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일까 창업일까, 고민하는 그대에게pdfi.ewha.ac.kr/1598/159807.pdf평범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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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2020년 5월 18일 월요일 1598호 오피니언 발행인·편집인 김혜숙 주간교수 이재경 편집국장 이수연 편집부국장 이재윤 취재부장 수업팀 임유나 인물팀 강지수 사진부장 황보현 미디어부장 김혜연 편집 (주)나눔커뮤니케이션 02-333-7136 대표전화 02-3277-3167 팩스 02-313-5194 이메일 [email protected] 홈페이지 inews.ewha.ac.kr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이화여대길52 이화여자대학교 이대학보사(ECC B217호)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대학보입니다 Z의 시선 밀레니얼 세대가 말하는 소비스타일, 가치관, 사회문제 등 Z세대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살롱드이화 시사이슈에 대한 이화의 의견을 듣습니다. 금주의 책 중앙도서관과 함께 독자들에게 좋은 책을 추천합니다. ‘Z의 시선’에 글이 실린 분에게는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이대학보 기사 내 오·탈자 최초 제보자에게는 5천원을 드립니다. 독자 참여와 기사 제보를 바랍니다. [email protected] 유튜브 ‘이대학보’ facebook.com/ewhaweekly instagram.com/ewhaweekly 화연 이유빈 만평기자 [email protected] 모든 이화인이 다 그렇게 느끼겠지만 5월의 교정은 정말 아름답다. 눈을 들어 나무 위를 바라보면 화려한 색상으로 피어나는 꽃보다 한층 더 싱그러운 연초록 잎사귀가 온통 하 늘을 뒤덮는다. 어쩌다 눈길을 발밑으로 내 려 보면 이름도 모르는 풀이 곳곳에 자리를 잡은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 땅의 5월은 새로운 생명을 키우는 봄날의 기운이 함께 하는 시절이라는 느낌이 매일 새롭게 다가 온다. 올해의 5월이라고 해서 이런 풍경이 달라 질 것을 기대해본 일은 한 번도 없었다. 또 실 제로 달라진 모습도 전혀 없다. 그런데 올해 의 봄날은 하루하루 이화의 교정을 볼 때마 다 뭔가 빠져 있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모든 사물이 다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기는 하 지만 늘 이곳저곳을 꽉 채워주던 학생들이 별로 없으니 이화의 교정도 어딘가 허전한 기운을 뿜어내는 느낌이 들어 스산해지기도 한다. 75분 수업을 마치고 난 이후에는 15분 동 안 다음 강의 장소를 찾아 무리를 지어 몰려 다니던 학생들은 이제 화면 속 모습으로 만 날 수 있을 뿐이다. 실시간 원격수업으로 화 면 속 학생들을 만나는 일이 싫은 것은 아니 다. 오히려 예전에 몰랐던 유형의 재미를 느 끼게 하는 일도 있는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원격수업과 강의실 수업을 병행해 보면 어 떨까 하는 도전 욕구가 생겨나기도 한다. 그 래도 가슴 한켠에 아쉬움이 자리 잡는다.. 학 생들 모습을 직접 보기도 하고 서로 이야기 를 나누는데 불편함도 별로 없으니, 결국 진 정한 의미의 쌍방향 교육이 가능한 시대가 왔다고 느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아쉬움 이 남는 것은 단순히 익숙함을 벗어나지 못 한 탓일까? 딱 부러지게 원인을 찾아내지 못 하지만 원격강의로 이어지는 오늘의 실시간 수업 현장이 마치 장거리 연애를 하는 사람 의 심정처럼 답답하게 느껴지는 현실은 부 인하기 어렵다. 2020년 5월의 어느 날, 이화의 교정이 오늘 과 같은 모습일 것으로 기대했던 사람은 없었 으리라고 믿는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고 아 무도 예측하지도 못했지만 앞으로 위기를 잘 정리하고 넘어간다고 해도 예전처럼 평온한 일상을 다시 누리게 될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는 의견이 많다. 문제는 새로운 세상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게 될 것인지 아무도 확실하게 예측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예측이 확실하지 않으니 자연히 대응 방안도 확실하지 않다. 비록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 해도 그 효율성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도 빈 번할 것이다. 당연히 일상의 불편함이 이어지 겠지만 예전처럼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니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한다는 각오가 필 요한 시점이다. 이렇게 갑자기 밀어닥친 새로운 변화의 회오리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고 어 떤 일을 해야 하는가? 그보다 범위를 좁혀 지금 이 순간, 나는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일 을 해야 할 것인가? 무심코 눈길을 돌리다가 사회 곳곳에서 각자 나름의 방식대로 현실 에 대처하면서 예전처럼 “그저 별다른 일 없 는” 일상의 평온함을 누리던 세상을 유지하 려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들 모습 을 보면서 몇 차례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 있 었다. 수많은 의료진과 방역 전문가 집단 이 외에도 하루 확진자가 900명을 넘나드는 날 에도 열심히 생필품을 생산하고 배송하고 판매하고 또 폐기물 처리를 담당해 주시는 우리 이웃의 손길이 없었으면 ‘그저 별다른 일 없는’ 일상의 평온함을 그대로 유지하는 호사는 절대로 누릴 수 없는 특권이라는 사 실 자체가 꽤 낯설고 충격적으로 현실로 다 가왔다. 이런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는 사 실이 놀라운 일이지만 되짚어 보니 돈을 지 불하면 각자 자신이 원하는 물건과 서비스 를 원하는 시간에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던 평범한 일상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 니었다. 요즘은 뜻밖에도 ‘별다른 일 없는 일상의 평온함’ 그 자체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수고 와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결과물이었는지 깨 닫는 순간을 매일매일 경험할 수밖에 없는 나날을 보낸다. 이런 깨달음에 이어 직업병 이 도진 나는 또 어쩔 수 없이 지금 이 순간에 도 북한 지역에서 삶을 이어나갈 사람들 일 상을 생각하는 순간에 빠져든다. 하루에도 몇 번씩 비누로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을 깨끗하게 씻고 마스크를 꼭 착용하라는 안 내를 받으면서 그 곳에는 흐르는 물이 충분 한지, 비누는 넉넉하게 구할 수 있는지, 마스 크는 원하는 만큼 언제라도 쉽게 구매하는 것이 가능한지, 중국에서 생필품이 들어가 는 길이 예전보다 어려워졌을 것인데 일상 의 평온함을 누리기는 하는지 생각이 복잡 하다. 다시 내 주변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일 을 하더라도 수많은 손길의 고마움을 토대 로 일상의 평온함을 특권으로 누리고 있는 존재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다짐하 는 시간을 갖는다. 그런 만큼 나도 다른 사람 이 평온하게 사는데 기여하는 방식을 더 적 극적으로 찾아봐야 한다고 나 자신을 다독 여본다. 교수칼럼 ‘그저 별다른 일 없는’ 일상의 평온함을 누리는 특권! 김석향 북한학과 교수 당연한 것이 아니었던 평범한 일상 졸업하기 전 취업해서 6년 간 회사생활을 하 고 자신만만하게 첫 창업을 했다. 경영학을 전공했고 파이낸스를 심화 전공으로 공부했 었다. 연봉 ‘쎄고’ 업무강도는 더 ‘쎈’, 외국계 전략컨설팅펌에서 수십 건의 대기업 전략 프 로젝트를 경험했다. 이렇기에 첫 창업에 ‘당 당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거기에 에너지 충만한 20대였으니! 망하는데까지 딱 11개 월이 걸렸다. 고객을 몰랐고, 나의 역량을 몰 랐다. 열정만 가득했기에 오래 버틸 수가 없 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비즈니스는 내 두 번째 창업의 ‘현재 진행형’ 결과물이다. 창업에 관 해 주변에서 얘기하는 것을 들어보면 회사를 좀 다녀보고 사업을 시작하는 게 좋다, 아니 다, 창업은 나이와 상관없다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무엇이 ‘정답’이라고 딱 잘라 말하긴 어렵다. 모든 경우엔 장단점이 따르기 때문이 다. 다만 여기선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주식투자를 할 때 기업의 성장성, 안정성, 수익성을 분석하듯이 내 ‘업(業)’을 선택할 때 도 저마다의 기준이 있을 것이다. 이 업을 통 해 내가 성장할 수 있는지, 안정적으로 살 수 있을지, 돈을 많이 벌 수 있을지 등의 기준 말 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주식, 기업, 재무 분석 에 관심이 많아 대학 전공도 당연하게 경영학 과를 선택했고 학교생활도 재밌게 했다. 언 젠가 내 사업을 꾸리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으며 첫 사회생활은 외국계 전략컨 설팅 회사에서 시작했다. 전략컨설팅 일을 하 게 되면 기업의 큰 그림을 볼 수 있고 비즈니 스 세계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 라는 꿈과 희망을 품고. 유럽계, 미국계 회사에 근무했는데 당시 상 사들로부터 인턴이나 신입 추천 좀 해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았다. 나는 평소 사람들 만나 는 걸 좋아하고 모교에 가서 후배 멘토링이나 커리어 강연 등을 자주 해왔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회사를 연결해주는 역 할을 하게 됐다. 이들의 니즈를 조정하는 게 결국 지금의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나의 경우 직장인 생활을 겪고 나서 창업을 했을 때 좋았던 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이 번 사업의 아이템이 앞서 회사를 다니며 몸소 겪었던 문제점을 해결하고 싶은 생각에서 시 작됐다는 점, 둘째는 회사의 ‘시스템’을 배우고 나올 수 있었던 점, 셋째는 인적‧물적 네트워 크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반면 규모 있는 회사에 다녔던 경험 때문 에 창업할 때 오히려 힘들었던 지점은 ‘너무 한 파트에만 매몰돼 있었던 것’이다. 이전 회 사에서 나는 전략 위주의 업무를 담당했기 때문에 실제로 실행을 하거나 운영하는 측 면에선 잘 알지 못했다. 스타트업에서는 필 히 해야만 하는 그것들에 대해 받아들이고, 내가 직접 ‘손과 발이 돼’ 실행하기까지가 너 무 어려웠다. 창업가 특강을 가면 항상 받는 질문은 ‘어 떻게 사업 아이템을 찾았나’, ‘어떻게 팀을 만 들었나’, ‘회사 다닐 때보다 만족하는가’ 세 가 지다. 제일 빨리,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것은 현재의 삶에 ‘매우’ 만족한다는 것이다. 치열 하게 만들어가는 재미, 성취감과 결과물 등이 있어 삶의 만족도가 높다. 사업의 전초전은 나에 대한 성찰과 사업 아이템이지만, 일단 시작하고 나서부터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은 ‘팀’과 ‘고객’이다.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지극 히 제한적이다. 다른 배경과 역량을 가진 사 람들이 같은 지점을 바라보며 함께 가는 길에 서 시너지가 나온다. 팀원들은 나에게 더없이 소중한 존재다. 그리고 고객이 우리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하는가, 선택하도록 만들고 있 는가,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가에 대한 비즈 니스 그 자체, 본질적인 질문을 하고 끊임없 이 고민하며 수정해 나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자신감 있는 삶을 위한 비법 (!)을 공유하겠다. 작은 목표들을 설정하고, 작은 성취를 많이 해보는 것이다. 이 과정 속 에서 실수와 실패, 성공을 반복함으로써 얻 어지는 단단함과 자신감. 이것이 풍요로운 내 삶을 만들어가는 토양이라고 생각한다. ‘Follow your heart and intuition’. 고(故) 스 티브 잡스가 스탠포드대 졸업식 축사 때 했던 마지막 말이다. 자신의 마음과 직관을 따르 자. 그리고선 열정과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가 장 중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이화·연(緣) 조아름 경영·12년졸 와이즈레인㈜ 대표이사 취업일까 창업일까, 고민하는 그대에게 직장생활 6년, 창업 3년차. 현재 글로벌 HR 솔루션 루키 즈 캠퍼스를 운영 중이다. 청년들에게 글로벌 커리어 컨 설팅 및 취업·창업 교육을 제공하며, 주니어 채용을 원하 는 외국계 기업, 스타트업, 중소·중견기업과 함께 HR 마 케팅 전략 수립, 채용 지원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민간 영 역뿐 아니라 정부 및 공공부문과도 함께 청년일자리 창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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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취업일까 창업일까, 고민하는 그대에게pdfi.ewha.ac.kr/1598/159807.pdf평범한 일상 졸업하기 전 취업해서 6년 간 회사생활을 하 고 자신만만하게

72020년 5월 18일 월요일 1598호 오피니언

발행인·편집인 김혜숙

주간교수 이재경

편집국장 이수연

편집부국장 이재윤

취재부장 수업팀 임유나 인물팀 강지수 사진부장 황보현 미디어부장 김혜연

편집 (주)나눔커뮤니케이션 02-333-7136

대표전화 02-3277-3167 팩스 02-313-5194 이메일 [email protected] 홈페이지 inews.ewha.ac.kr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이화여대길52 이화여자대학교 이대학보사(ECC B217호)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대학보입니다Z의 시선 밀레니얼 세대가 말하는 소비스타일, 가치관, 사회문제 등 Z세대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살롱드이화 시사이슈에 대한 이화의 의견을 듣습니다.

금주의 책 중앙도서관과 함께 독자들에게 좋은 책을 추천합니다.

‘Z의 시선’에 글이 실린 분에게는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이대학보 기사 내 오·탈자 최초 제보자에게는 5천원을 드립니다.

독자 참여와 기사 제보를 바랍니다.

[email protected] 유튜브 ‘이대학보’

facebook.com/ewhaweekly instagram.com/ewhaweekly

화연 툰 이유빈 만평기자 [email protected]

모든 이화인이 다 그렇게 느끼겠지만 5월의

교정은 정말 아름답다. 눈을 들어 나무 위를

바라보면 화려한 색상으로 피어나는 꽃보다

한층 더 싱그러운 연초록 잎사귀가 온통 하

늘을 뒤덮는다. 어쩌다 눈길을 발밑으로 내

려 보면 이름도 모르는 풀이 곳곳에 자리를

잡은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 땅의 5월은

새로운 생명을 키우는 봄날의 기운이 함께

하는 시절이라는 느낌이 매일 새롭게 다가

온다.

올해의 5월이라고 해서 이런 풍경이 달라

질 것을 기대해본 일은 한 번도 없었다. 또 실

제로 달라진 모습도 전혀 없다. 그런데 올해

의 봄날은 하루하루 이화의 교정을 볼 때마

다 뭔가 빠져 있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모든

사물이 다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기는 하

지만 늘 이곳저곳을 꽉 채워주던 학생들이

별로 없으니 이화의 교정도 어딘가 허전한

기운을 뿜어내는 느낌이 들어 스산해지기도

한다.

75분 수업을 마치고 난 이후에는 15분 동

안 다음 강의 장소를 찾아 무리를 지어 몰려

다니던 학생들은 이제 화면 속 모습으로 만

날 수 있을 뿐이다. 실시간 원격수업으로 화

면 속 학생들을 만나는 일이 싫은 것은 아니

다. 오히려 예전에 몰랐던 유형의 재미를 느

끼게 하는 일도 있는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원격수업과 강의실 수업을 병행해 보면 어

떨까 하는 도전 욕구가 생겨나기도 한다. 그

래도 가슴 한켠에 아쉬움이 자리 잡는다.. 학

생들 모습을 직접 보기도 하고 서로 이야기

를 나누는데 불편함도 별로 없으니, 결국 진

정한 의미의 쌍방향 교육이 가능한 시대가

왔다고 느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아쉬움

이 남는 것은 단순히 익숙함을 벗어나지 못

한 탓일까? 딱 부러지게 원인을 찾아내지 못

하지만 원격강의로 이어지는 오늘의 실시간

수업 현장이 마치 장거리 연애를 하는 사람

의 심정처럼 답답하게 느껴지는 현실은 부

인하기 어렵다.

2020년 5월의 어느 날, 이화의 교정이 오늘

과 같은 모습일 것으로 기대했던 사람은 없었

으리라고 믿는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고 아

무도 예측하지도 못했지만 앞으로 위기를 잘

정리하고 넘어간다고 해도 예전처럼 평온한

일상을 다시 누리게 될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는 의견이 많다. 문제는 새로운 세상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게 될 것인지

아무도 확실하게 예측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예측이 확실하지 않으니 자연히 대응 방안도

확실하지 않다. 비록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

해도 그 효율성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도 빈

번할 것이다. 당연히 일상의 불편함이 이어지

겠지만 예전처럼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니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한다는 각오가 필

요한 시점이다.

이렇게 갑자기 밀어닥친 새로운 변화의

회오리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고 어

떤 일을 해야 하는가? 그보다 범위를 좁혀

지금 이 순간, 나는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일

을 해야 할 것인가? 무심코 눈길을 돌리다가

사회 곳곳에서 각자 나름의 방식대로 현실

에 대처하면서 예전처럼 “그저 별다른 일 없

는” 일상의 평온함을 누리던 세상을 유지하

려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들 모습

을 보면서 몇 차례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 있

었다. 수많은 의료진과 방역 전문가 집단 이

외에도 하루 확진자가 900명을 넘나드는 날

에도 열심히 생필품을 생산하고 배송하고

판매하고 또 폐기물 처리를 담당해 주시는

우리 이웃의 손길이 없었으면 ‘그저 별다른

일 없는’ 일상의 평온함을 그대로 유지하는

호사는 절대로 누릴 수 없는 특권이라는 사

실 자체가 꽤 낯설고 충격적으로 현실로 다

가왔다. 이런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는 사

실이 놀라운 일이지만 되짚어 보니 돈을 지

불하면 각자 자신이 원하는 물건과 서비스

를 원하는 시간에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던

평범한 일상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

니었다.

요즘은 뜻밖에도 ‘별다른 일 없는 일상의

평온함’ 그 자체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수고

와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결과물이었는지 깨

닫는 순간을 매일매일 경험할 수밖에 없는

나날을 보낸다. 이런 깨달음에 이어 직업병

이 도진 나는 또 어쩔 수 없이 지금 이 순간에

도 북한 지역에서 삶을 이어나갈 사람들 일

상을 생각하는 순간에 빠져든다. 하루에도

몇 번씩 비누로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을

깨끗하게 씻고 마스크를 꼭 착용하라는 안

내를 받으면서 그 곳에는 흐르는 물이 충분

한지, 비누는 넉넉하게 구할 수 있는지, 마스

크는 원하는 만큼 언제라도 쉽게 구매하는

것이 가능한지, 중국에서 생필품이 들어가

는 길이 예전보다 어려워졌을 것인데 일상

의 평온함을 누리기는 하는지 생각이 복잡

하다.

다시 내 주변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일

을 하더라도 수많은 손길의 고마움을 토대

로 일상의 평온함을 특권으로 누리고 있는

존재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다짐하

는 시간을 갖는다. 그런 만큼 나도 다른 사람

이 평온하게 사는데 기여하는 방식을 더 적

극적으로 찾아봐야 한다고 나 자신을 다독

여본다.

■ 교수칼럼 ‘그저 별다른 일 없는’ 일상의 평온함을 누리는 특권!

김석향북한학과 교수

당연한 것이 아니었던

평범한 일상

졸업하기 전 취업해서 6년 간 회사생활을 하

고 자신만만하게 첫 창업을 했다. 경영학을

전공했고 파이낸스를 심화 전공으로 공부했

었다. 연봉 ‘쎄고’ 업무강도는 더 ‘쎈’, 외국계

전략컨설팅펌에서 수십 건의 대기업 전략 프

로젝트를 경험했다. 이렇기에 첫 창업에 ‘당

당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거기에 에너지

충만한 20대였으니! 망하는데까지 딱 11개

월이 걸렸다. 고객을 몰랐고, 나의 역량을 몰

랐다. 열정만 가득했기에 오래 버틸 수가 없

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비즈니스는 내 두 번째

창업의 ‘현재 진행형’ 결과물이다. 창업에 관

해 주변에서 얘기하는 것을 들어보면 회사를

좀 다녀보고 사업을 시작하는 게 좋다, 아니

다, 창업은 나이와 상관없다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무엇이 ‘정답’이라고 딱 잘라 말하긴

어렵다. 모든 경우엔 장단점이 따르기 때문이

다. 다만 여기선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주식투자를 할 때 기업의 성장성, 안정성,

수익성을 분석하듯이 내 ‘업(業)’을 선택할 때

도 저마다의 기준이 있을 것이다. 이 업을 통

해 내가 성장할 수 있는지, 안정적으로 살 수

있을지, 돈을 많이 벌 수 있을지 등의 기준 말

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주식, 기업, 재무 분석

에 관심이 많아 대학 전공도 당연하게 경영학

과를 선택했고 학교생활도 재밌게 했다. 언

젠가 내 사업을 꾸리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으며 첫 사회생활은 외국계 전략컨

설팅 회사에서 시작했다. 전략컨설팅 일을 하

게 되면 기업의 큰 그림을 볼 수 있고 비즈니

스 세계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

라는 꿈과 희망을 품고.

유럽계, 미국계 회사에 근무했는데 당시 상

사들로부터 인턴이나 신입 추천 좀 해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았다. 나는 평소 사람들 만나

는 걸 좋아하고 모교에 가서 후배 멘토링이나

커리어 강연 등을 자주 해왔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회사를 연결해주는 역

할을 하게 됐다. 이들의 니즈를 조정하는 게

결국 지금의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나의 경우 직장인 생활을 겪고 나서 창업을

했을 때 좋았던 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이

번 사업의 아이템이 앞서 회사를 다니며 몸소

겪었던 문제점을 해결하고 싶은 생각에서 시

작됐다는 점, 둘째는 회사의 ‘시스템’을 배우고

나올 수 있었던 점, 셋째는 인적‧물적 네트워

크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반면 규모 있는 회사에 다녔던 경험 때문

에 창업할 때 오히려 힘들었던 지점은 ‘너무

한 파트에만 매몰돼 있었던 것’이다. 이전 회

사에서 나는 전략 위주의 업무를 담당했기

때문에 실제로 실행을 하거나 운영하는 측

면에선 잘 알지 못했다. 스타트업에서는 필

히 해야만 하는 그것들에 대해 받아들이고,

내가 직접 ‘손과 발이 돼’ 실행하기까지가 너

무 어려웠다.

창업가 특강을 가면 항상 받는 질문은 ‘어

떻게 사업 아이템을 찾았나’, ‘어떻게 팀을 만

들었나’, ‘회사 다닐 때보다 만족하는가’ 세 가

지다. 제일 빨리,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것은

현재의 삶에 ‘매우’ 만족한다는 것이다. 치열

하게 만들어가는 재미, 성취감과 결과물 등이

있어 삶의 만족도가 높다. 사업의 전초전은

나에 대한 성찰과 사업 아이템이지만, 일단

시작하고 나서부터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은

‘팀’과 ‘고객’이다.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지극

히 제한적이다. 다른 배경과 역량을 가진 사

람들이 같은 지점을 바라보며 함께 가는 길에

서 시너지가 나온다. 팀원들은 나에게 더없이

소중한 존재다. 그리고 고객이 우리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하는가, 선택하도록 만들고 있

는가,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가에 대한 비즈

니스 그 자체, 본질적인 질문을 하고 끊임없

이 고민하며 수정해 나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자신감 있는 삶을 위한 비법

(!)을 공유하겠다. 작은 목표들을 설정하고,

작은 성취를 많이 해보는 것이다. 이 과정 속

에서 실수와 실패, 성공을 반복함으로써 얻

어지는 단단함과 자신감. 이것이 풍요로운

내 삶을 만들어가는 토양이라고 생각한다.

‘Follow your heart and intuition’. 고(故) 스

티브 잡스가 스탠포드대 졸업식 축사 때 했던

마지막 말이다. 자신의 마음과 직관을 따르

자. 그리고선 열정과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가

장 중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이화·연(緣)조아름경영·12년졸와이즈레인㈜ 대표이사

취업일까 창업일까, 고민하는 그대에게

직장생활 6년, 창업 3년차. 현재 글로벌 HR 솔루션 루키즈 캠퍼스를 운영 중이다. 청년들에게 글로벌 커리어 컨설팅 및 취업·창업 교육을 제공하며, 주니어 채용을 원하는 외국계 기업, 스타트업, 중소·중견기업과 함께 HR 마케팅 전략 수립, 채용 지원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민간 영역뿐 아니라 정부 및 공공부문과도 함께 청년일자리 창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