로 의존적’

방식으로 다양화되었을 뿐이다. 즉 그 나라의 구조적 조건, 역사적 경

험에 따라 여러 가지 선택지가 가능하므로 옹호론의 주장은 과도하다

는 판단이었다.

또 경제구조 변동이 합의주의를 선택하라는 압력으로 다가오더라도 반

드시 이를 선택할 필요는 없으며 합의주의 선택이 바람직하지도 않다

는 적극적인 비판도 있었다. 서구 노동운동 내부에서도 사회적 대화나

사회적 파트너십의 전략 선택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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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동향과 전망 71호

의문이 많기 때문이다(Hyman, 2001). 제3세계, 특히 남아공 노동운

동 사례도 한국 노동운동의 사회적 합의주의 선택에 논리적 근거가 되

지 못한다. 남아공과 한국의 사회구조적 정치적 차이가 커서 유사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우며 결과의 측면에서도 오히려 신자유주의를 확산

시키는 등 문제가 많았다는 비판이었다.

다음으로 전투적 노조주의의 한계 문제는 좀 더 미묘하다. 옹호론은

전투적 조합주의가 그 출발부터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고 보지만 비

판론은 그것이 과도한 평가라고 본다. 즉 비판론에 의하면 전투적 노

조주의는 내적으로 한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1987년 체제의 구조

적 제약에 적절히 대응한 합리적 노조운동이었다. 1997년 이후 체제

변동에 따라 드러난 한계들과 함께 그것의 긍정적 측면도 충분히 주목

해야 한다는 반 비판이었다. 따라서 비판론의 관점에서 전투적 노조주

의는 폐기의 대상이 아니라 합리적 핵심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운동

이념이 된다(노중기, 2005). 특히 이를 폐기하고 사회적 합의주의로

나아갈 경우 노조운동의 핵심 이념인 민주성과 자주성이 크게 위협받

을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마지막으로 대안 부재에 대해 비판론은 투쟁 역량의 제약은 사실일지

모르나 그렇다고 합의주의로 나갈 수는 없다고 비판한다. 비판론자들

이 보기에 전술적 교섭, 중층적 교섭, 교섭과 투쟁의 병행 등은 모두 실

제로는 합의주의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도입된 구호에 지나지 않았

다. 더 나아가 이들은 사회적 합의주의 또는 그와 연관된 운동이념인

사회적 조합주의보다는 사회운동 노조주의(social movement union-

ism)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조돈문, 2004; 노중기, 2006).

2) 10년 경험에 대한 평가

이론 논쟁과 별개로 지난 10년간 3자 기구 운영의 경험에 대해서는 민

주노조운동 내부에서 이견이 크지는 않았다. 미래의 가능성의 측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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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민주노조운동 20년과 사회적 합의주의  241

서 합의주의는 중요한 쟁점이 되었지만 과거의 경험은 논쟁이 불가능

할 정도로 그 평가가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또 이런 대체적인 부정

적 평가로 말미암아 과거의 경험은 충분히 분석적으로 정리되지 못하

였던 것도 사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과거의 경험에서

나타난 우리사회 합의주의 실험의 결과와 특징을 간략히 정리해볼 필

요가 있다.

먼저 민주노조운동의 사회적 합의 참가는 국가에 의해 ‘강제된 참가’라

는 특징을 보여주었다.11) 노개위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노사

정위에서 모두 민주노총은 초청된 주체였다. 국가는 합의 정치의 기본

틀과 구체적 의제를 미리 설정하였고 노동은 단지 참여를 요구받았을

뿐이었다. 노개위에서 그것은 선진국 진입을 위한 노사관계 개혁이었

으며 1기 노사정위에서는 외환위기 극복, 노무현 정부에서는 사회 통

합적 노사관계 구축으로 설정되었다. 구체적인 의제 설정에서 민주노

조의 개입과 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전체 구도에는 영향력이

없었던 것이다.

때때로 민주노총이 참가를 거부할 경우 이 ‘강제된 참가’의 성격은 보

다 분명히 드러났다. 이때 국가는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여 참가를 유

도하였고 강력히 재제하기도 했던 것이다. 국가는 합의 이행 및 법 개

정 사안과 같은 노정 또는 노사정 간의 모든 현안들에 대해 민주노총의

노사정위 참가를 전제로 요구하였다. 즉 노동정치의 모든 문제들을 노

사정 틀에서 해결하기를 요구하였는데 이는 결국 문제 해결의 책임을

불참 중인 민주노총에 지우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나아가 보수언론과

합세한 정부의 여론공세는 이런 정치적 책임전가의 구조를 확대재생산

하는 효력을 발생시켰다. 또 기존 합의기구에 대한 민주노조의 불만이

클 경우에는 ‘대체 합의기구’를 만들어 참가를 강제하기도 하였다.

나아가 ‘합의주의’ 실험은 국가의 민주노조에 대한 법 제도적 물리적

폭력에 의해 뒷받침되었다. 예컨대 1999년 탈퇴 이후 김대중 정부와

2004년 하반기 이후 2006년까지 노무현 정부 노동정책이 그러하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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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동향과 전망 71호

다.12) 여기에는 쟁의사업장에 대한 공권력 투입, 손해배상청구소송,

구속 수배 등 형사 처벌, 노조 간부 비리에 대한 기획 수사 등이 포함된

다. ‘참여와 협력’, ‘노동개혁’, ‘참여민주주의와 사회통합’ 등의 슬로건

과 국가의 폭력적 노동통제가 병존한 사실은 우리 합의주의실험의 본

질적 성격을 보여주었다.13)

둘째, 참가의 결과는 교환의 등가성이란 점에서 대체로 부정적이었으

며 합의 내용은 국가와 자본에 의해 이행되지 않았다. 1기 노사정위에

서 정리해고의 반대급부였던 제반 노동개혁은 거의 제도화되지 못하였

고 비정규직 법제화와 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합의실험에서도 원래의

개혁적 의제는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를 제도화하는 것에 머무르고 말

았다. 협의과정에서 가장 등가교환에 근접했던 노개위의 교환 구도는

합의에 이를 수가 없었다.

또 노개위와 1기 노사정위 실험은 노사정 간의 약속 내용이 이행되기

어렵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였다. 합의에 참가했던 노동부와 청와대

등 정부 내부의 온건파들의 의견은 부처 간 의견 조율이나 법제화과정

에서 쉽게 변질되었다. 실업자 노조 가입 약속과 같이 정부 내 일부 부

처의 반발은 약속불이행의 정당한 이유처럼 취급되었고 최종적으로 지

켜지지 않았다. 교원노조 합법화는 민주노총 위원장의 단식 투쟁 끝에

해를 넘겨 겨우 법제화되었다. 한편 등가교환에 근접한 교환은 노개위

실험처럼 국회의 심의과정에서 쉽게 뒤바뀔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요

컨대 국가 기구 전반의 보수성으로 말미암아 민주노조들의 참가가 긍

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은 매우 제약되어 있었다.

셋째, 합의기구의 운영 과정과 관련된 경험도 중요하다. 합의기구의 의

사결정과정에서 민주노조운동의 지분은 대체로 1/3에서 1/6 정도에

불과하였다. 노사 간에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다루는 과정에서 중립

적 인사로 규정된 정당 인사나 공익위원들의 중립성은 결정적으로 중

요하나 그것은 보장되지 못하였다. 정치권 인사들은 본질적으로 정부

나 자본의 이해에 가까웠으며 공익위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물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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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민주노조운동 20년과 사회적 합의주의  243

부 민주노조에 친화적인 공익위원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소수에

불과하였다. 노동 측 지분의 절반을 갖고 있었던 한국노총은 많은 경

우 기회주의적이었고 일관성을 갖지 못했다. 요컨대 민주노조는 참가

이후 의사결정의 주도권을 행사하기 힘든 구조적 제약 하에 있었다.

또 기구 운영의 인프라인 물적 인적 자원도 국가에 의해 통제되었다.

법제화의 수준이 높아졌으나 합의기구는 정부 산하기구에 불과하였다.

재정과 인력, 정책 자료의 제공 등 모든 지원은 정부나 정부 산하기구

로부터 제공되었다. 이는 기구 운영 전반의 자율성을 약화시켰고 정부

내에서 합의기구의 위상을 추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경제와 치

안부처 등 정부 내 다른 부처는 물론, 노동부조차 자기 부처의 이해를

앞세워 합의 결과를 무시했던 구조적 배경이 여기에 있었다. 이런 조

건으로 말미암아 의사 진행과정에서 국가와 자본의 요구는 쉽고 빠르

게 관철되었으나 노동이 요구한 합의사항의 실행은 지체되고 해태되었

던 것이다.

넷째, 합의주의 10년의 경험은 협의의 합의 결과와 정치과정을 넘어서

서 노동운동 전체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먼저 민주노총이나 민주노

조에 대해 미친 영향은 매우 부정적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합의기구

참가문제는 민주노조운동 내부에 심각한 대립과 갈등을 산출해왔다.

물론 민주노조운동 내부의 갈등은 노동운동 노선에 대한 이견에 근원

하는 것이었으나 합의주의문제는 노선 대립의 상징적 쟁점으로 부각되

었던 것이다.14) 그러므로 국가의 합의기구 참가 강제는 의도적이든 그

렇지 않든 민주노조운동 내부의 분열을 확대 재생산하는 효과를 가져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2002년 발전파업에 대한 민주노총 지도부의 평가에서 나타나듯이 이

논쟁과 대립은 합의주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았다. 그것은 민주노조운

동의 성격 전반에 걸친 상반된 인식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여기에

는 대통합론 등 한국노총과의 관계, 경쟁력과 생산성주의 담론, 산업평

화와 노사협력의 문제, 국민적 관점과 국민경제론, 전투적 노조주의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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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동향과 전망 71호

판 등의 문제로 확산되었다(노중기, 2002). 특히 1기 노사정위 합의에

참가했던 민주노총 핵심간부들이 집권 여당 새천년 민주당에 가입함으

로써 노조운동의 자주성 문제가 심각하게 부각되었던 바가 있었다.

또 나아가 노동운동에 대한 영향에서 무시할 수 없는 결과는 한국노총

의 문제였다. 지난 10년간 한국노총과 민주노조운동의 관계는 매우 미

묘한 것이었다. 민주노총 지도부의 성격에 따라 시기마다 그 관계는

변화했으나 대개 그것은 합의기구 참가문제와 연관되어 있었다. 불참

과 참가를 되풀이하였으나 한국노총은 민주노총과 달리 참가입장의 기

조 위에서 자신의 이해를 극대화하고자 노력하였다. 크게 보아 그것은

1987년 이후 잃었던 노동운동의 주도권을 되찾는 시도였다. 노동체제

의 변동과 합의주의 정세로 말미암아 기존의 자주성 논란, 이른바 어용

문제는 크게 희석되었다. 결과적으로 이런 노력은 국가와 자본의 노동

운동에 대한 분할지배 전략과 결합하여 상당한 성과를 산출하였다. 민

주노조는 한국노총과의 연대 혹은 통합논의로 내부 갈등에 시달렸던

반면 한국노총은 실리와 함께 민주노총과 대등한 조직으로 위상을 높

일 수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참가의 사회경제적 결과 문제이다. 합의주의 노동정치의

10년은 1998년 이후 신자유주의 노동체제의 구축과정과 결합되어 있

었다. 따라서 지난 10년 동안 진행된 사회경제적 구조 변동, 곧 사회

양극화와 비정규 노동자 확대,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 노동운동의 약

화 등에 대한 합의 정치의 영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일은 쉽지 않

다. 그것은 신자유주의체제의 노동배제를 제어하고 완화하는 사회 통

합적 정치과정으로 해석될 수도 있으며 반대로 이를 정당화하고 매개

한 정치과정으로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8년의 정리해고 합의나 2003년 노동시간 단축 합의, 그리

고 최근의 비정규 노동관련 법제화와 로드맵 합의 등 구체적인 결과에

서 본다면 그것을 사회 통합적 정치과정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합의

주의 옹호론이 예상했던 것과 달리 그것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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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민주노조운동 20년과 사회적 합의주의  245

당화하고 노동의 저항 없이 관철하는 수단을 넘어서기 힘들었다. 노동

시간 단축이나 비정규직 보호를 명분으로 한 합의들은 실제로는 노동

유연화, 비정규직 확대로 귀결되었기 때문이었다.

4. 한국의 노동체제와 합의주의 실험

한국사회에서 사회적 합의주의 실험의 결과는 대체로 부정적인 것이었

다. 10년간의 합의정치에서는 민주노총과 전교조의 합법화, 노동시간

의 단축과 3자 개입 금지나 직권중재와 같은 몇몇 악법조항의 제거, 그

리고 사회복지제도 도입과 확대 등 일부 긍정적인 측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15) 그러나 이 사안들 대부분은 1997년 겨울총파업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합의가 아니라 최종적으로는 노동대중의 투쟁에 의해서

달성되었던 성과였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교환과정에서 그 이상의 반

대급부를 전제로 한 제도 변경이었고 교환의 등가성이 보장되지 못했

으므로 성과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연구자들의 계속된 정책 제안, 노조 지도부의 열망과 각 정권 수뇌부의

‘정치적 의지’에도 불구하고 합의 실험이 실패한 것에는 한국 노동정치

에 고유한 구조적 특성이 자리 잡고 있었다. 구조적 제약은 1987년 체

제와 그 이후의 종속적 신자유주의체제 모두에서 작동하고 있었다. 그

특성은 크게 네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노동계급의 역량이 매우 취약하다는 특성이었다. 11%-12% 대

의 낮은 조직율과 대기업 중심의 조직적 편중성은 역량의 한계를 단적

으로 보여준다. 특히 한국노총을 제외하면 이 기간 전체에 걸쳐 민주

노총의 조직 역량은 전체 조직대상의 5% 내외에 불과하였다. 따라서

민주노조는 합의를 전체 노동계급의 이름으로 강제할 동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으며 반대로 국가와 사용자는 합의과정이나 결과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를 취해도 무방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노무현 정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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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동향과 전망 71호

경험했던 것처럼 대기업 중심의 조직 동원력이 ‘노조 간부 비리사태’

등으로 약화될 경우 민주노조에서는 어떤 대응도 할 수 없는 한계를 보

여주었다.

그런데 낮은 조직율과 같은 평면적인 지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직적

집중성의 정도였다. 사실 대재벌 중심으로 경제구조가 집중된 조건에

서 대사업장이 조직되어 있다면 낮은 조직률이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대사업장 노조 조직이 기업단위로 분단되어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였다. 기업별 노조 조직체제는 노동계급 역량을 구조적으로 제약

한 결정적 변수였다.16) 개별 노조 수준에서 유지되었던 조합원들의 노

조활동에 대한 참가의지는 초기업 수준의 이해 결집, 민주적 집중적 의

사결정과정에서 크게 약화되었다. 여기에 합의기구 참가를 둘러싼 민

주노총 지도부 내부의 견해 차이가 더해져 민주노조는 신속하고 합리

적인 의사결정을 요구하는 합의정치 과정에서 대체로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민주적인 의사 결집에 상당한 한계에 부딪

혔고 참가의 결과에 대해 하부 조직을 통제할 수도 없었다.

한편 정치적 계급 역량의 취약성도 두드러진다. 민주노동당의 창당과

2004년 국회 진출이라는 정치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전체 노동계급의

정치 역량은 매우 취약하였다. 민주노동당은 3% 미만의 의석점유율로

합의정치를 뒷받침할 역량을 갖지 못했다. 또 민주노총 내부의 정치적

조직화도 크게 약한 상태가 지속되었다. 조합원 중 민주노동당원은

5%를 넘지 못했고 전반적인 정치의식은 매우 낮은 편이었다. 비제도

적인 수준에서도 조합원의 정치의식은 매우 낮아 협소한 경제적 이해

관계에 기초해 정치적 판단을 내리거나 보수적인 정당을 지지하는 사

태가 되풀이되었다. 결국 민주노조의 정치 역량은 합의 정치의 의제

설정과 운영과정에 의미 있게 개입하거나 합의결과의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수준에 다다르지 못하였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 국가의 전략과 구조 측면에서도 민주노조의 합의정치 가능성은

크게 제약되어 있었다. 전통적으로 한국의 국가는 해방정국 이래 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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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민주노조운동 20년과 사회적 합의주의  247

분파가 주도한 매우 보수적인 성격을 갖고 있었다. 냉전 분단국가로서

국가는 오랫동안 노동운동에 대해 적대적이었고 노동 억압정책을 지속

해왔다. 문제는 이런 국가의 성격이 민주화 이후에도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었다.17) 정치 엘리트 간의 타협에 의한 점진적 민주

화과정에서 보수적 관료체제는 강고히 유지되었으며, 특히 노동에 적

대적인 경제부처, 치안부처의 주도권은 변화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들

은 청와대와 노동부, 노동연구원 등 정부 일각에서 정치적 주도권을 갖

고 시작한 합의정치를 공공연하게 거부하거나 은밀히 해태하는 전술로

일관하였다. 노동 측이 요구한 합의안은 거의 이행되지 않았고 ‘참여와

협력’의 합의 정치가 공권력 투입과 구속 수배 등의 국가폭력과 결합되

는 딜레마가 지속되었다. 요컨대 합의정치의 가능성은 국가기구 내부

에서 구조적으로 가장 큰 장애물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18)

또 합의정치를 주도한 이른바 정부 내 ‘개혁세력’도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하였다. 청와대와 집권 여당, 그리고 정부 내 일부에 포진했던 개혁

파는 ‘노사관계 개혁’, ‘참여와 협력’, ‘참여민주주의’와 ‘사회통합’ 등의

구호로 합의정치를 주도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신자유주의 경제 재구

조화’라는 보다 상위의 전략 방침에 구속되거나 이를 보완하는 개혁임

을 공공연히 표방하였다. 따라서 이들은 한편으로 ‘개혁’담론과 다른

한편의 ‘경쟁력주의 시장주의’와 ‘법치주의’, 곧 신자유주의 이념 사이에

서 중심을 잃고 표류하였다. 양자 사이에서 구체적인 절충과정은 항상

딜레마상황을 연출하였으며 최종적으로 신자유주의 이념이 합의 정신

을 압도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노동시간의 단축, 비정규직 보호법안,

노사관계의 선진화가 거꾸로 노동유연화의 제도화, 비정규직 확대, 민

주노조에 대한 제도적 억압으로 나타났던 것도 이 딜레마 때문이었다.

셋째, 정치사회의 구조도 합의주의 노동정치에 부합하지 못하였다. 한

국사회에서 노사정 간의 합의는 보수 세력이 우위에 있는 국회라는 난

관을 넘는 문제를 구조적으로 안고 있었다. 이 점은 내각제를 기반으

로 한 서구의 노동정치에서 의회 법제화과정이 크게 장애가 되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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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  동향과 전망 71호

던 것과 대비된다. 여소야대의 국면이 지속되었던 김대중 정부 노사정

위는 이런 면에서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었다. 정부는 다수 야당의

반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국회통과를 이유로 ‘최소한의 개혁’을 주장할

수 있었다.

한편 집권 여당이 개혁을 추진했던 김영삼 정부나 노무현 정부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영삼 정부에서 노개위의 논의는 여당의

법안 개악과 날치기 통과처리로 원래의 개혁성이 완전히 소실되었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에서 초기의 개혁 드라이브는 보수 야당의 강력한

정치공세와 여론공세로 청와대 노동 팀이 교체되면서 쉽게 붕괴되었

다. 그리고 이와 반대로 후반기 비정규 법안처리와 로드맵에서는 신자

유주의 노동 유연화라는 내용에 보수 양당이 합의하면서 민주노총을

배제하는 법제화가 손쉽게 이루어졌다. 의미 있는 캐스팅보트를 쥐지

못한 민주노동당은 현실성 없는 최대 요구안을 제시할 수밖에 없었으

며 보수 주도 정치구도 속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였다. 요컨대

한국의 노동정치에서 합의주의는 그 내용이 개혁적일 경우 보수정당의

강한 반대를 불러왔으며, 정부 내 추진주체들은 이를 통제할 수단을 갖

지 못하였다. 결과적으로 노동 개혁으로 출발한 합의주의정치는 보수

여야당 간의 신자유주의 대 동맹으로 귀결되기 십상이었다.

마지막으로 한국 노동정치의 역사적 경험과 시민사회의 이념적 구조적

지형도 합의주의 노동운동에게 불리하게 작동하였다. 한국사회에서

노동은 오랫동안 금기로 치부된 바 있었다. 한국에서 좌파는 해방정국

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불법화되었고 소멸되었다. 30년을 훨씬 넘는 이

기간은 단순히 ‘노동’이 부재하는 빈 공간이 아니었다. 노동을 배제하

는 각종 법제도적 장치가 지속적으로 강화되었으며 특히 압도적인 다

수의 시민들에게 반 노동 이데올로기가 사회화되는 과정이었던 것이

다. 또 이 시기는 국가가 어용 노동조직을 포섭하고 이를 매개로 해서

노동계급을 배제하던 노동통제의 역사로 점철되었다. 그 결과 한국의

시민사회에는 강력한 반 노동자 정서가 역사적 전통으로 구조화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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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민주노조운동 20년과 사회적 합의주의  249

있었고 이는 민주노조의 합의기구 참가를 제약하는 기본적인 배경으로

작용하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대개의 합의정치는 외환위기를 전후로 시작되었는데

이 시기에 시민사회의 보수성은 한층 강화되었다. 예컨대 경제위기에

대해 노동자의 귀책사항이 거의 없었음에도 정리해고에 대한 노동 측

의 양보는 여론의 대세였다. 여론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경우 ‘경쟁

력 잠식’, ‘법질서 파괴’, ‘집단이기주의’와 같은 강한 이데올로기 통제수

단이 작동하였다. 노무현 정부가 ‘귀족노동자와 귀족 노조’, ‘비리집단’

등의 담론을 공작적으로 산출하고 확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시민사

회의 불리한 담론지형이 자리하고 있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시민사회 내부에서 민주적이고 개혁적인 입장

을 대표하였던 제반 시민운동세력의 정치적 태도였다. 이들은 민주노

조들의 합의정치과정에서 결코 우군이 아니었다. 시민운동은 합의정

치와 결부되었던 국가폭력을 방관하였으며 때때로 합의정치를 강제한

주요한 세력이었다. 1987년 체제에서 친 노동 입장을 취했던 것을 감

안하면 시민운동의 보수화는 합의정치를 어렵게 하는 중요한 변화였

다.19) 시민운동의 보수화는 합의정치과정에서 민주노조의 주도성을

크게 약화시켰고 의사 관철을 위해 대중을 동원하는 전략을 선택할 경

우 그 효력을 크게 떨어뜨렸다.

5. 결론 : 계속되는 도전과 민주노조의 미래

지난 10년간 노사정 당사자들은 사회적 합의주의를 지속적으로 시도

해왔다. 그리고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그 시도들은 민주노조의 입장에

서 본다면 되풀이되는 실패와 패배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단순히 주어진 합의 실험의 득과 실을 따질 수 있는 그런 패배가 아니

라 상처가 민주노조운동 내부에 깊이 각인되는 그런 패배였다. 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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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동향과 전망 71호

그렇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노사정 합의주의 기구에 참여하

고자 하는 민주노조 내부의 동력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결론 삼아 간략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20)

사실 사회적 합의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민주노총 지도부도 합의주의

참가로부터 자유로웠던 것은 아니었다. 비판론에 가까운 지도부도 때

로는 물 밑에서, 때로는 공개적으로 노사정위 혹은 그에 준하는 기구에

참가해온 것이 사실이다.21) 1999년 2월 노사정위 탈퇴 이후 2002년까

지 공식적으로 불참 내지 노사정위 해체 입장을 고수해온 3기 집행부

는 2003년 들어와 다시 노정, 노자, 노사정 교섭을 포함하는 총체적 교

섭제도를 마련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바 있었다. 노무현 정부의 노사

정위 개편, 내실화 방침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은 것과 함께 조직 내

외의 현실적인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22)

결국 과거의 경험에서 합의기구 참가문제가 정파들의 전략적 선택의

문제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합의주의 옹호론이든

비판론이든 참가의 문제를 회피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만

큼 참가문제는 민주노조운동의 미래 전망에서 핵심적인 문제로 여전히

남아 있다. 그렇다면 되풀이되는 실패를 예견하면서도23) 참여가 다시

문제로 되는 다른 이유를 찾아야 한다. 여기서는 잠정적으로나마 두

가지 요인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국가와 자본의 노동통제전략의 변화한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

다. 앞서 보았듯이 민주노조운동이 참가 전술을 고민하게 된 일차적인

배경이 국가의 참가 강제에 있었기 때문이다. 김영삼 정부 이래 모든

정부는 핵심 노동정책 사안을 합의기구에서 다루겠다는 입장을 고수하

였다. 합의기구 참가 없이는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다. 노조의 주요한 기능 중의 하나가 국가정책에

대한 개입과 영향력 행사이므로 참가 압력이 발생한 것은 당연한 일이

었다.

1987년 체제에서 국가와 자본은 신생 민주노조에 대한 통제력을 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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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민주노조운동 20년과 사회적 합의주의  251

히 상실한 바 있었다. 반대로 이는 민주노조가 노조로서 최소한의 민

주성과 자주성을 확보하는 과정이었다. 국가는 통제력 회복을 위해

1987년 이후 10년간의 소모적인 억압을 계속한 다음, 민주노조에 시민

권을 부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모적인 억압이 무력한 것을 확인한

다음 국가가 선택한 것이 참가를 유도하는 전술이었다. 그러므로 국가

의 합의주의 전술은 무엇보다 민주노조에 대한 통제력 회복이라는 거

시 노동정치과정의 맥락에서 고찰할 필요가 있다.24)

다음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원인은 민주노조운동의 성장에 따른 운동

적 의제의 변화이다. 1997년 겨울 총파업 이래 민주노조운동은 시민권

을 회복하였다. 시민권을 인정치 않는 억압적 국가권력으로부터 민주

노조를 사수하는 과제는 대체적으로 그 의미가 크게 약화되었다. 이는

민주노조운동의 조직적 성장을 의미하였으며 그 결과가 민주노총의 결

성과 조직 확대였다. 그러나 전국적 조직으로 확대된 민주노조운동은

새로운 과제를 직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즉 합법화와 전국 조직화에

따라 전 계급적 제도개선과 노동계급 이익 확보가 새로운 과제로 등장

하였던 것이다. 또 조직 내적으로는 기업별 노조를 넘어서 산별 계급

조직을 건설하는 문제가 당면한 요구가 되었다. 이는 개별 기업이나

산업 단위의 단체교섭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였다.

특히 1998년 이후 고용위기와 신자유주의 경제 환경의 압박은 노사정

교섭의 필요성을 증폭시켰던 요인이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증가와

사회 양극화에 대응해야 하는 민주노조운동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주체적 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이런 조건에서 국가의 합의주의

참가 유도나 강제는 ‘실패할 참가’조차 외면하기 힘든 구조적 배경을

이루었다.

요컨대 지난 10년간의 합의주의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남아

있다. 노조운동의 발전에 따라 발생하는 새로운 과제를 주체적인 역량

으로 해결할 수 있기까지 민주노조는 합의주의의 딜레마를 벗어나기 힘

들 것으로 보인다.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산별노조 건설과 정치세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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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  동향과 전망 71호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아래로부터의 연대를 구축하

는 것이 민주노조의 생존이 걸린 중차대한 과제인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세 가지 과제들 중에서 정치세력화는 다른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관건적 요소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년 동안 노동자 대중의 광

범한 요구를 수렴하는 경제적 운동으로서 노동조합운동은 일정한 성과

와 함께 구조적 한계에 봉착한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산별노조

건설과 비정규직 연대의 문제는 아래로부터 노조운동의 동력과 함께

정치적 지도를 필요로 하는 문제이다. 그것은 단순히 현재의 노동정당

의석을 확대하는 제도정치운동으로 설정되어선 안 된다. 조직된 조합

원 및 당원들의 정치의식을 제고하기 위해서 정당과 노조조직을 기층

수준에서 새롭게 재조직하는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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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민주노조운동 20년과 사회적 합의주의  253

주석

1) 이 글에서 말하는 ‘사회적 합의주의’는 노사정 3자 합의 혹은 협의의 제반 경험들

과 이를 지지하는 운동노선 모두를 총칭하는 서술적 개념이다. 주지하듯이 합의를

둘러싼 개념들은 매우 다기하며 서로 다른 이론적 입장 위에서 쓰이고 있다. 우리의

경우(민주적, 사회적) 코포라티즘, 사회적 대화, 사회협약, 사회적 파트너십 등 여러

개념은 그 개념 내용에서 차이가 크다. 이 글은 이에 대한 이론적 논의를 목적으로 하

지 않는다.

2) 보다 자세한 내용은 김준(1999), 노중기(1995: 6장) 참고. 김준(1999: 105-108)

은 이 시기의 합의 시도를 ‘유사 사회적 합의’라고 보았다. 그것은 구조적 한계, 주체

들의 인식과 전략 수준의 한계, 조직과 합의 내용측면의 한계 등 여러 가지 한계를 모

두 갖고 있었다. 이 글의 시각에서 보면 주체의 측면에서 민주노조들이 배제되고 그

들을 배제하기 위한 조직적 수단으로서의 이용된 성격이 너무 명료했던 점이 중요하

다. 그러나 이들이 이후 노개위나 노사정위 합의 실험에 미친 일정한 영향은 부인하

기 힘들다.

3) 전노협 노선을 비판하고 위기론을 제기한 대표적인 연구에는 임현진·김병국

(1991), 김형기(1992a, 1992b), 박승옥(1992) 등이 있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

와 비판은 노중기(1995: 7장), 임영일(1997)을 참고할 것. 한편 사회적 합의의 담론

은 이미 그 이전부터 제기되고 있었다. 그 주요 진원지는 1988년에 설립된 정부기구,

한국노동연구원이었다. 노동연구원은 1989년부터 외국의 합의 경험을 꾸준히 소개

하고 그 필요성을 정부에 강하게 주장하였다. 그것은 1991년과 1992년 정부 주도의

두 차례 사회적 합의 토론회(‘산업평화와 경제 재도약을 위한 사회적 합의 대토론회’,

‘노사관계 사회적 합의형성 회의’)와 한국노총과 경총의 임금 합의로 나타났다.

4) 총선 직후 급작스럽게 발표하였지만 준비는 상당 기간 진행되었던 것으로 밝혀졌

다. 1995년 가을 청와대는 노개위 구성을 위해 비서진을 개편하였으며 다음해 봄까

지 매우 체계적으로 준비하였다. 1995년 가을에 민주노총이 출범한 것도 노개위 구

성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노개위 개혁시도의 구조적, 전략적 배경에 대해

서는 노중기(1996: 22-30) 참고.

5) 합의안이 110개나 될 정도로 광범한 합의였으나 국가 자본의 핵심적 요구는 정리해

고와 파견노동 법제화로 집중되었다. 시행을 1년 앞당긴 것에 불과했던 정리해고 문제

를 국가는 외환위기의 파국적 상황에서 엄청난 중요성을 가진 것으로 인식했던 탓이

다. 실제로 그것은 1998년 상반기 이후 본격화되었던 구조조정에서 노조의 묵종을 끌

어낸 핵심적인 장치였다. 한편 국가와 자본은 노동 측이 요구한 합의사항들을 거의 지

키지 않았는데 이는 실리에서도 노동측이 손해를 크게 본 합의였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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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민주노총의 탈퇴 이후에도 노사정위는 한국노총을 파트너로 지속되었다. 특히

2001년 2월에는 한국노총과 작업장단위 복수노조 인정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다시 5년 유예하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도 하였다.

7) 노사정위 참가를 둘러싼 자세한 정치 과정은 노중기(2006) 참고. 네 차례 결의는

2004년 5월 31일과 8월 25일, 2005년 3월 21일, 2006년 6월 19일에 이루어졌다.

8) 이런 수세적 방어적 입장이 ‘교섭과 투쟁의 병행’이라는 슬로건으로 나타났다. 일

종의 궁여지책으로 나타난 이 입장은 2007년 5기 집행부에서도 유지되고 있다. 한국

노총의 입장 및 양 노총의 관계에 대해서는 민주노동당기관지 ꡔ진보정치ꡕ, 2007년 4

월 8일자의 이용득위원장 인터뷰기사 참고.

9) 2005년 노동부장관의 강한 노동 억압정책으로 노정관계가 최악의 상태에 있었을

때에도 정부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정부는 노사정위를 우회하는 대표자회의나 저출

산고령화대책연석회의 등 대체기구를 급조했던 것이다. 특히 노조 간부 비리의 기획

수사 등 보다 적극적인 압박수단을 사용한 점은 김대중 정부의 태도와 구별된다. 정

부의 이중적 태도 때문에 민주노총과 정부 사이가 완전히 단절된 적은 별로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10) 사실 이런 논의를 주도한 것은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노동연구원 등 관변 연구기

관이었다. 그러나 민주노조운동 내에서도 서구와 남아공의 경험은 중요한 논리적 근

거로 작동하였다(김유선, 1998). 이때 노동운동의 적극적 참가 선택과 더불어 국가

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함은 물론이다(이병훈, 2004; 박태주, 2006).

11) 이하의 논의에서 국가의 전략은 ‘구조와 전략의 변증법’이라는 이론적 입장에 기

초한 것이다. 이때 국가 전략은 합리적, 합목적적 전략적 중심이나 주체를 갖지 않는

구조-전략의 상호작용과 그 효과를 말한다(노중기, 1997).

12) 당시 김대중 정부는 노사정위 기구를 법제화하고 3기 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민주노총의 참가 유도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참가가 어려

운 것으로 판단되자 2000년 하반기 이래로 보다 강압적인 방법을 사용하기 시작하였

다. 사회보험노조와 롯데호텔노조 등 쟁의사업장에 대한 선제적 공권력 투입, 민주

노총과의 대화 거부, 지도부에 대한 대규모 사법 처리 등 공공연한 억압이 노사정위

불참의 반대급부로 제시되었다(노중기, 2002). 또 노무현 정부는 노조 비리에 대한

기획 수사 및 사법처리, 노조 내부 문제에 대한 대대적인 여론 공세 등을 압박수단으

로 동원하였다(노중기, 2006).

13) 서구 린코포라티즘의 ‘국가 협박’(shadow of hierachy) 문제가 한국에서는 보

다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났던 것으로 볼 수 있다(노중기, 2004a). 기획수사 문제의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노중기(2006) 참고.

14) 주요한 갈등 사례로는 1997년 겨울총파업을 둘러싼 논쟁, 1998년 2월 노사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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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민주노조운동 20년과 사회적 합의주의  255

합의 논란과 사회적 조합주의 논쟁, 2002년 발전파업에 대한 평가 논쟁, 2004년 선

거과정의 대립과 2005년 대의원대회 폭력사태, 2005년 하반기 민주노총 간부 비리

사태에 대한 논란 등을 들 수 있다.

15) 노동시간 단축의 제도 변화에는 긍정과 부정의 두 요소가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노개위, 노사정위에서 교환의 구도로 대치되었던 노동기본권 신장과 노동유연화의

두 요소가 바로 그것이었다.

16) 물론 보건의료노조나 전교조, 그리고 금속노조 등은 이미 산별노조 조직형식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비중은 전체 민주노조에서 크지 않았으며 산별노조에

맞는 집중적 의사결정, 활동방식을 갖추지는 못하였다. 2006년 금속노조와 공공노

조의 출현은 본격적인 산별노조 시대가 시작된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합의정치를

뒷받침하는 산별노조의 내용을 담는 실체적 변화에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17) 바로 이 점이 1987년 체제 10년의 모순구조에서 핵심적인 측면이었다. 시민사

회, 정치사회의 자유화, 형식적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노동사회에 대한 억압

과 배제전략을 포기하지 않았다. 여기서 노동배제전략과 전투적 노조주의가 맞부딪

힌 10년의 노정간 대립과정이 발발하였던 것이다.

18) 합의정치와 결부되었던 억압적 노동행정을 이른바 ‘개혁세력’이 거부할 때 정권

내 외부에 포진했던 보수 세력의 반격은 강력하였다. 노무현 정부 초기 화물연대 파

업에 대해 공권력을 투입하지 않자 개혁세력은 엄청난 여론공세, 정치공세에 직면하

였고 결국 권력으로부터 축출되었다.

19) 이 변화는 두 가지 맥락에서 이루어졌다. 한편에서 1997년 이후 민주노조운동이

합법화됨에 따라 시민운동은 노동운동을 동반자이기보다 경쟁자로 인식하기 시작하

였다. 경제위기 속에서 중간계급의 이해를 정확히 반영한 전략 선택이었다. 또 다른

한편에서 형식적 민주화 이후 시민운동은 민주화의 수혜자로서 급속히 보수화되기

시작하였다. 민주화 이후 시민운동의 의제가 사라졌고 운동이 급진화되지 못한 결과

였다. 그리고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 시민운동 출신 운동가들이 대거 진출한

것은 그 중요한 지표였다. 결국 이들 중 대부분은 국가의 신자유주의 경제 전략과 노

동배제 전략에 동조하였다고 할 수 있다.

20) 주지하듯이 2007년 초 선거에서 민주노총 5기 집행부는 합의기구 참가 입장에

상대적으로 가까운 공약을 내걸고 당선되었다. 현재까지 민주노총은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 불참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변화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민주노

조운동 내부에서도 참가의 필요성을 옹호하는 주장이 여전히 다수의 의견인 것으로

보인다(전태일기념사업회, 2006).

21) 2기 집행부는 1998년 6월과 7월 두 차례 참가와 불참을 반복하였으며 3기 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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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  동향과 전망 71호

부에서는 발전파업 노사정위 합의과정에서 실무적인 수준에서이지만 깊숙이 참여했

던 경험이 있었다.

22) 구체적으로 “노정교섭과 노사교섭이 보장되는 조건에서 김대중 정권의 노사정

위원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노무현 정권의 노사정위원회 개편안을 검토하여 대

의원대회에서 노사정기구 참여문제를 결정한다”는 입장이 사업계획으로 확정되었

다. 이는 2004년 4기 집행부의 ‘산별교섭, 대정부교섭, 사회적 교섭 등 중층적 총체적

교섭제도 마련’이라는 입장과 크게 구별되지 않는다(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2004: 47-48).

23) 4기 집행부의 2004년 사업계획서에는 노사정위의 한계가 조목조목 지적되어 있

었다. 현재의 노사정위는 노동시장 유연화 등 반노동자 정책 수행, 조직의 자율성 부

재, 노조 의견 반영 부족, 합의 이행 부진, 산업-업종별 교섭 틀 부재 등의 한계를 갖

고 있다고 보았다.

24) 참가를 강제함으로써 국가는 여러 측면에서 민주노조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우선 참가 과정에서 민주노조 출신 활동가들을 포섭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리고 여러 구조적인 역학관계의 우위를 이용하여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제할

수도 있었다. 참여민주주의라는 정당성의 기반 위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때 국가의 입장에서 억압적 국가기구의 사용은 참가 문제와 모순

되지 않았다. 그리고 한국노총과의 분할지배 기제를 이용해서 민주노조를 통제할 수

있었던 것도 중요한 소득이었다. 특히 민주노조 내부에서 참가 문제를 둘러싸고 대

립과 갈등이 발생한 일은 통제력 회복의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측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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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조운동 20년과 사회적 합의주의  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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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민주노조운동 20년과 사회적 합의주의  259

초록

민주노조운동 20년과 사회적 합의주의

노중기

이 글은 ‘사회적 합의주의’ 문제를 거시적이고 통시적인 관점에서 고찰함으로

써 민주노조운동 20년을 전체적으로 조망하였다. 노사정 3자 합의의 문제는

단순히 노사정 간의 협소한 이해득실 차원에서 이해할 수는 없다. 여기에는

축적체제와 노동체제의 전환, 민주화의 확대와 같은 국가정치의 문제, 국가

의 노동통제전략, 노동운동의 전략적 노선 전환 등 보다 복잡한 문제가 서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노동운동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초기 민주노조

운동노선에 대한 중대한 수정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1996년 노사관계개혁

위원회와 1998년 노사정위원회의 구성 이후 합의 시도는 활발하게 진행되었

다. 여러 차례의 되풀이된 합의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대체로 실패한 실험이

었다. 특히 노무현 정부 시기에 와서 민주노조운동은 합의의 결과와 가능성

을 근본적으로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실패에도 불구하고 합의정

치는 여전히 미래의 과제로 남아 있는데 그것은 노동체제의 구조변동에 따라

대안적 운동전략이 충분히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주제어 민주노조, 사회적 합의주의, 노사정위원회,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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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  동향과 전망 71호

Abstract

The Two Decades of Minjoonojoundong and Social Corporatism in Korea

Joong-Kee Roh

This paper analyses the experiments of social dialogue or social part-

nership in last 20years. For this, I summarized the short history of so-

cial pacts in Korea and concluded that the experiments had totally

failed. Although there were amounting expectations within civil soci-

ety, no subjects did act sincerely and kept the promises. Especially the

korean governments after the democratization of 1987 used the tri-

partite organization as a simple state apparatus for labour control. On

the other hand the labour movement could not compel the govern-

ment to execute the promised reform. This paper explained the diffi-

culty and the possibility of social corporatism in Korea with two sig-

nificant structural factors. First, in Korea there were not the necessary

institutional conditions for social corporatism, the strong labour party

and the centralized industrial union. Second, with the structural dis-

solution of the 1987 labour regime the KCTU, the korean dependent

labour union, had lost their power to change and break the bottleneck

in labour politics.

Key words Minjoonojo, Social Corporatism, Tripartite Commission, KC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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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자본 축적과 구조적 실업 그리고 소득분배의 변화  261

일반논문

자본 축적과 구조적 실업 그리고 소득분배의 변화

안정화❉❉

한국노동교육원 조교수, 경제학

1. 서론

고용의 불안정성, 구조적 실업, 소득격차의 확대는 1997년 위기 이후

노동시장을 특징짓는 뚜렷한 지표로 인식되고 있다. 위기 이전과 비교

할 때 낯설기만 했던 이러한 현상들은 위기 이후 10년이 지난 현재 익

숙한 현실로 굳어지고 있다. 고용의 불안정성, 구조적 실업, 소득격차

현상은 자본주의 경제의 내재적 속성들로서 항상적으로 존재해 온 것

들이다. 따라서 그 존재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지난 시기 한국에서는 주요한 분기점들을 전후하여 단절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그 현상들에 있어서 큰 폭의 변화를 겪어 왔다.1)

이러한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는 고용된 자와 그렇지 못한 자 그리고 고

용된 자들 내부의 분절의 진폭을 동반하는 것이었다. 특히 1997년 위

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악화된 노동시장의 상황들은 그 원인에 대한 문

❉ 본 논문에 대해 소중한 논평을 해주신 김균 교수님, 정주연 교수님, 김창진 교수님 그리고 익

명의 세 분 심사 위원분들께 감사드린다.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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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  동향과 전망 71호

제제기를 반복해서 던지게 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구조는 다양하게 분절된 노동시장의 집합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것은 분절된 노동시장의 존재, 즉 노동시장 구조의

형태가 아니라 그것들의 장기적인 변화와 그 변화를 이끈 원인에 관한

것이다. 노동시장의 분절은 정태적인 현상으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과

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인 변화와 그 변화의 동인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노동시장의 변화와 그 변화를 이끈 동인을 자본 축적과 구조적 실업 그

리고 이들이 미친 소득분배에의 영향을 통해서 파악해보고자 한다. 본

연구의 초점은 1997년 위기 이후 노동시장을 특징짓는 구조적 실업과

소득분배의 악화가 경기순환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자본의

축적과 연관된 보다 구조적인 현상이라는 것을 실증하는 데 있다. 구

체적으로는 낮은 자본 축적률이 구조적 실업의 증가를 가져왔으며, 높

은 구조적 실업률은 소득불평등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음을 보이고자

한다. 특히 1997년 위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높은 구조적 실업의 영향

이 노동자들 중에서도 시장의 규율을 더욱 강하게 받는 2차 노동시장

의 약자들에게 비대칭적으로 배분됨을 보이고자 한다.

멘더샤유젠(Mendershausen)과 쿠즈네츠(Kuznets)에 의해서 경기역

행적인 소득분배 현상이 발견된 뒤 경기변동과 소득분배와의 관계는

최근까지 이어지는 경제학의 오랜 연구주제였다. 그리고 그동안 이루

어진 많은 연구 성과들은 이러한 발견을 뒷받침해 주었으며 많은 이들

에 의해 정형화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동

적인 현실의 변화와 새로이 발전된 분석 기법들은 새로운 연구를 자극

시키고 있으며 새로운 성과들을 쏟아내고 있다. 2장에서는 소득분배와

관련된 기존의 실증연구와 최근의 연구 경향을 정리한다. 그리고 경기

순환적 요인에 초점을 두었던 기존 연구와 달리 소득분배의 변화 원인

을 보다 구조적인 요인에 두고서 새로운 분석방향을 제시한다.

3장에서는 구조적 실업이 자본 축적률과 어떠한 연관이 있는지를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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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자본 축적과 구조적 실업 그리고 소득분배의 변화  263

한다. 먼저 분석에 이용될 한국의 구조적 실업률을 추계한 뒤에 그 추

이와 특징들을 살펴본다. 그리고 실증분석을 통해서 자본 축적률과 구

조적 실업률 사이에 장기적으로 역의 관계가 있음을 확인한다. 4장에

서는 자본 축적률의 변화로부터 영향을 받은 구조적 실업이 노동자들

사이의 임금소득에 차별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를 통

해서 1997년 위기 이후 소득불평등이 자본 축적과정 그리고 자본 축적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장의 규율과 연관되어 있음을 확인한다. 5장에서

는 본 장에서의 분석결과를 요약한다.

2. 기존 연구와 새로운 분석 방향의 필요성

1) 기존 연구의 성과

(1) 기존의 연구 경향

멘더샤우젠과 쿠즈네츠는 미국에서 양차대전 기간 동안에 최상위 소득

계층의 소득이 불황기에 상승하고 호황기에 하락하는 이른바 경기역행

적인 소득분배 현상을 발견하였다(Parker, 1999). 이러한 발견은 이후

경기순환과 소득분배에 관한 많은 후속 연구들이 배출되는 계기가 되

었다. 특히 소득분배에 미치는 실업 및 인플레이션의 영향에 관한 논

의는 지금까지 진행되어 오고 있는 오랜 연구 주제 중의 하나이다. 기

존 연구들은 소득분배에 미치는 실업과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모형을 사용해 왔다(Blinder & Esaki,

1978; Buse, 1982; Jantti, 1994).

Isi, t= α i+ β iU t+ γ iπ t+ δ it+ e i, t , i=1,2,..., 5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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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  동향과 전망 71호

여기에서 I si, t는 i분위의 t년도 소득 분배율, U는 실업률, π는 인플레

이션율, t는 선형 시간추세, e는 백색잡음을 나타낸다. 이러한 기본식

에 실업률의 제곱(Jantti, 1994) 또는 전기 값, 그리고 연구목적에 따라

경제활동참가율, 성장률, 이윤율(Buse, 1982), 환율, 정부지출, 이자율

(Blejer & Guerrero, 1990) 등 여타 거시변수를 삽입하기도 하며, 종

속변수에 소득배분율 대신 종종 지니계수를 사용(Beach, 1977)하기도

한다.2)

기존 연구들의 분석 결과를 보면 인플레이션의 역할에 관해서는 합의

를 보고 있지 못하고 있는 반면에 실업은 소득의 불평등을 악화시킨다

는 데 많은 연구들이 동의하고 있다. 블라인더와 에사키(Blinder &

Esaki, 1978)는 위 모형에 기초하여 미국(1947-1974)에서 실업률이

저소득 가구의 소득을 낮추고 고소득 가구의 소득을 높임으로써 소득

불평등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의 분배가 이루어짐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실업률이 1% 증가할 때 하위 40% 가구의

소득이 0.26%-0.30% 정도 감소하며 이 감소분이 상위 20% 가구로

이전된다. 또한 인플레이션의 경우를 보면 비록 실업률에 비해 그 영

향이 작지만 저소득 가구의 소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

타나고 있다. 블랭크와 블라인더(Blank & Blinder, 1986), 잔티

(Jantti, 1994) 역시 실증분석을 통해서 실업의 증가가 소득분배를 악

화시키는 반면 인플레이션은 그것을 완화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

다. 이러한 분석결과들은 인플레이션이 빈곤층에게 혹독한 세금

(cruellest tax)이라는 주장에 대한 실증적 논박이 되고 있다. 그러나

실업과 달리 인플레이션에 관해서는 모칸(Mocan, 1999)이 지적한 것

처럼 일관된 분석결과로 모아지지 않는다. 필리핀(1980-1986)의 사

례를 분석했던 블레져와 게레로(Blejer & Guerrero, 1990)는 인플레

이션이 소득분배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결론짓는다. 캐나다(1947

-1978)의 사례를 분석한 뷰스(Buse, 1982) 역시 소득분배에 미치는

인플레이션의 영향이 약하거나 없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의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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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자본 축적과 구조적 실업 그리고 소득분배의 변화  265

결과에 따르면 실업률이나 인플레이션이 미치는 영향보다 경제활동참

가율이 미치는 영향이 더 큰 데, 경제활동참가율이 증가할수록 소득불

평등이 완화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초기 연구들과 달리 1980년대 이후 소득불평등에 미치는 경기

순환의 영향 또는 경제성장과의 연계성을 부정하거나, 그 관계들의 구

조적 변화를 강조한 연구들도 적지 않다. 단지거와 고트샼(Danziger

& Gottschalk, 1986)은 빈곤에 미치는 거시경제적 조건의 영향(1949

-1982년, 미국)을 분석한 뒤 경기회복이나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빈곤

의 해소에 도움을 주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1950

-1960년대와 달리 1970년대 이후 이러한 경향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분석결과는 커틀러 외(Cutler et al., 1991, 1992)의

분석에서도 이어진다. 커틀러와 카츠(Cutler & Katz, 1991)는 1983년

이후 진행된 경기회복과 높은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1980년에서

1990년 사이에 미국에서의 최저소득층의 소득분배율은 5.2%에서

4.6%로 하락한 반면 최고소득층의 분배율은 41.5%에서 44.3%로 증

가함으로써 소득불평등은 더욱 악화되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악화된 소득불평등은 소득에서뿐 아니라 소비

에서도 진행되었음을 보여줌(Cutler, Katz, Card & Hall, 1992)으로써

경제성장이 반드시 소득불평등의 완화로 이어지지 않음을 주장한다.3)

이러한 분석결과들은 최근 소득불평등도의 급속한 악화를 경험했던 한

국에서 차후 경기회복이 반드시 소득불평등도의 완화로 귀결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2) 최근의 연구 경향

실업률이나 인플레이션율과 같은 거시경제적 요인이 소득분배에 미치

는 영향을 분석했던 과거의 연구들이 최소자승법(OLS)이나 일반화최

소자승법(GLS)을 이용한 데 반해 최근 연구들은 단위근이나 공적분

관계 등 시계열 연구 성과들을 반영하고 있다.4) 이러한 시계열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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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  동향과 전망 71호

성과를 반영하여 소득분배에 미치는 거시경제적 조건의 영향을 분석한

연구로는 파커(Parker, 1999)와 모칸(Mocan, 1999) 등을 들 수 있다.

파커는 단위근의 존재를 무시한 기존 연구들에 대해 가성회귀(spurious

regression)의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하고 오차수정모형(error correc-

tion model)을 통해 소득불평등에 미치는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의

영향을 새로이 분석하였다. 분석결과를 통해서 그는 실업률의 증가가

소득분배를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으며 인플레이션율의 경우 그 영향이

작긴 하지만 소득분배를 완화시키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한다.5)

모칸의 연구는 이보다 더 나아가 실업률을 구조적 실업과 순환적 실업

으로 구분하여 그 영향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미국의

사례를 가지고 분석했던 모칸의 연구는 소득불평등에 영향을 미치는

거시경제적 조건들을 분석했던 기존 연구와 동일한 분석틀을 사용하면

서도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점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나는 자료에

확률적 추세가 있을 경우 모형에 시간추세를 포함시키면 안 되며, 단위

근이 있으면서 공적분되어 있지 않을 경우 차분안정적인 시계열로 전

화시켜 분석해야 한다는 시계열 분석에서의 최근 성과들을 반영하여

분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실업률을 구조적인 실업률과 순

환적인 실업률로 구분하여 소득불평등에 미치는 각각의 영향을 분석했

다는 점이다. 기존 연구들이 소득분배에 미치는 거시경제의 영향을 분

석하기 위해서 실업률을 경기순환의 대리변수로 사용했던 반면 그는

실업률을 단기적(순환적)인 실업률과 좀 더 지속적(구조적)인 실업률

로 분해하여 분석함으로써 이들 중 구조적 실업률이 소득불평등에 보

다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모칸은 일련의 분석결과

를 통해서 미국의 소득불평등은 경기순환에 따른 실업률보다 구조적

실업률의 영향이 더 크다고 주장한다. 또한 커틀러와 카츠(Cutler &

Katz, 1991)가 지적했던 것처럼 지속적인 구조적 실업의 증가와 지속

적인 GNP의 증가가 공존할 수 있기 때문에 성장이 반드시 소득불평등

의 개선과 연관되어 있지 않음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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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자본 축적과 구조적 실업 그리고 소득분배의 변화  267

2) 구조적 실업, 불안정 고용과 새로운 분석방향의 필요성

소득 불평등에 영향을 미치는 거시경제적 요인들의 영향을 분석했던

기존 연구의 성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멘더

샤우젠과 쿠즈네츠의 연구 이래 소득불평등에 미치는 주요 거시경제적

요인으로서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을 이용하였다. 인플레이션의 영향에

대해서는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지만 많은 연구들은 실업률이 소득 불

평등에 기여한다는 데에는 일정정도 합의를 보고 있다. 둘째, 파커

(Parker, 1999)와 모칸(Mocan, 1999) 등 최근의 연구들은 각국의 소

득 또는 실업률이 확률추세(stochastic trend)를 갖는 만큼 단위근, 공

적분관계 등 시계열 분석의 최근 성과들을 반영하여 분석하고 있다.

셋째, 기존 연구들이 실업률을 단순히 경기순환의 대리변수로 이용한

데 반해서 모칸의 경우에서처럼 실업률을 구조적 실업률과 순환적 실

업률로 분해하여 그 영향을 분리하여 분석한 뒤에 소득불평등에 미치

는 실업률의 영향에서 순환적 요인보다는 구조적 요인이 더욱 중요함

을 보여주었다.

기존 연구들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직 몇 가지 점에서 문제점

과 함께 새로운 분석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 모칸은 (설명변

수로 이용된) 구조적 실업이 소득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주요한 원인임

을 보여주었지만 구조적 실업이 무엇으로부터 기인하는지에 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이는 모칸의 연구 결과에 기초하여 소득불평등이

구조적 실업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 하더라

도 구조적 실업의 원인에 대한 다양한 진단에 따라 상이한 정책방향이

제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자연실업률(또는 그 일종인 NAIRU)

의 추정과 그 원인을 분석하고 있는 여러 연구와 기관들은 구조적 실업

률이 실업급여, 고용보호를 위한 제도, 노동조합 등 노동시장의 경직성

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주장과 함께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그 정책방향

으로 제시하고 있다(Scarpetta, 1996; Nickell, 1998; IMF, 2003).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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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  동향과 전망 71호

글에서는 최근의 구조적 실업률의 상승이 1997년 구조적 위기 이후 지

속되고 있는 자본 축적률의 저하와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둘째, 모칸 등 기존의 연구자들은 시기별로 달라질 수 있는 실업의 영

향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구조적 실업이 미치는 영향이 시대별로 항

상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본 연구

에서는 블라인더와 에사키(Blinder & Esaki, 1978),6) 단지거와 고트

샼(Danziger & Gottschalk, 1986), 커틀러와 카츠(Cutler & Katz,

1991) 등의 연구에서처럼 소득분배에 미치는 거시경제변수들의 영향

이 시기별로 달라질 수 있음에 주목한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설명변

수의 파라미터를 시기별로 파악하는 것이 가능한 시변파라미터 모형

(Time-varying parameter models)을 이용함으로써 구조적 실업이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의 유무뿐만 아니라 시기별 성격을 보다 분명

히 파악하고자 하였다.

셋째, 멧칼프(Metcalf, 1969)에 의해 시도되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기

존 연구는 분위별 소득 자체를 종속변수로 놓지 않고 5분위 배율(상위

20% 소득인 5분위 소득/하위 20% 소득인 1분위 소득)과 같은 소득불

평등 지수만을 종속변수로 분석하고 있다. 이 경우 소득격차에 미치는

실업의 영향을 직접 분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각 소득 분위가

실업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해 알 수가 없다. 본 연구에서는 5분위

배율뿐만 아니라 각 소득분위 노동소득을 종속변수로 놓고 이들이 시

기별로 경기순환적 실업과 구조적 실업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분석하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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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자본 축적과 구조적 실업 그리고 소득분배의 변화  269

3. 자본 축적과 구조적 실업

1) 저성장과 구조적 실업의 구조화

주기적인 과잉축적과 이윤율의 하락 속에서 자본은 끊임없이 위기에

봉착하여 왔으며 과잉자본의 해소와 새로운 축적과정을 통해서 그 위

기를 극복하여 왔다. 자본의 끊임없는 위기의 잉태와 발현 그리고 해

소 과정은 구조적인 실업의 양산과 소득의 재분배 과정을 동반하여 왔

다. 자본 축적률과 구조적 실업의 관계를 분석한 Duménil & Lévy

(1999, 2004)는 유럽(독일, 프랑스, 영국)과 미국의 장기 실업률 추이

를 분석하면서 실업률의 구조적(structural) 요소와 순환적(cyclical)

요소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본문에 있는 구조적 실업률의 추이는 ― 인용자) 이러한 진화의 일반적인 경향,

즉 실업의 “구조적”(structural) 요소를 나타낸다. 이러한 추세 주위를 움직이는

파동은 통상 그것의 “순환적”(cyclical) 운동으로 불리우는데, 경제활동의 파동

에 따라 발생한다(호황기 동안의 생산의 증가와 불황기 동안의 생산의 감소는 그

에 상응하는 실업률의 감소와 증가를 가져온다).”(Duménil & Lévy, 2004,

p.53.)

본 연구에서는 이들이 말한 것처럼 실업률이 구조적 요소(structural

component)와 순환적 요소(cyclical component)로 구성되어 있으

며 각각의 요소에 상응하는 실업률을 구조적 실업률(structural un-

employment rate)과 경기순환적 실업률(cyclical unemployment

rate)로 정의한다.7)

<그림 1>은 이변량 비관측요소 모형(bivariate unobserved compo-

nent model)을 이용하여 실업률을 구조적 실업률과 순환적 실업률로

분해한 뒤 각각의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8) 음영처리는 통계청에서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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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  동향과 전망 71호

<그림 1> 이변량 모형에 의한 구조적 실업률과 경기순환적 실업률의 추이

2 . 4

2 . 8

3 . 2

3 . 6

4 . 0

4 . 4

4 . 8

5 . 2

- 2

- 1

0

1

2

3

4

5

7 7 7 9 8 1 8 3 8 5 8 7 8 9 9 1 9 3 9 5 9 7 9 9 0 1 0 3 0 5

s t r u c t u r a l u n e m p lo y m e n t c y c l ic a l u n e m p lo y m e n t

주 1: 음영은 통계청에서 발표한 기준순환일 중 경기쇠퇴기(불황기)에 해당함.

2: 좌측 값이 구조적 실업률의 단위, 우측 값이 순환적 실업률의 단위임.

표한 경기후퇴기(제2순환기부터 제8순환기까지)를 나타낸 것으로서

추정한 순환적 실업률이 통계청의 기준순환일과 유사한 추이를 나타내

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그림들을 보면 본 연구에서 추정한 경

기순환적 실업률이 음영처리가 된 통계청의 불황기 동안에 상승하는

것을 볼 수 있어 둘 사이에 일치함을 확인할 수 있다.

구조적 실업률의 추세를 보면 1970년대 말과 1990년대 말에 있었던

두 번의 구조적 위기와 함께 큰 폭의 증가 현상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지난 30여 년 동안의 구조적 실업률의 추이를 볼 때에 1980년

대 말부터 1990년대 말 이전까지의 기간은 구조적 실업률의 절대적 수

준이 매우 낮았던 시기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1997년 구조적 위기 이

후 급격히 높아졌던 구조적 실업률은 비록 몇 년 후 낮아지긴 했으나

위기 이전과 비교해 볼 때 현재까지 여전히 높은 수준이 지속되고 있음

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2>의 왼쪽 그림은 이변량 비관측요소 모형으로 추정한 실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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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자본 축적과 구조적 실업 그리고 소득분배의 변화  271

<그림 2> 이변량 모형에 의한 실질 GDP의 추세와 순환 부분(1976:Ⅰ-2005:Ⅲ)9)

10.0

10.4

10.8

11.2

11.6

12.0

12.4

76 78 80 82 85 87 89 91 94 96 98 00 03 05

Real GDP: trend componet

79-80 위기

97 위기

-.12

-.10

-.08

-.06

-.04

-.02

.00

.02

.04

77 79 81 83 85 87 89 91 93 95 97 99 01 03 05

RGDP_CYCLEReal GDP: cyclical component

GDP의 장기 추세를 나타낸 것이다. 장기 추세 부분에는 두 개의 화살

표가 있는데 왼쪽의 화살표는 1979-1980년 구조적 위기 이전의 추세

를 연장한 것이고, 오른쪽의 화살표는 1987년부터 1997년 구조적 위

기 이전의 추세를 연장한 것이다. 두 연장선과 추세와의 격차를 통해

서 구조적 위기와 더불어 실질 GDP 추세가 하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1979-1980년 구조적 위기 이후에 나타난 추세가 하

락세가 짧았던 반면 1997년 구조적 위기 이후의 추세하락은 매우 길어

한국 경제가 과거의 고성장 경로를 벗어나 저성장 경로를 밟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오른쪽 그림은 이변량 비관측요소 모형으로 추정한

실질 GDP의 경기 순환의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음영 처리된 기간은

통계청의 기준순환일 가운데 경기쇠퇴기(정점에서 저점 사이)를 나타

낸 것이다. 그림을 보면 경기쇠퇴기 동안에 경기순환 추이가 하락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앞의 순환적 실업률의 추이와 상반되

는 것으로서 경제성장률과 실업률 사이에 부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오

쿤의 법칙이 작동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경기순환 부분의 추이 중 1979

-1980년의 경제위기와 1997년의 경제위기가 나머지 경기순환 상의

불황과 확연히 다른 매우 큰 불황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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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  동향과 전망 71호

을 통해서 2002년 4분기 이후 현재까지 뚜렷한 회복세 없이 경기가 진

행되고 있는 것도 현재 한국 경제의 특징적 양상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구조적 실업률과 실질GDP의 장기 추세 부분을 보면 1997

년 위기 이후 거시경제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저성장과 구조적 실업의

구조화로 볼 수 있다.

2) 낮은 자본 축적률과 높은 구조적 실업률

실업률의 분해 결과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듯이 1997년 구조적 위기

이후 구조적 실업률은 높은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실제 실업률은

1996년에 2.0%였지만 1997년 위기와 함께 급격히 증가한 뒤 2005년

현재 3.5%로서 위기 이전의 실업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위기 이후 장기의 경기침체에 따른 구직단념자 수와 사실상의 실업이

라 할 수 있는 주노동 17시간 미만 불안정고용의 수가 매우 높은 수준

임을 고려하면 실제의 실업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10) 이러한 가운데 높은 실업률을 경험하고 있는 유럽의 사례

와 그 원인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많은 논쟁들은 1997년 위기 이후 한

국에서 발생한 높은 구조적 실업률의 원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난 30여 년 동안 유럽은 매우 높은 실업률의 증가를 경험하였다. 유

럽연합 국가들의 평균 실업률은 1970년의 2.0%에서 1980년대 급증하

기 시작해서 1990년 8.0%, 2000년 8.3%, 2000년 8.3%, 2004년 현재

8.8%로 증가하였다(OECD, 2005; Stockhammer, 2004a). 1년 이상

실업상태에 놓여 있는 장기실업자 역시 1979년에 0.9%에서 1994년

6.6%로 급증하였다. 이러한 실업률의 양적 질적 변화는 대공황 이후

경험해 보지 못한 높은 수준으로서 정책입안자들로 하여금 실업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두게 하였다.

실업의 원인에 대한 기존의 주장은 노동시장의 경직성이나 과도한 복

지수준에 초점을 두어왔다. 따라서 실업수당의 축소나 최저임금의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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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자본 축적과 구조적 실업 그리고 소득분배의 변화  273

축, 노동조합의 약화 그리고 제반 고용보호 장치의 제거 등이 실업률

축소를 위한 정책방향으로 제시되고 있다. 시버트(Siebert, 1997)는

유럽의 실업률이 미국에 비해 높은 이유를 전체노동자들의 임금 경직

성(수요변화에 따른 낮은 임금탄력성), 낮은 임금격차(미국에 비해 상

대적으로 낮은 저임금노동자들의 임금탄력성), 중앙화된 임금교섭체

계와 높은 노조조직률, 높은 사회보장 세금, 높은 수준의 고용보호법

등을 들고 있다. 니켈(Nickell, 1997)은 1964년 4분기부터 1992년 4

분기까지 OECD 20개국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 기초하여 실업의 원인

이 숙련의 불일치, 노동조합(마크업), 세금, 실질이자율 등에 있음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의 연장선상에서 OECD(1994),

IMF(2003) 등은 실업률 축소의 대안으로서 노동시장의 탈규제화 정책

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에 대해서 두 가지 방향에서 실증분석을 통한 반론

들이 제기되고 있다. 첫 번째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가져옴으로써 실

업률을 높이는 것으로 지목되는 노동시장 제도들, 즉 고용보호법, 노동

조합 등이 실제 그러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는 연구들

이다. 스톡해머(Stockhammer, 2004b)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

국 등 유럽 4개국과 미국을 대상(1961-1996)으로 한 실증분석(OLS,

SURE 모형)을 통해서 니켈(Nickell, 1997, 1998)의 모형이 그의 분석

결과와는 달리 실증적으로 잘 뒷받침되지 못한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예를 들면 임금상승 요인으로 대리되는 노동조합 조직률이 니켈의 분

석과는 달리 실업률에 대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거나 음의 값으

로 나타남을 보이고 있다. 스톡해머와 마찬가지로 실업이 노동시장 제

도 등 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주장을 반박한 연구로는

베커, 글린, 호웰, 쉬미트(Baker, Glyn, Howell, & Schmitt, 2004)가

있다. 이들은 경제학자들의 일반적인 신념과 달리 노동시장 제도들이

실업률을 증가시킨다는 기존의 분석결과(특히 IMF, 2003)가 통계적으

로 강건하지 못함을 실증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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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  동향과 전망 71호

<그림 3> 자본 축적률과 구조적 실업률의 추이(1976:Ⅱ-2005:Ⅲ) (단위 : %)

1 . 0

1 . 5

2 . 0

2 . 5

3 . 0

3 . 5

4 . 0

4 . 5

5 . 0

1 9 8 0 1 9 8 5 1 9 9 0 1 9 9 5 2 0 0 0 2 0 0 5

s t r u c t u r a l u n e m p l o y m e n t r a t e r a t e o f a c c u m u l a t i o n

두 번째는 실업의 발생 이유를 자본 축적 또는 실물 투자로부터 찾는

연구들이다. 로손(Rowthorn, 1999)은 자본-노동간 대체탄력성이 1

보다 낮을 경우 자본 축적이 NAIRU를 낮출 수 있음을 수식으로 증명

해 보이고 있다. 스톡해머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 4개

국과 미국을 대상(1961-1996)으로 한 실증분석(OLS, SURE 모형)을

통해서 각국 모두 축적률이 고용율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시키

고 있음을 보이고 있다. 또한 아레스티스 등(Arestis & Biefang-

Frisancho Mariscal, 2000)은 영국(1966:Q1-1995:Q4)과 독일

(1966:Q1-1990:Q4)을 대상으로 한 실증분석(VECM 모형)에서 지난

20여 년 동안의 높은 실업률이 불충분한 자본스톡으로부터 기인하였

음을 보여주었다.

여기에서는 한국을 대상으로 하여 자본 축적률과 구조적 실업 사이의

관계를 분석하고자 한다.11)12) <그림 3>은 지난 30여 년 동안의 구조

적 실업률과 자본 축적률의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그림을 통해서 우

리는 1997년 위기 이후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매우 낮은 자본 축적률

과 높은 구조적 실업률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지난 30여 년 동안 구

조적 실업률과 자본축적률 사이에 상호 밀접한 (음의) 관계에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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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자본 축적과 구조적 실업 그리고 소득분배의 변화  275

을 유추해 볼 수 있다.13) 1979-1980년의 구조적 위기와 1997년의

구조적 위기 이후 높아진 구조적 실업이 같은 시기 급격히 낮아진 축적

률의 하락과 연관이 있으며, 또한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중반까

지 보여주었던 낮은 구조적 실업률은 같은 시기에 볼 수 있는 높은 축

적률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관계가 실제 존재하는지를 실증하기 위해서 장

단기 동학 분석이 가능한 벡터오차수정모형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먼저 축적률과 구조적 실업률 사이에 장기적인 균형관계가 존재하는지

를 보기위해서는 두 자료가 불안정시계열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단

위근 검정 결과에 따르면 두 시계열은 불안정시계열이었으며 1개의 공

적분 관계가 존재하였다. 따라서 우리는 자본 축적률과 구조적 실업률

사이에 장기적인 균형관계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14)

<표 1>은 벡터오차수정모형의 분석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15) U 2st는

이변량 모형에 의한 t기의 구조적 실업률, K at은 t기의 자본축적률, Δ

는 1차 차분기호, c는 상수항, ect는 오차수정항( ζ는 조정계수)이다.

표를 보면 모든 모형의 장기동학 계수와 오차수정항 계수가 동일한 부

호를 보임으로서 분석결과가 강건함으로 보여주고 있다. 오차수정항

의 계수들이 모두 1% 수준에서 유의미하게 음의 값을 보임으로서 축

적률과 구조적 실업률 사이에 장기적이 균형관계가 존재한다는 공적분

검정 결과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두 번의 경제위기

를 더미변수로 통제한 모형에서도 일관되게 발견할 수 있다.

표를 보면 축적률과 구조적 실업률은 장기적으로 부의 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축적률이 하락(증가)하게 되면 구조적 실업률은 증가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앞에서 그 가능성으로 언급했던 지난

30여 년 동안에 진행된 구조적 실업의 장기 파동이 자본 축적률의 변

화로부터 주된 영향을 받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더미 변수로 통

제된 모형의 경우 조정된 R 2가 0.376을 보임으로써 설명력이 높은 것

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자본 축적률과 구조적 실업률 사이에는 장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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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동향과 전망 71호

<표 1> 축적률과 구조적 실업률의 벡터오차수정모형 분석 결과

ΔU2st ΔU

2st

ect t-1-0.1856***

(-3.3952)

-0.1016***

(-2.4382)

U 1st-1 ( U2st-1

) 1.0000 1.0000

Kat-1

0.7495***

(6.2558)

0.8486***

(5.7438)

trend(t)0.0001***

(6.7010)

0.0002***

(6.0488)

c -0.0663 -0.0707

dum800.0026***

(2.9803)

dum970.0058***

(6.2384)

조정된 R 2 0.145 0.376

Log likelihood 576.58 595.33

주 1) 괄호안은 t통계량임.

2) *** 는 1% 수준에서 유의미함을 나타냄.

3) dum80은 1980년 더미변수: 1980:Ⅰ∼1980:Ⅳ=1, 나머지는 0, dum97은 1997년 더미변수: 1997:

Ⅳ∼1998:Ⅲ=1, 나머지는 0.

인 균형관계가 존재하며 1997년 위기 이후의 높은 구조적 실업률이 자

본 축적률의 하락으로부터 영향 받았음을 알 수 있다.

4. 구조적 실업과 노동자 사이의 노동소득 분배

1) 소득불평등의 구조적인 변화와 노동시장 분절의 구조화

본 장에서는 노동자(가구)의 노동소득 격차에 미치는 구조적 실업률의

영향을 분석한다.

<그림 4>는 노동자 가구의 5분위 배율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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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자본 축적과 구조적 실업 그리고 소득분배의 변화  277

<그림 4> 5분위 배율 소득 및 노동소득 배율의 추이 (단위 : 배)

4.0

4.4

4.8

5.2

5.6

6.0

1985 1990 1995 2000

income

3.6

4.0

4.4

4.8

5.2

5.6

1985 1990 1995 2000

salary and wage

주 : 배율은 5분위 소득(또는 노동소득)/1분위 소득(또는 노동소득)임.

자료 : 통계청 도시가계조사

그림을 보면 시기별로 소득불평등의 추이에 매우 특징적인 양상이 있

음을 볼 수 있다. 1980년대 말 이전 시기와 1990년말 이후 시기가 높

은 소득불평등의 국면을 보여주는 반면 그 중간 시기는 낮은 소득불평

등의 국면을 보여주고 있다. 좌측 그림의 소득(income)을 기준으로

보면 1988년 이전 시기(1982:Ⅰ-1987:Ⅳ)의 5분위 배율은 평균 5.1

배, 1997년 4분기 이후 시기의 5분위 배율은 평균 5.4배로서 소득불평

등이 높은 시기였음을 보여주는 반면 그 중간 시기의 5분위 배율은 평

균 4.6배로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소득불평등이 지속되었던 시기

로 볼 수 있다. 특히 1997년 구조적 위기 이전과 이후는 분위별 소득격

차에 있어서 뚜렷한 변화를 보여주는데 1997년 3/4분기 소득배율이

4.6배였다가 위기 직후 전체 노동자가구의 소득 감소와 함께 다소 감

소하였으나 1998년 2분기에는 5.7배까지 오름으로써 위기 이후 소득

불평등이 매우 높아졌음을 말해준다. 오른쪽 그림에서 볼 수 있는 노

동소득(salary & wage) 배율의 추이 역시 소득 추이와 유사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소득 배율이 다소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노동소득 배율의 경우 그 격차가 위기 직후보다 더욱 커지고 있어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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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  동향과 전망 71호

<그림 5> 각 분위별 노동소득 몫의 추이 (단위 : %)

6.8

7.2

7.6

8.0

8.4

8.8

9.2

1985 1990 1995 2000

lowest quintile: salary and wage

13.0

13.2

13.4

13.6

13.8

14.0

14.2

14.4

14.6

1985 1990 1995 2000

2nd quintile: salary and wage

17.0

17.2

17.4

17.6

17.8

18.0

18.2

18.4

1985 1990 1995 2000

3nd quintile: salary and wage

21.6

22.0

22.4

22.8

23.2

23.6

24.0

24.4

1985 1990 1995 2000

4th quintile: salary and wage

34

35

36

37

38

39

40

1985 1990 1995 2000

5th quintile: salary and wage

자료 : 상동

소득 격차가 최근에 더욱 악화되고 있는 소득 격차의 추이를 이끌고 있

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소득불평등도의 국면별 추세는 구조적 위

기 이후 진행된 소득불평등의 악화가 경기순환에 따른 일시적인 요인

보다는 보다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현상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본 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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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자본 축적과 구조적 실업 그리고 소득분배의 변화  279

서는 구조적 실업이 미치는 노동시장에의 영향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

해서 임금 외에 사업 소득이나 재산 소득 등이 포함된 소득(income)

자료 대신에 노동소득(wage & salary) 자료를 분석에 사용한다.

<그림 5>는 전체 노동자가구의 노동소득에서 각 분위별 노동소득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을 나타낸 것이다. 최저소득 가구인 1분위 가구는

앞에서 본 5분위 배율 추이와 정반대의 추이를 보이고 있으며, 최고소

득 가구인 5분위 가구는 5분위 배율과 추이가 비슷함을 볼 수 있다. 즉

1987년 이후 최저소득 가구의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상승

함으로써 동시기 이후에 소득의 불평등 완화에 기여한 반면 1997년 위

기에 발생한 최저소득 가구의 노동소득 하락은 소득의 불평등을 크게

증가시킨 것이다. 1987년을 전후로 하여 노동소득 점유율이 증가한 소

득분위는 1분위뿐만 아니라 2, 3, 4분위가 모두 증가하였음을 볼 수 있

다. 5분위 가구만이 상대적으로 급격히 하락하였을 뿐이다. 80%에 해

당하는 노동자가구의 소득 점유율이 높아진 것이다. 이것은 활발한 노

동운동과 함께 높은 노조조직률을 보였던 1987년을 기점으로 노동소

득의 불평등이 크게 완화되었음을 말해준다. 이렇게 완화된 노동자 가

구 사이의 노동소득불평등은 1997년 위기 이후 크게 악화되었다. 차하

위 소득 계층인 2분위는 1분위와 유사한 추이를 보이고 있어 1997년

위기는 하위 40% 가구의 노동소득 감소에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주

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소득불평등의 추이는 그 분석대상이 전체 가구 가운데

노동자 가구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과 노동자 가구 사이의 소득격차

가 전체 노동자 가구들의 전반적인 소득 감소 속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경제위기 이후 진행된 노동자 가구의 실질소득의

전반적인 감소는 <그림 6>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소득불평등의 구조적인 변화와 함께 각 소득분위가 노동시

장의 분절과 맞물려 있음을 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변화된 노동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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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  동향과 전망 71호

<그림 6> 노동자 가구의 실질 소득 추이(2000=100) (단위 : 원)

0

1,000,000

2,000,000

3,000,000

4,000,000

5,000,000

6,000,000

1982

1983

1984

1985

1986

1987

1988

1989

1990

1991

1992

1993

1994

1995

1996

1997

1998

1999

2000

2001

2002

2003

2004

1분 위 2분 위 3분 위 4분 위 5분 위

자료 : 통계청 도시가계조사.

의 상황에 대해 분석했던 많은 연구들은 비정규직, 저학력, 여성과 같

은 2차 노동시장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정성과 저임금 현상이 1997년

이후 더욱 확대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소득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지

적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2차 노동시장의 노동자들이 소득분위 하

층에 자리잡고 있음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2001년 현재 최저소득

계층인 1분위 가구(하위 20%) 가구주의 75.1%가 비정규직(임시일용)

이며, 고졸 이하가 91.4%, 여성이 39.4%이다. 이것은 소득불평등의

구조가 노동시장의 분절구조를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16)

분석에 사용한 노동소득 자료는 통계청의 도시가계조사 자료이다. 도

시가계조사 자료는 가계의 수입과 지출 등 가구들의 전반적인 생활실

태를 조사하여 가구원수별, 성별, 가구주 연령별, 가구주 교육정도별

등으로 정리한 자료이다. 따라서 구조적 실업이 소득분위별 노동소득

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하기 위한 본 연구의 목적에 부합한

다. 또한 국내에서 각 소득분위별 장기시계열 자료는 도시가계조사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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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자본 축적과 구조적 실업 그리고 소득분배의 변화  281

료가 유일하기도 하다.

분석에 이용된 노동소득은 각 소득분위별 노동소득을 각 분위의 가구

원수로 나눈 뒤 소비자물가 지수로 조정한 소득분위별 가구원 1인당

실질 노동소득이다. 각 시계열 자료는 X-12로 계절조정을 한 것이다.

각 소득분위별 노동소득을 가구원 수로 나눈 이유는 각 소득분위별로

가구원수가 다른 데다가 동일 소득분위에서조차 지난 20여 년 동안 가

구원수에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노동소득을 가구원수로 나누

지 않게 되면, 소득분위별 가구원수의 차이 그리고 동일소득 분위의 가

구원수 변화의 영향이 소득격차의 변화로 잘못 이해될 수 있다.17) 분

석에 앞서 이 자료가 가지고 있는 단점을 언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도

시가계조사 자료는 조사대상이 도시에 거주하는 가구들에 한정되어 있

어 전체 가구들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조

사대상에서 1인 가구를 제외하고 있어 최저소득분위의 소득이 실제보

다 상향 편향되어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 가구주가 무직

인 경우 노동자가구로 분류되지 않음으로써 노동자인 가구원의 노동소

득이 분석에 제외되는 한계 역시 존재한다. 또한 이 자료를 가지고 시

계열 분석에 이용할 경우 패널 자료가 아니기 때문에 블라인더와 에사

키(1978), 뷰스(1982) 등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가족구성의 변화 등을

통제할 수 없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도시가계조사 자료

에는 노동자 가구의 소득만이 공개되어 있으며 사용자, 자영업자 등 노

동자 외 가구에 대한 정보가 없다. 따라서 도시가계조사 자료가 한국

의 소득에 관한 장기 시계열 분석에 사용될 수 있는 유일한 자료이기

때문에 한국의 가구별 소득실태를 장기 시계열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본 자료의 이용이 불가피지만, 모형설정에서부터 분석결과의 해석에

이르기까지 위에서 지적된 한계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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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  동향과 전망 71호

2) 구조적 실업과 노동소득의 분배

본 연구에서는 가구별 노동소득에 미치는 실업의 영향을 두 가지 방식

으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첫 번째는 5분위 배율(5분위 노동소득/1분

위 노동소득)에 미치는 실업의 영향이다. 이는 가구별 노동소득의 격

차에 미치는 실업의 영향을 직접 분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

나 5분위 배율이 상대적인 노동소득 격차를 나타내는 지표이기 때문에

분석 결과가 각 분위의 노동소득이 실업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서 실업이 노동소득 격차를 증가

시키는 것으로 나타나더라도 그것이 1분위 가구의 노동소득은 변화가

없는 가운데 5분위 가구 노동소득을 증가시킴으로써 나타나는 현상인

지, 아니면 5분위 가구의 노동소득은 변화가 없는 가운데 1분위 가구

노동소득을 감소시킴으로써 나타나는 현상인지, 노동자 가구들의 노동

소득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1분위 가구의 노동소득이 더욱 크

게 감소시킴으로써 나타나는 현상인지 등에 대해서 알 수가 없다. 따

라서 두 번째로 방식으로서 각 분위별 노동소득을 종속변수로 놓고 분

석을 한다.

(1) 구조적 실업이 노동소득 불평등에 미친 영향 : 5분위 배율 분석

실업이 노동소득 격차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5

분위 배율을 종속변수로 놓고 분석하였다. 분석 모형은 설명변수들의

영향력을 시기별로 살펴볼 수 있는 시변파라미터 모형(Time-varing

parameter model)을 이용하였다. 설명변수인 실업률은 앞서 분해한

구조적 실업률과 경기순환적 실업률을 사용하였으며, 생략된 변수를

통제하기 위해서 종속변수의 전기값을 설명변수로 추가하였다. 단위

근 분석 결과에 따라 5분위 노동소득 불평등도와 구조적 실업률에는

차분을 취하였다.19)

<그림 7>은 분석 결과로부터 얻은 각 변수의 계수 값들의 추이(점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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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자본 축적과 구조적 실업 그리고 소득분배의 변화  283

<그림 7> 노동소득 불평등도(5분위/1분위)에 대한 추정결과

-.04

-.03

-.02

-.01

.00

.01

.02

.03

88 90 92 94 96 98 00 02 04

B0

-.60

-.55

-.50

-.45

-.40

-.35

-.30

-.25

88 90 92 94 96 98 00 02 04

I (t-1)

-20

-10

0

10

20

30

40

50

60

70

88 90 92 94 96 98 00 02 04

structural unemployment rate (bivariate)

-4

-3

-2

-1

0

1

2

3

88 90 92 94 96 98 00 02 04

cyclical unemployment rate (bivariate)

95% 신뢰구간)를 시기별로 나타낸 것이다.20)

<그림 7>에서 각 파라미터 값들의 추이를 보면 1980년대 말과 1990년

대 말을 전후로 하여 소득분배에 미치는 각 변수들의 영향에 상당한 변

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를 보이는 것은 1997년 경제위

기를 전후로 한 구조적 실업의 영향이다.21) 구조적 실업은 1997년 4

분기 이전의 평균 계수값이 6.32인 반면 1997년 4분기 이후에는

44.56으로서 7배 가까이 커졌다. 분석에 사용된 실업률(구조적 실업

률, 순환적 실업률)의 단위는 100을 곱하지 않은 수치들이다. 따라서

1997년 위기 이후 구조적 실업률의 평균 계수값이 44.56이라는 것은

구조적 실업률이 1% 증가하면 5분위 배율이 0.4456배 증가한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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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  동향과 전망 71호

해석해야 한다. 따라서 구조적 실업이 경제위기 이후 노동자가구 사이

의 노동소득 불평등을 매우 크게 악화시켰음을 알 수 있다.22) 이에 반

해 순환적 실업률은 그 계수값이 구조적 실업률의 그것에 비해 매우 작

을 뿐만 아니라 1997년 위기를 전후로 한 계수값의 부호가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1997년 3분기까지의 평균 계수값은 -0.61이다. 반면에

1997년 4분기 이후의 평균 계수값은 0.78이다. 위기 이전에는 순환적

실업률의 증가가 소득불평등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 반면 위기 이후

에는 구조적 실업률과 마찬가지로 악화시키는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

다. 위기 이전에 순환적 실업률이 음의 소득분배, 즉 순환적 실업률이

높아지면 임금소득불평등 정도가 낮아지는 것은 효율임금과 같은 임금

프리미엄의 지급과 연관시켜 해석해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경기순환

에 따라 실업률이 낮아질 경우 노동자들의 태만가능성은 높아지는 반

면 직장상실비용은 낮아지게 된다. 따라서 사용자들은 보다 높은 임금

프리미엄을 지급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러한 현상은 노동자들에 대한

감독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대기업 사업장, 고임금 사업장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게 된다(송종래·조영철, 1994). 반면 경기순환적 실업률

이 높아지면 이러한 임금프리미엄의 크기는 상대적으로 작아지게 된

다. 물론 이와 같은 현상은 구조적 실업률이 매우 낮은 시기에 한정되

어 나타난다. 따라서 구조적 실업률이 낮은 가운데 경기순환적 실업률

의 증가는 오히려 노동자들 사이의 노동소득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것이

다. 그러나 구조적 실업률이 높을 경우 순환적 실업률이 낮아지더라도

높은 구조적 실업률 자체가 노동자들에게 규율실업의 역할을 하여 태

만의 가능성을 낮추고 직장상실비용을 높이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임금

프리미엄을 지급할 유인이 적어지게 된다. 따라서 구조적 실업률이 낮

아 완전고용에 가까웠던 1997년 위기 이전에는 순환적 실업률이 증가

하면 노동자 사이의 임금소득 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했던 반면 구조적

실업률이 높아진 위기 이후에는 격차를 증가시키는 역할을 했던 것으

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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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자본 축적과 구조적 실업 그리고 소득분배의 변화  285

∑5

1β i= ∑

5

1γ i= ∑

5

1δ i= 0

아래에서는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서 각 분위별로 세분하여

살펴본다.

(2) 구조적 실업이 노동소득 불평등에 미친 영향 : 각 소득분위별 분석

통상 많은 연구들이 소득 불평등에 미치는 거시경제적 요인의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서 각 분위별 분배 몫을 종속변수로 놓는다. 그러나 여

기에서는 분배 몫을 종속변수로 두지 않고 대신 각 분위의 노동소득 자

체를 종속변수로 놓고 분석한다. 각 소득분위별 소득분배 몫을 종속변

수로 놓을 경우 실업률(구조적 실업률, 순환적 실업률) 또는 인플레이

션율의 각 파라미터의 합은 0이라는 제약을 두게 된다. 즉 식(1)의 경

우 종속변수에 각 가구소득 분위의 분배 몫을 사용할 경우 자동적으로

이라는 제약이 주어진다.23) 따라서 소득 분위별

가구 사이에는 영합의 관계가 형성된다. 이에 따라 하위소득 가구의

소득에 대한 설명변수의 파라미터 값이 만약 음으로 나오게 되면 상위

소득 가구의 파라미터 값은 양으로 나오게 된다. 이는 하위소득 가구

(또는 노동자 가구)의 소득이 상위소득 가구(또는 사용자 가구)로 이전

됨을 의미한다. 결국 실업 또는 인플레이션이라는 거시경제적인 요인

이 가구간 소득 이전을 통해서 소득분배 효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이

것이 만약 상위소득 가구(또는 사용자 가구)에서 하위 소득 가구(또는

노동자 가구)로 소득을 이전시키게 되면 소득불평등을 완화시키는 것

이 되며, 역의 경우면 소득불평등을 악화시키는 것이 된다. 그러나 앞

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본 분석에서 사용하는 자료는 노동자 가구에 한정

되어 있다. 따라서 최하위 소득가구뿐 아니라 최상위 소득가구 역시

실업률로부터 음의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노동자 가구 사이에 영합 관

계를 설정하는 것은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노동자 가구

사이의 노동소득에 영합 관계를 설정한다는 것은 노동소득분배율이 고

정되어 있음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앞의 분석결과에서처럼 구

조적 실업은 노사 간의 소득을 재분배하고 있으므로 노동소득분배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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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  동향과 전망 71호

<그림 8> 소득분위별 구조적 실업의 계수값 추이(1987:Ⅰ-2005:Ⅳ)

-25

-20

-15

-10

-5

0

5

87 89 91 93 95 97 99 01 03 05

lowest quintile: structural unemployment

-25

-20

-15

-10

-5

0

5

87 89 91 93 95 97 99 01 03 05

2nd quintile: structural unemployment

-25

-20

-15

-10

-5

0

5

87 89 91 93 95 97 99 01 03 05

3rd quintile: structural unemployment

-25

-20

-15

-10

-5

0

5

87 89 91 93 95 97 99 01 03 05

4th quintile: structural unemployment

-25

-20

-15

-10

-5

0

5

87 89 91 93 95 97 99 01 03 05

5th quintile: structural unemployment

일정하다는 가정은 현실적이지 않다. 따라서 우리는 종속변수를 각 소

득 분위별 노동소득 자체를 놓고 구조적 실업률과 경기순환적 실업률

이 시기별로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분석하였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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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자본 축적과 구조적 실업 그리고 소득분배의 변화  287

<표 2> 위기 전후 구조적 실업 계수값 비교(1987:Ⅰ-2005:Ⅳ)

모수 위기 이전 (1987:Ⅰ-1997:Ⅲ) 위기 이후 (1997:Ⅳ-2005:Ⅳ)

1분위 -1.047 -14.597

2분위 -0.877 -7.615

3분위 -1.809 -4.839

4분위 -8.070 -5.789

5분위 -0.081 -0.495

전체 평균 2.377 6.667

<그림 8>과 <그림 9>는 이렇게 종속변수를 각 분위 노동소득으로 놓

고 분석한 경우에 각각 구조적 실업률의 계수값 추이와 순환적 실업률

의 계수값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비교를 쉽게 하기 위해서 각 분위별

로 분석한 결과를 각 변수별로 모아서 정리하였다.25)26)

분석 결과를 보면 두 가지 특징적인 양상을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최

상위 소득가구인 5분위 가구를 제외하면 1997년 경제위기 이후 구조

적 실업이 나머지 가구들의 노동소득을 매우 크게 감소시켰다는 점이

다. <표 2>에서 위기 이전에는 구조적 실업률의 평균 계수값이 -2.4

였으나 위기 이후에는 -6.7로서 두 배 이상 증가하였다. 두 번째는 구

조적 실업이 가구 소득분위별로 차등적인 영향을 끼쳤음이 드러난다.

즉 저소득 가구일수록 음의 크기가 더욱 큼을 알 수 있다. 최저소득층

인 1분위 가구들의 경우 1997년 이후(1998:Ⅰ-2003:Ⅲ) 파라미터의

평균값은 -14.6이다. 다음으로 2분위 가구들의 경우 1997년 이후 평

균 파라미터 값이 -7.6, 3분위 가구는 -4.8, 4분위 가구는 -5.7, 5

분위 가구는 -0.4의 값을 보여준다. 최저소득층인 1분위 가구의 경우

구조적 실업으로부터 2분위 가구의 약 두 배, 3, 4분위 가구의 약 3배

가량 더 영향받고 있어 저소득층일수록 구조적 실업으로부터 매우 큰

영향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5분위 가구의 경우 -0.5로서

구조적 실업으로부터 받는 영향이 매우 작음을 알 수 있다. 이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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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  동향과 전망 71호

<그림 9> 소득분위별 순환적 실업의 계수값 추이(1987:Ⅰ-2005:Ⅳ)

-6

-4

-2

0

2

4

6

87 89 91 93 95 97 99 01 03 05

lowest quintile: cyclical unemployment

-6

-4

-2

0

2

4

6

87 89 91 93 95 97 99 01 03 05

2nd quintile: cyclical unemployment

-6

-4

-2

0

2

4

6

87 89 91 93 95 97 99 01 03 05

3rd quintile: cyclical unemployment

-6

-4

-2

0

2

4

6

87 89 91 93 95 97 99 01 03 05

4th quintile: cyclical unemployment

-6

-4

-2

0

2

4

6

87 89 91 93 95 97 99 01 03 05

5th quintile: cyclical unemployment

경제위기 이후 구조적 실업이 소득불평등에 매우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1997년 위기 이후에 비정규

직 비율의 증가(김유선, 2003) 등과 같이 분절된 각 노동시장의 양적

변화와 더불어 노동하층이 제도적으로 배제되는 경향(손정순,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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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자본 축적과 구조적 실업 그리고 소득분배의 변화  289

<표 3> 위기 전후 순환적 실업 계수값 비교(1987:Ⅰ-2005:Ⅳ)

모수 위기 이전 (1987:Ⅰ-1997:Ⅲ) 위기 이후 (1997:Ⅳ-2005:Ⅳ)

1분위 -1.022 -0.099

2분위 -0.875 -0.092

3분위 -0.647 -0.832

4분위 -0.795 -0.558

5분위 -1.037 0.356

전체 평균 -0.875 -0.245

윤정향, 2005) 속에서 시장의 규율이 2차 노동시장에 더욱 강하게 작

용하는 구조로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이와 달리 <그림 9>에서 순환적 실업의 영향력을 보면 경제위기 이전

과 이후에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 <표 3>을 보면 오히려 위기 이전

의 계수값이 더욱 큰 음의 값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

는 앞에서 분석한 5분위 배율에서의 분석결과와 마찬가지로 구조적 실

업률이 순환적 실업률보다 노동자 가구 사이의 노동소득 불평등에 더

욱 큰 영향을 미쳤으며 저소득 가구의 경우 구조적 실업률의 영향이 더

욱 컸음을 알 수 있다. 즉 규율실업이 저소득 가구에 보다 강하게 영향

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앞의 분석에 사용된 종속변수인 가구원 1인당 노동소득은 가구소득을

가구원수로 나눈 경우로서 가구내 실업자의 존재를 통제하지 않은 경

우이다. 따라서 구조적 실업에 의한 가구분위별 영향은 단순히 각 가

구분위에 존재할 실업자의 존재를 반영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즉

구조적 실업률이 높을 경우 저소득 가구의 노동소득이 낮아지는 것으

로 나온 것은 저소득 가구에 그만큼 실업자가 많은 것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가구내 실업자의 존재로 인한 노동소득 격차

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각 소득분위별 노동소득을 가구별 취업자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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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  동향과 전망 71호

나누어 분석하여도 보았다. 이것이 가구내 실업자의 영향으로 인한 노

동소득의 감소를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가구내 실업자

가 많을 경우 취업하려는 자의 의중임금(resevation wage)은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Heckman & Borjas, 1980; Kiker & Roberts,

1984). 그러나 실업자수까지 포함한 자료(가구원1인당 노동소득 자료)

보다는 가구내 실업자의 존재를 상대적으로 더 통제한 것으로 볼 수 있

다. 분석 결과는 가구원 1인당 노동소득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27)

5. 결론

본 연구에서는 최근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노동자가구 사이의

소득 격차를 구조적 실업률과의 관계 속에서 분석하였다. 그리고 구조

적 실업률이 자본 축적의 동학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음을 밝힘으로써

소득 양극화가 자본의 축적 과정과 연관된 보다 구조적인 현상임을 보

여주었다. 이 글의 분석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난 30여 년 동안의 시계열 자료에 대한 분석은 자본 축적률과

구조적 실업률 사이에 장기적인 균형관계가 존재함을 확인시켜 줌으로

써 1997년 위기 이후의 높은 구조적 실업이 축적률의 저하에 따른 것

임을 보여주었다. 둘째, 구조적 실업은 노동자 사이의 소득분배를 변화

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적 실업은 저학력, 비정규, 여성 가구주

들이 주로 속한 하위 소득 계층의 소득을 1997년 위기 이후 더욱 악화

시키고 있었다. 셋째, 실업률을 구조적 실업률과 경기순환적 실업률로

분해하여 소득분배 현상을 분석하였는데 구조적 실업률의 영향이 더욱

크게 나타남으로써 1997년 이후 소득분배의 악화가 일시적인 경기순

환적 요인이 아니라 구조적인 현상임을 보여 주었다.

이러한 분석 결과들은 몇 가지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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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자본 축적과 구조적 실업 그리고 소득분배의 변화  291

첫째, 1997년 위기 이후 거시경제 현상 중 가장 특징적인 것 가운데 하

나는 자본 축적률의 하락이다. 위기 이후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지속

되고 있는 저투자현상은 저성장 구조를 지속시키고 있으며 분석 결과

에서 볼 수 있듯이 소극격차를 확대시키고 있다. 따라서 자본 축적률

하락의 원인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과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둘째, 지난 10년 동안 자본축적률의 하락은 노동소득분배율의 하락,

노동자 내부의 소득격차의 확대와 동시에 진행되어 왔음을 주목할 필

요가 있다. 이것은 단위노동비용의 절감과 격차의 확대가 장기적으로

자본 축적률 제고로 이어지지 못함을 보여준다. 더욱이 소득 하위계층

의 확대는 상품 수요(내수)의 감소를 통해 저성장을 연장시키고 있다.

셋째, 분석 결과에서 1997년 이후 노동소득 격차에 대한 구조적 실업

의 영향을 나타내는 계수값이 커졌다는 것은 시장의 압력이 과거보다

더욱 쉽게 비정규직, 여성, 저학력 계층, 즉 2차 노동시장에 전달되고

있으며 이를 조절하는 기제가 작동되고 있지 못함을 의미한다. 개별

기업의 경계를 넘어선, 또는 1차 노동시장의 경계를 넘어선 시장에 대

한 조절 제도와 정책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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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  동향과 전망 71호

주석

1) 대표적으로 1979-1980년, 1987년, 1997년의 경우가 그러하다.

2) 종속변수로 지니계수를 사용할 경우에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에 관해서는 뷰스

(1982, pp.191∼195)를 참고하시오. 뷰스는 소득분배가 변할 경우에도 지니계수가

이를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을 로렌츠곡선을 이용하여 보이고 있다.

3)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소득불평등의 악화가 진행되고 있는 원인에 대해서는

1980년대 이후 광범위하게 진행된 탈규제 현상 그리고 창출된 이윤이 재투자되지 않

는 금융화 현상들에 주목하는 연구들이 있다. 이에 관한 분석은 이 글의 범위를 넘으

므로 생략한다.

4) 기존 연구들이 식 (1)에서와 같이 시간추세를 포함하고 있는 데 반해 시계열에 관

한 연구들은 만약 확률추세(stochastic trend)가 있을 경우 시간추세를 포함시키면

잘못된 추정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종속변수와 한 개 이상의 설명변

수가 확률추세를 가지고 있으며, 그들이 공적분되어 있지 않다면 안정시계열로 전환

하여 분석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그 회귀분석 결과는 잘못된 것임을 지적하고

있다(Phillips, 1986; Stock & Watson, 1988).

5) 이러한 결과는 기존 연구의 가성회귀(spurious regression) 가능성에 대한 지적

에도 불구하고 기존 연구의 분석결과와 유사한 것이다.

6) 미국의 자료(1947-1974)를 이용하여 실업률이 미치는 소득분배 효과를 분석했

던 블라인더와 에사키는 가변수를 이용하여 1958년을 전후로 소득분배에 미치는 실

업률의 영향에 구조적 변화가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7) 여기에서의 구조적 실업은 Friedman, Phelps 등의 자연실업률이나 그 일종인 물

가상승을 가속화시키지 않는 실업률(NAIRU)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연실업률은 ‘평

균실업률’, ‘균형실업률’, ‘자연율’, ‘마찰적 실업률’, ‘정상상태의 실업률’, ‘지속가능한

최저실업률’, ‘호드릭-프레스콧에 의한 실업률 추세’, ‘완전고용 하에서의 실업률’ 등

Friedman의 자연실업률 개념과 더불어 다양하게 정의되어 오고 있다. 그러나 정책

적 입장을 떠나 많은 학자들에 의해 그 개념적 모호성에 대한 비판(Rogerson, 1997)

과 함께 추정상의 어려움이 지적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경기순환에 따른 실업률

의 단기적인 순환부분과 분리된 추세(trend)를 구조적 실업률로 정의하고자 한다.

Phelps의 NAIRU 개념에 대한 비판은 Fine(1998, pp. 36-48)을 참고하시오.

8) 본 연구에서는 한국의 구조적 실업률과 경기순환적 실업률을 구하기 위해서 칼만

필터(Kalman Filter)를 이용하여 실업률을 확률적 추세 요소(stochastic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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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자본 축적과 구조적 실업 그리고 소득분배의 변화  293

component)와 안정적인 순환적 요소(stationary cyclical component)로 분해하는

방식으로서 이변량 비관측요소 모형을 이용하였다. 이변량 비관측요소 모형에 대해

서는 김과 넬슨(Kim & Nelson, 2000)을 참고하시오. 본 연구의 이변량 비관측요소

모형의 추정결과는 <부표 1>을 참고하시오.

9) GDP는 실질값(2000=100)에 자연로그를 취한 뒤에 추세와 순환으로 분해한 것

이다. 따라서 그림 상의 눈금은 log 규모이다.

10) 구직단념자란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의사와 능력은 있으나, 노동시장적 사유

로 일거리를 구하지 않은 자 가운데 지난 1년내 구직경험이 있었던 사람으로서 통계

청 기준 2005년 125천 명이며, 17시간 미만 취업자는 804천 명으로서 2005년 경제

활동인구의 3.9%에 이른다. 1996년 17시간 미만 취업자는 290천 명이었다.

11) 자본 축적률은 안정화(2006)의 자료를 이용하였다. 본 연구에서의 자본축적률

은 자본스톡의 증가율을 의미한다.

12) 본 연구는 구조적 실업률과 자본축적률 그리고 노동조합조직률 사이의 관계도

분석하였다. 공적분 검정을 해본 결과 이들 사이에 장기적인 균형관계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VAR(2) 모형으로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축적률의 증가는

구조적 실업률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낮추는 반면 노조조직률은 구조적 실업률

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3) 자본 축적률과 구조적 실업률의 상관관계는 -0.659이다.

14) 단위근 검정 결과와 공적분 검정 결과는 <부표 2>와 <부표 3>을 참고하시오.

15) 벡터오차수정 모형을 통해서 변수들 사이의 장단기 관계를 살펴볼 수 있다. 본

연구에서 관심을 갖는 것은 변수들 사이의 장기동학이므로 장기의 분석결과만을 정

리하였다.

16) 자세한 내용은 <부표 4>, <부표 5>, <부표 6>을 참조하시오.

17) 소득분위별 가구원수의 추이는 <부도 1>을 참고하시오.

18) 도시가계자료 및 기타 소득자료의 한계에 대한 보다 자세한 지적은 강석훈·현

진권(2003), 현진권·임병인(2004)을 참고하시오.

19) 분석에 이용된 시변파라미터 모형은 다음과 같다.

ΔI t= β 0t+β 1tΔI t-1+ β 2tΔUst+β 3tU

ct+ e t , ··························································· (1)

β i t= β i t-1+ν i t , ································································································· (2)

e t∼ i.i.d.N (0, σ2e), ····························································································· (3)

v it∼ i.i.d.N (0, σ2vi), i=0,1,2,3. ···································································· (4)

여기에서 I t는 t기의 각 소득분위별 실질 노동소득 또는 노동소득 격차(5분위소득/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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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  동향과 전망 71호

분위소득), U st는 t기의 구조적 실업률, U ct는 t기의 순환적 실업률을 나타내며, Δ는 1

차 차분을 나타낸다. 생략된 변수를 통제하기 위해서 종속변수의 과거값( ΔI t-1)을

설명변수로 이용하였다.

20) 표준화된 예측오차(standardized forecast errors)는 Q값이 Q(12)=12.3,

Q(24)=24.4, Q(36)=36.5, 그리고 표준화된 예측오차의 제곱 역시 Q값이

Q(12)=7.7, Q(24)=12.9, Q(36)=16.2로서 계열상관(serial correlation)이 존재하

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Q(a)=b에서 a는 래그(lag)값을, b는 Ljung-Box Q 통계

량을 나타낸다. 귀무가설은 ‘계열상관이 존재하지 않는다’이다.

21) 그림에서 구조적 실업률의 계수값 추이 중 급격한 변화를 보이는 시점은 1998년

2분기이다.

22) 생계에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가 가구규모에 따라서 선형적으로 증가하지 않는다

는 점을 고려하여 본 연구에서 사용된 분위별 가구원 1인당 노동소득을 가구균등화

지수를 사용하여 조정하였다면(예를 들면 OECD의 경우에서처럼 소득을 가구원수

의 제곱근으로 나눔) 가구원 1인당 노동소득으로 영위 가능한 실질적인 생활수준의

격차는 더욱 크게 나타날 것이다. 왜냐하면 <부도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하위 소득

분위일수록 가구원수가 적기 때문이다.

23) 이와 같은 제약이 주어질 경우 (1)식은 동일한 설명변수를 갖는 SURE 모델이 된다.

24) 종속변수를 소득분배몫 대신 소득 자체로 놓고 분석한 경우는 멧칼프(Metcalf,

1969)가 있다.

25) 1분위 가구에 대한 분석 결과에 따른 표준화된 예측오차(standardized forecast

errors)의 Q값은 Q(12)=26.5, Q(24)=37.5, Q(36)=46.3이며, 2분위 가구의 경우

Q값이 Q(12)=27.7, Q(24)=32.9, Q(36)=40.5, 3분위 가구의 경우 Q값이

Q(12)=29.9, Q(24)=44.5, Q(36)=63.6, 4분위 가구의 경우 Q값이 Q(12)=49.6,

Q(24)=58.7, Q(36)=78.6, 5분위 가구의 경우 Q값이 Q(12)=26.4, Q(24)=42.3,

Q(36)=46.7로서 2분위 가구의 경우 약간의 계열상관이 나타나나 전반적으로 계열

상관이 없는 양호한 분석 결과임을 보여준다.

26) 편의상 본 연구의 주된 관심이 아닌 나머지 변수들의 계수값 추이는 생략하였다.

27) 취업자 1인당 노동소득에 미친 구조적 실업률의 영향에 대한 분석 결과는 <부표

7>과 <부표 8>을 참고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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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자본 축적과 구조적 실업 그리고 소득분배의 변화  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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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자본 축적과 구조적 실업 그리고 소득분배의 변화  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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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  동향과 전망 71호

<부표 1> 실업률의 이변량 비관측요소 모형 추정값

모수 이변량 모형

σ v 0.0140(0.0012)

σ e 0.0095(0.0017)

σ w 0.0005(0.0003)

φ 1 1.3603(0.0974)

φ 2 -0.4626(0.0662)

α 0 -0.2120(0.0614)

α 1 -0.0707(0.0519)

α 2 -0.1401(0.0282)

σ vl 0.0000(0.0001)

σ ec 0.0018(0.0002)

log likelihood 941.66

주 : 괄호안은 표준오차.

<부표 2> 자본 축적률과 구조적 실업률에 대한 단위근 검정 결과

자본축적률 구조적 실업률

A -2.61*** -2.12***

dA -3.59*** -12.16***

B -2.19*** -2.11***

dB 10.94*** -12.11***

주 : 1. A는 상수항만 있는 경우, dA는 A를 1차 차분한 경우, B는 상수항과 추세가 있는 경우, dA는 B를

1차 차분한 경우의 단위근 검정 결과임.

2. 시차의 길이는 SIC에 따른 것임.

3. *, **, *** 는 각각 10%, 5%, 1% 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함을 나타냄.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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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자본 축적과 구조적 실업 그리고 소득분배의 변화  299

<부표 3> 자본 축적률과 구조적 실업률에 대한 공적분 검정 결과*

가설축적률과 구조적 실업률1 모형 축적률과 구조적 실업률2 모형

None At most 1 None At most 1

λ trace26.85**

(25.32)

4.82

(12.25)

25.33**

(25.32)

5.28

(12.25)

λ max22.03**

(18.96)

4.82

(12.25)

20.06**

(18.96)

5.28

(12.25)

주 : 괄호안은 5% 유의수준의 임계값임.

* None, At most 1, At most 2, At most 3은 λ trace의 경우 공적분관계가 각각 기껏해야 0개, 1개, 2개, 3개

존재한다는 귀무가설과 그보다 1개 더 존재한다는 대립가설의 관계를 나타내며, λ max의 경우 공적분

관계가 각각 0개, 1개, 2개, 3개 존재한다는 귀무가설과 그보다 1개 더 존재한다는 대립가설의 관계를

나타낸다.

<부표 4> 소득분위별 고용형태별 가구의 분포 (단위 : 가구, %)

상용 임시일용 합계

1분위 605(24.9) 1,828(75.1) 2,433(100.0)

2분위 1,241(52.1) 1,142(47.9) 2,383(100.0)

3분위 1,668(67.2) 815(32.8) 2,483(100.0)

4분위 1,976(80.9) 467(19.1) 2,443(100.0)

5분위 2,178(89.9) 245(10.1) 2,423(100.0)

합계 7,668(63.0) 4,497(37.0) 12,165(100.0)

자료 : 2001년 가구소비실태조사 원자료

<부표 5> 소득분위별 학력별 가구의 분포 (단위 : 가구, %)

중졸 고졸 전문대졸 대졸 대학원졸 합계

1분위1,150

(47.3)

1,074

(44.1)

41

(1.7)

136

(5.6)

32

(1.3)

2,433

(100.0)

2분위753

(31.6)

1,299

(54.5)

61

(2.6)

229

(9.6)

41

(1.7)

2,383

(100.0)

3분위627

(25.3)

1,380

(55.6)

55

(2.2)

373

(15.0)

48

(1.9)

2,483

(100.0)

4분위412

(16.9)

1,263

(51.7)

70

(2.9)

605

(24.8)

93

(3.8)

2,443

(100.0)

5분위257

(10.6)

982

(40.5)

54

(2.2)

879

(36.3)

251

(10.4)

2,423

(100.0)

합계3,199

(26.3)

5,998

(49.3)

281

(2.3)

2,222

(18.3)

465

(3.8)

12,165

(100.0)

자료 : 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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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동향과 전망 71호

<부표 6> 소득분위별 성별 가구의 분포 (단위 : 가구, %)

남 여 합계

1분위 1,475(60.6) 958(39.4) 2,433(100.0)

2분위 1,962(82.3) 421(17.7) 2,383(100.0)

3분위 2,196(88.4) 287(11.6) 2,483(100.0)

4분위 2,257(92.4) 186(7.6) 2,443(100.0)

5분위 2,271(93.7) 152(6.3) 2,423(100.0)

합계 10,161(83.5) 2,004(16.5) 12,165(100.0)

자료 : 상동

<부표 7> 구조적 실업이 노동소득 불평등에 미친 영향: 구조적 실업(취업자 통제)

모수 위기 이전 (1987:Ⅰ-1997:Ⅲ) 위기 이후 (1997:Ⅳ-2005:Ⅳ)

1분위 -2.746 -16.841

2분위 -0.102 -4.647

3분위 -4.649 -4.805

4분위 -3.659 -3.813

5분위 0.182 0.759

전체 평균 2.268 6.173

<부표 8> 구조적 실업이 노동소득 불평등에 미친 영향: 순환적 실업(취업자 통제)

모수 위기 이전 (1987:Ⅰ-1997:Ⅲ) 위기 이후 (1997:Ⅳ-2005:Ⅳ)

1분위 -1.826 -0.381

2분위 -1.828 -0.821

3분위 -0.938 -1.048

4분위 -1.528 -0.709

5분위 -0.442 -0.494

전체 평균 1.312 0.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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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자본 축적과 구조적 실업 그리고 소득분배의 변화  301

<부도 1> 소득분위별 가구원수 추이(1982:Ⅱ-2005:Ⅳ) (단위 : 명)

2 . 8

3 . 2

3 . 6

4 . 0

4 . 4

4 . 8

5 . 2

8 3 8 5 8 7 8 9 9 1 9 3 9 5 9 7 9 9 0 1 0 3 0 5

l o w e s t q u i n t i l e2 n d q u i n t i l e3 r d q u i n t i l e

4 t h q u i n t i l e5 t h q u i n t i l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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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  동향과 전망 71호

초록

자본 축적과 구조적 실업 그리고 소득분배의 변화

안정화

본 연구에서는 자본 축적의 동학과 맞물려 있는 구조적 실업이 소득분배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서 자본 축적률과 구조적 실업

사이의 관계 그리고 구조적 실업과 노동자간 노동소득 분배 사이의 관계를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난 30여 년 동안의

시계열 자료에 대한 분석은 자본 축적률과 구조적 실업률 사이에 장기적인

균형관계가 존재함을 확인시켜 줌으로써 1997년 위기 이후의 높은 구조적

실업이 축적률의 저하에 따른 것임을 보여주었다. 둘째, 구조적 실업은 노동

자 사이의 소득분배를 변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적 실업은 저학력,

비정규, 여성 가구주들이 주로 속한 하위 소득 계층의 소득을 1997년 위기

이후 더욱 악화시키고 있었다. 셋째, 실업률을 구조적 실업률과 경기순환적

실업률로 분해하여 소득분배 현상을 분석하였는데 구조적 실업률의 영향이

더욱 크게 나타남으로써 1997년 이후 소득분배의 악화가 일시적인 경기순환

적 요인이 아니라 구조적인 현상임을 보여 주었다.

주제어 자본 축적, 구조적 실업, 소득분배, 비관측요소모형, 시변파라미터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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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자본 축적과 구조적 실업 그리고 소득분배의 변화  303

Abstract

Capital Accumulation, Structural Unemployment and Changes of Income Distribution

Jung-Hwa Ahn

We analyse how structural unemployment affects the income

distribution. For this work, we analyse the relation between the rate of

accumulation and structural unemployment, and the relation of struc-

tural unemployment and income distribution among workers. Main

findings are as followings. First, time series analysis for the last thirty

years indicates that there is a cointegration relation between the rate

of capital accumulation and the rate of structural unemployment. This

proves that the high rate of structural unemployment after the 1997

crisis is the result of the falling rate of capital accumulation. Second,

structural unemployment rate affects the income distribution among

workers. After the 1997 crisis, structural unemployment leads to the

significant decline of the income of the low-educational workers,

contingent workers and the female heads of household who largely

belong to the lower income brackets. Lastly, the decomposition of un-

employment to the rate of structural unemployment and the rate of cy-

clical unemployment show that the impact of the former on income

redistribution is bigger than the impact of the latter. It means that in-

come inequality after the 1997 crisis is not a temporary and cyclical

phenomenon but a structural one.

Key words  Capital Accumulation, Structural Unemployment Rate, Income

Distribution, Unobserved Component Model, Time-Varing Parameter Mo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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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  동향과 전망 71호

일반논문

토지조사사업과 농지개혁이 토지생산성에 미친 효과에 관한 비교 분석

조석곤❉❉

상지대학교 경제학과 부교수

1. 머리말

본고의 목표는 한국 근대 토지변혁1)의 하나인 농지개혁(이하 ‘개혁’이

라 부른다)이 농업생산성에 미친 효과를 또 다른 토지변혁인 토지조사

사업(이하 ‘사업’이라 부른다)과 비교하여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개

혁’은 종종 한국자본주의의 성공적 발전 요인의 하나로 지적되지만, 양

자 사이의 인과관계가 농업생산성의 측면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연구사적 과제를 검토하는 일환으로 ‘사업’이

농업생산성에 미친 효과와 비교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토지제도를 토지의 소유, 이용, 처분과 관련된 제도를 총칭하는 것이라

고 한다면, 토지소유권의 공시를 목표로 한 새로운 토지제도의 창설

(‘사업’)이나 토지재분배를 통한 불평등한 소유구조 개선정책(‘개혁’)은

모두 토지제도의 변화를 통해 경제성장 및 체제안정화를 목표로 한 주

요한 토지제도의 변화, 즉 토지변혁에 해당한다. ‘사업’은 근대적 소유

❉ 이 논문은 2005년 상지대학교 교내연구비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다.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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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토지조사사업과 농지개혁이 토지생산성에 미친 효과에 관한 비교 분석  305

제도의 창설이라는 점에서 근대적 토지변혁(宮嶋博史, 1994)으로 평

가할 수 있으며, ‘개혁’은 “전통적 토지귀족으로부터 토지 없는 빈농에

게 비시장적 토지이전을 하는 것”(Horowitz, 1993: 1003)이었다는 점

에서 토지변혁으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2)

본고에서 두 제도변화를 주목하고 동일한 맥락에서 비교하는 것은, 두

제도가 모두 역사적 제도주의에서 말하는 분수령적 사건으로서의 성격

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3) 한국 근대사에서도 토지제도상의 중요한

두 번의 변화는 모두 중요한 정치체제의 변화에 조응하는데, 한 번은

제국주의에 의한 식민지권력 수립과정에서, 또 한 번은 해방 이후 민족

국가가 수립되는 과정에서 수행되었다. 이 변화들이 종래의 역사발전

과 무관하게 이루어졌다고 볼 수는 없지만, 외래 권력에 의해 혹은 외

래 권력의 지원 하에 수행되었다는 점, 그리고 이후의 한국 농업생산구

조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일종의 분수령적 성격을 지닌다.

따라서 두 제도변화가 토지생산성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는 것은 각 제

도가 행한 농업발전의 기여 정도를 평가할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닌다.

두 제도변화가 이러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기존 연구에서는 각

각을 따로 분석하는 것이 보통이었다.4) 토지변혁에 관한 국제적인 비

교연구도 대개 횡단면적인 비교였다. 미야지마(1994)는 구일본 식민

지에서 실시된 토지조사사업을 비교분석하면서 그것의 근대적 성격을

구명하려 했다. 강정구(1989)는 북한, 남한, 필리핀 3개국을 비교하면

서 농지개혁을 실시하려는 국가의 역할을 주목하고 그 각각을 혁명적

농지개혁, 자유주의적 농지개혁 및 허구적 농지개혁이라고 불렀다. 소

반(1993)은 전후 농지개혁을 경험한 36개국의 사례를 분배된 농지의

비율, 수분배농가의 비율, 분배후의 지니계수 등의 지표를 중심으로 분

석하면서, 사회적 전환이 있었는지의 여부와 평등주의가 어느 정도 관

철되었는지의 여부로 구분하였다. 그에 따르면 남한의 ‘개혁’은 평등주

의가 관철된 근본적인 농업개혁이었다.

이와 같은 횡단면적인 비교방법은 제도의 경제적 성과가 얼마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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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  동향과 전망 71호

가 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횡단면 비교는 불가피하게 양적

지표에 관한 비교방식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아 각국이 가지고 있는 특

수한 상황과 사정의 차이를 고려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정책

의 효과는 그 사회의 역사적 경험에 따라 형성된 경로의존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데, 횡단면적인 국제비교에서는 이러한 사정을 충

분히 고려하기 힘들다. 본고에서 ‘사업’과 ‘개혁’을 비교 분석하려한 것

은 한국 역사에서의 경로의존성이 제도 변화의 효과 발현에 어떤 역할

을 하는지를 밝힐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토지변혁을 실시한 것은 새로운 생산체제를 만들려는 의도였는데, 그

의도가 어느 정도 성공하였는지는 한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하여 창출된 생산체제가 당시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이었는지,

그리고 지속가능성은 어느 정도였는지를 살펴보는 것 또한 흥미로운

주제이다. 지주제와 자작농의 효율성 문제는 세계적으로도 해묵은 논

쟁이지만,5) 우리 사회에서도 식민지지주제와 자작농체제 중 어떤 체

제가 농업생산성의 증진에 대해 더 효율적이었는지도 역시 흥미로운

주제이다. 본고에서는 ‘사업’과 ‘개혁’이 농지의 판매 및 임대시장에 가

한 제약에 있어서의 차이점에 주목하여 이 주제를 다룬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고의 논의순서는 다음과 같다. 먼저 두 번의 토지

변혁이 각각이 의도한 생산구조 창출에 성공하였는가 여부의 문제인

데, 연구사 정리를 겸한 이 과제는 2절에서 다룬다. 3절에서는 그렇게

창출된 소유제도는 경영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요소투입의 측

면에서 살펴본다. 좀 더 구체적으로 판매·임대시장의 자유화 여부가

요소투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4절에서는 제도변

화가 이후의 경제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라는 문제를 다루는데,

이는 제도변화가 기술선택이나 장기적 인센티브구조의 수립여부에 어

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다룰 것이다. 마지막으로 결론에서는 본고의 논

의를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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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토지조사사업과 농지개혁이 토지생산성에 미친 효과에 관한 비교 분석  307

<표 1> 두 토지변혁의 개관

토지조사사업 농지개혁

실시시기 1912-1918 1950-1969

정책수단 공증제도 도입 토지재분배

정책목표 효율성 공평성

정책의도관철 자본주의적 소유권제도 창출 불평등한 소유구조 해소

실패 농업이민을 위한 토지의 확보 협동화를 통한 농업발전

창출한 생산구조 식민지지주제 영세자작농체제

2. 두 토지변혁이 토지제도에 미친 효과의 공통점과 차이점

먼저 ‘사업’과 ‘개혁’의 성격에 대해 살펴보자. 워낙 토지제도사상에서

획기적인 사건이며 한국의 경제제도에 미친 영향이 큰 것이어서 그 전

모를 파악하는 것도 만만치 않고, 역사적 의의에 대한 평가 역시 다양

하지만, 본고에서는 이를 일일이 설명할 시간은 없어 선행 연구에 미룬

다.6) 여기에서는 본고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두 제도변화의 특징을 요

약하고자 한다.

<표 1>은 두 투지변혁의 특징을 비교 정리한 것이다. ‘사업’(1912-

1918)은 일제가 식민지 초기에 조선의 경지에 대한 조사를 통하여 근

대적 토지소유제도를 확립하고자 한 것이었다. 근대적 토지소유제도

수립의 핵심은 토지소유권에 관한 공증제도의 도입이었다. 반면 ‘개혁’

(1950-1969)7)은 대한민국 건국 초기에 3정보 이상의 토지를 소유한

지주의 소유지는 원칙적으로 경작자인 소작인에게 분배해준 정책이었

다. 이 정책의 목표는 당시 정치적 불안을 해소하고 주 인구층인 농민

층을 체제내로 포섭하기 위한 정치적 동기 하에서 토지재분배를 정책

수단으로 선택한 것이었다.

토지소유제도의 관점에서 보면 ‘사업’은 전국적인 토지조사를 통하여

전통적 토지소유자의 토지소유권을 제도적으로 인정한 것이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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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  동향과 전망 71호

‘개혁’은 소작농에게 토지소유권을 넘겨준 조치였다. ‘사업’이 토지소유

권 공증을 통한 효율성 제고에 목표를 둔 것이었다면, ‘개혁’은 형평성

제고를 통한 사회체제의 안정화에 목표를 둔 것이었다.

이러한 정책 의도는 모두 관철된 것으로 보인다. ‘사업’을 통해서 일물

일권적인 자본주의적 소유권제도가 창출되었으며, 그러한 소유권제도

는 등기제도에 의해 법적으로 보장되었다. ‘개혁’을 통해 식민지시대에

극단적으로 발달하였던 지주제는 해체되었고 자작농체제가 확립됨으

로써 불평등한 소유구조는 크게 완화되었다.

식민지권력에 의해 시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이 별다른 저항 없

이 진행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사업’이 기존의 토지소유관계를

법적으로 재확인해주는 절차였기 때문이었다. 다만 종래 소유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던 국유지관련 분쟁이 상대적으로 많았는데, 전체

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았다. 또 고종이 순종에게 양위하는 과

정에서 알 수 있듯이 왕실이 무력화된 것, 갑오농민전쟁 과정에서 힘이

꺾인 농민들이 1900년대 후반 이른바 ‘남선대토벌’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제압됨으로써 식민지권력에 대한 주요 저항세력이 무력화된 점도

한 요인일 수 있다.

사유재산권에 대한 제한이라는 논란의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

혁’이 성공리에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반공정권의 수립이

라는 점에서 미국과 이승만의 정치적 의도가 맞아떨어진 결과였지만,

경제적으로도 식민지지주제의 경제적 존립기반이 크게 위축되었기 때

문이었다. 사실 식민지지주제의 수익구조는 일본 미곡시장에서의 가

격조건에 크게 좌우되는 것으로 역외분업구조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

할 수밖에 없었다. 인천과 오사카 사이의 미가 차이가 점점 축소되고

있으며(박섭, 2006), 특히 1940년대에 들어와 공출제가 실시되면서 수

익조건이 더욱 악화되었다(조석곤, 2005a; 조석곤, 2005b). 이는 계급

으로서의 지주집단의 정치적 취약성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식민지지주제의 경제적 취약성으로 한 가지 더 지적할 것은 지주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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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토지조사사업과 농지개혁이 토지생산성에 미친 효과에 관한 비교 분석  309

기술증대에 대해 얼마나 큰 인센티브를 가졌는가와 관련되어 있다. 어

떤 연구자들은 지주가 기술전파보다는 소작인의 노동투입관리에 더 큰

신경을 썼을 가능성 제시(Ghatak & Pandey, 2000)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식민지지주제의 과도한 진전은 농업생산성 증대

에 반드시 유리하다고 할 수는 없다. 즉 농업기술진보의 초기 단계에

서 동태적 지주에 의한 기술증대는 생산성 증가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기술수준이 어느 수준에 도달하면, 즉 기술변화에 따른

한계비용이 급증하는 단계에 이르면 그러한 인센티브는 사라질 가능성

이 있으며, 식민지지주제는 더욱 더 가격조건에 민감한 생산구조로 변

하게 될 것이다.

그럼 이제 ‘사업’과 ‘개혁’이 1910년대 이후 토지소유구조의 변화에 미

친 영향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그림 1>은 「토지대장」을 자료로 하

여 면단위의 토지소유규모의 불평등도의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각 연

도말의 지니계수를 구한 것이다. 토지소유규모의 불평등도는 이미 식

민지시대 초기부터 높은 수준이었지만, 점차 증가하고 있었다. 그런데

해방이후 ‘개혁’이 진행되면서 불평등도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예천의 경우가 가장 불평등도가 낮았으며, 김제의

경우가 가장 높았다. 1910년대부터 해방에 이를 때까지 식민지시대 전

기간에 걸쳐 불평등도는 완만하지만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김제처럼 이미 식민지초기부터 지주제가 매우 발달한 지역조차도 그러

한 경향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이는 ‘사업’의 결과 토지이동이 외연적

으로 확대된 상황에서 토지가 소수의 손에 집중되고 있었음을 의미하

며 토지가 식민지시대에 수익성 있는 자산이었음을 보여준다. 주목할

것은 원주나 예천에서 이미 1940년대 초반부터 토지소유의 집중도가

완화되기 시작하였는데 이는 앞서 지적한 여러 여건 때문에 생산구조

로서의 식민지지주제의 매력이 감소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해방 직후 모든 지역에서 불평등도가 급격하게 완화되는데,8) 이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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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  동향과 전망 71호

<그림 1> 3개면 사례연구로 본 연도별 지니계수의 추이(1916-1976)

0.4000

0.5000

0.6000

0.7000

0.8000

0.9000

1.0000

1

9

1

6

1

9

1

8

1

9

2

0

1

9

2

2

1

9

2

4

1

9

2

6

1

9

2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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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0

1

9

3

2

1

9

3

4

1

9

3

6

1

9

3

8

1

9

4

0

1

9

4

2

1

9

4

4

1

9

4

6

1

9

4

8

1

9

5

0

1

9

5

2

1

9

5

4

1

9

5

6

1

9

5

8

1

9

6

0

1

9

6

2

1

9

6

4

1

9

6

6

1

9

6

8

1

9

7

0

1

9

7

2

1

9

7

4

1

9

7

6

원주

예천

김제

출처 : 조석곤(2001a: 398); 조석곤(2005a: 9); 조석곤(2005b: 302).

야말로 ‘개혁’의 직접적 효과였다. 식민지지주제가 극단적으로 발달했

던 김제조차도 1960년대 초반에는 원주와 비슷한 수준으로 하락하였

으며, 상대적으로 불평등도가 낮았던 예천의 경우는 더 낮은 수준의 지

니계수를 보였다. 그런데 1960년대 후반 이후 서서히 불평등도가 증가

하기 시작하는데, 이는 ‘개혁’에 의한 판매시장 제한 조처가 현실적으

로 힘을 상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두 정책 입안 당시 의도했던 모든 것이 다 관철된 것은 아니었다.

1900년대 후반 국유지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일제는 농업이민을 위한

토지를 확보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고 그러한 의도는 ‘사업’

초기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 그러나 동척을 통해 ‘척지식민(拓地植民)’

하겠다는 발상이 현실적으로 벽에 부딪히면서(黑瀨郁二, 1974) 결국

국유 역둔토도 모두 불하하고 말았다(조석곤, 2003).

‘개혁’의 경우도 불평등한 소유구조의 해소에는 성공하였지만, “토지자

원의 효율적 이용을 통한 농가경제의 안정과 향상을 위하여 재정 및 행

정적인 뒷받침을 소홀히 한 결과”(박기혁 외, 1966) 농가경제의 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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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조사사업과 농지개혁이 토지생산성에 미친 효과에 관한 비교 분석  311

적 개선에는 성공하지 못하였다. 특히 ‘개혁’의 결과 형성된 영세소농

체제의 생산력 증대에 있어서의 불리함을 극복하고자 하는 목표로 추

진된 협업농이나 기업농 육성을 위한 농지법 제정 시도가 무산되면서

영세소농체제 극복이라는 구조 개선을 통한 농업발전의 길은 좌절되었

다(조석곤, 2004).

이제 이상과 같은 기존 연구에 관한 논의를 바탕으로 두 토지제도 변화

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좀 더 살펴보자. 먼저 공통점으로는 첫째,

두 제도 모두 절대적이고 배타적인 사적소유권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

‘사업’이 그러한 소유권제도를 창설하였다는 점은 앞서도 언급하였지

만, ‘개혁’의 경우 비록 매입이라는 형태를 취하긴 했으면서도, ‘비시장

적’(Horowitz, 1993) 방식으로 지주로부터 소작인에게 농지의 소유권

을 이전하였다는 점에서 사적소유권을 제한했다. 그러나 그러한 초

(超)자본주의적 조치가 결국은 사회주의의 공세로부터 자본주의적 경

제체제를 지키고자 하는 고육책이었으며, 소작인에게 이전된 사적소유

권은 판매 및 임대에 있어서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여전

히 전과 같은 배타적이고 절대적인 소유권으로서의 지위를 누리고 있

었다.

둘째, 두 제도 모두 지배적 경영범주로서의 가족노동에 기초한 소농경

영체제를 존속시키고 있었다. ‘사업’은 소유권을 법인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경영체제를 변화시키려는 정책 의도는 없었으며,

따라서 이전부터 존재하였던 소농체제가 그대로 유지되었다. ‘개혁’ 역

시 소유권을 경작자에게 이전시키는 정책이었기 때문에 토지분배상황

은 균등해졌을지는 몰라도 경영규모의 영세화는 더욱 심해졌다.9) 결

국 ‘개혁’을 통해 소농경제체제는 영세화된 형태로 고착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차이점에 대해 살펴보자. 첫째, 정책 목표에 있어서의 차이점이

다. ‘사업’은 토지소유권의 확정과 공증제도를 도입함으로써 토지 유동

화 가능성을 확대하였으며, 이는 이후 농업생산성 증대에 기여한 ‘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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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  동향과 전망 71호

의 자본화’를 위한 필요조건을 구축한 것이었다.10) 즉 ‘사업’은 토지시

장을 활성화함으로써 효율적인 농업생산의 가능성을 확대시켰다. 반

면 ‘개혁’은 분배를 통한 사회체제의 안정화에 초점을 둔 것이었으며,

그런 점에서는 효율성보다 형평성에 더 중점을 둔 정책이었다.

둘째, 토지시장에 대한 제약이라는 측면에서도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

‘사업’은 절대적인 사적 소유권을 인정하였고, 토지의 판매 및 임대에

대해서 어떠한 제한도 가하지 않았다. 자유로운 판매를 허용함으로써

토지소유의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었으며, 임대시장에 대한 제약이 없

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제적 약자인 소작인들의 계약상의 지위는

점점 더 악화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소작쟁의와 같은 농촌사회의 불안

요인으로 표출되었으며, 1930년대 각종의 소작입법을 통해 임대시장

에 대한 일종의 ‘규제’가 가해졌지만, 기본적으로 토지의 임대 즉 소작

자체가 금지된 것은 아니었다. 반면 ‘개혁’은 토지의 임대를 금지하고,

판매에 대해서도 구매자의 자격을 경작자인 농민으로 엄격하게 제한함

으로써 판매시장 및 임대시장을 규제하였다. 이러한 시장 규제는 ‘경자

유전’ 이데올로기와 결부되면서 거부할 수 없는 당위적인 것으로 나타

났지만(조석곤, 2001b), 토지시장의 효율적 작동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셋째, 영세소농경영이라는 경영구조면에서의 공통성에도 불구하고 소

유구조에 있어서는 식민지지주제와 자작농체제라고 하는 극단적인 차

이를 보였다. ‘사업’은 원래 출발점의 불균등한 상태에 대한 개선의지

가 없었으며, 자유로운 판매시장의 형성은 이러한 불평등을 더욱 확대

시켰다. 반면 ‘개혁’은 분배를 통해 일거에 자작농을 창설하였으며, 판

매 및 임대를 규제함으로써 그 상황을 가급적 오랫동안 지속시키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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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토지조사사업과 농지개혁이 토지생산성에 미친 효과에 관한 비교 분석  313

<그림 2> 미곡생산단수의 추이(3년 이동평균) (단위 : kg/10a)

0

100

200

300

400

500

1919 1923 1927 1931 1935 1939 1943 1947 1951 1955 1959 1963 1967 1971 1975 1979

해방전

해방후

출처 : 한국농촌경제연구원(2003: 3,229).

3. 소유제도의 변화가 요소투입에 미친 효과

이제 이렇게 변화된 소유제도가 토지생산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자. 앞서 말한 대로 ‘사업’과 ‘개혁’에 의해 창출된 소유권구조는

자본주의적인 사적소유권 제도를 근간으로 하고 있으며, 경영구조 역

시 가족노동에 기초한 소농경영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

다. 차이점은 토지시장에 대한 제약의 존재 여부인데, ‘개혁’을 통한 변

화는 토지시장에 일정한 제약을 부과함으로써 식민지지주제를 자작농

체제로 변화시킨 것이었다. 이 장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농업생산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선행 연구의 검토를 통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그럼 먼저 생산성의 장기추이를 살펴보자.11) <그림 2>는 미곡생산의

단보당 수확량을 나타낸 것이다. 식민지시대에는 1930년대 후반 급격

한 변화를 겪었는데, 이는 박섭(2006)이잘 설명한 것처럼 통계방식의

변화에 따른 것이었다. ‘해방전’과 ‘해방후’의 계열이 다른 것은 ‘해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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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  동향과 전망 71호

은 ꡔ조선총독부통계연보ꡕ에, ‘해방후’는 ꡔ농림통계연보ꡕ에 기초하여

작성되었기 때문이다.

박섭(2006)에 의한 보정을 하지 않더라도 식민지시기 미곡생산 단보

당 수확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936년 생산통계를 중심으로 이전

생산추계를 보정하면 생산성 증가율은 더 높을 것이다. 해방 후의 경

우는 해방 전후 및 한국전쟁 등의 혼란기와 1956년, 1962년 및 1968

년 흉작 등의 자연조건의 변화에 따른 생산성 감소를 제외하면 전반적

으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단보당 수확량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두 시기 모두 생산성이 증

대했던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12) 논리적으로 농업생산이 증가하는 경

우를 생산함수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첫째로는 생산함수는 변하지 않지

만 요소투입이 증가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토지시장에

대한 제약이 자본투입과 노동투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면

‘개혁’이 생산성에 미친 효과를 검출할 수 있다. 둘째, 생산함수 자체가

변화는 경우, 즉 기술진보가 일어나서 생산이 증가하는 경우가 있다.

기술진보에 유리한 생산구조가 무엇인지를 살펴보면 양 제도가 생산성

에 미친 효과를 알 수 있다. 또한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술진보에

대한 인센티브가 존재하는가의 여부이다. 이 절에서는 우선 첫째 주제

를 다루고, 둘째의 주제는 4절에서 다루기로 한다.

농업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생산요소는 노동과 자본(토지를 포함)으로

대별할 수 있는데, 이제 ‘사업’과 ‘개혁’이 각각 노동 및 자본 투입에 어

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자. 먼저 ‘사업’이 자본투입에 미친 효과

는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라는 새로운 시장과 연결되었기 때

문에 미곡 수출시장이 활성화되었고, 토지소유권 공증제도가 확립됨으

로써 토지를 담보로 한 대부가 가능해져 토지의 자본화가 가능해진 것

도 자본투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었다.13)

다음 ‘사업’이 노동투입에 미친 효과에 대해 살펴보자. ‘사업’에 의해 식

민지지주제에 유리한 제도적 기반이 창출되었지만 경영방식은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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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토지조사사업과 농지개혁이 토지생산성에 미친 효과에 관한 비교 분석  315

소농경영에 기초하고 있었다. 지주제 하에서의 노동투입은 지주가 소

작인의 뺀질거림을 어느 정도 감시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우대형(1995)에 따르면 재촌지주의 소작지 생산성은 자작지와 큰 차

이가 없는데, 부재지주의 소작지 생산성은 자작지의 그것과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고 한다. 이는 재촌지주의 경우 소작인에 대한 효율적인

감시가 가능하였지만 부재지주의 경우에는 그럴 수 없었음을 의미한

다. 식민지지주제가 생산성에 미치는 효과는 지주의 재촌 여부가 중요

한 변수의 하나임을 알 수 있다.

이제 ‘개혁’이 요소투입에 미친 효과를 살펴보자. 식민지지주제가 해체

되면서 자작농화되어 과거와 같은 소작농의 뺀질거림 문제는 없어졌지

만, 과거처럼 지주가 자신이 보유한 생산요소를 경영에 투입하는 효과

는 사라졌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농업신용시장의 미발달은 자연조건

등에 따른 농업경영의 주기적 변동에 기인한 단기적 현금부족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을 힘들게 했다. 이에 따라 일시적 가계수지의 악화에

대해서도 농가는 고리대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농가경영에 큰

위협요인으로 작용한다. 신용시장이 발달하지 않으면 토지개혁의 수

혜자들은 지주들이 요소투입의 일부를 분담하였던 과거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

그럼 실제 한국에서 농가부채는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었는지를 1964년

농협중앙회가 실시한 한국농업신용조사 결과를 통해 살펴보자.14) 연도

별로 보면 호당 부채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는데, 1956년의 호당 부

채액을 100으로 보았을 때 1960년은 167.5였으며, 1962년과 1963년

에는 각각 282.5 및 357.2로 급증하였다(농협중앙회, 1965b: 39).

경지규모별로 농가부채의 현황을 보면 경지면적이 클수록 부채액도 큰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단위 면적당 부채액은 오히려 경지면적이 작은

계층에서 더 컸다. 이는 차입금의 상당부분이 소비지출에 사용된 것과

관련이 있다. 차입금 중 소비지출에 사용된 비율은 57.6%였으며, 5단

보 미만의 영세농가에서는 그 비율이 70%를 넘어서고 있었다. 5단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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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  동향과 전망 71호

미만의 영세농가가 전체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던 당시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많은 농가에서 소비목적의 부채를 차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

다.15)

하지만 농가의 호당 평균부채액은 호당 자기토지의 평가액에 비하여

5.9%에 불과하였다(농협중앙회, 1965b: 31). 이에 대해 동 보고서의

저자들은 상대적 비율의 저위성을 보고 부채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것

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토지의 유동성이 극도로 제한된 상황에서 농가

스스로 아주 필수적인 생계형 자금을 제외하고는 대출을 자제하고 있

었던 것을 알 수 있다. 농업금융의 미비는 농업생산에 투입될 수 있는

자금 여력을 극도로 억압하고 있었다.

반면 ‘개혁’에 의해 소작료로부터 해방됨으로써16) 농가경제의 잉여가

발생하여 농업부분에 투입할 자본의 여력이 생긴 것도 사실이었다. 하

지만 여기에서 생긴 잉여가 농업부문에 투입되기보다는 교육비와 같은

소비성 지출로 투입되었다. 한국전쟁 기간 동안 병역연기와 관련한 대

학입학 열기와 그에 뒤이은 교육 열풍은 교육비에 대한 이상(異常) 지

출을 초래하였다.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농지개혁 전후 가계비지출 중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5%에서 10.9%로 급증하였고(박기혁 외,

1966: 57), ‘개혁’의 수분배농가 중 11.4%가 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분배농지를 매각할 정도였다(박기혁 외 1966: 49).

물론 판매시장의 제약이 경영규모를 확대하려는 농업경영자에게는 유

리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합법적으로 경지를 매입할 수 있었

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사유로 이농이 불가피한 농가의 경우 판매시

장의 제약은 정상적인 지가 형성을 방해하여 농지를 매입하는 자에게

유리한 시장조건을 형성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농민이 소유규모나 경

영규모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었지만 이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실현될

수 없었다. 첫째, 농업인구의 급속한 증가는 이농자의 토지를 흡수하기

에 충분한 농지에 대한 수요를 형성하였고 이는 경지확장을 꾀하는 경

영자의 입장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하였다. 둘째, 현실적으로 소작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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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토지조사사업과 농지개혁이 토지생산성에 미친 효과에 관한 비교 분석  317

점차 확대되고 있었음에도 임대시장에 대한 법적인 제약은 토지 임대

를 통하여 경영합리화를 꾀하려는 시도를 어렵게 만들었다. 1960년대

후반 이후 농가호수가 절대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가능성

은 점차 현실화되어 갔다.17)

다음 ‘개혁’이 노동투입에 미친 효과에 대해 살펴보자. 당시가 인구증

가의 시기였으므로 노동투입의 절대량이 늘었음은 분명하지만, 그 외

에도 농업노동의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요인이 존재하였다. ‘개혁’의 경

우 판매 및 임대시장이 규제되어 있어서 ‘개혁’ 당시 무토지 소유농의

경우는 토지접근 자체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으며, 이들은 저가의 농

업임노동 공급원으로 기여하였다. 1950년대 후반 머슴의 급증은 이러

한 사정을 잘 반영하고 있다.18)

그럼 실제로 ‘개혁’을 통해 종래의 소작농이 자작농이 되었을 때 농업

노동투입을 증가시켰을까? 박기혁 외(1966)는 농지개혁 이후 미곡생

산량이 증가한 원인을 묻는 설문조사의 결과를 분석하면서 압도적 다

수의 농민들이 금비 및 퇴비 투입의 증가에 답하고, “좀 더 근면해져서”

라는 항목에 대한 응답이 낮았던 현상에 주목하였다. 자작농이 되었을

경우 더 열심히 일할 것이라는 통념19)과는 다른 것인데, 그들은 이 현

상을 비료 투입의 증가, 특히 퇴비 투입의 증가는 그 자체가 노동투입

의 증가로 간주할 수 있는 것이므로 결국 ‘개혁’의 결과 노동투입이 증

가하였을 것이라고 분석하였다.

그런데 현실의 노동투입량은 가족 노동력의 투입여력과 보유 경지규모

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 1964년 ꡔ농가경제

조사ꡕ 자료를 이용하여 소유형태별 분석을 행한 박기혁 외(1996)의 연

구를 이용하여 노동투입의 성격을 살펴보자. 분석에 편의상 필요한 변

수를 인용하거나 다시 계산하여 <표 2>에 정리하였다. 1964년 ꡔ농가

경제조사ꡕ의 조사호수는 922호였으며, 이 중 자작농이 660호(71.6%)

로 가장 많았지만, 순소작농도 77호(8.4%)로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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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  동향과 전망 71호

<표 2> 1964년 ꡔ농가경제조사ꡕ에 나타난 소유형태별 미곡생산

자작 자소작 소자작 소작 평균

표본농가수 660 1137 48 77

미곡식부면적(단보) 5.8 4.8 4.3 3.9 5.4

호당가족수 6.6 6.7 6.2 5.6 6.5

총생산(리터) 2032.9 1639.2 1357.1 1289.0 1865.7

단보당미곡생산(리터) 350.5 341.5 315.6 330.5 345.5

총노동투입(시간)

가족노동 100.6 118.7 124.3 139.8 107.8

고용노동 68.7 56.7 42.6 45.6 63.2

계 169.3 175.4 167.0 185.4 171.0

<미곡 200 l 생산당 소요된 요소투입량>

비료투입(원) 495.4 450.8 560.0 415.8 494.9

노동투입(시간)

가족노동 57.4 69.5 78.8 84.6 62.4

고용노동 39.2 33.2 27.0 27.6 36.6

계 96.6 102.7 105.8 112.2 99.0

출처 : 박기혁 외(1966: 75-84)에서 인용하거나 다시 계산하여 작성함.

소유형태별 경지면적을 미곡 식부면적으로 살펴보면 자작농이 소작관

련 농가보다 훨씬 컸다. ‘개혁’에 의해 자기 소유지를 보유한 농민들은

보유규모가 6단보 내외로 크진 않지만, 그 정도 수준에서 그런대로 가

계경제를 유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우리가 주목할 점은 단보당 미곡생

산량인데, 예상대로 자작농이 소작관련 농가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

하고 있었다.

이러한 높은 미곡생산성은 비료와 같은 생산요소의 투입량이 소작농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었다. 반면 노동투입은

오히려 소작농이 자작농보다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자본투입이 많

기 때문에 노동생산성이 높은 것은 당연하지만, 자작농이 경작면적이

넓음에도 불구하고 총노동투입시간이 소작농에 비해 적었던 것은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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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조사사업과 농지개혁이 토지생산성에 미친 효과에 관한 비교 분석  319

첫째, 자작농은 노동력 이외의 생산요소를 상대적으로 많이 투입함으

로써 노동력의 투입을 줄이며, 노동력의 구성에 있어서도 가족노동보

다는 고용노동에 대한 의존율이 높았다. 이는 자작농이 가족노동을 충

분히 연소할 정도의 경지면적을 보유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노동

력이 있는 가족구성원조차도 농업노동에 투입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

고 있다. 소작농은 호당 가족수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가족노동시간이

자작농보다 40% 정도 많은 것도 자작농의 가족구성원 중 일부는 학업

등과 같은 사유로 인하여 농업노동에 종사하지 않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둘째, 미곡 200ℓ 생산에 소요된 노동시간을 보면 매우 흥미로운 사실

을 읽을 수 있다. 먼저 노동 투입량을 보면 같은 미곡생산에 소요된 노

동시간이 자작농에 비해 소작농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비료투입

과 같은 기타 생산요소 투입의 차이에 기인할 수도 있고, 소작농의 노

동투입에 있어서 뺀질거림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가족노동의 투입량과 고용노동의 투입량을 비교하면 이러한 차

이가 노동투입량의 질적 차이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미곡

단위생산당 투입된 고용노동을 보면 자작농의 경우가 소작농에 비해

훨씬 적다. 반면 가족노동의 투입량은 반대로 소작농이 자작농에 비해

매우 많다. 이는 소작농이 자신과 함께 일하는 고용노동에 대해서는

매우 강한 노동투입을 요구한 반면, 가족노동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약한 노동강도로 임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말하자면 ‘개혁’ 이후

음성적으로 존재하던 소작지에서도 노동력에 대한 감시비용은 적지 않

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상의 논의를 토대로 두 토지변혁이 농업 생산요소 투입에 미친 영향

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사업’을 통해 농업에 대한 자본유입은

유리한 여건이 조성되었으며, 미곡시장의 조건이 유리할 때는 그러한

여건이 현실화되기도 하였다. 반면 노동투입에 미친 효과를 살펴보면

지주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긴 하였지만 일반적으로는 감시비용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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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  동향과 전망 71호

가 존재하였다. ‘개혁’은 판매시장과 임대시장을 제약함으로써 자본유

입에는 매우 불리한 여건을 형성하였다. 자작농화에 따른 잉여도 농업

부문에 투입되기보다는 교육 등 비농업부문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았

다. 반면 노동투입에 있어서는 노동강도 및 기타요소투입의 증가 등과

결합되어 투입되는 노동의 질이 과거보다 좋아졌던 것으로 보인다.

4. 소유제도의 변화가 기술변화 및 인센티브 구조에 미친 효과

1) 소유구조와 효율적 기술선택

같은 요소투입의 증가에 대해서도 생산함수가 규모의 경제적 성격을

가질 경우 농업생산성은 더 증가할 것이다. 또 농업경영자로 하여금

효율적인 기술선택을 할 수 있게 하는 인센티브가 존재할 경우도 효율

적인 농업생산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사업’에 의한 식민지지주제는

대토지소유에 기반하고 있으며, ‘개혁’에 의한 자작농체제는 영세농경

영이어서 규모의 경제라는 측면에서는 동태적인 재촌지주의 역할을 고

려할 경우 지주제가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기술선택에 있어서

는 주인-대리인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자작농체제가 더 유리할 것

이 예상된다. 이 항에서는 이러한 논리적인 예상이 현실의 한국경제에

서는 어떻게 적용되었을지 살펴보자.

먼저 첫째 문제인 경영규모에 따른 규모의 경제에 대해 살펴보자. ‘사

업’이든 ‘개혁’이든 경영구조는 소농경영이기 때문에 경영상에 큰 차이

가 없을 것 같지만, 논리적으로 볼 때 대토지소유자인 지주가 직접 경

영에 참여하는 경우 대농경영에 따른 규모의 경제의 이익을 볼 수 있

다. 또 ‘개혁’으로 소유규모의 영세화가 더욱 진행되었기 때문에 그에

따른 생산성 감소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이제 과연 이 가능성이 현실

화되었을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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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토지조사사업과 농지개혁이 토지생산성에 미친 효과에 관한 비교 분석  321

먼저 ‘사업’의 경우 지주가 적절한 관리감독을 통해 유능한 소작인을

선별하고 그에 대해 적절한 요소를 공급할 경우 수확체증효과가 나타

날 수 있다. 이때는 소작제일지라도 오히려 농업생산성에 긍정적인 효

과를 미친다. 그러나 유능한 소작인의 선별과정은 그 자체가 ‘한계’ 소

작인의 배제과정이어서 그에 따른 사회적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유능한 소작인을 식별해내는 데에는 엄청난 거래비용이 들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식별하기 불가능할 수 있다. 벼농사의 경우는 모내

기나 추수 등 공동노동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그러한 식별을 더욱 어렵

게 한다. 따라서 위험기피적 지주의 경우 이러한 식별에 많은 비용을

투입하기보다는 생산과정을 통제함으로써(품종의 선택, 비료 투입의

강제 등) 소작인의 뺀질거림에 대처해 나가려 할 것이다. 이 경우 소작

제는 정률소작이 지배적이 되며, 작인의 요소투입의 가능성 또한 줄어

들기 마련이다. 결국 지주제하 소작제는 자작제의 경우보다 생산성이

낮을 가능성이 많다. 다만 지주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경영적 요소

들을 생산에 투입할 경우 이러한 역효과를 일정 정도는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개혁’에 의해 경영규모가 감소한 것이 농업생산성에 불리할 수도 있다

는 논리적 가능성은 오히려 많은 연구들에 의해 부정되고 있다. 완과

쳉(2001)은 중국의 5개성의 표본으로부터 경지의 확장에 따른 규모의

경제가 존재하지 않음을 보이면서 농업생산의 경우 규모에 대한 수확

불변임을 기각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다이닝거(2003)는 이처럼 농업생산에서 규모의 경제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노동시장과 신용시장이 제약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노

동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경우, 즉 노동투입에 대한 감독비용이 상당히

존재할 경우 규모와 생산성사이의 정의 관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노동시장 제약을 극복할 정도로 충분히 신용시장이 발달했다면

농장규모와 생산성 간의 역관계는 정의 관계로 바뀔 수 있”(Deininger,

2003: 83)지만 이 역시 ‘개혁’ 이후의 한국 상황과는 맞지 않는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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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  동향과 전망 71호

의 논의를 종합하면 한국 농업에 있어서 규모의 경제를 기대하기는 어

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제 기술선택이라는 관점에서 자작농체제와 소작제의 효율성 문제에

관한 논의를 살펴보자. 전통적으로는 소작인의 뺀질거림을 적절하게

감시할 수 없으므로 소작제 하에서는 노동투입이 감소하는 것이 당연

하며(Otsuka et al., 1993), 소작인이 기술선택을 주도하는 경우에 있

어서도 도덕적 해이가 존재할 수 있다(Basu, 1992)고 한다. 따라서 ‘사

업’에서 ‘개혁’으로의 전환은 직접 생산자인 농민의 노동투입을 증대시

키거나 효율적인 기술을 선택할 가능성을 넓혀줄 수 있다.

최근 들어와 지술선택의 주체가 소작인이 아닌 경우의 도덕적 해이와

관련된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 가탁과 팬디(2000)는 만일 지주가 기술

선택을 하는 경우, 즉 식민지시대의 동태적 지주와 같이 지주가 적극적

으로 농업경영에 개입하는 경우에 소작인들은 노동투입에서 도덕적 해

이가 나타난다고 보았다. 이 경우 지주와 소작인 간의 전략적 선택의

결과는 미니맥스해(解)로서 그 경우 분익소작이 최적의 선택이라고 보

았다. 이 경우에도 자작농이 효율적 기술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이 현실화되기에는 몇 가지 제약이 존재한다. 왜

냐하면 한 지역공동체에서 농업기술의 선택과 같은 의사결정은 개별

지주의 결정에 의해 좌우되기보다는 해당 농촌사회 지주계층 혹은 농

민들의 집합적 결정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첫째, 농업은

다른 사업에 비해 기술의 선택이나 생산방식의 변화 등에 대해 매우 보

수적이며, 공동 작업이 포함된 경우는 더욱 그러할 가능성이 크다. 둘

째, 한번 선택된 기술은 여간해서는 변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른바 기술선택에서의 경로의존성의 존재문제이다. 농업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기술 이외에도 자연조건의 변화나 농촌의 사회관계 등

이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생산기술의 효율성을 식별해내는

것은 상당히 장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셋째, 농업생산구조는 농촌사회

의 존재양태를 결정하는 것이므로 농업생산구조의 변화는 매우 중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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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조사사업과 농지개혁이 토지생산성에 미친 효과에 관한 비교 분석  323

정치적인 의미를 갖는다. 다시 말하면 효율적 기술이 존재한다하더라

도 그 기술이 현재의 정치체제에 조응하지 않을 경우 그 기술의 선택은

중대한 제약에 직면할 수 있다. ‘개혁’ 이후 진행된 기업농 혹은 협업농

논의의 진전과정이 이를 잘 보여준다(조석곤, 2004).

요컨대 식민지지주제와 자작농체제라는 소유구조에 있어서의 차이에

도 불구하고 두 제도 모두 영세소농경영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

술선택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두 시기 토지생산성이 동일한 움직임을 보였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있

는 중요한 논거의 하나가 될 것이다.

2) 소유제도에 따른 인센티브구조의 변화

이제 변화된 소유구조가 기술진보나 생산성 증가를 추동할 수 있는 인

센티브구조를 내재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노스(2005)에 따르면 한 경

제체제가 지니고 있는 인센티브구조는 단순히 경영구조의 측면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각종의 공식적 비공식적 규범 등을 포함한

그 체제에 내재되어 있는 제도의 총체적인 결과물이다. 하지만 이를

전반적으로 다루는 것은 본고의 주제를 벗어나므로 여기에서는 ‘사업’

의 소유권 안정화가 가져온 경제적 효과와 ‘개혁’을 통해 수립된 자작

농체제가 가져온 평등시스템이 경제성장에 미친 효과로 주제를 좁혀서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등기제도와 같은 공증제도를 통해 사적 소유권을 확실하게 보장

해준 ‘사업’이 이후 경제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자. 노스

와 토마스(1973)는 소유권의 확실한 보장이 서구 자본주의의 발전의

기초가 된 것임을 주장한 최초의 학자였다. 그는 소유권제도의 안정화

는 제3자에 의한 자의적 수탈을 배제함으로써 생산적 투자를 활발하게

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본주의가 발전하게 되었다고 보았다. 하야미와

루탄(1985)은 동남아 사례분석에서 인구가 증가하는 조건 하에서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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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  동향과 전망 71호

유권을 농민들에게 안정적으로 확정해준 경우 투자가 촉진되었음을 보

여주었다.

소유권제도의 안정화가 경제성장에 순기능을 한다는 주장에 대한 논리

적 근거는 간단하다. 첫째, 토지소유권이 안정되면 그 토지 소유자의

토지투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토지분배가

불평등할수록 생산성은 감소하기 마련이다(Birdsall & Londono,

2001). 그 이유는 대토지소유자의 경우 기술혁신에 대한 노력이 상대

적으로 저조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노동집약적인 방식의 기

술진보가 있는 경우에는 소작인의 뺀질거림을 효율적으로 감시할 수

없는 대토지소유제는 더 불리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소유권 안정화에 필수적인 것은 등기제도의 확립인데, 이는 토지

거래에 소요되는 비용을 결정적으로 감소시킨다. 등기제도가 확립되

어 있으면 개인이 자신의 소유권을 보호하기 위해 사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국가에 의한 토지거래의 거래비용 감소

효과는 분명 긍정적인 측면을 가진다. ‘사업’의 성과를 기초로 수립된

등기제도에 의해 제3자에 대한 소유권이 국가에 의해 보장되었으며,

과세기준이 고정됨으로써 토지수확물에 대한 자의적인 수취가 사라졌

다. 이러한 변화는 앞 절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부수적으로 토지의 자

본화 가능성을 증대시키기도 하였다.20)

다음은 자작농제가 가져온 평등시스템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에 대

해 살펴보자. ‘개혁’은 기존 소유권자를 경작권자로 교체한 토지소유권

제도의 격변이었다. ‘개혁’의 결과 식민지지주제 하에서 보였던 극단적

인 토지소유의 불평등은 크게 완화되었다. 이러한 소유구조의 평등화

가 체제안정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는 점은 많은 연구에서 지적되고 있

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 1989; 조석곤·오유석, 2003).

소유구조의 평등화가 정치체제의 안정을 통해 경제에 기여하였다는 것

은 누구나 수긍할 수 있지만, 부의 분배가 공평할수록 효율성이 증대한

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제시되고 있다(Banerjee & Newman,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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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조사사업과 농지개혁이 토지생산성에 미친 효과에 관한 비교 분석  325

사실 한국의 경우는 한국전쟁을 통해 얻어진 평등 관념과 ‘개혁’을 통

해 실질적으로 실현된 경제적 평등이 결합되면서 사회적 유동성이 크

게 증대하였다. 1950년대 이후의 교육열은 이처럼 증대한 사회적 유동

성을 이용하여 계층상승을 꾀하려는 사람들의 심리를 반영한 것이며,

농민들에게는 농업수익의 증대를 위한 인센티브로 작용하였다.21)

흥미로운 것은 토지소유의 불평등도와 경제의 장기성장 사이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준 다이닝거(2003)의 주장이다. 그는 26개국

의 자료를 바탕으로 1960년의 토지분배상태(지니계수)와 1960-2000

년 사이의 연간 GDP 성장률 사이에 매우 강한 양의 음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즉 토지소유의 불평등도가 크면 클수록 40년간의

연평균 GDP 성장률이 낮다는 경험적 증거가 있다는 것이었다.22)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이유에 관하여 그는 두 가지 논리적 가능성을 제

시하고 있다. 첫째 토지가 집중되어 있으면 지주는 노동시장에서 수요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되며,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 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토지집중은 자원이용의 효율성을 떨어트린다”(20) 둘째,

토지가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으면 관개시설 등과 같은 공공재를 공급

하려는 유인을 감소시키거나 특정 지주에게 유리하도록 편향되게 공급

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 또한 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방해하는 것

이다.

그렇다면 식민지지주제 하에서는 농업구조가 극단적으로 불평등해졌

음에도 불구하고 농업생산성은 증대한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까? 이 문제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일제하 식민지지주들의 성장에

대한 기여도이다. 일부 식민지지주들은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나 토지

에 대한 투자를 매우 열심히 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박섭, 1997). 수

리조합의 경우를 보면 농민들이 더 앞장서서 수리시설을 완비하는 데

열심인 상황도 간취할 수 있다(이영훈 외, 1992). 일제하 토지소유상

황이 극단적으로 불평등하였기 하지만, 극단적으로 지주제가 발달한

지역의 지주는 동태적 지주로서, 즉 농업경영자로서의 경향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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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  동향과 전망 71호

있었으며, 소농들 또한 수리시설의 개선 등에 앞장서고 있었다면, 한국

농업은 지주제의 발달이나 토지소유의 불평등도의 심화에도 불구하고

성장이 가능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요컨대 평등한 소유구조가 토지생산성 증대에 보다 순기능을 할 수 있

기 때문에 ‘개혁’이 토지생산성 증대를 위한 인센티브구조 수립에는 더

긍정적이었다. 반면 식민지지주제는 이런 점에서는 불리한 측면을 지

니고 있었지만, 유리한 시장여건에 대한 인센티브를 지닌 동태적 재촌

지주들의 경영요소 투입이 이러한 불리한 조건을 완화 내지 역전시킬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5. 맺음말

우리는 자금까지 ‘사업’과 ‘개혁’의 역사적 의미를 두 개의 토지변혁이

농업생산성에 미친 효과라는 측면에서 검토하였다. 두 토지변혁은 시

행주체의 성격이 판이함에도 불구하고 토지제도상의 큰 변화라는 측면

에서 농업생산 뿐만 아니라 경제구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

다. 최근의 연구경향은 두 정책 모두 한국자본주의 발전에 일정한 순

기능을 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지만, 그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자

세히 분석된 바가 없다. 본고는 이를 위한 이론적 작업의 하나이다.

먼저 ‘사업’에 의해 형성된 토지소유구조는 식민지지주제였으며, 그것

은 식민지 초기 농업생산성의 증대에 기여하였지만 시장조건의 변화에

매우 취약한 성격의 것이었다. ‘개혁’에 의한 영세자작농체제는 평등한

사회구조형성에 기여하였으며, 그것이 자본주의 발전에 순기능을 하였

다는 지적이 많았다.

두 토지변혁이 생산성에 미친 영향에 대해 먼저 생산요소 투입에 미친

영향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사업’을 통해 농업에 대한 자본유입은 유

리한 여건이 조성되었으며, 미곡시장의 조건이 유리할 때는 그러한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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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토지조사사업과 농지개혁이 토지생산성에 미친 효과에 관한 비교 분석  327

건이 현실화되기도 하였다. 반면 노동투입의 효과는 지주의 성격에 따

라 달라지긴 하였지만 일반적으로는 감시비용의 문제가 존재하였다.

‘개혁’은 판매시장과 임대시장을 제약함으로써 자본유입에는 매우 불

리한 여건을 형성하였다. 자작농화에 따른 잉여도 농업부문에 투입되

기보다는 교육 등 비농업부문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노동투

입에 있어서는 노동강도 및 기타요소투입의 증가 등과 결합되어 투입

되는 노동의 질이 과거보다 좋아졌던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기술선택과 관련된 측면을 살펴보면 농업에 있어서 요소투입

증가에 따른 수확체증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에, 영세소농경영

의 크기의 차이가 생산성에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다. 다만 동태적 지

주의 경우 그가 투입하는 경영요소들이 생산 증대에 긍정적 효과를 미

칠 것이다. 결국 식민지지주제와 자작농체제라는 소유구조에 있어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제도 모두 영세소농경영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

서 기술선택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인센티브구조의 측면에서 평등한 소유구조가 토지생산성 증대에 보다

순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개혁’이 토지생산성 증대를 위한 인센티

브구조 수립에는 더 긍정적이었다. 식민지지주제는 이런 점에서는 불

리한 측면을 지니고 있었지만, 유리한 시장여건에 대한 인센티브를 지

닌 동태적 재촌지주들의 경영요소 투입이 이러한 불리한 조건을 완화

내지 역전시킬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사업’은 소유권을 안정시켜 자본투입 증대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개혁’은 평등분배의 실현을 통해서 노동투입 증대

가능성을 높였다는 측면에서 토지생산성 증대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

다. 두 소유구조가 기술선택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던 점도

두 시기 토지생산성이 동일한 움직임을 보였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있

는 중요한 논거의 하나가 될 것이다. 이러한 논의 결과는 한국사회의

발전에 있어서 소농경영적 특징이 경로의존적으로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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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  동향과 전망 71호

주석

1) 역사적으로 보면 새로운 정치경제체제가 수립되는 과정에서 일반적으로는 토지

소유관계의 혁신적인 변화가 있기 마련이었는데, 본고에서는 이를 토지변혁이라 부

르고자 한다. 근대로의 이행기,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체제의 붕괴 이후 사회주의

권 등에서 이루어진 토지변혁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본고에서는 토지변혁과 토지개

혁을 구분하여 사용한다. 흔히 토지개혁(land reform)은 토지재분배를 의미하며, 통

상적으로 토지변혁(land revolution)이라고 부르지만, 본고에서는 공증제도의 도입

과 같은 토지소유제도의 변화 역시 넓은 의미의 토지변혁의 일환으로 파악한다.

2) 호로위츠의 정의는 간결하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농지개혁에는 세 행위자가

있다. 토지를 빼앗긴 ‘전통적’ 토지귀족과 토지를 받은 ‘토지 없는 빈농’, 그리고 그러

한 이전을 매개하는 매개자(대개는 국가)가 그 행위자들이다. 그런데 그 ‘이전’이 비

시장적이라는 점에서 행위자 간에 상이한 게임의 룰이 존재하며 많은 토지개혁의 변

종이 가능하다. 호로위츠는 이러한 관계를 게임이론으로 정식화하고 있다.

3) 역사적 제도주의는 신제도주의에서 강조하고 있는 경로의존성 개념을 좀 더 발전

시켜 역사발전을 설명하려고 하고 있다. 역사의 경로의존적 패턴은 스스로를 강화하

는 긍정적 피드백이라는 특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역사의 발전방향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어떤 사회가 발전해가는 과정에서 여러 사건들의 타이밍이나 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며, 그 사건들 중에는 반드시 결정적인 전기나 분수령이 있기 마련이라고

본다. 역사적 제도주의에 대한 간략한 소개는 스텁스(2005) 참조.

4) 한국 근대의 역사가 통일 민족국가의 수립을 지향하는 것이었으므로 식민지로 전

락한 과정에서 이루어진 ‘사업’이나, 반쪽의 분단국가 수립에 일조한 ‘개혁’의 역사적

의의에 대한 평가는 매우 비판적이거나, 소극적인 의의만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그

런데 1980년대 중반 이후 두 사건의 역사적 의의를 적극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연

구 성과들이 속속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사업’에 대한 배영순(1988), 宮嶋博史

(1991), Gragert(1994), 조석곤(2003)의 연구들이 그러하고, ‘개혁’에 대한 장상환

(1984), 한국농촌경제연구원(1989), 조석곤·오유석(2003) 등의 연구가 이에 해당

한다. 이러한 연구사의 변화는 통일민족국가 수립에 절대적인 가치를 두던 학계의

분위기가 한국자본주의의 성장가능성을 확인한 후 자본주의의 발전을 통한 민족국

가 재형성 이라는 쪽으로 선회하기 시작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5) 이에 대한 연구사의 정리로는 우대형(1995)이 참고된다. 최근 지주와 소작인 사

이의 도덕적 해이와 위험 분산이라는 관점에서 생산방식이 결정된다는 논의도 진전

되고 있는데, 이에 관해서는 가탁과 팬디(2001)를 참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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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토지조사사업과 농지개혁이 토지생산성에 미친 효과에 관한 비교 분석  329

6) ‘사업’에 관한 연구사 정리는 조석곤(2003)을, ‘개혁’에 관한 연구사 정리는 장시원

(1995)이 참고할 만하다. ‘사업’ 및 ‘개혁’의 전모에 대해서는 각각 조석곤(2003) 및

한국농촌경제연구원(1989)이 자세하다.

7) ‘개혁’의 사전 준비는 이미 1949년부터 진행되었고 농지소표가 발급된 시점은 개

정 「농지개혁법」이 통과되기 이전이었다. 하지만 ‘개혁’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것은

1950년이었으므로 시점을 1950년으로 잡는다. 반면 종점을 1969년으로 잡은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왜냐하면 토지 분배 자체는 1950년에 이미 끝났기 때문이며, 이

후의 과정은 상환곡의 수납과 관련된 잔무처리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농지개혁의 종점을 1969년으로 잡은 것은 1968년 3월 ꡔ농지개혁사업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ꡕ이 제정되었고, 같은 해 5월 동 시행령이 공포되었으며, 이 법의 핵심인

농지분배 및 상환의 처리기한을 1년으로 못 박았기 때문이다.

8) 김제의 경우는 1940년대 후반과 1960년대 전반 두 차례에 걸쳐 지니계수가 급격

하게 하락하고 있다. 1960년대의 하락은 ‘개혁’ 당시 이미 분배는 완료되었으나 등기

이전이 되지 않은 토지들을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정리하였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

다. 따라서 김제에서도 ‘개혁’에 의해 일거에 토지소유의 불평등이 개선되었다고 볼

수 있다.

9) 1947년과 1953년을 비교할 때 1정보 미만을 경작하는 농가의 수가 차지하는 비중

은 75.5%에서 79.1%로 증가하였으며, 5단보 미만을 경작하는 영세농가의 비중도

42.2%로부터 44.9%로 증가하였다(농협중앙회a, 1965: 99).

10) 1920년대 중반이후 본격화된 수리조합 사업은 농업생산성 증대에 기여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이루어진 부동산 담보는 ‘사업’이 없었으면 그렇듯 대규모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었다. 일제하 은행담보 중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액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도(최원규, 1994: 345)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기 때문이었다.

11) 해방 전후를 일관되게 연결하는 신뢰할 만한 생산량추계는 아직 나와 있지 않다.

최근의 것으로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2003)이 있는데, 이 통계는 기존 통계집의 수

치에 대한 특별한 수정 없이 확실한 오류만을 수정하고 단위를 통일시킨 정도로 정리

한 것이다. 본고에서는 이 통계가 원 자료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자

료를 채택한다.

12) 이러한 생산성 증가를 모두 두 제도변화의 직접적 효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제도 변화는 생산성 증가에 부정적이지만 다른 요인의 변화가 그것을 상쇄

하여 생산성이 증대한 것으로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제도에 의한 농

업구조의 변화는 매우 ‘근본적’인 것이어서 요소 투입 등과 같은 다른 요인의 변화가

이 제도 변화와 독립적으로 이루어졌다고는 보기 어렵다.

13) 물론 이러한 가능성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미곡시장, 특히 미곡수출가격이 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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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  동향과 전망 71호

은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1930년대 초반의 농업공황은 식

민지지주제를 위협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 사건이었다.

14) 이 조사는 USAID 자금의 지원으로 농협중앙회에서 전국 26개 표본부락의 농가

1,843호를 대상으로 1964년 8월에 행해졌다. 그 결과는 다음 해에 농협중앙회

(1965b)로 발간되었다.

15) 이것이 한국에만 독특한 것은 아니었으며, 영세농 일반에 보이는 특징이었다.

Autkar(1995)에 따르면 인도의 사례연구에서 토지판매 압력요인으로 소비부문과

경영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50%로 유사하였다. 다만 한국의 경우는 토지판매

가 제약되었기 때문에 부채의 용처를 경영부문보다는 소비부문에 더 투입한 것으로

보인다.

16) 물론 상환곡부담이나 임시토지수득세의 납부와 같은 종래에 없었던 새로운 부담이

생겼지만, 장시원(1995)은 이것이 과거의 소작료 수준보다 크지는 않았다고 보았다.

17) 농지개혁에도 불구하고 소작제가 지속적으로 확대된 배경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다.

18) 김병태(1957: 117)에 따르면 머슴의 수는 해방 전 10만여 명 수준에서 1950년

27만, 1956년 30만 명 수준으로 증가하였다고 한다.

19) 이는 단순한 통념이 아니며 소유권 보장만으로도 노동투입이 증가한다는 사례보

고가 있다. Deininger(2003)에서 인용한 사례에 따르면 명목상의 소유권 보장만으

로도 주단 가구당 노동시간이 17% 증가하며, 소유권을 완전히 보장해줄 경우에는

50%(주당 가구당 45시간)의 노동시간의 증가를 가져온다고 한다.

20) 반면 ‘개혁’이 소유권 안정화에 미친 영향은 양면적이다. ‘개혁’은 ‘비시장적’ 방식

에 의한 토지 거래라는 점에서 분명 절대적인 사적 소유권을 제한하였다. 하지만 그렇

게 하여 이전된 토지소유권의 성격은 ‘사업’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 상환기

간을 연장시켜가면서 수분배농가의 소유권을 보호해주었다는 점에서 사적 토지소유

권제도와 연장선상에 있다. 다만 판매 및 임대에 제한을 가하였고, 신용시장이 미발달

하였다는 점에서 토지의 자본화는 ‘사업’ 시기에 비해 크게 제약받았다고 할 수 있다.

21) 평등한 분배를 위한 정책적 수단으로 3정보 소유상한제를 드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소유상한제는 지주제 해체를 위한 수단이었지 분배의 평등을 달성하기 위한 수

단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당시 농지규모와 농가수를 고려하면 모든 농가가 3정보를

소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였기 때문이다.

22) 여기에는 한국도 한 사례로 포함되었는데, 자료의 출처가 밝혀지지 않아 그 내용

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1960년대의 지니계수를 0.3으로 추정한 것은 너무 낮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많은 대상국들이 0.7 이상을 보이고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한

국의 토지소유 불평등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낮았던 것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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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조사사업과 농지개혁이 토지생산성에 미친 효과에 관한 비교 분석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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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  동향과 전망 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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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  동향과 전망 71호

초록

토지조사사업과 농지개혁이 토지생산성에 미친 효과에 관한 비교 분석

조석곤

토지조사사업과 농지개혁은 한국근대사에서 주요한 토지제도의 변화였는데,

두 제도 모두 소농경영에 생산적 기초를 두고 있었다. 본 연구는 이 두 제도

변화가 농업생산성에 미친 영향을 요소투입, 기술선택, 인센티브 등의 차원

으로 나누어 살펴본 것이다. 첫째, ‘사업’을 통해 자본유입에 유리한 조건은

형성되었지만, 노동투입에는 소작인의 도덕적 해이가 존재하였다. ‘개혁’은

노동투입에 유리한 조건을 형성하였지만, 자본유입에는 불리하였다. 둘째,

식민지지주제와 자작농체제라는 소유구조에 있어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영

세소농경영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술선택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보이

고 있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셋째, 인센티브구조의 측면에서 평등한 소유구

조가 토지생산성 증대에 보다 순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개혁’이 토지생산

성 증대를 위한 인센티브구조 수립에는 더 긍정적이었다. 반면 식민지지주제

는 이런 점에서는 불리했지만, 유리한 시장여건에 대한 인센티브를 지닌 동

태적 재촌지주들의 경영요소 투입이 이러한 불리한 조건을 완화 내지 역전시

킬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주제어 토지조사사업, 농지개혁, 식민지지주제, 농업생산성, 소농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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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논문

토지조사사업과 농지개혁이 토지생산성에 미친 효과에 관한 비교 분석  335

Abstract

The Effects of Land Survey(1912-1918) and Land Reform(1950-1969) on Land Productivity in Korea

Seok-Gon Cho

In modern Korea, although there are two major land system changes,

Land Survey(1912-1918, LS) and Land Reform(1950-1969, LR), the

basic producing system based on small peasant economy continued.

This study shows that the change of land productivity by these two

policies was affected by the change of input pattern, technology se-

lection, and incentive structure. First, after LS, the condition for capital

input increase was improved, but there was moral hazard in the labor

process of tenants. After LR, the condition for labor input increase was

improved, but the system obstructed capital input increased. Second,

although the ownership systems constructed by these policies were

different each other, the direction of technology selection was same

because the two systems were based on small peasant economy.

Finally, LR formed positive incentives for the increase of land pro-

ductivity because more even land distribution structure was created

by LR.

Key words Land Survey, Land Reform, Colonial Landownership, Agricultural

Productivity, Small Peasant Econ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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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  동향과 전망 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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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과학연구소

(427-100) 경기도 과천시 갈현동 640-3(2층) 한국사회과학연구소

전화 02) 502-5334

홈페이지 http://net.kss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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ꡔ동향과 전망ꡕ 투고요령  337

ꡔ동향과 전망ꡕ 투고요령

논문 제출 방법

1. ꡔ동향과 전망ꡕ은 한국학술재단 등재후보 학술지로, 3인의 논문심사 위원의

심사를 거쳐 게재여부를 결정한다. 논문은 다른 학술지에 출판되지 않은 원

고로 한정해 수시로 편집위원장(표지 안쪽 참조)에게 제출한다. 논문의 분량

은 200자 원고지 120∼140매 정도로 권장하고, 150매를 넘지 않도록 한다.

2. 논문과 함께 (1)저자 성명(국문, 영문). (2)논문제목(국문, 영문). (3)주제어

(3개 이상, 국문, 영문). (4)국문초록(500∼600자). (5)영문초록(100∼200

단어). (6)소속기관, 현직, 연락처, e-mail 주소, 주민등록번호를 표지에

기재하여 제출한다.

논문 작성 방법

1. 서지 사항 및 초록

(1) 논문 제목, 필자 이름, 소속, 현직의 순으로 중앙정렬 방식으로 배치한다.

부제를 달 경우, 본제목과 부제목 사이에 콜론(:)을 넣는다.

(2) 연구 지원기관이나 감사의 말은 논문 제목 옆에 *표를 하여 각주로 기재한

다. 저자의 이메일 주소는 저자 이름 옆에 **표를 하여 각주로 처리한다.

(3) 국문, 영문 초록은 단락 구분 없이 작성한다. 초록은 제목 아래에 성명, 소

속과 직책을 함께 표기하고(예:Kil-Dong Hong(Professor, Hankook

University). 초록 내용 뒤에 주제어(Keyword)를 3개 이상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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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  동향과 전망 71호

2. 본문

(1) 본문 제목들의 번호는 상위제목부터 하위제목까지 다음의 용례를 따른다.

예) 1.→1) →(1)→①→가.

(2) 한자나 외국어(용어, 고유명사)를 쓸 경우, 먼저 한글로 적고 괄호 안에 한

자나 외국어를 병기한다. 본문에 한번 사용한 외국어를 다시 쓸 때에는 한

글로만 표기한다.

(3) 각주는 본문 내용에 대한 부연이 필요할 때에만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

며, 인용이나 참고한 문헌의 출처는 각주로써 밝히지 않는다.

(4) 인용이나 참고한 문헌의 출처는 본문의 괄호 속에 저자의 이름과 출판연도,

쪽 번호만 밝힌다. 인용 또는 참고한 문헌이 되풀이될 때에도 같은 방식으

로 한다.

예) 윌리암스와 몰리는 “문화는 정치”라고 주장했다(Williams & Morley,

1990, 7∼8).

(5) 표와 그림은 < > 속에 별도의 일련번호를 부여하고, 표와 그림 위에 제목

을 붙인다. 표 제목은 해당 표의 위에, 그림 제목은 해당 그림의 밑에 위치시

킨다. 관련된 표와 그림을 본문에서 언급할 때도 < >를 붙인다.

예) <표 1> 국내 컴퓨터 보급현황

(6) 표·그림의 출처는 표·그림 밑에 참고문헌의 용례를 따라 적는다. 표·그

림에 대한 주는 일반주(주:). 개별주(a). b). c). 확률주(*p<.01,

**p<.001). 출처 순으로 배열한다.

3. 참고문헌

(1) 참고문헌은 본문 다음에 ‘참고문헌’이라는 제목 아래 나열하되, 본문에서

인용하거나 언급한 문헌만을 제시한다.

(2) 한글문헌, 동양어 문헌(일본어, 중국어). 서양문헌 순으로 배열하되, 번역

서(예컨대, 한글로 번역된 영문서)는 해당 원어 문헌으로 분류한다. 한글·

한자·일본어로 된 저자명은 한자의 한글식 표기에 따라 가나다 순으로,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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ꡔ동향과 전망ꡕ 투고요령  339

양 문헌 저자명은 알파벳 순으로 나열한다. 같은 저자의 문헌은 출판연도가

오래된 순서대로 배열하되, 같은 연도의 것이 두 편 이상일 때에는 연도 다

음에 a, b, c, …… 등을 넣어 구별한다.

(3) 저자가 1∼5명인 문헌은 이름을 모두 밝히고, 저자가 6인 이상일 때는 ○○

○ 외, ○○○, et al. 로 표기한다. 저자가 없는 문헌은 문헌 제목을 저자 위

치에 두고 그 다음에 발간연도를 밝힌다.

(4) 특히 단행본의 연도는 문헌이 인쇄된 연도가 아니라 저작권 표시(ⓒ)된 연

도를 쓴다. 발간연도가 불분명한 문헌은 (n.d.)라고 쓴다.

(5) 단행본, 논문, 번역서, 기사의 경우 다음의 예를 따른다.

홍길동(1990). ꡔ한국언론학사ꡕ. 서울: 새나라.

홍길동·이몽룡(1990). 홍길동전과 춘향전의 비교연구. ꡔ한국고전 문학연구ꡕ,

34권 2호, 123∼148.

Knapp, M., Ellis, D., & Williams, B.(1980). Reliability of content analysis

:The case of nominal scaling coding. Public Opinion Quarterly,

51(3). 79∼91.

Seidman, S.(1998). Contested knowledge: Social theory in the post-

modern era(2nd ed.). 박창호 역(1999). ꡔ지식논쟁: 포스트모던 시대

의 사회이론ꡕ. 서울: 문예출판사.

홍길동(1990. 6. 28). 관료부패는 고질병인가. ꡔ한국일보ꡕ, 5.

(6) 인터넷 자료를 참고한 경우, 실제 참고 자료의 이름과 주소를 모두 표기한

다. 맨 끝에 마침표는 찍지 않는다.

Author (date). Title of article. Name of Periodical, 호수, Available: 웹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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