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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27일 금요일 9
새책▶인생이 풀리는 만능 생활 수학(크
리스티안 헤세 지음 강희진 옮김)=독
일의 유명한 수학자인 저자는 수학은
세상 모든 일에 조금씩 발을 담그고 있
다 고 말한다. 그의 말마따나 비행기가
날아가는 것도 교각이 버티고 있는 것
도 모두 수학 덕분이다. 수학은 일상
속 문제를 풀 때도 도움을 준다. 마트
에서 줄 서기부터 모두가 행복한 가사분담까지, 여러 가
지 문제를 푸는 수학 감각이 빛난다. 해나무. 1만6000원.
▶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
(마리즈 콩데 지음 정혜용 옮김)=
2018년 노벨문학상의 대안으로 만들어
진 뉴 아카데미 문학상 을 수상한 작
가의 대표작이다. 17세기 말 미국의 작
은 마을 세일럼에서 마녀로 몰렸던 흑
인 여성 노예 티투바의 삶을 그렸다.
역사 속 한 줄 기록으로 남아 있던 인물이 작가의 상상으
로 새롭게 태어나 여성과 흑인, 유태인 등 타자 소수자들
과의 관계를 통해 인간적 연대와 공감의 희망을 보여준
다. 은행나무. 1만3000원.
▶백년의 변혁(백낙청 임형택 도진
순 외 지음 백영서 엮음)=1919년과
2019년의 대화를 통해 3 1운동 100주
년을 조명했다. 그 과정에 역사학, 한문
학, 정치학, 사회학, 인류학 등 국내외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함께했다. 이
들은 3 1에서 촛불혁명으로 이어지는
긴 시간을 꿰뚫으며 3 1의 의미를 되짚고, 그 이후 누적돼
온 운동과 사상에 대해 이야기 한다. 창비. 1만8000원.
▶제목은 기억 안 나지만 표지는 파
란색이에요(엘리아스 그리그 지음 김
재성 옮김)=서점을 누구나 머물고 싶
고 새로운 흥미를 만나는 공간으로 만
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서점에서 일
하는 저자가 카운터를 사이에 두고 고
객을 만나며 일기처럼 적은 일에선 그
답이 읽힌다. 책과 서점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바람직
한 공존을 보여준다. 뮤진트리. 1만4000원.
▶딱, 일곱 명만 초대합니다!(오채
지음 한지선 그림)=창의적 체험 활동
시간을 좋아하는 주인공은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뜻밖의 여행길에 오른다.
시작은 설렜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은
혼란의 연속이다. 성장통을 겪듯 아이
들은 그 속에서 선택과 결정을 하고 확
신과 후회를 반복하면서 한 뼘 더 성장한다. 그 이야기를
유쾌하게 담았다. 문학과지성사. 1만원.
▶조선셰프 서유구의 꽃음식 이야기
(풍석문화재단음식연구소 지음)=조선
최고의 요리백과 정조지 에 담긴 꽃을
활용한 음식 40가지를 선별했다. 죽과
탕, 전과 면, 꽃을 볕에 말려 음식에 활
용하는 법, 술에 꽃 향을 들이는 법 등
다양한 조리법을 연구하고 복원해냈다.
이를 활용한 현대 음식 47종도 함께 실었다. 사계절의 꽃
음식 이야기를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자연경실. 2만원.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어느 교사가 말했다. 교사라는 직
업이 한강에 떠 있는 오리배를 닮았
다고 생각해요… 가르친다는 게, 특
히 초등학생을 가르친다는 게 밖에
서 볼 때는 참 평화롭고 쉬운 일처
럼 비취잖아요. 하지만 그렇게 평화
롭게 보이기 위해서 그 안에서 우리
는 쉼 없이 페달을 밟아야 하죠.
청소년들의 희망 직업 상위권에 교사가 있다. 운동선수,
유튜브 크리에이터 등 선호도가 바뀌고 있다지만 초 중 고
아이들에게 교사는 여전히 선망의 대상이다. 그 길에 들어선
새내기가 그 직업의 세계 를 가감없이 풀어낸 책이 나왔다.
제목부터 비장하다. 신규교사 생존기 . 살아남느냐, 마느냐
의 갈림길에서 고상훈 교사는 살아남았고 초등학교 선생님
으로 보낸 지난 3년의 치열했던 삶과 고민을 털어놨다.
1 더하기 1 가르
치는 게 뭐가 어렵
냐? 나도 지금 당장
가르치겠구만. 초
등학교 선생님이면
편한 거지. 애들 영
화 보여주고 축구하면 되는 거 아냐? 그는 초등교사가 된
이래 이런 말을 자주 들었다고 했다. 가까운 친구들마저
자신의 힘든 페달질 을 사소하게 여기는 일이 속상했다.
신규교사 생존기 는 오리배가 안전하게 강을 건너기
위해 얼마나 무수한 페달질이 이루어지는지 보여주는 경
험담으로 짜였다. 아는 길도 돌아가고 쉬운 것도 실수하
는 신규 교사 지만 아이들을 위한 마음 하나로 용기와 패
기가 넘쳤던 시절이 그곳에 있다.
아이들보다 먼저 태어나 삶을 가르치는 이들이 선생(先
生)님인 만큼 그들보다 앞서 살아오면서 얻은 실패의 소
중함을 나누려 열었던 교실자치, 소아암 환아들을 위해 진
행한 인권 프로젝트, 아이들의 다독증후군을 고쳐주려 시
도한 새로운 독서교육 등 신규 교사의 열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일화가 펼쳐진다. 처음 담임교사가 되면서 아
이들을 편견없이 생각하기 를 좌우명으로 삼은 사연도 나
온다. 하지만 그 다짐을 지키지 못한 자신이 실망스러웠고
그럴 땐 상처를 받았을 아이들에게 편지를 썼다. 아직은
선생님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싶어 하는 것 같지 않지만,
나중에라도 선생님한테 서운하거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언제든지 와서 이야기해 줘. 기다리고 있을게.
한그루. 1만3500원. 진선희기자
이 책
1 더하기 1 가르치는 게 뭐가 어렵냐 고 하지만 고상훈 교사는 초등 선
생님의 처지가 평화롭게 강을 건너기 위해 쉬지 않고 페달질을 해야 하
는 오리배를 닮았다고 했다.
참나무 줄기 그런 거 해서 깔깔
한 보리쌀에 넣어서 만든 죽 우리
한테 줘. 그런 거 동생은 안 먹었
어. 난 살려고 하니까 먹어지는
거라. 아버지도 없으니까 남들처
럼 벌어올 수도 없고. 다 굶어 죽
을 건데 산 것도 기적이지.
1938년생으로 제주 4 3 당시
제주읍 봉개리에 거주했던 강숙자
할머니. 아버지는 대전형무소에서
행방불명됐고 막내 여동생은 굶어
죽었다. 이모 둘도 희생당했다. 그
는 무사 경 죄어신 사람들을 죽
여 라며 4 3사건 생각만 하면 징
글징글하다 고 말한다.
강숙자 할머니처럼 4 3의 그날
과 그날 이후를 간신히 헤쳐온 제
주여성들의 삶에 대한 기록이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창립 30주년
을 맞은 제주4 3연구소에서 4 3
생활사총서 1권으로 내놓은
4 3과 여성, 그 살아낸 날들의
기록 이다.
구술채록집에는 8명의 사연이
담겼다. 그들은 1922~1938년생으
로 4 3무장봉기가 발발한 1948년
을 기준으로 27~11살이었다. 구술
자들은 어느덧 여든 살이 넘었다.
4 3을 건너온 이들이 고령으로 하
나둘 세상을 뜨거나 기억력이 흐
릿해지는 현실에서 이들이 들려주
는 이야기는 값지다. 누구하나 기
구하지 않은 삶이 없고 여성으로
서 겪었던 아픔은 더했다.
채계추 할머니는 4 3 때 밀가루
배급을 받으러 갔다가 진통을 느
꼈다. 말 구르마(달구지)를 얻어
타고 불타버린 집터에 임시로 만
든 움막으로 들어가자마자 아기를
낳았다. 산후에 피를 맑게 한다는
메밀가루는 구경도 못했고 바닷고
기가 없어서 자리를 구해 국을 끓
여 먹었다. 이승례 할머니는 북촌
리의 오늘을 일군 건 동네 여성들
의 물질이라고 말했다. 강숙자 할
머니는 겨울철 살이 끊어질 정도
로 죽을락 살락 물질을 해 재산을
모으고 집터를 샀다. 이문자 할머
니는 문도 없이 가마니 하나 걸친
채 살아야 했던 나날을 떠올렸다.
4 3을 연구하는 허호준 기자는
책머리에 실린 제주4 3과 여성의
기억 에서 4 3을 마주할 때 상상
할 수 없는 처절한 역사의 현장을
목도하고, 경험한 이들의 고통과
기억을 공감하지 않고서는 4 3의
역사는 물론 4 3체험세대들을 온
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며 4 3시
기 여성들의 일상을 들여다봄으로
써 우리는 4 3의 전체상에 한 걸
음 더 나갈 수 있다 고 했다. 도서
출판각. 1만5000원.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참나무 줄기 넣은 죽, 살려니까 먹었지
오사카의 어디냐고?/ 그럼, 이쿠
노(生野)라면 알아들을라나?/ 자
네가 거부했던 무엇일 테니/ 꺼림
칙한 악취에게나 물어보게나./ 물
크러진 책상은 지금도 여전할 거
야./ 끝내 열지 못한 도시락도./
빛바랜 꾸러미 그대로/ 어딘가 틀
어박혀 숨어 있을 거야.
재일 김시종 시인의 이카이노
시집 (1978)의 첫머리에 실린
보이지 않는 동네 의 일부다. 시
집은 일본 오사카에서 재일조선인
들이 집단촌을 이루고 살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시인은 이카이노
시집 을 두고 삶의 후반기 가 시
작되는 작품집이라고 했다. 독자
들에겐 김시종의 문학과 사상의
궤적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창
작집일 듯 싶다.
이카이노 시집 을 시작으로
계기음상(季期陰象) (1992), 화
석의 여름 (1998) 등 일본과 두
개의 조선, 그것들 사이의 틈새에
서 형성된 감응과 감각 등에 손을
내밀어온 김시종의 문학 세계를
살필 수 있는 세 권의 시집이 우리
말로 번역 출간됐다. 이들 시집은
이진경 심아정 카게모토 쓰요시
와다 요시히로 네 명이 역자로 참
여했고 한 권으로 합본해 묶였다.
계기음상 은 독립적인 단행본
으로 나온 적이 없는 시집이다. 대
체로 화석의 여름 과 광주시편
(1983) 사이에 쓰여진 시들로 이
루어졌다. 화석의 여름 은 4 3의
피바람을 피해 제주를 떠나 밀항
자로 상륙한 날(6월 6일) 등 시인
의 삶에서 결정화된 상징적 시간
이 스며 있다.
말미엔 시인과의 대담을 실었
다. 초현실주의에 가장 크게 영향
을 받았다는 시인은 말한다. 현
대에 들어와서 시가 외면당하는
이유는 필자들이 독자들에게 보내
는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자
기만의 세계에 보내기만 할 뿐. 그
리곤 그것을 두고 순수함이라고
하니 그건 틀린 소리지요. 시라는
것은 만인 공통의, 인간의 본성적
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란 생각이
에요. 도서출판 b. 1만50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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