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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회 l 289 글을 올리기도 했다. 온라인 카페, 블로그 등을 통해 ‘정부가 혈세로 난민을 지원하고 있다’는 가짜뉴스가 확산되며 외국인 혐오문화인 ‘제노포비아’가 다시 고개를 들기도 했다. 이주여성도 ‘미투’ 2017년 10월 미국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미투’(#Me Too·나 도 당했다)가 국내에 상륙한 뒤 사회 각계로 번져가면서 이주 여성의 미투도 관심을 끌었다. 이주여성은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지위가 가장 취약한 계층 중 하나로 이들이 성 폭력을 당해도 관련 사실을 알릴 창구나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지원 대책이 전무한 상황이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대구이주여성상담소가 2017년 접 수한 성폭력 상담 건수는 456건이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과 함께 2016년 5∼8월 베트남·캄보디 아 출신 이주여성 농업노동자 20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로는 12.4%가 성폭력 피해를 봤고 가해자의 64.0%가 한국인 고용주 나 관리자였다. 체류 자격이 박탈당할까 피해 사실 신고가 잘 이뤄지지 않 는 이주여성의 상황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 사례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성가족부의 2016년 ‘한국 여성의 성폭력 실태조사’를 보면 외국인 여성 근로자는 성폭력을 당하고도 신 고를 하지 않은 사례가 68.2%에 달했다. 그 이유로는 불법체류 신고의 두려움이 47.4%(복수 응답), 실직 우려 36.8%, 사회적 시선 31.6%, 한국어 부족 21.1% 등이었다. 이주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2018년 3월 법무부는 ‘이주여 성 성폭력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공무원이 범죄 피해를 본 외국인의 신원을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반드시 통보하도록 한 현행 규정을 고쳐, 피해자가 체류 자격에 상관없이 법적 구 제를 받을 수 있도록 성범죄 피해 외국인에게는 통보 의무를 면제했다. 피해자가 성폭력 범죄 등을 수사기관에 고소해 수사·재판 이 이뤄질 때는 체류 상태와 무관하게 수사·재판이 종료될 때까지 체류를 허용하기로 했다. 범 죄 ‘심신미약 감경’ 비판여론 불러온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 10월 14일 오전 8시께 서울 강서구의 한 피시방 입구에서 김 성수(29)가 피시방 아르바이트생 A(21)씨를 때리고 넘어뜨린 뒤 흉기로 80여 차례 찔렀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과다출 혈로 숨졌다. A씨는 얼굴과 팔의 동맥이 절단되는 참혹한 피 해를 봤다. 피시방에서 자리를 치우는 문제로 말다툼하다 화가 났다는 것이 범행 이유였다. 이 사건을 지켜본 국민은 격분했다. 김성수의 ‘우울증 진단 서’가 단초였다. 진단서는 경찰이 필요에 따라 먼저 요구해 김 성수 가족이 제출한 것이지만, 과거 ‘나영이 사건’ 범인 조두순 이 심신미약을 인정받고서 형량이 줄었듯 김성수도 우울증 병 력을 앞세워 심신미약 감경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의심 때문 이었다. 심신미약 감경에 반대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서명 자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돌파했다. 경찰은 김성수를 공주치료감호소로 보내 정신감정을 받게 했다. 재판 과정에서 김성수 측이 심신미약 인정을 노려 사안 의 초점을 흐리는 전략을 쓰지 못하도록 하려는 포석이었다. 공주치료감호소는 김성수가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었다고 결론 내렸다. 정치권도 관련법 조항을 개정했다. 심신장애로 책임 능력이 미약해진 자의 행위에 대해 ‘형을 감경한다’에서 ‘형을 감경할 수 있다’로 문구를 바꾸었다. 심신미약을 인정받아도 판사 재 량에 따라 감경 여부를 정하도록 한 것이다. “아빠를 사형시켜 달라” 등촌동 전처 살인사건 10월 22일 오전 7시16분께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여성 A(47) 씨가 흉기에 찔려 피를 흘리고 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A씨는 아파트 주민이었다. 현장에는 피가 흥건했고, A씨 주변에는 흉기가 떨어져 있었다. 경찰은 A씨의 목과 배 등에 흉기로 인한 상처가 여러 개 있 는 점 등으로 미뤄 피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에 나섰 다. 폐쇄회로(CC)TV 영상 등 여러 단서를 종합적으로 확인한 경찰은 A씨의 전 남편 김 모(49) 씨를 범인으로 지목해 구속 했다. 수사 과정에서 A씨의 딸이 가해자인 아버지 김 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리면서 여 론의 공분이 일었다. 딸은 ‘강서구 아파트 살인사건 피해자의 딸입니다’라는 글에서 “살인사건의 주범인 저희 아빠는 절대 심신미약이 아니고 사회와 영원히 격리해야 하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라며 사형을 선고해 달라고 청원했다. A씨가 이혼 후 4 년여간 김 씨의 살해 위협에 시달렸다고도 주장했다. 이 청원 에 20만 명 이상이 서명했다. 김 씨는 자신을 피해 다니던 A씨의 동선을 파악하고자 A씨 차량 뒤 범퍼 안쪽에 위성위치확인장치(GPS)를 장착한 것으로 ▲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4월 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미투 운동 공감 · 소통 4차 간담회’에서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다누리콜센터 등 관계자와 이주여성들의 성희롱 · 성폭력 피해실태와 정책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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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회 l 289

글을 올리기도 했다. 온라인 카페, 블로그 등을 통해 ‘정부가

혈세로 난민을 지원하고 있다’는 가짜뉴스가 확산되며 외국인

혐오문화인 ‘제노포비아’가 다시 고개를 들기도 했다.

■ 이주여성도 ‘미투’

2017년 10월 미국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미투’(#Me Too·나

도 당했다)가 국내에 상륙한 뒤 사회 각계로 번져가면서 이주

여성의 미투도 관심을 끌었다. 이주여성은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지위가 가장 취약한 계층 중 하나로 이들이 성

폭력을 당해도 관련 사실을 알릴 창구나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지원 대책이 전무한 상황이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대구이주여성상담소가 2017년 접

수한 성폭력 상담 건수는 456건이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과 함께 2016년 5∼8월 베트남·캄보디

아 출신 이주여성 농업노동자 20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로는

12.4%가 성폭력 피해를 봤고 가해자의 64.0%가 한국인 고용주

나 관리자였다.

체류 자격이 박탈당할까 피해 사실 신고가 잘 이뤄지지 않

는 이주여성의 상황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 사례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성가족부의 2016년 ‘한국 여성의 성폭력

실태조사’를 보면 외국인 여성 근로자는 성폭력을 당하고도 신

고를 하지 않은 사례가 68.2%에 달했다. 그 이유로는 불법체류

신고의 두려움이 47.4%(복수 응답), 실직 우려 36.8%, 사회적

시선 31.6%, 한국어 부족 21.1% 등이었다.

이주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2018년 3월 법무부는 ‘이주여

성 성폭력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공무원이 범죄 피해를 본

외국인의 신원을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반드시 통보하도록 한

현행 규정을 고쳐, 피해자가 체류 자격에 상관없이 법적 구

제를 받을 수 있도록 성범죄 피해 외국인에게는 통보 의무를

면제했다.

피해자가 성폭력 범죄 등을 수사기관에 고소해 수사·재판

이 이뤄질 때는 체류 상태와 무관하게 수사·재판이 종료될

때까지 체류를 허용하기로 했다.

범 죄

■ ‘심신미약 감경’ 비판여론 불러온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

10월 14일 오전 8시께 서울 강서구의 한 피시방 입구에서 김

성수(29)가 피시방 아르바이트생 A(21)씨를 때리고 넘어뜨린 뒤

흉기로 80여 차례 찔렀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과다출

혈로 숨졌다. A씨는 얼굴과 팔의 동맥이 절단되는 참혹한 피

해를 봤다. 피시방에서 자리를 치우는 문제로 말다툼하다 화가

났다는 것이 범행 이유였다.

이 사건을 지켜본 국민은 격분했다. 김성수의 ‘우울증 진단

서’가 단초였다. 진단서는 경찰이 필요에 따라 먼저 요구해 김

성수 가족이 제출한 것이지만, 과거 ‘나영이 사건’ 범인 조두순

이 심신미약을 인정받고서 형량이 줄었듯 김성수도 우울증 병

력을 앞세워 심신미약 감경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의심 때문

이었다. 심신미약 감경에 반대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서명

자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돌파했다.

경찰은 김성수를 공주치료감호소로 보내 정신감정을 받게

했다. 재판 과정에서 김성수 측이 심신미약 인정을 노려 사안

의 초점을 흐리는 전략을 쓰지 못하도록 하려는 포석이었다.

공주치료감호소는 김성수가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었다고 결론 내렸다.

정치권도 관련법 조항을 개정했다. 심신장애로 책임 능력이

미약해진 자의 행위에 대해 ‘형을 감경한다’에서 ‘형을 감경할

수 있다’로 문구를 바꾸었다. 심신미약을 인정받아도 판사 재

량에 따라 감경 여부를 정하도록 한 것이다.

■ “아빠를 사형시켜 달라” 등촌동 전처 살인사건

10월 22일 오전 7시16분께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여성 A(47) 씨가 흉기에 찔려 피를 흘리고 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A씨는 아파트 주민이었다. 현장에는

피가 흥건했고, A씨 주변에는 흉기가 떨어져 있었다.

경찰은 A씨의 목과 배 등에 흉기로 인한 상처가 여러 개 있

는 점 등으로 미뤄 피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에 나섰

다. 폐쇄회로(CC)TV 영상 등 여러 단서를 종합적으로 확인한

경찰은 A씨의 전 남편 김 모(49) 씨를 범인으로 지목해 구속

했다.

수사 과정에서 A씨의 딸이 가해자인 아버지 김 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리면서 여

론의 공분이 일었다. 딸은 ‘강서구 아파트 살인사건 피해자의

딸입니다’라는 글에서 “살인사건의 주범인 저희 아빠는 절대

심신미약이 아니고 사회와 영원히 격리해야 하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라며 사형을 선고해 달라고 청원했다. A씨가 이혼 후 4

년여간 김 씨의 살해 위협에 시달렸다고도 주장했다. 이 청원

에 20만 명 이상이 서명했다.

김 씨는 자신을 피해 다니던 A씨의 동선을 파악하고자 A씨

차량 뒤 범퍼 안쪽에 위성위치확인장치(GPS)를 장착한 것으로

▲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4월 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미투 운동 공감 · 소통 4차 간담회’에서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다누리콜센터 등 관계자와 이주여성들의 성희롱 · 성폭력 피해실태와 정책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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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됐다. 이를 통해 A씨의 동선을 파악한 김 씨는 범행 약 2

시간 전 A씨가 사는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해 새벽 운동을 나

가는 A씨를 기다렸다가 살해했다. 신원을 숨기려고 범행 당시

가발을 쓰기도 했다.

A씨 딸은 법정에서도 아버지 김 씨에게 법정 최고형을 선고

해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1심 법원은

김 씨가 반성문을 통해 뒤늦게나마 유족에게 사죄 의사를 표

시한 점 등을 고려해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김 씨 딸은 선고

후 “재범이 두려워 최고형을 원한 것이었는데 형이 낮춰져 아

쉽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 유튜버 양예원 “스튜디오 촬영회서 성추행 피해” 폭로…경찰 수사

유명 유튜버 양예원 씨는 5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

는 성범죄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과 관련 동영상을 올

려 과거 겪은 성폭력 피해를 폭로했다. 양 씨는 3년 전 스튜

디오에서 모델 촬영 과정 중 성추행과 협박을 당했고, 반나

체 노출 사진까지 유포됐다고 주장했다. 양 씨가 지목한 스튜

디오 측은 촬영이 양 씨와 합의된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었고,

강압은 전혀 없었다며 양 씨를 무고죄로 고소하겠다고 맞대

응했다.

경찰이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하자 비공개 촬영회

에서 음란한 옷차림과 자세를 강요당해 찍힌 사진이 유출됐다

는 모델들의 호소가 잇따랐다.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주로 참여

하는 비공개 촬영회의 주최 측과 음란사이트, 온라인 자료 삭

제 대행업체(디지털 장의사) 간 일종의 ‘카르텔’이 형성돼 유착

이 의심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촬영회가 열렸던 스튜디오의 운영자는 여론의 질타 속에 경

찰 조사를 받은 후 한강에 투신해 숨졌다. 자신이 하지 않은 일

이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 억울하다는 심경을 유서에 담

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비공개 촬영회에서 양 씨를 성추행하고 노출 사진을

유출한 피의자 6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 ‘갑질’에서 ‘웹하드 카르텔’까지…충격 준 양진호 회장 사건

10월 말 한 언론을 통해 공개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의 직원 폭행 동영상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사무실에서

직원을 무자비하게 때리는 양 회장을 누구도 말리지 못하고

외면하는 모습은 여론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양 회장이 직원들에게 석궁이나 일본도로 산 닭을 잡도록

하고, 직원 워크숍에서 중년 남성 직원들의 머리카락을 색색으

로 물들이도록 강요하는 등 숱한 ‘엽기적’ 행각을 했다는 폭로

도 나왔다.

‘갑질’ 폭로로 수사를 받기 전부터 양 회장은 이미 음란물

유포 등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라 있었다. 국내 웹하드 업체

1·2위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를 운영한 양 회장은 ‘리벤지 포

르노(연인 간 복수 목적으로 촬영된 영상물)’를 포함한 불법 음

란물을 유통해 막대한 부를 쌓았다.

각종 영상물 등 자료 유통 플랫폼인 웹하드 업체, 방대한 자

료를 제공하는 헤비 업로더, 불법자료를 거르고 삭제하는 필터

링 업체와 디지털 장의업체 등이 한통속이 돼 음란물을 비롯

한 불법 영상자료를 조직적으로 유통하고 삭제하는 ‘웹하드 카

르텔’의 정점에 양 회장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과 경

찰은 양 회장이 2013년 12월부터 리벤지 포르노 등 100여 건을

포함, 음란물 5만2천여 건과 저작권 영상 230여 건을 유포해

71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봤다.

이외에도 직원 성폭행, 대마초 흡연, 아내와 외도한 것으로

의심하던 대학교수 집단폭행 등 갖가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

고 도·감청 프로그램 개발, 비자금 조성과 횡령, 검·경 상대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가 계속됐다.

■ MB정부 경찰 ‘댓글공작’ 의혹…조현오 전 경찰청장 구속수감

과거 정부 시절 군 당국의 인터넷 댓글공작 의혹을 조사한

국방부 사이버 댓글사건조사 TF(태스크포스)는 이명박 정부 당

시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악플러’ 색출 전담팀인 ‘블랙펜’ 분석

팀을 운영하면서 경찰에도 관련 내용을 통보했다는 조사 결과

를 내놨다.

이를 토대로 자체 진상조사에 나선 경찰은 온라인상 국가

보안법 위반 사범을 수사하는 경찰청 보안국 보안사이버수사

대 직원들이 2011년 상사로부터 정부 정책 지지 댓글을 달라

는 지시를 받았고, 이를 일부 실행한 사실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당시 보안경찰이 블랙펜과 관련해 사이버사령부 측에서 넘

겨받은 자료를 토대로 내사 등을 진행한 정황도 확인했다. 경

찰은 특별수사단을 꾸려 자체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결과 2010년 2월부터 2012년 4월까지 서울지방경찰청

정보관리부와 경찰청 본청 정보국·보안국·대변인실 소속

경찰관 1천500여 명을 동원해 정부와 경찰에 우호적 여론을

형성할 목적의 댓글과 트위터 글 3만7천800여 건을 단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경찰 대응은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구제역, 김정일

사망, 유성기업 등 여러 노동조합 파업, 반값 등록금, 한미 자

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제주 강정

마을 사태, 정치인 수사 등 여러 사안에 걸쳐 방대했다.

▲ 폭행과 강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11월 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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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의 지휘·실무라인에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을 정점으

로 당시 본청 정보·보안국장, 정보심의관, 대변인, 한진중공

업 희망버스 집회에 대응한 부산지방경찰청의 청장·차장, 본

청 보안국 소속 총경·경정급 간부 등이 포함됐던 것으로 조

사됐다.

수사단은 조현오 전 청장과 당시 경찰 지휘부 등 12명을 직

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

다. 조 전 청장은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했으나 결국 자신

이 총수로 재직했던 조직에 구속되는 수모를 겪었다.

■ KT, ‘상품권깡’으로 국회의원에 불법 정치후원…경찰 수사

KT가 자사 관련 현안에 대해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고자 국

회의원들에게 불법 정치후원금을 낸 사실이 경찰 수사로 드러

났다.

경찰에 따르면 황창규 KT 회장 등 전·현직 임원 7명은 2014

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법인자금으로 상품권을 매입한 뒤

되팔아 현금화하는 속칭 ‘상품권 깡’으로 비자금 11억여 원을 조

성, 이 가운데 4억3천790만원을 19·20대 국회의원과 총선 출

마자 등 99명에게 불법 정치후원금으로 보낸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의 수사를 받았다.

정치자금법상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돈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경찰은 KT가 1인당 국회의원 후원 한도(500만원)를

피해 후원금을 내고자 이처럼 쪼개기 방식으로 후원한 것으로

봤다.

경찰은 특정 업체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는 ‘합

산규제법’, 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 합병, 황창규 회장의 국

정감사 출석 여부, KT가 주요 주주인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

크 관련 은행법 개정 등 국회가 관여하는 현안에서 KT가 자사

에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고자 후원금을 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황 회장 등 핵심 피의자 4명에 대

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후원금을 받은 쪽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라며 영장을 기각해 경찰이 반발하기도

했다.

경찰은 후원금이 전달된 국회의원 등 99명의 보좌진과 회계

책임자 등을 모두 조사했으나 정치자금법 위반 정황을 확인하

지 못한 채 황 회장 등 KT 관계자들만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국회의원들이 불법 정치자금임을 알고도 후원금을

받았다면 역시 처벌 대상이다.

■ 광주 집단폭행

광주에서 조직폭력배와 택시 시비에 휘말린 30대 남성이 심

한 집단폭행을 당해 실명 위기에 놓인 사건이 발생했으나 경

찰의 초동대응이 부실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30대 남성 A씨는 4월 30일 오전 5시께 광주의 한 주점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일행 중 한 명이 먼저 집에 간다며 밖으로

나가 택시를 잡는 과정에서 20대에서 30대 후반인 남성 7명,

여성 3명이 함께 있던 무리와 시비가 붙었고, 이후 싸움이 붙

어 자신이 크게 다쳤다는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A씨는 상대측 남성들이 B씨를 도로 건너편 풀숲에 쓰러뜨

려 놓고 큰 돌로 수차례 머리를 내리찍고 나뭇가지로 눈을 찌

르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후 공개된 현장 동영상을 보면 가해

자 중 일부는 경찰 출동 후에도 폭행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

다. 가해자 일부는 폭력조직 구성원이었고, 폭행 과정에서 문

신 등을 드러내며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가해자들을 처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이틀 만에 청

와대 공식답변 조건인 20만 명을 넘을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

다. 가해자들을 살인미수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았다.

SNS에 올라온 현장 동영상을 보고 “경찰이 초동대응을 적극

적으로 하지 않았다.”라는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SNS 동영상

은 단편적이다.”라는 취지의 경찰 해명이 관할 경찰서장 명의

로 발표되기도 했다.

경찰은 폭행에 가담한 9명을 입건, 5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

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상해) 혐의로 구속했다. 폭행 당시 살인

의 고의가 없었다고 보고 살인미수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이들은 1심에서 징역 1∼10년을 선고받았다. 죄질이 나쁜 5명

은 실형, 나머지 4명은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사건ㆍ사고

■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사상자 200명 육박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가 발생

한 지 한 달여 만인 1월 26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불이 나

45명이 죽고 147명이 다쳤다. 40명이 숨진 2008년 1월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 화재 이후 국내 화재 중 최악의 인명피해를 낸

사고였다.

119 신고가 접수된 지 3분 만에 소방당국이 현장에 도착해

진화했으나 환자들은 응급실 병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불이 붙

기 쉬운 스티로폼 등 건물 내장재가 뿜어내는 유독성 연기에

질식했다.

불과 유독 연기를 차단할 방화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

아 피해가 컸다. 불길이 1층에서 2층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할

방화문이 아예 없어 화염과 유독가스가 곧바로 위로 올라갔다.

▲ 10월 15일 서울지방경찰청에서 특별수사단 강일구 2팀장이 경찰 댓글, 블랙펜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