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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서 2008-06 저신뢰 위험사회의 한국 언론 유선영·이강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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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구서 2008-06

    저신뢰 위험사회의 한국 언론

    유선영·이강형

  • 저신뢰 위험사회의 한국 언론

    연구서 2008-06

    책임연구 유선영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

    공동연구 이강형 (경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보조연구 조동원 (중앙대학교 문화학과 박사과정)

    노성종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석사)

    발행인 고학용

    편집인 선상신

    발행일 2008년 12월 10일 초판 제1쇄 발행

    한국언론재단

    100-745 서울특별시 중구 태평로 1가 25

    전화 (02) 2001-7894 팩스 (02) 2001-7890

    www.kpf.or.kr

    편집·제작·유통대행 / 커뮤니케이션북스(주)

    121-869 서울특별시 마포구 연남동 571-17 청원빌딩 3층

    전화 (02) 7474-001 팩스 (02) 736-5047

    www.commbooks.com

    이 책에 실린 내용은 본 재단의 공식 견해가 아닌 필자의 연구 결과임을 밝힙니다.

    ⓒ 한국언론재단, 2008

    ISBN : 978-89-5711-208-3

    책값은 표지에 있습니다.

  • 연구서를 내며  3

    연구서를 내며

    많은 연구와 조사결과를 통해 거듭 확인되고 있듯이 우리 사회는 정부, 사

    법부를 포함한 국가기구, 정당 등 정치영역, 기업과 미디어 등 사회기관에

    대한 신뢰가 매우 낮은 대표적 저신뢰 사회로 손꼽힌다. 공적 제도에 대한

    저신뢰는 특히 고학력, 고소득, 저 연령의 젊은 세대에게서 세대적 특성으

    로 강하게 나타난다. 한편 최근 몇 년간 지구온난화, 쓰나미, 조류독감과

    광우병 같은 통제 불가능한 위험들에 대한 인식은 매우 높아졌다. 지난 5

    ∼7월 간에 걸친 촛불집회는 외견상 정부정책에 대한 저항과 도전의 형태

    로 전개되었지만 원인을 따져 보면 국민의 위험에 대한 높은 체감도와 인

    식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사회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큰 사회비용을 치루지 않고 합의에 쉽게 도달할 수 있

    게 해주는 신뢰라는 사회자본의 결여에 있다.

    이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기획되었다. 더구나 선진국가들이

    1960년대 이후 경험하고 있듯이 정부 및 정치에 대한 불신은 젊은 세대의

    탈권위주의적, 탈물질주의적 가치관의 확산과 맞물리면서 기성의 권위체

    제 및 엘리트에 대한 도전과 저항을 세대적 특성으로 자리 잡게 했다. 이런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서구에선 위험의 수용은 과학적 설명과 통계수치

    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사회적 합의로 결정되어야 할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어 있다. 위험사회 논쟁은 대부분 커뮤니케이션문제라는 데 동의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디어와 언론이 정부신뢰와 위험수용 과정에

    서 어떠한 역할을 하고 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선 아직 체계적인 조사

    나 연구가 나오지 않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한국 상황에서 주목할 것은 10대, 20∼30대 젊은 층은 그

  • 4  저신뢰 위험사회의 한국 언론

    어느 세대보다 지적으로 성숙하고 정치적 효능감이 높고 주체적이라는

    점, 그리고 인터넷을 근간으로 이들이 구축하고 있는 사회적 네트워크 또

    한 강한 연대감으로 확장,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한국에서 인터

    넷은 사적 관계망을 확장, 심화시키는 형태로 발전해 왔고 이를 기반으로

    번식한 카페, 홈피, 커뮤니티 사이트들은 신변잡기에서 공적 이슈들이 일

    상적으로 논의되는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로 확장되었다. 인터넷

    이 촛불집회가 조직되는 토론공간이었을 뿐만 아니라 위험에 대한 다른

    대안적 정보와 관점들이 생산, 유포된 공간으로 기능한 것 또한 ‘저신뢰 사

    회’ 관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사다난했던 2008년을 회고하

    면서 사회 각계 그리고 언론에서 결국은 ‘신뢰’가 문제였다는 결론에 이른

    것은 이 연구의 목적과 취지, 기획과 연구 설계, 조사가 시의적절 했음을

    방증한다. 촛불집회는 ‘저신뢰 위험사회’에서 언론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함축하고 있는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현상이다.

    이 연구는 이런 시각과 문제의식에서 10대와 일반시민에 대한 설문조

    사를 실시했고 촛불집회 기간에 현장과 사이버 공간의 경계를 허물어뜨리

    면서 인터넷-디지털-모바일 연동체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당시의 언

    어와 용어, 표현을 살리면서 복기(復記)하듯 재구성했다. 그래야 2008년

    의 언론의 위상, 미디어 지형의 변화와 그에 수반한 한국사회 변화의 맥을

    짚는데 유용할 것으로 판단한 때문이다. 일부 언론에 대한 절독과 폐간운

    동이라는 유례없는 사태에 직면하여 이를 보다 자세히 기록할 필요가 있

    다는 공익적 고려도 없지 않았다.

    이 연구서가 2008년의 정치, 사회, 경제, 언론의 맥락 속에서 미디어환

    경의 변화가 어떻게 한국사회 변화를 추동할 것이며 언론의 신뢰는 왜 제

    고해야 하는 지의 단서를 얻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08년 12월

    한국언론재단

  • 차례

    연구서를 내며 … 3

    01 서론: 문제제기 및 보고서 구성 … 7

    1. 연구보고서의 문제틀 … 7

    2. 연구의 조사와 구성 … 11

    02 위험, 신뢰 그리고 시민사회의 변화 … 13

    1. 위험사회와 촛불집회 … 13

    2. ‘저신뢰 사회’의 위험 … 17

    3. 언론불신과 위험 그리고 인터넷 … 22

    4. 시민사회의 변화 … 26

    5. 개인들의 사회적 네트워크와 공동체 문화 … 29

    03 신뢰, 위험인식 그리고 미디어 이용 … 33

    1. 조사개요 … 33

    2. 기술 분석 및 논의 … 37

    3. 주요 변인들 간의 관계 분석 및 논의 … 58

    4. 제도신뢰와 위험인식의 조합 집단 유형에 따른

    쇠고기협상 관련 행위 차이 … 64

    04 10대의 위험인식, 신뢰 그리고 미디어 … 120

    1. 조사개요 … 121

    2. 10대의 위험인식, 제도신뢰 그리고 미디어 이용 분석 및 논의 … 122

    3. 10대의 위험인식과 신뢰 그리고 미디어 이용 … 142

    4. 소결론 … 163

  • 05 저신뢰 사회의 개인 미디어 … 165

    1. 인터넷: 온라인 광장들 … 168

    2. 거리 저널리즘 혹은 거리의 1인 소셜 미디어들 … 187

    3. 주류 언론에 대한 저항과 도전 … 203

    4. 인터넷-모바일-디지털 연동체계의 사회적 확장:

    소셜 네트워크의 확장과 진화 … 215

    06 저신뢰 위험사회의 한국 언론 … 228

    1. 저신뢰사회 위험의 위험성 … 228

    2. 조사결과 요약 … 232

    3. 저신뢰 위험사회의 한국언론 … 247

    참고문헌 … 259

    부록: 설문지 … 264

  • 01 서론: 문제제기 및 보고서 구성  7

    01서론: 문제제기 및 보고서 구성

    1. 연구보고서의 문제틀

    이 연구의 출발점은 지난 5-6월간의 촛불집회이다. 촛불집회를 바라보는

    다양한 그리고 서로 다른 시각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정권이나 국가, 체제에

    대한 저항이나 반대가 아닌 정부의 특정 정책에 대해 다수의 국민이 그렇

    게 오랫동안 저항을 시도한 것은 현대사에서 보기 드문 사건이었다. 근현

    대사의 굴곡만큼이나 우리 국민의 시위와 집회의 역사도 길고 다난하지만

    2008년 촛불집회는 어린이, 청소년에서 노인세대까지 전 세대가 참여했

    고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을 뿐 아니라 가족, 친지, 동료, 동호회, 친목회 단

    위로 참가가 이루어졌으며 한 사람이 1회에 그치지 않고 시간될 때마다 지

    속적, 반복적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집회 형태를 보여 주었다.

    왜 민주적 선거에 의해 합법적으로 창출된 새 정부의 ‘쇠고기 수입’ 결

    정이 이렇게 거센 저항에 직면해야 했을까? 이에 대해 과도한 정치적 해석

    이나 평가를 고집하는 것은 단편적인 이해이다. 이를테면 촛불집회가 진

    보집단의 정권에 대한 저항이었다거나 방송의 잘못된 정보에 동요한 대중

    의 일시적인 행동으로 이해하는 경우 어떻게 어린이에서 노인까지, 그리

  • 8  저신뢰 위험사회의 한국 언론

    고 가족단위로 참가하는 집회가 가능했는지를 설명하기 어렵다. 또한 유

    선은 물론 무선인터넷 등 24시간 다양한 채널에 접속할 수 있는 미디어 환

    경에서 하나의 채널이 그러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도 시대에 맞지 않

    다. 무엇보다 현대의 대중은 18-19세기의 계몽이 필요한 대중도 아니며

    학력수준도 높아졌고 21세기 멀티미디어 환경에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원하는 정보를 무한대로 접근할 수 있는 대중이다.

    처음 촛불집회에 불을 붙인 10대 여학생들과 인터넷 카페에서 패션정

    보를 교환하던 20-30대 여성들을 정치적 파당성과 이념으로 규정하는 것

    자체도 어불성설이다. 또 ‘미네르바’ 신드롬이 일어날 정도로 인터넷 토론

    방에서 격론을 주고 받는 네티즌들이 심층적 정보와 지식을 추구하는 적

    극적인 정보추구자들이라는 사실은 1990년대 중반 이래 반박된 경우가

    없다. 물론 인터넷 상에서 악플과 근거없는 비방성 폭로들이 사생활침해

    및 명예훼손 문제를 일으키고는 있지만 21세기 대중이 그 어느 때보다 유

    식한 공중(informed public)이라는 사실만은 이론이 없다.

    이러한 관찰은 현재 시점에서 한국사회가 선진국형 위험사회로 나아

    가는 변화의 한가운데 있다는 문제인식으로 이어진다. 광우병은 현대사

    회에 상존하는 많은 위험들 중 하나인, 원인도 예방법도 밝혀지지 않은 그

    러나 한번 감염되면 치명적인 신종 질병이다. 1980년대 중반 이후 현대사

    회를 위험사회로 규정하는 논의 속에는 신종 질병이나 광우병, 유전자변

    형식품(GMO) 등도 사회불안과 공포를 일으키는 위험들로 규정되고 있

    다. 광우병은 1990년대 영국에서 발병하여 전세계에 그것의 위험성을 깊

    이 각인시켰으며 그 밖의 다양한 현대적 위험들과 함께 국가적 통제와 관

    리가 필요한 질병으로 간주되고 있다. 위험사회론은 우리 사회에서도 전

    혀 새롭지 않은 익숙한 주제이다. 일반인도 산업화, 자연재해, 환경, 과학

    기술, 질병, 복지 등의 차원에서 다양한 위험 속에 있음을 인식하고 있고

    그것의 심각성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2005년에 위험성향을 조사한 한

  • 01 서론: 문제제기 및 보고서 구성  9

    연구논문에 의하면 국민의 절반 정도가 생활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한국사

    회 안전도에 대해 약간 불안해 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오

    랜 개발주의 추구와 문화적 요인으로 위험추구성향은 높은 데 상대적으로

    위험대처능력, 제도적 틀은 정비가 안 된 상태라고 진단했다(서문기,

    2007).

    위험인식이 높아질수록 국가와 사회가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그리

    고 실질적으로 위험을 통제, 관리, 대응해 주길 바라는 국민 요구도 높아

    질 수밖에 없다. 동시에 자신들이 직접적 피해당사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

    기 때문에 위험에 대한 정책결정과정에 직접 참여하고자 한다. 자신이 당

    사자가 될 수 있는 위험요인을 통제하는 일에 직접 관여하고자 하는 국민

    의 요구는 정당성을 갖는데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여전히 아직도 위험에

    대한 논의는 정부의 관료들과 과학적 근거와 지식을 생산하고 전파하는 일

    부의 과학자, 전문가 집단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민의 정부

    및 공적 기관에 대한 불신이 높고, 과학자 및 전문가 집단에 대한 신뢰도 저

    하된 상태에서 이들 소수의 엘리트 집단이 위험관리와 통제, 정책 과정을

    독점할 경우 국민은 그 정책 자체를 불신하고 저항하기 쉽다는 것이다.

    이러한 위험증대와 신뢰저하의 문제는 한국사회 뿐만 아니라 많은 국

    가들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이다. 현대사회가 통제할 수 없는 위험

    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더구나 성장과 풍요를 위해선 어느 정

    도 위험을 감수하는 국가정책이 추진되면서 사회별로 특정한 형태의 위험

    프레임이 형성되어 왔다. 일례로 한국사회에서 널리 회자되는 ‘안전 불감

    증’이나 ‘개발주의’는 한국민의 위험추구성향이 낮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고위험추구의 위험프레임은 많은 경우 특수하게 전문화된 지식과

    기술적, 행정적 전문가에 의존하면서 상대적으로 대안적 목소리는 침묵

    시키는 경향이 있다. 환경보호, 녹색성장, 자연주의 라이프스타일 같은 대

    안적 프레임이 탈근대(탈물질주의)의 조류를 따라 커져가고 있는 것은 사

  • 10  저신뢰 위험사회의 한국 언론

    실이지만 실제로 구체적인 위험에 직면하게 되면 일반국민, 지역사회, 관

    련 계층과 개인들의 목소리는 관료와 과학자, 전문가 집단의 복잡하고 매

    우 전문적인 과학적 통계, 확률과 주장에 가려져 침묵되곤 했다. 그래서

    한 사회의 위험프레임은 민주적 시민권과 연관될 수밖에 없고 동시에 관

    료, 전문가 집단의 (낮은) 위험인식에 대한 저항을 촉발하기도 한다(Scott,

    2007, 23). 이런 관점에서 촛불집회는 일상화된 위험에 대한 시민의 개입

    이 매우 극단적인 형태로 표출된 경우이다.

    위험사회 프레임으로 촛불집회를 성찰하는 한편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은 국민의 일부 보수 언론에 대한 저항과 불신이 예

    상보다 강력하고 집요했다는 점이다. 언론의 신뢰도는 2000년대 들어 지

    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광우병사태가 언론신뢰도 저하에 직접

    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이를 계기로 개인의 언론을 보는 시각과 평가기준

    이 명료해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특정 매체와 채널

    에 따른 편향과 선호가 보다 분명하게 되면 여론의 분열과 대립, 갈등도 심

    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촛불집회는 그런 점에서 한국사회가 위험에 대한

    대응능력이 모든 면에서 저하된 채 사회갈등만 심화될 수 있는 총체적 위

    기에 직면해 있음을 일깨운다. 국가기구 및 사회기관에 대한 낮은 공적 신

    뢰, 높은 위험추구성향, 낮은 위험대응 능력, 언론에 대한 불신 상황에서

    정부의 ‘위험관리’가 미흡하다거나 결함이 있다고 인식할 경우 촛불집회

    같이 국민이 시위, 집회, 행진, 정보생산과 전파 등 직접 행동으로 의사를

    표출하는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꼭 짚어야 할 사실이 더 있다. ‘총체적 저신뢰 상황의 위

    험관리’ 문제나 언론에 대한 불신 뿐 아니라 촛불집회는 또 다른 ‘문제적

    국면’을 우리에게 제시했다. 5월 이후 집회의 시작과 진행과정에서 드러

    났듯이 한국 사회에 사회적 및 문화적으로 매우 중대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조짐이다. 우선 촛불집회가 10대 소녀들에 의해 점화되었다는 사

  • 01 서론: 문제제기 및 보고서 구성  11

    실은 그 자체의 충격성 못지 않게 새로운 사회문화변동을 예고하는 함의

    를 내포하고 있다. 집회는 상황에 따라 색깔을 달리하는 카멜레온처럼 시

    시각각 임기응변과 다양한 변주가 이뤄졌으며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

    른 속도와 유연성으로 상황변화에 대응하였다. 여기에 인터넷, 모바일기

    기, 컴퓨터와 디지털 기기를 동원한 네티즌의 정보생산과 유포, 공감대의

    형성은 이전과는 다른 사회적 소통방식 그리고 새로운 사회적 관계맺기

    방식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2. 연구의 조사와 구성

    이 연구는 2회의 조사결과에 바탕을 두고 있다.

    ① 우선 근간이 되는 데이터는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만 19세 이상의 성인

    남녀 529명을 대상으로 1:1 개별면접조사(Face to Face) 방식으로 실

    시한 면접설문조사 결과이다. 이 조사의 표본은 성별, 연령별, 권역별

    3개 변수에 따른 층화 비례 할당추출로 구성하였고 조사는 2008.9.8∼

    9.29 사이에 진행되었다. (3장)

    ② 또 다른 조사는 2008.8.27∼9.2일의 1주일에 걸쳐 중·고등학생 408

    명(남학생 204, 여학생 2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조사이다. 촛

    불집회를 촉발시키고 이후의 진행과정에서 거리발언과 구호, 손팻말,

    언론사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의 주관을 분명하게 밝힘으로써 기성세

    대에 충격을 준 10대를 통해 한국사회의 변화를 가늠하는 키워드가 무

    엇인지 분석하고자 했다. (4장)

    ③ 일반인 대상 면접설문조사, 10대 대상의 온라인조사와 함께 이 연구가

    관심을 기울인 것은 5장에서 논의되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 12  저신뢰 위험사회의 한국 언론

    형태의 미디어 이용방식에 대한 것이다. 이 부분은 촛불집회 참여자,

    관찰자, 현장의 시민기자들과 사이트 운영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면접

    과 증언, 1차적인 관련 자료수집을 통해 이뤄졌으며 1인 미디어, 블로

    그, 소셜미디어를 근간으로 현대인들이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네트워

    크를 구축하고 정보를 공유하는데서 더 나아가 사회적 행동과 참여를

    실천하고 있음을 보일 것이다. 그러므로 이 5장은 저신뢰, 위험사회,

    그리고 저신뢰 언론 상황에서 뉴미디어들이 젊은층 사이에서 과거와

    는 다른 형태의 사회적 소통과 관계방식을 만들어가고 있음을 보이면

    서 현재 그리고 가까운 미래 미디어 지형과 환경의 변화를 진단하는 장

    이 될 것이다.

    다음의 2장에서는 앞의 서론에서 제기한 다차원의 문제의식을 보다 구

    체적으로, 주제 중심으로 간략히 개관하고자 한다. 즉 이 연구의 핵심주제

    인 ‘저신뢰 위험사회의 한국 언론’의 문제를 이슈별로 접근하고 결과적으

    로 언론의 신뢰 문제가 사회 전체의 갈등관리, 위험관리, 여론관리와 상관

    됨을 보일 것이다.

  • 02 위험, 신뢰 그리고 시민사회의 변화  13

    02위험, 신뢰 그리고 시민사회의 변화

    1. 위험사회와 촛불집회

    1986년에 출간되어 이후 유럽의 인문사회학계를 흔든 율리히 벡의 저서

    ꡔ위험사회ꡕ 이후 세계는 근대에 대한 성찰을 통해 혹자는 근대의 합리성을 부정하면서 탈근대의 탈주를 지향하는가 하면, 벡처럼 미완의 근대에

    대한 믿음으로 새롭게 근대의 합리성을 급진화하는 방향, 즉 성찰적 근대

    화의 흐름으로 갈라졌다. 그 어느 쪽이든 근대와 근대화는 산업화, 합리

    화, 과학기술 혁명을 근간으로 인간 문명과 사회를 풍요롭게 만들어 왔지

    만 동시에 그에 상응하는 위험도 키워 왔다는 성찰에서 출발하며 이후 성

    찰적 사회학(reflexive sociology)은 1990년대 중반까지 세계를 휩쓸었다.

    벡과 이후의 성찰적 사회학자들이 중시한 것은 근대 과학기술과 지식의

    전문화, 독점화의 문제이다. 과학이 세계를 설명하고, 기술이 세계의 발전

    을 추동하는 근대 이후의 사회에서 그것들이 소수의 관료, 행정가, 전문가

    집단, 과학자에 의해 독점되어 위험이 통제불가능한 상태로 커지고 있으

    므로 시민 개개인이, 사회단체가, 지식인이 근대에 대한 성찰을 통해 적극

    적으로 근대에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민주주의와 근대화를 완

  • 14  저신뢰 위험사회의 한국 언론

    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벡, 2006).

    성찰적 사회학은 1990년대 중반 한국 사회와 지식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시민운동은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 대한 성찰을 토대로 사회적 폐

    단과 문제들에 시선을 돌렸고 이후 탈근대적 신사회운동의 이론적 동력을

    제공한 것이다. 여성, 환경, 생태운동의 신사회운동은 ‘시민사회의 폭발적

    인 성장과 확대’에 힘입어 자유전문직, 관리직, 사무직종사자, 교사, 학자,

    언론인 등 고학력 화이트칼라가 참여하는 시민운동으로 변화했다(송호

    근, 1997). 1990년대 신사회 운동의 전개과정에서 압축적 고속성장의 결

    과로서 환경, 기후변화, 에너지, 식품안전, 대기오염, 가족 붕괴, 빈부격차,

    아노미와 같은 사회적 위험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고, 1990년대 이후 민

    주화가 진행되면서 시민사회 내에서 위험사회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심

    화시켜온 것이다.

    도일(A. Doyle)은 위험사회의 특징을 9가지로 분류, 정의하고 있는데

    우리 사회의 위험사회적 속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므로 길지만 소개

    하고자 한다. 그에 의하면 ① 위험사회는 위험에 대한 인식이 고양된 사회

    이다. 그리고 전문가들이 확률에 근거한 지식을 통해 위험을 파악하고 통

    제하는데 노력을 집중하는 사회이다. ② 울리히 벡이 지적했듯이 위험사

    회에서 사회적 위계는 부에 따라 형성되지 않고 위험에 기초해서 구조화

    된다. 즉 위험사회는 ‘재화(goods)’의 분배보다는 ‘악(bads)’의 분배에 초

    점을 맞추는 사회로서 위계 피라미드의 하단에 위치한 계층에 위험의 악

    이 편중 배치되는 사회이다. ③ 위험의 확률에 대한 기술적 평가에 도덕적

    판단이 개입되어 있음을 은폐하는 것이 위험사회의 또 다른 측면이다. ④

    위험을 통제하고자 하는 지난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위험은 우리의 통제를

    벗어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⑤ 위험사회에서는 신뢰가 핵심이다. 신뢰

    는 사람과 시스템의 타당성에 대한 믿음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데 문제는

    우리가 점점 더 많이 위험 관리 전문가들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 02 위험, 신뢰 그리고 시민사회의 변화  15

    러나 역설적이게도 동시에 이들 전문가와 사회제도에 대한 신뢰는 저하하

    고 있는 것이 위험사회의 일면이다. ⑥ 위험사회의 핵심요소는 미래지향

    성과 연관되어 있다. ⑦ 위험사회는 또한 전지구화와 글로벌 이슈들과 연

    관되어 있다. 그리고 (글로벌) 위험에 대해선 우리 모두 취약하다. ⑧ 위

    험사회는 점차적으로 개인화되고 있다. 사람들이 다양한 자원을 빼앗기

    고 스스로를 방어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으며 이 때문에 신자유주의 정부

    내의 위험 연구자들은 위험이 정부에서 어떻게 개인들로, 기업으로, 민간

    기관이나 단체로 다운로드되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⑨ 신뢰저하는

    사람들이 더 교육받고 더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된 긍정적인 변화 때

    문에 발생하고 있다. 대중은 보다 정치적으로 깨어 있으며 기존 정치에 대

    해 신뢰하지 않는다. 대신 제도권 바깥의 정치, 사회운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Doyle, 2007, 7-12).

    이 9가지 위험사회의 특징 중에 위험에 대한 인식고양, 정부 및 사회기

    관과 전문가에 대한 신뢰저하, 위험의 통제 불가능성, 글로벌화되는 위험,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위험의 개인화, 대중의 각성과 비판적 지성에 기초

    한 사회운동의 확산 등 상당수가 현재 한국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말

    할 수 있다. 일례로 2008년 11월 ≪중앙일보≫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가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1) 응답자의 71.4%가 “한

    국은 위험한 사회”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 조사에서 먹거리의 위험은 실

    업 및 빈곤, 고유가시대, 다음인 3번째를 차지했다. 11월이면 금융위기가

    가시화되고 고유가 문제가 첨예하게 부상한 시기이기 때문에 실업, 빈곤,

    고유가 위험이 우선시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자신이 음식을

    잘못 먹어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30.6%, 환경

    오염으로 건강을 해칠 가능성은 39.3%가 높다고 응답했다. 또 3명 중 1명

    1) ≪중앙일보≫ 2008. 11. 3일자엔 중앙일보,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중앙대 차세대에너

    지 안전연구단 이 공동기획으로 성인 1002명을 면접 조사한 결과를 보도했다.

  • 16  저신뢰 위험사회의 한국 언론

    꼴로 자신이 직접 그러한 위험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했다.

    또 촛불집회가 정점에 이른 6월 10일 직후 한국과학기술학회 학술대회

    (2008. 6. 14)에서 발표된 한 논문은 광우병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신뢰

    의 붕괴라고 진단하고 한국의 경우 특히 기술위험에 대해 예방이 아닌 사

    후대응중심의 후진국형 관리체계를 갖고 있고 위험관리체계의 중심에 있

    는 관료들과 전문가들이 대중을 홍보와 계몽의 대상으로만 간주하기 때문

    에 사회갈등이 증폭된다고 분석했다. 광우병처럼 불확실성이 큰 질병은

    ‘지식의 문제로 접근하기보다 합의의 문제로 접근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

    했다는 것이다. 감염경로가 불확실해서 누가 피해자가 될 지 알 수 없는데

    다 치료법과 예방법도 모르고, 잠복시기도 길지만 한번 걸리면 100% 사망

    하는 신종질병의 위험에 대한 공포심은 과학적 문제로 단순화할 것이 아

    니라 사회적, 문화적인 문제 즉 신뢰와 가치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지식과 비판적 의식면에서 고양된) 시민

    의 참여나 공개 토론 같은 정치적 해법이 더 유효함에도 정부는 일방적인

    발표로 그치는 역주행을 감행했고 결국 광우병에 대한 공포를 통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2)

    최근의 위험연구가 객관적인 위험분석을 통해 안전을 지향하는 위험-

    객관주의를 추구하는 동시에 위험에 대한 주관적 판단에 기초해서 사회적

    반응의 정도를 중시하는 위험-주관주의(risk-subjectivism)를 중심에 놓고

    위험에 대한 이론적 논의와 경험분석을 활성화하는 단계에 이른 것은(서

    문기, 2007, 160-61) 위험의 개인화, 신뢰저하, 위험의 통제불가능성, 위험

    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이 커진 데 대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2) ≪한겨레≫, 2008. 6. 18. 이 기사에서 보도한 논문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성지은·정

    병걸·송위진 박사팀의 정책보고서, “탈추격형 기술혁신의 기술위험 관리”다.

  • 02 위험, 신뢰 그리고 시민사회의 변화  17

    2. ‘저신뢰 사회’의 위험

    산업화에 이어 과학기술혁신에 따른 산업구조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위험

    사회의 도래를 야기하는데 문제는 위험통제와 관리 정책에 깊이 관여하는

    전문가와 정부에 대한 신뢰가 전세계적으로 저하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

    부에 대한 불신과 정치적 냉소주의는 선진산업국가에서는 물론 유럽, 아

    시아 등 전세계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히 1960년대 이후

    전반적으로 정부신뢰가 저하하고 있다는 데 많은 학자들이 동의하는데

    (Nye, Jr., 1997; Orren, 1997; King, 1997) 미국의 경우 1960년대부터 하강

    곡선을 그리기 시작하여 1990년대 들어서선 30% 내외에 그치는 신뢰 저

    하가 계속되고 있다. 정부불신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정부 통치 영역이

    늘어나고 있는데 대한 국민의 저항감과 거부감, 정부 업적에 대한 저평가,

    경제성장에 대한 불만, 사회문화적인 요인, 정치에 대한 불만감 등을 들

    수 있지만 이들 개별 요인들이 작용하는 방식은 사회마다 다르고 복잡하

    다. 이를테면 정부가 통치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복지증대에는 기여하지

    만 그것이 자신들의 사적인 삶까지 침투해 오는 데는 거부감과 두려움을

    갖는 것이다. 또 객관적으로 봐도 지난 30여 년간 정부가 경제성장, 민주

    화, 복지증대, 안보 증강 등을 이룩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불신은 지속되

    었다. 이러한 복잡하고 모순된 결과는 정부신뢰가 경제성장이나 업적에

    대한 저평가에 기인하기보다 더 큰 사회, 문화, 정치적 배경, 맥락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임을 일깨운다.(Nye Jr., 1997).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정부의 실적에 대한 평가(주관적)와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기대의 함수가 정부에 대한 만족 여부로 귀결되는 경향이 있

    다. 즉 정부실적에 대한 공중의 평가, 특정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이데올

    로기적 판단, 정부의 행정과정과 공직자의 윤리 및 충성도에 대한 평가,

    정치인들과 언론의 정부에 대한 비판 강도이다(Orren, 1997, 88). 이를테

  • 18  저신뢰 위험사회의 한국 언론

    면 워터케이트 스캔들 등의 정치상황에서는 정부신뢰가 최하로 내려가고

    레이건 시기에는 다소 상승하는 등의 변화가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Orren, 1997, 80). 그러나 대세는 정부불신의 증대인데 그 이유로 미국의

    경우 1960년대 이래 정당들이 이념적으로 양극화한 것과 연관이 있다는

    주장이 있다. 의회 내에서 정당들은 양극화함으로써 내부결속력은 높였

    지만 평범한 미국인은 1960년대 이후 오히려 덜 정파적으로 되었다. 약간

    만 보수화되었을 뿐이다. 이로 인해 정치인과 국민이 선호하는 것 사이의

    거리가 더 벌어졌다는 것이다. 때문에 양극화가 ‘합리적 중도’로 모이지 않

    는 한 정부 불신추세는 역전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King, 1997).

    정부불신의 요인으로 사회문화적 변화를 꼽기도 하는데 현대 사회의

    변화가 개인으로 하여금 정부 역할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 것과 연관

    이 있다. 높아진 기대만큼 정부의 대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부에 대한

    불만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노동자의 증가, 양성평등, 남성의

    노동기피, 자본주의의 진전에 따른 개인주의·이기주의·자기만족추구

    의 경향은 자발적 결사체 가입자 감소, 범죄증가, 빈곤아동의 증가, 자살

    율의 증가, 이혼율 및 비혼 가정의 증가와 같은 변화를 초래하고 개인의 삶

    의 만족도를 저하시키는 한편 정부의 적절한 대응책에 대한 필요를 증가

    시켰다. 건강, 경제성장, 복지, 연금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지만 정부가 활

    용할 수 있는 자원은 한정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기대치를 전부 충족

    시키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될 수 있고 이것이 정부신뢰를 저하시키는 요

    인이 된다는 것이다(Mansbridge, 1997).

    정부신뢰의 저하 문제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알려져 있다시피

    한국은 친지나 가족 등에 대해선 높은 사적 신뢰를 보이는 반면 공적으로

    제도화된 규칙이나 국가기구, 사회기관에 대해선 신뢰가 낮은 저신뢰 사

    회로 분류된다. 국가에 대한 불신의 역사는 길다. 일제 식민지배로 인한

    공동체 파괴, 전쟁, 장기간의 군사독재정권, 군사쿠데타, 개발주의 압축근

  • 02 위험, 신뢰 그리고 시민사회의 변화  19

    대화과정에서 무너진 절차적 합리성, 정경유착, 권언유착 등의 폐해들이

    정부기관뿐 아니라 계층 간, 공적 관계의 전반적인 불신을 양산하였던 것

    이다(김인영, 2002a, 75-77). 다른 말로 하면 한국사회는 지속적인 변혁의

    과정에 있었고 이에 상응하여 정치변동도 급격하였다. 정치변동을 경험

    한 국가에서 정부불신도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정부가 개인들 간의 게

    임에서 심판자, 제3자로서 공정성과 신뢰성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장수

    찬, 2002a, 60-62).

    근현대사의 굴곡진 역사가 사회갈등을 생성하고 증폭시켰으나 정부의

    대응이 미흡한 탓에 정부신뢰가 저하되고 동시에 사회갈등도 증폭되었다

    는 분석도 있다. 한국사회는 외형적으로는 개발주도형→ 민주형→ 복

    지형의 발전 전환기를 거치면서 사회갈등 또한 감소되어야 했으나 오히려

    국가역량초과 또는 사회갈등초과의 양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국가역량의

    초과는 강력한 개발주도형 국가 아래 시민사회가 형성되지 못하고 사회갈

    등이 잠재유형으로 축적되어 정부신뢰를 기대할 수 없었던 시기에 해당한

    다. 반면에 사회갈등초과의 경우, 국가강제력이 감소하고 민주적 조정능

    력이 기대되었으나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요구와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해

    사회갈등이 현저화되었다는 것이다. 1990년대 민주화 과정에서도 미숙

    한 민주화 및 시장주의, 규제철폐, 대외적 자유화를 내거는 시장주의가 팽

    배했으나 실은 관료 및 집단이기주의, 정경유착, 도덕적 해이와 사회갈등

    이 팽배하는 소위 무신뢰 시장이었고 경쟁의 공정성과 분배의 형평이 이

    뤄지지 않음으로써 정부정책의 효율성과 신뢰는 저하하였다(서문기,

    2001, 126-135). 대신 학교, 지역, 가족에 기반한 사적 연줄망을 통해 사회

    적 자원을 과점하거나 분배하는 연고주의가 깊이 뿌리내림으로써 사회적

    신뢰기반 또한 축소되었다(이재혁, 2000).

    사회 및 공적 기관 중에서도 정치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가장 높은데 정

    치의 능률성, 정직성, 도덕성, 능력, 형평성, 진실성, 약속이행 등의 차원에

  • 20  저신뢰 위험사회의 한국 언론

    서 전반적으로 저신뢰가 팽배해 있다(김인영, 2002b, 132-33). 2001년 조

    사에 의하면 청와대, 국회, 지방자치단체, 지방의회, 정당, 정부행정기관,

    검찰·경찰에 대한 불신이 높았고 그 중에서도 국회에 대해 91.3%가, 다

    음 정당, 지방의회 순으로 불신하고 있었다(김인영, 2002b, 135-136).

    2002년 사회지도층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도 언론인·정치인·고위공

    직자·경제인·법조인·교육자·종교인 중 어느 집단도 도덕성, 신뢰도,

    사회적 기여도, 전문성, 영향력 면에서 10점 만점에 7점 이상을 받지 못했

    다. 그리고 여기서도 정치인에 대한 평가가 가장 낮았다(한국언론재단,

    2002, 35). 2004년 한국종합사회조사(KGSS) 결과도 마찬가지인데 사회

    기관에 대한 신뢰에서 중앙부처, 국회에 대한 신뢰가 미국인에 비해 현저

    히 낮았다. 특히 국회는 18%만 신뢰한다고 답했는데 미국은 75.1%가 신

    뢰한다고 답했다. 정부기관은 40여 %가 신뢰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저신

    뢰와 불신감의 만연이 34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국가자부심 조사에서

    10개 항목 중 스포츠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9개 부문에서 한국민의 자부심

    이 국제 평균에 미치지 못한 것과3)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최근 한 일간지는 대통령과 여야정당 모두를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가

    28.9%인데 이는 1년 전의 10% 대에서 30% 대로 증가한 것이라고 보도했

    다. 조사기관은 이를 정치 혐오층으로 분류했는데 30% 대의 국민들이 정

    치불신을 넘어 혐오수준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 정도의 수치는 과

    거 정치에선 드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4) 또 다른 신문들의 조사결과도

    이와 유사한데 ≪내일신문≫, ≪경향신문≫의 조사결과 어느 정당도 지

    지하지 않는 무당층이 각기 6.16%와 56.3%에 이르렀다. 세대별로는 20-

    30대가 61.6∼64.1%로 가장 많았고 서울, 고학력, 화이트칼라층에서 무

    3) ≪중앙일보≫, 2005. 3. 15, 5면.

    4) ≪조선일보≫, 2008. 12. 16. “성난 민심 … 정치혐오층 늘었다”

  • 02 위험, 신뢰 그리고 시민사회의 변화  21

    당층 비율이 평균보다 높았다. 이들 무당층은 최근 3개월 사이에 24%나

    증가한 것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리더십의 부재가 그 원인이라고 했

    다.5) 같은 조사에서 63.2%가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답했고 후퇴에 영

    향을 미친 요인으로는 대통령, 정부, 한나라당, 야당 순으로 응답했다. 또

    응답자의 78.6%가 현 정권은 ‘부유층과 대기업의 정권’이라고 평가했

    다.6) 정부신뢰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고 이러한 상황에서 시민사회도 위

    축되면 부메랑처럼 다시 정부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부 및 정당에 대한 불신은 다른 국가기관에 대한 불신과 연동된다.

    2007년 12월 26일 개최된 한국행정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입법·사

    법·행정 등 국가통치기구’에 대한 국민신뢰도를 조사한 논문을 보면 ‘정

    부 신뢰와 정책 혜택 및 정부 공정성에 대한 태도’에서 10년 전에 비해 국

    민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다. 법원은 48%, 정부는 33%, 국회는 18%에 그쳤

    고 정부공직자들의 정직성에 대해서는 ‘거의 없다’는 응답이 30%에 이르

    렀다. 즉 93%가 정직성을 의심했다. 또 정부는 소수특권층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는 문항에 71%가 동의했고 부패, 불법, 세금낭비, 경제정책 불신

    등 거의 전반적으로 신뢰가 낮았다.7) 미국에서도 정부불신과 함께 법원,

    대학, 기업, 대법원, 의회 등의 신뢰도 지속적으로 함께 하락했다. 이러한

    기존 제도에 대한 전반적 불신은 위계적으로 서열화된 권위에 대한 존중

    감이 하락하고 있음을 의미한다(Orren, 1997, 80-84). 그리고 이러한 권위

    와 제도 전반에 대한 불신이야 말로 촛불집회를 촉발시킨 근본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정부와 국회, 사법부, 전문가 집단 등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면

    그렇게 오랜 기간 국민적 저항이 지속되지 않았을 수 있다. 사회적 및 국가

    5) ≪경향신문≫, 2008. 12. 16; ≪내일신문≫, 2008. 12. 16.

    6) ≪경향신문≫, 2008. 12. 16. 사설. 이 조사는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조사

    결과이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이다.

    7) ≪경향신문≫, 2007. 12. 27.

  • 22  저신뢰 위험사회의 한국 언론

    기구에 대한 신뢰의 결여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지난 촛불집

    회처럼 분명하게 보여준 경우도 없다는 점에서 촛불집회는 정부와 국민

    간의 관계에 대해 많은 교훈을 던진다.8)

    3. 언론불신과 위험 그리고 인터넷

    위험사회와 정부신뢰 연구자들은 한결같이 미디어의 역할과 중요성, 영

    향에 대해 언급한다. 하지만 위험인식의 확산이나 정부불신에 미디어의

    영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영향이 큰지 작은지, 부정적인지 긍정적인지

    에 대해서는 아직 체계적인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미디어의

    영향에 주목하는 것은 광우병이나 지구온난화 같은 위험을 둘러싼 많은

    논쟁들이 커뮤니케이션 부재(빈곤)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계

    량화된 언어와 일상에서 시민들이 사용하는 평상적인 용어들 사이에 존재

    하는 차이 때문에도 커뮤니케이션 빈곤이 발생한다. 즉 위험들이 대중의

    일상적 삶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알아야 하고 이를 토대로 커뮤

    니케이션을 해야 하지만 통상 관료와 전문가들은 자기들만의 전문용어와

    통계치로 확률만을 따지기 때문에 위험은 사회적 합의를 얻지 못하고 갈

    등을 키운다는 것이다(Doyle, 2007, 8-9).

    정부불신의 증가추세와 관련해서 살펴볼 미디어 변화의 특징은 우선

    텔레비전이 정치에 대한 지배적인 뉴스원이 되었다는 점이다. 둘째는 미

    디어업계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이 중상층 가정출신의 대학교육을 받은 젊

    8) 촛불집회에서 시위대의 표적이 된 ≪조선일보≫는 2008년 12월 19일자 기획특집 “돌아

    본 2008”의 첫 번째 기획으로 ‘미국산 쇠고기 파동 上’을 2면에 걸쳐 다루었다. 이 기사에서

    “처음엔 광우병 공포”에 몰린 10대 소녀들이 몰렸다면서 쇠고기협상이 대통령 방미 전 선결

    에 집착하여 위험부위를 처음부터 양보한 실패한 협상이었다고 평가했다.

  • 02 위험, 신뢰 그리고 시민사회의 변화  23

    은 남녀들로 교체되었다는 사실이다. 좋은 대학출신의 엘리트코스를 밟

    은 고액연봉자인 신세대의 기자들이 권위에 도전하는 탈물질적인 가치를

    받아들이면서 ‘주창적 문화(advisery culture)’를 추구하게 된 것이 정부불

    신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Orren, 1997, 97-98). 미디어 특히

    TV의 부정적이고 갈등지향적인 보도 외에도 정치인이 직접 TV에 나와 국

    민을 대상으로 말하게 되면서 정당정치가 상대적으로 약화되었고 정치광

    고도 부정적 효과를 내게 되었다. 또 TV는 장기적으로 ‘비열한 세계, mean

    world effect’ 이미지를 발생시키는데 이는 결국 정치에 대한 정보가 정부

    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Nye Jr., 1997,

    16-17).

    이번 촛불집회는 기성 언론에 대한 불신, 인터넷 등 1인 미디어의 확산

    그리고 이에 따른 위험인식의 고양과 직접 의사표출 행동의 상관관계를

    집약적으로 드러냈다. 즉 일부 보수신문에 대한 강도 높은 불신이 상황을

    어렵게 한 또 다른 요인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불확실성이 높

    은 위험을 채택할 경우 사회적 합의가 관건이기 때문에 정부와 전문가 집단

    그리고 국민 간의 충분한 소통으로 투명한 여론형성이 이뤄졌어야 함에도

    상황은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선출직 국회의원이 다양한 국민의 이해와

    입장을 대변한다는 전제 하에 대의민주주의가 정당화되고 있듯이, 언론도

    국민 또는 시민사회의 입장과 여론을 대변한다는 전제 하에 헌법적 자유를

    부여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의체들이 국민과 시민의 입장을 제대로 대

    변하지 않은 것은 물론 오히려 기존 권위를 대변하거나 자신들의 위험을 방

    관한다고 믿어지는 경우, 직접 정부에 대해 의사를 표출하는데서 더 나아

    가 언론에 대한 거부운동도 불사하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그 문제가 자신

    의 생명과 관련된 위험에 관한 것이라면 직접적 의사표출은 광범위한 계층

    의 참여자와 함께 강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자신들의 이해를 반영하고 대

    변한다고 믿어지는 매체에 대해선 강한 신뢰와 공감을 보낸다.

  • 24  저신뢰 위험사회의 한국 언론

    촛불집회가 거듭되면서 ‘조중동 절독운동’과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

    이 전개되었는데 메이저신문에 대한 불신이 절독운동으로 이어진 일은 유

    례가 없었다. 심지어 이 3개 신문 기자들에 대한 촛불집회자들의 인터뷰

    와 취재 거부 등의 비토도 상당기간 이어졌다. 그리고 동시에 ‘한겨레·경

    향신문 구독운동’ ‘KBS와 MBC 공영방송 수호’ 운동이 전개되었다. 언론

    신뢰문제가 6월 촛불집회에서 매우 중요한 아젠다로 부상했던 것이다. 이

    렇게 선호가 극명하게 엇갈린 이유는 분명했다. 보수신문은 촛불집회를

    불법시위로 규정하고 광우병의 위험을 과학적 데이터와 전문가의 분석,

    낮은 발병 확률을 들어 평가절하했으며 더구나 과거 보도와도 논조가 다

    르다는 것이었다. 반면 MBC 이나 촛불집회를 대대적으로 보도

    한 KBS, ≪한겨레≫, ≪경향신문≫에 대해선 시위대의 지지와 성원이 이

    어졌고 네티즌의 자발적인 구독운동, 광고게재 등의 지원을 받았다.

    2008년 5-6월 이후에 실시된 미디어 관련 조사들은 이러한 대중의 기

    류를 반영하고 있다. 2008년 6월 주간지 ≪시사IN≫이 1000명(19세 이

    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가장 신뢰하는 매체는 KBS(18.4%),

    MBC(18.1%)로 1, 2위를 차지했고 다음이 YTN(9.7%), ≪한겨레≫(9.2%),

    ≪조선일보≫(5.4%) 순이다.9) 또 8월에 전문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

    문조사에서는 ≪한겨레≫(28.7%), KBS(27%), MBC(23.6%)가 ‘가장 신뢰

    하는 언론매체’ 부문에서 1-3위를 차지했다. 4위는 ≪조선일보≫(17.8%),

    5위는 ≪경향신문≫(16.9%)이다.10) 한국언론재단이 2년마다 실시하는

    ‘2008 언론수용자의식조사’에서 18세 이상 성인인구가 ‘가장 신뢰하는 매

    체’로 꼽은 상위 10개 매체 순위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신뢰하는 매체’

    순위에서 KBS, MBC가 각기 30.1%, 21.3%의 지지를 얻어 1, 2위를 차지했

    9) http://www.sisain.co.kr, 2008년 6월 21일 00:39:15 게시글, “조중동 절독운동 국민

    절반” “공감한다” 기사 참조.

    10) , 2008. 8. 18, 983호.

  • 02 위험, 신뢰 그리고 시민사회의 변화  25

    2008 신뢰하는 매체

    49.352.2

    56.2 55.4

    48.5

    40.8

    24.319.9

    16.1 18.5 16.0

    42.6

    32.7 31.034.7

    40.8

    49.3

    61.9

    48.4

    62.266.6

    60.7

    5.0 4.5 3.26.1 6.3 7.6 7.3

    2.5 4.3 4.4 1.4 2.7

    10.6 9.6

    1.8 2.2 1.8 0.8 0.3 0.4

    10.8 8.512.8

    20.0

    46.2

    45.6

    0.8

    0.43.83.1

    16.3

    0.0

    10.0

    20.0

    30.0

    40.0

    50.0

    60.0

    70.0

    1984

    1988

    년(6

    .29선

    언이

    전)

    1988

    년(6

    .29선

    언이

    후)

    1990

    1992

    1996

    1998

    2000

    2002

    2004

    2006

    2008

    신문 TV 라디오 잡지 인터넷

    고 3위가 13.7%의 네이버, 5위가 3.3%의 다음(Daum)으로 인터넷포털이

    3, 5위를 차지했다. 두 방송사가 영향력과 신뢰도 면에서 50% 이상을 점유

    한 것이다. 반면 조선, 동아일보는 각기 4.5%, 3.0%의 신뢰도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인터넷포털의 신뢰도가 2008년을 기해 신문을 앞질렀다는 사실

    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11)

    1990년대 들어 TV의 신뢰도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다가 1998년을 기점

    으로 신문을 추월하고 2000년대 들어서는 국민 60%가 신뢰하는 미디어로

    성장했다. 반면 신문은 1990년대까지는 40-50% 대를 유지했으나 2000년

    대 들어 20% 대로 떨어졌다가 최근 몇 년간은 10% 중반대에 그칠 만큼 지

    속적으로 하락했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인터넷이 차지했다. 도일이 지적

    했듯이 다채널 환경에서 사람들이 점차 다양한 위험들에 대해 예전보다

    11) 오수정, “2008 언론수용자의식조사 ① 구독율, 열독율, 영향력과 신뢰도”, , 2008. 7월호, 149.

  • 26  저신뢰 위험사회의 한국 언론

    훨씬 많이 알게 되고 결과적으로 다양한 풀뿌리 대안적 논의들이 형성될

    여지 또한 커진 것이다(Doyle, 2007, 10-11).

    2008년 인터넷의 신뢰도 증가와 신문 추월은 그런 점에서 시사적이다.

    촛불집회에 미친 미디어의 영향이나 역할을 논할 때 신문이나 TV보다 인

    터넷을 기반으로 한 복수의 미디어들의 연동체제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

    다. 인터넷은 단순히 정보를 유통, 확산시키는 매체에 그치지 않고 그 안

    에서 다양한 계층, 성별, 연령, 학력의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감정의

    전이를 경험하며 토론(댓글)을 통해 의견과 정보를 조정하면서 잠정적 결

    론에 이르는 커뮤니케이션 공간이며 모바일과 디지털 기술에 힘입어 24

    시간 타인과 항상 접속되는 것을 가능하게 한 공간이다. 촛불집회는 인터

    넷과 다른 1인 미디어들의 연동체제가 어떻게 작동하고 어떤 형태로 개인

    의 의식과 행동을 움직이는지를 잘 보여준 사례인 것이다.

    4. 시민사회의 변화

    1960년대 이래 계속되고 있는 정부 및 사회기관 신뢰 하락 요인으로 설득

    력을 갖고 있는 설명 중 하나가 고학력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탈물질

    주의적 가치관의 확산이다. 경제적 및 신체적 안전이 확보되자 대중은 자

    기표현과 자기실현에 주목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선진산업사회에서 다

    수가 점점 더 기성의 권위에 도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Inglehart, 1997;

    Orren, 1997, 89). 이러한 탈물질주의적 가치관의 확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그것이 필연적으로 정부나 국가기관, 권위적 질서와 위계구조, 엘리

    트에 대한 신뢰저하를 초래하지만 그렇다고 인간 일반에 대한 신뢰저하로

    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개인 간의 신뢰는 탈물질주의적 가

    치와 함께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 탈물질주의적 가치의 확산을 정부불신의

  • 02 위험, 신뢰 그리고 시민사회의 변화  27

    주요인으로 설명하는 잉글하트의 논점이다(Inglehart, 1997, 231). 젊은

    층은 문화 및 삶의 질과 같은 이슈에 대해 양극화된 충성도를 보일 만큼 선

    명해지고 있다. 반면 기존 정당은 문화나 삶의 질 같은 이슈들을 근간으로

    자신들을 재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약하거나 어렵기 때문에 결국은 시민

    들의 관심에서 멀어진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두 가지의 경향이 나타난다.

    하나는 엘리트가 지도하는 형태의 투표나 정당 가입 등의 참여형태는 줄

    어들고 대신 개인적으로 기성권위에 도전하는 참여형태가 증가하고 투표

    에서도 구체적인 이슈를 중심으로 한 대중 참여 형태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Inglehart, 1997, 234-236).

    이는 전반적인 정치냉소주의, 낮은 투표율, 낮은 정당가입율을 정치무

    관심으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투표율이 낮아지는 것

    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의 표출이 아니라 엘리트 정치인과 정당정치에 대

    한 기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권위에 도전하는 행위나 운동에의

    참여는 정부신뢰 저하가 계속되는 기간에 오히려 높아졌다. 1970년대 이

    래 지속적으로 확대되어온 환경보호운동에 대한 공중의 높은 신뢰를 보면

    알 수 있다(Inglehart, 1997, 220-21; Orren, 1997, 86-88). 세계 다수 국가

    들의 정부신뢰 관련 각종 지표들의 조사 결과를 보면 권위가 국가로부터

    작고 보다 자발적인 결사체, 즉 문화적 응집력이 높은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고 이는 대중의 문화적 자율성과 공동체 의식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Inglehart, 1997, 228-229).

    한국에서 탈물질주의적 가치, 자유주의, 전통주의 가치가 정부신뢰도

    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에 의하면 남성, 젊은층, 고졸 미만자 그리

    고 고졸 이상의 집단은 학력이 높을수록 탈물질주의적이었고 자유주의자

    보다 정부를 더 신뢰하였다. 이러한 차이는, 즉 탈물질주의자가 정부를 불

    신하고 기성 제도에 도전하는 경향을 보이는 서구와 다른 것은 조사시기

    가 참여정부 때였기 때문이다. 탈물질주의적 젊은 층이 환경보호운동 등

  • 28  저신뢰 위험사회의 한국 언론

    새로운 시민사회운동과 이념적 성향을 같이 하는 정부가 이를 정책에 반

    영하므로 신뢰를 보낸 것이다(박희봉·이희창, 2005, 22-24). 이들 젊은

    층은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주력 세대로서 시민사회단체의 영향력이 확대

    되자 정부에 대한 효능감도 커지고 신뢰로 이어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시민사회가 과도하게 팽창한 경우로 그 팽창의 원인이 적극적 민주개혁에

    의한 결과라기보다는 집권세력의 무능력과 리더십 약화에 기인한 바가 컸

    다(최장집, 2004, 196-97).

    1990년대와 노무현 정부의 출범 전까지 젊은 층은 정치적 무관심 층으

    로 분류되었고 낮은 투표율이 이를 반영한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2002년

    대선 이전에 대학생 및 20-30대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두 차례의 조사에

    서 신세대들은 공통적으로 ‘정치에 대해 말하기 싫다’는 혐오와 냉소를 노

    골적으로 표명했고 그래서 신문도 읽기 싫다는 반응이 주조를 이루었다

    (유선영, 2001a, 117-118; 2001b, 116-118). 하지만 이는 정치적 리더십,

    기성제도와 권위에 대한 거부와 냉소의 표현이었지 탈정치화나 정치무관

    심의 징후는 아니었다. 2002년 대선과정에서 화제가 된 노사모의 출현과

    젊은 층의 열정적 정치참여가 기성세대에 준 충격을 상기해 보면 탈물질

    적 젊은 층이 정치무관심층이 아니라는 주장이 근거없지 않다. 정몽준 후

    보의 단일화 철회 선언 이후 그리고 다음날 선거 종료시점까지 급박하게

    전개된 네티즌들의 휴대폰, 메신저, 인터넷 카페와 커뮤니티를 활용한 ‘노

    무현 구하기’가 극적으로 대선의 승패를 갈라놓았고 이는 신구세대를

    “2030세대 대 5060세대의 대립” 구도로 파악하게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

    었다. 일종의 헤게모니 쟁투로 이 세대 간 대립구도를 보게 되었고 우리 사

    회가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타고 있다는 충격을 주었던 것이다(김정훈,

    2003, 2). 그들은 또 문화적 가치와 삶의 질을 위해 기꺼이 다른 사람들과

    연대했고 구체적인 이슈를 중심으로 결집하고 행동했다. 이라크 파병반

    대, 효순·미선 촛불시위에서 보인 반미, 자주외교, 과거청산, 국가보안법

  • 02 위험, 신뢰 그리고 시민사회의 변화  29

    폐지에서 급진성을 보였고 적극적으로 행동했음도 우리는 알고 있다.12)

    촛불집회는 사회의 다수가 경제적 풍요와 신체적 안전을 성취하면서 탈물

    질적 가치, 문화적 가치, 공동체적 삶, 자연주의적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

    게 된 사회문화적 변화의 흐름과 같이 하는 것이다.

    5. 개인들의 사회적 네트워크와 공동체 문화

    2002년 대선 이후 인터넷엔 수많은 웹진이 등장했고 포털, 블로그, 카페,

    미니홈피 등 새로운 정보의 생산, 공유 및 유통 창구들이 생겨났다. 인터

    넷을 기반으로 한 매체행동에서 특징적이었던 것은 개인 인맥 위주의, 이

    미지 중심의 감성적인 1인 미디어 성격이 강한 미니홈피가 정보 위주의 블

    로그보다 더 성행했고(김희재, 2004, 53-55) 인터넷 카페와 커뮤니티, 미

    니홈피 그리고 댓글/리플문화도 정보보다는 개인 간 인맥과 지인중심의

    친교목적으로 운용되면서(김예란, 2005, 66-67) 강한 문화적 동질감에 기

    반한 집요하고 파장이 큰 이슈생성력과 여론형성 역량을 보여주었다. 그

    리고 이러한 친교 네트워크와 개인 인맥 내에서 공적 이슈에 대한 토론과

    숙의가 이루어지곤 했다. 카니발적 욕망구조와 상상력으로 사회적 권위

    와 헤게모니에 대한 도전을 감행하는 논의의 장이 일상 속에 확장되어간

    것이다(이기형, 2004, 28-30). 2008년 촛불집회는 2000년대 들어 진행되

    어온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사회문화적 변화의 흐름 속에 불거진 예외적

    사건이지만 예측가능한 사건이기도 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오랜

    기간 촛불집회의 동력을 제공했고 그 중심에 있었던 것이 바로 인터넷 동

    호회, 카페, 커뮤니티였고 이를 통해 광우병, 한·미 쇠고기협상, 정부정

    12) ≪중앙일보≫, 2004. 10. 4. 42판, 4면.

  • 30  저신뢰 위험사회의 한국 언론

    디지털 미디어의 확산으로 인한 사회문화적 변화

    ∙개인이 원하는 시간과 공간에서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유동성 증대∙개인의 사적인 네트워크 구축 및 활성화 ∙개인의 미디어, 채널, 정보소스 선택권 확대∙개인의 자기표출성(self-expressivity) 증대 ∙개인이 정보생산자이자 창조자로 전환∙개인의 정보유통·분배 역량 증대 ∙취향의 세분화와 그에 따른 하위문화의 생성 및 다양화∙고립된 개인이 아닌 ‘네트워크에 연결된 개인’의 탄생 ∙개인 이동성의 고도화∙기성의 공적 제도와 권위에 대한 불신과 도전 ∙구체적 이슈와 욕구를 공론화∙문화, 가치, 취향을 기준으로 한 작은 공동체 형성과 참여

    책에 대한 정보의 생산과 전달, 모금, 서명, 집회 참여가 이루어진 때문이

    다. 한국인들이 중시하는 사적 관계와 사적인 연줄망을 근간으로 다른 사

    회구성원들과 생각과 자원을 공유하고 연대하게 된 것이다.

    자신과 생각, 취향, 관심사를 같이 하는 작은 단위의 공동체에 젊은 세

    대가 더 적극적이고 참여적이라는 선진국가들의 일반적인 경향과 궤를 같

    이 하는 것이다. 이들은 카메라폰, 디카, 노트북, PDP, 휴대폰, DMB 같은

    개인화된 기기로 세계를 24시간 감시하면서 동영상과 이미지, 텍스트 정

    보를 만들어 자신들이 가입해 있거나 운영하고 있는 커뮤니티, 홈피, 카페,

    블로그를 통해 게시하고 유통시키며, 무한정한 가상공간을 네비게이션하

    면서 필요한 정보를 수집, 공유한다. 개인으로 존재하지만 무수한 타인과

    연결되어 있으며 이전의 어느 세대보다 높은 자기효능감을 갖고 있다. 또

    기성세대보다 도덕적, 지적, 정보적으로 우월하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고

    무엇보다 한국 사회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질서와 권위, 시스템에

    대해 전반적으로 불신하고 있다.

  • 02 위험, 신뢰 그리고 시민사회의 변화  31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 모바일기기, 그리고 다양한 개인화 미디어들이

    가능하게 한 개인들 간 네트워크는 그 자체로 새로운 형태의 친밀하고 문

    화적으로 동질적인 공동체이다. 그래서 공동체 개념을 종래와 같이 즉각

    성, 집합성, 사회성, 지속성을 기준으로 해서 엄격하게 규정하기보다 온라

    인 상의, 사이버공간에서 일어나는 이용자들 간의 느슨한 상호작용, 그들

    의 다면적인 필요와 요구, 상호작용까지도 포괄하는 방향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가상적 會同(virtual togetherness)’

    도 공동체 개념에 포함할 수 있다는 것이다(Bakardjieva, 2003, 294). 이렇

    듯 가치관, 취향, 문화적으로 동질적인 개인들이 모여서 만든 공동체에서

    는 지식, 토론, 참여, 대안 모색, 실천의 일련의 행동들이 적극적으로 활성

    화되며(van Zoonen, 2004) 감정적으로 개입하지만 궁극에는 합리성으로

    귀결되는, 즉 ‘정서적 지성(affective intelligence)’에 도달한다. 오락과 정

    서가 정치를 위축하기보다는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것이다(Marcus et al.,

    2000).

    노사모나 연예인들의 팬덤에서 확인했듯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형성

    된, 약하게 보이는 연대와 느슨한 조직도 상황에 따라 열정적인 개입, 광

    범위한 정보와 지식의 공유, 비판의식의 고양, 창조적 표현 등 민주주의

    역량을 발현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미디어/정보/오락

    의 소비자와 시민개념은 분리되어 생각할 수 없다. TV에 이어 인터넷 시

    대에 더욱 소비자/수용자로서의 생활과 시민으로서의 생활이 일상에서

    통합·수렴되고 있기 때문이다. ‘느슨하지만 공적인 유대’가 이뤄지는 영

    역 모두가 정치적인 공적 영역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다(Couldry,

    2004, 23-25).

    인터넷의 블로그, 카페, 커뮤니티, 동호회, 게시판, 토론사이트가 흩어

    져 존재하는 개인들을 연결하고 네트워킹하는 사회적 신경망으로 작동하

    고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사실이 아니다. 올드미디어-인터넷-디지털-모

  • 32  저신뢰 위험사회의 한국 언론

    바일의 연동은 사람들이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범위를 거의 무한에 가깝

    게 확장해 놓았다. 개인은 예전과 비교해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장된 사회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고 이 네트워크를

    통해 훨씬 풍부하고 빈번한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며 네트워크에

    연결된 타인들을 신뢰하고 있다. 촛불집회는 미디어가 신문, 방송, 인터넷

    등 영역별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올드(주류)미디어-인터넷-모바일-디

    지털 기기의 연동 및 순환체계와 개인들 간의 네트워크 안에서 정보가 생

    산되고 확산되며 공통의 문제해결을 위해,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기성제도에 대한 불신을 표출하며 직접적인 시민행동을 도모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 03 신뢰, 위험인식 그리고 미디어 이용  33

    03신뢰, 위험인식 그리고 미디어 이용

    1. 조사개요

    1) 표본설계

    국민의 국가기관, 시민단체나 기업 등 사회단체, 언론 등 주요 사회제도에

    대한 신뢰와 위험인식의 관계를 살펴보고, 구체적으로 이러한 신뢰와 위

    험인식이 지난 5월부터 4개월 여간 지속된 ‘한·미 쇠고기협상’ 반대 촛불

    집회 등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전개된 국민 저항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

    쳤는지를 알아보고자 하였다.

    조사는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만 19세 이상의 성인 남녀 529명을 대상

    으로 1:1 개별면접조사(Face to Face)로 실시되었으며 표본추출은 성별,

    연령별, 권역별 3개 변수에 의한 층화 비례 할당추출을 하였다. 할당을 위

    한 기초 자료원으로는 「2007년 12월 31일 현재 외국인 제외 주민등록인구현황(통계청)」을 활용하였다. 권역구분은 서울지역을 비슷한 정치적·사회적 생활 배경을 나타내는 4개의 권역으로 나누어 층화변수로 사용하

    였다. 조사기간 동안 3일 단위로 면접이 완료된 설문지를 회수하여 검토

  • 34  저신뢰 위험사회의 한국 언론

    응답자의 인구사회학적 속성

    구분 사례수 %

    전체 529 100.0

    성별 남자 257 48.6

    여자 272 51.4

    연령별 19∼29세 118 22.3

    30대 126 23.8

    40대 116 21.9

    50대 86 16.3

    60대 이상 83 15.7

    표본 설계

    구분 내용

    1) 조사대상 서울 시민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2) 조사방법 개별면접조사(Face to Face Interview)

    3) 표본크기 총 529명

    4) 표본추출 성/연령/권역별 500명 할당표집(Quota Sampling)

    5) 조사기간 9월 8일 월요일∼9월 29일 월요일

    6) 권역구분 ∙강남동부권: 강남구, 강동구, 서초구, 송파구 ∙강북서부권: 마포구, 서대문구, 용산구, 은평구, 종로구, 중구∙강북동부권: 강북구, 광진구, 노원구, 도봉구, 동대문구, 성북구, 성동구, 중랑구∙강북서부권: 마포구, 서대문구, 용산구, 은평구, 종로구, 중구

    하였고 면접원에 의한 오차를 최소화하였으며, 회수된 설문지는 전화 검

    증 과정을 거쳤다. 구체적인 표본 설계는 과 같다.

    2) 표본의 특성

    전체 529명 조사 대상자의 인구사회학적 속성은 다음 와 같다.

  • 03 신뢰, 위험인식 그리고 미디어 이용  35

    구분 사례수 %

    교육수준별 초졸 이하 8 1.51

    중졸 34 6.43

    고졸 247 46.7

    대학졸(대재 포함) 228 43.1

    대학원 이상 6 1.13

    거주지별 강남동부권 107 20.2

    강남서부권 157 29.7

    강북동부권 167 31.6

    강북서부권 98 18.5

    직업별 자유/전문직 11 2.1

    경영/관리직 10 1.9

    사무/기술직 96 18.1

    판매/영업/서비스직 63 11.9

    기능/작업직/단순노무직 15 2.8

    자영업 139 26.3

    전업주부 141 26.7

    학생 47 8.9

    무직 5 1.0

    소득별 100만 원 이하 2 0.4

    101∼200만 원 25 4.7

    201∼300만 원 114 21.6

    301∼400만 원 208 39.3

    401∼500만 원 95 18.0

    501∼700만 원 45 8.5

    700만 원 이상 15 2.8

    종교별 불교 76 14.4

    기독교 156 29.5

    천주교 43 8.13

    원불교 1 0.19

    기타 2 0.38

    종교없음 244 46.1

    * 교육수준 무응답 6명(1.13%), 직업 기타 1명(0.2%), 무응답 1명(0.2%), 소득 무응답 25명(4.7%), 종교

    무응답 7명(1.32%)

  • 36  저신뢰 위험사회의 한국 언론

    주요 측정변인들

    변인 측정 내용

    위험사회 인식 (1) 지구온난화/기후변화(쓰나미, 지진 등), (2) 국가에 의한 개인 인권 및

    자유규제, (3) 산업재해(기름 유출, 화학물 유출 등), (4) 각종 생활 먹거리

    위험(농약, GMO 식품, 광우병, 식량위기 등), (5) 주변 강대국의 위협(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 각종 범죄(폭력, 절도, 강도, 성폭행 등), (7)

    과학기술의 위험(유전자 복제, 신무기 개발 등), (8) 한반도 전쟁, (9) 노동의

    비정규직화 및 고용불안, (10) 사회보험 및 의료보험제의 약화, (11) 권력과

    자본에 의한 민주주의 위기

    위험관련

    정보습득 채널

    위험사회인식 11개 문항에 대해 각각 (1) 지상파 텔레비전, (2) 신문, (3) 인터넷,

    (4) 가족/친구/동료, (5) 시사주간지/책 등을 이용하는 정도

    제도적 신뢰

    (0점∼100점)

    (1) 정부: 대통령, 국회, 법원·사법부, 행정부, 검찰·경찰

    (2) 정당: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3) 언론: KBS, MBC, SBS,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인터넷포털 (4) 단체: 뉴라이트

    시민단체, 진보 시민단체, 노동조합 (5) 기타: 삼성(대기업), 네티즌/누리꾼

    사회적 신뢰 일반적인 타인과 가족, 친척 등에 대한 신뢰문항 5개

    사회적 연계망

    (평소 모임 개수)

    (1) 친목동호회, (2) 동창회, (3) 종교단체, (4) 종친회, (5) 향우회, (6) 학습모임,

    (7) 정치 및 시사관련단체, (8) 자원봉사단체, (9) 지역단체, (10) 시민단체

    정부정책 대응태도 정부가 개인에게 불이익이 가는 정책을 취할 경우 취할 수 있는 대응태도에

    대한 측정 문항 8가지

    촛불

    집회

    관련

    행위

    미디어

    이용

    한·미 쇠고기협상에 대한 소식을 접하기 위해 각종 신문, 방송, 인터넷을

    “지난 1주일간” 이용한 정도

    인터넷

    정보행위

    (1) 타인의 글 접촉, (2) 글 제공자의 링크를 따라 이동, (3) 인터넷에서 뉴스나

    정보검색, (4) 인터넷 댓글 달기, (5)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타인에게 관련 뉴스

    전달, (6) 대화나 토론, (7) 인터넷 댓글 읽기, (8) 인터넷 게시글에 의사 표현,

    (9) 언론사에 항의 표시, (10) 토론 사이트에서 토론, (11) 핸드폰이나 디카를

    통한 집회현장 촬영 및 전달

    직접적

    행위

    (1) 촛불집회 참가 횟수, (2) 조선, 중앙, 동아일보 신문 절독, (3) 보수신문사

    광고 상품 구매 않기, (4) 국가기관 홈피에 항의 댓글게재

    3) 주요 변인의 측정

  • 03 신뢰, 위험인식 그리고 미디어 이용  37

    2. 기술 분석 및 논의

    1) 위험사회 인식

    우리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위험에 대한 응답자들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먼저 당면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11가지 종류의 위험을 열거하고 이 위험

    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노출되어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5점 척도로

    물었다.1) 응답 결과는 와 같다.

    전반적으로 우리 사회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인식하는 정도가 높

    았다. 11가지 위험들 중에서 ‘한반도 전쟁’ 35.0%(28.4%+6.6%)을 제외

    한 나머지 10가지 위험에 대해 ‘노출되어 있다’(‘약간 노출’+‘매우 노출’)

    고 한 응답자의 비율이 모두 절반 이상이었다. 특히 농약, GMO 식품, 광우

    병, 식량위기 등과 같은 각종 ‘생활 먹거리 위험’에 노출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이 77.4%(47.7%+29.4%)로 가장 높았다. 이는 한·미 쇠고

    기협상과 관련한 촛불집회와 광우병 위험이 지난 몇 달간 이슈화되었던

    데 영향을 받은 것일 수 있다.

    (1) 생활위험인식 > 거시위험 인식

    예상했던 것이지만 위험의 성격과 차원에 따라 체감도가 다른 것으로 나

    타났다. 즉 일상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거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위험에 대한 문제인식이 높았고 다소 추상적이거나 거시적인 위험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노출되어 있다고 여기고 있었다. 위험별로 응답

    평균을 보면 ‘생활 먹거리 위험’의 평균이 4.0점으로 가장 높고, 지구온난

    화나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3.9점), ‘각종 범죄’(3.9점), 노동의 ‘비정

    1) (1점) 전혀 노출되어 있지 않다, (2점) 별로 노출되어 있지 않다, (3점) 그저 그렇다, (4점)

    약간 노출되어 있다, (5점) 매우 노출되어 있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 38  저신뢰 위험사회의 한국 언론

    위험사회 인식

    위험의 종류응답 선택

    전혀 별로 그저 그렇다 약간 매우

    자연재해(3.9) 0.2 5.3 20.4 54.4 19.7

    국가의 개인 인권, 자유규제(3.5) 0.6 8.1 39.3 42.7 9.3

    산업재해(3.9) 0.6 4.2 22.0 55.5 17.8

    생활 먹거리 위험(4.0) 0.6 4.7 17.6 47.7 29.4

    주변 강대국의 위협(3.6) 0.9 6.4 33.9 46.8 11.9

    각종 범죄(3.9) 0.4 4.5 21.6 51.8 21.7

    과학기술 위험(3.5) 0.8 12.0 34.8 43.8 8.3

    한반도 전쟁(3.2) 1.9 20.0 42.7 28.4 6.6

    비정규직화 및 고용불안(3.9) 0.8 6.4 21.7 47.4 23.6

    사회보험 및 의료보험제 약화(3.7) 0.6 7.2 29.4 46.8 16.1

    권력과 자본에 의한 민주주의 위기(3.5) 0.8 12.0 36.1 40.5 11.2

    ( )안의 숫자는 응답 평균/ 칸의 숫자는 응답 %.

    규직화 및 고용불안’(3.9점), 그리고 기름유출이나 화학물질 유출과 같은

    ‘산업재해’(3.9점)에도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먹거리 위

    험 등에 비해 낮지만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

    변 강대국의 위협’(3.6점), 권력과 자본에 의한 ‘민주주의 위기’(3.5점), ‘국

    가에 의한 개인 인권, 자유 규제’(3.5점) 등 공적이고 제도, 사회차원의 위

    험들에도 비교적 노출되어 있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위험별 다른 반응과 인식 경향은 요인분석 결과에서도 마찬가

    지로 확인되었다(). 요인분석 결과 총 2개의 공통요인이 추출되

    었는데, 첫 번째 공통요인의 초기 고유값은 4.07이고, 두 번째 초기 고유값

    은 1.27로 나타났다. 첫 번째 공통요인에는 ‘자연재해’, ‘산업재해’, ‘생활먹

    거리 위험’, ‘각종 범죄’, ‘비정규직 및 고용불안’ 과 같이 개인차원에서 직

    면할 수 있는 위험, 일상과 관련된 5가지 위험들이 속해 있고, 두 번째 요인

    에는 ‘국가에 의한 개인 인권, 자유규제’, ‘주변 강대국의 위협’, ‘과학기술

  • 03 신뢰, 위험인식 그리고 미디어 이용  39

    위험인식에 대한 요인분석 결과

    위험의 종류회전된 성분행렬 요인 적재값

    일상 위험 공적 위험

    자연재해 0.63 0.10

    산업재해 0.68 0.14

    생활 먹거리 위험 0.73 0.09

    각종 범죄 0.69 0.25

    비정규직화 및 고용불안 0.65 0.22

    주변 강대국의 위협 0.43 0.54

    과학기술 위험 0.15 0.72

    한반도 전쟁 -0.10 0.70

    국가의 개인 인권, 자유규제 0.34 0.44

    사회보험 및 의료보험제 약화 0.40 0.61

    권력과 자본에 의한 민주주의 위기 0.29 0.67

    초기 고유값 4.07 1.27

    신뢰도 계수(크론바흐 알파) α=.75 α=.75* 카이저 정규화가 있는 베리멕스 회전에 의한 주성분 분석

    의 위험’, ‘한반도 전쟁’, ‘사회보험 및 의료보험제 약화’, ‘권력과 자본에 의

    한 민주주의 위기’와 같이 국가, 제도, 사회, 국제 차원의 6가지 위험들이

    속해 있다. 그리하여 요인 I은 일상위험으로, 요인 II는 공적 위험으로 명

    명하였다.

    (2) 위험 정보 습득 채널

    우리 사회가 당면해 있는 위험에 대한 정보를 주로 어떤 경로를 통해 습득

    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응답자들에게 앞에서 제시한 11가지 위험

    을 열거하고 각각에 대한 정보를 어떤 매체를 통해 주로 얻는지를 역시 5

    점 척도로 물었다.2) 은 다섯 가지 정보습득 경로에 대한 응답 평

    균을 제시하고 있다.

  • 40  저신뢰 위험사회의 한국 언론

    위험관련 정보습득 채널 (단위: 평균, 표준편차)

    위험의 종류

    정보 습득채널

    지상파TV 신문 인터넷가족/친구

    /동료시사

    주간지/책

    자연재해 3.9(0.9) 3.1(1.2) 2.8(1.4) 3.1(0.9) 2.0(1.0)

    국가의 개인 인권, 자유규제 3.7(0.9) 3.0(1.2) 2.7(1.4) 3.0(1.0) 2.0(1.1)

    산업재해 3.9(0.9) 3.1(1.2) 2.8(1.4) 3.1(0.9) 2.0(1.0)

    생활 먹거리 위험 3.9(0.9) 3.0(1.2) 2.8(1.4) 3.3(1.0) 2.1(1.1)

    주변 강대국의 위협 3.6(0.9) 2.9(1.2) 2.6(1.3) 3.0(1.0) 2.0(1.1)

    각종 범죄 3.8(0.9) 3.0(1.2) 2.7(1.4) 3.1(0.9) 2.0(1.1)

    과학기술 위험 3.6(0.9) 2.9(1.2) 2.6(1.3) 2.9(0.9) 2.0(1.0)

    한반도 전쟁 3.4(1.0) 2.8(1.2) 2.5(1.3) 2.9(1.0) 2.0(1.0)

    비정규직화 및 고용불안 3.8(0.9) 3.0(1.2) 2.7(1.4) 3.1(0.9) 2.0(1.0)

    사회보험 및 의료보험제 약화 3.6(0.9) 2.9(1.2) 2.6(1.3) 3.0(0.9) 2.0(1.0)

    권력과 자본에 의한 민주주의 위기 3.6(0.9) 2.8(1.1) 2.6(1.3) 2.9(0.9) 1.9(1.0)

    전체 평균 3.69 2.95 2.67 3.04 2.00

    신뢰도 계수 α=.92 α=.97 α=.98 α=.92 α=.97

    이를 보면 우선 응답자들은 위험의 종류와 상관없이 지상파TV에서 위

    험 관련 정보를 가장 많이 습득하고 있다. 지상파TV를 이용하는 평균이 5

    점 만점 중 3.69점으로 다섯 가지 채널들 가운데 가장 높았다. 당연한 결과

    이기도 한데 우리 국민이 뉴스원으로 가장 많이 이용하고, 가장 신뢰하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매체가 지상파TV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

    족, 친구, 동료들’과 같은 대인채널이 2위를 차지한 것은 흥미롭다. 전체

    평균이 ‘그저 그렇다’에 해당하는 3.04점에 그치지만 그 다음의 신문(2.95

    점), 인터넷(2.67점)에 비해서 높은 것이다. 추정컨대 위험에 대한 정보는

    일단 가장 많이 접하는 TV매체를 통해서 습득한 후 주변의 친지나 가족과

    함께 이를 화제로 삼아 논의할 가능성이 크고, 나아가 논의를 통해 위험에

    2) (1점) 전혀 이용하지 않는다∼(5점) 상당히 많이 이용한다.

  • 03 신뢰, 위험인식 그리고 미디어 이용  41

    대한 평가와 판단을 내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위험종류별로 보면 공적위험보다 일상위험에 대한 정보를 다소 더 많

    이 접하고 있다. 예를 들면 지상파TV를 통해 ‘자연재해’(3.9점), ‘산업재해’

    (3.9점), ‘생활 먹거리 위험’(3.9점), ‘각종 범죄’(3.8점), ‘비정규직화 및 고

    용불안’(3.8점)과 같은 일상생활 관련 위험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는 정도

    가 ‘국가에 의한 개인 인권, 자유 규제’(3.7점), ‘주변강대국 위협’(3.6점),

    ‘과학기술 위험’(3.6점), ‘한반도 전쟁’(3.4점), ‘사회보험 및 의료보험제 약

    화’(3.6점), ‘권력과 자본에 의한 민주주의 위기’(3.6점)와 같은 거시적 차

    원의 공적위험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는 정도보다 약간씩 더 높았다. 이러

    한 경향은 ‘가족, 친구, 동료’, ‘신문’, ‘인터넷’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일상위험과 공적위험 정보 습득 채널이용율의 차이가 통계

    적으로 유의미할 만큼 현저하지는 않았다.

    2) 국가기구 및 사회 기관 신뢰: KBS, MBC를 가장 신뢰

    국가기구, 공적 제도, 사회기관에 대한 신뢰를 측정했다. 측정은 응답자들

    에게 ‘전혀 신뢰하지 않는 경우’를 0점, ‘중립적인 경우’ 50점, 그리고 ‘매우

    신뢰하는 경우’를 100점으로 하여 점수로 표현하게 했다. 측정의 대상에

    는 대통령, 국회, 법원·사법부, 행정부, 검찰, 경찰과 같은 국가기관, 한나

    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과 같은 정당, KBS, MBC, SBS, ≪한겨레≫,

    ≪경향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와 같은 언

    론, 뉴라이트 시민단체, 진보 시민단체, 노동조합과 같은 단체, 그리고 삼

    성(대기업), 네티즌/누리꾼 등 23개 기관을 대상으로 하였다. 각 대상에

    대한 평균 신뢰 점수는 에 제시되어 있다.

    우선, 전체 측정 대상 기관들에 대한 응답자들의 전체 신뢰 점수는 평

    균 44.8점으로 신뢰하지 않는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 가장 높은

  • 42  저신뢰 위험사회의 한국 언론

    기관, 제도 및 단체별 신뢰도 점수

    순위 기관 신뢰점수 순위 기관 신뢰점수

    1 KBS 52.9 13 한겨레 44.3

    2 MBC 51.2 14 경향신문 44.3

    3 삼성(대기업) 50.2 15 조선일보 44.1

    4 인터넷포털 49.9 16 뉴라이트 시민단체 44.1

    5 SBS 49.2 17 동아일보 43.4

    6 네티즌/누리꾼 47.7 18 대통령 41.8

    7 검찰 47.7 19 중앙일보 41.5

    8 법원/사법부 46.4 20 민주노동당 39.2

    9 노동조합 46.2 21 한나라당 38.9

    10 경찰 45.9 22 민주당 37.0

    11 진보/시민단체 45.7 23 국회 34.3

    12 행정부 44.9

    신뢰점수를 획득한 기관은 KBS가 52.9점으로 가장 높았고, 다음이 MBC

    51.2점, 삼성(대기업) 50.2점으로 50점 이상을 획득한 기관은 단 3개 뿐이

    다. 그나마도 최고 점수가 53점에 그쳤다는 것은 국민의 공적 및 사회기

    관, 정부기관에 대한 불신 정도가 전반적으로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4위

    는 인터넷포털(49.9점)이고 SBS(49.2점)는 5위로 그 뒤를 이었다. 한편

    가장 낮은 점수를 얻은 기관은 다른 조사결과와 마찬가지로 국회(34.3점)

    였고 민주당 37.0점, 한나라당 38.9점, 민주노동당 39.2점 순으로 정당과

    정치인이 가장 불신을 받고 있었다.

    기관들을 공통속성별로 묶어 살펴보면, 대체로 언론에 대한 신뢰도 평

    균이 46.7점으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시민단체 및 노동조합이 45.3점,

    정부 및 국가기구 43.5점, 정당이 38.4점으로 가장 낮았다. 언론기관 중에

    서도 TV가 신문보다 평균 5-7점 정도 높은데 신문사는 41∼44점대에 머

    문 데 비해 방송은 49∼53점대를 기록한 것이다. 한국민은 TV방송사, 시

  • 03 신뢰, 위험인식 그리고 미디어 이용  43

    제도적 신뢰에 대한 요인분석 결과

    신뢰 대상회전된 성분행렬 요인 적재값

    진보부문 정부부문 보수부문 요인 IV

    민주노동당 0.84 0.17 0.08 -0.03

    한겨레 0.86 -0.34 0.16 0.05

    노동조합 0.76 0.05 0.19 0.30

    MBC 0.76 0.12 0.27 0.14

    진보 시민단체 0.75 0.09 -0.01 0.39

    경향신문 0.74 0.06 0.39 -0.05

    민주당 0.63 0.41 0.17 0.03

    인터넷포털 0.60 -0.14 0.17 0.46

    KBS 0.58 0.33 0.28 0.21

    네티즌/누리꾼 0.58 -0.16 0.10 0.54

    국회 0.16 0.80 0.22 0.06

    대통령 -0.09 0.77 0.22 0.06

    한나라당 0.09 0.76 0.38 0.11

    검찰 0.14 0.63 0.18 0.53

    법원/사법부 0.16 0.58 0.23 0.55

    행정부 0.21 0.50 0.40 0.51

    경찰 0.33 0.42 0.37 0.38

    뉴라이트 시민단체 0.12 0.23 0.28 0.71

    동아일보 0.10 0.33 0.82 0.17

    조선일보 0.06 0.36 0.83 0.13

    중앙일보 0.25 0.28 0.75 0.08

    SBS 0.33 0.21 0.67 0.24

    삼성(대기업) 0.26 0.13 0.51 0.31

    초기 고유값 9.76 3.45 1.29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