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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이 지난해 3월 강정주민 등을 상 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과 관련 정협의체가 구성됐다. 최근 강정마 을회와 제주도내 정당이 구상권 해결을 위한 민 정협의체 를 발족하고 공동 대응키로 한 것이다. 민 정협의체 에는 강정마을회와 제주도내 각 정당 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구상권 철회를 위해 대선 공약 반영 등을 이 끌어내는 등 본격 활동에 나서기로 하 면서 해결의 전기가 마련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구상금 청구 문제는 한 업체가 공사 지연으로 약 300억 원의 손실을 봤다 며 손해배상을 요구하자, 해군이 34억5 000만원은 강정마을 주민들이 물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 도민사회의 거센 반발을 사왔다. 정치권도 해군의 행태 를 비난하며 소송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해군은 지난 1년 동 안 구상금 청구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하면서 모르쇠로 일관했다. 해군은 오히려 제주해군기지 공개 행 사에서 민군 화합 및 상생 활동과 구 상금 청구는 별개 라며 철회 계획이 없다고 대못을 박기까지 했다. 해군기 지 건설로 수년 동안 고통을 겪고 있는 강정주민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지역사 회 통합에 나서도 모자랄 판에 갈등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누차 지적했듯 구상금 청구소송은 철회해야 마땅하다. 국책사업 과정에서 지역 주민과의 마찰로 빚어진 사안을 정부 부처가 구상금을 청구하는 일은 전례가 없다. 이는 공공의 이해가 걸린 국책사업에 대한 자유로운 정치적 의 사표명을 가로막겠다는 비민주적 행태 에 다름없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 이참에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는 일에 대해서도 합리적 규제를 검토할 필요 가 있다. 그런 점에서 지난 2월 더불어 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하는 무리한 손해배상청구 소 송을 규제하는 민사소송법 일부개정법 률안을 대표발의한 것은 주목된다. 이 문제는 이제 차기정부에서 해결 하지 않으면 안된다. 다행히 몇몇 대선 주자들은 구상금 청구 소송을 철회해 야 한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를 대선공약으로 내걸어 해결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 해군기지 건 설에 따른 고통을 해소하고 상생과 국 민통합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도 그렇다. 제69주년 제주4 3희생자 추념식이 3일 오전 제주4 3평화공원에서 유족 등 1 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 이 날 추념식의 슬로건은 4 3의 평화 훈 풍, 한반도로 세계로 다. 그동안 일궈 온4 3정신으로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 을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알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19대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치러진 추념식에는 황 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일부 대권 주자 와 당직자들이 대거 참석해 4 3영령들 의 영면을 기원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4 3희생 자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제 주도민들이 보여준 화해와 상생의 정 신이 희망의 에너지가 되기를 바랐다. 황 권한대행은 추념사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고통의 시간을 보내온 유 가족에게도 깊은 위로의 말을 드린다 앞으로도 희생된 분들의 뜻을 기 리고 유가족의 아픔을 치유하는데 노 력하겠다 고 밝혔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인사말을 통해 현대사의 큰 비극인 4 3은 인고의 노 력과 대승적 결단으로 이제 화해와 상 생의 상징이자 과거사 청산의 모범으 로 승화되고 있다 고 의미를 담았다. 이어 정부와 국회, 정치권이 4 3 해결 을 위해 소중한 역할을 했지만 4 3이 세계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과제가 아직 남아 있다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물론 4 3은 질곡의 세월을 보내는 동안 성과도 적지 않았다. 2000년 제주 4 3특별법 제정을 시작으로 2003년 정 부 차원의 진상 보고서 채택 및 대통 령의 공식 사과, 2014년 국가추념일 지 정 등 많은 것을 이룬게 사실이다. 문 제는 4 3이 여기서 더 이상 진전 없이 멈춰섰다는데 있다. 앞으로 4 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서 는 풀어야 할 과제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4 3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배 보상 문제를 비롯 4 3희생자 유족 심 결정 상설화, 4 3수형인의 명예회 복, 4 3행방불명인의 유해 발굴 등 남 은 과제가 한 둘이 아니다. 지금까지 4 3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로 미뤄볼 때 결코 쉽지 않은 일들이다. 그래도 입법부의 수장인 정세균 국회의장도 엊그제 4 3의 남은 과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머리를 맞대 방책을 마련하겠 다고 약속했다. 내년 70주년 4 3은 새 로운 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강정 구상권 철회 대선공약 요구 외면말라 제주4 3 과제 산적, 내년 새 전점 맞아야 문화광장 열린마당 그래픽 뉴스 오피니언 면의 외부필자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홍임정 소설가 얼마 전 서울에 다녀왔다. 지난 해 겨 울 폐암으로 돌아가신 고모부의 유품 하나를 받기 위해서였다. 고모부는 양 지바른 언덕의 어린 매화나무 아래 한 줌의 재로 잠들었다. 그곳은 그가 정년 퇴직 후 남다른 애정으로 일구었던 주 말 텃밭이었다. 미망인이 된 고모와 함 께 봄볕이 내리쬐는 언덕 위에 서니 삼백 평 남짓한 텃밭이 한 눈에 내려 다보였다. 깨, 고추, 옥수수 등의 정리 되지 못한 잔해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황량한 밭 위로 바람이 불자 지난 투 병의 흔적들이 마른 잎사귀로 바스락 거렸다. 고인에게 다녀온 다음 날은 탄핵심판 전 마지막 촛불집회가 있는 주말이었 다. 나는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오후에 집을 나서 광화문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하지만 내가 탄 버스는 이태원을 지나자 더 이상 노선대로 나아가지 못 하고 남산터널 입구에서 멈춰 섰다. 집 회로 인해 터널이 통제되었다는 것이 다. 터널을 지나가려면 걸어가라는 말 과 함께 버스기사가 하차 문을 열었다. 차량의 통행이 없는 어둡고 텅 빈 터널을 30분 이상 걷게 된 상황도 뜻 밖이었지만, 터널 밖으로 나온 후에 나 는 더욱 예상치 못했던 풍경과 맞닥뜨 리게 되었다. 명동거리에 이르러 대규 모의 태극기 행렬을 목격하게 된 것이 다. 오후를 넘긴 해가 서쪽으로 기울면 서 황금빛으로 물든 태극기들이 바람 에 나부끼며 차도를 가득 메우고 지나 가는 광경은 가히 장관이었다. 이런저 런 구호가 적힌 긴 현수막들이 바리게 이트처럼 지나가고, 성조기와 트럼프 대통령의 마네킹도 눈에 띄었다. 나는 정치적 입장을 떠나서 사회적 인 호기심을 갖고 집회에 참가한 사람 들의 면면을 살펴보았다. 우선 눈에 띄 는 것은 붉은 베레모에 군복을 갖춰 입은 위압적인 느낌의 전우회들, 또 울 긋불긋한 등산복을 차려입은 중년남성 들, 주말을 맞아 동창모임에 나온 듯한 차림의 중년여성들, 그리고 의외로 젊 은 얼굴들도 간간히 보였다. 느낀 바대 로 말하자면 진보매체에서 단정 짓듯 일당을 받고 동원된 사람들일 것이라 고 여기기엔, 각각의 얼굴에 각자의 삶 에서 비롯된 고유한 사회적 자아의 표 정이 드러나 있었다. 그들과 같은 방향을 향해 걸으면서 나는 혼란스러움과 함께 어떤 슬픔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 나는 슬 픔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잠시 후 가두를 이끌며 서행하던 차량의 확 성기에서 우리는 종로3가에서 행진을 시작해 청계천과 을지로를 거쳐 시청 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라는 말이 울려 퍼지는 순간, 내가 알고 있던 그 거리 의 이름들, 종로3가 , 을지로 , 청계 이 단번에 귓가에 와 박혔다. 그 거 리의 남루한 골목들과 갈 곳 없이 부유 하는 사람들과 멈추어진 태엽 같은 시 간들과 지워지지 않는 냄새 같은 것들 이 한 순간에 기되었던 것이다. 나는 공원의 벤치에서, 옛 궁궐의 처마 밑에 서, 고서점의 헌책더미 사이에서, 분식 점의 의자를 밀어내며 하나 둘 씩 천천 히 걸어 나와 이와 같이 거대한 행렬을 이루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다. 깃발들은 일몰의 마지막 스러지는 빛에 휩싸여 점점 가라앉고 있었다. 시 청광장에 이르자 이윽고 행렬이 멈춰 졌다. 광장에 도착한 군중들은 젊은이 들의 집회와는 달리 몹시 지쳐 보였다. 일부는 오뎅과 유자차 등을 싼 값에 파는 행상 주위로 흩어졌고, 일부는 건 물계단 근처에 쪼그리고 앉았다. 나는 태극기를 든 채 엉거주춤 서 있는 무 리들을 지나쳐 광화문광장으로 향했 다. 저 멀리 그곳의 불빛이 무척 고 밝게 느껴졌다. 당신들의 시대에 전국 최안전도시 3차 공인 도전하는 제주 오피니언 2017년 4월 4일화15 양인석 제주방안전본부 책과 안전도시 는 사고가 없는 완벽히 안 전한 도시가 아니라, 사고로 인한 손상 을 줄이기 위해 구성원들이 함께 노력 하는 도시로서 국제안전도시 공인센터 로부터 공인받은 도시이다. 보다 구체 적으로 말하면 사고로 인한 손상을 감 시하는 시스템이 작동되고 구성원들의 협력으로 지속적인 사고예방 프로그램 을 운영하는 사고손상 감시도시 를의 미한다. 우리 제주는 2007년에 세계에서 117 번째로 공인을 받았고, 5년마다 평가 를 통해 재공인을 받아야 하기에 2012 년에 두 번째, 그리고 2017년에 우리나 라에서는 처음으로 3차 공인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11개 도시를 포함한 31개 국 365개 도시가 공인을 받았고, 국내 외 많은 도시들이 다투어 준비를 하고 있다. 이렇게 안전도시 는 이미 국제 적 위상을 인정받고 있으며, 그 바탕 위에서 전국 최의 3차 공인은 분명 큰 의의가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공인 여부를 떠 나서 본질적으로 우리가 안전해져 간 다는 것이며 실질적으로 사고로 인한 사망률도 2010년에 10만명당 73.6명에 서 2015년에는 10% 저감목표인 66.3명 보다 낮은 64명으로 감소하였다. 따라서 안전도시를 위한 사고예방 프 로그램들은 어차피 확대해야 하는 것들 이며 여기에 공인까지 더해진다면 그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또한 우리는 타 도와는 달리 지난 10여 년간 다진 시스템이 견고하고 섬 지역의 특수성에 따른 병원 응급실 사고통계 시스템의 정확성 등 우리 만의 강점으로 추가 비 용 없이 공인을 받을 수 있어서 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 이로써 준비하는 많 은 도시들이 제주를 모범으로 삼고 있 는 것이다. 이렇게 차별성을 가지면서 선도적 역할을 하려는 안전도시 사업 도 행정의 의지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주민들의 동참이 절실하다. 지금은 우리 모두 관심을 가지고 전국 3차 공인에 집중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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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당신들의시대에 - pdf.ihalla.compdf.ihalla.com/sectionpdf/20170404-70631.pdf · 전마지막촛불집회가있는주말이었 다.나는집회에참가하기위해오후에

해군이 지난해 3월 강정주민 등을 상

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과 관련

민 정협의체가 구성됐다. 최근 강정마

을회와 제주도내 각 정당이 구상권

해결을 위한 민 정협의체 를 발족하고

공동 대응키로 한 것이다. 민 정협의체

에는 강정마을회와 제주도내 각 정당

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구상권

철회를 위해 대선 공약 반영 등을 이

끌어내는 등 본격 활동에 나서기로 하

면서 해결의 전기가 마련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구상금 청구 문제는 한 업체가 공사

지연으로 약 300억 원의 손실을 봤다

며 손해배상을 요구하자, 해군이 34억5

000만원은 강정마을 주민들이 물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 도민사회의 거센

반발을 사왔다. 정치권도 해군의 행태

를 비난하며 소송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해군은 지난 1년 동

안 구상금 청구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하면서 모르쇠로 일관했다.

해군은 오히려 제주해군기지 공개 행

사에서 민군 화합 및 상생 활동과 구

상금 청구는 별개 라며 철회 계획이

없다고 대못을 박기까지 했다. 해군기

지 건설로 수년 동안 고통을 겪고 있는

강정주민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지역사

회 통합에 나서도 모자랄 판에 갈등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누차 지적했듯 구상금 청구소송은

철회해야 마땅하다. 국책사업 과정에서

지역 주민과의 마찰로 빚어진 사안을

정부 부처가 구상금을 청구하는 일은

전례가 없다. 이는 공공의 이해가 걸린

국책사업에 대한 자유로운 정치적 의

사표명을 가로막겠다는 비민주적 행태

에 다름없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 이참에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는 일에

대해서도 합리적 규제를 검토할 필요

가 있다. 그런 점에서 지난 2월 더불어

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하는 무리한 손해배상청구 소

송을 규제하는 민사소송법 일부개정법

률안을 대표발의한 것은 주목된다.

이 문제는 이제 차기정부에서 해결

하지 않으면 안된다. 다행히 몇몇 대선

주자들은 구상금 청구 소송을 철회해

야 한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를 대선공약으로 내걸어 해결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 해군기지 건

설에 따른 고통을 해소하고 상생과 국

민통합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도 그렇다.

제69주년 제주4 3희생자 추념식이 3일

오전 제주4 3평화공원에서 유족 등 1

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 이

날 추념식의 슬로건은 4 3의 평화 훈

풍, 한반도로 세계로 다. 그동안 일궈

온 4 3정신으로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

을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알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19대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치러진 추념식에는 황

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일부 대권 주자

와 당직자들이 대거 참석해 4 3영령들

의 영면을 기원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4 3희생

자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제

주도민들이 보여준 화해와 상생의 정

신이 희망의 에너지가 되기를 바랐다.

황 권한대행은 추념사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고통의 시간을 보내온 유

가족에게도 깊은 위로의 말을 드린다

며 앞으로도 희생된 분들의 뜻을 기

리고 유가족의 아픔을 치유하는데 노

력하겠다 고 밝혔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인사말을 통해

현대사의 큰 비극인 4 3은 인고의 노

력과 대승적 결단으로 이제 화해와 상

생의 상징이자 과거사 청산의 모범으

로 승화되고 있다 고 의미를 담았다.

이어 정부와 국회, 정치권이 4 3 해결

을 위해 소중한 역할을 했지만 4 3이

세계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과제가

아직 남아 있다 며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물론 4 3은 질곡의 세월을 보내는

동안 성과도 적지 않았다. 2000년 제주

4 3특별법 제정을 시작으로 2003년 정

부 차원의 진상 보고서 채택 및 대통

령의 공식 사과, 2014년 국가추념일 지

정 등 많은 것을 이룬게 사실이다. 문

제는 4 3이 여기서 더 이상 진전 없이

멈춰섰다는데 있다.

앞으로 4 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서

는 풀어야 할 과제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4 3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배

보상 문제를 비롯 4 3희생자 유족 심

의 결정 상설화, 4 3수형인의 명예회

복, 4 3행방불명인의 유해 발굴 등 남

은 과제가 한 둘이 아니다. 지금까지

4 3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로 미뤄볼

때 결코 쉽지 않은 일들이다. 그래도

입법부의 수장인 정세균 국회의장도

엊그제 4 3의 남은 과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머리를 맞대 방책을 마련하겠

다고 약속했다. 내년 70주년 4 3은 새

로운 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강정 구상권 철회 대선공약 요구 외면말라

제주4 3 과제 산적, 내년 새 전환점 맞아야

문화광장

열린마당 그래픽 뉴스

※ 오피니언 면의외부필자기고는본지의편집방향과일치하지않을수도있습니다.

홍 임 정

소설가

얼마 전 서울에 다녀왔다. 지난 해 겨

울 폐암으로 돌아가신 고모부의 유품

하나를 받기 위해서였다. 고모부는 양

지바른 언덕의 어린 매화나무 아래 한

줌의 재로 잠들었다. 그곳은 그가 정년

퇴직 후 남다른 애정으로 일구었던 주

말 텃밭이었다. 미망인이 된 고모와 함

께 봄볕이 내리쬐는 언덕 위에 서니

삼백 평 남짓한 텃밭이 한 눈에 내려

다보였다. 깨, 고추, 옥수수 등의 정리

되지 못한 잔해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황량한 밭 위로 바람이 불자 지난 투

병의 흔적들이 마른 잎사귀로 바스락

거렸다.

고인에게 다녀온 다음 날은 탄핵심판

전 마지막 촛불집회가 있는 주말이었

다. 나는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오후에

집을 나서 광화문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하지만 내가 탄 버스는 이태원을

지나자 더 이상 노선대로 나아가지 못

하고 남산터널 입구에서 멈춰 섰다. 집

회로 인해 터널이 통제되었다는 것이

다. 터널을 지나가려면 걸어가라는 말

과 함께 버스기사가 하차 문을 열었다.

차량의 통행이 없는 어둡고 텅 빈

터널을 30분 이상 걷게 된 상황도 뜻

밖이었지만, 터널 밖으로 나온 후에 나

는 더욱 예상치 못했던 풍경과 맞닥뜨

리게 되었다. 명동거리에 이르러 대규

모의 태극기 행렬을 목격하게 된 것이

다. 오후를 넘긴 해가 서쪽으로 기울면

서 황금빛으로 물든 태극기들이 바람

에 나부끼며 차도를 가득 메우고 지나

가는 광경은 가히 장관이었다. 이런저

런 구호가 적힌 긴 현수막들이 바리게

이트처럼 지나가고, 성조기와 트럼프

대통령의 마네킹도 눈에 띄었다.

나는 정치적 입장을 떠나서 사회적

인 호기심을 갖고 집회에 참가한 사람

들의 면면을 살펴보았다. 우선 눈에 띄

는 것은 붉은 베레모에 군복을 갖춰

입은 위압적인 느낌의 전우회들, 또 울

긋불긋한 등산복을 차려입은 중년남성

들, 주말을 맞아 동창모임에 나온 듯한

차림의 중년여성들, 그리고 의외로 젊

은 얼굴들도 간간히 보였다. 느낀 바대

로 말하자면 진보매체에서 단정 짓듯

일당을 받고 동원된 사람들일 것이라

고 여기기엔, 각각의 얼굴에 각자의 삶

에서 비롯된 고유한 사회적 자아의 표

정이 드러나 있었다.

그들과 같은 방향을 향해 걸으면서

나는 혼란스러움과 함께 어떤 슬픔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 나는 슬

픔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잠시

후 가두를 이끌며 서행하던 차량의 확

성기에서 우리는 종로3가에서 행진을

시작해 청계천과 을지로를 거쳐 시청

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라는 말이 울려

퍼지는 순간, 내가 알고 있던 그 거리

의 이름들, 종로3가 , 을지로 , 청계

천 이 단번에 귓가에 와 박혔다. 그 거

리의 남루한 골목들과 갈 곳 없이 부유

하는 사람들과 멈추어진 태엽 같은 시

간들과 지워지지 않는 냄새 같은 것들

이 한 순간에 환기되었던 것이다. 나는

공원의 벤치에서, 옛 궁궐의 처마 밑에

서, 고서점의 헌책더미 사이에서, 분식

점의 의자를 밀어내며 하나 둘 씩 천천

히 걸어 나와 이와 같이 거대한 행렬을

이루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다.

깃발들은 일몰의 마지막 스러지는

빛에 휩싸여 점점 가라앉고 있었다. 시

청광장에 이르자 이윽고 행렬이 멈춰

졌다. 광장에 도착한 군중들은 젊은이

들의 집회와는 달리 몹시 지쳐 보였다.

일부는 오뎅과 유자차 등을 싼 값에

파는 행상 주위로 흩어졌고, 일부는 건

물계단 근처에 쪼그리고 앉았다. 나는

태극기를 든 채 엉거주춤 서 있는 무

리들을 지나쳐 광화문광장으로 향했

다. 저 멀리 그곳의 불빛이 무척 환하

고 밝게 느껴졌다.

당신들의 시대에

전국 최초 안전도시 3차 공인 도전하는 제주

오피니언 2017년 4월 4일 화요일15

양 인 석

제주소방안전본부 소방정책과

안전도시 는 사고가 없는 완벽히 안

전한 도시가 아니라, 사고로 인한 손상

을 줄이기 위해 구성원들이 함께 노력

하는 도시로서 국제안전도시 공인센터

로부터 공인받은 도시이다. 보다 구체

적으로 말하면 사고로 인한 손상을 감

시하는 시스템이 작동되고 구성원들의

협력으로 지속적인 사고예방 프로그램

을 운영하는 사고손상 감시도시 를 의

미한다.

우리 제주는 2007년에 세계에서 117

번째로 공인을 받았고, 5년마다 평가

를 통해 재공인을 받아야 하기에 2012

년에 두 번째, 그리고 2017년에 우리나

라에서는 처음으로 3차 공인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11개 도시를 포함한 31개

국 365개 도시가 공인을 받았고, 국내

외 많은 도시들이 다투어 준비를 하고

있다. 이렇게 안전도시 는 이미 국제

적 위상을 인정받고 있으며, 그 바탕

위에서 전국 최초의 3차 공인은 분명

큰 의의가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공인 여부를 떠

나서 본질적으로 우리가 안전해져 간

다는 것이며 실질적으로 사고로 인한

사망률도 2010년에 10만명당 73.6명에

서 2015년에는 10% 저감목표인 66.3명

보다 낮은 64명으로 감소하였다.

따라서 안전도시를 위한 사고예방 프

로그램들은 어차피 확대해야 하는 것들

이며 여기에 공인까지 더해진다면 그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또한 우리는 타

시 도와는 달리 지난 10여 년간 다진

시스템이 견고하고 섬 지역의 특수성에

따른 병원 응급실 사고통계 시스템의

정확성 등 우리 만의 강점으로 추가 비

용 없이 공인을 받을 수 있어서 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 이로써 준비하는 많

은 도시들이 제주를 모범으로 삼고 있

는 것이다. 이렇게 차별성을 가지면서

선도적 역할을 하려는 안전도시 사업

도 행정의 의지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주민들의 동참이 절실하다.

지금은 우리 모두 관심을 가지고 전국

최초 3차 공인에 집중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