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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6월호 254 1. 한돈산업의 가치 우리 한돈산업의 가치가 땅에 떨어졌다. 환경오염 문제와 냄새 문제,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등 가축질병 문제, 동물복지까지 대두되면서 우리 한돈산업은 축소 시키고 없애야 하는 문제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농업생산액이 쌀을 넘어서 제1의 식량산업으로 올라섰지만, 국민들은 오히려 양 적성장에만 치우쳐 이제는 관리하고 규제해야 하는 산업으로 한돈산업을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정부는 환경 규제, 질병 규제 등 각종 법령을 강화하 고 농가들의 목을 죄이고 있다. 우리 한돈산업 종사자들은 한번쯤 ‘왜 한돈산업이 필요한가?’에 대해 스스로 물 어볼 필요가 있다. 나 스스로 논리가 없다면 당당해질 수 없다. 본인이 대학 첫 강 의 시 반드시 축산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이 질문을 던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첫째, 우리 한돈산업은 관련 산업 80조원이 넘는 국가 중심산업이다. 직접 생산 액은 약 7조6천억원이나 도축, 가공, 유통, 판매까지 연관된 산업을 모두 포함할 조 진 현 부장(박사) (사)대한한돈협회 농가지원부 건국대학교 겸임교수 양돈에 가치를 입히다!! 지속 가능한 한돈산업을 위한 실현 과제 기획특집 한돈농장, 친환경축산을 디자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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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254-259 기획특집-조진현 · 2020. 6. 26. · Title: 254-259 기획특집-조진현.indd Created Date: 5/20/2020 6:52:58 PM

2020. 6월호254 2552020. 6월호

1. 한돈산업의 가치

우리 한돈산업의 가치가 땅에 떨어졌다. 환경오염 문제와 냄새 문제,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등 가축질병 문제, 동물복지까지 대두되면서 우리 한돈산업은 축소

시키고 없애야 하는 문제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농업생산액이 쌀을 넘어서 제1의 식량산업으로 올라섰지만, 국민들은 오히려 양

적성장에만 치우쳐 이제는 관리하고 규제해야 하는 산업으로 한돈산업을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정부는 환경 규제, 질병 규제 등 각종 법령을 강화하

고 농가들의 목을 죄이고 있다.

우리 한돈산업 종사자들은 한번쯤 ‘왜 한돈산업이 필요한가?’에 대해 스스로 물

어볼 필요가 있다. 나 스스로 논리가 없다면 당당해질 수 없다. 본인이 대학 첫 강

의 시 반드시 축산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이 질문을 던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첫째, 우리 한돈산업은 관련 산업 80조원이 넘는 국가 중심산업이다. 직접 생산

액은 약 7조6천억원이나 도축, 가공, 유통, 판매까지 연관된 산업을 모두 포함할

조 진 현 부장(박사)

(사)대한한돈협회 농가지원부건국대학교 겸임교수

양돈에 가치를 입히다!!지속 가능한 한돈산업을 위한 실현 과제

기획특집

한돈농장, 친환경축산을 디자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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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6월호254 2552020. 6월호

경우 최소 80조원 이상이며, 수십만명 이상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국가 경제를

유지하고 고용 창출을 위해서는 한돈산업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둘째, 식량안보이다. 케케묵은 소리 같지만, 2013년 중국은 미국에서 돼지고기

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스미스필드사를 인수했다. 즉 미국의 주식인 돼지고기를 중

국 기업이 사육하고 있고 언제든지 사육을 중단할 수 있다. 또 이번 코로나19에서

느꼈듯이 식량은 언제든지 무기화될 수 있다.

셋째, 한돈산업은 농촌경제의 핵심이다. 농촌지역 총생산액의 평균 60% 이상이

축산업 생산업이며, 이 중 약 절반을 한돈업이 차지하고 있다. 충남 홍성 같은 축산

시·군에서 ‘축산인들이 지갑을 열지 않으면 지역 경제가 마비된다’는 말이 그냥 나

온 말이 아니다. 또한 기업이 양돈업을 장악하면 수익액을 모두 도시로 가져가 농

촌이 황폐화된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넷째, 농촌 고령화 문제의 해소이다. 시·군 축산담당자들은 ‘민원은 많지만 우

리 지역에서 3대가 함께 농업에 종사하는 것은 축산업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다섯째, 물가 및 소비자가격 안정화다.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돼지

고기라고 정부가 발표하고 있다. 한돈산업이 무너지고 수입에 의존하거나 최대 이

윤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차지하였을 때, 소비자 가격은 장담할 수 없고 전 국민

의 가계 생활이 불안해진다.

여섯째, 신선하고 맛있는 돼지고기 공급이다. 돼지고기는 이제 주식산업이며,

당연히 국민들은 유통기한이 짧은 국내산 신선육을 선호한다.

일곱째, 가축분뇨가 농경지를 살리는 자원순환농업의 핵심 원료이다. 화학비료

로 산성화된 토양을 살리는 것은 충분히 부숙된 퇴비, 액비밖에 없다.

그 외에도 수많은 한돈산업의 가치가 있다. 우리 한돈산업 종사자들은 스스로 국

민들에게 단백질을 공급한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어깨를 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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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속 가능한 친환경 축산업 실현을 위한 과제

한돈산업의 가치를 아무리 강조한다 하더라도 우리 스스로 변화하지 않고는 밀려

들어 오는 각종 규제를 모두 막아낼 수 없다. ‘지속 가능한 한돈산업’이라는 말 자체

가 현재의 한돈산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뜻이다. 여러 가지 과제들이 있겠지만,

악취 문제와 가축분뇨로 인한 수질오염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우리 한돈산업은 더

이상 발전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미 네덜란드, 독일 등 유럽에서 환경 문

제로 인해 사육두수를 제한하고 있고, 최근 세계 최대 돼지고기 소비국인 중국도 환

경 문제로 인한 규제를 강화하는 등 세계적인 추세가 환경 문제로 돼지사육을 제한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돈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1980년대에는 생산성, 1990년대에는 고품질,

2000년대에는 안전성, 2010년대 이후로는 환경과 복지가 중심 단어로 떠오르고 있

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우리 한돈산업도 변해야 한다. 지속 가

능한 한돈산업을 위해 가장 중요한 악취저감에 대해 중점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가. 가축분뇨 적정처리, 악취저감을 위한 역할 분담

가축분뇨 및 축산악취로 인한 민원 증가, 환경부 등의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농

림축산식품부를 포함한 축산관련 대학, 기관·단체 등에서 가축분뇨 적정처리 및 축

산악취를 저감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각 기관, 단체마

다 통일된 체계가 없고 중복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어 오히려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최근 축산업의 가장 큰 이슈가 된 악취 문제에 대해서 이제는 정부가 중심을 잡고

연구기관과 대학에는 기초 연구·개발에 대한 역할을 부여하고, 생산자단체나 농협

등에는 직접 농가교육 및 홍보와 전문가 육성의 역할을 부여하는 등 각자의 기능과

역할에 맞는 추진업무를 분장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가장 기본적으로 초기, 중기, 장

기를 구분하여 축산 악취저감을 위한 정책방안 수립이 절실하다. 이러한 악취저감

기본 정책에 따라서 향후 몇 년 내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따른 기관별 역할 부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악취에 대한 관리기준과 정책을 도입하다 보면 일부 항목은 축산농가의 규제로

(표 1) 한돈산업 핵심 패러다임의 흐름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 이후

생산성

(생산량)고품질 안전성

환경 친화,

동물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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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질 수 있는 다소 민감한 사항도 있으나 환경부에서 우리 축산업을 규제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수준의 노력을 강구하는 것이 우리 축산업을 오히

려 보호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나. 축산악취의 측정기준과 수치적 관리기준 마련

가장 먼저 축산악취의 기준부터 만들어야 한다. 축산악취의 측정기준과 측정

방법이 만들어져야만 저감 효과도 파악할 수 있고 대책도 수립할 수 있다. 측정항

목은 현재 악취방지법에서는 모든 복합악취에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공기희

석관능법’을 적용하고 있으나 평가자(5명 이상)에 의한 주관적인 평가로써 그 신

뢰도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암모니아, 황화수소, 휘발성지방산 등 특정물질에 대

한 기준이 함께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측정기준에 대해서는 (사)대한한돈협회가 지난 2015∼2016년 악취심각농

가 250여곳을 방문하여 조사한 결과 최소 휀을 끄고 윈치를 내린 상태로 공기의 흐

름이 없도록 하여 10여분간 측정·포집하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축사 바닥에

서 측정할 경우 바닥 청소 상태에 따라서 일부 항목이 과다하게 검출될 수 있어 사

람의 눈 높이에서 측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측정 당일의 온도나 습도 등

환경에 따라 수치가 변할 수 있어 보정식이 필요하다. 즉, 동일 농장이라도 맑은 날

측정한 수치와 비가 오는 날 측정한 수치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 한돈협회에서 40여 가지 항목을 조사하여 악취 측정수치에 영향을 미치는지

통계 분석해 본 결과, 온도와 습도의 경우 일부 항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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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돈협회에서 40여 가지(온·습도, 바람, 날씨, 기압, 측정시간, 슬러리 피트 깊이

등) 항목을 조사하여 악취 측정수치에 영향을 미치는지 통계 분석해 본 결과, 온도와

습도의 경우 일부 항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계절지수도 필요하

다. 같은 농장을 같은 여건에서 측정한다 하더라도 VOC 등 일부 항목은 봄, 가을이

확연한 차이를 나타냈다. 겨울철 내내 닫혀 있던 봄철과 여름철 내내 환기 휀을 돌렸

던 가을철의 측정 수치는 다르다는 것이다.

다. 악취를 줄이기 위한 농장 관리기준 준수

농식품부나 환경부 회의를 가면 악취를 풍기는 주범으로 한돈농가를 몰아가는 경

우가 많다. 이럴 경우 본인은 반드시 강조한다. “우리 한돈농가들도 악취를 줄이고

싶다. 주위 사람들에게 죄인 취급 받아 가면서 일부러 악취를 풍기는 농장이 있겠는

가? 대부분 농가들이 저감제를 쓰고 있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해결이 안

되고 있다. 정부나 전문가들이 악취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줄이라고 알려주고 우리

농가들은 실천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 악취의 원인을 농가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정부나 연구기관이 알려주지 않으니 우리 스스로 악취를 줄이기 위해 어떻

게 농장을 관리해야 하는지 기준을 마련하고자 노력하였다. 한돈협회가 최근 2년간

많은 악취 심각농장을 방문하고 측정해 본 결과 악취가 심각한 농가는 대부분 공통

점들이 있다. 우리 축산농가들이 최소한 지켜야 할 기준이 필요하다. 즉 깊은 슬러리

바닥이 항상 가득 차 있고, 돼지 발 아래까지 가축분뇨가 차야 겨우 한두 차씩 분뇨

를 빼내고, 퇴비장은 수분조절제가 거의 없이 썩은 분뇨를 말리고 있으며, 액비저장

조는 생분뇨를 저장했다가 액비 살포철이 다가와서야 몇 주간 폭기시키는 농가는 심

각한 악취가 날 수밖에 없다. 우리 축산농가 스스로 하지 말아야 할 기본적인 관리기

준을 만들고, 단계별로 적용할 수 있는 가이드 라인이 제시되어야 한다.

이런 관리기준은 초기에는 농가 스스로의 노력으로 가능하겠지만, 높은 단계가 될

수록 정부의 일부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생산시설이 아닌 환경을 위한 악취저

감시설을 설치하는 데 너무 많은 비용이 소모된다면 농장의 경영수지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라. 저감기술의 정립과 검증, 농가 보급

축사의 악취는 발생 위치별로 다르다. 즉 축사 내부, 축사 외부, 퇴비장, 액비장,

사료 및 사양관리 등 발생 원인별로 맞춤형 저감기술이 적용되어야 한다. 축사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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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별로 주요 물질과 원인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저감기술을 적용할 수 있도

록 체계적인 기술 정립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악취저감 기술은 업체별

로 난립되어 있어 저감시설을 설치한

축산농가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 기관에서 이러한 저감시설들을

검증하고 내 농장에 맞는 시설을 설치

할 수 있도록 지도하여야 한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농가들의 설치가 급증하고 있는

‘액비 재순환 시스템’이다. 악취가 근본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설치한 농가 중 70~80%가 실패하고 사용을 중단하고 있다.

농가가 부득이 일부 업체에 의존하여 고가의 제품을 이용하지 않도록 규모별, 처리

방식별(액비화, 정화방류 등), 발생 부하량별 표준모델을 마련하고, 구체적인 설계

도면까지 제시해 줄 것을 요청한다.

마. 눈으로 보는 악취저감

축사 외부 방풍림을 식재하거나 내부 조경사업을 통해 공원과 같은 축사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2015년부터 한돈협회가 자조금 사업으로 이를 지원하고

있으나 정책적으로 모든 축종에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올해 정부가 추진하는 ‘광역악취저감사업’에 선정된 지자체 중 일부에서는 농

장 주위를 외부와 차단하는 펜스 설치사업을 추진 중이며, 정부도 사업비 지원을 허용

했다. 매우 바람직한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이 민가와 가까이 있는 농장이

라면 아예 외벽을 막아 어떤 시설이 있는지 알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방법일 수 있다.

3. 맺음말

농축수산물 중 1위 품목으로 성장한 한돈산업이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국민에게 사랑받는 한돈산업’이 되어야만 한다. 환경문제로 인한 한돈산업

의 부정적 시각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앞서 언급한 외국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우리

나라도 현재보다 더 강한 사육제한 규제가 도입될 수 있고, 일본과 같이 총 소비량의

절반을 수입육에 의존하는 것으로 정책이 변화될 수도 있다. 지금은 우리 농가들이

심각성을 느끼고 스스로 실천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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