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gang graduate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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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2009년 5월 4일 편집인 주간 원용진 | 편집장 박승일 (우편번호 121-742) 주소 서울시 마포구 신수동1번지 | 서강대학원신문사 전화 705-8269 팩스 713-1919 | [email protected] | 제작 일탈기획 (2275-8447) 서강에는 대학원 신문이 없다. 신문이 없다는 것은 각 단 과대학의 소식을 간추려 전할 매체가 없음을, 연구동향과 성 과를 알릴 수 있는 소통(疏通)의 장(場)이 없음을 말한다. 소 통의 부재는 필연적으로 단절을 낳고, 이러한 단절은 분과 학문의 경계를 넘어서려는 학문적 요구에 장애로 작동한다. 대학원의 목적이 지식인의 양성이라면, 그리고 이 지식인이 결코 고립된 영역에 한정된 기능인이 아니라면, 소통의 단절 을 극복하고 틀지어진 경계를 넘어서는 것이야말로 가르치 는 자와 배우는 자 모두에게 요구되는 소임이 아닐까. 때문 에 신문을 만드는 것은 단지 하나의 매체를 더하는 것에 그 치지 않고 말 그대로 서로를 통(通)하게 하는 길이며, 동시에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작지만 견고한 방법이기도 하다. 물론 신문이 소통을 저절로 담보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많은 경우 신문을 둘러싼 권력 다툼과 소통의 부재를 목도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이 그러할수록 더 치열하게 소통의 장을 이어가 야 하지 않을까. 소통이야말로 공감을 가능하게 하고 너와 나를 조우하게 하는 최소한의 그리고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해서 서강대학원 신문은‘소통을 허하라’라는 기획 의도를 가지고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이 봇물 터지듯 흘러나올 수 있 는 마당을 펼쳐보이고자 한다. 가르치는 자의 목소리와 배우 는 자의 목소리가 한데 엉겨서 밤하늘의 별 마냥 성좌를 이 루어갈 때, 바로 그 곳에 꿈이 있으리라 믿는다. 서강 안에 무수히 많은 얼굴을 담는다. 어느 하나로 환원 될 수 없는 이질적인 얼굴들이 교차되고 중첩되어 흐릿하지 만 얼핏 형상을 이룬다. 말없는 목소리들이 부활하고 얼굴 없는 면(面)들이 의미를 얻는다. 하지만 결코 하나는 아니리 라. 때문에 하나로 응축되어 있는 지층의 한 허리를 버혀내 어 그 속에 켜켜이 담긴 목소리들을 끄집어내는 작업은 다자 들의 말을 복원시키는 정치적 울림을 얻는다. 그것은 말을 통하게 하는‘소통의 정치학’이자 잊혔던 존재를 상기시키 는‘기억의정치학’이다. 거창한 의도로 신문을 발간한다. 봄날의 노곤함과 존재의 피로함이 작업을 더디게 만들고 열악한 환경이 손끝을 무디 게 만들지만 첫 술에 배 부르려는 욕심을 떨쳐버리고 여기 재창간호를 발간한다. 편집장 박승일 소통 허하라 ! 지면안내 <특집> 소통을 허하라 2면 소통(疏通)과 한국의 학술 문화 3면 반수사학 시대와 소통의 진실 4면 인간의 조건과 소통 8-9면 다윈 200주년 -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 기념 - 생명 기원을 밝히기 위한 한판 승부-진화 vs 창조 - 진화론의 진화 - 생물학을 넘어 사회학으로 가다 10-11면 『추방과 탈주』의 저자 고병권을 만나다 - 길 위에서 함께 배움을 청하며 12면 MB시대 디렉터스컷 혹은 딕태이터스컷 13-14면 손병두 총장 4년을 되돌아 보다 사설 누구를 위한 서강 50주년인가 기고 송영선과 신해철의 밀월관계 18면 붉은 입술, 차가운 사랑 에세이 여론 비평 인터뷰 기획 5-7면 근대과학의 이념 2000년대 거대한 변환과 칼 폴라니 소크라테스에게 길을 묻다 학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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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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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sogang graduate school

1082009년 5월 4일

편집인 겸 주간 원용진 | 편집장 박승일(우편번호 121-742) 주소 서울시 마포구 신수동1번지 | 서강 학원신문사전화 705-8269 팩스 713-1919 | [email protected] | 제작 일탈기획(2275-8447)

서강에는 학원 신문이 없다. 신문이 없다는 것은 각 단

과 학의소식을간추려전할매체가없음을, 연구동향과성

과를 알릴 수 있는 소통(疏通)의 장(場)이 없음을 말한다. 소

통의 부재는 필연적으로 단절을 낳고, 이러한 단절은 분과

학문의 경계를 넘어서려는 학문적 요구에 장애로 작동한다.

학원의 목적이 지식인의 양성이라면, 그리고 이 지식인이

결코고립된 역에한정된기능인이아니라면, 소통의단절

을 극복하고 틀지어진 경계를 넘어서는 것이야말로 가르치

는 자와 배우는 자 모두에게 요구되는 소임이 아닐까. 때문

에 신문을 만드는 것은 단지 하나의 매체를 더하는 것에 그

치지 않고 말 그 로 서로를 통(通)하게 하는 길이며, 동시에

이해의지평을넓히는작지만견고한방법이기도하다. 물론

신문이소통을저절로담보하지는않는다. 오히려많은경우

신문을 둘러싼 권력 다툼과 소통의 부재를 목도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이 그러할수록 더 치열하게 소통의 장을 이어가

야 하지 않을까. 소통이야말로 공감을 가능하게 하고 너와

나를조우하게하는최소한의그리고최선의방법이아닐까.

해서 서강 학원 신문은‘소통을 허하라’라는 기획 의도를

가지고무수히많은이야기들이봇물터지듯흘러나올수있

는마당을펼쳐보이고자한다. 가르치는자의목소리와배우

는 자의 목소리가 한데 엉겨서 밤하늘의 별 마냥 성좌를 이

루어갈때, 바로그곳에꿈이있으리라믿는다.

서강 안에 무수히 많은 얼굴을 담는다. 어느 하나로 환원

될 수 없는 이질적인 얼굴들이 교차되고 중첩되어 흐릿하지

만 얼핏 형상을 이룬다. 말없는 목소리들이 부활하고 얼굴

없는 면(面)들이 의미를 얻는다. 하지만 결코 하나는 아니리

라. 때문에 하나로 응축되어 있는 지층의 한 허리를 버혀내

어그속에켜켜이담긴목소리들을끄집어내는작업은다자

들의 말을 복원시키는 정치적 울림을 얻는다. 그것은 말을

통하게 하는‘소통의 정치학’이자 잊혔던 존재를 상기시키

는‘기억의정치학’이다.

거창한 의도로 신문을 발간한다. 봄날의 노곤함과 존재의

피로함이 작업을 더디게 만들고 열악한 환경이 손끝을 무디

게 만들지만 첫 술에 배 부르려는 욕심을 떨쳐버리고 여기

재창간호를발간한다. 편집장 박승일

소 통 을허하라!

지 면 안 내<특집> 소통을 허하라2면 소통(疏通)과 한국의 학술 문화

3면 반수사학 시 와 소통의 진실

4면 인간의 조건과 소통

8-9면 다윈 200주년 -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 기념

- 생명 기원을 밝히기 위한 한판 승부-진화 vs 창조

- 진화론의 진화 - 생물학을 넘어 사회학으로 가다

10-11면 『추방과 탈주』의 저자 고병권을 만나다 - 길 위에서 함께 배움을 청하며

12면 MB시 디렉터스컷 혹은 딕태이터스컷

13-14면 손병두 총장 4년을 되돌아 보다

사설 누구를 위한 서강 50주년인가

기고 송 선과 신해철의 월관계

18면 붉은 입술, 차가운 사랑에세이

여 론

비 평

인터뷰

기 획

5-7면 근 과학의 이념

2000년 거 한 변환과 칼 폴라니

소크라테스에게 길을 묻다

학 술

Page 2: sogang graduate school

2 2009년 5월 4일 서강 학원신문 108호특 집

소통(疏通)과 한국의 학술 문화

학문에서의 소통이란 무엇이며 또 기능은 무엇인가?

학원 신문사에서 소통에 관한 을 부탁받았을 때 주

저 없이 응낙한 이유는 내가 이 질문에 해서 오랫동안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소통이란 그 사전적 의미가“막히

지 않고 잘 통함”인데, 학문에서 막히지 않고 잘 통한다

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할까? 보통 우리는 어떤

사람이 꽉 막힌 사람이라고 할 때 이 사람과“소통”이 되

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양 철학과 사회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연구 주제 으며, 지금도 그런 위치를 차지

하고 있는 합리성 개념과도 소통은 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즉, 어떤 사람이 합리적(rational 혹은 resonable)

인사람인가라고물어볼때우리는소통이되는사람, 즉

화가되는사람을말한다. 예를들어서어떤문제에

해서 아들과 아버지가 화를 나눈다고 생각해보자. 아

들이 제기한 문제에 해서 아버지는 두 가지의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첫째는 아들의 문제 제기에 해서 긍정

적, 혹은 부정적 태도를 취하든, 그런 답에 한 근거를

댐으로서 자신의 답을 정당화하는 아버지들이 있고, 둘

째는 아들의 문제 제기에 해서 답할 가치가 없다고 하

며 무시하는 아버지들이 있을 것이다. 바로 첫째 타입의

아버지가 합리적이고 소통이 잘되는 아버지일 것이다.

좀 더 현학적으로 표현하면 첫 번째 타입의 아버지는 계

몽주의를 변하는비판적합리성을가진아버지라고표

현할 수 있다. 즉, “ 화”를 통해서, 혹은 더 나가서“논

쟁”을 통해서 무엇이 합리적이고 정당화될 수 있는가를

찾아내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합의에 이르는 것이“소통

적 합리성”(communicative rationality)이라 할 수 있

을것이다.

비판과 평가, 그리고 논쟁의 부재

짧은 에서 더 복잡하고 현학적인 얘기를 하는 것보

다 곧바로 이런 소통적 합리성이 국내의 사회과학, 인문

과학계에 존재하는가를 얘기해보자. 학문에서 소통의

정도는 위에서 언급한 소통적 합리성이 학문에 참여하

는 사람들, 즉“사회과학자들”사이에서 얼마나 실현되

고 있는가에 다름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소통이

누구와 누구사이에서 이루어지는가이다. 서구의 사회과

학과 우리 사회과학만을 놓고 비교해 봤을 때 우리나라

에서는 사회과학자들, 즉 전문가(professional)들 간의

소통이 서구에 비해서 매우 떨어지는 반면, 중과의 소

통은 매우 활발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 점

은 금방 이해될 수 있다. 서구에 비해서 우리나라에서는

텔레비전과 중 매체, 예를 들면 신문, 혹은 일반 잡

지-신동아 등-에 을 기고하는 사회과학자들을 너

무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사회과학의 사명, 사회

적 책임, 혹은 지식인의 사회적 기여라는 이름 아래

중매체에 을 기고하고, 때로는 텔레비전에 출연해서

강연하지만, 이런 형태의 소통은 위에서 언급한 합리적

소통-즉, 화 당사자 간의 소통-이라 할 수 없다. 왜

냐면 이런 방식의 소통은 사회과학자가 그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중에게 전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의 소통은 중이 사회과학자들의

일방적 지식전달에 해서 반 나 이견을 표출할 수 있

는 기회를 박탈한다는 의미에서“쌍방적이며 합리적 소

통”이라할수없다.

이에 더해서 한국 사회과학이 안고 있는 소통의 문제

는 한국의 사회과학자들은 정작 자신들이 속한 사회과

학 장“내”에서의 소통은 등한시 한다는 데서 찾아 볼 수

있다. 사회과학 장내에서의 소통이 원활한가를 측정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지표는 물론 학술지 안에서의 소통이

다. 학술지에 내는 소위 학술적 가치가 있는 들은 사

회과학 장내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끼리 만의“소통의

장”(communicative field)안에서 의미를 가진다. 그러

나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단순히 논문들을 학술지에

기고만 할 뿐 이들 들에 한 상호 비판과 감시, 그리

고 그에 따른 논쟁이 국내 사회과학계에는 거의 전무하

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실은 국내 학술지에 서로에 한

비판과 논쟁적 이 실리지 않고 있다는 단순한 사실로

도 확인되지만, 여러 가지의 다른 방법으로도 입증될 수

있다.

관료주의화된 등재제도

우선 학술진흥재단의 등재지, 등재 후보지를 선정하

는 제도를 보면, 과연 우리나라에 사회과학의 장

(field)-즉 전문가들만이 상호 작용하는 공간-이 존재

하는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왜 학술진흥재단에서 등

재지 제도를 만들었을까? 나는 사회과학자들, 인문과학

자들 중 어느 누구도 이에 해 의아해하거나 불만을 토

로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민주화를 부르짖는 민교협

도, 또 개별 학회도 이에 해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

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왜 등재지 제도가 만들

어졌는가? 서구의 학술지가 어떻게 운 되는가를 살펴

보면 답은 간단하게 나온다. 예를 들어 American

Journal of Sociology 나 American Political Science

Review 등미국뿐아니라세계적으로저명한학술지들

이 SSCI(Social Science Citation Index)에 등재됐기

때문에 유명한가라는 질문은 정말 우스운 질문이다. 이

들학술지들은Thomson사에서SSCI를만들기오래전

에 이미 학자들 사이의 소통과 경쟁을 통해서 그 집단에

서 가장 뛰어나고 창의력 있는 이라고 평가 받은 들

만을 게재함으로써 그 권위와 명성을 쌓아온 학술지들

이다. 즉, 서로의 연구에 한 치 한 비판과 논쟁을 통

한 소통을 통해서 어느 학술지가 권위 있는 학술지인가

가결정된다는것을의미한다.

학술진흥재단에서 등재지를 선정하는 심사에 참여해

본 사람들이면 누구나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에서 저명

학술지로 선정되는 것은 심사를 몇 명이 하느냐, 얼마나

자주 출간되느냐, 게재 거부율이 얼마나 되느냐, 학술지

를 발행하는 학회의 회원 수가 얼마나 되느냐 등의 소통

의 본질적 의미와는 하등 관계없는 피상적 항목에 매겨

지는 점수로 환산되는 지표들에 의해서 결정된다. 여기

서밝힐수는없지만몇년전에한국의유수한학회에서

초청받아서 강연했더니 자기 학회에 가입하라는 신청서

를 주면서 꼭 가입해달라는 것이었다. 이유는 학회 회원

수를늘려야자신들의학회지가등재지가되는데도움이

된다는것이었다. 이것이관료주의적발상의산물이라고

생각하는 데는 누구도 이견이 없겠지만, 그 책임이 바로

한국의사회과학, 인문과학자자신들이라생각하는사람

들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는 거의

모든 학회지가 등재지가“되어가고”있고, 현재 아닌 것

들도 등재지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이제 그 원래의

취지와는 반 로 등재지 제도는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

하고있다. 왜냐면모든학술지가등재지가되어가고, 따

라서어느학술지가권위있는학술지인가를구분해내려

는애초의취지는무색해졌기때문이다. 이는인문, 사회

과학을 막론하고 국내에서는 전문가들끼리 소통-지적

산물에 한 상호 비판과 논쟁, 평가-이 부재한다는 명

확한 증거이다. 그리고 이는 한국 인문∙사회과학의 질

적저하를불러오는가장큰원인임에틀림없다.

표절과 중복게재, 소통의 부재가 야기한

한국 사회과학의 질적 현실

사회과학자 상호 간의 소통의 부재를 여지없이 나타

내는 또 하나의 슬픈 얘기를 덧붙이면서 이 을 끝내고

자 한다. 우리나라처럼 사회과학자들이 정치권에 흡수

되어서 정치가로 변신하는 나라도 흔치 않다. 내가 얘기

하려는 것은 사회과학자들이 정치하지 말아야한다 뭐

그런 식상한 얘기가 아니라 소위 훌륭한 사회과학자라

고 해서 학계에서 이름이 알려지고, 중적으로도 이름

이 알려진 사람들이 정치권에 발탁되어서 소위“인사청

문회”에 회부됐을 때 거의 예외 없이 제기되는 표절, 중

복게재 의혹이다. 연일 텔레비전 토론회와 신문, 잡지

등에 등장해서 사회, 문화, 정치, 경제에 해서 마치 깊

은 지식을 가진 것 같이 떠드는 사람들이 부분 정치권

에 발탁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

거의 모두가 표절과 중복게재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

다. 정말 개탄해야 할 것은 이들이 표절하고, 중복 게재

를 했음에도 이를 알아 채지조차 못한, 혹은-만일 사실

이라면 더 슬픈-알았더라도 감히 폭로하지 못해온, 학

자들 간의 소통이 부재하는 한국 사회과학의 현실일 것

이다.

이번 호에서는‘소통을 허하라’라는 기획특집을 마련했다. 사회 여기저기에서 소통의 부재로 인한 문제가 유령처럼 출몰하고 있고 이 점에서는

학교 또한 예외가 아니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학문적 관점에서 조망한 소통에 해 이야기해보고 이를 통해 소통의 정치학을 구상해 본다.

김경만(사회학과 교수)

소통을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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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4일 3서강 학원신문 108호 특 집

반수사학 시 와 소통의 진실

말의‘홍수’와 소통의 위험

『홍수』에서 르 클레지오는 안개와 폐허의 장벽 뒤에서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낙원”을 응시한다. 조화롭고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미묘하고도 아련한 희열을 주던

장소 다. 그런데 인간은 결정적이고 급속하게 그 낙원

을 상실했다. 실낙원의 증후는 다채롭지만, 그 중“소리

들은 소란으로 변”했다는 목에 눈길이 오래 머문다.

“말[言語]들은 그 광란의 무용을 다시 시작했다. 말들은

서로 얽히고 덧붙여지고, 분할되고 하는 것이다.”말의

광란은 매우 심각한 지경이다. 말은 인간의 정신을 넘어

서고, 정신은 말을 따라가지 못한다. 소란한 소리로부터

인간의소외양상은깊은그림자를드리운다. 말들은“계

속 이어지고 거 해지는데, 정신은 그만 십분의 일 초가

부족하여 정신이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없게 되어 버리고

이윽고 그 말은 수많은 불균형이 폭발한 후에 무(無)의

심연으로 빠져 들어가, 광란(狂亂)과 밤과, 소리가 울려

퍼지는야수같은선풍속으로곤두박질치는것이다.”하

여“한층 더 은 하고 더 굉장한 말들”은 존재의 리듬을

파열하기에 이른다. “행복과 고통의 전언”도 균열을 벗

어나지 못한다. 소리의 소란과 언어학 로 인해 르 클레

지오의 주인공은 마침내 실어증에 걸린다. 현 문명과

인간 삶에 한 비판과 부정 의지가 남달랐던 작가다운

성찰이다.

소리가 존재의 숨결 혹은 존재의 리듬에서 일탈한

채 소란한 광란으로 치닫는 상황에 한 절망과 비판

이 비단 르 클레지오만의 몫일 수는 없다. 한국의 젊은

작가 한유주 또한 말의 홍수 시 에 절망한 경우다.

그녀가 보기에 우리는 지금 말의 홍수 시 를 살고

있다. 소란스러운 말, 거친 말, 폭력적인 말, “어떠한

반성도 회의도 추억도 갖지 못”(「그리고 음악」)한 말들

이 횡행하는 부정적인 수사학의 시 를, 한유주는 야

만적인 삶이고 문화에 불과하다고 진단한다. 반성적

혼의 숨결이 거세되었기에, 존재든 말이든 그 고유

의 자리를 알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한유주는 생각한

다. “경험은 초라했고, 그래서 가진 것이 없었다.”(「지

옥은 어디일까」). 세상에“슬프고 광포한 일들”은 무수

히 일어나지만, “슬픈 일들은 어떤 사람들의 기억하지

못하는 꿈과 기억하고 싶지 않은 꿈들을 환 처럼 드

리우고 세계의 뒷면으로 숨어들어”(「달로」)가는 형국

을 지긋하게 응시한다. 이런 상황에서라면 범어 어원

에서 숨결을 뜻하는 리듬, 그 생명의 원천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된다. 리듬이 거세된 현실에 한 도저한 인식

이 한유주로 하여금 종종‘음악’의 세계로 이끌리게 한

다. 「그리고 음악」, 「암송」등에서 보이는 것처럼, 소리

의 소란이나 그 때문에 형성된 증오는, 진정한 인간적

리듬을 함축하는 음악에의 동경을 통해서만 겨우 넘어

설 수 있는 어떤 것이다.

소통을 위한 리믹스

『펭귄뉴스』, 『악기들의 도서관』의 김중혁 또한 소통을

위한 예민한 귀를 지닌 작가다. 그의「자동피아노」는“어

째서 소리가 모이면 음악이 되는 것일까, 소리란 저절로

생겨나는 것일까 아니면 창조하는 것일까, 왜 어떤 것은

소리이고 어떤 것은 음악일까.”라는 문제를 고민하는 두

피아니스트의 화를 주조로 하는 소설이다. 비토는“음

악은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소멸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세상어디에나있는음을피아니스트가자신의몸으로육

화할수있어야한다고했다. 그러니까음, 소리가선재한

다. 피아니스트가 음을 만들어내서도 만들어낸다고 생각

해서도안된다. 다만투명한마음으로“자신의몸을통째

로 예술에게 빌려줘야 한다고”비토는 강조한다. 실제로

비토는 개별의 소리들이 제값을 잃지 않으면서도 음악으

로 통합되고, 그 음악이 속한 음악 장(場)에 허심탄회하게

조화를 이루며, 그런가 하면 다시 독립적인 소리로 생명

을 지닌 채 세계로 되돌아가는, 그런 리듬의 세계에 자신

의 몸을 빌려주고자 한 예술가로 이야기된다. 가령 비토

가연주하는소리를전화기를통해주인공이듣는장면에

서는, 독립적인 소리/음이 음악으로 수렴되고 음악을 통

해 다시 소리/음들이 확산되는, 수렴과 확산의 원환적 반

복과 순환을 통해서 소리와 존재의 숨결을 탐문할 수 있

다는 생각을 나눌 수 있다. 이때 개별 소리와 전체로서의

음악은‘따로-함께’공존한다. 나누어지는듯어우러지며

공존한다. 연주자와 음악, 수용자의 관계도 그와 흡사하

게행복한경험을하게된다. 근 이후인간과예술을괴

롭히며 숨결의 리듬을 방해하던, 주체와 객체의 험악한

분열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니까 연주가 이루어지는 현재

시간의 연주 행위는 독주일 수 없다. 소리/음, 음악, 연주

자, 수용자가 서로 스미고 짜이며 진정한 소통을 위한 생

명의 리듬을 합주한다. 작가 김중혁이 꿈꾸는 음악적 황

홀경은이런리듬의바탕위에서만가능한어떤경지다.

이런 맥락에서 김중혁의「엇박자 D」의 세계 역시 흥미

롭다. 음치에 가까워 박자를 제 로 맞출 수 없었던‘엇

박자 D’는 학창 시절 합창 공연을 망쳐놓은 상처를 지니

고 있는 인물이다. 무성 화 전문가로 성장한 그는 공연

기획자인‘나’와 함께 무성 화와 음악을 리믹스한 공연

을 한다. 공연의 끝에 그는 회심의 리믹스 작품을 관객들

에게, 특히 학창 시절 합창을 같이 했던 옛 친구들에게,

선사한다. “22명의 음치들이 부르는 20년 전 바로 그 노

래”라고‘엇박자 D’가 말하고 있거니와, 한 사람의 소리

가 둘, 셋, 넷, 다섯 사람의 소리로 바뀌면서 합창이 되는

데, 합창이라고 하기에는 서로 음도 박자도 맞지 않지만

잘못 부르고 있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 그런 노래 다.

‘나’는 그 노래가 매우 아름답고 절묘하게 어우러졌다고

느낀다. “아마도엇박자D의리믹스덕분일것이다. 22명

의노랫소리를절묘하게배치했다. 목소리가겹치지만절

서로의 소리를 해치지 않았다. 노래를 망치지 않았

다.”각각의 소리가 어느 한 곳으로 귀속되거나 구속되지

도 않고, 그렇다고 다른 소리를 해쳐 어설픈 혼돈의 도가

니를 만들지도 않은 절묘한 상태가 아닐 수 없다. 각각의

소리가주체이면서동시에객체가되어서로호응하는상

호주관성의지평에서상호생명을얻을뿐만아니라전체

의 생명을 얻는 장관이다. 합창이면서 독창이고, 독창이

면서 합창인, 이 세계는 불가능한 듯 보이는 개인과 집단

의 조화 가능성을 예술적으로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부조화의리듬을통해생명력있는리듬의형성가능성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그 같은 인류의 오래된 과제는 새삼

환기된다. 특히 합창/집단의 세계에서‘엇박자 D’는 타

자화된소수자의운명을벗어날수없었던현실의사정을

고려한다면, 작가가탐문한바‘엇박자D’에의한절묘한

리듬의세계는매우웅숭깊은것이아닐수없겠다.

리듬과 숨결의 소통을 위하여

소란스런 소리로부터 진정한 숨결을 지닌 리듬, 그 역

동적이고발견적인가치를모색할수있는음악의세계로

향한다는 것은, 넓게 보아 문학적 정의의 추구에 동참하

는 것이나 한 가지다. 여기서 음악의 세계를 지향한다는

것을, 혹은 리듬을 추구한다는 것을, 단지 좁은 의미에서

의 음악적 리듬의 구성, 그러니까 선율과 화성의 요소에

국한해서 생각하는 것은 곤란하다. 음악에서의 리듬도

“음길이와그강세만을 가지고결정하기어려운복잡성”

(서우석, 『시와 리듬』)을 지니고 있거니와, 문학에서도

“단지 언어의 객관적 사실들 속에서 작업하기 위해서, 즉

측정되고 객체화된 선조적 시간 속에 잔류하면서 창조적

시간화의 행위를 무시할 때 리듬의 본질을 놓치고”(김성

도, 『기호, 리듬, 우주』) 말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리듬은 변화무상하고 역동적인 불안정성 속에서

존재의 숨결과 기미들을 길어 올린다. 리듬은“흐름이자

동시에 과정”(김성도)이다. 현재 속에서 주체가 상과의

구체적인교섭과 화과정을통해역동적의미를창조적

으로생산해내는게리듬, 곧존재의숨결이다.

요즘 학문장에서 융합이나 통섭의 담론이 흔히 강조된

다. 예의담론이지향하는바역시진정한소통을통해존재

의 리듬 내지 존재의 숨결을 회복하려는 방향에 맞추어져

있어야하지않을까. 리듬이훼절된존재상태는위험하다.

위험상태는진정한소통을방해할뿐만아니라부정적소

통을 촉진한다. 그러면 존재의 리듬은 더욱더 헝클어지고

악화된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진실의 소통

이 필요하다.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각 분야의 전문가들

이탐문하는것이바로진실의자리다. 그런데그것이파편

적 진실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융합되고 통섭된 진실이라

야온전한 소통의지평을낳을수있고, 존재의리듬, 존재

의숨결을회복하는데긍정적으로기여할수있다.

소통을허하라�

우찬제(국어국문학과 교수)

Page 4: sogang graduate school

4 2009년 5월 4일 서강 학원신문 108호특 집

인간의 조건과 소통

해녀의잠수는보물캐기다. 숨가쁜잠수를하지만해

녀는바다밑바닥모든것을샅샅히건져올리진않는다.

생활에도움이될만한것을도움될만큼만건져올릴뿐

이다. 인간이 역사를 만드는 방식도 이 같지 않을까. 인

간은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그를 자신의 삶과 연결시킨

다. 과거의 삶에 담긴 보물을 캐 현재로 가져온다. 그리

고미래를새롭게연다. 해녀의잠수작업처럼보물을캐

어 새로운 미래를 여는 인간 능력을 아우구스티누스는

탄생성(natality)이라며노래했다.

바다속보물을캐는행위는해녀자신만을위한것은

아니다. 자신의생활에도움이될뿐만아니라타인의삶

과도연관됨을해녀는알고있다. 그의잠수는결코개별

적행위에그치지않는다. 물밖의세상과절연하거나선

행하는개인이아니라사회와의관계성속삶, 세계-내-

존재가 곧 해녀의 삶이다. 바다, 보물, 바다 바깥의 타인

을인식 상으로삼기도이전에이미해녀는그세계안

존재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의 내부에 복수성을 내포하

는존재다.

해녀의 잠수 뒤에는 인간의 탄생성, 복수성이라는 존

재 조건이 어른거리고 있다. 해녀의 잠수 뿐 만이랴. 인

간의 어떤 행위도 그 존재조건으로부터 자유스러울 수

없다. 그런데 그 존재조건이며 인간의 능력이기도 한 탄

생성과 복수성이 전에 없던 새로운 조건을 맞이하고 있

다. 과거로부터보물을가져오며, 남과더불어새로운미

래를열어갈수있는인간능력이점차위험한조건속에

처해 가고 있다. 더 가쁜 숨을 몰아쉬고 더 많은 물질을

해야하는해녀의운명처럼말이다.

탄생성과 복수성이란 인간 조건, 인간 능력에 한 논

의가 체계화되고, 그를 도모키 위한 노력의 경주가 요청

된 이래로 그들은 오히려 더욱 질곡에 빠져들었다. 복수

성을숨막히게하는치열한개인주의와탄생성을움쩍달

싹도 못하게 만드는 이기적 공동체 주의 탓이다. 그리고

개인주의와이기적공동체주의의조합을통해사회는경

제지상주의로치닫고있다. 그조합앞에서모든사회적

인 것, 정치적인 것은 몸을 숙이고 있다. 화폐가 인간을

말하고, 화폐가 인간을 평가하는 정치실종, 사회실종의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해서 탄생성, 복수성을 부정하는

구심력을거슬러가며탄생성, 복수성을되살리자는원심

력적호소가여기저기서터져나왔었다.

원심력적 호소가 너무 적은 탓이었던지 큰 성과를 거

두지 못했다. 원심력적 호소는 구심력을 이겨내지 못한

채 간간히 귓등을 스쳤을 뿐이다. 구심력에 탄력을 붙이

는 국가적 관성 탓이다. 애초 사적 개별 존재인 인간에

이기적 경제지상주의가 덧 씌여질 즈음 개별 존재는 방

황할수밖에없었다. 개인이가진탄생성과복수성이아

직 완전히 고갈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적 관

성은 개별적 존재의 방황을 이기적 경제 지상주의 공동

체 형성을 통해 끝장내려 했다. 개별적인 채로 유적(�

的) 존재가되어야하는인간의갈등적존재론을현 국

가들은 이기적 경제지상주의 공동체를 형성함으로써 봉

합하려했다. 개인의자기소외까지극복할수있는공동

체를 창조해 총체적 유적 존재로 인간을 이끌면서 헤겔

의 상상력 까지 넘어서는 경제 지상주의 총체성에 도달

한셈이다.

탄생성과복수성에희망의끈을놓지않으려는이들은

경제 지상주의 총체성에 다시 도전장을 내민다. 총체성

이 다 뒤덮지 못한 틈으로부터 그 도전장의 얼굴들이 삐

져나온다. 혹은 그 틈들에 도전장을 어 끼워 본다. 총

체성과그가다뒤덮지못한틈새를 결시켜보려한다.

탄생성과복수성에 한믿음을바탕으로도전장을던지

고, 관계의끈을잇고변화를모색한다. 어설프게이뤄진

개별적존재와유적존재간봉합에균열을꾀하려한다.

그래서 더 많은 이질적인 틈새를 발굴하고, 그에 해석을

부여하고, 새롭게틈새를만들려한다.

봉합된듯한총체성에눌려숨죽여온틈새찾기, 찾아

낸틈새와허세부리는총체성의관계맺기, 틈새간의관

계맺기작업을두고소통이라이름붙인다. 모험적관계

맺기, 이질적인 것과 줄 기, 그를 통한 새로운 모색을

포괄하는 개념이라 한다. 그러므로 소통은 때론 평화적

이지만 가끔씩은 전투적이기까지 하다. 바다 속을 어

내는 거 해녀에 맞서 그러지 말기를 요청하는 목소리

도, 숨가쁘게그를거부하며개별존재를조직해만든해

녀공동체의항의이모든것들이그에속한다.

해녀가바다와만나길거부했다면애초해녀는존재하

지도않았을것이다. 이질적인것간의만남을통해해녀

는 새로운 양가를 찾아냈고, 그를 타인에게 전할 수도

있었다. 소통은삶을더풍요롭게하고, 탄생성과복수성

을 더 단단하게 한다. 이질적인 것 간의 만남으로 인한

당혹함이나 낯설음을 풀기 위해 과거를 캐고, 타인을 고

려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통은 탄생성과 복수성

이라는인간조건을흐르게해주는엔진일수밖에없다.

탄생성과 복수성을 눌러 숨막히게 한 국가 그 엔진인

소통을그 로둘리가없다. 소통에끼어들기국가프로

젝트가 펼쳐진다. 정교하게 혹은 폭압적으로 이뤄지는

국가적 프로젝트 탓에 소통도 비틀거리게 된다. 같은 기

표를 활용하되 다른 기의를 갖도록 강제하는 국가적 프

로젝트가 여기저기서 벌어진다. 같은 생각을 갖도록 하

는 홍보, 전달의 의미로 소통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습속

을만들어낸다. 습속만들기국가프로젝트탓에이질적

인것은제거의 상이된다. 탄생성은잊어야할유산으

로읽어낸다. 복수성은거추장스러운이념으로처리되고

말 뿐이다. 사회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을 더더욱 죽이는

전체주의적경제지상주의사회로가는경향이짙어지고

있다.

거 해녀가 바다를 헤집으며 개별 해녀를 숨막히게

하고, 자원의미래를어둡게한다. 숨막힌해녀와고갈되

는자원을 하며푼돈을협상하고어쩔수없었다며위

로의 말을 전한다. 그리고 소통했다고 자부한다. 바다와

해녀 그리고 미래 뿐 만 아니라 소통조차도 질곡의 과정

에 접어든 셈이다. 그래서 오늘은 어둡고 내일은 더더욱

암흑이다. 모든 이질적인 것들이 설 수 있는 기반조차도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정한 소통은 더 절실

하고, 소통을질곡에서꺼낼의지는더더욱요청된다. 그

것만이희망으로보이기때문이다.

소통을 질곡에서 구해내 탄생성, 복수성을 회복하기

위한 희망 프로젝트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봉합된 것

처럼 보이는 총체성에서 틈새 찾기가 첫 번째일 듯하다.

총체성에 포섭되지 않았던 삶, 포섭 바깥에서 벌이는 삶

그런틈새찾기가소통을구하는첩경이다. 그런삶은창

조해내는 일 또한 소통의 전제다. 좀 더 열린 존재되기,

포용적유적존재되기를위한본보기들을찾고구성해내

야한다. 다시바다속을뒤지듯과거로부터보물을캐는

생성적연구작업도그에포함시킬수있을것이다.

분자적 운동은 어떨까. 자신의 정체성에 집중하여 그

고집을 놓지 않으려는 집착증이 아닌 다른 것에 모험적

으로접근해보고즐겨보는분열증적분자운동도소통을

회복하기 위한 전제다. 그러기 위해선 견고하던 울타리

를 허물어야 한다. 모든 자율적인 존재들의 연합이 그런

분열증적 분자운동이 가져올 결과일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어디에 있더라도, 그 장소에서 무엇이라도 될 수

있는 이접(�接)의 화신이 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코스모

폴리탄되기라고말해버리면지나친단순화일까.

중심을찾고, 그에기 는집착하는것은버릴일이다.

중심을 뺀 (n-1) 운동이야말로 진정한 운동일지 모른다.

중심을 자처했던 모든 것들은 탄생성과 복수성 그리고

소통을 배신했다. 중심은 틈새를 남기지 않을 총체성을

향해 달려야 하는 존재론적 운명이기 때문이다. 반동적

총체성을부수기위해찾은저항적총체성은필연적으로

저항마저도배신하게됨을역사를통해반복적으로지켜

보아온터이다.

해녀가 사라지고 있음은 탄생성, 복수성 그리고 그의

엔진인 소통이 질곡에 처하고 있음의 알레고리다. 하지

만 아직 물질을 하는 해녀가 남아 있음을 희망의 메시지

다. 국가적봉합프로젝트가아직은허술함을보이고, 그

에 도전장을 내 순간이 있다는 징후다. 인간이 살아가

야 할 만큼의 긴 시간 동안 바다도 살아야 하고, 그 안의

보물도 살아야 한다는 명제에 동의한다면 알레고리에,

메시지에, 징후에 눈길을 주어야 함은 당연함을 넘어서

의무적인일일것이다.

소통을허하라�

원용진(신방과 교수)

Page 5: sogang graduate school

1245년 파리 학. 얼마 전 자기 스승을 따라 옮겨왔다

는 한 학생. 스물이나 되었을까? 선생처럼 머리를 짧게

깎고 흰 옷 위에 검은 망토를 걸친 모습에서 교단에 몸담

은 수사임을 알 수 있다. 강의 주제는 최근에 이 학에

들어온아리스토텔레스자연철학. 난해한개념과미묘한

구분이 난무하는 가운데에서도 경청한다. “자연을 탐구

할 때에는 창조주 신이 자유 의지에 따라 창조한 모습이

아닌, 자연안에내재한원인에따른운동그자체를탐구

해야 합니다.”순간 빛이 스쳐 지나간다. 자기가 몸 바칠

일생일 의 기획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이 학생, 밤이면

노안의 선생을 위해 서기로 일하며 자기 학문을 이룰 날

을 꿈꾸던 이 청년이 이후 수백 년간 유럽 학과 가톨릭

교회 모두에서 권위로 군림한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1225-1274)이다.

시간과장소를바꾸어1664년 국케임브리지. 학에

서는 여전히 아리스토텔레스에 한 강의가 한창이다. 한

학생, 강의는딴전이고노트에무엇인가를끌쩍거린다.

『어떤 철학적 의문들』(Quaestiones quaedam

philosophicae)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노트 전반부는 이

학생이 수업에서 배웠을 법한 아리스토텔레스 논리학과

윤리학 그리스어 필기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만의 당당한

선언 로위표어이후고 의저자들은다시등장하지않

고, 신자연현상에 한자신만의자유로운사고와실험

에 한 구상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이 노트의 주인공

이훗날『프린키피아』와『광학』을저술하고근 물리과학

을정초한아이작뉴턴(Isaac Newton, 1642-1727)이다.

13세기 무렵부터 유럽 이곳저곳에 세워지기 시작한

학은처음에는상인이나장인들의길드와같은학생과교

사의조합(universitas, 어로corporation)으로출발했

다. 그리고 이러한 학들이 교과 과정의 중심으로 내세

웠던 것이 12세기부터 아랍 세계에서 수입되어 번역되기

시작한 아리스토텔레스 저작들이었다. 그리고 아퀴나스

와그의스승알베르투스마그누스처럼이들저작과기독

교성서, 교부저작을해석하고주석을다는학문탐구방

식을 보통 스콜라 철학(Scholasticism)이라고 부른다. 여

기서 철학은 아리스토텔레스 저작 부분을 포괄하며 특

히자연에 한탐구(곧지금우리과학이담당하는 역)

인 자연철학(natural philosophy)이 아리스토텔레스 학

문의핵심으로떠올랐다. 아리스토텔레스자연철학은전

통 신학과의 충돌에도 불구하고 (1210년과 1277년 두 번

의 금지령) 아퀴나스와 같은 이들의 노력으로 유럽 학

에 확고히 자리 잡았으며 이것이 근 초기 과학 혁명으

로 무너지기까지 자연에 한 기본 탐구 방식이었다. 이

렇게 자연에 한 탐구에서도 실험이나 관찰보다 아리스

토텔레스의 권위가 중시되었다는 점에서 중세 학은 근

학과 같은 연구 기관이 아니라 기독교 세계에 아리

스토텔레스 학문을 흡수하고 이를 전파하기 위해 세워진

기관이라고해도과언이아니다.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 자연철학에서 진정한 지식을

뜻하는‘과학’(scientia)은자연에 한새로운 사실과원

리들을 발견하는 활동이 아닌, 일반 원리에서 이미 알려

진사실들을끌어내고하나의체계로만드는활동을뜻했

다. 이러한 연역에 꼭 필요한 것이 바로 4원인 개념으로

이러한원인은우리가아는사실이왜그래야만하는가에

한 답을 준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원인 개념에 충

실하지 않은 탐구 형태, 예를 들면 원자론이나 수학이 들

어간 과학(mixed sciences, 곧 잡학)은 과소평가되어 학

문의 주변부로 려났고, 반면 신은 자체원인 또는 제일

원인으로불리며형이상학의중심주제로들어섰다.

그런데근 과학, 특히경험주의에중심이되는한경향

은 위와 같이 원인 개념으로 자연현상을 설명하려는 시도

를 거부하는 것이다. 이러한 반원인(anti-cause)은 물론

원인에 한탐구전체를배제하지는않지만, 어떤결정적

인 지점에서 설명과 체계의 완결성만을 위해 원인을 꾸며

내는 것에 반 하는 개념이다. ‘결정적인 지점’이란 뉴턴

이말하는바, “실험으로보일수있는이상”을뜻하며이렇

게“현상에서그유래를찾을수없는”원인에 한진술을

뉴턴은 가설이라고 불 다. “나는 가설을 만들지 않는다”

(hypotheses non fingo)는뉴턴의선언은바로이러한학

문탐구방식의거 한전회를의미하는것이다.

반원인이중세자연철학에 한부정적태도를 변하는

표어인 반면 근 과학의 이념을 긍정적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말로 기계론(mechanism)과 실험철학(experimental

philosophy)을 들 수 있다. 기계론은 보일의 비유 로 자

연을 시계와 같이 움직이는 거 한 기계로 파악하려는 생

각이다. 곧 자연 과정은 시계 톱니바퀴처럼 입자 알갱이들

이 서로 맞물려 운동하는 것이 전부라는 것이다. 기계론은

색깔, 냄새, 소리와 같은눈에보이는감각성질을 눈에보

이지 않는 입자 성질과 운동으로 분석하고 설명하려는 강

한환원주의(reductionism)의성격을띠며, 이러한환원주

의는 비단 17세기 역학뿐만 아니라 19세기 통계물리학, 최

근의 분자생물학에 이르기까지 과학의 성공 사례 뒤에 빠

지지 않고 등장하는 철학적 입장이 되었다. 여기서 환원주

의를거부하는것이마치근 과학과는조화될수없는신

념으로보는태도또한생겨나게되었다.

실험철학(experimental philosophy)은보일이나뉴턴

이기존자연철학과자기들의자연탐구방식을구분하기

위해쓴말이다. 이는물론우리가아는실험을통해자연

을 탐구하는 활동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그러한 실험과

결부된 여러 복합적 의미를 잊어서는 안 된다. 곧 실험에

한강조는현상을원인에 한가설보다중시하는사실

존중의 태도를 함축함과 동시에, 그러한 사실 또한 반드

시 그래야 한다는 필연적인 원인이 아닌, 실험 결과에 따

라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개연성을 모든 과학 법칙이

나 진술에 남기게 된다. 곧 원인에 한 가설이라는 것도

단지‘시험해’볼 수 있는 명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며,

이렇게우리가무엇이맞을지아닐지모르는상황에서시

험해 본다는 뜻의‘실험적’(experimental)이 그 원래 의

미에더가깝다고할수있다. 근 과학은바로이의미에

서‘실험’과학이며 그러한 실험으로 확립된 법칙이나 이

론은어디까지나개연적이기때문에, 새로운 역에서새

로운 관측이나 실험을 하게 되면 언제든 이와 모순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흔히 과학적 태도라고 알려진 사실

이나 증거를 편견 없이 열린 자세로 바라보는 태도는 그

자체로 근 과학에 고유한 특징이라기보다 이러한 실험

철학이라는뿌리깊은이념에서파생된결과이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근 과학 이념에는 과학 단체나 저

널과같은제도적장치, 교육을통한이념의보급, 신학과

조화와 립과 같은 외부 요인을 포함하지는 않았다. 물

론이러한요인들도근 과학과떼어서생각할수없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러한 과학 제도나 문화 형성에

는 이러한 이념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힘입어지금우리가과학이라고부르는자연탐구방식에

높은가치를두는문화가17세기에유럽에서형성되었고,

이것이 인류가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정도로 물질세계에

한 이해와 통제를 가능하게 했다. 따라서 근 학문에

서는 모든 인식적 가치가 과학 위에 세워지게 되었고 사

회(과)학, 의학 심지어는 인문(과)학 또한 과학을 표방하

는학풍이조성되었다. 이렇듯근 과학이념은 학이라

는제도또한알아볼수없게변화시켰고이제더이상고

저자에 한 언쟁과 주석이 아닌 현상에 한 탐구와

실험이 학을채우고있다. 물론아리스토텔레스학문을

어낸 지금의 과학 이념 또한 새로운 이념에 의해 려

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과학 또한 매우 거 하기는 하지

만 하나의 이념이며 지금 우리로선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새로운 이념이 미래에 탄생할지 모른다. 근 과학의 이

념에 한탐구는이러한길을열어놓고준비한다는점에

서창조적인작업이라할수있을것이다.

과 학

근 과학의이념

이정민(KAIST 인문사회과학부 우교수)

고 저자에 한 언쟁과 주석이 아닌 현상에 한 탐구와 실험으로 성립되는 근 과학의 이념에 해 살펴보고, 현재의 모든 학문을

기초에서부터 지지하고 있는 과학적 인식론에 해 이해해 보고자 한다.

Amicus Plato amicus Aristoteles

magis amica veritas

플라톤은(내) 친구, 아리스토텔레스도내친구,

하지만내진정한친구는진리

2009년 5월 4일 5서강 학원신문 108호 학 술

뉴턴의 학시절 노트.

1660년경 어떤 철학적 의문들 중에서 색에 해

Page 6: sogang graduate school

어제까지의 지구 경제는 자유로운 시장 거래, 지구적 자

본시장 통합, 치솟는 주가와 부동산 가격의 모습이었지만,

오늘은사람들이금융보호주의, 보호무역주의, 금융기관의

국유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실로 거 한 변환을 예감케 하

는순간이다. 이러한전환의시 , 19세기자유주의가현실

에 한 지배력을 상실해가고, 세계 전, 파시즘의 등장,

공황 등 일련의 폭력적 사태를 거치면서 맞이했던 거

한 변환의 시기를 살았던 칼 폴라니(Karl Polanyi)의 저서

『거 한변환』을음미해볼필요가있을것이다.

지배와 유토피아

‘사회에서 경제가 어떤 위치를 차지해야 할 것인가’하

는 질문에 답변하는 것은 폴라니에게 있어 평생의 과제

다. 이때, 경제의‘실체적(substantive)’의미와‘형식적

(formal)’의미를구분하는것은이과제를수행하는데매

우 중요한 출발점일 수 있다. 폴라니에 따르면, 실체적 경

제란 인간과 환경이 끊임없이 제도를 매개로 복잡하게 상

호작용하는 과정 자체를 의미한다. 반면 형식적 경제는

‘어떤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무엇

인가’라는 질문에 한 논리적 추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실체적 경제가‘사실’을 그 출발점으로 삼는다면, 형식적

경제는목적수단관계의‘논리’에서시작한다. 문제는이

두 가지 이질적인 경제의 의미를‘동일한 것’으로 간주하

는순간발생한다.

첫째, 논리적 형식이 복잡한 실재를 통제하고 지배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형식적 경제 이론은 비록‘자연’, ‘보

편’의 옷을 입고 있다할지라도 결국에는 세계에 한 특

수하고 인위적인 해석의 결과물이자 현실과는 거리가 있

는 유토피아적 상상에 불과하다. 그런데 형식적 경제와

실체적 경제가 동일한 것이라는 인식, 다시 말해 형식적

경제의 논리들이 곧 실재하는 사실들의 반 이라는 인식

이 사회에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게 되면 거 한 전도가

발생한다. 사실상 일체를 이루고 있어서 떼어내고 구별하

기 어려운 세계의 요소들을‘노동’, ‘토지’, ‘화폐’라는

허구적 상품형식의 이름을 붙여 서로 분리해내는 것, 희

소성 상태와 합리적 인간이라는 공리로부터 도출된 형식

논리에‘시장’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 시장의 논리에 따

라 상품형식들이 이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그것이다. 이

사유습관이 실재의 세계를 표하는 것이 되었을 때, 세

계의 모든 사실들은 시장이 파놓은 수로를 따라 일정한

패턴을만들어내며움직여간다.

두 번째 문제는 아무리 강력한 형식적 경제이론도 실체

의 경제를 완전히 포섭할 수는 없으며, 세계를 구히 지

배할수도없다는사실에서연유한다. 실체의끊임없는상

호작용과변동은형식적경제이론이구성한유토피아로는

감당할수없는이율배반을산출하며, 어느시점에이르면

사회는 이 유토피아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음을 선언한

다. 그리고이렇게사용연한이끝난유토피아를계속유지

하려하면할수록, 현실과유토피아사이의거리는멀어져

가고 굉장히 폭력적이고 파국적인‘형식’(form)의‘변환

(transformation)’, 즉거 한변환이야기된다.

신자유주의라는 유토피아

신자유주의는 리스크 계산이라는 또 다른 유토피아에

기초해 있다. 금융공학의 힘을 빌려 리스크를‘객관적으

로’측정할수있다는신화는세계 전이후주춤하고있

었던 자기조정적 시장이라는 자유주의의 강령이 급속하

게확산될수있는계기를제공했다.

교과서에서 말하듯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 가격은 미

래효용 혹은 미래수익에 기초해서 결정된다. 그런데 미래

의 수익이 예측 불가능한 것이라면 이 상품을 둘러싼 가

격 흥정도 어려운 것이 되고, 가격체계가 안정적으로 작

동하지 못하면 시장, 특히 온갖 신용관계가 확산되어 있

는 시장은 한 순간에 기능 정지 상태에 빠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시장은 국가나 공동체 같은 전통적

리스크 관리자와 불편하게 동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1980년 를 전후하여 시장의 행위자 스스로가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는 신념이 형성되었으며 이를 실현시킬 규

칙들이 만들어졌다. 사실상 리스크 평가 모델에 기초하고

있는 시가 회계가 새로운 회계기준이 됐다. BIS 비율, 순

업자본 비율, 지급여력 비율 같은 각종 금융기관에

해 리스크 계산에 기초한 금융 규제가 시행됐다. 각각의

시장 행위자들이 계산된 리스크를 반 하여 자신들이 보

유하고 있는 자산가격과 현금수익을 투명하게 공시하고,

리스크에 한 안전 책을 스스로 확보한다. 그리고 다른

시장행위자들은 이 공시된 가격과 계산된 리스크 수준에

기초하여 투자 및 거래 여부를 결정한다. 리스크 계산과

투명한 공개라는 규칙 외에는 다른 어떤 시장 규제도 필

요치않게된다.

이러한 변화는 국가, 기업, 은행, 가계와 같은 집단들의

위상과 행위를 변화시켰다. 국가는 국공채 금리 조절과 재

정 회계를 따라 움직이는 또 다른 시장 참여자가 됐으며,

공공정책, 사회복지정책은 시장 변동과 사회적∙산업적∙

사회적 살림살이 사이의 완충망이 아니라 시장 변동의 충

격을 살림살이에 고스란히 전달하는 전동장치가 됐다. 기

업은 시장의 변동에 따라 자산을 매매하고 비용을 조정하

는— 표적인 비용 조정 상은 노동 비용이다—자본시장

투자자가 됐으며, 은행은 산업적 자금 배분을 수행하는 집

단에서계산된리스크와수익성을따라움직이는투자자로

변화했다. 가계 역시 보험, 연금, 주식투자, 부동산 투자로

유지되는 투자 단위가 됐다. 기후, 범죄, 은퇴 후의 삶, 사

람의 몸과 같이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수많은 요소들

이 금융투자 상품으로 변모했고, 사회 전체는 시장, 특히

자산이거래되는자본시장의움직임에종속되기시작했다.

만약 리스크의 정확한 계산이 실제로 가능했다면, 신자

유주의의 신봉자들이 말해왔던 것처럼, 인류에게 가장 효

율적이고도 안전한 유토피아의 세계가 열렸을지 모를 일

이다. 하지만 현재의 경제위기는 리스크를 정확하게 계산

하고, 사회 전체를 이 리스크 계산의 바탕 위에 움직이도

록 만든다는 것이 바벨탑을 쌓는 일에 불과했음을 보여주

고 있는 듯하다. 사회 전체가 자본시장이 됐을 때, 사회는

자본시장의 논리를 감당할 수 없고 자본시장의 운동 방식

은 사회의 변화무쌍함을 감당할 수 없다는 단순한 교훈을

던져주고있는것이다.

사회의 복원

현재 신자유주의 체제는 기나긴 변환의 초입으로 들어

선 것으로 보이지만, 그 변환의 기간이 얼마나 될지, 변화

의 방향이 어떤 것일지, 그 깊이는 얼마나 될지는 쉽게 예

측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중장기적인 변환의 큰 방

향에 있어서 인간이 능동적으로 창조해 나가야 할 질서에

해폴라니의기획은어떤혜안을던져줄수있을까?

폴라니에 따르면, 가치 평가는 초역사적이고 자연적인

원천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그 사회가 지향

하는 특수한 목적에 종속되어 있다. 특정한 사회적 자원

이나 인간 행위는 해당 사회의 목적에 얼마나 기여하느냐

에 따라 가치 평가될 수밖에 없으며, 사회는 사회의 목적

에 맞는 가치의 할당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는 방법과

체계를 고안하기 마련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가치 평가

또한 이윤 혹은 자산의 증식이라는 목적에 기초하여 평가

되고있을뿐이라는점에서이러한‘역사성-사회성’을넘

어서지 못한다. 그런데 이러한 가치 평가가 무목적성, 자

연성이라는 환상은 오직 시장과 같은 특수한 제도가 특권

화되고자연화된결과의소산일뿐이다.

그렇다면 시장이냐 국가냐의 이분법은 새로운 질서를

상상하기 위한 적합한 틀이 아니다. 폴라니가 보기에 사

회는언제나‘전체적인것’이다. 다시말해사회는특수한

동기나 특수한 기능들로 환원될 수 없다. 시장과 국가를

립시켜 어느 하나만을 강조하는 것은 결국 특수한 기능

을 표현하고 있는 특정한 제도들을 특권화하는 시도일 뿐

이다. 시장 경제의 모델은 소비자로서의 인간의 삶의 측

면들을 제도적으로 특권화한 것이고, 국가중심의 명령경

제의 모델은 생산자로서의 인간 삶을 제도적으로 특권화

한 것일 뿐이다. 실제로 역사적으로 발견되는 사회의 통

합 형태는 단일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진화과정과는 다른

것이었다. 이 중 어느 하나의 제도 형식을 중심으로 전체

적인간삶을‘조직’하고자한다면그결과는인간과사회

전체의 황폐화를 초래할 뿐이다. 폴라니의 기획은 언제나

사회 자체를 최 한 온전하게 드러내고, 전체로서의 사회

를 복원시키는 것에 있었다. 제도나 절차는 사회의 목적

과 인간에 한 상상에 종속되어야 하며, 언제나‘사회란

무엇이고 인간의 살림살이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열려있어야 할 뿐 아니라 그러한 논의를 촉발시킬

수있도록고안되어야하는것이었다.

변환의 시기, 새로운 사회에 한 구체적인 해법은 언

제나 폴라니를 포함하여 과거 어느 시 사람의 몫도 아

니요, 미래 후손의 몫도 아니다. 우리시 의 몫이다. 수많

은 수학적 가치평가와 금융공학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환

상 속에서 한참을 헤매고 난 지금, 사회가 무엇이고 인간

의 살림살이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는 것이 바

로 우리의 몫이어야 한다는 폴라니의 한마디는 꽤 주의

깊게들어야할목소리라생각된다.

경 제신자유주의의 위기에 해서 말들이 많다. 하이예크 30년 이후, 자본주의는 어디로 향할 것인지, 혼란의 시 를 극복할 수 있는

해답은 무엇인지 칼 폴라니를 통해 알아본다.

2000년

거 한변환과칼폴라니

구본우(중앙 사회학과 박사 과정)

6 2009년 5월 4일 서강 학원신문 108호학 술

Page 7: sogang graduate school

오늘날우리가처해있는입장과고 아테네의역사적

상황 사이에 비슷한 점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소

크라테스가 아테네의 시민들에게“너 자신을 알라!”라고

외치던 그 절박한 상황이 우리의 입장과 놀라울 정도의

유사점이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들과 우리

들 사이에는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엄청난 거리가 가

로놓여 있고, 또 급속한 과학 문명의 발달로 생활양식이

나 사고방식에 있어서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 양자 사이의 유사점에

주목하고 이것을 문제 삼는 이유가 무엇일까. 말할 필요

도 없이 이것이 더 본질적인 요소라고 생각되기 때문이

다. 그렇다면그러한유사점에는어떠한것이있는가.

아테네를 통해 한국을 보다

우선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결 구도가 남북한이 치

하고 있는 분단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고 생각한다. 아테

네는 오늘날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자유민주주의를 표

방하 고개인의자유와권리를존중했던반면, 스파르타

는 북한과 마찬가지로 공산사회주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사회적평등과국가적일체감을강조하 다. 사실그러한

상황에서 싹튼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오늘날 조국의 분단

을초래하고남북한의 결을첨예화했다고볼수도있는

것이다. 여하튼 이러한 분단의 구조가 한민족의 발전을

저해하고 여러 가지 부정적 요소들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유사점이있는것이다.

그 다음 아테네와 남한 사이에는 경제적으로 급성장하

여 상업주의가 정착되고, 이에 따른 개인주의적 민주화

과정이급속하게진전되었다는유사점이있다. 이러한상

황에서는각자의능력에따라재산을축적하는것이원칙

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개인이 가치의 창조에 관여하게

되며, 따라서 극도의 개인주의와 상 주의 혹은 가치의

다원화현상이일어나기마련이다. 이러한현상을정치적

으로반 한것이자유민주주의일수밖에없는것은당연

한귀결이다. 그러므로정치적민주화는경제적상업화의

필연적인결과라고해도과언이아닐것이다.

그러나상업주의가팽배해있는민주주의사회에서정의

를실현한다는것은좀처럼쉬운일이아니다. 사람마다걷

잡을 수 없이 욕구가 분출하고 이해가 서로 충돌해서 투쟁

과분규가끊길날이없고, 허술한통치체제를틈타서각종

부정과 부패, 퇴폐와 향락등의현상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아테네와 우리 사회가 지니고 있는 세

번째유사점인것이다. 아마이밖에도고 아테네와현

의 우리나라 사이에는 여러 가지로 비슷한 점이 많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가장중요한것은분단의 결구조및

퇴폐와향락을조장하는상업주의그리고민주화란미명하

에 혼란만을 가중시키는 정치 풍토 속에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누구인지모르는채표류하고있다는점일것이다.

한국 사회에 던져진 소크라테스의 질문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소크라테스의“너 자신을 알

라”라는 외침은 지금 분단의 시 를 살아가고 있는 이 땅

의 시민들을 향해서도 울려 퍼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

은 진정한 민주 시민으로서의 자의식을 일깨우고 자율적

인인간으로성장하기위하여우선자신의무지를자각한

다음 자기의 위상을 정확하게 파악하라는 가르침이기 때

문이다. 그렇다면 소크라테스적 무지의 자각에서 우리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배울 것인가. 그의 행적과 죽음에 임

하는 태도로부터 우리는 자유 민주주의 체제에서 성숙한

시민으로살아가는데필요한덕목들을놀랍게도많이추

적할 수 있다. 그것을 우리는 개방적이고 비판적이며 반

성적 생활 태도 그리고 자율성, 합리성 및 도덕성을 강조

한사고방식이라고할수있다. 이제이러한점들을좀더

자세히살펴보자.

소크라테스는인류의가장위 한스승중한사람이면

서다른성현들과달리제자를거느리거나사람들을가르

치려 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질문을 계속 던짐으로써

지식이나 지혜를 과시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무지를 깨닫

도록 도와주었을 뿐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어떠한 선입

견이나 전제를 갖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누구와

도 기꺼이 화를 나누었다는 점에서 개방적이었다고 말

할수있다. 또한그는어떠한종류의권위도인정하지않

고 논증을 통해서 검토한 후 그 결과만을 받아들 다는

점에서 비판적 합리성의 면모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에

게정치적이든, 지적이든혹은종교적이든무조건적권위

는 허용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비판적인 태도는 그것을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에게까지 겨냥함으로써 절정에 달

하 고, 이것은 곧 삶 전반에 한 반성적 태도로 이어졌

다. 이러한 태도 때문에 그는 결국 아테네 시민들의 분노

를 자초했고 당시의 정권으로부터 외면당했지만 오늘날

민주사회에서 그것은 성숙한 시민의 바람직한 인간상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 우리는 인간의 존엄성을 믿으며 개

인의 자유와 평등을 지향할 뿐만 아니라 각자가 등한

입장에서인권의신장을요구한다. 이러한상황에서벌어

지는 갈등 구조에 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우리

는소크라테스의접근방식을고려하지않으면안된다.

소크라테스의 가장 위 한 면모는 역시 그의 이른바

‘철학적 순교’의 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는 결국 법

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사형 집행만을 기다리고 있었

다. 이 기간 동안 지인들의 배려로 탈옥의 기회가 있었는

데, 여기서 그는 조국에 한 사랑, 준법정신, 신과의 약

속 이행 등으로 그들의 권유를 거절하고 독배를 마신다.

물론 이러한 그의 입장에 해서 우리는 의견을 달리할

수 있다. 가령 국가관이나 종교관 혹은 법리적 해석에서

그와다른견해를가질수있는것이다. 그러나그가이러

한 문제들을 다루기 전에 고려한 세 가지 사항, 즉 자율

성, 합리성, 공평성등을우리는간과해서는안된다.

민주 사회의 토 : 자율성, 합리성, 공평성

소크라테스가 생사의 기로에서 맞이한‘도덕적 상황’

에서 우선 염두에 둔 것은 개인의 자율성이었다. 무슨 결

정에도달하든그는독자적으로결단을내리고그것에

해서 스스로 책임을 진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가 친지의

충고나 관습 혹은 주위의 억압이나 위협 같은 것을 고려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러한 것을

능동적으로판단하여자율적으로결정했다는것이었다.

그 다음 그는 합리적 사고를 중시하 다. 여기서 그가

염두에둔것은감정에치우치거나충동에의해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는 합리적 사고나 이성적 판단의

한계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야 말

로 인간이 지닐 수 있는 최고의 특전이며 최선의 기능이

라는 것을 그는 확신하 다. 특히 상황이 절박하고 위태

로울수록더욱냉철한이성적자세를견지해야한다고그

는믿었던것이다.

마지막으로 소크라테스는 결과가 지닌 공정성을 문제

삼았다. 그것이자신에게이로운지혹은해로운지가아니

라 과연 옳은 것인지 혹은 그른 것인지만 고려한다는 것

이다. 물론그러한판단은결코쉬운일이아니다. 그러나

중요한것은비록자신에게해롭다고하더라도옳은것이

라고 판단하면 그것을 선택하는 자세라고 할 수 있다. 이

것이야말로 도덕성의 기초이자 정의의 원칙이라고 해야

할것이다.

소크라테스가무지의자각으로부터도출한덕목은이밖

에도많이있을것이다. 그러나지금까지언급한그의사고

방식이나생활태도는민주사회의성숙한시민의자질을갖

추는 데 특히 중요한 사항들이라고 판단된다. 이러한 자세

를견지할수있다면사회적혼란을줄이고질서를회복하

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지적인 자만심을 제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 전횡과 부패, 종교적 권위와

독단에도숙고와반성의기회를마련할수있을것이다.

철 학

2009년 5월 4일 7서강 학원신문 108호 학 술

고 아테네와 현재 한국 사회의 유사점을 짚어봄으로써 민주주의에 필요한 시민의 덕목이 무엇인지 소크라테스를 통해 알아본다.

소크라테스에게길을묻다

엄정식(철학과 명예교수)

Page 8: sogang graduate school

다윈 200주년 -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 기념

8 2009년 5월 4일 서강 학원신문 108호기 획

인간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고갱의 미술 작

품 제목이기도 한‘인간 근원에 한 탐구’는 고 부터

지금까지 모든 사람의 화두 던 동시에 미지의 역이었

다. 생물의 생성문제를 논하려는 시도는 고 부터 있었

다. 그리스의 철학자 엠페도클레스는 흙, 물, 공기, 불이

결합하고 분리하면서 생물을 만든다고 믿었고, 아낙사고

라스는물고기에서유래됐다고믿었다. 철학자데카르트,

스피노자, 라이프니츠, 칸트, 헤겔도 인간의 근원에 해

연구했으나 관념적인 수준에 그쳤을 뿐 과학적인 증거를

제안하지는못했다. 사람들은종교만이이에 한해답을

줄수있는유일한존재라고생각했다.

그러나 18세기 이후 항해술이 발달하고 탐험이 늘어나

면서 그 동안 알지 못했던 많은 생물들이 발견되자 사람

들은 점차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기존의 분류체계인‘존

재의 큰 사슬’분류법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종과 종

사이엔명확한구분이있을까?

다윈, 신의 세계에 의문을 품다

스웨덴의식물분류학자린네는종들사이의구별이엄격

하지 않음을 보고 종이 변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며, 프

랑스의철학자뷔퐁은종들이현재는서로다르다할지라도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유래했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 18

세기말 국의E. 다윈은생물에내재된욕구가생물을진

화시키고 를이어진보하게만든다고주장했는데, 진화론

을확립한찰스다윈이바로E. 다윈의손자이다.

다윈은 갈라파고스 섬에서 5년간 머무르면서 핀치새을

연구했다. 핀치새는동일종이라도섬에따라약간씩다른

부리 모양을 가지고 있었다. 다윈은 격리된 환경에서 변

화의 속도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관찰한 결과 환경에

한‘적응’이 이루어진다고 추정했다. 다윈은 자연의 선

택을 설명하기 위해 맬서스의 인구론을 차용한다. 즉,

“인간사회의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이기고 환경에 잘 견

디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라는 맬서스의 이론과

같이, 자연에서도‘경쟁’을 통해 환경에 잘 적응하는 성

질을가진개체만이살아남는다는것이다. 다윈은맬서스

의「인구론」에서‘생존경쟁’뿐만 아니라 법칙적이고, 양

적이며, 연역적인연구방법에도많은 향을받았다.

진화론에 따르면 모든 생물은 근소한 변이를 하고 있

다. 같은종내의개체들도‘완벽하게’같지는 않는데, 이

러한 변이는 또한 유전될 수 있다. 적자생존의 결과에 따

라 종은 다양하게 진화 혹은 퇴화되고, 변이가 누적되어

변종이 된다. 그리고 이 과정이 쌓이면 드디어‘종’의 단

계에 이른다. 이러한 진화론은 인간이 하나님에 의해 창

조된‘특별한 존재’라는 지위를 박탈하는 엄청난 내용이

었기때문에과학계와종교계가크게반발할수밖에없었

다. 그러나 100년 후인 1968년, 알칸소 주에서 열린 재판

에서 진화론과 창조론의 지위는 전복된다. 진화론자들은

과학시간에 창조론을 가르치는 것이 부당하다며 이의를

제기했고, 이 재판에서 승소하여 진화론을 가르칠 수 있

게 된 것이다. 현 의 진화론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보편

적학설로인정받게되었다.

지적설계론자들의 반격

과학교과서에서 성서를 다룬 것이 결정적 패인이라고

판단한 창조론자들은 의도적으로 종교적 단어를 제외하

기 시작한다. 바로‘지적설계’이론의 등장이다. 지적설

계란다양한형태의생명이지성적인동인을통해완전한

모습으로 한 순간에 존재하게 됐다는 이론이다. 이들은

지적설계이론이신학이아닌과학에뿌리내리고있으며,

진화론과동등한 우를받을필요가있다고주장한다.

지적설계 이론은 캘리포니아 학의 저명한 법논리학

교수 존슨에 의해 주목받는다. 1991년 존슨 교수는 저서

‘심판 위의 다윈’에서 진화론에 사용된 과학방법론을

비판하면서, 생물이경쟁을통해진화한다면공작의꼬리

깃털처럼 적의 눈에 잘 띄게 하는 하등의 쓸모없는 요소

가 어떻게 발전하겠냐고 반문한다. 또, 눈과 같은 경우에

도, 눈이 완벽하게 기능하기 전에는 쓸모없는 부속물에

불과해 진화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한다. 즉, 눈이 2% 생

겨나더라도 2% 밖에 안 만들어진 눈은 생활에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4%, 6%로 점점 진화한다는 것이 망상에 불

과하다는것이다. 존슨교수는진화론이진화했다는사실

만 주장할 뿐, 그 방법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창조

론과 다를 것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창조론과 진화론의

단점을 수정∙보완하는 이론이 바로‘지적설계론’이라고

설명한다.

존슨 교수의 주장은 지적설계론을 진화론과 동일한 수

준의 과학이론으로 승격시켰을 뿐 아니라 기존의 창조론

교육에동의할수없었던교육수준이높은보수기독교인

의 마음을 움직이기에도 충분했다. 1996년에는 리하이

학에서생화학을전공한교수마이클비히가진화론비

판의 바톤을 이어받았다. 비히는 존슨이 법학을 전공해

과학의논리를잘모른다는이유로호응하지않았던기존

과학자들의 관심까지 이끌어냈다. 이후 수학과 철학, 신

학을전공한윌리엄뎀스키는저서‘설계추론’을통해비

히의 이론에서 취약했던 부분을 보완하고, 지적설계론를

강화한다. 더 나아가 지적설계론자들은 창조과학을 위한

디스커버리 연구소를 창설하고, 보다 조직적이고 학술적

으로지적설계론를정착시키기위한방안을모색한다. 그

중 표적인것이이른바‘쐐기’전략이다.

누가 쐐기를 박을 것인가

쐐기 전략이란 1999년 1월 시애틀의 우편물 수발실에

서 발견된 문서에서 유래했다. ‘쐐기’라고 적힌 문서의

표지에는 미켈란젤로가 그린 천지 창조, 즉 아담에게 생

명을불어넣는그림이그려져있었고, ‘최고기 ’, ‘배포

금지’등의 도장이 찍혀 있었는데, 이것이 바로 지적설계

론 운동의 장기 전략이었던 것이다. 통나무의 갈라진 틈

으로 쐐기의 날카로운 끝을 박아 넣으면, 시간이 흘러 쐐

기가 깊이 파고들면서 통나무를 쪼개는 것처럼, 아직 과

학적으로 모두 규명되지 않은 다윈주의를 공격함으로써

현 유물주의세계관자체를전복시키겠다는뜻이다.

쐐기 전략은 5년 단위로 나뉜다. 먼저 1단계에서는 과

학적연구와저술및출판이시작된다. 2단계에서는선전

과여론형성이, 3단계에는문화적 결과재건이이뤄진

다. 이러한 쐐기 전략의 궁극적 목표는 현 문화의 지배

적철학인자연주의를지적설계로 체하는것이다. 이러

한움직임이단순히사회일각에서벌어지는소소한소동

인것만은아니다. 놀랍게도부시전 통령, 로널드레이

건, 존메케인등 향력있는보수정치가들이지적설계

를 지지한다. 물론 이는 다른 각도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

다. 그들은많은표를목표로하는정치인이고, 70% 이상

이기독교이며창조론을믿는미국인의경우과학적사실

보다는 종교적 이유로 지지를 설득하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용기를얻은지적설계론자들은지적설계론을교과서에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2004년 도버에서 재 결을

신청했다. 지적설계론 진 에서는 지적설계론이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는 과학이론이기 때문에 이를 과학 시간에

함께 다룸으로써 다윈의 진화론을 보완하고 교육의 수준

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진화론 진 의 포리

스트는‘지적설계’라는 용어의 정의가‘창조’의 정의와

같고, 결국지적설계론은창조론의위장술일뿐이라고반

박했다. 그리고 이 재판을 담당한 존스 판사는 진화론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존스 판사가 바로 지

적설계론을 지지하는 부시 전 통령이 임명한 인물이었

다는것이다.

그 동안 진화론 진 에서는 지적설계론이 과학이 아니

라 상 조차 하지 않아 왔다. 그러나 창조론이 지적설계

론으로 부활하려는 조짐이 계속되자 결국 무시전략을 재

고한다. 2006년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 스티븐 핑

거, 제리 코인 등 현 사회의 내로라하는 저명한 석학들

이 모여 책을 출간했다. 생물학 뿐 아니라 심리학, 철학,

인류학 등의 분야에서 16명이 참가해 저술한‘지적사고’

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사실 과학계에서 진화론과 창

조론의‘논쟁’은 처음부터 없었다고 말한다. 창조론자들

이멋 로진화론을왜곡하고오용했을뿐이라는것이다.

진화론자들은초월적힘을가진존재로모든현상을설명

하는 창조론자들의 주장이 과학이 아니라 도그마에 불과

하며, 지적설계론자들이주장하는과학적근거들역시

부분 과학적 사실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비록 진화

론이 생명탄생과 진화에 해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앞으로 과학이 풀어내야 할 숙제

이지, 신을 인정함으로써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

이다. 리처드 도킨스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저서

‘만들어진 신’을 통해“신은 존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망

상일 뿐”이라고 단언하고 본격적인 무신론 운동을 개진

한다. 진짜논쟁을시작한것이다.

생명기원을밝히기위한한판승부-진화vs 창조

Page 9: sogang graduate school

2009년 5월 4일 9서강 학원신문 108호 기 획

진화론은 과학의 역을 넘어 문화, 예술에까지 그

향을 미치고 있다. 다윈은 이를“진화론과 성공적으로 결

합시킨 사례”라고 언급했으며 유전학자 도브잔스키는 진

화의 개념을 통하지 않고 생물학의 그 무엇도 의미가 없

다고까지말했다. 생물학의 역을넘어진화론은사회를

해석하는사회생물학, 인간의심리를해석하는진화심리

학, 그리고경제를설명하는진화경제학으로끊임없이진

화하고있다.

사회생물학

돌고래는부상당한동료를함께수면으로 어올리고,

코끼리는 넘어진 동료를 함께 일으켜 세워준다. 매를 처

음발견한지빠귀는경고음을냄으로써자신의위치를노

출시키지만 다른 새들이 도망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적

자생존을 주요 개념으로 하는 진화론에서‘이타적’행동

은 납득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이러한 사회적 행동을 진

화과정의결과라고보는것이바로사회생물학이다. 사회

생물학은 미국의 생태학자 윌슨이 저서‘사회생물학의

새로운종합’을발표하며처음제기했다.

사회생물학은이를설명하기위해두가지전제를사용

한다. 첫째, 생물은 종의 번식보다 종족의 번식을 우선시

한다는 것이다. 즉, 개체 자신의 생존과 번식을 희생하더

라도유전적으로가까운다른개체의번식성공률을충분

히 높일 수 있을 경우 이타적 행동을 지배하는 유전자가

확장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전제는 개체의 행동이 집단

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집단에서 공통된 행동을

하게 되면 침입자가 발생하더라도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두가지특성은‘종’이보다안정된삶을구

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회생물학은 생물 집단을 총

망라하여 어떻게 이들 사이에 집단이 형성되고, 제도가

생겨나며, 이타적행동이발현되는지를연구한다.

개체보다종을우선시하는유전적특성은사회적행동,

즉, 동물 사이의 결혼과 육아, 계급, 경쟁과 협력 등과 결

합하여진화한다. 사회생물학은인간행동의유전적기초

를 파악함으로써 제도의 발생과 진화를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문화의계승에있어유전자가어떻게작용하는가

는앞으로남은주요한연구과제중하나이다.

진화심리학

고 부터 철학자들은 인간의 심리를 신념과 욕구를 통

해 설명했다. 그러나 1920년 이후 윗슨과 스키너는‘신

념이나욕구는실재하는것이아니라상상의산물일뿐’이

라고주장하고, 외부의자극에의한행동만으로인간의정

신적 과정을 설명할 수 있다는 이른바 행동심리학을 주창

했다. 하지만60년 이후심리학자들은인간의행동을설

명할때신념과욕구를완전히배제할수없다고주장하는

인지심리학을주창한다. 진화심리학은진화론적관점에서

심리를 이해하려는 학문으로 신경계를 가지고 있는 동물

모두에적용할수있지만주로인간의심리를연구한다.

인지심리학은 인간에게는‘마음’의 역이 존재하고,

그마음은컴퓨터와같이매우복잡한프로그램으로이루

어져 있다고 말한다. 이 때‘마음’을 설명하는 요소로 진

화생물학을차용한것이바로진화심리학인것이다. 진화

심리학은마음이매우복잡하게설계되어있으나이는계

획적으로이뤄진것이아니라임의의자연선택과정을통

해일어났다고본다. 언어습득, 시각등매우복잡한매커

니즘을 가진 일종의‘모듈’이 중앙처리장치 없이 각자의

역에서활동한다는것이다. 이를자연선택에의해진화

된 심리학적 적응(Evolved Psychological Mechanisms,

EPMs)이라고 하는데, 표적인 EPMs로는 시각, 청각,

기억, 운동 제어가 있다. 이러한 각각의 역에서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바로 진화

심리학의연구주제라고할수있다.

진화경제학

경제적 현상을 바라볼 때 경제주체로서 인간의 특성을

고려하는것을진화경제학이라고한다. 진화경제학에 한

정의는현재학자들사이에서도의견이분분하지만논의의

시작은리처드넬슨과시드니윈터의‘경제변화의진화이

론’을통해처음으로시작됐다고보는것이일반적이다. 진

화경제학은 고전경제학과 달리 경제주체의 선택에는 효율

성외에도다른조건들이작용할수있다고볼뿐만아니라

경제주체의 합리성도 인정하지 않는다. 즉 경제는 역동적

인환경과함께변화하면서균형을이룬다는것이다.

진화경제학의핵심은경제라는것이근 경제학에서이야

기하는 것처럼 단순히 수요와 공급곡선에 따라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진화경제학이 생물학 지식을 받아들

이긴 하지만 생물학의 개념들을 그 로 차용하는 것은 아니

다. 일례로 진화경제학에서는 현재 생물학에서 오류라고 판

단하고 있는 라마르크의 용불용설 개념을 주요하게 받아들

이고있는데, 이는인간의주체성을인정하기때문이다.

취재기자 안지선

[email protected]

과학적 사기창조론자들은과학을어떻게이용하는가

필립키처 저 / 주성우 역 / 이제이북스 / 351P

여전히 많은 사람은 신에 의해 세상이 창조됐다고 믿는다.

비과학적이고 교조적인 창조론이 미국의 과학교육을 황폐

화시키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책을 저술했다는 저자는

어려운 개념을 놀랍도록 쉽게 풀이하고 있다. 저자가 서문

에서 밝히듯, 이 책은 종교적 신념으로서의 창조론을 비판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종교를 과학으로 위장하는 창조

론의 과학적 오류에 해 논리적으로 반박할 뿐이다. 지적

관용을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창조

론자들 탓에 과학적 추론 방법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기회를 놓쳐

서는 안 된다고 선언하는 전투적 진

화론가의 분투를 엿볼 수 있다.

심판 의 다윈 제2판 : 지적설계논쟁필립E존슨 저 / 이승엽∙이수현 역 / 까치 / 334P

진화론이 멋 로 신이 세상을 창조하는 데 걸린 시간을 규

정함으로써 지적설계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 책

은 지적설계론을 주장하는 저서 중 표로 꼽힌다. 디스커

버리 연구소 과학문화센터의 연구계획 고문인 저자는 화석

에서 중간 종의 존재를 찾을 수 없고, 파충류에서 포유류로

전이했다는 연결고리가 모호하며, 반증 가능성이 없다는 점

등의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진화론의 허점을 공격하면서 신

은 매우 오랜 시간에 걸쳐 규칙적으로

창조에 개입해왔다고 말한다. 다윈

주의의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저

자의 논리로 큰 반향을 일으켜 2판까

지 출간하게 된 이 책을 지적 설계 운

동의 출발점으로 보기도 한다.

다윈주의와 지적설계론존 벨라미 포스터 외 공저 / 박경일 역

인간사랑 / 291P

저자는 최근 지적설계론으로 다시 부상하는 창조론의 허

와 실을 규명하고, 이러한 운동이 고 그리스부터 어떻

게 진행됐는지를 살펴본다. 유물론의 기원을 에피쿠로스

로 설정하고, 마르크스와 다윈에 이어지기까지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살펴보는 역사적 배경은 흥미롭다. 저자들

은 지적설계론이‘신이 그렇게 했다는 논리’로 과학적

호기심에 한 풍부한 관찰을 가로막는다고 지적

하면서 신들이 사라져야 이성과

과학과 인간의 자유의지가 진정한

활동을 시작한다고 단언한다.

다윈 탄생 200주년을 맞아 다윈의 사상과 주요 논쟁점을 되짚어 본다. 진화론을 둘러싼 끝없는 논쟁들을 살펴보고,

진화론에서 파생된 여러 학문들을 이해함으로써 다윈 이후의 인간에 해 또 다른 질문을 던져본다.

진화론의진화-생물학을넘어사회학으로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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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009년 5월 4일 서강 학원신문 108호인 터 뷰

『추방과 탈주』의 저자 고병권을 만나다

이 책은 어떤 계기로 쓰게 되셨나요? 제목이 많은 말을

하는 것 같은데요.

사실 이 제목은 2006년 가을쯤에 결정된 제목이니까

책으로는 2년 반 만에 나오게 되었네요. 원고는 매번 필

요할 때마다 쓴 것이라서 사실 2년 반 동안 연구했다는

것은거짓말이고요.(웃음) 책앞에썼지만2006년초반에

우리사회에 있었던 새만금 문제, 출이 미군기지 건설,

노 통령의 한미 FTA선언 등을 보고 뭔가를 하자는 이

야기가 나왔거든요. 그래서 그냥 걷자는 제안을 했는데,

기왕 걸을 거면 좀 멀리 걷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근데

걸어보자는이야기를할때어떤뉘앙스가있었냐하면한

편에서는 참을 수 없으니까 뛰쳐나가는 측면도 있지만,

다른한편에서는우리자신이지금한국사회에서일어나

고 있는 일에 해 알고는 있는 건가에 한 생각이 들어

서기도 해요. 한 2주 정도 걸으면서 지역 사람들과 매일

토론회나 세미나를 열고 다시 걷고, 동네에 도착하면 세

미나하고 걷고 하면서 매일 세미나를 열었어요. 그 와중

에 이 책에 있는 첫 번째 원고, 국가의 추방하고 중의

탈주를떠올린거예요. 2006년4월에.

안산에서만났던이주노동자들, 개화도에서만난어민

들, 산에서 만난 농민들, 미군기지가 들어설 추리에서

만난주민들, 미군폭격지가있는매향리에서만난사람들.

다른 사람들에게 이 사람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있어

요. 정치라는것이일종의언어문제이기도하거든요. 아리

스토텔레스에 따르면 동물로서의 목소리(음향)가 언어(로

고스)로 변해가는 것이 폴리스인데, 이 사람들은 정말 목

소리로 존재하는구나 이 사람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른바 여론을 매개하거나 정

치적 의사를 매개하거나 운동을 매개하는 모든 기구들이

작동하지 않거나 혹은 이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있었던 거

죠. 자기목소리를 전달할 통로가 없을 때, 초 받지도 않

고자격도없는사람이말하려고끼어드는게난입으로나

타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첫 번째 엔 그런 뉘앙스로

‘탈주’를썼는데, 솔직히이때탈주의의미는뭔가약간좀

부정적인뉘앙스가있어요. 매개가작동하지않을때충돌

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어떻게 보면 불가피하게 강제되는

부분인거지요. 하지만다른한편에서는이런느낌도들었

거든요. ‘탈주’라는것의다른가능성이랄까? 우리의삶이

돈이나 권리로 환원되기 이전의, 일종의 백그라운드라고

할수있는어떤질서로다시구축될수있을까.

추방됨과 탈주함의 복합적 작동이 있다는 말 이신가요?

지금은 삶이 이루어지는 어떤 관계망이 붕괴되어 버렸

어요. 개화도에서 바다를 막으면서 붕괴된 것은 사실 자

연과인간과의관계뿐만아니라인간과인간사이의관계

거든요. 이젠 돈이랑 매개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

어요. 도시나 농촌이나 마찬가지죠. 어떤 의미에서 관계

망의 붕괴는 한 개인의 경제적 기반을 약화시킬 뿐만 아

니라 개인의 삶에 불안을 조성하거든요. 모든 책임에 개

인에게 귀속되고 개인은 극도로 고립화 되지요. 어부 한

분이 저한테 지나가면서 슬쩍 말했어요. 왜 농사를 짓는

지 물었더니 우리는 악착같이 살아야한다고, 그때 얼핏

하는 말이 농부가 돼서라도 어부가 돼야 한다고. 그 말이

저한텐 굉장히 세게 와 닿았어요. 삶을 계속 확장시키려

는, 다시 구축해 나가려고 하는 노력이 있잖아요. 어부가

어부이려면농부라도돼야한다고, 그렇지않으면떠나야

하니까악착같이버텨야한다고. 그런가능성속에서새로

운 삶의 구축이라고 그럴까요? 극히 어렵고 낮은 가능성

이지만 그런 힘들을 봤거든요. 탈주가 갖는 굉장히 중요

한 가능성이라는 느낌, 복원 돼야할 것이 뭐고 창조 돼야

할게무엇인지생각해보게됐지요.

두 종류의 탈주가 있어요. 하나는 불가피한 형식. 작년

인가? 홍세화 선생이 어떤 칼럼에서 우린 어떤 아노미를

강요받고 있다고 썼어요. 그런데 정말 맞아요. 어떤 적

적 실천으로써가 아니라 불가피한 실천으로써의 탈주들

이 일어나고 있잖아요. 그러나 다른 한편에는 긍정적 형

식의 탈주가 있어요. 이렇게 내쳐진 김에 오히려 뭔가 새

로운실험들을하는사람들이있다는거죠.

현재의 정치체제에서 어떤 방식의 탈주가 가능한가요?

저는 이제 최장집과 백낙청 선생의 문제틀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고 생각 합니다. 우리가 좀 더 성숙한 민주주의

를 가져야 할 문제인가 아니면 이제 다른 민주주의가 필

요한 것인가에서 전 약간 후자 쪽으로 기울어 있어요. 어

떤 참된 민주주의 상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80년 의

민주주의가있었고이젠다른민주주의가필요한게아닌

가하는 거죠. 기존 민주주의의 심화∙확장∙발전 이라는

틀이 아니라요. 가령 이주노동자에 한 예를 봐도 알 수

있어요. 최장집선생은민주주의를정당이다수의이해에

호응하려고노력하고서로정책경쟁을하는체제라고정

의하시는데, 그 속에서 배재되는 소수자들은요? 공론장

이라는 역은상식과통념이지배하는 역이에요. 그런

데 거기서 배재를 경험하는 사람, 즉 의 과정에서 의

라는 형식 자체가 배재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가령 여기

서 삶을 살아가는 이주노동자는 이 삶에 한 결정권을

가질수없거든요. 시민권을안갖고있어서요. 다시말해

민주화 과정이 다른 한편으로 배재가 공고화되는 과정일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 사람들에게 투표권주고

표를 뽑으라고 하면 풀 수 있는 문제인가에 해선 회의

적이에요. 이주노동자라는 존재가 우리에게 전혀 상반되

는 질문을 던지는 거지요. 기존의 민주주의를 확 심화

시키는문제가아니라다른민주주의를상상할수없는가

하는문제말이에요. 민주주의가우리에게뭔가라는질문

『추방과 탈주』의 저자 고병권을 만나 현 한국 사회에 한 그의 생각을 들어

보았다. 길 위에서 함께 배움을 청하는 그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탈주에 한

구체적 실천 지점을 함께 사유해 보고자 한다.

“추방, 그것은 지난 십여 년간 한국 사회에서

일어난 일을 말해 준다. 탈주, 그것은 앞으로 일

어날 일의 전조이다. 길 위의 무수한 중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에 한 증언이자‘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에 한 예언이다. 아직은 웅

성거림이고, 아직은 머뭇거림이지만, 속삭임의 말

들은 급속히 퍼져 나가고 있다. 그러다 여러 말들이 갑자기 하나의 언어로

짜이는 순간이 올지 모른다. 그때 중은 더 이상 속삭이지 않고 명확한 언

어로말할것이다. 이제때가되었다고.”

길위에서함께

배움을청하며

Page 11: sogang graduate school

2009년 5월 4일 11서강 학원신문 108호 인 터 뷰

을 다시 한 번 던질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

론 표적인 두 분을 상정하고 말했지만 좀 더 넓게 보면

80년 민주화 운동이 이제는 근본적으로 다시 사유되어

야할때라는생각이들어요.

이에 한 구체적인 실천 지점이 있나요?

탈주를 정의하는 맥락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간에 낯설

어 지는 것이 필요해요. 국가에 이해받지 못하는 상황을

불안해하는 중이있고그 중을불안해하는권력이있

는데 서로가 서로에게 굉장히 낯설어지고 있죠. 그런데

권력은그낯설음을깨서투명하게만들려고하는 낮에

한 열망이 있다고 할까요? 환하게 봐야겠다. 복면 같은

걸 벗겨서 어떤 놈인지 봐야겠다고 하는 욕망이 있죠. 그

러나 역설적으로 중은 더 알 수 없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어요. 추방되고배재되니까자기를설명할틀과언어가

없으니까요. 그래서웅성거림속으로계속 려나는데저

는 이렇게 생각해요. 만약에 탈주의 어떤 실천적인 지점

을 상상할 수 있다면 이러한 상황을 더 가속시킬 필요가

있다는 거죠. 익명성을 더 강화해야 된다는 겁니다. 서구

철학에서는익명성을자꾸어디숨는거나감추는것이라

고 생각해요.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하고. 중에 휩쓸리

는 건 자기를 잃어버리는 것이고, 개인의 얼굴이야말로

진정한얼굴이라고생각하죠. 그런데 중이란존재가있

다면 그의 얼굴은 참 익명적일 거라고 생각해요. 익명성

은 감춤의 양식이 아니라 드러남의 양식이거든요. 뭔가

드러나는거. 그래서 중이하나의힘으로작동할때, 가

령 미네르바가 중의 얼굴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복면

을벗겨보니까전문 졸업생이니뭐니하면서변변치못

하다고말하지만사실복면을벗김으로써밝혀낸건실체

가 아니라 중의 힘을 잃은 한 사람의 얼굴에 불과하거

든요.

익명의 얼굴이 어떤 정치적 효과를 가질 수 있나요?

저는 중들이더노골적으로복면을써야하고더익명

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국가나 기업에

확실히파악되지않는말이나삶의여지가더있어야한다

는 거죠. 은 한 네트워크, 더 은 해지고 밖으로 드러나

지 않음으로써 곧바로 간파되지 않는 것 말이죠. 예전에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왜 미군이 베트남전에서

패배했을까. 베트남 사람들이 너무 은 했다는 겁니다.

저 꼬마아이가 베트콩에 미군들 위치를 알려주러 가는지

그냥 어린애인지 알 수가 없었다는 거예요. 실제로 아이

들중에그런아이들이있었거든요. 구부정하게걸어가는

노인네가스파이인지아닌지모르잖아요. 그런경우에권

력은 굉장한 불안을 느끼는데 가장 두려워한 건 정체를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죠. 여기서는 하나의 정책밖에 없

어요. 몰살. 그래서 미군들은 인민을 다 몰살해 버렸다는

거예요. 모르겠으면 죽여 버리면 확실하니까. 그런데 그

것이 결국 미군이 승리할 수 없었던 이유에요. 은 하게

된 중을이겨낼수없다는거지요.

힘이 없는 사람이 자기를 말해야할 때 전 얼굴을 가려

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민주주의라고 생각해요. 칸

트의예를들면, 친구가집에숨었을때경찰이친구가집

에 있냐고 묻는다면 나는 진실을 말해야 하는가 아니면

말하지않을권리가있는가하는겁니다. 민주주의는말하

지않을권리, 거짓말할권리가있다고생각해요. 감출권

리,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 내가 내 신체 부위를 가릴 권

리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민주주의 아닌가요. 중

들은더은 해져야하고삶의다른여지들을많이만들어

야 한다고 생각해요. 은 하다는 게 꼭 반체제적이라는

게 아니라 국가권력이나 자본에 투명하게 노출되지 않는

것이거든요. 이것이매우중요하다고봐요.

오히려 법은 익명성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제정되고 있잖

아요.

최근에한국민주주의가법치주의로흡수되는느낌이있

어요. 법 안 지키는 사람들은 민주주의 사회에 살 자격이

없다는거지요. 마치민주주의가법치주의인양. 그래서지

금 민주주의가 법과 제도의 형식인지 아니면 삶의 양식인

지 다시 한 번 물어보고 싶은 거예요. 어떤 문제가 법으로

제정되지않았으면막싸울수있는데, 일단국회에서통과

가되면백분토론같은데서도법은지켜야되지않느냐고

말하잖아요. 그럼 할말이없어요. 저는우리가 이두가지

차원을 구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법 로 사는 것과 사는

법을 배우는 것. 이 둘은 완전히 다르거든요. 법 로 사는

것은다만초월적인명령, 규칙들을따르는것에다름아니

지만사는법을배우는것은차원이달라요.

삶을 구축하는 면에 있어서 조금 배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법 로 살기 이전에 사는 법이라는 차원

에 한 환기가 필요하고요. 가령 교사라면 학교에서 학

생들을 가르치는 한편 학생들과 다른 방식의 소통을 할

필요가있고, 주민이라면등산모임을만들거나다른지역

주민들하고 다른 뭔가를 함께 할 필요가 있다는 거예요.

이게퍼져나가면이정도로우리가불안해하지는않을거

란 말이에요. 이게 굉장히 중요한 차원이에요. 만약에 탈

주에 관한 긍정적 가능성을 말할 수 있다면 살아가는 법

이나 우리식의 질서를 만들어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 거예요. 이 얘기를 책에 쓰면 좀 허망해질까봐 문제

를제기하는선에서끝냈지만속마음은진짜탈주라고하

는 것이 무엇으로부터 도망치는 게 아니라 자기 삶으로

돌아가는 거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거든요. 자기가 좋은

삶에 해서 알지 못하면 국가에 살기 좋게 해달라고 빌

잖아요?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탈주’를 시도해야 하나요?

니체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는 작은 실험국가로 존재해

야 돼요. 니체가 철학한다는 거에 재밌는 정의를 내린 적

이 있어요. 얼음밖에 없는 산에 혼자 살고 있는데 배가 너

무 고픈 거예요. 그런데 저기 생전 처음 보는 동물이 쪼르

르 기어가요. 그러면 어떡해야 할까요? 당장 잡아야죠. 징

그럽다고쳐다만볼수는없잖아요. 만약알록달록하고화

려한 버섯이 있다면 그냥 지나가야할까요 먹어야할까요.

물론그걸한번에다먹으면죽을거예요. 정말모아니면

도죠. 그럴 때 어떻게 하냐면 쪼금 떼어가지고 먹어보는

거예요. 배가아파서미칠것같으면그만둬야겠지만바로

포기해야할까요? 아니요. 바로 포기하긴 너무 일러요. 한

번삶아봐야죠. 그리고또조금먹어야돼요. 무슨말이냐

하면탈주하는것은없는것에서부터가아니라가지고있

는것에서부터점진적으로시작해야한다는거예요.

아직도국가는중요해요. 국가가담당하는부분이있고

시장이작동하는부분도있어요. 그런데그게타도한다고

없어질까요? 필요가 존재하는데요? 저는 국가가 거추장

스러워지면 그때 파괴될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 당장 국

가가 없어지는 건 불가능 하거든요. 탈주도 마찬가지인

데, 탈주라고하는게떠나게되는걸전제하거든요. 하지

만 그냥 신경질적으로 뛰쳐나가면 탈주가 아니라 자살이

고도피에요. 탈주는도망칠때조차도뒤쪽에서쫓아오는

적들과 싸우고 있어야 해요. 그리고 나아가면서 길을 개

척해야 하고요. 그래서 탈주를 한다는 것, 다른 민주주의

를 실현한다는 것은 지금과는 다른 삶에 해 뭔가를 실

험하는것이지밑도끝도없는신념에기반하는게아니라

고생각해요. 다른삶, 다른민주주의가있다고믿는사람

은 지금 이 자리에서 그게 뭘까 실험해봐야 한다는 거예

요. 지금-여기서조금이라도그런삶을시도하는게굉장

히 중요한 실험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런데 여러 이유 때

문에 탈주를 할 수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되는지 묻거

든요. 저는그말때문에할수가없다고생각해요.

촛불에 한 국면적 분석이 새로웠습니다. 특히 사제의

개입에 한 지적은 굉장히 날카롭던데요.

사제의개입은촛불의의도와는아무상관이없었어요.

마지막에 가서 사제들에게 호소했다는 것 그리고 사제들

이 그 임무를 자처했다는 것, 그 과정에서 구호들이 조금

씩 변하기 시작했다가 돌연 승리가 선언됐다는 것. 그건

저한테는좀심하게말하면낡은것이돌아왔고우리에게

너무 익숙했던 것 우리가 넘어서려고 했던 것들이 다시

돌아와 버렸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 자리에서

필요했던건우리를 신해서말해주는사람이아니라다

시말해, 우리를보호해줄방패가아니라그국면을돌파

해줄 창이 필요했던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경험을 했거

든요. 촛불 집회 중에 한 여섯 명쯤의 학생들이 전경들

쪽으로 돌멩인가 뭔가를 던졌나 그랬어요. 뭘 던지니까

전경들이그 학생들주변을완전히둘러싸버린거예요.

굉장히 위험한 순간이었는데, 그때 교수들 몇 명이 전경

들을 뚫었어요. 교수들이 학생들 몇 명 데리고 전경들 사

이를 뚫었던 거예요. 전경들도 막 당황하더라고요. 자기

의제자들이라고말하면서애들을내보내는거예요. 저는

그장면이매우인상적이었어요. 아, 누가뚫어줄수도있

구나. 소위 지식인이라는 사람이 누구를 변해주는 게

아니라 뚫어줄 수도 있구나. 사제의 개입 지점도 어쩌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위험한 상황으로부터 지켜주고

신 말해줌으로써 상황을 종결시키는 것이 아니라 새로

운활로를모색하고막힌국면을돌파함으로써상황을새

롭게 전개할 수는 없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비폭력 직접행동, 직접적인 폭력을

쓴다는게아니라폭력에굴하지않는다는의미에서개입

할수있는구체적지점을말해주는것이라생각해요.

연구자 중이란 무엇을 의미하나요?

연구자가 중이랑 다를 게 없다는 거예요. 농민 중,

노동자 중처럼연구자 중이있다는거지요. 연구자가

뭘 가르치나요? 우린 서로가 서로를 배우게 한다고 생각

해요. 가령 농민의 어떤 삶이 노동자에게 생태적 배움을

줄 수도 있어요. 노동자의 생산 활동이 예술가에게 감

을줄수도있고요. 예술가가만든어떤 화나작품이연

구자에게어떤 향을주기도해요. 가르친다는말을너무

싫어해요. 계몽 개념에서 나온 거잖아요. 누구의 삶을

신 살아보고 가르쳐줄 수가 없어요. 다만 우리의 어떤 활

동이 다른 사람들을 배우게, 깨닫게 할 뿐이지요. 그래서

위 한 교사란 배우게 하는 자라고 생각해요. 가르치는

자가아니라새로이배우게하는자가아닐까요?

“배후에 절망감을 둔 단호함도, 배후에 소심함을 둔

소박함도, 좋은 선택지가 아니다. 승패를 확정하려는

열망은, 우리가 지금‘과정’중에 있으며, 앞으로도

‘과정 중의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부인하려

는태도, 더정확히말하자면‘과정을빨리끝내고싶

은’피로감의산물이다.”

“이 책에는, 비록 내 짧은 지식과 둔감한 신체 탓에 제

한되기는했지만, 앎의장소, 앎의신체가있다. 문장들

속에서나는‘거기’와‘그들’을떠올릴수있다. 문장들

속에서나는‘여기’와‘우리’에 해말할수있다.”

인터뷰 및 정리 박승일

Page 12: sogang graduate school

12 2009년 5월 4일 서강 학원신문 108호비 평

화연구에서가장활발한연구분야중하나는작

가주의 연구이다. 작가주의는 불어인 오떼리즘

(auteurism)을 번역한 것으로 작가, 저자라는 뜻의

불어 auteur에서 유래하 다. 체로 화 연구자들

은 일련의 시간의 누적 속에 지속적으로 독자적인 작

품세계를펼친 화감독에게작가의칭호를부여하곤

했다. 새롭게 작가를 발굴하거나 기존 작가를 재조명

하기도했다. 화를산업이아니라예술로격상한이

로, 자신만의독특한세계관을창조한이로작가를평

가했다. 작가의 존재로 인해 화 매체는 음악, 문학,

미술과같은다른예술매체와어깨를나란히하게되

었다. 제작자의 상업적 통제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고

집스레 자신의 창조성을 관철한 이에게 존경과 경외

의헌사가쏟아진것은자연스러운일이었다.

작가주의가 소수의 작가 감독에게만 해당하는 것

은 아니다. DVD가 등장하며 일반화한 디렉터스컷은

작가가 되고픈 모든 감독의 욕망을 잘 드러낸다.

DVD는 디렉터스컷까지 동시에 담을 수 있을 정도로

저장 공간이 충분하 고, 음성 코멘터리와 삭제된 장

면 추가 등과 같은 하이퍼링크적 속성은 감독이 극장

판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다시 말 할 기회를 제공하

다. 꼭 작가로 칭송받지 않더라도, 제작자와 험한

말을 섞지 않더라도 감독은 창작자로서 자신의 화

를 통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제작자 입장

에서도 DVD의 디렉터스컷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

었다. 이미 극장판을 통해 일정한 수익을 달성한 만

큼 디렉터스컷의 추가는 또 다른 수익을 더하면 더했

지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았다. 디렉터스컷은 새로운

부가수익상품이었다. 화의 완성본을 놓고 돈을 댄

제작자와 창작을 한 감독이 벌이는 상업성과 예술성

의지루한실랑이는DVD 속에서는행복한화해를맺

은것처럼보인다.

허나 이것으로 문제가 종결된 것일까? 규모 상

을 목적으로 하는 상업적 매체이며 동시에 촬 , 조

명, 음향, 연기와 같이 집단 창작 매체이기도 한 화

매체에 창조자로서의 작가 개념이 적합한 것일까? 보

다 근원적인 질문을 제기해보자. 제작자와 감독의 다

툼 사이에서 정작 화를 관람하고 즐기는 수용자의

입장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작가주의는 수용자의 자

리를허락하지않는것같다. 수용자는작가주의에노

출되는 상으로간주하는경향이크다. 그반 입장

도 마찬가지이다. 제작자의 상업주의 역시도 수용자

를 티켓 구매자로 한정할 뿐이다. 그렇기에 DVD 속

디렉터스컷을통한해피엔딩은실상은그들만의것일

가능성이 크다. 상업성을 매개로 한 제작자와 감독의

해피엔딩 속에는 수용자를 배제한, 즉 반민주주의의

위험이 놓여있을지도 모른다. 수용자가 빠진 디렉터

스컷(director’s cut)은 자칫 감독의 입장만을 강변하

는딕태이터스컷(dictator’s cut)으로변질될수있다.

화 연구와 유사하게 중문화물을 주요한 연구

상으로 삼는 문화연구가 작가주의 화 연구와 미

묘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지점이 이곳이다. 문화연

구자들은 반복적으로 단일한 근원으로서의 저자, 작

가의 자리를 최소화하고자 했다. 텍스트는 어원 그

로 수많은 코드의 직조물이기에 이를 작가의 창작력

으로만 환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텍스트 속에는

작가로 아우를 수 없는 한 사회의 지식의 틀, 생산 관

계, 기술적 하부 구조가 있기 마련이다. 해독 또한 마

찬가지이다. 수용자 역시도 그를 넘어선 한 사회의

지식의 틀, 생산 관계, 기술적 하부구조에 따라 다양

한 해독을 수행한다. 생산과 수용의 비 칭성은 문화

연구자들이 오랫동안 천착한 분야 다. 어떤 이는 아

예 저자의 죽음을 선포하기도 했다. 수용자는 텍스트

의 중심에 있는 단일 기원으로서의 저자의 자리에 사

회 문화적 맥락(con-text)을 부여하거나, 텍스트를

사유화하여 그와 함께 하기도 한다(com-text). 문화

연구는 보다 민주주적인 방식으로 중문화물을 위

치시키고자했다.

문화연구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레이먼드 윌리엄스

의 <기나긴 혁명>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예술가는 외로운 탐험가가 아니라 그가 속한 공동체

의 목소리이다…….소통 수단의 발견은 공동의 의미

를 발견하는 것이며, 여러 사회에서 예술가의 기능은

이러한 의미를 계속해서 경험하고 활성화하는 수단

에 능통해야 하는 것이다.”그의 입장을 우리의 논의

로 옮겨보자. 디렉터스컷이 딕태이터스컷으로 변질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작가가 자신의 목소

리가 아니라 사회의 목소리를 체현하고 있음을 자각

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주문이겠다. 부유하는 일상적

인 사회적 의미를 직조하는 일이 작가의 역할인 셈이

다. 이차적으로 작가는 이를 소통 가능한 형태로 탈

바꿈시켜야 한다. 소통은“독특한 경험을 공동의 경

험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일상적인 사회적 의미를

작품을 통해 사회에 되돌려줌으로써 공동체를 형성

케 하는 것이 예술가의 책임이자 권리이다. 그렇다면

작가주의를 꼭 텍스트의 단일한 저자로서 한정할 이

유가 없다. 사회적 작가로의 확장은 작가주의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제공한다. 그가 얼마만큼 공동체와 호

흡하며 소통하려 했는지가 작가를 평가하는 주요한

기준으로 부상한다. 그로 인해 공동체가 얼마만큼 소

통 가능해졌는지가 중요해진다. 이 때 디렉터스컷은

딕태이터스컷의 위험에서 벗어나 데모크라틱컷

(democratic cut)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는 윌리엄스의 책 제목처럼 단박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기나긴혁명’의과정을필요로한다.

장황하게 디렉터스컷에 담겨 있는 딕태이터스컷의

위험을 이야기한 것은 최근 방송가에서 벌어지고 있

는 일련의 흐름 때문이었다. 살펴보면 우리 시 의

많은 감독들이 숨 가쁘게 각자의 디렉터스컷을 제작

중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감독관은 정권에 비

판적인 방송이 불공정하다고 하며 방송을 순치하는

데 사력을 다하고 있다. 심지어 검은 옷을 입어 불경

하다며 주의를 주곤 한다. 사법 감독관은 정권에 비

판적인 방송을 한 이들을 구속하거나 긴급체포한다.

노종면 기자, 이춘근 PD, 김보슬 PD에 뒤이어 4월

28일에는 무더기로 네 명의 작가, PD를 긴급 체포하

다. 방송사의 사장 교체도 변화의 중심에 있었다.

YTN과 KBS의 사장을 정권의 코드에 맞는 이들로

교체하 고 MBC의 경우에는 민 화를 들먹이며 조

직 자체에 균열을 가하고 있다. YTN과 KBS의 새 감

독관은 정권의 이해를 충실히 반 하며 비판적인 내

부 인사를 솎아내는데 한참이다. 새 정부 들어 위기

에처하거나사라진방송또한한둘이아닌데, <시사

투나잇>, <미디어 포커스>, <시사기획 쌈>, <PD 수첩

>, <지식채널 e>, <돌방 상>, <추적 60분> 등이 이

에 해당한다. 가수 윤도현, 앵커 신경민, 토론 프로그

램 진행자 정관용 등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프로그램

에서 하차해야만 했다. 감독관들이 자르고 없애며 고

함만 질 던 것은 아니었다. 연쇄 살인자 이슈를 부

각시켜 용산 참사를 덮으라는‘생산적’지시를 하기

도 했고, 최근에는 아예 봄철 개편을 맞아 KBS에 정

부의 정책을 홍보하는 프로그램 <5천만의 아이디어

로>를 편성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 모든 감독관의 감

독관 통령은 한결 국민과 가까워졌다. 우리는 KBS

를 통해 통령이‘안면도 국제 꽃 박람회’에 참석하

여 축사를 하는 장면을 생방송으로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이 모든 급격한 변화가 가리키는 것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는 방송가 디렉터스컷의 무한 확장이다.

기획의 중심에 있는 감독에게는 새로운 디렉터스컷

이 흡족하며 조화롭게 보일 것이다. 허나 이 와중에

수용자의 입장은 과연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물어보자. 디렉터스컷은 우리의 일상적인 사회적 의

미와 함께 하고 있는가? 감독관은 우리 사회의 목소

리를 체현하고 있는가? 그리하여 이를 통해 우리의

소통의 욕구가 활성화되며 공동체 의식이 커가고 있

는가? 오히려우리의소통욕구는겁에질려움츠러들

었고 공동체 의식은 금이 가고 있으며 서로가 서로를

적 하는 실정이다. 소통은 불통이 되기 십상이었다.

새로운 디렉터스컷은 감독 자신과 감독의 이해와 같

이한 이들에게는 흡족할망정 다수의 수용자들에게

는 불만족스러울 뿐이다. 만일 그렇다면 이것은 데모

크라틱컷이 아니라 딕태이터스컷이다. 고압적으로

단일한 기원의 자리를 차지해 수용자들을 훈계하는

디렉터스컷 말이다. 반민주적인 딕태이터스컷의 과

잉 속에서 한국의 방송과 공동체는 급속히 황폐해지

고있다.

MB시 디렉터스컷

혹은 딕태이터스컷

홍성일(문화연 미디어문화센터 운 위원)

Page 13: sogang graduate school

차기 총장 선출을 앞두고 손병두 총장 4년을 되돌아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서강 최초의 CEO 총장

이 갖는 명암에 해 살펴보고, 차기 총장에게 요구되는 소통의 리더십에 해 이야기해 본다.

2009년 5월 4일 13서강 학원신문 108호 여 론

서강 학교 13 총장을 선출하기 위한 절차들이 순조

롭게 진행되고 있다.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가 구성되고

후보자들의공개소견발표회와개별면담을거쳐, 지난4

월 14일 3명의 후보가 추천되었다. 이제 재단이사회가 3

명의 후보 중 1명을 총장으로 선임하는 일만 남았다. 별

탈 없이 절차들이 진행되고 있어 다행이지만, 한편으로

아쉬운 것은 현(現) 손병두 총장에 한 공개적인 평가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차기 총장의 선출은 현 총장에 한

평가에서 시작되어야 할진데, 후보자들의 소견발표 요약

문에서도손병두총장에 한구체적인평가는찾기힘들

다. 현재 서강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50주년 기

념관과국제인문관건립에따른홈플러스입점사태에

해서도 총장 후보자들의 입은 마치 강 건너 불난 집 구경

하듯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과거에 한 평가는 더 낳

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초석이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

만손병두총장의임기4년을되돌아보고자한다.

손병두 총장의 엇나간 소통 방식

학원 총학생회에서는 지난 4월 10일부터 13일까지

총장후보자추천에 한설문조사를각과의조교장을통

해 인터넷 메일로 실시했다. 비록 짧은 기간과 기술적인

미숙함으로많은원우들이참여하지는못했지만, 그결과

는 서강의 현 주소를 진단하는 준거임에 분명하다. 특히

차기 총장을 선출할 때 고려해야 할 기준에 한 질문에

많은원우들이‘구성원간의소통과단합의의지’를선택

했다는점은시사하고있는바가크다.

손병두 총장은 2005년 6월 24일 재단이사회에 의해

서강 학교12 총장으로선임되었다. 학교운 의만성

적인모순이곪아터져입시부정이라는불행한사태가발

생했고 서강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했던 것이다.

해가다르게추락하고있던서강의 외적위신과평가지

수들은 구성원들의 위기감을 불러일으켰고 반등을 위한

새로운 피가 필요했다. 그 당시 재단이사회에 의해 위기

의 서강을 개혁할 적임자로 지목받은 이가 바로 지금의

손병두 총장이다. 서강 역사상 최초로 예수회 신부가 아

닌총장으로서, 특히전경련부회장이라는타이틀을가진

재계 출신 CEO 총장으로서 그가 바로 추락하는 서강의

구원투수임을 우리는 기 했고 또 그렇게 믿고 싶었다.

기부금 1000억원 모금 공약은 그가 가진 기업 경 의 경

험에 비추어 가능한 현실인 듯 보 고, 4년 동안 무보수

로일하겠다는굳은다짐은그의진정성을믿어주기에충

분했다. 비록 총장선출 과정에서 재단이사회와 구성원들

간소통과합의의문제는여전히살아있는불씨로남아있

었지만, 외부 인사가 새롭게 총장으로 선임된 만큼 해묵

은 문제는 조만간 상식적인 차원에서 해결되고 치유되리

라기 했다.

하지만 기 가 너무 컸던 탓일까? 아니면 학과 기업

의 구조적인 차이는 처음부터 극복 불가능한 것이었던

가? 서로를 존중하며 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

던서강인들의소박한바람은손병두총장이체화하고있

던‘기업’문화와는 많이 달랐던 듯하다. 총장의 저돌적인

사업추진 스타일은 구성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기 일쑤

고, 그로 말미암은 총장과 구성원 사이의 불신과 갈등은

4년 내내 지속되었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공간이

지 알 수 없도록 상업시설들로만 빼곡히 채워진 곤자가

플라자, 초고가기숙사로언론에오르내리는곤자가기숙

사, 파주 캠퍼스 조성의 독단적인 결정과 재단이사회의

무책임한 취소, 그리고 얼마 전 기공식을 가진 50주년 기

념관및국제인문관건립과관련된홈플러스입점사태까

지. 교수협의회와학생회의계속되는질문과문제제기그

리고 화의요청에도불구하고, 손병두총장은소신 로

사업을 드팀없이 추진해 나갔고 교수와 학생의 목소리는

소외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일례로 50주년 기념관

과 국제인문관 기공식 자리에서 홈플러스 입점의 문제점

을 설파하고자 준비했던 학부생들에게 정학을 거론하며

협박까지 했다고 하니, 이를 통해 손병두 총장식 소통 방

식의일단면을알수있다. 서강을막다른길에봉착하게

만들었던 소통의 문제들은 이렇듯 미해결 상태로 잔존했

으며, 어느덧개혁은힘을잃고방향성을상실했다.

유치된‘자본’과 필요한‘지원’의 괴리

그렇다면 소통의 부재가 원우들에게 미친 직접적인 결

과는 무엇인가? 학의 존재이유인 연구지원의 상 적

축소가그결과다. 학원총학생회에서실시한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많은 원우들이 차기 총장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로‘연구지원의 확 ’를 선택했다. 논문

학기원우들은도서관캐럴에서쫓겨났고, 종교학과와여

성학과 원우들은 연구실이 없어 행정업무가 이루어지는

조교실 한 구석에서 책을 펼치고 있다. 예식장, 커피점,

식당을 비롯한 상업시설들은 자신들의 수익을 올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을 뿐, 곤자가 플라자 어디에도 원우들의

연구와 학업을 위한 공간은 존재치 않는다. 더욱이 곤자

가 플라자의 실질적인 복지혜택은 도 체 무엇인지 반문

하지 않을 수 없다. 20년 후에는 그 공간의 이용권한이

학교에 귀속된다지만, 그 때까지 건물이 낙후되지 않고

견뎌 줄지는 말 그 로 미지수다. 또한 홈플러스가 입점

하게 되면 서강은 시장바닥으로 변할 것이 자명하다. 쇼

핑몰 카트가 캠퍼스 안을 힘차게 주행할 것이고, 이를 제

도적으로 근근이 막아낸다 하더라도 학교 주변의 교통문

제와그에따른소음은면학분위기를해치기에손색이없

을 것이다. 더욱이 학원 전체가 홈플러스가 입점하는

50주년 기념관으로 옮겨갈 계획이라고 한다. 공간이 어

떻게 학원에 배정될지는 앞으로 두 눈 부릅뜨고 계속

지켜볼문제지만, 그결정을선뜻반길수없는이유는바

로 홈플러스의 입점과 그 향력 때문이다. 손병두 총장

은 원우들의 학업권과 직결되는 이상의 문제들을‘별로

중요하지 않은’문제로 폄하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원

우들에게로 돌아오고 있다. 학은 학문 발전을 위한 연

구지원을위해존재한다는기본적인상식이손병두총장

에게는‘별로 중요하지’않았던 것 같다. 이는 총장이 알

고 있는‘지원’과 현장에서 연구자들이 필요로 하는‘지

원’이큰차이를보이는탓이다. 결국문제는다시‘소통’

으로돌아간다.

소통에 한의지가제도적으로구체화되길바라며

얼마 후면 새로운 총장이 선임될 것이다. 손병두 총장

이선임시기부터소통의단절을잉태하고있었다면, 이번

에는 이러한 전철을 되풀이하지 말기를 바란다. 서강은

지금 상처 받은 마음을 보듬어 주고, 우리의 하소연을 경

청하면서 힘 있게 의지들을 모아나갈‘소통의 리더쉽’이

필요하다. 새로 선출될 총장은 소통의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할수있는적절한‘제도적장치’를갖추어소모적인

립과 낭비를 미연에 방지해 주길 바란다. 과거로부터

배울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서강의 미래는 그리 참담하

지 않을 것이다. 소통에 한 의지만은 다들 충만하지만,

구체적인정책과방안이없어보이는총장후보자들이우

려스러운것이사실이다. 그우려가기우이길조심스럽게

기 해본다.

손병두총장4년을되돌아보다

곽중현(사회학과 석사과정)

손병두 총장

“서강은지금상처받은마음을보듬어주고, 각구성원들의하소연을경청하면서흩어진의지들을모아나갈

‘소통의리더십’이필요할때이다. 이러한리더십이단순히호기로운자신감만으로는채워질수없음은분명한사실이다.”

Page 14: sogang graduate school

14 2009년 5월 4일 서강 학원신문 108호여 론

한쪽에선북으로올라가라고윽박지르고, 한쪽에선일본으로넘어가라고조롱한다. (윽박지른쪽의수

준이야 그렇다 치고) 조롱한 쪽이 윽박지른 쪽에게 던진 남한의 부동산이 다 니들 거냐는 레토릭은 재기

발랄하지만, 은연중에 내비친 남한 부동산에 한 지분권 주장은 고루하다. 빨갱이 담론에 맞서는 친일

담론. 조롱한쪽은모인터넷토론회에서이를두고저질에저질로응수한것이라말했다지만, 쎄, 과연

조롱한 쪽은‘조롱의 수사학’외의 다른 응 방안을 가지고나 있는가하는 의문이 든다. 이성적인 말이

통하지 않는 상 를 앞에 두고 차라리 무시하거나 조롱하는 태도는 전략으로서 효율적일 수 있지만, 그

전략으로만기계적으로 응하는것, 혹은‘그전략밖에사용할줄모르는것’은다른차원의문제이다.

송 선을‘수구친일꼴통’진 에, 신해철을‘좌파386빨갱이’진 에 놓을 수 있다고‘가정’(이 구분은

상당부분 제도권의 이데올로그들이 만들어낸 허구적 도식임에 분명하지만, 중에게 일반적으로 수용되

는 범주 틀이라는 점에서 일정부분 실체를 갖고 있다고 본다) 할 때, 두 진 의 경계는‘선’이라기보다는

‘벽’에 가깝다. 지워지고 재차 그을 수 있는 선이 아니라 여간해선 넘어갈 수도, 뚫릴 수도 없는 벽 말이

다. 물론 경계 자체는 필요하고, 또 필요했다.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는 군사독재반공 진 에 항해

끊임없이 자신의 경계를 확장해온‘진지전’war of position 의 역사 으니까. 하지만‘경계 긋기’가 실

천적이기 위해선 동시에‘경계 지우기’가 필수적이다. 새로운 경계 긋기는 일단 경계가 지워져야 가능한

것이므로. 따라서경계가더이상지워질수없을정도로공고화될때, 즉선이아니라벽이될때경계는

그실천력을상실한다.

신해철에 한 송 선의 빨갱이 공격, 송 선에 한 신해철의 친일 공격이 적절한가 적절치 않은가,

효과적인가 효과적이지 않은가는 부차적인 문제이다. 이 둘의 치고받음은 민주화 이후 진행되어온 소위

(!) 보수와소위(!) 진보간의싸움에비추어볼때전혀새로울것이없다. 유사한공격과유사한 응의반

복, 그리고 그 순환. 이때 핵심은 이‘매너리즘’적 싸움이 두 역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트리지 못한다는

사실, 아니 오히려 서로의 경계를 강화시켜준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진 은 적 적 월관계이다. ‘윽박의 수사학’은 빨갱이라는‘적 ’가 있음으로 자신의 안보 담론을

유지할 수 있고, 마찬가지로 조롱의 수사학은 수구꼴통이라는 적 가 있음으로 자신의 해방 담론을 유지

할수있다. 두진 사이의경계-벽쌓기는배척과동시에자기정당화를낳은‘공동의작업’이라고.

따라서 문제 삼아야 하는 것은 이 고루한 경계-벽 자체를 의심하는 일이다. 이는 윽박과 조롱 모두 각

자의 역 안에 안주하는 비실천적인 수사학임을 인지하는 것이며, 두 진 의 이데올로그들에 의해 짜여

진 정치적 프레임에서 탈피해 새로운 경계를 촉발하는 것이다. 그들의 정치를 우리의 정치로 만들기, 경

계-벽을 와해할‘소통’을 욕망하기. 하지만 경계화의 방식은 송 선과 신해철의 그것처럼 경계-선을 둘

러싼 진지전 방식이어서만은 안 될 것이다. 똑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새로운 경계화의 방식은

이전 경계화의 방식과 질적으로 달라야 한다. 따라서 추가적으로 필요한 것은 무수히 많은 경계-점, 그

‘국부적중심’으로부터동심원을이루며퍼지는‘게릴라전’, 그리고이를통한탈경계화이다.

송 선과신해철의 월관계

호섭(석사과정)

기고사설

누구를위한

서강50주년인가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반짝이는 네온사인 간판에 눈이

현란하다. 개교 50주년을 알리는 간판이 길 가는 사람들

을 호객하는 잡상인의 몸짓마냥 요란하고 분주하다. 그

요란한 자기과시는 자본의 첨단인 명동거리를 장식하는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불편한 것은 그 형용색

색의 형광색이 갖는 촌스러움 보다 50주년을 기념한다는

명목으로 행해지는 욕망의 현상학이다. 그 간판은 그저

정문 앞에 놓여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앞을 지나는 모든 사

람에게 무차별적으로 개방되어 있으며, 때문에 공간학적

위상을 갖는다. 그것은 다름 아닌 서강에 한 광고이기

에 독점적 위치를 점할 수 있으며, 결코 누구의 허락도 받

지 않은 채 우리의 눈을 침범해 들어온다. 그리고는 결코

하나로 수렴될 수 없는 서강인들을 학교의 광을 재현하

는데이바지해야하는순한양으로호명한다.

그간판이정작원하는것은서강50주년을이루어낸수

많은 얼굴들에 한 기억이 아니라 규모 기념식을 광고

하고 이로써 얻게 되는 직간접적 수익이 아닐까. 50주년

VIP회원을 모집하고 카드를 발행하는 건 이를 지불할 수

있는 이들만이 서강의 VIP라는 모종의 계약이 아닐까. 높

이 솟은 곤자가와 더불어 앞뒤에서 개선 의식을 거행하는

위용이 불편한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그 반짝임 앞에 서강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분투하는 졸

업생들과 어려운 현실을 이겨내며 공부하는 재학생들은

그저 초라하게 비켜서 있다. 매일같이 오는 문자와 정기

간행물은서강의어제와오늘에 한그어떤언급도생략

한채전화한통에얼마, 계좌하나에얼마라는시장의뻔

뻔함을그 로담고있을뿐이다. 그뻔뻔함에당황해하지

도무안해하지도못하고내가속한서강이잘되는게내가

잘되는 것 마냥 위무해왔던 순진함도 통속의 극치를 달리

는간판앞에속절없이무너지고만다.

물론 50주년은 축하해야 마땅하고 당연히 기념해야 할

행사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내외적으로 서강의 위신이

추락한다고 걱정하는 많은 이들에게 아직 서강이 건재함

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음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함 혹은 당혹함을 숨기기

에는 욕망의 집어등(集魚燈)이 너무 노골적이다. 그 노골

적인 구애 앞에서 서강의 퇴색을 말하는 게 지나친 억측

만은아닐것이다.

다른방식의기념은불가능한가. 서강50년을함께한수

많은이들을기억해내는새로운기념은정말없는것일까.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버린, 하지만 지금-여기의 현실

속에여전히침전돼있는그들의얼굴을떠올리는게자본

의힘이아니고서는불가능한것인가. 오히려자본이아니

면 불가능해 보이는 기념이야말로 자본의 역 안에서만

가능한방식의기념이아닐까. 돋보이지만요란하지않고,

친절하지만유약하지않고, 말을걸지만일방적이지않고,

포함하지만 배제하지 않는 식으로 서강을 말하는 것은 서

강을‘고정된’역사로 만들어‘그들’이‘기념’하는 게 아

니라 서강의 50년을‘현재적 사건’으로 끊임없이‘재창

조’함으로써 과거와‘이야기’하는 작업을 통해서 가능하

리라생각한다. 그리고이작업은서강의기억을간직하고

있는모든이를통해이루어져야하는게당연하다. 에세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연구공간 부족에 한 원성에도 아랑곳없이 좁은 서강땅에 힘들

게 마련된 12만평의 공간에 홈플러스가 들어온다. 혹시 이것이 낡은 이념을 버리고

비즈니스 후렌들리한 현 정권의 코드에 발맞춰 새롭게 나아가고자 하는 서강의 진취

적 기상? 홈플러스 입점 저지를 위한 공동 책위원회의 자보에 쓰여있는 낙서가

의미심장하다.

포토

Page 15: sogang graduate school

2009년 5월 4일 15서강 학원신문 108호 원 총 소 식

작년 말 선거를 통해 23 학원 총학생회가 구성

되었고, 집행부원 공개모집을 거쳐 현 총학생회가 구

성되었습니다.

회장 : 학원 총학생회의 전체 사업을 총괄하고 있

습니다. 내부적으로 모든 사업 진행을 관리하며, 외부

적으로 총학생회의 정책과 입장에 해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새 총장후보자 선출 과정에 학원 표로

참여하여, 원우들의 입장을 반 한 투표도 진행하

습니다. 학원 양성평등위원회(물리학과, 여성학과

조교장 포함)를 구성하여 학원 사회 내의 양성평등

인식고양을위한활동도진행할예정입니다.

사무국 : 학원 총학생회의 모든 살림살이를 책임

지고 있습니다. 총학생회 전체 예∙결산 관리뿐만 아

니라, 각 사업별 예산 배분과 결산 보고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학생회비에 해서는 매 학기 감사를 통해

사용내역을 과 표자회에서 보고합니다. 매 학기 초

총학생회가 후원하는 과별 오리엔테이션 지원금 역시

사무국에서관리하는사업입니다.

정책국 : 학교의 정책들을 원우들의 입장에서 감시

하고, 총학생회의 정책과 입장 표명 등을 담당하고 있

습니다. 등록금 문제, 총장후보 선출 등 내부 사안뿐

만 아니라 시민단체 등 외부와의 연 업무도 총괄하

고 있습니다. 원우들을 위한 사업으로 1학기에는 원우

한마당 주간에 아름다운 재단과 함께하는 공정무역

커피점을 열 계획을 가지고 있고, 여름 방학기간에는

기존의 금강산 답사에 이은 백두산 답사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학술국 : 학원 총학생회의 가장 핵심 업무인 학술

사업을 맡고 있습니다. 원우들의 자유로운 학술 자치

활동을 위해‘자율강좌’를 후원하고, 올해 12회를 맞

는 서강논문상을 개최하여 원우들의 학문적 열정을

표출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학기 중에는 사회, 정치,

경제, 문화 등 광범위한 분야의 시의성 있는 주제로

비정기 기획 특강을 개최하고, 여름방학 기간에는 논

문작성법과 같은 학업을 위한 주제로 하계특강을 개

최합니다.

복지국 : 원우들과 가장 맞닿아 있는 복지 및 생활

관련 사업들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원우들을 위한 가

장 큰 문화체육행사인 원우한마당(5월 23일)을 기획

하고, 연구 환경 개선을 위한 기념품 선정 및 배분을

진행합니다. 또한 양성평등 화제, 생리 무상 지급,

호신술 특강 등의 여성복지 사업과 생태 농장 방문 등

의생태사업도기획하고있습니다.

학술단체협의회(학단협) : 학원 총학생회 내 특별

기구입니다. 학원 내 자치 학회들로 구성되어 있으

며, 학단협 회장은 1년간 정기회의를 주최하고, 가을

에는 정기 학회학술축제의 개최를 담당합니다. 매년

초 신규 학회 신청을 받고 있으며, 신규 및 기존 학회

들은 연말에 연간 성과 평가를 통해 정식 학회로 승격

과 강등이 결정됩니다. 정식 학회들은 학원 총학생

회로부터학회운 후원을받게됩니다.

서강 학교 학원 신문의 재발간을 진심으로 축

하합니다. 학문과진리를탐구하는 학원에서 학

원신문은학술지식을공유하고, 학문간소통을하

는 매우 중요한 공간입니다.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발행이 중단되었던 1년여의 시간은 학원 내에서

지식공유와학문소통이멈춰있던시간이었습니다.

학원 신문이 다시 책임감 있는 주체들을 통해 운

이가능하게된것은그래서서강 학교 학원에

게있어매우뜻깊은순간이라고할수있습니다.

지금 학원 사회는 신문의 존재가 매우 필요한

시기입니다. 논문 학기생들을 위한 도서관 캐럴이

일방적으로 법학전문 학원에 절반이 배정되어도

단지 성명서와 면담을 통해서 밖에 의견 개진을 할

수 없고, 총장 선거가 진행 중이어도 학원 사회의

입장과 요구를 표현할 공간이 없습니다. 새로 발간

되는 학원 신문은 학원 정책의 일방성을 감시

하고 내부 사회의 여론을 변하는 기관으로 원우

들의입장에서함께하길바랍니다.

학원신문이 헤쳐나가야 할 난관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력과 최소한의 예산은 확충되었으

나 신문을 만들 물리적인 공간이 없습니다. 공간 요

구에 해 학교 측의 입장은 냉정하기만 합니다. 기

존 학원 신문의 발행 중단의 근본 원인도 결국 이

와같은불만족스런 우로인해인력이떠났기때문

이었습니다. 타 학교 학원 신문사들 몇 군데만 둘

러봐도 학원 신문사 공간이 없는 곳은 없습니다.

학교가 이를 해결해줄능력이 없다면 내부 구성원들

의도움으로해결할수있기를또한기 해봅니다.

학원 신문의 재발간을 통해 멈춰있던 학원

내의 학술 지식 공유와 학문 간 소통이 되살아나고,

학원 사회의 여론 표출을 위한 장으로서 그 본질

을 다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서강 학교 학원

신문의 재발간을 다시 한 번 축하하고 무궁한 발전

을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학원 신문

재발간을

축하합니다!

윤희한( 학원 총학생회장)

논문학기 등록금 경과 보고

논문학기 등록금 문제는 22 학원 총학생회의 중점 사업

이었으며, 따라서 1년 내내 기획하고 집행해온 사업이라 할

수 있다. 타 학원의 현황과 우리를 비교하면서 과도하게

높게 책정되어 있는 논문학기 등록금의 비정상성을 강력하

게 항의했다. 자보와 서강사랑방 그리고 과 표자회의를

통해문제를공론화시켰고, 원우들의서명운동과 학원장과

의 면담을 통해 학본부를 압박하며 견인했다. 결과적으로

는 등록금 비 17% 던 논문학기 등록금을 12.5%(연세

와 동일)로 낮추는 성과를 이루었다. 이는 원우들에게 실질

적인 이익이 되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으나, 처음

에 설정했던 논문학기 등록금 문제 해결의 목표(책정근거의

공개, 학내 특수∙전문 학원 수준으로의 인하)에 비추어서

는그리 만족스러운결과는 아니다. 그러므로성과는원우들

과 함께 나누고 공유하되, 한계는 명확히 하여 계속해서 원

우들의합리적인권익을지킬수있도록노력할것이다.

백두산 답사

남북 관계 경색으로 금강산 관광이 오랜 기간 동안 중단되

고 있다. 따라서 학원총학생회는 백두산 답사를 통해(비

록 중국 쪽이지만) 남과 북의 교류를 이어가며, 원우들과

통일에 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특히 백두산 답사는 그

지역에 있는 고구려 유적을 탐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민족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생각할 수

있는 뜻 깊은 자리가 되리라 여겨진다. 또한 예년의 금강

산 답사와는 달리 백두산 지역의 역사와 통일에 한 강연

회 또는 토론회를 답사 전(6월 초)에 개최하여 답사의 학술

적 가치를 배가할 예정이다.

아름다운 재단과 함께하는

공정무역(Fair Trade) 커피점 OPEN

원우한마당 시기에 맞춰‘아름다운 재단과 함께하는 공정

무역 커피점(가)’을 개점하고자 한다. 23 학원총학생회

가 펼치는 세상과 소통하는 첫 번째 Beautifel Project이

다. 공정무역이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자 중간 상인 없이 생산지의 협동조합에서 직접 생산품을

수입하는 것을 말한다. 무심코 마시는 커피 한 잔에 담긴

역동적인 경제활동을 이해하고 윤리적인 소비의 가능성과

의미를 공유할 수 있는 뜻 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 전문가

를 초빙하여 공정무역 또는 안무역의 현황과 가능성을

학술적으로 진단하고, 공정무역 커피점을 원우한마당 자리

에서 직접 개점함으로써 작은 실천을 계획하고자 한다. 그

리고 그 수익금은 전액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할 예정이다.

원총사업안

학원총학생회

집행부를 소개합니다!

Page 16: sogang graduate school

사회과학분과소속학회

16 2009년 5월 4일 서강 학원신문 108호학 회 소 개

종교∙철학분과

동양 종교 연구회동양 종교 연구회에서는 주로 동양 문

화권에서 발생한 종교 전통들을 심도 있

게 연구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동아시

아, 특히 중국에서 발생한 종교 전통인 유

교와 도교를 주요 관심 범위에 두기 때문

에 한문 원문을 읽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에게 더 가까운 것이면서도 서양 사상보

다 많이 잊혀진 소중한 들을 접하고, 다

시발굴하기위하여애쓰고자한다.

서강 종교 연구회서강 종교 연구회는 세계의 여러 종교

를 다각도에서 연구하는 학회이다. 각각

의 종교 전통들을 역사적으로 연구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종교 전통을 현 적으

로 해석하기 위해 여러 가지 현 적 접근

법을 활용한다. 서강 종교 연구회의 활동

은 재학생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세미

나와 졸업생 회원들이 참여하는 각종 토

론회와심포지엄이중심을이루고있다.

서양철학사학회서양철학사학회는 각기 다른 분야를 전

공하는 학생들이 함께 모여, 철학사에서

중요하고 기본적인 문헌들을 강독하고 거

기에서 다뤄지는 논변들을 중심으로 함께

토론하고 있다. 많은 학회원들의 열의와

정성이 모여 서양철학사학회는 철학입문

의 실질적인 조력자이자 철학의 보편문제

에 하여 다각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장

이되어왔다.

역사, 인간, 철학학회역사∙인간∙철학학회는 역사를 벗어나

역사를바라보자는다소모순적인발상에서

만들어졌다. ‘역사∙인간∙철학’(‘역인철’)

은역사를연구하되좀더다양한시선을공

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올해로 5

년째를맞이하는‘역인철’은이제까지의학

회 활동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주제에 해

여러가지방법으로접근해갈계획이다.

언어철학회언어철학회는 사유와 삶에 결정적 향

을미치는언어를철학적측면에서이해하

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의 한계

는오직사유내에서그어질수있고, 사유

의 한계는 바로 언어의 한계이다”라는 비

트겐슈타인의 지적처럼, 세계를 이해하는

데에는언어에 한올바른성찰이필수적

이다. 이에본학회에서는언어철학및관

련 분야 저서를 독해하여 세계∙사고∙언

어와 이들의 관계에 한 철학적 통찰을

얻고나름의전망을모색하고자한다.

과학과 철학회과학과 철학회는 엄 한 학으로서의 철

학이과학과공유하는물적및심적기반을

고민하는학회이다. 이러한학회취지에맞

추어, 그간‘과학과철학회’는주로인식이

론분야를중심으로스터디및세미나를가

져왔고, 특히현 에도 향력이전혀사라

지지 않고 있는 임마누엘 칸트의 <순수이

성비판>을집중적으로공부해왔다.

문학∙예술분과소속학회

현 미국문학회본 학회는 문학, 문화, 예술적 관점 등

의 다양한 시각으로 현 미국 문학과 문

화에서 새로운 의미를 이끌어 내는 데 중

점을 둔 연구를 하고 있다. 매달 미국 문

학작품, 또는 화, 음악, 문화이론 등의

다양한 텍스트를 연구함으로써 그러한 미

국의 문학/문화적 요소들이 어떻게 현

미국이드러내는사회적/문화적특징들을

구성하고있는지를연구하고있다.

현 소설학회현 소설학회는 국 및 연방국가

소설에 관심 있는 석∙박사 학원생들의

뜻을 모아, 정전화 되지는 않았지만 새로

운 담론의 지평을 제시하며 충분한 역량

을 내포하고 있는 작품 발굴 및 읽기와 자

유로운 토론을 통해 최근 국 소설에

한 국내외 학계의 흐름은 물론, 앞으로의

전망에 한관점을제시하고자한다.

서강소설스터디학회서강소설스터디는 근 계몽기의 단형

서사부터 최근의 작품까지 소설을 읽어나

감과 동시에 그 작품에 관한 논의를 검토

한다. 그것을 통해 한국 문학에서의 근

성의 문제, 여성의 문제 혹은 허구 서사의

변이 과정을 기존 논의를 넘어 고찰해보

고자한다.

현 미국시와 문화연구현 미국시와 문화연구는 beat

generation 이후의 현 미국시를 중심

으로 미국의 사회.문화.정치적 맥락에서

연구하여 다문화적 가치를 지향합니다.

본 학회는 문학과 문화 연구를 주요 목적

으로하고있습니다.

한국어연구회<한국어연구회>는 일반언어학 이론에

서부터 중세∙근 국어 국어사 자료에 이

르기까지 폭넓고 깊이 있는 연구를 목적

으로 만들어졌다. 국어국문학과 국어학

전공자들로 구성된 <한국어연구회>는 매

학기 주제별 주 4회의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매년 개최되는 학회 학술 회

를 바탕으로 회원들의 연구 성과를 발표

하고학회내외의질적성장을도모한다.

민주정치연구회1997년한국정치학회로출범한현민주

정치연구회는 서강 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원 소속의 학회이다. ‘한국정치’및

‘민주주의’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원

석∙박사과정 학생들이 근 이후 정치학

분야의 다양한 주제에 해 논의의 장을

만들고, 그에 필요한 정치학이론을 습득

하는것을목적으로한다.

북한연구회북한연구회는 북한정치에 관심을 갖고

있는 서강 정치외교학과 학원 재학∙

졸업생을 비롯한 북한 정치에 관심이 있

는 연구자 모두가 참여하는 학회이다. 북

한연구회에서는 북한 체제 형성기인 해방

이전부터 현재의 북한의 정치 현실까지

북한의 모든 시기에 해, 북한의 정치뿐

아니라 경제∙사회∙문화∙군사 등 다양

한분야를다루고있다.

정치경제학회정치경제학은 정치와 경제가 상호작용

하는 측면들을 연구 상으로 삼는 학문분

야이다. 정치경제학회는 시장과 국가와의

관계, 민주주의를 위한 경제적 요건, 경제

성장과 사회발전을 둘러싼 이론과 논쟁

등 현 정치경제학의 핵심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수

많은 정치경제적 현상들을 구체적 사례로

분석하면서, 정치-경제 간 상호작용과 그

속에 내재하고 있는 각각의 논리들을 찾

아보려한다.

동서양 정치사상 학회학회 세미나에서는 동양과 서양의 정치

사상을 균형적으로 다루는 것으로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서구중심주의에 매몰되어

있는한국의학문적토 에서벗어나보다

날카롭고 합리적인 시각을 지녀야 한다는

‘동서양 정치사상 학회’의 기본적인 문제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동서양 정치사

상 학회’는 논쟁과 토론을 통해 보다 다양

하고보다깊은지식을추구하고자한다.

현 사회 연구회본 학회는 현 사회의 여러 현상들에

한 관심과 흥미를 사회학적 연구의 장

으로 끌어들여 연구하고 있다. 즉, 현 사

회의 다양한 현상들을 사회학적 시각과

상상력을 통해 면 히 관찰하고 분석하는

일을 주제로 세미나를 하고 있다. 이 과정

에서 본 학회는 현 사회, 특히 한국 현

사회를 조망할 수 있는 이론적 기반과 경

험적 연구 성과를 지향하고 있다. 이처럼

현 사회 연구회는 사회학적 시각을 통

해 오늘날 사회의 구조와 현상을 관찰하

고분석하는것을그목적으로한다.

이론사회학회본 학회는‘이론’이라고 명명되어진 부

분을탐구하고, 그것에 한비평적방안을

모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 사회학이

론의 큰 축으로 여겨지는 기든스, 부르디

외, 하버마스 등의 이론을 살펴보며, 과거

그것의 토 가 된 고전사회학적 연구도 수

반하고 있다. 본 학회는 현 에 성립된 많

은 이론에 한 심도 있는 비평을 통한 정

확한해석으로의수렴을목적으로한다.

프랑스사회학회현재초점을맞추고있는학자는프랑스

사회학의 표주자이자 2002년 타계한

피에르 부르디외이다. 그가 고안한 독창

적 개념인 장, 아비투스는 현 사회학이

담지한 난해한 문제들을 극복했다는 평가

를받는다는점에서사회학도로서놓칠수

없는 학자라 할 수 있다. 또한 부르디외의

이론은단순히이론으로그치는것이아니

라, 풍성한 경험연구의 성과물을 창출하

기 때문에, 사회학에서는 매우 응용도가

높은이론틀을제공한다고할수있다.

서강 지적소유권학회우리 사회에 널리 존재하는 다양한 종

류의 이미지와 관련된 지적재산권 분야의

국내외 판례와 논문 등을 연구 및 발표하

는 학회이다. 본 학회에서 다루는 지적재

산권의 범위는 상호권, 상표권, 디자인권,

저작권 중 건축 및 미술저작물에 관한 권

리, 부정경쟁방지에 의해서 보호되고 있

는 상품 및 업표시표지의 보호를 포함

하고, 비교적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도메

인 이름, 지리적 표시, 그리고 성문법의

근거는 없지만 법원이 인정하고 있는 퍼

블리시티권등이다.

학회소개

Graduate School o f SOGANG UNIVERSITY

Page 17: sogang graduate school

2009년 5월 4일 17서강 학원신문 108호 보 도

차기 총장에 이종욱 사학과 교수 선출

차기 총장으로 이종욱 사학과 교수가 최종 선출됐다. 이로써

이종욱교수는오는6월27일부터4년간의총장직을수행하게

된다. 신임 이종욱 총장은 본교 사학과를 졸업한 뒤 석∙박사

학위모두본교에서취득했으며, 교무처장, 연구처장, 인문과학

연구원장등의보직을맡은바있다. 취임식은6월29일이냐시

오강당에서거행할예정이다.

임지봉교수근정포장수훈

임지봉교수(법학전문 학원)는지난달20일‘장애인의날’기념식에서근정포장을수훈

했다. 임교수는그동안장애인인권연구및저술활동에매진해왔으며, 시각장애인안마

사제도의법제화및헌법재판소합헌결정을이끌어내는데크게기여했다.

국어국문학과 교수들의 활발한 저술활동

국어국문학과교수들의저술활동이활발히이루어지고있다. 송효섭교수는‘해체의설화

학’을발간해담화와텍스트로서의설화를언어적지점에서고찰했고, 성호경교수는발전적

인한국시가연구를위해과거의연구동향과성과를정리한‘한국시가연구의과거와미래’

를발간했다. 또한정요일교수는‘논어강의’, ‘한문학의논리’등2권의저서를집필했다.

한국 여성학회 심포지엄 개최

한국여성운동의전망과방향을모색하고지난10년간의한국여성운동에 해성찰하는한

국여성학회 심포지엄이 지난 달 25일 서강 학교 마테오관에서 진행됐다. 이번 심포지엄은

‘국가와여성운동, 지난10년의성찰과새로운전망’이라는주제로진행됐으며여성학협동과

정과양성평등성상담실이주관했다. 한신 학교고정갑희교수와서울 여성연구소신상숙

연구원이각각‘국가와지구지역적여성운동’, ‘기로에선젠더거버넌스’를주제로발표했다.

논문 제출 일정

석사과정생의 후기졸업 논문초고 제출 및 논문심사비 납부가 오는 5월 15일 마감된

다. 석사과정생은 자신의 논문 3부를 지도교수에게 제출해야 하며 최종 심사 결과는 6

월30일발표된다.

자연과학분과소속학회

Autoinduction 학회본 학회는 여러 세균에서 밝혀지고 있

는 autoinduction system 과 이 system

에 의해 발현이 조절되는 유전자에 해

알아봄으로써 그 생물학적 의미를 살펴보

고자 한다. 본 학회에서는 quorum

sensing을 하는 세균 중 폐혈증을 일으켜

높은 치사율을 보이는 Vibrio vulnificus

에 해연구함으로써V. vulnificus 에서

의 quorum sensing을 이해하고 나아가

host와 pathogenic bacteria 간의 상호

작용에 해서도연구해보고자한다.

Gene therapy 학회 소개유전자 치료(gene therapy)는 생체 내

의 유전자를 직접 도입하여 생체 내에서

특정한 물질을 만들어 내도록 하여 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유전자 치료는 낭포

성 섬유증 환자에게 ADA gene을 도입하

면서 처음으로 시도되었고 현재에는 암과

미생물의 DNA백신 개발, 유전병 등 여러

가지 질병의 치료에 시도되고 있다. 본 학

회에서는 유전자 치료에 있어 중요한 요

소인 therapeutic gene과 delivery

system을연구하고개발하고자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미생물 학회본 학회는 미생물들의 현상에 하여

살펴보고 생물학적인 의미를 고찰하며,

최신 연구동향에 관해 논의해보고자 하는

취지에서 2001년 설립되어 지금까지 활

발하게 연구모임을 운 해 나가고 있다.

미생물의 조절 메커니즘을 유전적 level

에서의 조절에 초점을 맞추어 각종 미생

물이 환경을 인식하기 위한 체계와 환경

인자에 한 유전자 발현 정도의 차이, 그

리고 이 차이로 인한 개체적인 변화에

해 구체적으로 밝혀보는 것을 연구의 방

향으로삼고있다.

비선형광학연구회광학적 특성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시스템이갖추어져있어야하는데본

연구실은 소재의 광 특성들을 측정할 수

있는 부분의 장비가 구비되어 있다. 연

구원들이 합성한 유기물이나 고분자의 광

특성에 한여러가지정보를제공함으로

써실제응용가능한신소재의“design”에

이바지할수있을것이라기 한다.

문의 : 학술단체 협의회 회장 박혜진

[email protected]

2009년원우한마당일시 : 2009년 5월 23일(토) 오전 9시~오후 6시

장소 : 체육관 및 농구장

참가신청 : 5월 4일~14일 과별 신청(학과 간 연합신청 가능)

진추첨 : 5월 14일 오후 5시 30분 학원 총학생회실

자세한 사항은 학원총학생회 홈페이지를 참조하세요.

참가비는 무료, 예쁜 T셔츠와 맛있는 점심을 드립니다.

주최23 서강 학교 학원총학생회 후원서강 학교 학원

●학술지 연계 응모 : 상금 80만원 - 응모한 학술지에 게재가 결정되면 서강논문상의 수상작

으로 상금을 수여, 응모접수 이외의 모든 심사와 사항은 해당 학술지가 결정함.

�서강 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사회과학연구> 응모 - 사회과학분야

�서강 학교 동아연구소 <동아연구> 응모 - 동아시아 지역과 관련한 연구분야

�서강 학교 철학연구소 <철학논집> 응모 - 철학연구분야

�서강 학교 법학연구소 <서강법학> 연계응모 - 법과 관련한 연구분야

●공통주제 부문 : 상금 80만원 - 원고지 150매 내외 일반논문형식

�파시즘 �시장의 위기 �진화 �에너지

●자유주제 부문 : 상금 50만원 - 원고지 120매 내외 일반논문형식 자유로운 주제

●응모 마감�1차시기 : 2009년 8월 13일(금)

�2차시기 : 2009년 12월 18일(금)

●응모 자격�서강 학교 일반 학원 재학생 및 휴학생(논문 등록생 포함) / 학위논문이나 이

미 발표한 논문을 제출할 수 없음 / 당선작은『서강논집』으로 발간되며, 학술지

연계응모 당선작은 해당 학술지에 게재됨 / 제출된 원고는 반환되지 않으며 출판

및 저작에 관한 권한은 총학생회에 있음(학술지 연계응모 원고는 해당 연구소에

있음) / 원고분량과 제출규정 미준수지 불이익

●제출 요령 : 성명, 학과, 학번, 연락처 기재하여 [email protected]로 이메일 제출

●문의 : 서강 학교 학원총학생회(D관 404호) 02-705-8269

<서강논문상>은 서강 학교 학원생들

의 학문 연구 동기부여와 연구풍토의 조

성을 목적으로 서강 학교 학원 총학

생회와 서강 학교 학원이 공동 주최

하는 사업입니다. 2009학년도‘제12회

서강논문상’은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진

행됩니다.

제12회서강논문상

사 령편 집 장 박승일[email protected]

취재기자 안지선[email protected]

Page 18: sogang graduate school

18 2009년 5월 4일 서강 학원신문 108호에 세 이

벚꽃이펄펄내렸다. 네눈동자는부풀어올랐다. 네손

을 잡을까 말까 고민했다. 힐긋 본 네 볼은 몹시도 미끄

럽고 뽀얗다. 해가 진 저녁 벤치에 앉아 짤랑거리는 미루

나무와 몽환 같은 구름을 바라보았다. 아내를 모자로 착

각한 남자에 해 이야기하고 있을 때 다. 너는 시선을

나에게 돌렸다. 유난히 두툼하고 빨간 입술. 소리는 날아

가고 너의 색깔과 움직임만이 그 공간에서 잔치를 이루

었다. 사랑하고 싶어. 사랑해. 나에게 일어났던 그 느낌

을굳이사랑이라불러야했던이유는무엇일까?

너 역시 날 사랑하기 시작할 때 사랑이 무엇인지 정의

하지 않았다. 어느 장소에 있더라도 너는 내 생각이 났다

고 고백했다. 무슨 음악을 들어도 나와 함께 듣고 싶어

음악을 멈추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열량의 총량은 제한되어 있다. 모든 뜨거움은 식는다. 모

든 격정은 잔잔해진다. 그것들은 동역학과 열역학의 지

배를 받으며 시간적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노란은행이

폭풍처럼 휘날리던 날 너는 사랑이 식었다고 말했다. 식

었던 것이 너의 충동이라고 말하지 않고 왜 사랑이라고

말해야 했을까? 사랑은 가변적 현상이며 일시적 현상이

다. 그것은 순간적 현상이다. 그것은 삶의 극히 부분적

현상이다. 사랑이변했다. 사랑이끝났다.

사랑이란 원래 몹시 모호한 현상이다. 사랑이 무엇인

지 성찰하지 않은 채 사랑을 시작하고 가열하고 끝내고

다시 시작한다. 상처 입은 자들은 사랑의 본질을 파악한

양 사랑에 해 단호하게 말하기 시작한다. 사랑은 소유

욕이다. 사랑은 집착이다. 사랑은 환상이다. 사랑을 믿지

않는다. 사랑은 나쁘다. 사랑은 없다. 사랑을 막 시작한

이들은 사랑에 해 온갖 찬사를 늘어놓는다. 사랑은 운

명이다. 사랑은 두근거림이다. 사랑은 체험이다. 그들이

시작하려는 것, 가열하고 있는 것, 끝내려는 것, 잃었던

것이과연사랑이었을까?

나는너의두툼하고빨간입술, 확장된동공, 뽀얀피부

에 끌렸다. 네 입술이 유난히 발그스름해지고 두툼해지

는 때가 배란기 직전이었다는 것을 안 것은 최근이다. 그

때 네 피부는 뽀얗게 변하고 동공은 확장되었다. 둘 중에

하나가 진실이다. 두툼하고 빨간 입술, 확장된 동공, 뽀

얀 피부를 내가 매력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너는 배란

기 직전에 그렇게 변했다. 아니면 너의 그런 모습이 네가

지금 배란기 직전이라는 징표이기 때문에 나는 본능적으

로 그것에 끌리게 되었다. 둘 사이의 인과관계는 보다 원

시적기원을가지고있다.

배란기 직전의 네 모습을 내가 아름답게 여기는 것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가치를 지닌다. 만일 내가 여성에게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내 유전자를 퍼트리는 데

불리할 것이다. 또한 배란기를 앞두고 내가 아름답게 여

기는 모습으로 네가 바뀌는 것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가

치를 지닌다. 만일 네가 남자들이 좋아하는 모습으로 변

모하지 않는다면 네 유전자를 퍼트리는 데 지장이 올 것

이다. 배란기 직전에 실제로 너의 성욕은 증가한다. 배란

기에 고백한 사랑, 그때 시작된 사랑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을까! 배란기를조심하라.

두툼하고 빨간 입술이 그 자체로 아름답기 때문에 내

가 그것을 매력적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었다. 신경회로

가, 그 회로를 설계한 유전자가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여태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우리 신경회로에 그리

고 우리 유전자에서 무엇인가가 일어나고 있다. 그 속에

서 지금 무엇이 일어나는지 우리는 전혀 감지하지 못한

다. 우리가 감지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는 것들이 우리

판단을 좌우하고 있다. 이것은 지배이면서 동시에 기만

이다. 우리는 각자의 유전자에게 기만당하고 있으며 지

배받고 있는 중이다. 이것이 내가 느낀 매력, 네가 가진

매력의 진실이었다. 너에 한 나의 이러한 끌림이 내 사

랑의 본질이었다고 결론내리는 건 가슴 아픈 일이다. 나

에게 시작된 그 느낌은 사랑이 아니라 유전자 엔진의 가

동이었다.

내가 너에게 사랑에 빠진 것은 네가 잉 리시 페이션

트의 세부를 그렇게 따뜻하게 이야기했기 때문도 바흐

무반주 첼로 조곡 사라방드를 그렇게 쓸쓸하게 이야기했

기 때문도 네 얼굴의 기하학적 조형이 나를 사로잡았기

때문도 아니다. 그것은 내 후각신경이 너의 코퓰린 페로

몬에 반응했기 때문이다. 너의 코퓰린 분비가 왕성해지

는 날 나의 테스토스테론은 증가하고 나는 너를 만지고

싶어 안달했다. 이 역시 지배이자 기만이다. 그리고 너는

나의 안드로스테논 페로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페로몬

을 감지하는 우리 능력은 순전히 생리학적 본능이다. 우

리는 그 능력을 키우기 위해 애쓴 적이 없다. 우리에게

그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도 못했다. 페로몬에

한우리반응을우리는지금까지사랑이라고불 다.

나는 네게서 나는 솔잎 냄새를 무척 좋아했다. 노을로

붉게 타는 서해 해송에서 나는 그 냄새. 네 품에 얼굴을

묻었다. 너는 내게서 푸른 보리 풀 냄새가 난다고 말했

다. 네가 나의 체취를 좋아하는 것은 내가 너와 유전적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유전적 다양성은 유전적 적응 능

력을 높이기 때문에 우리 몸 속에는 유전적 다양성을 확

하려는 메커니즘이 장착되어 있다. 유전적 차이를 감

지하는 우리 능력은 유전적 다양성을 추구하는 유전적

본능이다. 우리는 이것을 학습한 적도 의식한 적도 없다.

바로 이런 것들이 우리가 경험하는 이끌림의 본질을 구

성한다. 이것을 우리는 지금까지 사랑이라고 불 다. 너

의 사랑은 너의 의지가 아니었다. 나는 자동기계처럼 너

를사랑했다. 우리가과연사랑했을까?

우리가 과연 사랑했을까, 하는 물음은 사랑이 무엇인

가 하는 물음에 의존한다. 사랑은 모종의 욕구이자 욕망

이다. 그것은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이다. 이것은 하

나의 지향적 행위이며 따라서 심적 사건의 범주에 속한

다. 사랑에 한 많은 담론들이 이 분명한 사실을 무시하

곤 한다. 의도적 행위와 기계적 근육운동 사이에는 제거

할 수 없는 개념적 간격이 존재한다. 눈에 먼지가 들어와

김명석(이화여 철학과 강사)

우리가 과연 사랑했을까. 우리의 사랑은 호르몬의 작용과 얼마나 어떻게 다른가. 널 만났을 때의 두근거림이

정말 화학적 작용에 불과한 것일까. 다소 건조한 지면에 봄비 같은 청량함을 주고자 본 에세이를 기획한다.

붉은

입술, 차가운

사랑

Page 19: sogang graduate school

2009년 5월 4일 19서강 학원신문 108호 에 세 이

반사적으로눈이깜빡이는것과추파를던지기위해윙크

하는 것은 모두 눈두덩 근육을 사용한 신체 운동이다. 그

러나 둘은 동일한 범주의 움직임이 아니다. 하나는 기계

적 행동이고 다른 하나는 의도적 행위이다. 윙크에는 뭔

가 다른 것이 있다. 그것이 없다면 의도적 윙크와 반사적

깜빡임사이엔아무런차이도존재하지않는다.

사랑은 호르몬이다, 사랑은 유전적 본능이다, 등의 이

야기는 사랑의 본성을 전혀 해명해주지 못한다. 사랑에

한 너의 관념은 너의 연애 경험에 의해 오염되어 있다.

내가 사랑에 해 성찰하기 시작했을 때 너는 나의 성찰

을 추상적이라고 불평했다. 그것은 연애를 많이 해보지

못한 사람의 사변이라고 놀렸다.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

은 연애를 많이 해본 너의 특권이다. 그러나 사랑이 의도

적행위라는것을너도인정한다. 너또한분명사랑이처

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신경생리학적 사건이라고는 믿

지 않을 테니까. 네가 나를 사랑할 때 너는 지향성, 의지,

의도, 목적을가지고있었다.

추상성을 배제하고 현실을 반 하고 경험을 받아들인

다는 명분으로, 또 다시 사랑을 순전히 육체적 사건이며

물리적 사건이라고 후퇴하지 말기를 바란다. 아 잠깐, 물

론 너는 그렇게 후퇴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너는 철저한

유물론자가 되면 되니까. 이 세계에 진정으로 존재하는

것은, 이 세계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것은 오직 물리적 사

건뿐이라고전제해도좋다. 사랑이든희망이든모든심적

사건은 이름에 불과하다고 말해도 좋다. 그러나 네가 철

저한유물론자가아니라면, 그래서자유로운심적사건들

의존재를, 지향적이고의도적인사건의존재를인정한다

면, 그리고 사랑이 그러한 범주의 사건에 속한다고 생각

한다면, 너는 네 사랑에서 신체 내부의 신경생리학적 과

정그이상을발견할수있어야한다.

심적사건은물리적시공간에서벌어진다. 그래서심적

속성은 항상 물리적 속성을 통해 실현된다. 의도적 행위

는신경생리학적과정과근육의움직임을동반한다. 사랑

또한 우리 신체 속에서 벌어지고 신체를 통해 구현되는

것이 확실하다. 유전자와 호르몬과 신경회로가 작동하지

않고서도 사랑할 수 있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 말은 사랑을 신경생리학적 과정과 동일시하거나 그런

과정으로 환원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니다. 심적 사건이 물

성에 의해 실현된다고 해서 심적 사건이 곧 물리적 사건

으로 환원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을 하려는 나의 의도는

물리적 속성으로 환원할 수 없다. 만일 사랑이 모종의 의

도적 행위라면 우리는 사랑이 단순히 유전자의 명령이라

거나호르몬분비의결과라고말하는데만족하지말아야

한다.

나는 내 속에서 벌어지는 자극작용과 신경세포와 화학

적프로세스를감지하지못한다. 만일페로몬이너에 한

내 사랑을 야기했다면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생각은 페로

몬의기만이다. 만일유전자가내사랑을야기했다면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생각은 유전자의 기만이다. 나를 움직이

는 것이 오직 이것들뿐이라면 나는 페르몬과 유전자의 매

트릭스에갇혀사랑하고기뻐하고그리워하고쓸쓸해하는

것이다. 그러나나에게일어나는심적사건을나는감지할

수 있다. 나의 쓸쓸함, 나의 그리움, 나의 두려움, 나의 슬

픔, 나의 분노를. 내가 이것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나의 신경회로와 호르몬과 유전자를 완전히 파악하고 있

기때문이아니다. 심적사건은단순히전자기파, 음파, 분

자, 압력 등 수많은 자극들, 그것을 받아들이는 감각적 수

용기들, 전기화학적신호전달, 그것을전송하고처리하는

실타래처럼얽힌신경세포들, 이모든것들이복잡하게서

로작용하는프로세스의복합이아니다.

모든욕구와행위는기본적으로쾌락, 즐거움, 기쁨, 행

복을 증 하려는 간접적 또는 직접적 목표를 가지고 있

다. 사랑이 모종의 행위라면 사랑 역시 행복을 증 하려

는 욕구에서 출발한다. 누구의 행복이며 누구의 쾌락인

가? 오직 나의 쾌락만을 추구한다면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너를이용해서나의쾌락을증 하려는노력에불과

하다. 사랑하는 이는 사랑받는 이의 쾌락에도 관심을 가

진다. 사랑하는 이와 사랑받는 이가 누리는 쾌락의 합이

일정할 때 사랑받는 이가 누리는 쾌락의 총량이 크면 클

수록사랑하는이의사랑이크다고말할수있다. 물론사

랑하는 이의 쾌락은 없고 오히려 고통이 증가될 때 너는

그것을 사랑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 경우 사랑받는 이가

받고 있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분명 쾌락의 공정

한분배이다.

네 생각이 옳은지 모른다. 그러나 사랑에서 보다 본질

적인 문제는 사랑이 어떤 행복의 증 , 어떤 쾌락의 증

를 의도하는가 하는 것이다. 너는 사랑에서 필수적인 것

이 성적 쾌락의 증 라고 말했다. 분명 성적 쾌락은 즐거

움과 행복의 모든 것이 아니다. 서로의 성적 쾌락을 증

한다고 해서 그것이 항상 사랑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쾌락이감소한다면, 삶의다른 역에서불쾌감이증폭된

다면, 아무리 성적 쾌락이 크다 하다라도 너는 나에게 사

랑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나아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항상서로의성적쾌락을증 하려고의도하는것도아니

다. 성적 쾌락은 사랑에서 항상 필요한 것도 항상 충분한

것도 아니다. 사랑은 서로 좋은 것을 추구하려는 욕구가

분명하지만 그 좋은 것이 반드시 언제나 성적 쾌락일 필

요는없다.

나는너에게가장드라이하고가장쿨한사랑을이야기

하고싶다. 한자세, 한욕구, 한행위가사랑이되기위해

반드시갖추어야하는필요조건을, 개별사랑의특수성이

아니라 모든 사랑들이 공유하고 있는 어떤 것을, 이성애

동성애 우정 모성애 부성애 형제애 자매애 사제의 정 동

료애 인류애 동정 자기애 등 사랑의 가능한 모든 자세들

이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을. 이것이 결여되면 사랑이 되

지않는것, 이것이강하면강할수록더강한사랑이되는

것, 나는그것을가지고너를사랑하고싶다. 나는너에게

그런 사랑을 받고 싶다. 식지도, 변하지도, 사라지지도,

끝나지도않는그런사랑을.

나는한갓 혼없는자동기계로태어나생각하는자아

에 이를 때까지 성장해 나간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누군가 나를 축하했다. 그녀는 내가 자기와 같은 시공

간에 거주하게 되었다는 점을, 같은 공동체를 형성하게

되었다는 점을 축하했다. 그녀는 내가 세계의 진정한 거

주자가 되기를, 공동체의 진정한 일원을 되기를 희망했

다. 내가 세계 내에 있는 사물들을 지각할 수 있기를, 내

가 타자를 인식할 수 있기를, 가치들을 지향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내가 참된 믿음을 가지기를, ‘참되다’라는 개

념을 가지기를, 그리하여 그 개념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내가‘좋다’라는 개념을 가지기를, 내

가‘아름답다’라는 개념을 가지기를 희망했다. 그것은 그

녀가나에게베푼가장기본적이고가장본질적인사랑이

었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네가 나와 함께

사물과 가치와 목적의 세계를 공유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나는 너를 이 세계의 공동 거주자로서 너를 수용

한다. 사랑은 자연세계와 공동체를 공유한다고 믿거나,

공유하기를 의도하고 공유를 확 하기 위해 노력하는 열

정이다. 사랑은 점령과 점유와 독점과 복속의 야욕이 아

니다. 사랑은 국경선을 초월한다. 사랑은 월경한다. 사랑

은 공동의 시공간과 가치를 만들기 위해 손을 마주 잡는

다. 동행하고동역하고약속하고합심한다.

나는 네가 잘못에 빠질 때 결코 기뻐하지 않는다. 네가

좋은 것을 행하고 아름다운 것을 만들 때 너보다 더 크게

기뻐한다. 네가 표현하는 것, 네가 재현하는 것, 네가 만

드는것, 네가행하는것, 네가말하는것, 네가믿는것이

이 자연세계와 잘 어울리기를, 마음들의 공동체에 잘 어

울리기를희망한다. 그리하여너를사랑한다는것은너를

참됨과선함과아름다움의추구자로인정하는것이다. 사

랑은세계를참되게, 좋게, 예쁘게, 표현하고표상하고재

현하고 구현하기 위해 너와 협력하는 것이다. 사랑은 너

를위해, 너를통해, 너와함께코스모스를발견하고코뮌

을만들려는욕구이다.

사랑하는 이는 사랑받는 이를 사물이 공유되는 자연세

계와서로의가치가공유되는공동체의한일원으로여기

고 실제로 그렇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사랑은 인

간 육체에 정신이 깃들게 하는 원초적 힘이다. 이 사랑은

그저 그런 물리적 사건들에 불과한, 육체들 속에 일어나

는 신경생리학적 과정들과 저기 바깥의 열역학적 소란들

을 결집하여 하나의 심적 사건을 만들어내는 중력이다.

이중력이약할때유전자와호르몬과페로몬의매트릭스

속에서 끊임없이 기만하고 기만당하고 상처주고 상처받

는다. 사랑의 중력은 물리적 사건을 넘어선 어떤 것이 출

현하는 곳으로서 세계를 인식할 수 있게 해준다. 진정으

로 사랑하는 이들은 세계를, 그 속에 있는 자신을, 타자

를, 혼들을, 사물들을, 이념들을더깊게, 더넓게, 새롭

게 인식한다. 이 차가운 사랑이 가장 뜨겁게 달아오를 것

이다. 붉은입술의고운, 너를향한불멸의사랑.

Page 20: sogang graduate school

20 2009년 5월 4일 서강 학원신문 108호특 별 기 고

제가보내드린‘홈플러스’관련항의서한(2009.

4.13.)에 한이사장님의답변서(2009.4.16.)를살

펴보자면, 항의서한에서의 질의 내용 중 약 250억

원의‘교비불법전용’등그핵심사안에관해서는

답변하시지 않으셨으며, 그 밖에도 수차 지적해 온

학교의 불합리한 모순점들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기에, 거듭질의하오니답변해주시기바랍니다.

1. 이사장님의‘답변서’(2009.4.16.)에 의하자면,

‘홈 플러스’관련 건물의 총 건축면적은 20,594평

인데 그 중 교육시설(국제 인문관 및 개교 50주년

기념관)이 차지하는 면적은 8,020평일 뿐이며, ‘홈

플러스’전용 주차공간 6,710평(총 면적의 32%)과

그 판매시설 5,864평(총 면적의 28%)을 합하여 상

업시설 면적(12,574평)이 총 건축면적의 60% 이상

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서강 학교가

8,020평의 교육공간을 확보하기 위하여 12,574평

의 상업시설을 유치하는 것입니다. 이에는 몇 가지

심각한문제점과의문점이제기됩니다.

1) 8,020평의교육공간확보를위해통상소요될

건축비는 략 300억원 정도일 것으로 추정됩니

다. 그렇다면, 제가 지적한 바 재단이 불법 전용한

‘교비 적립금’약 250억원으로도 그런 교육공간의

건축비조달이가능해질것으로보입니다.

2) 12,574평의‘ 형 할인매장’이 조성되면, 학

교 주변의 증가되는 유동 인구가 얼마나 될는지,

그리고아직까지극심한교통체증의유발관련‘교

통 향 평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는데, 서

강 학교 주변의 기존 유동 인구가 갑절로 증가할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또한 중소 규모 슈퍼마

켓이나 학교 주변 서민들의 상권을 말살하는 문제

등 주민들의 원성과 학교 이미지 손상으로부터 오

는서강 학교의명예실추가불을보듯뻔합니다.

3) ‘민자 유치’는, 본래 국가 공공시설의 사업이

나 국공립 학교의 교육시설에서 행해질 수 있는 사

업으로서의 개념적 성격을 띠는 것이며, 사립학교

의 경우는 교육 및 부 시설(기숙사 등)에만 해당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에‘교과부’의 관

련 규정이 바뀌었다고는 해도, 서강 학교가 건축

허가를 신청할 당시에는‘홈 플러스 입점 계획’으

로 신청된 것이 아니라 교육 및 연구 부 시설로

신청되었다고 하는데, 그런 까닭에 아직도 마포구

청으로부터 해당 시설의 건축 허가를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한편 학교 구성원들을

상으로 하는 편의시설과는 무관한 이런 시설의 유

치는, 서강 학교가 국내 사립학교 역사상 초유로

행하려는 것입니다. 이것이 학교의 교육이념에 부

합되는것입니까?

2. 이사장님께서는‘홈 플러스’관련 건물의 기공

식에서“ 학이이제‘상아탑’이라는이미지에서벗

어나시 의흐름에맞게지역사회기업과상생하여

학 발전을 이루어내야 한다”고 하셨다는데, 그것

이 과연 교육적 차원에서 이치에 합당한 말 인지,

쉽사리납득하기어렵습니다. 그리고학교의장래가

걸린이렇게중차 한사업을학교구성원들과의충

분한 논의와 의견 수렴 없이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

인지, 궁금합니다. 또한 들리는 바에 의하면, ‘학생

문화처’에서 이 사업에 반 시위를 하는 학생들은

징계하겠다고 하 다는데,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는결단코좌시하기어려운문제입니다.

3. 제가 학교의‘교수 인사’부조리를 지속적으

로 지적해 왔으며, 이에 관한 시정을 촉구해 왔습

니다. 그중에서도‘입학처장’의특혜성승진인사

를 위해 무리하게 급조한 특별 규정에는, 심각한

문제점이 있습니다. ‘봉사 업적’이 탁월한 교수를

특별 승진시킬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은, ‘사립학교

법 제53조’의 관련 법규에 그런 근거가 없는 것으

로, 전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더구나‘봉사 업

적’이 탁월한 교수를 특별 승진시킬 수 있다는 규

정을 제정하자마자, 그 규정을 곧바로 적용하여 승

진 심사를 행하고는 해당 교수를 즉시 승진∙재임

용(정년 보장)했습니다. 이는‘교수 인사’의 기본

원칙을 완전히 무시한 몰상식의 극치라 하겠습니

다. ‘봉사 업적’이 탁월한 교수임을 공정한 심사를

통해 입증하려면, 적어도 심사 규정을 제정한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한 뒤에 객관적이고도 공정하게

심사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사

장님께서‘입학처장’의‘봉사 업적’이 탁월하다고

주장하시는 것은,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주관

적인판단에불과합니다. 어떻게생각하십니까?

4. ‘교수신문’의 보도(2009.4.20.)에 의하면, 신

학 학원 소속 변희선 교수의 경우에는, ‘ 법원’

의 확정 판결과, ‘서울서부지방법원’의‘절차 이행

가처분’결정(2009.1.8.)을 학교가 받아들이지 않

았기에, 급기야는‘서울서부지방법원’이“이 결정

을고지받은날로부터10일이내에변희선교수에

하여 부교수 재임용 심사 절차 또는 교수 승진∙

재임용 심사 절차를 이행하지 아니할 때에는 학교

는 변희선 교수에게 위 기간이 만료된 다음날부터

그 이행 완료일까지 1일당 500,000원의 비율에 의

한 금원을 지급하라.”는‘간접 강제’결정(2009.4.

10.)을 내리게까지 되었다고 합니다. 학교가 법원

의 결정마저 따르지 않는 사유가 도 체 무엇인지

밝히시기바랍니다.

5. 이사장님께서도‘답변서’에서언급하신바있

듯이, 서강 학교는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않습니

다. 그러나‘예수회’가 운 하는 학교라서 깨끗할

것이라는 이미지가 언제부터인지 훼손되고 있는

듯합니다. 앞서 지적한 바 재단이 불법 전용한 약

250억원의‘교비’를 총장이 전체 교수회의에서 학

교로 곧 되돌려 놓겠다고 한 약속이 아직도 이행되

지 않는 이유가, 혹시 그 돈이‘주식’및‘펀드’투

자를 통하여‘반토막’이 되었기 때문은 아닌지, 해

명하시기바랍니다.

6. 신문 보도로써 알려진 로, 신학 학원 변희

선 교수의 린 임금 때문에 작년 4월(2008.4.4.)

에학교법인사무실의집기가가압류되어‘빨간딱

지’가 붙은 바 있습니다. 그 후 가압류를 해제하기

위하여 법원에 7,000만원을 공탁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습니다. 그런데 그 7,000만원의 공탁금이 마

땅히‘법인 일반회계’로부터 지출되었어야 할 것

임에도, 그 돈이 부당하게 학교의‘교비’에서 빠져

나갔다고 하는데, 그것이 사실인지 밝히시기 바랍

니다. 그렇다면 현재까지 학교의 제반 소송 관련

비용도혹시‘교비’로지출해온것은아닌지, 밝히

시기 바랍니다. 이는 재단의 법적 책임을 학교에

떠넘기는 것으로서, 그것이 위법적인 행위(교비 횡

령및배임)가되는줄을알고계십니까?

7. 예전에 재단의‘전임 상임이사’가 학교의‘교

비’중 10억원을 송두리째 날려 버린 일도 있지만,

아직도 이에 한 해명조차 이루어진 바 없습니다.

그 밖에도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심각한 문제가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제 곧 신임 총장

이 선임될 예정입니다. 재단은 학교의 제반 문제점

들을 속히 시정하여, 학교가 신임 총장과 더불어

밝은 미래를 향해 매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시기바랍니다.

2009. 4. 21.

서강 학교 교수협의회 회장 정 요 일올림

※이에 한 답변은 4월 30일 이후 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재단이사장님께드리는공개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