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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재해와 일본인 일본비평 780 3 계엄령에 대하여 ─ 관동대지진을 상기한다는 것 도미야마 이치로 (위) 자위대의 재해파견 활동 ▒▒ (오른쪽 페이지 위 왼쪽부터) 미군의 ‘친구작전’에서 사용된 마크, 히로쓰 가즈오, 히로쓰 가즈오의 『떠도는 류큐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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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집

    : 재해

    와 일

    본인

    일본비평 7호80

    3계엄령에 대하여─ 관동대지진을 상기한다는 것

    도미야마 이치로

    ▒ (위) 자위대의 재해파견 활동

    ▒▒ (오른쪽 페이지 위 왼쪽부터) 미군의 ‘친구작전’에서 사용된 마크, 히로쓰 가즈오, 히로쓰 가즈오의 『떠도는 류큐인』 표지

  • 계엄령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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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작하며 :위장복

    오늘날도쿄를보면불법입국한다수의삼국인,외국인이매우흉악한범죄를

    반복하고있습니다.이미도쿄의범죄양상은과거와달라졌습니다.이런상황

    에서대단히큰재해가발생했을경우에는크나큰소요사건까지예상되는그런

    상황입니다.이와같은일에대처하기에우리경찰의힘만으로는한계가있습니

    다.바로그렇게때문에,그런경우에여러분에게출동을바라며,재해의구조뿐

    만아니라,역시치안유지도여러분의커다란목적으로수행해주셨으면하고

    기대하고있습니다.1)

    지난2011년3월11일의대지진직후,압도적인지지로재선하여여전히수

    상의자리를노리고있는이시하라신타로(石原慎太郎)도쿄도지사가육상자위

    대앞에서행한이발언을현상황을생각하는회로로서확보해두는작업이반드

    시필요하다고생각한다.왜냐하면이발언은현재계속되고있는위기속에서현

    세화(現勢化)하고있는일본이라는국가가여전히제국의계보속에존재하고있

    * 지은이│도미야마 이치로(冨山一郎) 도시샤(同志社)대학 글로벌스터디스 연구과 교수. 오키나와 근현대사연구, 문화연구. 지은 책으로 『近代日本社会と「沖縄人」』(日本経済評論社, 1990), 『전장의 기억』(이산, 2002), 『폭력의 예감』(그린비, 2009)이 있으며, 편저로 『記憶が語りはじめる』(東京大学出版会, 2006年), 『ポスト・ユ-トピアの人類学』(공편, 人文書院, 2008), 『現代沖縄の歴史経験』(공편, 青弓社, 2010), 『コンフリクトから考える』(공편, 大阪大学出版会, 2012) 등이 있다.

    1) 内海愛子・高橋哲哉・徐京植, 『石原都知事‘三国人’発言の何が問題なのか』, 影書房, 2000, 201쪽.

  •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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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비평 7호82

    음을보여주기때문이다.또한이시하라의발언에서는사법을넘어선군사적폭

    력과치안유지의밀접한관계가범죄라는사법적인법적규정을근거로등장하

    고있다.거기에서법적질서에잠재하는,법을넘어선무법의국가폭력이드러날

    것이다.이글에서생각하고싶은것은무법적인폭력의현세화이며,그것은우선

    재해라는위기상황과관련되어있다.또한뒤에서구체적으로검토하겠지만,질

    서의유지를군사적으로실현하는비상사태야말로계엄령이라는문제에다름아

    니다.그리고이시하라의발언이과거제국의기억을상기시켜미래에의경구가

    되는것도계엄령이라는문제와깊이관련되어있다.

    지금의일본국헌법에는계엄령을정하는규정이없다.또2011년3월11일

    의대지진과관련한자위대의행동도일단군사행동으로간주되지는않았다.즉

    자위대법제6장‘자위대의행동’에서규정되고있는이른바재해파견은이번지

    진피해에서도국민의생명과재산을보호하는일로서지지를받았고,다양한미

    담을낳았다.하지만동일한자위대법제6장,재해파견앞의항목에는치안출동

    및경호출동이규정되어있다.즉“일반경찰력으로치안을유지할수없다고인

    정되는경우에는”자위대를치안유지를위해출동시킬수있다는것이다.그리고

    이출동요청은도도부현(都道府県)지사가할수있다.이시하라의발언은바로

    이재해시의치안출동을말한것이었다.거기에서재해파견과치안출동은구별

    되지않고있다.

    더욱이이번지진재해와관련하여미군의재해지원(친구작전,トモダチ作戦)

    도선의의행동으로서아무런논의없이무조건적으로받아들여졌다.하지만이

    ‘친구작전’은한반도와관련한군사행동을규정한미일방위협력지침(신가이드라

    인)에근거한군사행동이며,유사사태를상정한미일양군의연계를선취한것이

    었다.재해파견과치안출동이이어서실행된다는것,굳이말하자면재해파견으

    로전개한군을곧바로치안출동으로운용할수있다는것을우선확인해둘필요

    가있다.그래서이시하라는이양자를의식적으로중첩시킨것이었다.

    하지만이글의목적은치안유지나군대와관련한제도적분석이아니다.생

    각해보고싶은점은,평시의법을넘어선군사행동을재해파견과치안출동으로

  • 계엄령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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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할하고전자를비상사태에서의국가의역할로긍정하는것이아니라,국가의

    폭력을총체로서감지하는인식의소재[在処]이며이러한인식으로부터발견될

    미래다.목적으로변별하는것이아닌,폭력에의감지가필요한것이다.그리고이

    러한폭력에의감지야말로이시하라의발언에대치하는사고를확보할수있도

    록해주는것이아닐까.

    이시하라의발언에대해많은사람들은자신들을지켜주는믿음직한발언

    이라며찬동했다.그리고,바로그랬기때문에,자위대의파견은미담이되고,미

    군은친구로서환영받았으며,이시하라는압도적지지를얻고있는것이다.하지

    만다른한편으로,이발언에서관동대지진에서의계엄령을상기했다는사람도

    있다.예를들면,메도루마 (目取真俊)2)은오키나와(沖縄)에서가나가와(神奈

    川)로일하러와있던할머니를상기하면서,이계엄령그리고이시하라가말한

    치안유지가자신을향한폭력이라는점을기록하고있다.3)

    이메도루마의상기가중요한것은이시하라의발언에있는‘삼국인’이라는

    명명과관련해서다.그것은‘삼국인’에오키나와인이포함되어있느냐는사실확

    인의문제가아니다.이명명은단순히어떤민족적카테고리를가리키고있는것

    이아니다.그보다는계엄령에관련된폭력이이명명과그에대한응답에서,즉

    심문(尋問)에서행사되고있다는점이야말로중요한것이다.4)국가의법을넘어

    선무법의폭력이바로심문에서수행되는것이다.그리고심문은심문받는자들

    에게목소리를내는방법,발음,숨결,긴장한표정,이마의땀을응답으로서강요

    2) 메도루마 (1960~)은 오키나와 출신의 대표적인 소설가로 오키나와의 자연과 풍토, 역사에 근거한 소설과 수필을 발표

    하고 있다. 대표 소설로는 『水滴』(文藝春秋, 1997), 『魂込め』(朝日新聞社, 1999), 수필로는 『沖縄/草の声・根の意志』(世織書房, 2001), 『沖縄‘戦後’ゼロ年』(日本放送出版協会, 2005) 등이 있다. ― 옮긴이

    3) 内海愛子・高橋哲哉・徐京植, 『石原都知事‘三国人’発言の何が問題なのか』, 99~101쪽. 도바루 가즈히코(桃原一彦)는 3월 11일의 대지진 후의 오키나와와 관련한 계보 속에서 이 메도루마의 문장을 확보했다. 知念ウシ・與儀秀武・後田多敦・桃原一彦, 『闘争する境界 — 復帰後世代の沖縄からの報告』, 未来社, 2012, 189쪽 ; 桃原一彦, 「大都市における沖縄出身者の同郷的結合の展開」, 『都市問題』, 91巻 9号, 2000.

    4) 김항은 관동대지진에서 등장한 심문을 ‘일본인이다’라는 것의 생성과 그것을 자연화하는 국가의 힘으로서 논의하고 있

    다. 다시 말해 ‘일본인이다’라는 것이 자연스럽게 보일 때, 거기에는 끊임없는 심문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金杭, 『帝国日本の閾 — 生と死のはざまに見る』(岩波書店, 2010)의 특히 8장을 참조. 이 책은 심문과 관련한 지적에 머물지 않고 계엄령이라는 문제의 중요성을 가르쳐 주었다. 이 책에 대한 나의 서평도 참조할 수 있다. 冨山一郎, 「肉塊の思考」, 表象文化論学会 編, 『表象』, 6号, 月曜社, 2012.

  • 특집

    : 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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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비평 7호84

    한다.그것은신체를구속한다는점에서이미폭력이다.심문의결과로드러나는

    출신이나민족에관한사실은폭력의근거가아니며,또그출신이나민족의사실

    확인을기다려폭력이행사되는것이아니라,심문이라는언어행위에서이미폭

    력은작동하고있는것이다.이글에서검토하고싶은점은이심문이라는언어행

    위와관련한폭력이며,이와같은폭력에대한감지력이다.이시하라의발언을믿

    음직하게여기는일상에서이미폭력이작동하고있다는점을,즉계엄령을부각

    시키고자한다.

    2011년3월11일이후,일본은긴비상사태에들어가있는것같다.그것은

    물론이번재해가원전사고라는점과깊은관련이있지만,생각해보고싶은것은

    재해의유형적인설명이아니라일반적으로재해를계기로생겨나는질서감각이

    라고할수있는상황이다.아직도무엇이일어난것인지명확하지않다.줄곧재

    해는계속되고있다고할수있다.위기라는점은확실하지만,그위기가진정언

    제부터시작되었고언제끝날것인지모르는채로지금이라는시간이새겨지고

    있다.그리고이명확하지않다는것은앎에대한두려움이기도할것이다.징후

    적으로부상하고있는위기는그것을인지하는자가인지이전에상정하고있던

    미래를끊임없이지워버리기때문이다.혹은스스로를둘러싼세계를안다는행

    위가그행위주체의붕괴를수반하는사태가된다고할수도있다.그리고이와

    같은붕괴감과함께안다는행위를확보하는것이지금요구되고있는것이아닐

    까.그것은자신이이미사형선고를받았다는것을아는것과비슷한것일지도모

    른다.5)

    5)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안젤라 디비스 등과 함께 민영화되어 공장화된 형무소 혹은 형무소-산업복합체(the prison

    industrial complex)에 대한 반대운동을 전개한 딜런 로드리게스(Dylan Rodriguez)는 수인(囚人)문학의 연구를 행하면

    서 형벌의 이름 아래 되풀이되고 있는 강제노동과 고문이 불러일으키는 지(知)의 변용을 검토하고 있다. 그는 안다는 행

    위를 관찰이 아니라 상황의 생성으로서 사고하려 한다. 즉, 이러한 억압체제에 직면할 때 그것을 습관으로 통과시키기

    위해 지가 태어나는 것이며, 따라서 그 체제에 저항할 때 만나는 것은, 우선 이제까지 자신이 살고 있던 세계를 인식하

    던 그 습관화된 인식틀의 붕괴다. 그리고 딜런은 이러한 붕괴와 관련하여, 자신의 인생을 박탈하고 그 삶을 말살할 수

    있는 체제를 그 체제 속에서 인식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물음을 제출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것은 안다는 행위가

    알려고 하는 행위 주체의 붕괴와 함께 등장하는 사태다. Dylan Rodriguez, “State Terror and the Reproduction of

    Imprisoned Dissent”, Social Identities, vol. 9, no. 2, 2003. 또한 이러한 억압체제를 습관으로서 통과시키는 일상은

    이케다 히로시(池田浩士)가 사형제도를 둘러싸고 이야기한 물음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자신이 사형에 의해 위협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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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반대로말하자면,이인지가보여주는것은위기를과거의일로설정하

    고해결가능한과제로말하는것의위험성이기도하다.재해를부흥의정치에귀

    착시켜서는안되는것이며,이러한정치는인식주체가끌어안고있는붕괴에대

    한부인이될것이다.또더나아가서이러한부인의정치는위기를알려고하는

    자에대한금지와배제를구성할것이다.그리고지금마치긴비상사태를더이

    상견딜수없는것처럼,부인과금지를둘러싸고위기의심연으로부터국가와국

    민이새롭게현세화하고있다.그것은다른한편으로불안을억눌러가는과정이

    기도하다.바로그렇기때문에한창제창되고있는‘힘내자일본’(がんばろうニッ

    ポン)이,동시에더이상여기에있을수없다는탈출의절규처럼들리는것이다.

    그리고이러한제창이점차국가와국민을향하는가운데,반복하지만지금확보

    하지않으면안되는것은아직아무것도끝나지않았다는것을확인하고,불안을

    떨쳐버리지않고붕괴감을견디면서안다는행위를수행하는것이지않을까.그

    리고이러한인식속에서국가는다른것으로보일터다.작년9월19일도쿄에서

    거행된항의집회에서“우리는버려졌다”6)고발언한무토루이코(武藤類子)는다

    음과같이말한다.

    국가가한것은“정보를숨기는것”,“사고를작게보이게하는것”,“(원전사고와

    관련한)다양한기준을끌어올리는것”이었습니다.이것들은후쿠시마현민을

    보이지않는감옥에가두는것이었습니다.7)

    국가가자신들을죽음의심연에유기하는존재라는것을안다.지금조용히

    고 있기보다는 사형에 의해 지켜지고 있다는 감정을 이 나라의 다수가 가지고 있다. 이것은 자기 자신이 사형집행의 권

    한을 가진 것은 절대로 아닌 반면에, 사형에 처해질 가능성은 절대적으로 전무한 것도 아닌 ‘국민’이라는 위치를 생각하

    면 왠지 기묘한 것이다. 사형에 처해지는 측보다는 사형을 집행하는 측에 가깝다는 이 감각은 순수한 공상의 영역에 속

    한다”(池田浩士・川村湊, 『死刑文学を読む』, インパクト出版会, 2005, 267쪽). 이 글에서는 계엄령에서 국가의 문답무용

    의 폭력을 감지하려고 하지만, 그것은 이케다가 말한 ‘공상의 영역’을 철저하게 비판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6) 武藤類子, 『福島からあなたへ』, 大月書店, 2012, 15쪽.7) 武藤類子, 『福島からあなたへ』,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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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비평 7호86

    확산되고있는것은사람들을‘버림받은국민’[棄民]으로서‘보이지않는감옥’에

    가둬버리는국가의얼굴이며,그것을아는사람들이다.그것은버림받은국민이

    라는위치에서국가가다시그려지는일일것이다.일본이라는국가는도쿄전력

    후쿠시마제1원자력발전소의사고이후방사성물질이날아오는공간에사람들

    을가둬두고있다.그것은‘SPEEDI’8)이라고불리는방사성물질의확산정보가

    제공되지않았다는정보전달상의문제가아니다.국가가피폭을적극적으로유

    도한것이다.무토가말한보이지않는감옥이란바로이러한국가의소행을가리

    키고있다.

    그리고이감옥의근거는패닉을피한다는명분의치안유지다.다시말해서

    치안을명분으로사람들은감옥에가둬지고신체는피폭당했던것이다.확인해

    두어야할것은계속되는위기가운데있으며,치안유지의명분하에서사람들을

    버려진국민으로가두고피폭이라는폭력을행사해온국가가현세화하고있다

    는것이다.“이것은살인죄가아닌가.”‘SPEEDI’이알려지지않았던것에대해어

    떤정장(町長)은이렇게발언했다.9)지금응시해야할것은국가가치안유지를위

    해문답무용으로사람을죽이고있다는것이아닐까.또한구제나부흥을무조건

    받아들이는심성자체가즉‘힘내자일본’이야말로무법의치안유지에직결되고

    있다.그렇기때문에,어떤이야기든처음에‘도호쿠’(東北)에대해언급하는감상

    적인마쿠라코토바(枕言葉)10)가정회원의자격증명으로서만연하고있는현재

    의상황에서야말로계엄령을검토하지않으면안된다.

    그리고계속되는위기의불안을견디면서이러한국가의소행을거부하는

    8) ‘SPEEDI’은 긴급시 신속 방사능 확산 예측 네트워크 시스템을 가리키는 것으로, 원전 사고 발생 시 방사성 물질 확산

    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3・11 직후 ‘SPEEDI’에 따른 예측 결과가 늦게 공개되면서 피난이 지연되었

    고 일부 주민들은 확산지역으로 대피하는 등 혼란이 초래되었다. 예측 결과는 3월 23일에 가서야 일본 국민들에게 공

    개되었다. ― 옮긴이

    9) 朝日新聞特別報道部, 『プロメテウスの罠 : 明かされなかった福島原発事故の真実』, 学硏2バブリツシソク, 2012, 22쪽.

    10) 마쿠라코토바(枕言葉)는 옛날의 와카(和歌) 등에 쓰인 수사법의 하나로 특정한 단어 앞에 붙여 어조를 고르는 수식어

    로 사용되었다. 오음절로 된 것이 많다. 여기에서 ‘힘내자’는 뜻의 ‘간바로’(がんばろう)는 오음절의 마쿠라코토바처럼

    일본(ニッポン)을 수식하고 있다. 필자는 ‘간바로 닛뽄’이 사람들의 대화나 이야기 속에서 관용구처럼 무의식적으로 사

    용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 옮긴이

  • 계엄령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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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즉버려진국민의위치야말로안다는행위에있어서확보하지않으면안될

    영역이아닐까.그것은그행위의프로세스에서버려진국민의눈을획득한다는

    수행적인의미를지닌일이기도할것이다.그리고이버려진국민은이탈혹은

    도망이라는전략과깊이관련되어있다.“우리는버려졌다”고발언한무토는동

    시에다음과같이말하고있다.“새로운세계를창조할기회일지도모릅니다.”11)

    버려진국민으로부터새로운미래로의이탈로.

    위기에등장하는계엄령이있다.그리고이러한무법의국가가등장하

    는그옆에서버려진국민의위치로부터발견되는미래도또한현세화한다.레

    베카솔닛(RebeccaSolnit)이라면이러한미래를‘바뀔가능성이있는현재’(a

    transformativepresent)라고부를지도모른다.12)그것은버려진국민이만들어지

    는순간이동시에이탈이며,이러한이탈에서발견될미래의가능성이기도할것

    이다.이이탈을바로지금전략화하지않으면안되는것이다.

    또하나3월11일이후의상황과관련하여생각해보고싶은것이있다.그것

    은미일연합군의치안출동및경호출동의대상지역으로존재해온오키나와다.

    그러나이글은오키나와와후쿠시마가희생을강요하는일본의시스템에서보

    면마찬가지라는유사성의해설이아니다.버려진국민은시스템상의정의가아

    니며폭력에대한감지력의문제인것이다.버려진국민의위치에서국가의무법

    을감지함으로써획득된‘바뀔가능성이있는현재’에,굳이말하자면폭력의예

    감과함께발견되는미래로사람들이연결되는것을고민하기위해오키나와를

    언급하려한다.그것은계엄령으로부터의이탈가능성을다초점적으로확장해

    11) 武藤類子, 『福島からあなたへ』, 82쪽.12) レベッカ・ソルニット, 『災害ユ-トピア-なぜそのとき特別な共同体が立ち上がるのか』, 高月園子 訳, 亜紀書房,

    2010, 203쪽. 솔닛은 기존의 질서가 모습을 잃고 소진하는 불확실한 영역을 문턱(閾, liminality)이라고 부른다(169쪽).

    이 영역에서는 무엇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혹은 무엇이 이미 일어났는지를 알 수 없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무

    엇이든 가능한 것이다. “무엇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는 재해의 경고는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혁명의 가르침으로부터 그

    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172쪽). 비상사태란 어떻게든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과제도 아니고, 한시라도 빨리 질서

    를 회복해야 한다는 혼란이나 대립도 아니다. 그것은 세계가 잠정적인 존재로 떠오르는 사태이며, 거기에서 요구되는

    인식은 문턱에 머무는 무언가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을 견디면서 그곳에서부터 엿볼 수 있는 미래를 예감하는 것

    이다.

  • 특집

    : 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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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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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는시도이기도하다.오성(悟性)적으로그려진국가시스템에서정의되는희생

    자로오키나와와후쿠시마의가능성을말하는것이아니라,버려진국민의위치

    로부터감지된국가의모습이야말로,그리고이러한감지력으로미래를말하는

    것자체가지금중요한것이아닌가.

    앞에서말한것처럼메도루마는이시하라의발언에서관동대지진의계엄령

    을상기했다.또한거기에는오키나와전에서의일본군의주둔으로부터[오키나와

    전이후에는]미일양군에의한점령상태가중첩될것이다.이역사의식이야말로

    3월11일이후의일본이라는국가와일본인이라는국민을그려내는것이다.예

    컨대군용헬리콥터가추락한대학에서학생들을가르치고있는도바루가즈히

    코(桃原一彦)는지진후에연구실에온학생의다음과같은발언을놓치지않았

    다.그발언은자위대의재해파견과미군의‘친구작전’에대해나온것이었다.

    저위장복에위화감이있다.13)

    이위화를획득하는감지력,즉“지진과군대가접목되는것을자명시하지않

    고위화나불화로서알아챈다”14)는,안다는행위야말로‘바뀔가능성이있는현

    재’를확보하는것이아닐까.게센누마(気仙沼)에서부흥지원을했던미해병대

    는오키나와에상주하는점령군이다.그리고이부대는이라크의팔루자(Fallūja)

    에서주민을포위하고열화우라늄탄을투하하여무차별살육을했던실행부대

    이기도했다.15)문제는이러한살육자를자신들을지켜주는‘친구’로서받아들이

    는심성이며,그것은동시에점령상태에의감지력이없는채로이야기되는‘오키

    나와문제’의문제이기도하다.

    2004년8월13일,오키나와현기노완시의오키나와국제대학에미해병대

    후텐마기지소속의대형군용헬기가추락,폭발했다.곧바로미군과일본경찰기

    13) 桃原一彦, 『闘争する境界 : 復帰後世代の沖縄からの報告』, 未来社, 2012, 188쪽.14) 桃原一彦, 『闘争する境界』, 189쪽.15) 桃原一彦, 『闘争する境界』, 188쪽도 참조.

  • 계엄령에 대하여

    89

    동대가현장을제압했고,이러한무장진압속에서사고는처리되었다.동시에오

    키나와주민의행동은이진압속에서진행된사고처리를위협하는존재로서감

    시되었다.도바루가즈히코는이때의사고를‘치외법권’이라고부른다.이치외법

    권속에서오키나와주민은사고의피해자가아니라감시해야할용의자가되었

    다.이일을근거로하여도바루는다음과같이적고있다.

    피해자가‘피해자’로서의식될수없는문제의근원을왜‘오키나와문제’로정

    리하려하는가.16)

    이도바루의발언으로부터두가지를읽어내지않으면안된다.하나는재해

    가새겨진장소나사람들이치안출동한군사력에둘러싸여감시당하고진압된다

    는것이며,두번째는그런치안출동에대해질문하는일없이계속해서이야기되

    는오키나와문제다.거기에서응시해야할것은치안출동과선의로이야기되는

    오키나와문제와의공범관계다.그리고“전시・전중기부터오키나와는일관되게

    ‘유사’(有事)인것이다.”17)

    자위대의재해파견과미군의‘친구작전’은피해자를치안유지에서의용의자

    로처리해가는프로세스가아닌가.그것은또한무토가감지한보이지않는감옥

    이기도할것이다.오키나와국제대학학생의“저위장복에위화감이있다”는감

    지력은이러한프로세스에서작동하는폭력을감지하는힘이며,거기에서파악

    된모습은버려진국민의눈으로그려진미일의국가이며,따라서그것은“새로운

    세계를창조하는기회일지도모른다”.이글에서는일관하여비상사태,즉‘유사’

    로존재해온오키나와로부터관동대지진을상기하고,지금도작동중인계엄령

    을생각하려한다.또한거기에서근본적인공통의질문은이시하라발언에대한

    감지력을어떻게획득할것인가의문제다.

    16) 桃原一彦, 「沖縄でつづく植民地主義」, 『インパクション』, 143号, 2004, 163쪽.17) 桃原一彦, 「沖縄でつづく植民地主義」, 163쪽.

  • 특집

    : 재해

    와 일

    본인

    일본비평 7호90

    2. 오키나와 문제의 문턱18) : 「떠도는 류큐인」

    의외일지도모르지만,관동대지진이나계엄령과직접적인관계가없다고생각

    되고있는히로쓰가즈오(広津和郎)19)의전전(戰前)의소설「떠도는류큐인」(さ

    まよへる琉球人)으로부터논의를시작하고싶다.전후,마쓰모토세이초(松本清

    張)나나카노시게하루(中野重治)등과함께‘마쓰카와사건’20)의재판에깊이관

    여한히로쓰가즈오는1910년대부터1920년대에걸쳐아리시마다케오(有島武

    郎)등의시라카바파(白樺派)나프롤레타리아문학이등장하는가운데끊임없는

    문학논쟁의와중에있었다.21)미야모토겐지(宮本顕治)는『사상』1931년3월호

    에서히로쓰를프롤레타리아문학의주변에있는과도적인‘동반자작가’라고명

    명했는데,어쨌든미야모토의지적은프롤레타리아문학으로부터히로쓰의위치

    를잘보여주고있다고할수있다.또한후에기술하겠지만,그구도는동시대의

    문학논쟁와중에있던아오노스에키치(青野季吉)에의한,이작품을둘러싼히

    로쓰에대한비판과도깊이관련되어있다.

    곧이어내용을검토해보겠지만,히로쓰의「떠도는류큐인」이『중앙공론』

    (1926년3월호)에발표된직후에,이작품에대한‘오키나와청년동맹’의항의서,

    「히로쓰가즈오씨에게항의한다」가『호치신문』(報知新聞)1926년4월4일자에

    제출되었다.오키나와청년동맹은야마다유칸(山田有幹)을회장으로1926년3

    월에오키나와에서결성된운동단체다.따라서이항의는오키나와청년동맹결

    18) 여기에서 말하는 문턱(閾)은 각주 12번에서 말한 문턱(liminality)과 동시에 김항의 『帝国日本の閾』를 염두에 두고 있다. 어느 쪽이든 비상사태에서 국가의 현세화와 그 근방에 있는 탈출의 가능성과 관련한 언어다.

    19) 히로쓰 가즈오(1891~1968)는 전전 일본의 소설가이자 문예평론가였다. 1913년 와세다대학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1917년에 『중앙공론』(中央公論)에 「신경병시대」(神経病時代)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단했다. 대표작으로 「死児を抱いて」(1919), 『風雨強かるべし』(1933) 등이 있다. ― 옮긴이

    20) 마쓰카와 사건(松川事件)은 1949년 일본 국철 도호쿠 본선에서 일어난 열차의 탈선·전복사건을 말한다. 사건 다음

    날, 내각관방장관이 미타카 사건(三鷹事件)과 ‘사상 저류에서 동일한 사건’이라는 담화를 발표하여 국철 노동운동가들

    이 범인으로 부각되었다. 체포된 용의자에 대해 1950년의 1심에서는 20명 전원에게 유죄가 선고되었고, 그 가운데 5

    명은 사형, 5명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1963년의 최고심에서는 전원 무죄가 선고되었다. 당시부터 공산당

    계열의 노동운동가들을 탄압하기 위한 공작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시모야마 사건(下山事件), 미타카 사건과

    더불어 ‘국철 3대 미스터리 사건’으로 불린다. ― 옮긴이

    21) 臼井吉見, 『近代文学論争』 上(筑摩書房, 1975)을 참조.

  • 계엄령에 대하여

    91

    성과거의동시에작성된것이다.오키나와청년동맹은한편으로일본각지에서

    전개된일본공산당의지방청년조직으로서결성되었지만,다른한편오사카에서

    오키나와인의사회운동,노동운동을조직하고있던적류회(赤琉会)나관서오키

    나와현인회(関西沖縄県人会)의지도자들과의교류속에서탄생한것이었다.항

    의서에는“언젠가우리들도현외로일자리를찾아떠나지않는다고할수없습니

    다”라는자기규정이등장하지만,뒤에서검토하듯이사람들이오키나와로부터

    오사카등지로유출되어간다는사태가오키나와청년동맹결성의저류에존재하

    고있다.굳이말하자면,오키나와청년동맹의이름에기재된오키나와는하나의

    지리적인지역을나타내기보다는사람들이지역으로부터어쩔수없이유동해

    가는와중에재차획득된이름인것이다.22)

    오키나와청년동맹의항의서의의미에대해서는히로쓰의응답과함께주의

    깊게살펴보겠지만,항의서의기본적인주장은히로쓰의작품이‘오해’를줄우려

    가있다는것이었다.그리고이항의에대해히로쓰가「오키나와청년동맹제군에

    게답한다」23),「오키나와청년동맹으로부터의항의서:졸작「떠도는류큐인」에대

    해」24)에서응답한일련의전개가있다.

    이응답의과정에대해아오노스에키치는히로쓰가오키나와청년동맹에대

    한응답에얽매이게된것을감상주의로간주하고,결과적으로「떠도는류큐인」

    이류큐의무산자에게로문제를한정하고있다고평가했다.또한아오노는류큐

    의무산자에대해“지상에편재하는무산자”를대치시켜세계의무산자야말로문

    제의중심에두어야한다고비판했던것이다.25)그러나히로쓰는어디까지나오

    키나와청년동맹에대한응답에얽매이게되었고,이작품을이후에일체재록(再

    錄)하지않고‘말살’할것을약속한다.그리고히로쓰는전후에도이약속을지켰

    던것이다.그런데나중에아오노의히로쓰비판에대해서오시로다츠히로(大城

    22) 오키나와청년동맹 및 관서 지방의 적류회, 관서오키나와현인회의 운동에 대해서는 安仁屋政昭, 『沖縄の無産運動』(ひるぎ社, 1983) 및 冨山一郎, 『近代日本社会と‘沖縄人’—‘日本人’になるということ』(日本経済評論社, 1991) 참조.

    23) 『報知新聞』, 1926년 4월 11일자.24) 『中央公論』, 1926년 5월호.25) 臼井吉見, 『近代文学論争』 上, 226쪽.

  • 특집

    : 재해

    와 일

    본인

    일본비평 7호92

    立裕)는이렇게말했다.

    오키나와문제를곧바로인터내셔널한추상의장으로확장하고거기에서밖에

    해결될수없다고생각하는,오늘날에도자주보이는태도를,아오노가당연한

    것처럼취한것에대해,히로쓰는그래서는아무래도도저히참을수없다고생

    각한것과의차이라고여기고싶다.26)

    오시로의문장에포함된‘오키나와문제’,‘인터내셔널한추상의장’,‘오늘날

    에도자주보이는태도’라고한표현에대해서는많은논점이포함되어있어서주

    의깊게논의를진행하고싶다.우선,오시로의문장은『신오키나와문학』(『新沖縄

    文学』17호,1970년8월)에게재된것이다.또앞에서도말한것처럼「떠도는류

    큐인」의‘말살’의약속은히로쓰가죽는1968년까지계속지켜지지만,1970년에

    『신오키나와문학』의같은호에복각되었던것이다.27)

    그리고오시로의문장은이복각에즈음하여쓰인것이다.따라서여기에서

    말하는‘오키나와문제’혹은‘오늘날에도자주보이는태도’는오키나와의일본

    복귀를목전에둔1970년이라는상황속에서읽혀야만한다.1969년11월22일

    의사토-닉슨회담에의해서오키나와의일본복귀가정치과정에서확정되고,그

    복귀의의미가명확하게되었다.1970년이라는연호(年号)는일본에의복귀가

    확정된미래로서전면적으로등장하는가운데,일본사회로들어가는것의의미

    가현실문제로서날카롭게추궁당하지않을수없었던상황을보여주고있는것

    이다.또그복귀라는것은기지도핵도있는복귀였으며28)요구했던꿈이배신당

    한것을의미하고있다.

    26) 大城立裕, 「復刻をめぐる感想」, 『新沖縄文学』 17号, 1970年 8月, 5쪽.27) 또 그 후에는 도지다이샤(同時代社)에서 복각되었다. 이 소설 및 관련한 많은 논쟁이나 평론에 대해서는 나카호도 마

    사노리(仲程昌徳)의 밀도 높은 해설을 참조할 수 있다. 仲程昌徳, 「解説」, 広津和郎, 「さまよへる琉球人」, 同時代社, 1994.

    28) 오키나와의 복귀운동에서 가장 일반적인 구호 가운데 하나는 ‘기지도 핵도 없는 오키나와’라는 구호였다. ― 옮긴이

  • 계엄령에 대하여

    93

    오시로의문장역시이러한상황속에서쓰인것이었다.거기에서는문제화

    된오키나와와그것을논하는사람들이상정되고있으며,그사람들이보편적인

    코드로오키나와문제를논하고있는‘자주보이는태도’가우선떠오를것이다.

    그보편적코드는무산자일지도모르며계급일지도모르고혹은반기지나평화

    라는슬로건일지도모르지만,오시로는어쨌든이런오키나와문제와그것을논

    하는사람들에의해구성된구도에잘들어맞지않는어떤가능성을「떠도는류

    큐인」이라는작품과오키나와청년동맹의항의에대한히로쓰의자세에서보려

    했다고말할수있을것이다.

    그러나동시에오시로는히로쓰의오키나와청년동맹에대한응답에등장하

    는“저는머리숙여깊이반성해야합니다”라는대목에대해서다음과같이쓰고

    있다.

    오에겐자부로(大江健三郎)는언젠가의오키나와르포에서“단지말문이막혀

    머리를숙일뿐”이라고끝맺었다.그에대해어떤오키나와인이“그런것으로는

    전혀해결되지않는다”는의미의항의를한일이여기서생각나지만,우리는이

    악순환을어떻게끊을것인가라는문제를십수년간떠안고있다고말할수있

    을것이다.29)

    단지반성하고,침묵하고,사과하는것을응답이라고생각하는사람들.한

    편으로는보편적코드로오키나와문제를떠들며해설하는사람들.히로쓰자신

    도포함한「떠도는류큐인」을둘러싼1920년대의논의에오시로가착목한것은

    1970년이라는상황에서의야마토지식인들의원형이라고해도좋을문제계(問

    題系)였던것이다.오시로와마찬가지의지적은같은『신오키나와문학』에수록

    되어있는유이아키코(由井晶子)의문장에서도언급되고있다.

    29) 大城立裕, 「復刻をめぐる感想」, 56쪽.

  • 특집

    : 재해

    와 일

    본인

    일본비평 7호94

    지금만큼일본속에서의오키나와본연의자세,본토의오키나와에대한대처방

    법,오키나와와본토관계의본질에관한재점검이추구된때가없었다.「떠도는

    류큐인」문제는양심적이고자하는본토지식인의태도를명확히보여준사건

    이었다.그리고그의미는현재도살아있다.30)

    그리고유이가말한소설의의의는복귀40년을맞이한현재의상황에서도

    변하지않고살아있다.아니오히려더욱명확하게되고있다고해도좋다.그리

    고우선해야할일은단지반성하고양심적이고자하는지식인에잘들어맞지않

    는히로쓰,혹은보편적코드로오키나와를해설하는것을참을수없어서위화감

    을느껴버린히로쓰를이작품과항의,응답의과정속에서찾아내는작업,바로

    그것이다.그리고그것은,먼저말하자면,고향이든‘내지’든어디에살아도이미

    유민(流民)인‘떠도는류큐인’으로부터개시되어야할정치의단서를확보하는

    작업이기도하다.

    우선이작품의전제로부터시작해보자.이단편은도쿄에사는주인공인

    ‘자신’앞으로갑자기자신을‘류큐인’이라고밝힌미카에루다미요(見返民世)라

    는인물이찾아오는것에서시작한다.미카에루가‘자신’의집에눌어붙게되는

    가운데‘자신’은미카에루로부터석유곤로등을강매당하고,또역시나‘류큐인’

    이라는그의지인은중요한서적을가져가버린다.게다가미카에루에게두번에

    걸쳐돈을갈취당한다.스토리는‘자신’이‘류큐인’과주고받는대화로구성되며,

    속임을당하면서도질질이어지는양자의관계가이야기의축이되고있다.

    소설의전반에미카에루다미요가‘자신’에게‘류큐의농업문제’를이야기하

    는장면이등장한다.거기에서오키나와의사탕수수산업이본토자본가들에의

    해멸망의위기에있으며,사람들은살기위해어쩔수없이유랑을하게되었다

    고이야기하고있다.즉이소설의전제로상정되고있는것은1920년의설탕가

    격폭락을계기로시작된,이른바소철지옥(蘇鉄地獄)31)이라고불린사회붕괴

    30) 由井晶子, 「‘さまよへる琉球人’の再録」, 『新沖縄文学』, 17号, 1970年 8月, 60쪽.

  • 계엄령에 대하여

    95

    다.소철지옥이라는사회붕괴에관해서는여기에서상세히쓸수없지만,그것은

    자본에포섭된농민의위기라고말할수있을것이다.그리고이위기는제당산

    업이근대(화)를담당하고있던오키나와그리고아마미(奄美)를삼켜버린것이

    었다.「떠도는류큐인」에서류큐라는단어는우선오키나와를염두에두고있다

    고생각되지만,마찬가지로소철지옥이도래한아마미를어떻게생각할것인가

    는이소철지옥의역사적의미를생각하는데있어서결정적으로중요한포인트

    가된다.

    또한이소설이쓰인1926년은소철지옥이오키나와구제를요구하는사회

    문제로서급격히부상하고있던시기이기도하다.오키나와의비참함과그구제

    를주장하는신조조코(新城朝功)의『익사(溺死)의류큐』(越山堂,1925),다무

    라히로시(田村浩)의『오키나와경제사정』(南島社,1925),와쿠가미로진(湧上聾

    人)의『오키나와경제논집』(改造之沖縄社,1929),오야도마리야스나가(親泊康

    永)의『오키나와여일어서라』등이출판되었고,신문들에도해결하지않으면안

    될사회문제로서오키나와가언급되었다.소철지옥이라는위기는구제하지않으

    면안될오키나와로서대상화되었던것이다.다시말해서그것은공적인언론공

    간에서오키나와가문제로서등장했다는것이다.또한구제해야할오키나와라

    는인식은히로쓰에게항의문을보낸오키나와청년동맹에서도공유되고있었다.

    항의서의첫부분은다음과같은서두로시작되고있다.

    제국의남단오키나와가목하극도의경제적궁핍에빠져서완전히빈사의증상

    에허덕이고있다는것은주변에이미알려진대로이며,중앙의신문・잡지등에

    도‘경제적망국의좋은표본’으로까지거론되었고,이제는지방적문제가아니

    라국가적문제로취급될정도입니다.32)

    31) 일본 다이쇼 말기부터 쇼와 전기에 걸쳐 있었던 공황을 오키나와에서는 ‘소철지옥’으로 부른다. 당시 오키나와 인구의

    7할이 살고 있던 농촌부에서는 극도의 불황으로 곡식을 얻지 못해서 야생 식물인 ‘소철’(蘇鉄)을 식량으로 삼아야 했

    다. 독성을 가진 소철은 잘못 조리하면 생명을 잃을 위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열매로 허기를 달래야 했을 정도로

    당시 오키나와는 극도로 피폐한 상황이었다. ― 옮긴이

    32) 広津和郎, 「沖縄青年同盟よりの抗議書:拙作‘さまよへる琉球人’について」, 『新沖縄文学』, 17号, 1970年 8月, 36쪽.

  • 특집

    : 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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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비평 7호96

    소철지옥이라는위기는오키나와청년동맹이말한것처럼확실히국가적문

    제의표본처럼다뤄지기시작했다.1925년에는제국의회제50의회에서‘오키나

    와현재정경제의구제조장에관한건의안’,‘오키나와현구제에관한건의안’이

    결의되었고,이를근거로구제책을강구할수있게되었다.또한이러한움직임은

    1932년의오키나와현진흥계획으로결실을보게된다.즉,위기가주장되는가운

    데구제나진흥에관련한법적개입을담당할주체로서국가가등장한것이다.다

    시말해서1920년대를통해오키나와문제가확실하게법적으로구성되었던것

    이다.바꿔말하면,오키나와문제란오키나와에있는문제가아니라문제에대처

    하고해결하는새로운법과국가의등장을의미하고있는것이며,그렇기때문에

    국가적문제인것이었다.따라서거칠게말하면,주시해야할축은문제를안고

    있는오키나와가아니라위기에대해문제를구성하면서전개하는국가의재정

    의에있다.

    그리고이오키나와문제의형성은구제를바라는자기상의제시와구제의

    자격을묻고감시하는권력의등장이라는,오키나와라는영역에서중첩되는이

    두가지의움직임에의해구성되는정치를낳았다.예컨대1924년에간행된이하

    후유(伊波普猷)의「류큐민족의정신분석」(『沖縄教育』136号)은이러한정치적

    자장속에서구제를요청하는신청자로서의자기제시및제시해야할자기에대

    해근거를부여할역사인식을재구성해가는작업의결과이기도했다.33)또오키

    나와진흥계획의입안과정에서설치된‘오키나와진흥계획조사회’(1932년)에서

    는오키나와를식민지와는구별되는구제받아야할국토로간주할것인가가논

    의되었는데34),거기에서는이른바한사람의훌륭한일본(인)이라는것이구제의

    자격문제로서이야기되었다.

    이 글에서는 「さまよへる琉球人」 및 「沖縄青年同盟よりの抗議書」는 복각된 『新沖縄文学』에서 인용한다. 또한 인용 때에는 원칙적으로 신자(新字), 신가나(新仮名)로 변경한다.

    33) 冨山一郎, 『暴力の予感』, (岩波書店, 2002)의 종장 및 冨山一郎, 「南島人とは誰のことか」, 竹沢泰子 編, 『人種概念の普遍性を問う』(人文書院, 2005) 참조. 『暴力の予感』은 한글로 번역되었다. 도미야마 이치로, 손지연·김우자·송석원 옮김, 『폭력의 예감』, 그린비, 2009.

    34) 冨山一郎, 『暴力の予感』, 278~282쪽.

  • 계엄령에 대하여

    97

    따라서법적구제는구제받아야할삶과그렇지않은것을구분해가는격리

    와배제를동반하고있으며,또이구분에서일본(인)이라는것은극히중요한의

    미를띠게된다.이런오키나와문제의형성과함께나타나는국가를어떻게생각

    할것인가에대해서는다음장에서살펴보겠지만,어쨌든오키나와문제의형성

    은오키나와의자기제시및국가의재정의가중첩되면서전개되고있는것이다.

    또이중첩되는프로세스는오키나와라는지리적영역이자기제시의근거

    와국가의개입대상이라는두가지전제로서추궁되지않고자연화되어가는것

    이기도하다.여기에서오키나와문제의결정적인논점이있을것이다.즉한편에

    서는오키나와문제의형성에서오키나와라는이름은지리적영역으로자연화된

    다.다른한편으로전술한오키나와청년동맹에서간파할수있었던것처럼,오키

    나와라는이름은하나의지리적인지역을나타내기보다소철지옥을계기로사

    람들이지역으로부터떨어져나가서유동하는가운데재차획득된이름으로등

    장한다.하지만바로알수있는것처럼오키나와라는이름의이중화는소철지옥

    이라는하나의위기의두가지표현에다름아니다.다시말해서오키나와문제의

    형성은동시에구제의법에서법외부에놓인또다른이름의시작이기도했던것

    이다.굳이말하자면오키나와문제라는영역은형성과동시에파탄나고있었던

    셈이다.

    그리고오키나와문제라는영역이「떠도는류큐인」의전제로서일단존재하

    고있다.미카에루다미요로부터‘류큐의농업문제’를들은‘자신’은우선오키나

    와의지금까지의역사에아파하고,당시오키나와문제를논하던조류와마찬가

    지로마음이움직여“그런불합리[法外]한일을존재하게한것에대해의분도느

    낀다”는것이다.여기에서양심적인지식인으로서의‘자신’을볼수있으며,거기

    에는오키나와를국가적문제로성립시키는심성이있을것이다.그러나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앞에서이야기한것처럼,‘자신’은‘류큐인’이라는미카에루다미요나그지

    인들에게계속해서사기를당하면서돈이나중요한책을빼앗긴다.그것은사회

    질서에반하는것이며,부정되어야할불합리즉위법한것일것이다.의분을느

  • 특집

    : 재해

    와 일

    본인

    일본비평 7호98

    끼는‘불합리한일’과질서에반하는것으로지탄받는위법.전자는국가의개입

    에의해구제되어야할대상으로,후자는어쨌든재판받아야할대상으로조정(措

    定)될것이다.또전자는지리적으로영역화되어울타리가쳐진오키나와라는지

    역에관련되는것으로,후자는‘자신’과직접관련된일상의사건으로오키나와와

    는관계없는개인의행위와관련한범죄로서처리될것이다.그러나‘자신’은그

    처럼처리할수없었다.여기에이소설의극히중요한논점이있다.

    소철지옥이라는위기는스스로의사회를향한반란으로서등장한것이아닌

    가.미카에루다미요가말한‘류큐의농업문제’라는‘불합리한일’은결코지리적

    인범위에한정된국가적문제로서등장한것이아니라,자기가사는일상의질서

    를뒤흔드는사건으로서등장하는것이아닐까.중요한책을가지고도망가버려

    ‘자신’은분개하면서도다음과같이생각하기시작한다.

    실제로오랫동안박해를당하면,그박해자에대해신의를지킬필요가없어지

    게되는것도무리는아니다.칭찬할만한이야기는아니지만,때로는동정하지

    못할이야기도아니다.자신은미카에루가전날말한이야기가생각났다.토지

    에사탕수수를재배해도밥을먹을수없다.사탕수수를재배하지않으면당연

    밥을먹지못한다.더구나그것은류큐자신으로부터발생한어떤원인에서그

    렇게된것이아니라,류큐이외의대국으로부터의착취에의한것이다.류큐에

    서일하는것보다도규슈T탄광의광부생활쪽이좋다고생각하는것도고향자

    체의어떤원인으로그런생각을가지게된것이아니며,고향이지옥처럼느껴

    지게된것도고향이외의어떤폭력의압박에의한것이다.그런경지에있지않

    은자신에게는확실히실감되지않지만,만약자신이그런압박을당하는위치

    에있다면역시압박자에대해신의나도덕을지킬마음이생기지않을지도모

    른다.우리들에게는이해되지않는어떤심정이류큐인에게생겼다고해도결코

    무리가아니라는생각이든다.무기를빼앗긴류큐인은가라테라는무서운호신

    술을만들어냈다.그것은육체상의문제지만,정신적으로도가라테를닮은일

    종의호신술을고안해냈다고해도그렇게부자연스런이야기는아니다.35)

  • 계엄령에 대하여

    99

    여기에그려져있는것은불합리한처지에놓인사람의삶이질서에부응할

    것이라고말할수있을리없다는극히정직한직관이다.“‘페어플레이’는아직이

    르다”(루쉰).‘자신’은자신이공격당하는질서의주인이며따라서배신당한뒤에

    가라테로쓰러뜨려지는것을“부자연스런이야기는아니다”라고인식하기시작

    했다.의분을느끼는불합리와범죄로서처리된위법이란결코구분되는것이아

    니며,그것이하나로연결된사태라는것을간파한‘자신’은전자인의분의대상

    이면서구제해야할오키나와문제가자신과는동떨어진구제법의대상으로서

    지리적으로존재하는것이아니라,자신에대한폭력으로서잠재적으로존재하

    고있다는것을감지하고있는것이다.

    여기에이소설에서‘자신’이양심을기반으로의분을부르짖는양심적지식

    인들로부터비어져나오고있는어떤종류의극점이틀림없이존재한다.이쓰러

    뜨려진다는폭력의예감은“식민지주의자가만들어낸세계에직면하여원주민

    은항상범죄용의자다”36)라고한프란츠파농(FrantzFanon)의언어로재검토될

    필요가있지만,어쨌든‘자신’의이극점은오키나와문제를의분에의거해서말

    하고자기의일상은거기에서구분해서확보한다는양심적지식인의안녕이붕

    괴하는시점인것이다.또덧붙여말하자면,이의분과안녕의구분은오키나와

    문제를무산자보다보편적인코드로말하려한아오노스에키치에게도공통되고

    있다고말할수있을것이다.논점은개별인가보편인가에있는것이아니라,문

    제로서논의되는대상을자기의일상을뒤흔드는힘으로서감지할수있는가아

    닌가에있다.수다스럽게이야기되는오키나와문제가정지하는문턱의영역에

    서무엇이개시되는것일까.쓰러뜨려진다는‘자신’의폭력의예감은어디로향하

    는것일까.

    ‘자신’이내딛기시작한오키나와문제의문턱은오키나와청년동맹의항의

    35) 広津和郎, 「さまよへる琉球人」, 24~25쪽.36) フランツ・ファノン, 鈴木道彦・浦野衣子 訳, 『地に呪われたる者』, みすず書房, 1996, 33쪽. 관련하여 冨山一郎,

    「この, 平穏な時期に : 東京タワ-ジャックにおける富村順一の『狂気』をめぐって」(野村浩也 編, 『植民者へ』, 松籟社, 2007)을 참조.

  • 특집

    : 재해

    와 일

    본인

    일본비평 7호100

    서에도깊이관련되어있다.「떠도는류큐인」에서‘자신’은사기를당하고절도를

    당하면서도그것을단순한부도덕이나범죄로간주하지않고거기에‘류큐인’의

    역사를중첩시키면서“오랫동안박해를당하면그박해자에대해신의를지킬필

    요가없어지게되는것도무리는아니다”라고말했다.그리고이부분이야말로오

    키나와청년동맹이가장항의했던점이기도했다.다시말해서,단지오키나와문

    제를불합리한일로서분개하는양심적지식인으로부터비어져나와,오키나와

    문제의문턱으로향하는‘자신’에대해서야말로항의가개시되었던것이다.‘자

    신’이말한부분에대해오키나와청년동맹의항의는다음과같다.

    모두가곧바로,류큐인은도덕관념이다른인간이다,신의없는자다,파렴치도

    아무렇지않게한다,신용할수없는자다,등의인상을남기지않을까요.“물론

    사람에따라다르기”때문에,“류큐인전부가그렇지는않지”만“대체로그런경

    향이있다”고오해받지않는다고단언할수없다고생각합니다.37)

    여기에쓰인“물론사람에따라다르다”,“전부가그렇지는않다”,“경향”이

    라고한말은히로쓰의소설에서인용한것이다.그리고“경향”으로써오키나와

    의역사를도입하려한‘자신’에대해오키나와청년동맹은그것을오키나와와는

    관계없는개인의문제로돌려버리고“경향”으로논한내용을오해라고했던것

    이다.

    그리고히로쓰는이항의를받아들여서,곧바로오해를준것에사죄했다.처

    음에말한것처럼히로쓰는「떠도는류큐인」이실린『중앙공론』(1926년5월)에

    오키나와청년동맹의항의서및그항의서에대한자기의응답을게재했지만,그

    서두에는“오키나와현사람들에대한세간의신용에누를끼친점이있다면일반

    오키나와현사람들에대해면목이없음과함께자신으로서도뜻밖”(강조는인용

    자)이라고기술되어있다.38)그리고이렇게쓴다음에“현재눈앞의문제”인오키

    37) 広津和郎, 「沖縄青年同盟よりの抗議書」, 『新沖縄文学』, 38쪽.

  • 계엄령에 대하여

    101

    나와의“경제적파탄으로부터당신들현인을구하자고말하는것이급무입니다”

    라고오키나와문제에대해재차의분을표명한것이다.39)오키나와문제가자신

    이사는세계를무너뜨리는일은있을수없다는확신,즉그와같은상상은근거

    없는오해라는단언과‘당신들’을구하고싶다는양심적지식인으로서의의분은

    여기에서완전히겹쳐공범관계로묶이게된다.

    소설속의‘자신’은‘H’로도바뀌어이야기되며,히로쓰본인이라고생각되

    고있다.그러나당연한것이지만소설상의‘자신’과히로쓰본인은다른사람이

    다.그리고의분을느끼는불합리와범죄라는위법을중첩시켜사고하기시작한

    ‘자신’의시도는오키나와청년동맹의항의에대한응답에의해,히로쓰자신에의

    해정지되었다고말할수있을것이다.그결과,후자의위법은‘일반오키나와현

    사람들’과는어떤관계도없으며,비난받고처벌되어야할개인의범죄문제이며,

    거기에서오키나와의역사를중첩시켜생각하는것은세간에오해를주는행위

    가된다.그리고그위에서히로쓰는전자의불합리,즉오키나와문제에대한더

    큰의분을되풀이하기에이른다.

    이응답의과정에서무엇이추궁되지않은채로방치된것인가?그것은히로

    쓰가세간이라고칭한자기들의일상이며,그주인인히로쓰자신이다.또한범죄

    로단죄되어야할위법은오키나와문제와관련해서는존재하지않는다.그것은

    오키나와문제와는관계가없는범죄자의문제이며,개인에게귀착되는사항이

    다.따라서오해를초래했다는히로쓰의응답은일상에서제기되어야할질문을

    봉인하고,의분만을지리적으로둘러싸인오키나와로향하게하는것을의미한

    다.여기에서오키나와문제는순화될것이다.그리고양심적지식인은안녕의거

    처를확보할것이다.이소설의‘자신’이연오키나와문제의문턱은오키나와라

    는이름의지리적한정과일상으로부터의외재화에의해봉인된것이다.그것은

    또한히로쓰가재차양심적지식인으로서자기규정하는것이기도했다.「떠도는

    38) 広津和郎, 「沖縄青年同盟よりの抗議書」, 36쪽.39) 広津和郎, 「沖縄青年同盟よりの抗議書」, 41쪽.

  •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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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비평 7호102

    류큐인」이라는텍스트에서사고해야할것은히로쓰에의해닫혀진오키나와문

    제의문턱이며,쓰러뜨려진다는예감과함께발견된미래가아닐까.

    3. 계엄령

    이소설을둘러싼질문은아직남아있다.그것은소철지옥이라는사회붕괴를자

    기의일로서떠맡은사람들에게‘자신’이찾아낸이오키나와문제의문턱이란무

    엇인가라는질문이다.그것은오키나와라는이름을자연화된지리상의이름이

    아니라유동화된혹은유동화할지도모르는사람들의이름으로획득하려고했던

    오키나와청년동맹이이문턱의영역에서무엇을감지하고있었던가의문제와깊

    이관련되어있다.오키나와청년동맹항의서의말미는다음과같다.

    본동맹은산업성년의동맹입니다.우리는무산자이자무능력하며,일하지않

    으면생명을이어나갈수없습니다.언젠가우리도현(県)바깥으로일자리를

    찾아떠나지않는다고할수없습니다.그렇다면이문제는현민(県民)대중일

    반의문제임과동시에,또한머지않아우리자신을위협할중대문제입니다.40)

    반복하지만오키나와청년동맹에게오키나와라는이름은지리적으로둘러

    싸인오키나와현이아니다.그것은오키나와현밖에서살길을구한사람들의이

    름이며,오키나와문제에서오키나와의지리적자연화에대해이러한자연으로

    부터뜯겨나온혹은뜯겨나올지도모르는삶이다.다시말해서이사람들의삶

    은오키나와문제의근거가된구제받아야할삶과는일치하지않는다.그리고이

    사람들에게히로쓰의소설이초래한오해란어떠한위협인가?

    전술한것처럼,‘류큐인’에게계속사기당하면서‘자신’은자기가(‘류큐인’으

    로부터)반항을받는질서의주인이며가라테로쓰러뜨려지는것을“부자연스런

    40) 広津和郎, 「沖縄青年同盟よりの抗議書」, 39쪽, 강조는 인용자.

  • 계엄령에 대하여

    103

    이야기는아니”라고했다.이‘자신’은미카에루다미요등의‘류큐인’에게말려들

    면서오키나와문제에단지의분을표명하는양심적지식인으로부터변태하기

    시작한것이다.그러나소설의최후는다음과같이되어있다.

    ‘떠도는류큐인’이라고생각해서배신당한것에흥미따위를가지고싶어하는

    자신의병적기질이몹시역겨운기분이들었다.사람이이용하고싶도록틈을

    보여사람을나쁜쪽으로유혹하고있다고해도좋을것같은,방만하고무책임

    한자신의생활법에‘정신차려!’라고고함을쳐야할것같은기분이들었다.41)

    변태의시도는말미에서‘자신’에의해봉인되고있다.그리고그때‘자신’은

    사기나절도를단지범죄로간주하는것이아니라,오키나와의역사와함께생각

    하려했다는것을‘병적’이라고기술하고,그와같은태도에대해‘정신차려!’라

    는호령을붙인것이다.“부자연스런이야기는아니”라는예감은단순히오해였

    다는반성으로끝나지않는다.‘정신차려!’라는군사적호령에의해봉인되었던

    것이다.

    그리고이봉인은‘자신’만의사건이아니다.이최후의말미로향하는전단

    계로서미카에루의행동을처음부터꿰뚫어보고있던것처럼“H씨는너무사람

    을믿게되기때문에조금은주의를하는편이……”라고진언하는하숙집여주인

    이등장한다.42)이여주인이보여주는것은세간의상식이며,이상식을마주해야

    할‘자신’은‘자신’에게‘정신차려!’라고호령했던것이다.거기에서는확실히신

    체를무리해서라도맞추려고발버둥치는‘자신’이있으며,또호령으로무리하게

    복귀하려하는곳에‘자신’이품은다른가능성을여운으로남기고있다고도할

    수있다.

    그러나‘자신’을세간에복귀시키려는호령은오키나와청년동맹에게는다른

    41) 広津和郎, 「沖縄青年同盟よりの抗議書」, 35쪽.42) 広津和郎, 「沖縄青年同盟よりの抗議書」, 35쪽.

  • 특집

    : 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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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비평 7호104

    반향으로받아들여졌다.이호령의부분에대해오키나와청년동맹의항의서에서

    는오해받을위험성을‘정신차려!’라고해서자신들이호통을들을일로했다고

    기록되고있다.

    “그렇다고전해들은경향이대체로있다”고해도오해받지않는다고단언할수

    없다고생각합니다.결국은처지를자포자기한자신의생활법에‘정신차려!’라

    고쓰인문구를빌려오면,소위일반‘내지인’에게‘정신차려!’라고‘류큐인’을

    “호통치지않게할수없는”일이되지않을까요?43)

    쓰러뜨려질지모른다는‘자신’의예감은새로운변태로향하는것이아니라

    호령과함께자기들오키나와인을범죄자혹은병자로서진압하는폭력으로등

    장하는것이아닌가라고오키나와청년동맹은염려하고있는것이다.거기에서

    상정되는것은개인화된편견이나오해가아니다.우선,그것은문자그대로국가

    라는기구와관련된군사적폭력에관한것이며,여기에서오키나와문제와함께

    재정의된국가의의미가드러날것이다.그렇기때문에,위법을자연적인것으로

    간주하고쓰러뜨려질지도모른다고‘자신’이예감하는것은오키나와청년동맹

    에게있어서는근거없는오해로서미리없애버려야했던것이아닐까.히로쓰와

    오키나와청년동맹을둘러싼항의와사죄는히로쓰에게는변태가능성의봉인이

    지만,오키나와청년동맹에게는국가의폭력을사전에없애버리는일이었던것

    이다.여기에이르러양자가의미하는오키나와라는이름은결정적으로구분될

    것이다.히로쓰에게오키나와는국가적문제로서의오키나와문제이지만,오키

    나와청년동맹에게는오키나와문제로수렴하지않는소철지옥에각인된삶이며

    오키나와문제의문턱에관련된이름이다.그리고이이름은국가의폭력을사전

    에감지하려고한다.

    여기에서「떠도는류큐인」이게재된오키나와청년동맹의항의가이뤄진

    43) 広津和郎, 「沖縄青年同盟よりの抗議書」, 38쪽.

  • 계엄령에 대하여

    105

    1926년이라는일자가큰의미를지니기시작할것이다.44)1923년의『부인공론』

    (婦人公論)에히로쓰는「아마카스는복수인가」(甘粕は複数か)라는짧은에세이

    를썼다.45)

    나는군국주의라는것에대해대단한쾌감을가지고있지않다.그러나이번의

    대재해로국내를다스리는데있어오늘날과같은인간의진보정도에서는군대

    가필요하다는것을충분히인정했다.이번의대재해에서가장난잡하고혼란스

    러웠던곳은아마도요코하마시일것이다.나는저대지진의밤,도쿄에서가마

    쿠라까지걸어갔기때문에요코하마의혼란을보았지만,왜저대도시의근린에

    일개연대의군대도주둔하지않았는지수상하게여겼다.50만의인구가있는

    대도시의근방,예컨대호도가야(保土ヶ谷)근처의야마노테(山の手)주변에라

    도만약병영이있어서거기에서바로군대가투입될수있었다면,요코하마에

    서일어났던여러가지꺼림칙한소문들은나지도않고끝났을지모른다.46)

    에세이는이문장뒤에‘대해재’에즈음하여공병대,육군,해군이얼마나‘실

    로훌륭한’움직임을보여주었는가를기록한뒤다음과같이적고있다.

    이군대에대한호감이남아있을즈음이번의아마카스사건은완전히군대그

    자체를위해아깝다고하지않을수없다.민중에게그정도로친밀하던군대가

    이번사건으로다시이상하고차갑고두려운것으로보이게되었다.아마카스

    대위가단수였다면,차라리일본은행복했을것이다.그러나만약그것이복수

    44) 「떠도는 류큐인」에는 “예(例)의 지진”이라는 표현이 다수 등장한다.

    45) 여기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아마카스 사건이다. 이 사건은 1923년 9월 1일에 일어난 관동대지진의 혼잡을 틈타 9월

    16일 도쿄헌병대 고지마치(麹町) 분대장이던 아마카스 마사히코(甘粕正彦)가 아나키스트인 오스기 사카에(大杉栄),

    이토 노에(伊藤野枝)와 그의 조카(橘宗一, 당시 6세)를 살해한 사건이다. 이후 아나키스트들이 보복에 나서기도 했지만

    대부분 체포되어 일본 아나키스트 운동이 몰락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아마카스는 징역 10년을 판결 받

    지만 단기 복역 후인 1926년에 석방되었다. 일본 육군의 지원으로 프랑스에 유학한 뒤, 만주로 건너가 관동군에서 특

    무공작을 수행하면서 만주사변에 관여했고 만주국 건설에도 일조했다. ― 옮긴이

    46) 이 문장은 悪麗之介 編・解説, 『天変動く—大震災と作家たち』, インパクト出版会, 2011, 192쪽에서 인용했다.

  • 특집

    : 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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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비평 7호106

    였다면,이기회에어디까지나군대의편견을꾸짖고개심시키는것을사회의

    의무로하지않으면안될것이다.47)

    히로쓰는관동대지진때군사적인치안유지,즉계엄령에근거한비상사태

    조치를전면적으로긍정한뒤,아마카스에의한오스기사카에(大杉栄),이토노

    에(伊藤野枝)와그조카의살해를‘군대의편견’으로지탄하고있다.이에세이의

    표제에서알수있는것처럼,히로쓰가주제로그리고자했던것은후자의군대에

    대한비판이며,계엄령은오히려그것을강조하는사전연출적인기술이다.거기

    에는자신들을지켜주는계엄령과그렇지않은‘군대의편견’의구분이있을것이

    다.또히로쓰의군대에대한긍정감은“군대가없었다면안녕질서는유지할수

    없었다”고기술한사토하루오(佐藤春夫)의「사벨(サ-ベル)예찬」(『改造』,1923

    년11월호)에단적으로표현되어있는것처럼오히려당시의지식인들에게근본

    적으로공통된것이었다고할수있다.히로쓰나사토,그리고당시의지식인들이

    당연한것으로받아들인계엄령은도대체어떤질서였을까?

    잘알려진것처럼,관동대지진이일어났을때도쿄・가나가와・사이타마・지바

    에등장한계엄은대일본제국헌법14조에있는“천황은계엄을선고한다”에근

    거한것이아니라,제8조“천황은공공의안전을유지하거나그재난을피하기위

    해긴급의필요에따라……법률을대신하는칙령을발한다”에근거하고있다.

    이‘긴급의필요’에의한칙령으로서계엄령이부분적으로적용되었던것이다.그

    것은일거에법의정지와군대에의한지배를행하는것이아니라치안유지를위

    해서일부의법의운용을행정상으로제한하는것이며,그행사에는군대가아니

    라경관이나지역유력자도관계하고있다.이러한계엄령은행정상의법운용정

    지로간주되어행정계엄이라고불렸지만,그것은헌법에계엄규정을가지지않

    는현헌법하에서자위대의치안출동이나유사법제에서의유사사태법,나아가

    대규모지진대책특별조치법에서의‘경계선언’과유사한것이었다고할수있으

    47) 悪麗之介 編・解説, 『天変動く — 大震災と作家たち』, 192쪽.

  • 계엄령에 대하여

    107

    며,거기에서공유되고있는것은‘공공의안전’혹은‘재난을피하기위해서’라는

    목적이다.

    재해나안전과관련한목적은그것이계엄령이라는질서형태에서의목적이

    라는것을간과해서는안된다.김항이칼슈미트(CarlSchmitt)의독재에서의법

    의의미를근거로하여지적하는것처럼,“문제는어디까지나계엄령의포고에의

    해,그것이얼마나부분적인적용이든,통상법규를정지하고규범의지배를유지

    하는것을목적으로했다는점에있다.바꿔말하면법과규범이끊임없이그거

    리를단축시키는사태야말로주목해야할것이다.”48)여기에서말하는규범이란

    법이지키려하는규범이며,중요한것은그규범의실현이‘법규의정지’,즉법

    외적인힘에의해수행된다는점에있다.바꿔말하면,‘공공의안전’은안전이라

    는공적규범을규정하는법에의하는것이아니라법을넘어선무법의폭력으로

    수행되는것이며,반대로말하자면무법의폭력은규범유지를위해정당화되는

    것이다.그리고이법을넘어선폭력이야말로국가인것이다.따라서계엄령의법

    적규정이란원래법을폭력적으로일탈하여재조정해가는수행적인프로세스

    를내포한것이며,기존법령의발령으로만계엄령을규정하는것자체가곤란하

    다고말할수있을것이다.49)

    그리고이처럼규범과법이접근한영역이야말로,달리말하자면국가의폭

    력이현세화하는수행적인프로세스야말로일본인이라는단어가담당하는장소

    이기도하다.이것은법적판단이아니라총구를들이대면서이뤄진규범적인판

    단,즉심문이다.계엄령에서는이심문에의한,지켜야할일본인인가아닌가의

    48) 金杭, 『帝国の閾』, 155쪽.49) 그것은 행정계엄령이 제국헌법14조에 의한 계엄선고보다 위험하다는 것과도 중첩된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행정계

    엄 쪽이 행정권에 의한 자의적 남용으로 적용 확대를 초래하는 것이며,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일탈과 재조정이 절차

    혹은 운용의 문제로 해소되는 사태이기도 할 것이다. 또한 동시에 그것은 법적 근거인 14조가 없어도 계엄령이 실질적

    으로 전개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때문에 앞에서 기술한 것처럼, 자위대의 치안출동도 포함해서 계엄령을 논

    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실 관동대지진에서의 계엄령의 전사로서 쌀 소동이나 노동쟁의, 총파업에 대한 치안출동이

    있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혹은 관동대지진 때의 내무대신 미즈노 렌타로(水野錬太郎)의 전직이 조선총독부 정

    무총감이며, 또 경시총감 아카이케 아쓰시(赤池濃)도 마찬가지로 전직이 조선총독부의 경무국장이었다. 두 사람이 함

    께 3・1독립운동을 진압했다는 점도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계엄령은 법리의 문제가 아니라 법적 질서를 넘어선

    국가와 제국의 폭력에 관련된 문제다. 大江志乃夫, 『戒厳令』, 岩波書店, 1978, 112~143쪽 참조.

  • 특집

    : 재해

    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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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비평 7호108

    판별이야말로법을대신하는질서로서등장한다.군대,경찰,자경단에서등장한

    심문체제에는법적근거가없으며,군대야말로부단히수행되는심문체제를유

    지하는힘으로등장한다.법이‘법조정적(法措定的)폭력’(벤야민)에미끄러져들

    어가는것이다.

    이런계엄령하에서,주둔하는군대가자기들을지켜주는존재라고생각하는

    자와자기를진압할지도모른다고예감하는자가있다.전자의인간에게조선인

    이나중국인혹은아나키스트나노동운동활동가의학살은애당초계엄령의정

    당함에서일탈한오해이며,‘꺼림칙한소문’이불러일으킨예외적사태라고말할

    수있을것이다.그러나후자에게는군대의존재자체가일상의상태로서자기들

    에게향해진폭력을예감시키는근거임에틀림없다.오해나꺼림칙한소문혹은

    편견을지탄하는자는다른한편으로자기들의안녕을지키려는정당한군대를

    예찬한다.또한경우에따라서는도움이나부담을떠맡으려할것이다.그러나오

    해를지탄하는사람과오해의이름아래서학살당하는사람이있다.후자에게있

    어서오해란비상사태에서의특수사례로일상으로부터구분되는것이아니라언

    제덮쳐올지모를폭력에대한예감으로서존재한다.오키나와청년동맹의히로

    쓰에대한항의란이예감과관련되어있다.

    안녕질서를지키는계엄령하에서오키나와인은끊임없이심문에노출되었

    다.“조선인일것이다”,“말이조금다르다”50).처음에기술한것처럼,이미살해당

    한사람들의사체가늘어선옆에서이뤄진이심문을단순한언어적커뮤니케이

    션으로간주해서는안된다.신체를꿰뚫고전신으로빠져나가지않으면안되는

    심문은생사를나누는신체검사인것이고,고문이며,이미폭력이다.그리고목내

    부의성대를긴장시켜입가의근육에최대한주의를기울이면서발성되는“나는

    조선인이아니다”라는말은몸으로보여주지않고서는응답한것이되지않는

    ‘정신차려!’라는호령에대한몸짓이다.그래서심문은신체적으로기억되며,따

    라서일상상태로서계속되는것이다.그것은계엄령이해제되어군대가이동한

    50) 比嘉春潮, 『沖縄の歳月』, 中央公論社, 1969, 109쪽;. 冨山一郎, 『暴力の予感』, 서장 참조.

  • 계엄령에 대하여

    109

    뒤에도그등장을계속해서감지하는신경계로서계속존재할것이다.

    “너희들도오인되어살해되지않도록.”51)오키나와에서오키나와어의교정

    을하려고했던교사가과거의관동대지진을언급하면서교실에서이렇게말했

    을때거기에는부단한계엄령의폭력이감지되고있다.“오인되어”라는오해의

    결과는살해당한다는것이다.혹은야마노구치바쿠(山之口獏)는다음과같이기

    록하고있다.

    어느날그는나에게“오키나와의사람들도너(君)에게서충(忠)이니하는것을

    생각하고있겠네”라고말한것이다.전시(戰時)였던만큼,나는그의한마디에

    땀으로흠뻑젖었다.물론식은땀이었다./“외국인이아니니까”라고말하자/

    “그건그렇지”라며그는당황했다.52)

    여기에서왜‘그’가당황했는가에대해서는논의가있을수있다.그러나이

    인물이“너에게서충”을물었던것에아무런망설임도없었던것은확실하다.그

    리고야마노구치바쿠는몸에서식은땀을흘리면서“외국인은아니”라고대답했

    다.왜냐하면‘그’의질문은야마노구치에게있어서심문이었기때문이다.이응

    답에대해‘그’는바로“그건그렇지”라며질문을철회한다.그러나야마노구치의

    신체에는식은땀이계속흐른다.역시심문은신체적으로기억되고,따라서일상

    상태로계속되며,심문이끝난뒤에도재차등장을감지하면서신경계로서계속

    존재하는것이다.

    그리고폭력을감지하는신경계는1926년에는오키나와청년동맹의것이기

    도했다.히로쓰의오해는틀림없이군사적호령으로감지되고있는것이다.그렇

    기때문에오키나와청년동맹은오해에항의하고,히로쓰는사죄를하고쓰러뜨

    려지는일없는안녕의질서의주인으로복귀한것이다.계속심문당하는자와당

    51) 沖縄県労働組合協議会, 『日本軍を告発する』, 1972, 69쪽; 冨山一郎,『暴力の予感』, 서장 참조.52) 山之口獏, 「沖縄の叫び」, 『山之口獏全集 第四巻 論』, 思潮社, 1976, 221~222쪽; 冨山一郎, 『暴力の予感』, 서장 참

    조.

  • 특집

    : 재해

    와 일

    본인

    일본비평 7호110

    연한것처럼안녕의질서에서계속살아가는자.양자는오해라는말로화해하고

    그리고결렬했던것이다.

    4. 마치며 : 제국으로부터의 이탈

    히로쓰와오키나와청년동맹의「떠도는류큐인」을둘러싼대화는히로쓰의“저

    작품을말살하고싶습니다”라는선언에의해종결된것처럼보인다.또이작품과

    항의・응답의과정에대해서는앞에서언급한『신오키나와문학』을비롯하여많

    은논의를낳았지만,오키나와청년동맹과히로쓰에의한화해자체는(여러논의

    의)전제가되어있다고해도좋다.그러나이미진술한것처럼,화해속에결정적

    인결렬이포함되어있다.바꿔말하면,그것은같은말을하면서다른신체가은

    밀하게확보되어가는과정이기도할것이다.53)이러한말의소재는지금제창되

    고있는‘힘내자일본’,그리고오키나와문제에서도마찬가지다.

    그리고히로쓰가사죄와함께다시오키나와문제에대해연대를선언하는

    가운데그문턱의영역에침묵하며서성이는사람이있다.되풀이하지만,오키나

    와청년동맹이오키나와라는이름에서껴안고있는것은이사람들이다.이사람

    들은단순히구제의법을요구하는것이아니며,또한오키나와라는지리적범위

    에둘러싸여있는것도아니다.또반대로오키나와밖으로옮겨살고있다는것

    이결정적인분기선이되는것도아니다.중요한것은위기가구제를요구하는신

    청자로대표되는가운데,신청자로서스스로를밝힐수없는영역이신청이라는

    프로세스내부에구성된다는것이다.다시말해서그것은자연화된지리적범위

    를근거로한오키나와라는이름이신청의근거가되는가운데,스스로를밝힐수

    없는영역이토지로부터떨어져나와이탈할잠재적인가능성을껴안고있는사

    태이기도할것이다.또이러한잠재성은어떤지리적장소로의이동에서만현재

    53) 히로쓰 자신은 그 사태에 정신을 차렸는지도 모른다. ‘정신 차려!’라는 호령은 타자의 신체를 감지하는 신경계를 자신의

    내부로 비장(秘蔵)하게 하는 선언일지도 모른다.

  • 계엄령에 대하여

    111

    화(顕在化)하는것이아니다.신청자로서오키나와에머물고있는사람들도,신

    청자라고밝히는것에서이탈의가능성을획득하는것이다.중요한것은오키나

    와청년동맹이오키나와라는이름으로껴안고있는이사람들이위기에각인된

    일상을살아가면서자기들의삶이오키나와문제로해소되지않는다는것도동

    시에알고있는사람들이며,구제의법의불합리에서생성되는오키나와문제와

    는다른역사를떠맡은사람들이라는것이다.

    그리고소설「떠도는류큐인」속의‘자신’은미카에루다미요의위법한행위

    에서그의삶이가지고있는역사의생성을불온한미래로서예감했다.즉범죄라

    는사법적인정의가역사성을띠고구제의법과는다른가능성으로모습을드러

    내는사태를쓰러뜨려질지모른다는폭력의예감으로서감지했던것이다.이예

    감에는‘자신’이살고있는질서로부터의이탈가능성도있을지모른다.그것은

    오키나와문제를말하는양심적지식인으로부터의이탈이기도할것이다.그러

    나이예감은오키나와청년동맹의항의를받고,오해로서봉인되었다.

    하지만오해로서봉인한한쪽의당사자인오키나와청년동맹혹은오키나와

    문제의문턱에서침묵한사람들은끊임없는심문에의해사회가구성되어있다

    는것을일상상태로서감지하는사람들이기도하다.계엄령이나타내는것처럼,

    법이정지하고군사적폭력이질서를구성할때그질서형성의기점이되는것은

    법이아니라심문이다.일상은법적질서가아니라국가의군사적질서하에서군

    사화되고,사벨을휴대한채진행되는일본인인가아닌가의심문에서수행적으

    로창출되는것이다.사토하루오와히로쓰카즈오가승인한것은심문의장에서

    생성되는이국가와국민이다.

    그리고오키나와청년동맹은‘자신’이감지한불온한미래에틀림없이사벨

    의등장을예감했다.다시말해서,구제의법의불합리에서생성되는오키나와문

    제와는다른역사란이사벨의근방에있는것이며,오키나와청년동맹은화해에

    의해사벨의근방에서생성되는역사를봉인하고,또한동시에확보했을것이다.

    즉이역사는“나는조선인이아니다”혹은“외국인이아니다”라는응답이외의

    몸짓을심문의장에서보일가능성이며,그가능성은식은땀을흘리는신체에서

  • 특집

    : 재해

    와 일

    본인

    일본비평 7호112

    끊임없이감지되고있다.화해라는이름의봉인은이가능성을오키나와라는이

    름의내부에비장(秘蔵)했던것이다.그것은지금이“바뀔가능성이있는현재”이

    기도하다는것을의미한다.

    그비장된가능성이현세화하고역사가생성되는것을선취하여진압하는

    것이국가다.그것은니코스풀란차스(NicosPoulantzas)가말하는‘국가의비합

    법성’이며,“국가의비합법성은항상국가가설정한합법성속에새겨져있다.”54)

    합법성과비합법성,즉구제의법과계엄령,혹은오키나와문제와치안출동은새

    로운역사생성에대한안전판(security)을담당하는기구로서존재하는것이다.

    제국영토로부터이탈의가능성은우선자연화된지리적범위를기반으로한새

    로운법과국가의비합법성의등장,즉계엄령의근방에있으며,그결과제국의

    영토가재정의되어가는프로세스로귀착한다.국가적문제로서의오키나와문

    제와국가의비합법인계엄령은함께제국으로부터오키나와의이탈의가능성을

    지리적영토로재정의하는프로세스라고말할수있을것이다.그리고오키나와

    문제는아직까지도이프로세스가계속되고있다는것을보여주고있다.

    2011년3월11일의대지진과관련된사람들은자신들의신체에깊이새겨

    진상처를보상으로신청할것을강요받고있다.그러나동시에그신청은보상되

    지않는신체를확인하고확보하는것이기도할것이다.어느곳이든살수있는

    장소는이미사라졌고,박탈된삶은결코보상되는일없는무딘결의를떠맡는

    다.이러한신체가형성하는지각에의해,보이지않는감옥그리고국가의형상

    이드러나는것이다.위기를해결할수있는문제로설정하고,상처를계산가능한

    평가액으로바꾼뒤에보상을제시하는국가는동시에그법적절차의문턱에서

    시작되는‘새로운세계’(무토루이코)를선취하고예방적으로진압하는무법한국

    가이기도하다.재해는역시계엄령과함께있는것이다.

    관동대지진때그랬듯이,계엄령으로주둔하는군대가자신들을지켜줄존

    재라고생각하는사람과자신을진압할지모른다고예감하는사람이있을것이

    54) 二コス・プ-ランツァス, 『国家・権力・社会主義』, 田中正人・柳内隆 訳, ユニテ, 1984, 90쪽.

  • 계엄령에 대하여

    113

    다.위장복을착용한‘친구’에게서팔루자의흙과피의냄새를맡는사람도있을

    것이다.그리고계엄령의안녕을향수하는사람들에게도쓰러뜨려질지모른다는

    두려움이감춰져있다.이시하라가사용한‘삼국인’이라는말에는제국의유산위

    에서있는것에대한자각과동시에쓰러뜨려질것에대한두려움이대전(帯電)

    하고있다.그는계엄령에의지하지않으면자신의장소를유지할수없다는것

    을잘알고있는것이다.이러한자각을가진사람들은“일관하여‘유사’”(도바루

    가즈히코)인장소에패트리어트미사일(PAC-3)을배치하고그땅을자신의영토

    로매입하지않으려한다.55)그러나안녕을향수하는사람들의국가로부터의이

    탈도또한이계엄령에대한감지력에서개시되는것이다.박탈당한삶은「떠도는

    류큐인」들이떠안은역사생성의가능성을은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