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호 ( 48th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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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평화를 일구는 농도상생마을공동체 2014 07 제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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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 아미산자락 효제곡마을과 서울 북한산자락 인수마을을 오가며 농촌과 도시에서 농도상생마을공동체를 일구는 사람들의 삶을 증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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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평화

일구

농도

상생

마을

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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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

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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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학교 아이들이, 땅에 떨어져 눈감은 호랑이지빠귀에게 무덤을 만들어 고이 묻어주고,

새 지킴이 붙임딱지를 만들어 창문에 붙였다고 합니다. 자신들 그림이 진짜 맹금류처럼 보이

도록 팔 아프게 색칠했다는 [마을학교] 아이들 이야기를 듣고선, 생명을 잘 보내주는 것과 생

명을 지켜주는 것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언제나 다른 생명과 공존하고 있

다는 것을 의식하면 일상이 달라지지요. 대학생들이 공동체방을 이루어 살아가는 [청춘답

게] 글을 읽으니, 혼자 살 때는 전혀 문제로 여기지 않던 일들을 새로이 고민하게 되는 것, 함

께 사는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이구나 싶습니다. 각자의 생명력으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삶이

더 깊어지고 울창해져서 서로에게 배우고 가르치는 배움의 숲을 이루는 모습을 홍천마을에

서 느낍니다.

7월 17~19일 강원도 홍천에서 펼쳐지는 밝은누리움터 여는 잔치를 앞두고, 가까이 혹은 멀리

서 든든히 연대하시는 분들이 보내주신 잔잔하고 굳건한 당부말씀으로 48호 마을신문 머리기

사를 전합니다. 다음 호에서는 여는 잔치에 자리해주신 분들 목소리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아름다운마을> 편집장 최소란

<아름다운마을> 펴낸 곳 생명평화연대 기자 최소란 김준표 김승권 원유미 정인곤 디자인 서아름 김준표 오승화 고경환

문의 02-999-9294 누리편지 [email protected] 누리집 www.maeullo.net 후원 국민은행 487101-01-369173 예금주 생명평화연대(마을신문)

02 아름다운마을이 들려주는 이야기 ┃ 최소란

03 배움의 숲 새 문명을 여는 배움터가 되기를 ┃ 박재순, 오세택, 박순웅, 강민정, 장인록

08 함께 산다는 것 함께 커가는 우리 생일 잔치 ┃ 최지현

10 마을학교 우리가 만든 새 지킴이 붙임딱지┃마을초등학교 3, 4학년 학생들과 선생님

12 청춘답게 시원하고 든든한 관계를 꿈꾸는 대학생 공동생활 ┃ 장철순

14 꿈꾸는 일터 생명 살림의 가치를 몸으로 살아내기 ┃ 박준석

16 마을이웃 모든 걸 나누는 생활에서 희망을 봅니다 ·진지하게 하게 된 '몸'에 대한 성찰 ┃ 김동원, 김성욱

18 農생활 홍천마을 農생활 날적이 ┃ 이한영, 박민선, 장윤희, 오승화

22 그리고 토마토 ┃ 김경희

23 고마워요 터전에서 받은 귀한 선물

24 알림 생동 여름나기 학교

글 싣는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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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숲

고등·대학 통합과정 삼일학림 여는 잔치가 7월 17~19일 강원도 홍천 밝은누리움터에서

열립니다. 꾸준히 농도상생마을공동체를 일구어온 발걸음과 삼일학림 과정을 지켜보며 응원

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데, 지면 관계상 몇 분의 축하말씀을 담아봤습니다<편집자 주>.

삼일학림(三一學林)의 탄생을 축하한다. 생각과 지식, 지혜와 깨달음을 몸, 맘, 얼로 ‘배서 움트게’ 하는

학교가 되기를 바란다. 새 삶, 새 시대, 새 문명을 배서 움트게 하는 학교가 되면 좋겠다. 여기서 새 삶과

문명을 낳기 위해서 먼저 새롭고 참된 나를 낳는 이들이 많이 나오기 바란다.

삼일(三一)이라는 말에 깊은 뜻이 있다. 셋은 만물을 나타내면서 ‘섬’(立)을 나타내기도 한다. 다리가 셋

이면 무엇이든 잘 선다. 셋은 만물, 만인이 다 함께 제대로 서는 것을 나타낸다. 사람도 생명도 만물도 하

늘을 향해 곧게 서는 것이 보람이고 목적이다. 하나는 모든 것이 비롯되는 처음을 뜻하고 나누어질 수 없

는 전체 하나를 나타낸다. ‘하늘, 하나님’은 모든 것이 비롯되는 처음이면서 나눌 수 없는 전체 하나다. 셋

이 만나 하나로 돌아가고 하나를 잡아서 셋을 포함한다고 했다. 만물 속에 하나가 있고 하나 속에 만물이

있다. 삼일운동은 민주, 민족의 자주독립, 세계평화를 지향하는 우리나라의 정신과 철학을 담고 있다. 다

함께 서서 민주와 민족의 독립과 세계평화를 실현하는 삼일학림이 되기를 바란다.

씨알사상연구소장 박재순 | 박재순 선생님은 인수터전 가까이 살고 계시고, 지난 공동체지도력훈련원 연수회에서

한국의 창조적 사상, 유영모와 함석헌의 씨알정신을 강의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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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숲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삼일학림 학생 주원의 엄마 강민정입니다. 서울 수유에서 이곳 홍천터전까지

열심히 뛰어오신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우리 아이들의 열정과 활기로 가득 찬 그곳, 그래서 더욱 함께하

고 싶은 홍천! 그 이름만 들어도, 보아도 희망이 느껴지는 삼일학림 개교를 축하드립니다.

주원이는 생동중학교에서 소통하는 힘과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가짐을 배웠다고 합니다. 좋은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과 친구들 이번 기회를 빌어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자식을 통해서 저희도 배우고, 느끼며

조금씩 변화하는 삶을 살아가는 듯합니다.

아이는 입학 후 자연스럽게 적응하며 재미를 느끼며 마음을 두고 공부하려는 목표가 있다고 하네요. 낯

선 교육시스템을 괜히 걱정했나 봅니다. 부모가 여유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어요. 앞으로

도 우리 아이들 개성과 고유한 색깔이 잘 계발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고등·대학 통합과정과 학점제

를 최초로 적용하셨다는 선생님 말씀이 떠오릅니다. 대안교육의 참교육을 선도하는 삼일학림, 더 나아가

우리 아이들이 만들어갈 멋진 세상을 기대합니다.

강민정 | 아이가 다섯 살일 때부터 마을배움터와 인연을 맺어 생동중학교에 이어 삼일학림까지 함께하시는 든든한 학부모

학림을 시작하고 오랜만에 온 너(태주)는 “아빠! 아빠는 타인을 믿을 수 있어?”, “음, 그런 경우는 방관자

의 이기주의이지 않을까?”, “이런 소비는 좀 과하지 않나?” 등의 표현을 했지. 그리고 아빠를 바라보는 웃

음에 여유가 있고 목소리도 차분한 것에 아빠는 흐뭇해지기도 했지만 동시에 ‘우웃, 이눔 봐라!’ 하고 긴장

감이 생겼단다. 아빠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알게 된 너의 성장이 대견하기도 했지만 내가 낯선 사람 앞

에 서 있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단다. 낯선 것이 아빠 앞에 밀착되어 나타나니 아빠가 생각이 많아지

고 마음도 분주해졌음을 고백한다.

네가 학림에서 보내는 하루하루 일상이 너를 변화시키고 있음을 본다. 때문에 너로 인해서 듣게 되는 학

림의 이야기와 마을의 기운을 아빠는 잘 기억하려 애쓴단다. 그 기억 속에 생활하며 주변과 새로운 관계

맺기를 하다보니 아빠 몸과 마음에 있던 과거의 습관들, 변화되지 않을 것 같던 성격을 망각하게 되는 일

을 경험하고 있다.

네가 학림과 마을이라는 관계 그리고 그 안에서의 새로운 배치를 통해 서로를 새롭게 생성해내고 있다

는 믿음이 커질수록 아빠의 삶도 진중한 과정이 되어가고 다른 이의 변곡점이 되어간단다. 네가, 학림이,

마을이 아름다운 기운을 힘차게 축적해나갈수록 근접해 있는 관계뿐만 아니라 멀리 떨어져 있는 임의의

사람들도 변화됨을 바라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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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경이로운 출발을 시작하는 학림! 체념 가운데 있고 상처투성이이며 어찌할 바 모르며 방황하는

이 세대에게 아름다운 낯설음을 주는 중심이 되길 온 맘 다해 축복합니다.

장인록 | 황홀한 기타 실력을 가지고 있으며, 아이들에게 항상 본이 되는 삶을 살려고 애쓰시며,

밝은누리움터가 걸어가는 길을 아낌없이 지지하고 격려해주시는 학부모

이 시대 방주를 짓는 사람들의 학교라 확신합니다. 자기애적 욕망의 늪에 빠진 사람들을 건지기 위한 공

동체가 시작되고 그 정신을 구체화하기 위해 학교를 열었는데 이제 고등·대학 통합과정이 생겼다니 정

말 축하할 일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자기애적 욕망이 아니라 그리스도애, 타자애적 섬김의 삶을 발견하

고 실험하고 익히는 복이 있길 기도하겠습니다. 이 일에 주인이 주님이 되셔야 하기에 멀리서나마 기도

하겠습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소망이 되고 도전이 되는 삼일학림의 개교를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기독청년아카데미 원장 오세택 | ‘일가 김용기 장로와 가나안농군학교’를 연구하며 일가정신을 계승하려

두레교회와 기독청년아카데미에서 이 시대 청년지도력 양성에 힘쓰고 계십니다.

이야기 하나. 우리집 앞마당에는 여러 화초와 나무들, 그리고 잡초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다. 키 큰 해바

라기가 있는가 하면 그 밑에 노랗고 하늘색인 채송화가 한껏 뽐내고 있다. 벽 줄기를 타고 올라가는 수세

미와 담쟁이, 나팔꽃이 키가 크든 작든 다투지 않고 개성들을 드러낸다. 홍천에 와서 5년째를 맞이하는

배움의 숲에도 이렇게 서로 자라나기를 바라며 축하한다.

이야기 둘. 지난 가을 수타사 계곡 길을 걷고 있었다. 유난히도 많은 도토리나무에 여기저기 떨어진 도

토리. 등산객들이 오가면서 도토리를 줍는다. 대부분은 큰 것을 모아 가방에 넣고 작은 것은 여기저기에

던져 버린다. 옆에서 지켜보다가 순간 이런 생각을 했다. 저 큰 도토리는 가져가 기껏해야 도토리묵밖에

뭐 할꼬. 그러나 여기저기 흩뿌려진 도토리들은 이듬해 싹틔워 도토리의 본분인 도토리나무로 자라날 것

이다. 근사하게 그리고 또 다른 도토리가 나올 것이다. 배움의 숲은 작지만 세상에 생명과 평화의 씨앗들

이 되길 바란다.

이야기 셋. 동면 지역에서 몇 년 전부터 사과를 재배하고 있다. 교우 중 한 분이 사과를 선물로 가져와 먹

을 때마다 생각했다. 사과를 반쪽 자르면 사과 씨가 나온다. 그 사과 씨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사

과 씨에서 사과가 나온다는 것을, 배움의 숲 역시 숲에는 늘 씨가 있고, 그 씨앗은 언제나 작다는 것을, 그

러나 생명은 거기서부터라는 것을….

박순웅(동면감리교회) | 너브내가 좋아서 귀신 되려는 농부섬김이 박순웅입니다. 자연을 좋아하다보니 마누라 조각가

정혜례나 씨를 만나 1남3여식을 낳아 21년째 지역의 교우들과 살고 있습니다. 후배 두 가정과 함께 밭농사 4,000평을 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재배된 생명의 먹을거리는 도시교회 조합원들에게 시집보내고 있습니다.

아현교회 생협매장을 섬기는 일꾼으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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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밝은누리움터>는 중등교육과정인 <생동중학교>와 고등 대학 통합과정인 <삼일학림>이 강원도 홍천에서

함께 살며 배우고 익히는 터전입니다. <삼일학림>은 2014년 올해가 여는 해고, <생동중학교>는 3년, <마을학

교>는 13년째를 맞습니다. 농촌과 도시에서 생명평화를 구현하는 마을공동체를 회복하고, 먹고 입고 살고 즐

기는 일상생활 속에서 서로 살리는 삶을 만들어가는 농도상생(農都相生) 마을공동체 운동을 토대로 세워진 배

움터입니다.

1991년 청년학생 교육과 지도력 훈련으로 시작되어, 2001년 서울 북한산 <인수마을>, 2010년 강원도 <홍천

생명평화마을>, 2012년 경기도 군포 <수리산마을>, 2014년 경기도 양평 <지평마을> 등으로 이어지고 있습니

다. 마을공동밥상, 마을신문, 지역NGO, 다양한 품앗이 등을 통해 삶의 실제 필요를 함께 해결하고 사라져가는

‘마을’의 가치와 의미를 회복하고자 힘씁니다. 각 마을은 공동육아, 품앗이, <마을학교>를 통해 초등 이전까지

교육하고, 중등이후 과정은 <밝은누리움터(생동중학교+삼일학림)>에서 함께 교육합니다.

<삼일학림>은 청소년, 청년, 성인이 함께하는 배움터입니다. 학년 구분 없이 과목선택 학점제로 운영합니

다. 하늘땅살이(농사), 집짓기(건축), 만들기(생활기술), 얼밝히기(철학,종교,역사), 살림(수신,양생), 고운울

림(생활예술) 등이 필수과목입니다. 다른 나라말글, 수학, 과학, 사회, 경제 등은 선택과목입니다. 배우고 싶은

과목 개설을 요청하거나, 배우는 이가 스스로 기획하고 익힌 후 학점을 부여받기도 합니다.

우리는 역사와 문명 전환이 동시에 일어나는 큰 변혁기를 살고 있습니다.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허망하게 울

려 퍼진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는 소리는 이미 우리 시대를 깊게 지배하고 있던 소리입니다. 우리 삶

과 문명을 근원에서 성찰해야 함을 깨우치는 사건입니다. 큰 전환일수록 분별력이 중요합니다. ‘학습과잉_사

유빈곤_생명피폐’가 함께 전개되는 기이한 현상은 한 문명의 생명력이 소진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입니

다. 교육시장 상품으로 전락한 학습, 대입과 취업을 위한 경쟁 도구가 되어버린 교육은 진리를 향한 열정과 성

찰, 참된 사유능력을 키울 수 없습니다. 배우는 이들의 고유하고 다양한 생명력을 시들게 합니다. 배움과 삶이

괴리되어 끊임없이 불안이 조장되고 창조성과 주체성을 훼손합니다. 참된 배움은 삶과 관념이 순환하며 생명

력을 높이는 것이고, 다양한 생명들과 더불어 사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라 믿습니다.

<밝은누리움터>는 생명기운이 더욱 힘차게 약동하게 돕고 가르칩니다. 생명을 존중하고, 하늘 땅 생명들과

더불어 사는 힘을 키우고, 평화를 위해 함께 실천합니다. 삶의 자기규율을 증진하는 배움과 익힘, 일상을 주체

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삶의 기술을 배우고 익힙니다. 하늘 땅 생명들이 서로 어울리는 아름답고 밝은 누리로

움트라는 명받아, 함께 배우고 익히고 실천하는 터전입니다.

그동안 생동중학교와 삼일학림이 홍천터전에 자리 잡고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많은 사랑과 관심을 보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고마운 분들을 ‘밝은누리움터’ 여는 잔치 한마당에 초대합니다.

밝은누리움터 지기 최철호

‘밝은누리움터’ 소개·초대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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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밝은누리움터’ 여는 잔치 한마당

17 (목) 18 (금) 19 (토)

9:00~10:30 <앞마당 잔치>

7:30~8:30 밥상

9:00~11:00 <주제강의>

문명의 합류와 전환 :

과학, 종교, 철학

-이정배 (감신대 통합학문연구소 소장)

10:30~12:00 <기념강연>

생명문화를 일구는 삶과 교육

-문동환

(한신대학교 명예교수)

밝은누리움터 삶과 얼

-최철호

(밝은누리움터 대표)

11:00~12:30 밥상 12:00~1:30 밥상

2:00~2:40 <기념강연>

청년아, 나를 딛고 오르거라!

-이승장 (성서한국 공동대표)

12:30~2:30 <함께 나누는 이야기>

살림 영성 평화...!

-이영숙(디아코니아자매회)

-송강호 (개척자들)

1:30~4:00 <축하 한마당>

마당놀이

풍물공연

축하공연과 음악회

축사

박형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초대 이사장)

....

박원순 (서울시장)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오세택 (청년아카데미 원장)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민병희 (강원도 교육감)

2:40~3:00 쉼 2:30~3:00 쉼

3:00~5:00 <주제강의>

생명농업과 생명운동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

3:00~5:00 <주제강의>

마을 인문학과 문화주권

-임재해 (안동대학교 교수)

5:00~6:30 밥상

6:30~9:00 <함께 나누는 이야기>

더불어 사는 삶과 교육

-정태일 (사랑방공동체)

-김인수 (민들레공동체)

6:30~8:30 <주제강의>

자연의 지혜와 건강한 집짓기

, 물, 불, 공기, 흙, 나무

-이화종 (구들황토방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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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새울이(첫째 아이)가 먼저 엄마 자

궁에서 길을 잘 열어주어, 쑴~풍 쑤욱~ 하 고

해울이(둘째 아이)는 시원스레 세상을 맞이했

었습니다. 아이를 한 명 임신하고 낳고 기르

던 제게도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그 첫 경험

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실패감이 있었는데,

‘한 몸 이루고 있는 공동체’라는 ‘든든한 자궁

의 힘’으로 그 과정을 넘고 건너는 엄마 지혜

의 모습에 더불어 해방감과 감동 누렸던 기억

이 생생해요.

새울이가 지어준 ‘우리’라는 태명에서, 태어

난 지 22일이 되는 날 ‘우리’는 ‘해울’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죠. 따뜻하고 밝은 기운으로 우리

사회, 삶 곳곳에 막혀 있는 것들을 비춰주고

뚫어낼 수 있는 건강한 아이로 쑥쑥 자라길 소

망하는 엄마아빠, 이모삼촌들의 마음이 담겨

진 이름으로 하루하루 해울이는 자라나고 있

습니다.

몸을 뒤집고 되집기를 했던 때, 상을 짚고 혼자 일어서서 웃어 보이던 때, 며칠 꼬박 고열로 앓더니 부

모, 이모삼촌들의 기도와 사랑으로 털고 일어나 다시 장난꾸러기로 돌아왔던 때, 앓는 과정을 지나며 해

울이 안의 면역력으로 싸워 이겨내고 “엄~마”라고 분명히 부르며 아름다운 생명력을 보여주었던 때, 상

을 잡지 않고도 발가락에 잔뜩 힘을 주고 홀로 몇 초를 버티던 때, 하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먹고

싶은 것도 많아지며 조르기도 하고 우는 소리를 괜시리 내보기도 하는 날마다 때마다의 변화들이 신비로

울 뿐입니다.

처음 품앗이를 한 날 엄마 젖꼭지를 앞니로 꽉 물어 자기 마음을 표현하며 언어가 아닌 깊은 교감과 사

랑으로 소통하는 것에 대한 과제를 우리에게 던져주었던 해울이. 걸음마를 시작하며, 생후 12개월이 되

어가며, 자신의 욕구를 분명하게 드러내기도 하고 궁금한 것들도 많아져 우리의 지혜와 육아역량을 성장

케 도와주는 해울이가 참으로 귀한 선물 같아요.

함께 커가는 우리 생일 잔치

함께 산다는 것

우리들의 아이로 잘 자라왔고 자라갈 해울이와 함께 찍은 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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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태어나 해울이가 첫 생일을 맞이하던 즈음 돌잔치를 어찌 준비할까 마음을 모으던 중에 지혜와 욱

표 오빠의 고백을 들었습니다. 해울이를 맡겨주신 하늘의 뜻을 잘 새기며 정성껏 키우되 자녀를 부모만

의 것으로 소유하려는 욕망을 경계하며 해울이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 안에서 소박하게 축복해주는 시간

을 갖기로 했습니다.

오분도미 닮은 편지지에 해울이 향한 마음 담아 읽고 있다. 해울이가 가까이 걸어와 미소 지으며 이모의 마음에 화답해준다. ↓

↑ 정성껏 준비한 돌잡이 물건들을 이모들이 해울이에게 아주 재미나게 설명하고 있다.

↑ 사랑이 담뿍 담긴 편지를 혜현이모가 읽고 있다

해울이의 소박한 돌잔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 모두 기뻤죠. 제게 이런 관계와 공동체가 있었으면

예은이의 돌잔치도 분명 달랐겠지… 잠시 생각하게도 되었어요. 맥락 없는 사람들을 모셔서 잔치를 하

는 것에 대한 불편함도 있었지만, ‘우리 아이’라고 부를 만한 관계망이 있지 않았기에, 조용한 불빛 아래

에서 기도와 세족식으로 아빠, 엄마, 예은이 이렇게 셋이 돌잔치를 했던 그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해울이

돌잡이를 준비하는 중에 예은이가 “엄마, 나는 돌 때 뭘 잡았어요?” 하고 물으니 돌잡이라도 좀 할걸… 하

는 아쉬움과 미안함이 저 깊은 곳에서 올라오더군요. 돌잔치와 무관하게 우리의 아이로 잘 자라나고 있

는 예은이를 생각해볼 때, 건강하게 우리의 아이로 자라왔던 해울이의 지난 1년이라는 시간이 마냥 대견

하고 은총이더군요.

그 마음으로 이모들과 함께 해울이의 첫 생일잔치를 열었어요. 함께 삶을 나누며 이모들의 고백과 성찰

들, 흘리던 눈물 콧물 다 보고 느꼈을 해울이를 다시금 귀한 지체로 맞이하는 마음이었죠. 해바라기처럼

이모들을 바라보며 웃어주고 안겨주는 우리 해울이 앞에서 이모들도 해바라기처럼 재롱도 떨고 돌잡이

할 때는 온갖 유치한 방법으로 유혹하며 참 즐거웠습니다.

해울아, 이모들이 준비했던 돌잡이 뜻대로 분별과 열정, 방향 잃지 않기를! 순수하고 향기롭고 아름다

운 사람으로 자라기를! 지체들의 허물을 잘 닦아주는 사랑의 사람으로 잘 자라기를 기도한다.

지혜야, 한 가정의 아이로 가두어 두지 않고 우리의 아이로 키우고 싶다던 바람처럼 우리의 해울이로 잘

자라기를 사랑하며 기도로 함께 키워가자~ 해울아, 낯가림을 하기 시작하여 일주일 한 번의 만남으로 해

울이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염려를 이모도 기도로 잘 채우며 만날게. 사랑한다. 해울이~

최지현 | 수리산자락 대야미 작은 학교에서 아이들과 더불어 하늘과 땅의 기운으로 자라고 있을 거라 믿으며 지내는 선생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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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학교

북한산자락에 자리 잡고 있어 자연의 여러 생명들을 쉽게 만나게 되는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 학생

들. 그만큼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이 깊은 학생들에게 학교 건물 큰 창에 부딪혀 죽는 새들을 보는 것은

불쌍하고 슬픈 일이었습니다. 최근에도 호랑지빠귀와 참새가 유리창에 부딪쳐 죽은 일이 있었고, 조그

만 무덤을 만들어 잘 가라고, 편히 쉬라는 말을 해주었지요. 그런 학생들에게 ‘버드 세이버(Bird Saver)’

라는 것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3~4학년 학생들이 직접 버드 세이버를 만들었습니다. 버드 세이버

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우리말로 ‘새 지킴이 붙임딱지’라고 새롭게 짓기도 했지요.

우리가 만든 새 지킴이 붙임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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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지킴이 붙임딱지를 만드는 과정이 힘들고 재미있었다. 나는 새 지킴이 붙이딱지가

효력이 있을지 궁금했는데, 지금까지 새가 죽지 않아서 신기했다. 새가 많이 죽는 데

는 새 지킴이 붙임딱지를 추천합니다. ― 4학년 이레

새가 유리창에서 많이 죽는 게 불쌍했다. 어떤 이모가 새 지킴이 붙임딱지를 알려주어

알게 되었다. 만드는 법은 쉬웠다. 그림 그리는 데 시간이 들긴 했다. 너무 똑같이 그리

게 하려니까 힘들었지만 다 하고 나니 상쾌했다. 그리고 며칠 되던 날… “선생님 젖으

면 어떡해요?” 비가 그치고 봤는데 다행히 찢어지지는 않았다. 동생들의 엉뚱한 질문

하나, “새 지킴이 붙임딱지보다 더 큰 새가 사냥하려다가 부딪치면 어떡해요?” 둘,

“새 지킴이 붙임딱지가 없는 쪽으로 피하다가 다른 데 부딪치면 어떡해요?”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 “큰 새가 없잖아.”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 “여러 군데 있으

니까 괜찮겠지.” ― 3학년 수안

이제 학교의 큰 유리창에는 여러 마리의 새가 항상 앉아 있습니다. 새 지킴이 붙임딱지를 창문 안쪽

에 붙이면 유리에 반사되어 새들에게 잘 보이지 않을 수 있어서 창문 밖에 붙였는데, 비에 젖을 수 있다

는 걱정이 있었지만, 다행히 약간의 처마가 붙임딱지를 지켜주고 있는 것이지요. 덕분에 자연의 여러

생명들과 아이들의 활기가 어우러져 학교 터전은 생기가 더 가득한 여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선준, 우연, 이레, 진, 하늘, 수안, 인하, 하진 | 우리는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에서 신나게 놀고 공부하는 3, 4학년 학생들입니다.

백윤정 |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 선생님

새 지킴이 붙임딱지

만드는 방법

ㄹ. 그림의 테두리를

가위로 오린 후 창문에 붙인다.

ㄱ. 새 도감에서 맹금류 사진을 찾는다.

ㄴ. 새 도감에서 맹금류 사진을 보고

테두리를 그린다.

ㄷ. 테두리 안을 검정색으로

꼼꼼하게 칠한다. (눈 자리는

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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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부침을 어떻게 하는 거예요?” 2년 전 대학 새내기 학생

이 학교 축제를 준비하면서 했던 질문입니다. 당시 축제를 맞

아, 때우듯 끼니를 해결하는 대학생들에게 ‘문턱 없는 밥상’이

라는 이름으로 좋은 먹을거리를 준비해 비빔밥을 나눠주었지

요. 20여 년 살면서 계란 부침을 처음 해본 그 학생은 이제 콩

나물국, 된장국, 볶음밥, 김치찌개까지 척척 잘합니다. 특히

김치찌개는 함께 사는 형들이 맛있다고 자주 해달라고 하는

음식이 되었답니다.

학습능력보다 살림역량을 소홀히 여기는 요즘 세대의 인간

상은 머리만 크고 몸은 왜소한 모습일 것입니다. 부모님이 먹

을 것, 입을 것, 자는 것을 다 부담해주시던 집에서 떠나서, 직

접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음식을 만들기 위해 건강한 먹을거

리를 찾는 경험들을 통하여 비로소 삶에 대한 주체가 됩니다. 오늘 청년들은 함께 사는 것이 자연스레 경

험되지 않는 풍토에서 자라납니다. 가족끼리도 각 방을 씁니다. 마을에서 여러 이모삼촌, 형님동생, 이웃

들과 어울려 살았던 모습은 이제는 아주 먼 이야기가 되어버렸지요. 이렇게 살다가 자라온 지역에서 떠

나 새로운 삶의 배치를 맞이하는 시기가 대학생의 때입니다.

많은 학생들은 학교생활을 위해 기숙사 내지는 하숙집에 들어갑

니다. 비로소 낯선 사람과 함께 사는 첫 경험을 하지요. 공동생활을

하면서 서로의 차이를 발견하고 갈등도 겪습니다. 그러나 적극적으

로 갈등을 풀지 못합니다. 갈등해결을 귀찮게 여겨서도 그렇지만,

관계 안에서 갈등을 해소해본 경험이 없어서 해결을 못하는 것이 맞

겠습니다. 그래서 학교 앞 주거공간의 형태는 방 하나짜리 집이 많

습니다. 물론 집주인들이 많은 세를 주기 위함도 있지요.

샘터처럼, 돌고래처럼

청춘답게

시원하고 든든한 관계를 꿈꾸는 대학생 공동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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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곳에서 살아야 하는 현실 앞에서 기숙사 또는 방 하나

공간이라는 주어진 조건에서의 삶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함께

모여 공동생활을 하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여학생 다섯은 ‘샘터’라는 이름으로, 남

학생 셋은 ‘돌고래’라는 이름으로 공동체방을 이루어 살고 있습니다. ‘샘터’는 누구

나 물을 마실 수 있고, 샘물을 흘려보낼 수도 있는 샘터 같은 관계가 되고자 하는 마

음을 담았습니다. 폐호흡을 하는 돌고래가 아프면 물 위로 올라갈 수 없는데, 그때

다른 돌고래들이 도와준다고 합니다. 그렇게 서로를 지켜주며 살고자 ‘돌고래’라고

지었습니다. 직접 지은 이 이름을 부를 때마다 함께 사는 이유를 되새기게 됩니다.

함께하는 일상은 자연스레 습관의 변화로 이어집니다. “누가 허물을 벗어놓고 갔

지?” 홀로 지낼 때처럼 자기에게 편한 방식으로 지내면, 입었던 옷을 아무 데나 둔

채 급히 나가곤 합니다. 그러나 나 대신 허물을 치우는 손길이 있다는 걸 깨닫고 몸

의 습관을 바꿔가게 되지요.

“신발장에 더 이상 신발 넣을 자리가 없네?” 함께 지내니 자기 짐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됩니다. 많은 공

간을 차지하는 자신의 짐 무더기를 다시 보게 됩니다. 그동안 필요 이상의 물건을 소비해온 자기 생활을

반성합니다. 그리고 자기 짐을 정리하고 나눕니다. 그렇게 나누다보니 그 물건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적

절히 돌아가는 경험을 합니다.

“이 집이면 딱 좋아!” 생활공간을 한 번 이전했습니다. 처음 공동생활을 시작할 때에는 주변에서 많은 도

움을 받았기에, 들어가서 살기만 하면 됐죠. 하지만, 두 번째 공간을 구할 때에는 2년 동안 쌓인 경험을 바

탕으로 직접 방을 찾고 계약도 했습니다. 살아갈 공간에 대한 안목이 생기고, 사는 곳을 책임 있게 결정하

는 존재가 된 스스로를 발견합니다.

서로의 다름을 알고 변화되는 가운데 어우러져 사는 즐거움을 하나씩 만끽합니다. 혼자 먹는 밥보다 함

께 먹는 밥이 더 맛있음을 알게 됩니다. 하루 동안 고단했던, 즐거웠던 일들을 이야기 나눌 사람들이 있음

에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힘이 납니다. 홀로 살아가야 함을 당연히 여기는 시대 속에 함께 살아보자

는 단순한 마음에서 시작한 공동생활이었습니다.

최근 ‘돌고래’는 한 학생이 군입대를 했습니다. ‘샘터’는 한 학생이 올해 초 졸업을 했고, 이번 여름에 한

명 더 졸업합니다. 삶의 주체가 되고, 청년기에 중요한 사건을 서로 지켜보며 기운을 모으는 공동생활의

경험이 값지기에 군 제대 후, 그리고 졸업 이후에도 함께할 꿈을 꿉니다. 티격태격하지만, 오늘도 이 꿈을

흥겹게 이루는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장철순 | 대학생들과 꾸준히 만나며, 자신이 앞서 깨닫고 배우는 삶을 대학생들에게 전하며, 함께 공부하고 모험하는 기독학생운동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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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일터

학교를 졸업하고 스물여섯 살에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돈을 좇아 회사를 옮겨 다녔는데,

그 바람에 생활은 규율이 없었습니다. 첫 직장은 직원이 열 명 정도 되었습니다. 당시 제가 회사

에서 나이가 가장 어렸는데, 나이 많은 사람들이 실적을 내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을 몇 번 보게

되었습니다. ‘나도 나중에는 나이가 들고 실적을 못 내면 나가겠구나’는 생각으로 회사를 나와

중장비기사 일을 시작했습니다. 굴삭기, 레미콘, 지게차 운전을 4년 했는데, 비가 오면 쉬고 날

씨가 좋으면 주말도 없이 일을 해서 생활에 안정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서른한 살에 한살림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한살림은 생명 살림이라는 가치를 토

대로 농촌과 도시가 공생하는 관계를 협동조합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곳이었습니다. 취지를 이

해해서라기보다는 출퇴근 시간이 정확하고, 휴무도 많아 이 직장이 무척 좋았습니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지금은 10년차입니다. 어느덧 한살림운동에 대해 많이 이해하게 되었고, 지금은

한살림운동을 지지하는 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연중 2~3회 정도 진행하는 생산지 방문은 농촌

현실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결혼하여 인수동에 가정을 이루고 살게 되었는데, 토요일마다 축구도 하고, 아이가 다니는

마을어린이집에서 인사하며 차츰 마음을 나누는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습니다. 친구들 소개로

공부를 시작하고 일상에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일상에 조금

씩 질문을 품게 된 것입니다. ‘직장에서 나는 왜 맹목적으로 위를 바라보며 열심히 일하는 것일

까?’, ‘한살림 본부에서 더 높은 직급에 일을 하고 싶은 이유는 무얼까?’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라고 말했지만 생각해보니 내 욕망, 명예욕, 물질욕 때문이었습니다. 본

부에서 매장개설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그 일은 한살림운동의 본래 방향과는 다르게 매장

을 많이 개설하는 것, 신규사업을 육성하는 것이 중심이었습니다. 추진력과 성과가 매우 중요

했으며, 저란 사람의 기질 또한 그 방향으로 조금씩 강화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본부에 계속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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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를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을에서 함께 지내는 선·후배들 또한 출세나 구조조

정에 연연하지 않고 의연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아온 터라 삶의 다른 방향을 선택해갈 수 있었습

니다. 그래서 저는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공급팀에 발령을 요청하였습니다.

그리고 올 4월 한살림 북동지역 공급팀으로 발령을 받게 되었습니다. 원하는 발령이 났는데

아내가 별로 기뻐하지 않는다며 핀잔을 준 기억이 납니다. 주변에 동료들이 위로해주는 분위기

에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그 발령에 총 열다섯 명이 이동했는데 그중 저와 같이 공급팀장으

로 발령을 받은 동료는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본부로 가면 인정받는 것이고 지역으로 가면 좌

천되었다고 여기는 분위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북동 공급팀에서 일한 지 이제 두 달이 되었습니다. 어렵지 않을 것 같던 공급팀장 일은 업무

가 너무 많아 보통 7시가 되어야 퇴근합니다. 공급팀은 저를 포함해서 한살림 소속 실무자 세

명과 강북자활 소속에 저보다 나이가 많은 실무자 다섯 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침에 출

근하면 오늘 공급받을 조합원들에게 몇 시쯤 도착할 것 같다고 연락하고, 부재 중 어디에 물품

을 맡겨달라는 등 특별한 부탁사항이 있는지 검토합니다. 그리고 다 같이 체조를 합니다. 체조

를 마치고나면 각자 공급해야 하는 물품을 차에 싣습니다. 차량별로 각자의 경험에 맞게 물품

을 정돈하는데, 공급차 가득 물품이 실리는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그리고 가가호호 공급을 하

는데 마지막 조합원 댁까지 공급을 마쳤는데 차에 물품이 하나라도 남으면 다시 전 집부터 물품

공급을 추적해가야 합니다. 누락한 집을 찾아내어 다시 갖다줍니다. 마지막 집이 끝났는데 공

급차 안이 텅 비어 있으며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공급팀장이 되고 첫 공급 날 어느 조합원 댁에

물품을 빠뜨려서 세 번이나 찾아간 일이 기억납니다.

여름철에는 과일도 많고 매실 공급도 있어 공급량이 많습니다. 공급은 전적으로 몸을 많이 사

용하는 일이라 다들 날카로워지기 쉽기에, 서로 잘 챙겨주고 배려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저

도 모르게 무심코 바빠지고 열심히 일하게 될 때는 ‘내가 왜 본부를 떠나 지역에 공급 일을 하고

싶었지?’ 생각하려 합니다.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동료들과의 관계와 일상에서 하는 농생활로

한살림운동을 하려 합니다. 작은 시작으로 공급센터 한쪽 구석에 조그만 텃밭을 만들었습니다.

상추, 아욱, 방울토마토, 감자를 심었고, 며칠 전 상추와 아욱을 따다가 먹었는데 사서 먹는 것

과는 다른 맛이 있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직접 심고 수확해 먹어봤습니다. 조만간 방울

토마토와 고추도 수확할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박준석 | 한살림 소비자협동조합에서 일하며 아내와 두 아이와 함께 마을공동체로 살아가며 삶의 가치가 달라지는 것을 몸으로 느끼며 계속 자라는 마흔한 살 청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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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웃

저는 장신대 신학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동원이라고 합니다. 1박2일 동안 인수마을과 홍천마을에

서 지냈습니다. 첫날 인수마을에서 5~7세 아이들과 함께 산책을 했습니다. 산책이라고 해서 쉽게

생각했는데 ‘등산’이더군요. 그런데 어린아이들이 어찌나 산을 잘 뛰어다니는지 놀라웠습니다. 넘

어지면 잠깐 울다가 다시 뚝 그치고 해맑게 웃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립니다.

조용하고 멋진 마을길을 다니며 서울 한복판에 이런 곳이 있다니 놀라울 뿐이었습니다. 형제자매

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참으로 아름다운 청년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청년 때 모든 것을 주님 앞에 내

려놓고, 그리스도의 몸 된 공동체를 이루는 삶이야말로 참된 교회임을 깨닫습니다. 서로가 한 몸이

기 때문에 상대방 일이 바로 나의 일이고, 그의 고민이 곧 나의 고민입니다.

둘째날, 홍천마을로 일찍 서둘러 갔습니다. 11년 전 홍천에서의 군생활이 떠올라 설레는 마음으로

향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걷는데, 멀리서 서당 같은 한옥이 보이더군요. 모든 것을 손수 만들고

짓고 생산하는 이곳 마을은 신기했습니다. 특히 뒷간은 색달랐습니다. 볼일 보러 들어갔다가 2~3

초 머뭇거리게 되더군요. 버리는 것 하나 없이 모든 것을 재사용하는 모습을 통해 제 자신이 얼마나

부끄럽던지요. 우리가 물질주의에 살고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모든 걱정의 중심에는 ‘

돈’이 있습니다. 그리고 가치관 자체도 그 안에서 발버둥치는 저의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도의 몸 된 공동체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이후 점심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인수도 그렇고, 모든 음식이 유기농! 몸이 건강해지지 않을 수 없

더군요. 요즘 웰빙을 외치지만 이곳만큼 잘 살아가는 마을이 있을까요? 함께 온 학우들과 나무를 나

르고, 자르고, 땔감을 날랐습니다. 가벼운 나무인데도 땀이 저절로 흐릅니다. 많은 것을 도와드리

지 못했습니다. 괜히 폐만 끼치는 건 아닌지 내심 염려도 됐습니다. 그래도 베풀어주시고, 늘 미소

가 끊이지 않는 이분들을 통해 초대교회를 보게 됩니다. 서로 간에 모든 것을 함께 소유하며 나누는

생활이 오늘날 교회의 방향을 제시해 줍니다. 예수님이 원하시는 교회에 대해 곰곰이 묵상하는 귀

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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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난 월~화(6/30~7/1) 인수마을과 홍천마을을 다녀간 '성욱'입니다. 마을공동체를

잠시 동안이지만, 들르며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정리된 몇 가지만 적어

봅니다.

첫째, 내 '몸'에 대한 성찰. 마을공동체에 머물며 내가 얼마나 전인적 건강, 전인적 구원의 삶을 추

구하며 살았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내 몸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식·의·주생활 습관

들을 돌아보게 되었고, 그동안 얼마나 내 몸을 해치며 살았는지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마을에서 돌

아와 제일 먼저 시작하고자 한 일이 식습관 개선일 정도로, 마을에서의 경험은 제게 좋은 도전이 되

었습니다.

둘째, 그리스도의 ‘몸’에 대한 성찰.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교회, 공동체에 대한 고민을 평상시 늘

품고 있었습니다. 나는 과연 그리스도의 몸에 속했는가? 질문 앞에 확실한 대답을 하지 못했었습니

다. 그런데 이 마을에서 그리스도의 몸의 실재를 볼 수 있었습니다. 성서에 기록된, 머릿속에서만

형상화된, 그리스도의 몸이 이곳에 실재하고 있었습니다.

셋째, 소명에 대한 성찰. 신학생으로서, 목회 후보생으로서 소명에 대한 질문을 다시 하게 되었습

니다. 밖에서 기본적인 생존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서 어찌 다른 이를 ‘목회’할 수 있을지… 진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틀간의 체험을 문자적 언어로 기술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다만, 머릿속에 선명한 그림언

어로 잘 저장되어 있습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신 마을공동체 분들의 귀한 가르침 앞에 겸

손하게 지내야 할 듯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만나 뵐 것 같습니다. ^^

김동원, 김성욱 |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으며,

‘교회 밖 현장실습’이라는 수업을 수강하며 인수마을과 홍천마을을 알게 되어 방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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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일

더위와 가뭄에 지쳐가고 있는 옥수수에 풀꽃화관을

씌워 주었습니다. 해야 할 일 생각하며 급하게 달려

가지 않고, 오늘은 한껏 기분 내며 일했습니다. 오랜

가뭄과 땡볕을 견디고 있는 싹에게 작은 그늘과 보

호막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덮어놓고 보

니 새둥지 같기도 하네요. 밭작물들도, 우리도 모두

시원한 비 한번 내려주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간절

히! - 민선

6월 2일

감자밭, 옥수수밭 매고 웃거름 줬습니다. 메주콩 심

기 앞두고 개망초 무성하던 이랑들 다듬던 것 마무

리하고, 지난 겨우내 구들에서 콩대와 나무 함께 태

운 재 올려줬고요. 가을김장밭 마저 다듬어 산흙도

여러 번 퍼 날랐습니다. 해가 뜨겁게 내리쬐지 않으

니 밭에서 길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네요. 싹 소식

없는 곳이 많아 다른 작물을 심거나 다시 심는 것을

고민하고 있는데, 시원스레 싹을 내기 시작한 서리

태가 작은 위로를 줍니다. - 한영

6월 3일

벼 밭 김매주고 옆 이랑에 팥과 녹두 넣었습니다. 좀

이른 감이 있어도 예년보다 일찍 더워지는 듯하여

그리했습니다. 덥고 목마를 때, 딸기도 따먹고, 오디

도 따먹습니다. 덥고 가물어 메마른 때라 그런지, 과

일 맛이 더 답니다. 날씨에 영향을 받는 듯하면서도,

또 별로 개의치 않고 꿋꿋이 자라는 작물들 보면 나

도 그런 사람이 돼야겠다 다짐합니다. - 승화

6월 3일

소금물에 담가둔 칡잎 건져서 물기 꼭 짜내고 된장

에 효소 섞어 켜켜이 발라 작은 항아리 가득 채워 저

장해두었습니다. 쌈으로 먹으려고 뜯은 왕고들빼기

잎이 너무 많아서 장아찌로 담갔습니다. 그동안 쌈

이나 김치로 먹었는데 장아찌는 처음이라 맛이 어떨

지 궁금합니다. 아침죽 먹을 때, 반찬거리 없을 때,

짠~하고 밥상에 등장할 날을 기대하고 있어요. - 한영

6월 4일

메주콩, 수수, 조 주변으로 김매기하면서 보냈습니

다. 이번에 내린 비도 많지 않아 오늘 마지막으로 고

구마 물 줬습니다. 절로 난 들깨는 들깨순 나물로,

상추는 내일 도토리묵과 함께 무쳐 먹으려고 뜯었습

니다. 오디가 익어가고 있어요. 오디나무에 매달려

입술과 손에 물들 정도로 많이 먹었습니다. 오랜 가

뭄 때문인지 정말 맛있었습니다. - 윤희

오디가 익어가고 있어요. 오디넣어 빵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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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4일

이른 새벽 메주콩 심었습니다. 서리태 밭에 아직 새

피해가 없어 내심 기대하고 있는데 메주콩밭도 한

번 지켜볼 일입니다. 개망초, 쑥, 쇠뜨기 따위 잔뜩

베고 썰어 오줌과 섞어 풀거름더미 만들었습니다.

지난 주 만들어둔 토착미생물 배양액, 어제까지 활

발해지던 기포가 조금 꺾이고 냄새도 살짝 변할 기

미가 보여 가을김장밭에 고루 뿌려줬습니다. 부엽

토에 볏짚이불도 덮은 흙이니 미생물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면 좋겠어요. - 한영

6월 10일

며칠 밭에 가보질 못하다가 오랜만에 밭에 들렀습

니다. 완두꼬투리는 어느새 통통해져 있고, 밀도 누

렇게 익어갑니다. 고구마는 자리를 잘 잡았고, 잎채

소도 몇 차례 내린 비 덕분인지 그새 잎을 많이 만

들어냈고요. 작두콩을 비롯한 각종 덩굴성 콩들, 오

이, 수세미, 마 등 지주대 세워주는 일이 시급해보여

이번 주 중 틈나는 대로 가장 먼저 하려고 해요. 여

전히 싹 소식이 없는 고추, 파, 우엉, 땅콩 등의 빈자

리는 이제 마음을 정리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워보

려 합니다. 갑자기 땅이 넓어진 듯 하네요. - 한영

6월 11일

마음을 급히 먹고 덤벼서인지, 세우는 중에도 지주

대가 자꾸만 쓰러집니다. 매년 숲에서 나무를 구해

지주대 세우는 데 드는 품을 계산하며, 파이프 지주

대를 사서 세우고 싶은 마음도 솟아납니다. 옆 밭에

이미 세워진 각양각색의 지주대 보며 남은 작업도

힘내서 하렵니다. 내일 찬거리로 머위대 뜯으며 옆

에서 함께 자생하고 있는 미나리를 반가운 마음에

한 잎 뜯어 먹으니 향이 입 안에 오래 맴돌았어요.

울력으로 풀거름더미 한 무더기 더 만들어뒀습니

다. 지난주 만들어둔 풀거름더미는 오줌 더 부어줄

겸 뒤집어보았더니 뜨끈뜨끈했어요. - 한영

農생활

6월 12일

작년 가을 담근 고추효소 이제야 걸렀어요. 효소 건

지도 쓸모가 있을 것 같아 모아두었는데, 어디에 쓰

면 좋을지 궁리중입니다. 산야초 항아리는 설탕이

아직 녹지 않아 저어주었습니다. 김장김치 다 먹고

깍두기도 금방 동이 날 기셉니다. 봄채소 김치 담그

고 익는 사이에 먹으려고 부랴부랴 무말랭이로 김치

담궜어요. 틈틈이 하는 여름김장의 계절이 어느새

시작되었네요. - 한영

6월 13일

이른 아침, 지주대에 그물망을 씌워주었습니다. 지

주대가 늦어지면서 땅을 기기 시작하거나 목이 살짝

꺾인 덩굴들에게 미안한 마음 조금이나마 덜었습니

다. 잎이 노랗게 되면서 말라가는 감자들이 보여서

마음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가뭄이나 영양 부족이

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했다가 더 지켜보면서는 병

든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더 번지기 전에 마음을 굳게 먹고 주변을 잘 정리하

려고 해요. 내년 밭그림에서 돌려짓기를 어떻게 더

잘 할 수 있을지, 씨감자는 어떻게 선발, 보관할 수

있을지 등을 함께 고민하게 됩니다. - 한영

잎이 노랗게 되면서 말라가는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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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8일

제법 자란 토마토 순지르기 해주고, 지주대 세워 묶

어줬습니다. 주말에 오이 지주대로 쓸 나무도 구했

습니다. 김치가 귀한 때에 손바닥만한 깻잎 따서 깻

잎김치 담갔습니다. 매실항아리 저장고에 옮겨놓

고, 빈 항아리 씻고, 매실항아리 덮개 바꿔주면서

다음 주 매실 담글 준비했습니다. - 윤희

6월 18일

작두콩 덩굴, 지주대에 씌워둔 그물망 잘 잡았나 궁

금해서 가봤더니 싹이 안 났던 세 구멍 중 한 구멍에

서는 쩍 벌어진 떡잎 사이로 본잎 만들 준비를 하고,

다른 한 구멍은 지진을 일으키는 중이었습니다.

두 달 만에 만나는 싹, 반갑고, 고맙고, 그간의 사연

이 궁금합니다. 싹 소식이 없어 다시 심었던 들깨

도 이제야 촘촘히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지난번보

다 좀 더 두텁게 줄뿌림을 한데다가 그간 여러 차례

지나갔던 비 덕분인가 봅니다. 예년 같으면 5일이면

고개를 내밀었을 메주콩, 2주만에 싹을 내네요. 물

까치 소리가 심상치 않아 마른풀덮개, 그새 또 자란

개망초 등으로 숨바꼭질 시켜두고 왔습니다. - 한영

6월 16일

발걸음 가는대로 손에 잡히는 대로 일하며 보냈어

요. 봄에 섞어두었던 퇴비 상태 살피기, 작년 갈무리

한 콩깍지더미에 오줌 가득 부어두기, 효소 담을 유

리병 햇볕에 널어두고 새로 산 항아리 깨졌나 확인

하려고 콩쥐처럼 물 가득 채워두기, 장항아리 살피

기, 오이수세미밭 지주대 나무 몇 개 구해오기, 고구

마순 냈던 고무통 정리, 점점 억세지는 파 수확해서

다듬어두기… 내 손이 필요했던 곳들과 적절하게 만

나게 되어 마음이 가볍고 개운합니다. - 한영

6월 17일

올 해 새롭게 개간하게 된 밭이 있습니다. 고랑 두둑

골 내어 이랑 만들고, 흙보다 더 많아 보이는 큰 돌들

골라내고, 흙이 너무 말라 보여서 봄 동안은 절로 풀

이 자라게 두었어요. 그리 메말라 보이던 밭에도 봄

을 나면서 풀이 무성해지더군요. 무릎높이까지 자란

풀들 고마워하며 베어서 두둑에 쌓고 오줌과 깻묵뿌

려 풀거름 되게 덮어두고 몇 주 보냈습니다. 그렇게

쉬엄쉬엄 만든 밭에 오늘 녹두씨 넣고, 후두둑 내린

비에 위안 삼아 들깨도 옮겨 심었네요. 잠깐씩 비가

내리긴 해도 밭은 여전히 말라보입니다. 저녁에 있

을 비예보를 믿고, 성장이 더딘 옥수수와 토마토, 감

자에 웃거름 조금씩 주었습니다. - 민선

6월 17일

첫 수확이라며 완두콩을 보물 품듯 손에 품은 아이

들을 종종 마주친 날입니다. 어제 정리한 씨고구마

들, 손질해서 구워 나눠먹었어요. 싹을 내느라 바람

든 무 같은 아이들도 몇 개 있었지만, 작게 잘라 구

웠더니 달달한 한입 간식으로 모두들 좋아했습니다.

그 맛 또 만나기를 기대하며 남은 고구마순 빈 곳에

심었습니다. - 한영 촘촘히 올라오기 시작한 들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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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9일

흐린 하늘, 습한 공기, 갑자기 쏟아지는 굵은 비, 아

침에 널어둔 빨래가 아직도 꿉꿉한 것을 보며 장마

가 벌써 시작된 듯한 하루였습니다. 그동안 여러 차

례 모았던 나무들로 드디어 오이-줄콩-수세미 밭에

지주대 세웠습니다. 키보다 큰 나무들 어찌어찌 엮

는 도중에 나무 하나가 조금 짧은 걸 확인하고 뒷숲

에 왔다갔다하면서 땀과 힘을 쏙 뺐습니다. 쓰러져

있던 나무들 중 제법 단단한 나무를 만난 덕분에 잘

마무리했습니다. - 한영

6월 19일

얼갈이 수확했습니다. 가문 봄을 지나며 크기는 작

고, 노랗게 마른 잎이 많습니다. 봄채소는 꽃대도 빨

리 올라오고, 벌레도 많이 타서 저에게는 아직 어려

운 작물 가운데 하나입니다. 작은 대로, 나물 무쳐먹

거나 김치 담그려고 해요. 밭벼, 토마토, 강낭콩, 오

이 밭 김매며 북주기 했습니다. 잠깐 다녀온 강건너

밭에서 이제 고개 내민 팥싹 보며 반가웠습니다.

- 민선

6월 20일

봄채소들로 김치 담궜습니다. 꽤 많은 양이라 여럿

이 어울려 김치 담그는 일로 하루를 보내고나니 김

치 부자가 되어있네요. 김치는 담글 때마다 양념 양,

간 맞추는 게 쉽지 않아 처음 하는 사람처럼 막막해

질 때가 많습니다. 덕분에 늘 다양한 맛의 김치를 맛

볼 수 있구나, 마음을 새롭게 먹어봅니다. 이번에는

고추효소 건지를 양념에 갈아 넣었더니 찹쌀풀을 덜

넣어도 단맛과 걸쭉한 느낌이 나고, 고춧가루를 조

금 덜 넣어도 매콤한 맛이 나네요.- 한영

6월 22일

작두콩이 마지막 빈자리에서 지진을 일으키고 있어

서 또 한 번 깜짝 놀랐습니다. 새들이 메주콩 떡잎

먹는 것이 심하진 않지만, 아주 안 먹진 않네요. 내

일 빈 곳에 씨를 더 넣으려 합니다. 상추와 아욱이

비좁아 보여 솎아내려다 쌀뜨물 주면서 빈 곳에 옮

겨 심고, 거름자리에서 절로 난 무더기 토마토싹도

어떤 열매가 열릴지 궁금해하며 곳곳에 옮겨 심었습

니다. 짧은 이사 후 비가 시원하게 내려주니 마음이

조금 놓입니다. -한영

한영,윤희,민선,승화 학교와 텃밭에서 씩씩하게 자라나는 새싹들을 보며

희망을 얻는 홍천의 소농

올해는 유난히 벌레가 많이 타는 듯

비온 뒤, 물방울을 달고 있는 밭벼

農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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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그림 | 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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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검산리 창식아저씨 곰취

검산1리 김영옥 할머니 파, 꽈리

사람과 땅 농장 포도즙 한 상자

일산은혜교회 마을공동체 강좌 수강생 백목련 외 네 분 수박

기원 부모님 참외 한 상자

서영 부모님 사과

인애 부모님 수박

유리 어머니 마른고사리

지영 중학교 은사인 이은희 선생님 수박

인애부모님 방울토마토 2상자

서영 어머니 오이소박이

원호 부모님 쑥절편

민선 어머니 갓김치

인곤 부모님 열무김치, 미나리

현기 어머니 수박

밥상에서 맛있게 나누어 먹었습니다.

정현, 그림 님 책 두 권 <열두 달 토끼밥상>, <땅 파먹는 젊은이>

학교 책꽂이에 비치하여 보고 있습니다.

섬기는교회 강광원 목사님과 교우 후원헌금

북미공동체 순례 중 만났던 채드 후원헌금

홍천 생명평화마을 헌금으로 받았습니다.

은영,자욱,수림,주은의 민요 선생님과 일행

온누리교회 배홍일 목사님과 장애인선교모임 교우 일곱 분

주신 후원금으로 학교에서 학생들과 참으로 잘 나눠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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